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11.04.27 20:30

2011 04 27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자본유출입규제 현황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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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최근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 현황
2. 규제 전후 자본유입 현황
3. 자본유출입 규제의 평가와 과제
4. 자본유출입 규제와 한미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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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 현황

지난 3월11일 일본에서 9.0 규모의 대지진이 발생하였다. 대지진 이후 크고 작은 여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2008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금융위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질서는 여전히 불안하고 취약하다. 금융위기의 원인과 교훈에 대해서 뼈아픈 통찰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새로운 국제 금융질서를 구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저축은행과 신용카드 부실,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08 금융위기가 급격한 자본유출입 변동성에서 비롯된 것처럼,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 급증에 따른 위험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도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본 글은 금융위기 이후 외화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기 위한 감독 및 규제 제도 개선의 현황을 살펴보고, 규제조치의 효과성을 검토하고 이에 대한 정책 개선 및 보완점을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기 발생한 1년 후, 2009년 9월 정부는 ‘금융회사의 외환건전성 제고 및 감독 강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2010년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외환건전성 제고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주요 방안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위의 조치들은 주로 은행의 유동성을 높여 외화 자산과 부채 간 만기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적용되던 외화유동성 비율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물론 정부가 규제비율을 높였지만, 시행 이전에도 상향된 규제 비율을 준수하고 있었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었다. 즉 외환건전성을 제고할 수 있을 만큼의 규제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1년 초과 외화차입금을 외화대출의 100% 이상으로 규정한 중장기 외화자금관리비율과 외환파생상품거래에 한도를 설정하는 조치 등은 부채구조 장기화와 변동성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외환파생상품 거래한도란 수출업체의 과도한 파생상품 거래에서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조치다. 따라서 실물거래(수출대금)를 넘어서는 과도한 파생상품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거래한도를 100% 이내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국내 은행 및 외은지점으로 적용 대상 기업을 한정했기 때문에, 국내 증권사나 해외은행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우회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그러나 2010년 6월 발표된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은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인식과 처방에서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는 한국경제가 그동안 경험한 “금융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높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즉 한국경제는 호황기에는 자본이 과도하게 유입되고 불황기에는 급격히 유출되어 실물경제보다 더욱 큰 폭으로 금융과 외환시장이 변동하고 이로 인해 실물경제가 다시 영향을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과도한 자본유출입의 경기증폭성 등 부정적 효과를 수차례 금융위기를 겪고 나서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자본시장 자유화와 시장개방만을 맹목적으로 신봉하던 금융관료들의 인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해외차입이 자유화되어 자본유출입의 제한이 거의 없어진 것이 한국경제의 가장 취약한 고리로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특히, 은행 부문을 통한 차입의 변동성이 높았고 그중에서도 외은 지점을 통한 단기차입의 변동성이 높은 점을 위기의 큰 원인으로 평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 측면에서만 보면 1997년 외환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은행의 단기차입 급증이었다. 이해 비해 2008년 금융위기는 외은지점의 단기차입 급증이 주요 원인이었다. 주체만 바뀌었을 뿐 단기 외화차입 급증이라는 동일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국내외에서 특정 금융충격이 발생하면, 외국은행은 국내은행이 지고 있는 단기 외화부채에 대해서 차환을 거절하고 신속한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국내은행의 외화자산은 대부분 장기이므로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원화가치는 순식간에 평가 절하된다. 따라서 은행의 실질적인 채무 상환액은 급증하게 되고 외화부채 상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국내 증권과 채권 자산을 일시에 매도하여 자본 및 외환 시장에서 ‘이중 위기(twin crisis)’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 선물환 시장이 금융위기와 연결되는 경로

1) 무역의존도가 높아 무역관련 외화자금의 유출입이 빈번;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해외차입이 자유화되어 자본유출입의 제한이 거의 없음

2) 수출호황기, 수출기업(과 자산운용사)은 환율하락(원화 평가절상)에 따른 환차손을 피하기 위해 장래에 받을 수출대금(달러)을 미리 은행에 매도(선물환 매도)하고 원화를 매입

3) 수출기업의 거래상대방은 통상 국내은행(또는 외은지점)으로, 선물환을 매입. 그러나 장래에 달러를 받는 시점에서 달러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환차손을 보게 됨.

4) 따라서 국내은행은 선물환을 매입하는 시점에서 외은지점(또는 역외은행)으로부터 달러를 차입하여 이를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고 원화를 매입[자본수지 계정에 은행의 대외부채로 기록됨]

5) 외은지점은 외은본점 또는 단기자금시장에서 달러를 차입하여 선물환을 매입하고 현물시장에서 달러를 매도하고 원화를 매입

6) 국내은행이나 외은지점은 원화 자금으로 국내 증권 및 채권시장에 투자

7) 금융위기 발생 시 외은본점이나 역외은행이 외화부채를 회수하면, 달러매입 급증에 따라 원화가치 폭락. 외화부채 상환을 위한 증권 및 채권시장에서 자산매각으로 자산가격 폭락.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정부는 금융회사의 선물환 포지션(선물, 외환?통화스왑, NDF 등 통화관련 모든 파생상품) 한도를 자기자본에 따라 국내은행(증권/종금사 포함)은 50%, 외은지점은 250%로 설정하여 운용하고 있다.

이 조치는 단기 금리 및 환차익을 노리는 캐리자금의 주요 경로로 인식되는 역외선물환(NDF) 포지션도 포괄하기 때문에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 한층 진전된 조치라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외은지점은 자기자본의 50% 정도(77억 달러)를 줄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은행에 비해 매우 온건하게 적용되고 있는 외은지점에 대한 규제비율을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지만, 외은지점은 국내은행에 비해 단기채무의 비중이 매우 높고 대부분이 투기성 단기 캐리자금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금융회사 및 외은지점으로 적용대상 기업을 한정했기 때문에, 국내기업이 해외은행과 직접 파생상품 거래를 우회할 수 있는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위의 두 조치가 주로 은행의 단기 외화부채를 억제하기 위한 조치라면, 작년 12월에 발표된 거시건전성부담금(Macro-prudential Stability Levy) 방안은 상시적이고 예방적 차원에서 더욱 진전된 조치라 평가할 수 있다.

거시건전성부담금은 지난 4월 열린 임시국회에서 외환건전성부담금으로 명칭이 바뀌어 (외국환거래법 일부 법률 개정안) 통과되어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외환건전성부담금은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도입하고 있는 은행세(bank levy)를 신흥국인 우리나라의 구체적 실정에 맞게 적용한 사례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 조치의 핵심 내용은 비예금성외화부채(외국통화 표시 부채)에 대하여 만기에 따라 요율을 차등 부과하여 외국환평형기금으로 적립하는 것이다. 또한 적립 재원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경우 금융회사에 대한 외화유동성 공급 용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2010년 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부채(2584억 달러)의 95% 이상을 은행권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62%를 국내은행이 38%를 외은지점이 보유하고 있다. 특히 외은지점은 1년 이하의 단기부채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의 구체적인 시행령이 나오지 않았지만, 기존에 논의된 만기에 따른 차등세율(0.2%~0.02%)을 적용할 경우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에 각각 1억 달러 이상의 부과금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단기 부채에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단기부채 억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조치는 은행권에만 부여하기 때문에 우회조달 및 규제차익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금융위기의 핵심적 교훈 중의 하나는 기관보다는 자산 및 부채 형태에 따라 통일적으로 규제를 적용하여 규제차익을 방지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 조치는 은행세의 본래 취지인 비예금성 원화부채에는 적용되지 않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은행세는 원래 금융회사의 비예금성 부채가 신용 사이클에 따라 과도하게 확대되는 것을 억제하여 시스템 리스크를 해소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은행세를 도입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위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비예금성부채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또한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국내은행의 비예금성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이 금융 및 외환위기의 주요 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비예금성부채란 주로 단기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도입된 RP, CP 등 단기성 부채를 말한다. 그리고 은행보다는 증권사 등 비예금수취기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비예금성 외화부채뿐만 아니라 모든 비예금성부채에 부과금을 부과하고 외화부채에 상대적으로 높은 부과요율을 부과하는 것이 은행세 본래 취지와 우리 현실에 적합한 방안이다.

2. 규제 전후 자본유입 현황 

■ 단기부채 규모와 비율 축소는 긍정적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금융위기 이후 국내은행과 외은지점의 단기부채 규모는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국내은행의 경우 금융위기 전 최고치였던 2008년 2분기 667억 달러에서 2009년 1분기에는 378억 달러로 44% 가량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후 다시 상승하여 작년 2사분기 460억 달러로 상승한 이후 작년 말 기준 430억 달러로 최고치 대비 65% 수준을 보이고 있다. 외은지점의 경우 2009년 3분기 939억 달러에서 작년 말 583억 달러로 62%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기부채 규모가 떨어진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금융위기에 따른 역외은행의 부채회수와 조선사 수주실적 악화에 따른 파생상품 거래 위축 등 실물적 요인이다. 따라서 이는 일시적이거나 경기변동적 요인으로 2009년 2사분기 이후 단기부채 규모가 다시 상승하는 것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작년 2사기분기부터 외은지점을 중심으로 부채 규모가 줄어든 것은 파생상품 거래 한도와 선물환포지션 한도 설정 등 규제적 측면에서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는 대외부채 총액에서 단기대외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의 하락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외은지점은 위기 직전 96.4%에 달하던 단기부채 비중이 86.8%로 대략 10%p 만큼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외은지점은 부채의 80% 이상을 1년 이하의 단기부채 형태로 거래하는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외화표시 부채로 단기자금을 조달하여 금리 및 환차익을 노리는 재정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이 여전히 저평가 된 상태이고,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추세는 쉽게 꺽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외은지점에 대한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높이고 외환건전성부담금 부과요율도 재정거래 유인을 떨어뜨릴 정도로 충분히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자본유입의 총규모는 금융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감소했다가 오히려 더 큰 규모로 증가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규모의 최고치는 국내 증시 활황기이자 서브프라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2007년 4분기였다. 당시 7766억 달러에서 금융위기가 본격적으로 발생한 2008년 4분기에는 5840억 달러로 1990억 달러 이상 감소하였다. 그러나 2009년 1분기부터 지난 2년 동안 2770억 달러가 추가로 유입되었다. 이 중 90% 정도는 증권 및 채권투자로 같은 기간 2469억 달러가 유입되었다.

아래 그림은 GDP 대비 외국인 투자자금의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1994년 4분기 연간 GDP 대비 외국인 투자자금의 비중은 24.3%에서 현재 77.4%로 세 배 이상 증가하였다. 아래 그림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금의 구성상 변화에서 몇 가지 특징적인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1997년과 2008년에 공통적인 특징은 기타투자 수지의 큰 폭 증가와 하락이라는 점이다. 은행의 단기외채가 급격히 증가한 다음, 역외은행의 외화부채 회수로 하락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둘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인 직접투자가 GDP 대비 3%에서 2005년 12.5%까지 증가한 이후 정체되고 있다. 사실상 2000년대 이후 국내기업의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 직접투자 항목은 수년째 마이너스 상태다.

셋째, 최근 외국인의 채권 및 증권투자 자금의 급증이다.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자금의 GDP 대비 비중은 증시 활황기인 2007년 3분기 43%였다. 이후 원화가치 상승과 서브프라임 사태에 따른 차익 실현으로 2008년 3분기 32.4%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2009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자금이 유입되어 현재 46%에 달한다. 이미 위기 이전 최고치를 상회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기간별 특징을 요약하여 도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한편 아래 그림은 국제수지의 금융계정에서 총자본유입과 순자본유입의 추세를 2003년부터 나타낸 것이다. 총자본유입은 외국인 투자자금의 투자행태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최근 외국인 자본유입의 분명한 특징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기타투자가 주도했다면, 이후에는 증권 및 채권 투자인 포트폴리오 투자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포트폴리오투자는 2009년 2사분기부터 매분기 100억 달러 정도의 큰 규모로 유입되고 있다.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는 2008년 금융위기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 은행의 단기차입(기타투자)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타투자가 줄어드는 대신 채권 및 증권 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여 자본유입의 총규모를 축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금융위기와 외환위기가 연결되는 주요 고리가 자본수지에서 기타수지 항목이므로, 이의 변동성을 축소하기 위해 정책의 목표를 맞추는 것은 방향에서 옳다고 본다. 그러나 대규모의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입 또한 환율변동성 확대, 가격경쟁력 약화, 자산시장 버블, 통화정책의 자율성 침해, 그리고 통화안정증권 발행 등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 또한 유의해야 할 것이다.

3. 정부의 자본유출입 규제 평가와 과제

1980년대 말~90년대 초반 IMF를 비롯한 국제금융기구는 개발도상국에 대해서, 자본시장 자유화를 핵심 개혁정책으로 제시하였다. 그리고 한국경제도 90년대 초반부터 ‘국제경쟁력’을 모토로 개방화와 국제화를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1991년 8월 31일 ‘외환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는 등 자본 및 외환시장 자유화 조치를 급격하게 실시하였다. 또한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도 IMF 정책처방을 더욱 급격히 추진하였다.

외환위기 방지를 위한 IMF의 대표적인 정책처방은 외환보유고 축적이었다. 따라서 이를 충실히 따른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1997년 200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2600억 달러로 비약적으로 증가하였다. GDP의 30%가 넘는 막대한 금액으로 3개월 수입금액은 물론, 1년 미만 대외부채 총액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인 2008년 3사분기에도 외환보유액은 단기부채보다 26%나 많았다.

그러나 2008년 2분기에서 4분기까지 외환보유액 630억 달러를 소진하고도 급격한 원화가치 폭락을 저지할 수 없었다. 4분기에만 일시에 500억 달러 가량의 외국인의 자본유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즉 IMF 정책처방인 경상수지 흑자나 외국자본 유입을 통한 막대한 외환보유고 축적으로는 자본 및 외환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통제할 수 없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 방안은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의 정책적 흐름에서 적지 않은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국내외적 배경과 한국경제의 미래에 던지는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IMF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금융위기의 원인과 대응 방안에서 이전과는 뚜렷한 차이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자본시장의 발달 미비, 외환유동성 부족에서 주요 원인을 찾았고 따라서 규제완화와 개방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불을 불로 다스렸기 때문에 위험이 더욱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하였다. 이에 비해 자본유출입 변동성, 특히 외은지점의 단기차입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선물환포지션 한도와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인식과 정책 방향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 국제적 차원에서 거시건전성과 자본유출입 규제를 위한 국제적 논의와 정책 추진이 활발하게 전개되는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IMF와 ADB(아시아 개발은행) 등에서는 신흥국에서 자본유입 규제가 정책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보고서를 연이어 발행하고 있다. 과거에 미국과 월가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던 IMF는 자본통제에 대해서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러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주류경제학 내에서도 2000년대 중반부터 자본통제에 대해 다시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브라질, 인도, 중국 등 BRICs 국가를 중심으로 새로운 자본통제 조치를 실시하거나 강화하였다. 그리고 G-20 정상회의에 신흥국이 다수 참여하면서 서울에서 열린 2010년 11월 정상회의에서는 “신흥국은 과도한 자본유출입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거시건전성 조치(Macro Prudential Measures)를 취할 수 있다”고 선언하였다. 위와 같은 국제적 흐름과 논의가 있었고 G-20 재무장관회의, 금융안정포럼 등 국제적 무대에 참여한 정책당국이 국제적 흐름과 이탈할 수는 없었다.

셋째, 2008 금융위기의 교훈이 사회경제적 담론과 정책 실현에서 나타난 가장 큰 성과는 자본유출입 규제와 복지국가 담론이라는 점이다. 1997년 외환위기는 오히려 자본시장의 자유화와 국제화를 확대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외환위기를 겪은 정책당국은 외국자본을 사실상 ‘절대선’으로 간주하였고 금융산업의 이해관계가 규제완화를 매개로 전적으로 관철되는 시기였다. 그리고 국제적 신자유주의 대세 속에서 이에 대한 수동적이고 소극적 대안으로 기초생활보장법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였다.

이에 비해 자본유출입 규제는 외국인의 급격한 단기자본 유입을 ‘투기’ 또는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인식 전환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복지국가 담론은 신자유주의 부작용을 국내적으로 완화하는 차원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대안으로서 새로운 사회경제적 질서 또는 체제, 즉 비전 창출 의미한다. 따라서 수출중심에서 수출과 내수의 균형발전, 경제성장 중심에서 고용, 삶의 질, 소득분배로 경제적 패러다임의 적극적 전환을 의미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본유출입 규제 방안은 인식과 정책집행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정책적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규제의 강도가 너무 낮고 규제차익의 공간이 여러 곳에서 존재하여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선물환포지션 한도의 경우, 외은지점은 자기자본의 250%까지 허용하였다. 따라서 총부채에서 단기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80%를 넘는다. 외환건전성부담금 또한 요율이 너무 낮기 때문에 단기 투기성 자금을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하반기에 시행되므로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미국과 정책금리가 3% 차이나고 달러대비 원화의 평가절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높은 수익률에 비해서 0.2%의 낮은 부과요율은 투기자금 억제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RP, CP 등 금융 및 외환위기의 주요 시스템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된 국내은행의 비예금성 원화부채를 제외하는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비예금성 원화부채는 은행보다는 증권사 등 비예금수취기관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어 금융위기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향후 비예금성 외화부채뿐만 아니라 모든 비예금부채에 부과금을 부과하고 외화부채에 상대적으로 높은 부과요율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둘째, 자본유입의 총규모를 억제하고 있지 못하며,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가 초래하는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재무제표 손실과 규제의 영향으로 기타투자가 줄어들었지만 채권 및 증권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대규모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유입이 초래하는 문제가 갈수록 누적되고 있다. 외국인의 채권 및 증권투자는 원화가치의 평가절상을 초래하고 국내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킨다. 급격한 원화가치 상승은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그리고 경상수지 관리에 부정적이다. 또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통화안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 부담과 대외부채 증가의 적지 않은 비용이 수반된다. 무엇보다 자산시장 버블과 일시적 이탈에 따른 자산시장 붕괴는 실물경제에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외국인의 포트폴리오 투자의 동향을 면밀히 감독하고 금융시장의 쏠림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트폴리오 투자를 억제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은 환율의 정상화와 자본거래세 부과다.

4. 자본유출입 규제와 한미FTA

마지막으로 자본유출입 규제와 한미FTA 간의 상충관계다. 이러한 우려는 한미FTA 협상을 시작할 때부터 국내에서 제기되었다. 또한 최근에는 스티글리츠 교수를 비롯한 양심적, 진보적 경제학자 250명 이상이 미국의 재무부장관과 국무장관, 그리고 무역대표부 대표에 자본통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협정문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신흥국 정부가 자본통제 조치를 실시할 수 있는 정책능력을 엄격히 제한하는 조항이 미국이 체결한 FTA와 투자협정(BIT)에 포함된 것을 지적하였다. 예를 들어 외국인 투자의 송금(transfer) 부문에서 적용대상투자에 관한 모든 송금이 “자국 영역 내외로 자유롭고 지체 없이 이루어지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하는 조항을 대표적으로 제기하였다. 이는 한미FTA 협정문 11장 7조 ‘송금’ 조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또한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한미FTA 협정문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자본통제가 이러한 조항을 위반할 경우 외국인투자자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G-24와 최근 IMF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다. IMF는 자본통제의 일부 조치들은 미국과 추진한 FTA 조항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부분의 FTA와 BIT에서는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자본의 유출입 규제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항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나프타를 제외하고) 미국이 협정 당사자인 FTA와 BIT는 자본의 유입 또는 유출에 대한 제한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최근 IMF에 따르면 ‘자본통제(capital control)'를 다소 엄격하게 정의하고 있다. 통상 자본통제라고 하면, 한 나라의 정부가 자본계정을 통한 자본의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조치를 포함한다. 이에 비해 IMF는 자본유출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고안된 모든 조치를 자본유출입 관리조치(Capital flow management measures; CFMs)로 정의한다. 그리고 거주자에 기초하여 국경 간 자본거래에 대해 내국인과 외국인의 권리를 차별하는 조치를 자본통제(residency-based CFMs)로 구분한다. 이러한 기준에 따르면, 외국인의 채권 및 주식투자에 대한 차별적 과세, 사전예치금 제도(URR), 최소보유기간 제도(Minimum stay requirement; MSR) 등이 ‘자본통제’에 해당한다. 따라서 최근 정부가 실시한 자본유출입 규제는 엄격한 의미의 ‘자본통제’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외국인 투자를 차별하는 조항이 없으며, 선물환포지션 한도와 외환유동성 비율 규제 등에서 오히려 외은지점을 우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분은 분석적으로 유용할 뿐이다. 예를 들어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인 외환건전성부담금 또한 자금조달의 대부분을 역외은행이나 외은본점에 의존하므로 ‘자본통제’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다른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자본통제’ 조치들을 한미FTA 협정문에 적용할 경우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적용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칠레와 콜롬비아, 그리고 최근 대만에서도 실시했던,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자본의 경우 일정 비율을 일정 기간 중앙은행에 무이자로 예치하도록 한 URR 제도다. 왜냐하면 외국인투자자가 투자자금을 회수할 경우, 자본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도입된 URR이나 MSR 등에 의해 자본거래가 제한될 경우 ‘송금’ 조항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부분의 자본유출에 대한 규제의 경우 ‘송금’ 조항의 위반뿐 아니라, ‘수용(expropriation)’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말레이시아에서 실시했던 자본유출에 대한 과세의 경우나, 2001~2년 아르헨티나 금융위기 시 취했던 조치들은 ‘수용’으로 해석되어 정부가 소송에서 패할 가능성이 많다.

특히 하반기에 시행될 예정인 외환건전성부담금 또한 원화부채를 외화부채보다 우호적으로 대우했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에 대해서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를 요구하는 내국민대우나 최소 대우기준을 위배했다고 해석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최근 신흥국의 자본통제에 대해 우호적인 국제적인 흐름에 따라 한미FTA 협정문과 자본통제가 상충되는 지점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한미FTA는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체결되었다.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에 환율 변동성이 가장 심한 나라가 한국이었다. 따라서 높은 자본유출입 변동성이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식했다면, 자본유출입 규제에 대한 정부의 정책실현 공간을 제약할 수 있는 한미FTA는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한 자본유출입 규제는 주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7.29 11:33
새로운 축적체제를 꿈꾸는 메가 뱅크 구상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MB맨으로 잘 알려진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KB금융회장으로 내정되자마자, 우리은행에 대한 인수합병 의사를 밝혔다. 정운찬을 총리로 임명하면서 세종시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듯이, 어윤대의 내정과 메가 뱅크를 향한 그의 급한 행보는 ‘행동대장’을 내세워 기동전을 펼치는 전형적인 MB스타일의 정책추진 방식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
 
정부만 일방적으로 메가 뱅크의 추진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한국의 선두 금융기관들도 “메가 뱅크로의 재탄생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고 있다. 메가 뱅크 계획은 MB의 측근인사와는 무관하게 추진되어 왔다. 다만 이 계획의 필수 요소인 우리은행과 산업은행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민-관의 의견조율 과정이 측근인사로 인해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은행 설립 계획은 1997년의 경제위기 이후 정부와 경영계가 강력히 추구해 온 신자유주의 개혁에서 화룡점정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계획 자체는 동북아 금융 허브 프로젝트와 자본시장통합법(2009년 2월부터 시행)과 함께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추진되어 왔다. 메가 뱅크는 신자유주의의 기본 아젠다인 자유화, 개방화, 민영화에 맞게 금융체제를 재편하면서 그 짝으로서 함께 추진된 금융 산업의 대형화, 겸업화, 증권화의 구체적 실현 형태이다. 처음에는 외환은행 매각에서 얻은 ‘교훈’으로 인해 은행의 민영화 시점과 그에 대한 여론을 저울질 하다가 기회를 놓쳤고, 최근에는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지금까지 연기돼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메가 뱅크 계획이 세계적인 대세에 편승하는 것이었다면, 금융안정성을 기본화두로 G20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 체제 개혁에서는 추세적 변화에 역행하는 것이다. 난파선을 홀로 고수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은 오는 11월 G20회의의 주최국이다. 주최국은 회원국들의 다양한 시각 차이와 의견 차이를 조율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과연 MB정부는 세계적 차원에서 금융안정성을 위한 공조를 주도하면서, 국내에서는 금융기관의 대형화·겸업화를 동시에 이루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은 금융 산업의 대마불사(too big to fail) 논리와 연쇄파산(too interconnected to fail) 구조를 이번 세계적 위기의 핵심 문제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금융 산업의 대형화, 겸업화, 증권화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함으로써 금융기관의 크기와 영업범위를 일정정도 제한하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일명 볼커 룰을 통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간의 업무 사이에 일정한 높이의 차단벽을 설치해, 과거의 글라스-스테갈 Glass-Steagall 법안의 취지를 일부 재도입 하려고 한다. 또한, 규모에 대한 규제안으로서 현재 존재하는 단일 은행의 예금규모가 전체 예금 시장의 10퍼센트를 상회할 수 없도록 한 법률을(Riegle-Neal Act) 확대하여 부채에도 10퍼센트 제한 규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규모에 대한 규제안 자체가 일정 정도 사업 범위의 축소를 강제하는 효과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J.P. Morgan Chase와 Citigroup은 자산규모 축소를 위해 자산운용사나 상품트레이딩 자회사를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그 밖에 주식, 채권, 파생금융상품 거래, 사모투자펀드, 헤지펀드 등에 대한 상업은행의 자기자본투자를 금지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대형은행의 영업범위도 축소시킬 계획이다.
 
왜 한국정부와 금융계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면서까지 이미 파산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고수하려는 것일까? 관계자들은 규모의 경제 효과, 글로벌 경쟁력, 업무 영역의 다변화와 확장을 통한 위험 분산 등을 초대형 은행이 필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세 가지 모두 타당성은 별로 없다. 먼저, 현재 한국 은행업의 집중도로 보았을 때 이미 규모의 경제 효과는 한계를 넘어섰고, 더 커질 경우에는 규모의 불경제 효과 diseconomy of scale가 발생할 것이다. 주류 경제학의 언어를 사용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한계효용이 마이너스가 되어서 규모가 더 커지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표1] 미국과 한국의 상위3개 은행* 집중도(점유율 CR3) 단위: 퍼센트
출처: 한국 금융감독원,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 한국의 경우 현재 상위 3개 은행에 국민, 신한, 우리 은행이 포함되고, 미국의 경우 Bank of America, Citigroup, JP Morgan Chase 은행지주그룹이 포함된다.
** 합병 후는 국민, 신한, 하나은행이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을 인수합병 한다고 전제한 3대 은행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처럼 예금이든 부채이든 개별 은행이 10퍼센트 점유율을 상회할 수 없는 규정을 적용한다면, 현재 존재하는 은행들을 쪼개어 독립시켜야 한다. 이미 주요 은행들의 자산/예금/부채가 10퍼센트를 넘어서 있다. 현재 상위 3대 은행인 국민, 신한, 우리은행을 합쳐 시중은행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총자산-예금-총부채 순으로 65.6-66.8-65.8퍼센트에 이른다. 시중은행에 지방은행을 합친 일반은행 전체에 대비하면 59.5-60.5-59.6퍼센트, 여기에 농협, 산업은행 등 특수은행까지 합친 은행 전체에 대비해서는 40.8-47.6-40.7퍼센트를 차지한다.
지금 현재도 규모축소의 대상인 미국 은행산업의 집중도보다 훨씬 높은데, 만약 우리은행과 외환은행이 매각되어 국민, 신한, 하나은행 등으로 인수합병 된다면 집중도는 이보다 훨씬 높아진다. 시중은행 전체 대비 총자산이 88퍼센트, 일반은행대비 80퍼센트, 은행 전체 대비 55퍼센트로 높아진다. 예금과 총부채도 이 수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중이 높아진다. 이런 상황에서 메가 뱅크가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교과서를 되뇌고 있는 것이다.
 
업무 영역의 다변화를 통한 위험 분산도 회의적이다. 지금 확장하려고 하는 업무영역은 투자은행의 영역이기 때문에 오히려 리스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한국의 3대 은행 중 어느 하나라도 위기에 빠진다면 국민경제 전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수준의 집중도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인수합병을 통해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독점력을 가진 은행들을 만들어낸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도 집중도가 더 높아져 대마불사 논리가 강화되면 “시장규율이 약화되는 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져 “금융시스템 리스크”도 증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주목해야할 점은 초대형 은행이 탄생하게 되면 통합되는 은행의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금융계와 정부가 원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내세울 만한 규모의 은행이다. 금융적 차원의 규모만 늘리면 되는 것이다. 시중에 위치하고 있는 각 은행의 점포들이 매우 밀집해 있기 때문에, 은행들이 합치게 된다면 상당수의 점포들이 통폐합되고, 일자리가 없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병할 경우 중복점포로 인한 ‘잉여인력’이 7000명에서 1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도 나와 있다.
   
[그림1] 신규산업투자Green-Field Investment의 한계점 도달
출처: 세계은행 World Development Indicators
   
한국정부와 주요 은행들이 원하는 것은 ‘판돈’을 키워 좀 더 큰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만, 이를 단지 투기성향의 강화라고 이해해선 안 된다.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면서 금융 산업의 대형화/겸업화/증권화를 고수하려는 이유는 지난 40년 동안 엄청난 집적과 집중을 이룬 한국의 지배적 자본들이 (1) 한국 안에서 신규산업투자Green-Field Investment 중심의 축적체제를 더 이상 확대하기에는 어려운 한계점에 달했고, (2) 초국적인 차원에서만 자신들의 존재의의를 찾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개발독재 시대부터 국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일찌감치 높은 자본의 집적과 집중을 이룬 한국의 지배적 자본은 더 이상 국내에서는 세력을 확장할 공간이 남아있지 않다. 앞으로 한국의 거대자본이 지배력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은 해외 신규산업투자나 초국적 M&A를 통한 것인데, 이때 절실히 필요한 것이 거대 금융자본이다.
 
그림1은 자본주의의 발전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사용할 수 있는 (인구의) 도시화와 (GDP 대비) 고정자본형성의 관계를 나타낸 것이다. 산업화 초기에는 도시화에 따라 자본형성이 비례해 증가하다가 감소하기 시작해 일정수준으로 수렴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중국이 하고 있는 것처럼 소위 개도국 형 축적을 지속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이런 한계를 넘기 위해 국가와 자본은 선진국 형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새로운 축적의 기회를 모색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주요 대기업들이 지배영역을 초국적으로 확대하면서 금융자본 역시도 그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커져야 한다는 지배층의 컨센서스가 형성되어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주요 기업들의 비즈니스 벤치마킹은 한국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 산업 쪽에서도 국내에서의 사업 확장은 포화상태에 달했다고 인식하고 금융계의 ‘삼성전자’를 꿈꾸고 있다. 한동안 주력했던 주택대출과 개인 신용대출도 사업도 이제 한계에 달했다. 이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초대형 은행으로 발돋움 한 후 해외 금융?자산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 이윤확대를 시도할 것이다.
 
자본시장통합법과 산업은행 민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지배층의 이러한 공감대는 이미 구체화된 로드맵에 따라 실행되고 있었다. 다만 아직 세계적 역량을 갖춘 ‘선수’를 준비하지 못해 정책당국이 고민하는 것이다. 2009년 한국전력 컨소시엄이 UAE정부로부터 수주 받은 186억 달러 규모의 원전 사업을 계기로 정부와 재계에 메가 뱅크를 서둘러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선수’로 뛰려면 신용등급 AA이상이고, 세계 50대 이내에 드는 은행이어야 한다며, 구체적인 기준까지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해외 사업 계약은 공사 이행을 위한 은행 보증서를 요구하는데, 이 때 위의 기준을 만족하는 국내 은행이 존재하지 않아 엄청난 수수료를 내고 외국계 은행에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위상이 높아진 국내 대기업들과 쌍을 이룰 수 있는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는 말이다.
 
군사독재 시절이나 지금이나 정부의 정책 초점은 핵심 대기업 집단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차이도 있다. 국내에서 산업개발의 여지가 아직 많았던 과거에는 떡고물trickle-down effect이라도 있었지만, 지금 한국의 국가-자본 연합체가 꿈꾸고 있는 것은 국민들에게 돌아갈 혜택은 없으면서 자신들의 초국적 지배영역만 확대하려는 계획이다. 메가 뱅크 계획은 독립적 거대 금융자본의 탄생 그 자체보다는 기존 재벌체제의 새로운 확대 전략 속에서 그 본질적 성격이 이해되어야 한다. 초대형 은행의 탄생은 국내에서 은행 본연의 업무인 자금중개기능은 악화시키면서, 해외에서의 위험성 높은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국민경제를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키게 될 것이다. 결국 대다수 국민들은 혜택은 없고 책임만 늘게 되는 것이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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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코노미 인사이트 7월호에 기고해 실렸던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7.12 15:01
다시 부활한 Treasury View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요약문]

지난 달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 경제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적어도 절반 줄이고, 2016년까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줄이거나 안정화시킬 재정계획을 공언"한다고 발표하였다. 금융위기를 예견하지도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며 숨죽이고 있던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Sovereign-debt crisis(국가재정위기)'라는 용어를 빌려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정책이 한 나라의 경제적 활동과 실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은 통상 Treasury view에서 그 이론적 뿌리를 찾는다. 1920년대 영국 재무성 관료들은 정부지출을 늘리면 그 만큼 민간 지출이나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경제적 활동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데서 비롯되었다. 정부의 권한을 줄이기 위해 감세, 민영화, 규제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시장과 개인의 책임을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근거로 주류경제학은 이를 잘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재정정책의 유효성은 대공황 이후 케인즈의 유효수요 원리로 잘 설명되고 있는데, 개념적으로는 미국의 경제학자 러너(Lerner)의 '기능적 재정(functional finance)'으로 설명할 수 있다. '기능적 재정'에서는 재정정책은 총수요가 부족한 현실 경제에 수요 창출이나 실업 극복 등 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실제 기능이나 효과를 지니고, 이와 관련해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게 된다.

개별 국가에서 재정정책이 올바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이에 필요한 국제적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현 시기 G20에 진정으로 필요한 국제적 공조다. 장기적으로는 달러체제를 극복해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특별인출권(SDR) 확대와 지역별 통화기금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국제적 투기자본의 이동을 규제해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의 막대한 이윤이 투자로 전환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과 영국에서 금융위기를 전후로 기업은 막대한 현금을 축적하고 있음에도 기업의 투자는 GDP의 10% 이하로 줄어들고 있다. 기업은 노동자를 해고하고 임금을 줄여 비용을 삭감하면서 이윤이 늘어나고 있지만 투자는 오히려 줄이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기업의 자본소득(capital gain)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규제와 안정,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등의 조치가 실시되어야 한다.

또한 재정정책에서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재정적자는 결국 국민이 져야 할 부담이다. 침체기에 재정적자를 늘리더라도 회복기에 재정흑자를 통해 건전한 재정을 달성하는 것은 정치적 '신뢰'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오늘의 '빚'이 내일의 '수익'으로서 비전을 제시해야 그 빚을 사회적으로 동의할 수 있다.

여경훈 khyeo@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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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주제별 이슈 2010.06.22 11:08
한국 정부, 외국자본 통제에 눈 뜨다?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1. 선물환 규제안 내용


정부는 6월 14일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얼마 전부터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전해져 시장에는 이미 선 반영되었기 때문에, 발표 이후 시장의 동요는 없었다. 금융·자산 시장에서 규제안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졌던 또 다른 이유는 그 내용이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억제하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까지도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는 절대로 안 된다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계가 많다. 정부의 규제안은 기존의 자본자유화의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문제만 부분적으로 손대고 있다. 규제 규모가 현재 시장의 거래량을 거의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이어서, “유출입 완화”란 의미가 무색하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외국은행 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신설

2009년 11월부터 발표된 금융회사의 외환건전성 제고 및 감독 강화 방안에는 외국 은행 지점에 대한 규제는 빠져 있었는데, 이번에 발표된 변동성 완화방안은 규제의 범위에 외국은행 지점까지 포함하면서 몇 가지 규제의 내용을 강화하였다. 종전에는 선물과 현물의 종합포지션을 기준으로 국내은행만 자기자본대비 50퍼센트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선물환포지션을 따로 분리하여 한도를 정해 현물과 선물의 매수-매도 포지션이 상쇄됨으로써 규제가 유명무실해지는 문제를 보완하였다. 이번 규제안은 국내은행, 증권, 종금사의 경우 선물환포지션이 전달 기준 자기자본의 50퍼센트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은행의 경우 선물환 거래의 개념에 선물뿐만 아니라, 통화스와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 통화관련 모든 파생상품이 포함된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은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250퍼센트로 정하였다.

해외사용 용도로만 외화대출 제한

지금까지는 시설자금에 대해서는 국산시설을 구매하는 경우 기업이 은행에서 외화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원화대출로 대체가 가능한데도 외화대출을 허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외화수요를 유발하였고, 자본유입 확대에 기여하였다. 금융 위기와 함께 급격한 환율변동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앞으로는 시설자금 용도로도 국내에서 신규로 외화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중소 제조업의 대해서는 국내시설 자금 용도로 외화대출을 일부 허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외환건전성 감독 강화

수출기업의 선물환 거래한도를 실물거래의 125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낮추었다. 기업이 필요이상의 선물을 거래해 생기는 외화차입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비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단기자금을 줄이고 중장기 자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중장기 외화자금관리 비율을 현재 90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2. 외국 은행 지점의 역할과 비중

이번 규제안의 핵심은 외국 은행 지점까지 포함할 수 있게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 외환시장에서 외국 은행 지점의 비중이 매우 컸으나, 지금까지 그 어떤 규제책도 그들은 제외하고 있었다. 그들의 역할과 비중을 살펴보자.

[그림1] 외국 외환시장의 기본 메커니즘

외환시장의 관계자들은 2000년대에 찾아온 한국 조선업의 호황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발생한 한국 외환시장의 ‘붕괴’의 한 원인이라고 말하곤 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외환시장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그들의 말뜻을 알 수 있다.

그림1을 보고 설명하자면, 조선업체 A가 수주를 하게 되면 계약금을 받고, 이후 몇 차례로 나누어 중도금과 잔금을 받는다. 계약과 배를 인도하고 최종 잔금을 받는 기간이 수년에 이르기 때문에, A기업은 그 사이 환율의 변동으로 인해 손실을 볼 가능성을 피하고 싶어 한다.

환차손을 헷지하고 싶은 기업을 상대로 은행들은 선물환 거래를 권한다. 기업A는 선물환을 매도하고, 은행은 선물환을 매수해 준다. 선물환 매수를 원하는 상대자가 있어 매수-매도가 상쇄되면 괜찮지만, 상쇄되지 않을 경우 중개자로서 은행은 자신들이 떠안을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외화 자금시장에서 차입을 한 후 현물 시장에서 매도한다. 은행은 원화로 전환된 돈을 원화자금 시장에 투자한다. 시간이 흘러 기업의 선물환 매도계약 만기가 되면, 은행은 투자한 원화자금을 회수해서 계약조건 대로 A기업에 돈을 지불하고, A기업에서 받은 외화를 가지고 외화자금시장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는다.

2000년대의 조선업의 호황으로 기업의 선물환 매매 수요가 증폭했고, 이에 따라 외화차입 시장도 크게 확대되었다. 차입금은 대부분 단기 자금으로 이루어졌는데,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을 ‘붕괴’시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총외채 증가액은 1935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50퍼센트 정도가 국내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의 선물환 매매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선물환 매매에 유입된 차입금의 상당 부분을 외국 은행 지점이 담당해 왔다.

[그림2] 외화 차입금 규모와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
출처: 한국은행

그림2는 금융위기 이전의 차입금 시장의 변화와 이 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2006년 1분기에 국내 외화 차입금은 857억 달러였는데,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이 2008년 3분기 차입금은 1,882억 달러로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외화차입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2004년 3분기 61퍼센트에서 2008년 3분기 85퍼센트로 24퍼센트 증가하였다.

[표1] 은행의 외환거래량과 외은지점 비중(단위: 억 달러)
출처: 한국은행

표1은 국내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의 외환거래량과 그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다소 변화는 있지만 외국은행 지점이 외환거래량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외국은행 지점은 그동안 정부의 관리대상에서 빠져있었다.

3. 정부대책의 효과?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는 일단 환영할 수 있지만, 이번 규제안이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간다.

4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선물환포지션은 자기자본의 15.6퍼센트 수준이고, 외국 은행 지점의 경우에는 301.2퍼센트라고 한다(경향신문, “선물환 거래 외화대출 제한키로”, 2010.06.13). 새 규제안에 따르면 외국 은행 지점의 경우 자기자본의 50퍼센트 정도를 축소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말 외국 은행 지점의 자기자본은 약 9조 원이다. 따라서 외국 은행이 축소해야 하는 선물환포지션 규모는 약 4.5조 원 가량이다.

하지만 국내은행의 경우 선물환포지션의 비율이 규제한도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 은행의 축소분이 국내은행에 의해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수출기업과 맺는 선물환 거래는 1년을 초과하는 중장기적 계약이지만, 외국 은행 지점을 통해 차입하는 외화의 경우 3개월 미만의 단기 자금들이다. 따라서 외국 은행 지점의 단기채무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고, 국내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그림3을 보면, 2004년 1분기부터 2010년 1분기까지 6년 동안 국내은행의 평균 단기채무비율은 48퍼센트였던 반면, 외국 은행 지점은 93퍼센트였다.

[그림3] 은행의 단기 채무 비중
출처: 한국은행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대량의 단기 차입금이 대출연장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유출되기 때문에 외환시장이 붕괴하고, 증권시장이 폭락하게 된다. 외국 은행 지점이 단기외채에 의존하여 영업하는 것을 개선하지 않으면, 자기자본 대비 비율로 선물환포지션 규모를 규제하는 것이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규제안에는 증권투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외국인들이 현재 한국 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그들의 매매 패턴에 따라 한국의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 되었지만 정부는 이번 규제안을 설명하면서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규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림4] 외국인 순매수와 증권, 외환시장의 변동
출처: 한국은행

그림4는 외국인들의 주식 매매 패턴에 따라 코스피 지수가 좌지우지 되고, 외환시장이 연동되어 움직인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증권시장에 투자되는 외국자본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 없이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미국과 유럽의 G20회원국들은 금융체제(architecture of finance)의 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금융체제의 중심적 패러다임을 변경하고 체제 전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와는 달리 우리 정부는 기존의 금융자유화, 자본시장 개방, 은행의 거대화 담론을 그대로 유지한 채 부분적으로 규제책을 도입하는 시늉을 내고 있다. 진지하게 종합적인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정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앞으로 등장할 새로운 세계경제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 더 단기적으로, 전 세계적인 재정위기에서 볼 수 있듯이 아직 끝나지 않은 세계적 위기가 다시 덮쳐왔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또 다시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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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