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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20 [경향신문] '협동의 경제학' 새사연 정태인 원장

[저자와의 대화]‘협동의 경제학’ 새사연 정태인 원장

“따뜻한 사회 만드는 이타성·협동, 효율적이기도 하다”

2013.4.20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하 새사연) 원장(사진 오른쪽)이 1979년 대학교(서울대 경제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어느 날 수업시간에 벌어진 일이다. 미국 하버드대 출신 교수가 추석 귀성 전쟁 해결 방도를 문제로 냈다. 그 교수는 몇몇 답변을 듣고는 이렇게 ‘정답’을 제시했다. “고속도로 이용료를 추석 전날은 10만원, 이틀 전 8만원, 사흘 전 6만원으로 매기면 귀성객이 분산돼 교통지옥을 해결할 수 있다.” 수석 입학한 학생이 손을 들어 추석에 닥쳐 귀성하는 사람 대부분은 가난한 노동자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 교수의 대답은 “자네는 경제학을 모르네”였다. 그 학생은 전공을 바꿔 ‘행정학과’ 교수가 됐다. 

“굉장히 웃긴 일화”로 기억하는 정 원장은 “(그 교수나 주류 경제학자들은) 정의와 같은 규범적인 문제를 정치적인 것, 비효율을 야기하는 방해물, 즉 규제로 치부한 것이다. 이런 규제를 없애자는 게 지난 30년을 지배한 ‘경제학 제국주의’ 시대의 ‘시장만능론’ ”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의 인간이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시장은 완전하며, 이것들이 안정적 균형을 가져와 모든 사람의 이해가 조정될 수 있다고 가정하는데, 어느 것도 사실이 아니죠.”

정 원장이 이수연 새사연 연구원(왼쪽)과 함께 쓴 <협동의 경제학>(레디앙)은 주류 경제학에 대한 반론이자 새로운 경제학을 위한 모색이다. 지난 17일 서울 마포 새사연에서 만난 그는 “사람들이 서로 존경하는 마음이 없어지면서 경제위기뿐만 아니라 사회위기에 생태위기까지 닥쳤다”며 “인간 내면의 이타성이나 협동을 통해 효율적이고 평등하며 따뜻한 사회를 만들고, 자연도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이번 책을 냈다”고 말했다. 



‘협동의 경제학’은 곧 네박자 경제다. 정 원장은 이기성(시장경제), 공공성(공공경제), 상호성(사회적 경제), 자연과의 공존(생태경제)의 조화를 강조한다. 책이 이론적 자원으로 삼는 것은 행동경제학과 실험경제학이다. 정 원장은 생물학·심리학·사회학·정치학·물리학과 접점을 찾으려는 행동경제학을 자세히 소개한다. 한 예로, ‘최후통첩게임’은 A에게 1만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하는 게임이다. A는 B에게 1원이든 1만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금액을 제시할 수 있는데, B가 제안액을 거절하면 둘 다 빈털터리가 된다. 경제학으로 따지면 A는 1원만 줘야 하지만, 보통 4000원가량을 준 것으로 나왔다. 경제학자들은 1원을 줘 거절당했을 때 둘 다 못 받는 상황을 우려한 합리적인 선택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런데 B가 제안을 거절할 권리를 박탈한 ‘독재자게임’에서도 A는 2000~3000원가량을 줬다. 시장경제의 예측에서 한참 벗어난 결과는 이타적 인간과 상호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정 원장은 국가냐 시장이냐 하는 이분법을 넘을 방안을 고민하다가 신자유주의 경쟁의 대안으로 협동과 행동경제학 연구를 떠올렸다고 한다. 정 원장은 세박자 경제를 이야기하다 최근 ‘생태경제’를 추가했다. 그는 “전 인류가 걸린 생태 문제는 개인, 공동체, 국가, 국제사회 차원의 협동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과 새사연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한국 사회 불평등 문제를 다룬 <리셋 코리아>(새사연) 연구를 심화하고, 지방자치제 정책도 만들고 있다. 독일의 에버트재단과 생태 문제 대안을 모색하는 ‘미래의 경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협동과 사회적 자본에 중점을 둔 대안경제교과서도 쓰고 있다. 

정 원장은 인터뷰 내내 ‘정책’을 강조했다. “1980년대 말 사회과학계 전체가 사회구성체 논쟁으로 들먹일 때, 구체적인 현실 분석과 정책 만들기를 해야 한다는 쪽을 택했습니다. 날 보고 정당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정책 만들기를 업으로 삼은 ‘정책가’입니다.” 정 원장은 후배 정책가를 양성하는 게 가장 큰 꿈이라고 했다. 

공저자인 이수연 연구원은 정 원장이 차기 ‘정책가’로 꼽은 수제자다. 이 연구원은 정 원장의 강연, 칼럼, 논문, 메모를 기초로 <협동의 경제학> 초고를 만들었다. 정 원장은 “이 연구원이 없었으면 책이 나오지 못했다. 저자 순서를 이수연, 정태인으로 바꾸는 게 온당한 일일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오는 25일 저녁 7시 마포아트센터에서 <협동의 경제학> 출판기념회를 연다.

글 김종목 ·사진 김창길 기자 j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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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