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 11. 20. 20:39

지난 8월 16일 코스피 주가지수가 하루만에 125.91포인트(6.93%) 떨어지면서 사상 최초로 100포인트 이상이 폭락했다. 이날 하루 코스피는 62조 원 이상, 코스닥은 10조 원 이상으로 모두 72조 8,000억 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지난 7월 25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을 당시 주식시장 시가총액이 1,103조 원을 넘어섰다고 흥분했지만, 8월 16일 주가총액은 다시 932조 원 대로 주저앉아 흥분은 좌절로 바뀌었다. 불과 한 달이 안 되어 171조 3,000억 원이 사라진 것인데 이는 시가총액 1~3위 기업인 삼성전자, 포스코, 한국전력의 주식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결국 한 국가의 예산에 맞먹을 자본이 한 달 만에 사라져 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금융자본의 운동이 연출된 것이다. 현재 증시전문가들은 주가 저지선을 1,650으로 보고 있지만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외국투자자와 개미들의 엇갈린 이해관계


이 와중에 모두가 손해를 본 것은 아니다. 올 들어 외국 자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체계적으로 매도를 해왔다. 최근 한 달 동안만도 10조 원 이상의 주식을 팔았고, 지난 16일에도 1조 3,000억 원을 팔았다. 그 결과 2006말 기준 한국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이 37.3퍼센트이던 것이 지금은 30퍼센트 초반으로 바뀌었다.


반대로 개인들은 지난 기간 몇 번의 주가폭락에도 불구하고 매수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이후 주식형 펀드에 몰린 자금만 4조 원이 넘었다. 결국 주가폭락이 이어지면서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16일 매도세에 가세하면서 주가낙폭을 키운 것이다. 결과적으로 개인투자가들은 이미 상당한 투자손실은 물론 원금손실을 피할 수 없게 돼버렸다. 개미들이 주가를 지지할 수 없게 되자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매입하여 폭락을 저지하고 있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국민연금도 이 대열에 가세했고, 16일에만 2,000억 원 가까운 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은 신흥시장 치고는 유동성이 아주 좋아 외국인이 볼 때 팔기가 용이한 시장"이라며 "한국시장은 그동안 많이 올랐고, 기관이 잘 받아줘 차익을 실현하기에 좋은 곳"이라고 말한다. 주식시장 등락의 혼란 와중에 외국투자가들은 짭짤하게 차익을 실현해왔고 국내 개미들은 이를 뒤따라 다니다가 손실을 입었으며, 외국투자가의 차익실현을 위해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분주히 주가 방어를 하고 있는 구조다. 그 사이 국민경제는 혼란과 불안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고의 금융발명품’ vs ‘현대 자본주의의 괴물’


알다시피 한국을 포함한 최근의 주식시장 폭락사태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때문이었고, 지난 16일 폭락은 여기에 더하여 엔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일본자금을 이용한 해외 자산투자) 청산 움직임에 대한 불안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권오규 부총리는 8월 14일 재경부 직원 게시판에 올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재무장관회의를 다녀와서’라는 글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으로 (엔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투자 자금이 급격하게 회수된다면 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고 이것이 곧바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주었다.


그런데 미국 내 점유율이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의 연체 증가와 대출업체 부실 확대가 어째서 세계 금융시장과 한국주식시장에 이처럼 큰 영향을 주는 것일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온 것은 실상 서브프라임 모기지 그 자체가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이 이뤄지면 그것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 채권이 발행되고 다시 이 채권을 토대로 파생상품이 만들어진다. 그런 이유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골드만삭스나 사모펀드, 해지펀드의 부실로 그리고 전 세계 금융유동성과 신용의 위기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서브프라임모기지 대출 1건에 파생상품 10개가 만들어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금융관계자들은 이러한 구조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미연방준비은행 그린스펀 전 총재도 "파생금융상품의 복잡성 증가로 금융당국과 은행은 이제 위험수준을 측정하기 어렵게 됐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신자유주의의 이면인 세계 금융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최고의 금융발명품 ’파생금융상품’이 금융위험도를 분산시키고 고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의 ‘꽃’이 아니라 ‘괴물’로 변하고 있다.


금융을 최첨단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으며 금융허브를 통해 한국의 살 길을 찾자고 주장하는 한국의 경제관료들, 나아가 이를 위해 ‘2차 금융 빅뱅’을 준비해야 한다고 서두르는 그들을 신뢰할 수 없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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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 11. 20. 20:34
 

‘빈곤층을 위한 소액 신용대출’로 풀이되는 마이크로 크레딧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 사업의 원조격인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유누스 총재가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도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달에는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가 공동으로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창업과 경영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미 보건복지부는 자활공동체를 대상으로 매년 20억 원의 창업자금을 사회연대은행 등을 통해 마이크로 크레딧 방식으로 대여해오고 있으며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는 마이크로 크레딧 지원에 필요한 세부사항을 규정한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시행령을 의결했다.


삼백만원으로 자활의 기적을 창조하자?


시민단체와 은행, 정부에까지 번지고 있는 마이크로 크레딧(micro credit). 그러나 매크로(macro)하게 관찰하면 이 유행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껄끄러운 돌출점이 속속 눈에 띈다.

삼십년간 빈민 600만 명에게 52억 달러를 대출해 상환율이 99퍼센트에 이르고, 대출자 가운데 반 이상이 가난에서 벗어났다는 그라민은행의 신화에 자극받아 국내에도 2000년부터 ‘신나는 조합’, ‘사회연대은행’, ‘아름다운 세상 기금’ 등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1인당 대출 금액이 너무 작아 빈곤층 자활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이마저도 재원 부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라민은행의 평균 대출액은 200달러.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2004년 1인당 GDP 400달러를 간신히 넘긴 방글라데시 국민에게는 연간 소득의 절반에 해당한다. 농사를 지으려 해도 종자 살 돈조차 없는 극빈층에게 이 돈은 어렵게나마 자활을 꾀해볼 수단이다.

그러나 국민소득 2만 달러를 운위하는 한국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예컨대, ‘신나는 조합’의 초기 1인당 대출액은 300만 원 정도다. 이 종잣돈으로 우리나라에서 빈곤층이 할 수 있는 자활사업은 무엇이 있을까. 물론 사업 초기이고 아직 우리 실정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이 덜 되어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때문에 하나은행-희망제작소의 경우 1인당 대출금을 5,000만 원에서 3억 원까지 지급할 예정이라고는 하나 300억 원의 기금으로 수혜를 받을 대상자는 너무도 제한적이다.

한국의 빈곤층에게 신용대출(크레딧)보다 우선적인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다. 괜찮은 일자리가 해마다 줄어드는 상황, 넘쳐나는 자영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제도적 대책이 정부의 우선 임무일 터인데 민간의 호의와 동정에 기초한 마이크로 크레딧 유행에 편승해 대단한 사회 안전망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빈곤층에서 틈새 시장을 발견한 금융자본


이 유행에 한술 더 뜨는 것이 금융기관들이다. 높은 대출금 회수율과 수익률을 지켜본 금융자본이 마이크로 크레딧을 블루오션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라틴 아메리카 지역 마이크로 크레딧 기관들의 경우 국제 수준 은행의 2~3배를 초월하는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채보다는 조금 싸고 일반 대출상품에 비해 높은 이자 정책 그리고 지역사회를 떠날 수 없는 빈곤층의 특성을 겨냥한 공동책임과 지속적 상환 관리라는 소액대출 특유의 영업 모델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 금융 그룹인 시티그룹은 아예 소비자 금융 부문에 마이크로 파이낸스 전담 부서를 신설하여 선진 금융 기법에 마이크로 크레딧 기법을 결합하려 하고 있다. 다른 나라 사례 탓할 일도 아니다. 얼마 전 한국은행은 국내은행의 아시아 신흥 시장 진출을 위해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으로 평판을 높인 뒤 장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구축하라’는 권고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말하자면 마이크로 크레딧을 위장 친선 사절단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시티그룹은 최근 4년간 세계 150개국의 마이크로 크레딧 기관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다며 친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 금액은 전세계 100여 국가에 3,000개 이상의 지점을 두고 자산 9,000억 달러를 운용하는 시티그룹 규모에 비추면 백사장의 모래 한 알이다. 계열사인 한국시티은행이 올해 1/4분기 한국에서만 올린 당기순이익(1,385억 원)에도 턱없이 못 미친다.


은행, 사채와 마이크로 크레딧의 순환구조


얼마 전 신한은행이 국내 사채 시장 1위인 일본계 대부업체 아프로 금융그룹(국내 영업 브랜드 ‘러시앤캐시’)에 수백억 원을 대출해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은행 자금이 대부업체로 흐른다. 대부업체의 고리 사채는 은행 접근권이 차단된 빈곤층에게 치유불능의 병을 안긴다. 은행은 이들에게 소액 신용대출이라는 진통제 한방을 처방한다. 병 주고 약 주는 순환구조다.

마이크로 크레딧, 그 아름다운 취지마저 금융자본의 촉수에 걸리는 순간 자본 해외 진출의 전초부대, 빈곤층의 최저 생계비마저 이자로 빨아들이는 검증된 금융 비즈니스 모델로 전락하는 세상이다. 금융자본이 주도하는 이 광풍의 끝은 도대체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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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 11. 20. 20:30
 

지난 25일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2002년 3월 이후 5년 만에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3에서 A2로 한 단계 높였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일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 절차에 들어간지 불과 20여 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90일 이내에 등급조정을 하는 것이 원칙이고 통상 2~3개월 걸린다) 모든 언론과 미디어에서 우리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는 증거라며 대서특필했고 한때 주춤했던 주가도 장 마감기준 2004포인트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앞장서 무디스의 발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무디스의 상향조정이 “지난 4년간 참여정부의 안정적 거시경제 운영과 경제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에 대한 국제 투자자의 신뢰 제고를 반영”하고 있다며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성공과 적극적으로 연계시키고 있다.


물론 A2 등급은 최고 등급에 비하면 아직 6단계나 낮은 수준이고 외환위기 이전의 A1 등급보다도 한 단계 낮은 등급이다. 중국, 헝가리, 이스라엘과 같은 등급이며 싱가포르(Aaa), 홍콩(Aa3), 대만(Aa3)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이미 2005년에 다른 두 주요 신용평가기관인 S&P(스탠다드앤푸어스)와 피치는 각각 2005년 7월과 10월에 상향조정을 한 바 있고,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점은 이미 시장에서 알려진 사실이므로 다만 보수적인 무디스가 드디어 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는 별다른 긍정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1.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유가 한미FTA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디스가 왜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는가 하는 점이다.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등급상향 조정 이유는 ①무역, 금융, 자본시장 자유화 등에 따른 성장 잠재력 확충 및 거시경제의 안정적 운영 ②국가재정의 안정성 관리 ③6자회담 2.13 합의 이행 등에 따른 북한관련 불확실성의 감소 등이었다.

주요한 요인은 두 가지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다른 신용평가 기관에 비해 지정학적 리스크나 정치적 변수를 중시하는 무디스가 북핵위기 해결 조짐이 보이자 지정학적 위험도가 감소했다고 평가한 점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 플레이어들도 다 알고 있는 얘기로서 무디스가 평가하지 않아도 이미 자본시장에 반영되었다.


그럼에도 굳이 의미를 찾자면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무디스의 이러한 평가는 곧 미국내에서 북미관계를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 흐름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는 정도일 것이다.(지난해 10월 북한의 핵실험 직후에도 무디스는 한국의 신용도를 낮추지 않았다. 이를 증명하듯 핵실험은 파국이 아닌 대화의 국면으로 접어드는 길목이 되었다)


또 다른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무역, 금융, 자본시장 자유화’라고 표현했던 한미FTA 협상의 타결이다. 지난 4월 무디스 토마스 번 부사장은 “한미 FTA는 한국의 국가신용도 관련 펀더맨탈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무디스의 신용전망이 한미FTA 타결로 인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코리아헤럴드 2007.4.6) 최희남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과장 역시 “최근 북핵관련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한미FTA 체결 등 신용평가상의 긍정요인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디스에게 한미FTA 체결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해야 할 명백한 이유가 되고 있으며, 이는 곧 무디스가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는 확실한 징표이기도 하다.


2. 무디스는 어떤 기관인가?


그렇다면 한나라 경제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하는, 그래서 무디스 신용등급 평가 한마디에 나라 전체가 일희일비 할 정도의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무디스는 어떤 조직인가?


무디스(Moody’s Investors Service, 미국), 미국 주식시장에서 SP500 지수를 발표하기도 하는 S&P(Standard &Poor’s, 미국), 그리고 1997년 영국 IBCA와 미국 피치인베스터가 합병된 Fitch IBCA는 세계 신용평가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3대 신용평가 기관이다.

이들은 전 세계에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각 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이나 채권신용도를 평가할 뿐 아니라 주요 기업과 금융기관의 신용도를 평가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무디스는 우리나라 3대 신용평가회사(한국신용정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의 하나인 한국신용평가의 지분을 50퍼센트 소유한 대주주이기도 하다.


세계 3대 신용평가 회사들이 지금과 같은 막강한 위치에 오르게 된 것은 30여 년 전인 1975년 미국증권거래소(SEC)가 무디스와 S&P, 피치 등 3개 회사를 미국 증권거래소에 증권발행을 신고하기 위한 공식 신용평가 업체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즉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을 도입하고 부터다. 2006년 현재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으로 지정된 회사는 3대 신용평가 회사와 캐나다의 도미니언 본드 레이팅서비스(DBRS), 그리고 AM베스트 등 5곳 뿐이다.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 도입 취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기업이나 금융기관에 대한 이들이 신용평가를 실시하는 기본적인 목적은 미국증시에 상장한 업체에 대해 투자자가 투자 안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다. 때문에 각 평가회사마다 평가의 세부등급은 다르지만 ‘투자적격’ 또는 ‘투자부적격(투기등급)’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가 도입되고 자본과 금융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이들은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회사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 기업들과 심지어 국가들의 채권등급, 국가 자체의 신용등급을 평가하여 미국 금융자본의 투자활동을 지원해왔다. 30여 년 동안 미국의 공인 아래 확고한 독과점체제를 누리면서 한 나라 경제의 명운까지도 쥐고 흔들 수 있는 입지를 세워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 신용평가기관이 국가신용등급을 낮추기라도 하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 투자자들이 투자를 하지 않거나, 심지어 외국 채권자들이 신용 하락을 이유로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이 정한 신용등급은 해외 수출이나 무역거래시 고객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 예로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올라가도 해외에서 빌린 차입금리가 0.35퍼센트 떨어져 상당한 차입비용 절감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 이들 빅3의 신용 등급에 따라 움직이는 자금이 전 세계 국채 자금시장의 약 40퍼센트인 20조 달러에 이른다고도 한다.


한국정부도 외환위기가 터지자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한 번에 무려 6단계나 내리는 바람에 큰 어려움에 처했던 뼈아픈 경험을 한 뒤, 신용평가 등급을 올리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쏟으며 범정부적인 로비를 해야했고 지금도 그러는 중이다. 2002년 초 정부에서 당시 Baa2였던 신용등급을 A로 올리기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 ‘국가신용평가대책 협의회’를 구성하는 등 마치 시험성적이라도 올리려는 듯한 우스운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3. 참여정부 친미노선 전환의 일등공신은 무디스?


취임직전까지도 미국에 대해 “당당하게 대응”하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관이 취임 후 한 달도 지나기 전에 순식간에 역전되었던 배경에도 무디스의 ‘신용평가 강등’ 협박이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03년 2월 11일 무디스의 토머스 번 부사장은 재정경제부에 “북한 핵사태 진전을 반영해 한국의 국가신용등급(당시 A3) 전망을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해왔다.(한겨례21, 2003.3.14) 무디스 평가단이 그해 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4월까지 현재 등급을 유지한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당시 신정부 출범을 앞둔 참여정부에게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 분명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서둘러 2003년 3월 9일 당시 재경부국장, 국방부정책실장 그리고 반기문 청와대 외교안보보좌관을 미국의 무디스 본사에 급파해 “제발 한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지 말아달라.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정책은 앞으로 확연한 변화를 보일 것이다. 노 대통령의 방미 때까지 두 달만 시간을 달라”고 사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참여정부는 이라크전 지지의사를 밝히는 한편, 이를 대가로 북핵문제에 대한 평화적 해결원칙을 확인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곧바로 파병동의안을 가결시켰다.


그리고 2003년 5월 12일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때 존 루더펄드 무디스 사장 등과의 간담회에서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을 병행 추진해 나가겠다”며 4대 경제운용원칙을 제시하기도 했다. 막 출범한 참여정부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 기조를 자신의 경제운용 원칙으로 삼겠노라고 월가 앞에 약속한 것이다.


다음 해인 2004년 추가파병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 일던 와중에 청와대는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보고서 <한미관계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2004)을 인용하여 이라크 파병과 북핵문제를 다시 연계시킨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미국의 파병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미국이 무디스 등을 앞세워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강한 암시가 깔려 있었다.

보고서는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요인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 국가 신용등급의 하락과 함께 외국자본의 증시이탈 및 이에 따른 주가하락, 우리나라 발행채권의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 해외 단기차입의 연장 애로 등 금융, 외환시장이 크게 불안해질 수 있고 이 경우 가계와 기업의 소비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외국인 직접투자 유입도 축소 내지는 중단됨으로써 실물경제에 큰 파급효과를 갖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담겨있었다.

이는 참여정부의 대미정책 변화와 이라크 파병에 무디스가 무시할 수 없는 영향을 주었다는 증거다.


4. 미국에서조차 권위를 의심받고 있는 무디스


참여정부가 출범 초부터 지금까지 일개 민간 신용평가회사의 말 한마디에 쩔쩔매고 있는 동안 미국 내에서는 무디스를 포함한 3대 평가기관의 공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증폭되어왔다. 엔론과 월드컴의 파산이 그 분기점이 되었다.


2001년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이 회계부정으로 418억 달러라는 엄청난 규모의 파산에 이르기 불과 나흘 전까지도 무디스는 엔론에 대해 ‘투자적격등급’을 부여했다.

또한 다음해인 2002년 다시 한 번 최대의 회계부정을 저지른 뒤 파산한 월드컴 역시 고속 성장 과정에서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덕을 톡톡히 보았으며 파산 42일 전까지도 ‘투자적격’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를 믿고 돈을 맡긴 투자자들만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떠안아야 했다. 오히려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 공인을 받지 못한 소규모 신용평가 회사들이 발 빠르게 이들 기업의 재무위기를 알아채고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등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각광을 받기도 했다.

2003년에는 세계적인 낙농업체인 이탈리아 기업 파르말라트의 파산시에도 무디스와 피치는 내부평가를 실시해 놓고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아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이런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번지고 있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와 관련하여 3대 평가기관들이 이들과 연동된 채권에 대해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했다는 이유로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문화일보 2007.7.10) 미국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최소 50여 개의 서브프라임 대출업체가 부실대출로 문을 닫거나 파산을 앞두고 있는데, 오하이오주 검찰총장은 “(3대 신용평가기관들이) 대출업체들이 부적합한 고객에게 신규 대출을 실시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신용등급을 부여해 주고 업체들의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3대 평가기관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대되어 왔으며 이들을 규제 감독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5. 무디스는 과연 객관적이며 공정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 신용평가기관의 평가는 정말 공정한가, 또한 이들의 영향력과 권한에 상응하는 감독을 받거나 책임을 지고 있기는 한가.“이들 신용평가회사의 신용은 누가 평가하는가?”


이들은 국제협약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 표준조직이 아니다. 다만 투자자문과 신용평가를 하는 미국의 민간 기업일 뿐이다. 평가방식과 기준도 그들이 임의로 정한 것일 뿐 아니라 평가과정조차 공개하지 않는다. 우선 이들의 평가 공정성에 대한 몇 가지 원천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


첫째, 이들 평가회사는 제 3자적인 평가 의견그룹이 아니라 명백한 기업이다. 이들 신용회사 수입의 상당부분은 자신들이 평가하는 회사로부터 나오고 있는데, 자신들의 주 수입원인 고객사를 유지하고 확장할 필요성과 평가의 객관성 사이에는 상호 충돌하는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들이 수익을 추구하려는 한 객관적 평가에는 금이 가게 마련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즈가 무디스 등 신용평가 회사들이 단순히 3자적 입장에서 기업이나 국가의 신용정도에 대한 의사를 표시하는 수준을 넘어 “투자은행들의 금융상품을 구성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며 “구조화 증권 발행에 협력하고 수입을 챙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파이낸셜타임즈 2007.5월.11)


둘째, 이들은 내부 평가과정을 공개하지 않으며 평가시스템에 주관적인 평가나 평가 조작, 압력이 끼어들 소지가 다분하다. 신용평가회사 안에 평가위원회가 구성되어 있긴 하지만 대개는 수석분석가의 의견이 80퍼센트 정도 관철된다. 이때 수석분석가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평가에 반영될 개연성이 상존하며 심지어 신용발표 불과 수분 혹은 수초 만에 심층 분석도 없이 급조된 평가를 내리는 사례도 있다.(워싱턴 포스트 2004.11.22)


셋째, 조직적으로 신용평가 회사들은 그들이 평가하는 기업들과 연계되어 있을 뿐 아니라 미국정부와의 커넥션도 존재할 수 있다.

가령 무디스의 경우 이사진 대부분이 그들이 신용을 평가하고 있는 고객 기업의 임원을 겸하고 있는데 헨리 매키넬 무디스 이사의 경우 2005년 현재 신용등급이 최상위 Aaa등급인 화이자와 엑슨모빌의 회장과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1990년대 미국 신경제를 이끌었던 루빈 전 재무장관도 2001년 11월 엔론이 파산하기 직전에 피터 피셔 당시 재무차관과 무디스를 상대로 엔론의 신용등급 조정을 늦춰달라는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미국 국무성, 재무성, 백안관 등의 고위 관료들은 월가 및 미국 내 외교, 안보, 경제 전문가들과 직간접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무디스와 같은 미국 신용평가기관이 개별국가의 정치, 경제, 안보상황에 대해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미국무성이나 재무성, 백악관과의 교감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이들의 평가에 따라 한 회사가 수백만 달러의 손해나 이익을 보고 있고 주식과 채권시장이 충격을 받기도 하며 국제 투자흐름이 바뀌는 현실에서 이들이 사실상 외부로부터 아무런 감시 감독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미국 안에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결국, 엔론과 월드컴 사태를 계기로 신용평가회사들의 독과점과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미국 정가에서도 수차례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의 눈에 보이는 노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2년에는 시바네드-옥슬리법을 제정하여 SEC가 신용평가사에 대한 업무감독 보고를 정규화했고, 2006년 9월에는 ‘신용평가기관 과점 완화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 법안의 요지는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가 소수 특정 회사에만 배타적으로 부여하는 ‘국가공인 통계평가기관(NRSRO)’ 시스템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본이 끊임없이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 필요하지만 공정성이 절대 전제되어야 하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무소불위 지위에 대한 통제와 감시체제 마련을 위해 국제간 공조가 필요할 때”라는 지적은 전적으로 타당한 것이다.(한국경제 2005.9.27)

 

6. 무디스는 미국금융자본, 월가의 눈으로 세계를 볼 뿐이다


미국 정부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아 세계 각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해당국가 경제가 흔들리게 하는 무디스와 신용평가 기관들, 그들은 냉정히 보면 일개 민간 회사일 뿐이다. 그것도 미국 회사일 뿐이다. 이들이 일차적으로 자신들의 고객과 미국의 금융자본 그리고 미국정부의 이해관계를 우선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들이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흐름을 타고 세계 금융과 경제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그 목적이 미국 금융자본의 이익 실현에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바뀌지 않는다.


더욱이 이들이 평가 등급을 올렸다면 그것은 해당 국가 국민경제의 질적 개선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기보다 미국 금융자본이 투자할 환경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무디스 신용등급 상향조정의 주요 이유가 한미FTA 체결인 것은 이를 압축적으로 입증한다. 현재 한국경제의 어려움은 주지하다시피 미국 금융자본을 위한 투자여건이 미비해서가 아니라 이들 금융자본이 단기수익을 좇아 무제한적인 권리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명백한 상황을 도외시 한 채 그저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감사하고 환호하는 것이 국내 언론매체의 현실이다. 나아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담당자들도 그 동안 국민의 비위를 맞추기보다 월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에너지를 쏟아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나마 25일자 연합뉴스가 시론을 통해 “수출 호조 속에 증시 활황까지 겹쳐 성장률을 밀어올리고 기업과 은행, 증권사들은 호황을 누리는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딴세상 이야기”라며 이번 무디스의 상향조정이 “어떻게든 국가 신용등급을 올리려고 당국자들이 애면글면하며 매달린 결과물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국가 신용등급 향상에 대한 환호에 앞서 미국의 금융지배력에 휘둘려 온 신흥국들 사이에 “왜 3개 평가기관은 모두 미국회사인가”라는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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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7. 11. 20. 19:58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초로 1600포인트대에 올랐다. 1980년 1월 4일의 주가지수가 100포인트였으니 26년 만에 1600포인트 고지에 오른 것이다. 주가 상승에 대한 보도와 펀드 관련 기사, 주말 황금시간대에 펀드와 금융상품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까지 도처에 주식시장의 활황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런데 일하는 국민의 입장에서 주가지수 1600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증시 호황을 이끄는 것은 산업 자본과 괴리된 투기 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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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상승이 반가울 수 없는 이유는 최근의 활황이 주주자본주의적인 머니게임에 기인한다는 점이다. IMF 이후 한국에 정착된 주주자본주의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기업을 사고파는 M&A 등을 통해 주주들의 단기 이익 추구 성향을 노골화했다. 주주에 대한 배당과 주가 시세차익의 극대화가 경제활동의 지상 목표로 설정되었고, 국민경제 전반의 안정성과 선순환구조는 뒷전으로 밀렸다.

경영권 방어에 급급한 기업의 투자 부족으로 성장 동력이 소실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주가 상승은 절대로 국민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치솟는 지수는 비정규직 남발을 비롯한 노동 조건의 위기와 소득 5분위 배율의 증가로 표현되는 양극화를 배경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주주 중시 풍토에서 시중 자금은 산업 자본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부동산과 주식 투기로 몰려든다. 주식시장은 돈이 넘쳐나고 물량 공백으로 주가가 상승하지만 자금이 돌지 않는 중소기업과 서민경제는 더욱 더 피폐해질 뿐이다.


과연 개미들에게도 혜택이 고루 돌아갈까


그렇다면 주식에 투자한 서민들이라도 돈을 벌고 있는 것일까?

2005년 기준으로 개인투자자 수는 약 350만 명으로 전체인구의 10% 미만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전체 증시의 60%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 나머지의 대부분도 대주주들이 장악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지분을 제외하면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미미한 셈이다. 자본 규모와 투자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실패율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주가 상승 혜택을 맛볼 수 있는 국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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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든 지분을 제외하면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미미한 셈이다. 자본 규모와 투자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실패율이 대단히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주가 상승 혜택을 맛볼 수 있는 국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11.11.15 14:16 [ ADDR : EDIT/ DEL : REPLY ]
  2. 결국 주가 상승 혜택을 맛볼 수 있는 국민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12.02.20 19:0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