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2 / 0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에 실린 마틴 울프(Martin Wolf)의 글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기 위한 7가지 방법(Seven ways to fix the system's flaws)"을 요약 소개한다. 마틴 울프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경제평론가이며 저서로는 '금융공황의 시대'가 있다.

이 글은 파이낸셜타임스가 "자본주의의 위기(Capitalism in crisis)"라는 이름으로 연재하는 기획기사의 일부분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재를 시작하며 자본주의는 굉장히 뛰어난 생존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변화와 개혁을 실행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30년대 대공황을 이야기하는데, 그 덕분에 케인즈주의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특히 세가지 점에서 개혁이 일어났고 본다. 첫째, 금융규제가 강화되어 미국에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역할을 분리한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제정되었다. 둘째, 많은 국가에서 복지국가가 탄생하고 발전했다. 셋째, 2차 세계대전 후 1930년대의 보호주의를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는 1930년 대공황보다는 규모 면에서 작지만, 큰 사건이고 특히 세계의 경제권력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위기가 어떤 개혁과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아래 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개혁을 제시하고 있다. 거시경제, 금융, 일자리와 소득, 기업 지배구조, 조세, 민주주의, 세계화의 7가지 부문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기 위한 7가지 방법
(Seven ways to fix the system's flaws)

2012년 1월 22일
마틴 울프(Martin Wolf)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3년 전 세계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았다. 지금 상황은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 무언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일까?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장점이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7가지 변화의 요구를 살펴보자.

1) 거시 불안정성 관리(Managing macro instability)

경제학의 주요 논쟁 중 하나는 현대 자본주의가 태생적으로 불안정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민스키(Minsky)는 그의 걸작 "불안정한 경제 안정화시키기(Stabilizing an Unstable Economy)"에서 경제가 잘 굴러가는 시기에 이미 침체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자기자본을 담보로 자본을 차입하여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 - 역주)가 점점 증가하여 결국엔 폭발하고 만다는 것이다.

민스키는 현금 흐름을 통해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는 "헤지(hedge)"에서 현금 흐름을 통해 부채의 원금은 갚지 못하지만 이자는 갚을 수 있는 "투기(speculative)"로, 그리고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폰지(ponzi)"로 금융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겪은 일이 바로 이것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위기를 안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경기순응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둘째, 거시 건전성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특히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간과했던 점을 개선하여 레버리지의 증가를 규제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중앙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위기 전 정부와 중앙은행의 잘못된 정책으로 침체가 촉진되었다.

2) 금융시스템 개선(Fixing finance)

금융은 모든 시장경제에서 핵심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취약한 신뢰의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는 까닭에 쉽게 붕괴되었다.

대안은 무엇일까? 경제를 금융으로부터 보호하고, 금융을 경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다시 말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튼튼한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격 흡수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핵심 금융기관들은 자기자본의 10배를 넘는 레버리지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금융기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즉각 해결에 나갈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투자은행이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금융상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3)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 해결(Addressing inequality and jobs)

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선진국 국가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불평등이 크게 증가했다. 불평등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이 문제가 된다고 보는 시각은 두 가지이다. 첫째, 불평등으로 인해 정치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결과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빈곤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제대로 된 출발 기회를 얻기 힘들다.

대안은 무엇일까? 재정정책을 통해 승자로부터 패자로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일자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교육과 보육의 질 개선 등은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 효과적으로 수요를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4) 기업 지배구조 변화(Changing corporate governance)

현재 자본주의의 핵심기업은 유한책임회사(주식회사, LLC Limited liability corporation)이다. 이는 매우 훌륭한 사회적 발명이지만,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고위 임직원과 주주의 이익에만 주목하여 기업의 장기적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 주주의 권한은 환상에 불과하다. 주주 가치의 최대화는 함정일 뿐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기업의 소유권과 협력관계 등을 손상시키지 않는 한에서 세금과 규제를 확실하게 가해야 한다. 순수하게 독립적이고, 권력 분산적이며, 투명한 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임직원의 급여를 투명하게 하고, 기업에 해가 되는 보너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

5) 조세 제도 수선(Tinkering with taxation)

세금은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금은 핵심 공공재 공급에 필요한 가용자원의 양을 결정하고,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에 포함된 부채에 대한 특혜를 없애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자산과 부채를 동등하게 취급한다면 취약성을 확실히 감소시킨다. 또한 과세대상을 소득에서 소비와 부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부자 과세의 경우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이 많기 때문에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6) 정경유착 근절(Curbs to purchasing politics)

정치와 시장은 각각 적절한 영역을 갖고 있다.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기반으로 하고, 정부는 시민을 기반으로 한다. 민주적 정치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없다면 금권정치, 재벌에 의해 장악된 정치가 되고 만다.

대안은 무엇일까? 기업의 선거자금과 정치자금 후원을 규제해야 한다.

7) 공공재의 세계화(Globalising public goods)

오늘날 자본주의의 세계화는 중요한 특징이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작동하는 금융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로 통합된 세계 금융시스템을 분해시키고 국가적 수준에서 규제를 하는 것과 통합된 세계 정치를 강화하면서 높은 수준에서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광범위하게는 정치의 방식과 경제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시장의 개방, 통화의 안정, 금융의 안정, 환경 보호 등과 같이 전세계가 공유하는 공공재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적 지배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위기는 그저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운 기회이다. 자본주의는 항상 변화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내에서 특수하고 실용적인 개혁을 찾아야 한다. 물론 자본주의는 여전히 자본주의이다. 매우 불완전하다. 하지만 여전히 인류의 가장 훌륭한 발명 중 하나이며, 더 많은 이들이 번영을 꿈꿀 수 있는 바탕이다. 그러니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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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고서2011. 9. 26. 12:04

2011.09.26여경훈 새사연 연구원

최근 저축은행 사태에는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부실, 금융규제당국의 정책실패, 대주주의 방만 경영과 비리 등 온갖 문제가 겹쳐 있다. 하지만 모든 현상의 밑에는 정책실패가 도사리고 있다. 본디 상호저축은행은 영세 자영업자 및 소규모 기업 등에 금융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일반 시중은행이 이들에게 돈을 잘 빌려주지 않으니 그 보완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떼돈을 벌 욕심으로 부동산PF 등 고수익-고위험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한국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그리고 현재의 미국 금융위기를 일으킨 투자은행에 가까운 영업행태를 보인 것이다. 한국의 시중은행보다도 적은 몸집으로 미국의 투자은행처럼 행동한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문제는 그런 행위를 규제해야 할 금융당국이 오히려 그 행위를 조장했다는 데 있다. 한마디로 저축은행 사태는 ‘규제완화’와 ‘위험증가’라는 두 바퀴가 서로 맞물려서 일으킨 대규모 “인재”이다.

먼저 금융당국은 이해당사자들에게 포획되었다(규제포획, regulatory capture). 부산저축은행에서 보듯이 정치권 로비와 회전문 인사 관행로 인해 당국은 자신의 존재이유조차 잊어버렸다. 또한 금융당국은 ‘대형화’ 신화에 사로잡혀 저축은행의 외형 확대를 적극적으로 방조했다. 작년 상반기 기준, 11개 계열저축은행의 총자산 합계는 53.2조원으로 총 105개 저축은행 총자산의 61.8%나 차지하였다. 위험관리능력도 경험도 없는 몇몇 저축은행이 이렇게 몸집을 부풀린 것은 그만큼 동반부실의 위험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산, 토마토, 제일 등 3개 대형 저축은행 앞에서 울부짖는 서민들의 고통을 만든 것은 이들 앞에서 “염려 말라”며 2000만원짜리 저축 쇼를 하고 있는 바로 그들이다.

두 번째는 규제퇴보다. 당국은 과거 금융위기의 교훈을 너무도 빨리 잊어버리고 ‘금융허브’와 같은, 이제 망상으로 판명난 정책목표를 고집했다(불행하게도 아직도 고집하고 있다). 2005년 말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제로베이스 금융규제 개혁방안’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88클럽이 탄생하고 법인에 대한 80억 금액규제의 한도도 폐지했다. 80억 초과 여신의 60.8%(10.7조)가 부동산 대출이었고 2005년 6.3조원이던 PF대출은 1년 만에 84%나 증가하였다. 이 규제퇴보가 부동산 PF를 불러온 것이다.

세 번째로 규제회피란 새로운 금융상품과 기법을 개발하여 기존 규제의 틀 밖에서 새롭게 위험을 발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저축은행이, 사실상 스스로 지배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비업무용 부동산 투자행위, 한도 초과 여신 및 투자행위, 분식회계와 편법대출을 자행하는데도 당국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지금 서민 고통의 핵심인 후순위 채권은 2009~10년에만 9000억 넘게 발행되었고, 그 발행금리가 수신금리보다 3~4%p 높아 은행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당국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끝없이 오르고 있던 부동산가격은 1997, 2004년 금융위기의 뼈저린 기억마저 망각의 늪으로 밀어넣었다. 시중에는 부동산 재테크 관련 뉴스와 책이 넘쳐났고 투기꾼과 건설사, 그리고 저축은행은 부동산버블의 향연을 마음껏 즐겼다. 우리의 금융당국은 ‘자율규제’라는 명분을 내세워 잔치의 흥을 돋울 뿐이었다.

현재 정부는 어떻게든 이 위기를 미봉해서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진단은 저축은행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감독과 규제시스템을 철학부터 수단까지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안정과 실물과 금융의 균형발전전략이 금융정책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대형화를 통한 투자은행 육성, 금융허브와 같은 망상을 하루 빨리 버려야 한다. 그런 기조 하에서만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위한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은 부활할 수 있다. 미봉이냐, 근본적 전환이냐, 금융감독의 기조도 어떤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뽑을 것인가의 시금석 중 하나이다.

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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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축은행 사태, 정말 곁에서 봐도 너무 말도 안됩니다. 은행이 고객돈을 빌려다 이자는 못 줄 지언정 원금까지 까먹고 거기다가 정부까지 5천만원 한도 보장이라고 엄포를 놓으니 예금자들은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 아니겠습니까? 물론 은행의 부실을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대손충당금이나 자기자본 비율 제도만 잘 정비해 놓았어도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사실 은행이 비상시 고객의 돈을 변제할 능력도 안되면서 은행업을 하거나 정부가 사업을 허가해 준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됩니다. 그리고 극도의 불황으로 부도업체가 급증하는 시기에 이번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내막에 석연치 않은 부조리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예금자들이 맡긴 돈 중엔 노후자금이나 평생 모아서 저축한 돈들도 있었을텐데 이런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 금융시스템과 법적 제도가 얼마나 취약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아마도 이런 취약한 제도가 도입된 데에는 말씀하신대로 선진국들의 위험한 금융제도를 아무런 검토나 연구없이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우리네 감독당국과 은행들의 한심한 베끼기가 한몫 했을 겁니다. 무엇이 상식이며 무엇이 예금자들에게 안전한 시스템인지는 배제된 채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선진국들의 금융제도를 도입해 돈벌이를 하려고 하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거지요. 참으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이런 허술함의 기본적인 재정비를 통해 돈을 맡긴 선량한 국민들이 이런 무능하고 비도덕적인 은행으로부터 돈을 떼이지 않게 하기 위한 철두철미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자꾸 업계를 대변하려 하지 말고 정말로 예금자 편에 서서 국민들 편에 서서 이런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여기에 대해 너무나 소극적이었고 선진국의 금융 제도를 그대로 베끼기에만 급급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이 문제라고 볼 수 있죠.

    2011.10.01 14:48 [ ADDR : EDIT/ DEL : REPLY ]

주제별 이슈 2009. 12. 2. 12:00
11월 26일자로 날아든 중동의 두바이 충격이 잠잠해졌던 글로벌 금융시장을 다시 한 번 흔들어 놓았다. 두바이 총 외채 800억 달러 가운데 600억 달러 가량을 차지하고 국영회사 두바이 월드가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미국 증시를 폭락시켰고 금융시장 위험도를 급격히 상승시켰다.

물론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세계 도처에 여전히 얼마나 많은 금융부실 폭탄이 깔려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또한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주식시장도 지난 11월 27일에 무려 70포인트 이상이 빠지면서 한때 심각한 혼란에 빠졌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30일, "두바이에서 터진 문제가 유럽과 아시아로 옮겨갈 수 있어 불안하다"면서 "세계 경제에 불안요소는 여전하다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고백해야 했다. 취임 초만 해도 전라북도를 방문해서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자며 두바이 모델을 치켜세웠던 당사자가 이명박 대통령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 하다.

사실 두바이의 부도 위기는 이미 올해 2월 2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United Arab Emirates)의 중앙은행, 실질적으로는 아부다비(Abu Dhabi)로부터 100억 달러 구제 금융을 받으면서 표면화된 바 있다. 당시에도 두바이 국내총생산(GDP) 720억 달러의 110퍼센트에 이르는 800억 달러의 국가채무와 올해 갚아야 할 150억 달러 채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제 금융으로 약 9개월을 버텨오다가 다시금 2차 부도위기가 터진 것이다.

그러면 ‘중동의 진주’로 불리며 고속성장을 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고 한국 대통령까지 모델로 삼고자 했던 두바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인가. “금융, 부동산, 관광으로 급성장해온 두바이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 분야 모두 몰락하면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가 압축적으로 표현한 두바이 위기의 실체다.

두바이는 석유자원의 90퍼센트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아부다비를 핵심 국가로 하여 7개 부족국가 연합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소속된 나라다. 그런데 막상 두바이는 석유 비중이 3퍼센트 남짓 밖에 되지 않으며 유통 35퍼센트, 제조 15퍼센트 그리고 부동산 15퍼센트, 금융이 9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 관광으로 움직이는 경제가 두바이 경제라는 이야기다.

이런 두바이 경제의 고속성장 비결은 자유화, 개방화에 있었다. 성장의 핵심동력인 자본과 인력을 대부분 외국에서 끌어왔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엄청난 금융자본주의 팽창에 따라 넘쳐나는 자본을 서구 선진국들에게서 끌어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쏟아지는 아시아 시장의 값싼 노동인력(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을 대규모로 수입하여 인위적인 대규모 부동산 건설을 추진해온 것이 2000년대의 두바이 경제다.

특히 두바이 인구 약 160만 가운데 80퍼센트가 넘는 120만 이상이 두바이 국적 없이 단지 ‘돈벌이’를 위해 두바이로 몰려들어온 외국인이었다. 애초 두바이 국민은 아이슬란드와 다름없는 30만을 조금 넘는 규모였다. 여기에 OPEC 4위 석유생산을 하는 아부다비를 핵심으로 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탄탄한 자금지원이 아이슬란드와는 다른 강력한 배후 지원기지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석유가격마저 4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두바이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 외국자본의 대규모 이탈 → 노동자의 이탈 → 부동산 가격 폭락 → 두바이 건설경기 침체 → 심각한 유동성 부족으로 연결되면서 두바이 경제는 빠르게 침체로 돌입했고 국가적인 자금난에 빠지게 된다. 그 동안 개방화된 두바이로 몰려들었던 자본과 인력이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자본 엑소더스와 인력 엑소더스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개방화, 자유화로 외국 금융자본이 들어오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면 그 만큼 나가기도 쉬울 수밖에 없다. 밀물처럼 외국자본이 밀려들면서 유구하게 고속성장을 누릴 것처럼 보였던 개방형 국가들에게,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 금융자본의 탈출은 곧 경제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아이슬란드가 그렇고, 동유럽이 그러하며 두바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개방과 자유화로 호황을 누렸던 이들 나라들은 글로벌 금융자본주의가 성장기를 누리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생존할 운명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두바이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선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개방의 나라 두바이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우리보다도 오히려 덜 개방적이라는 사실이다. 두바이의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두바이 월드를 포함하여 국영회사이며 두바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소유할 수 있는 지분은 최대 49퍼센트까지 밖에 허용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는 외국인 주식소유제한의 거의 철폐되었다. 지금도 유가증권 전체 시가 총액의 32퍼센트가 외국인 소유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자본시장 자유화와 개방화 기조를 확대해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세계는 브라질을 필두로 해서 대만 등 상당히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외국자본의 증권 매입 제한이나 거래세 부과 등 이른바 ‘자본 통제’조치를 시행하거나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제로 금리와 달러 약세를 배경으로 전 세계에서 달러를 빌려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dollar carry trade)'가 대폭 늘어나 신흥국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키고 있고 통화가치를 절상시켜 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두바이 충격이 유럽 국가들에서는 유럽 은행들 보유한 중동채권 부실 위험이 불안 요소였지만, 아시아는 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실은 국가의 적극적인 구제 금융과 지원으로 금융위기가 표면화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금융위기 원인 자체를 제거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2월 부도위기 이후 총 200억 달러 가량을 아부다비로부터 지원받았지만 결국 해외 금융 차입과 해외 인력 차입에 의한 건설 부양이라는 성장 동력은 이미 정지된 상태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재차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이는 당장 두바이보다 훨씬 큰 부채 규모를 가지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며,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이나 유럽에서 국가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 살아남은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나 기업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강력한 금융규제와 자본 통제를 통해 문제의 뿌리를 구조개혁하지 않는 한 위기는 끝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제’의 시기 이후 ‘규제’의 시기가 와야 했건만 어느덧 정부 덕분으로 살아나게 된 금융회사들이 다시 규제를 ‘망각’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 충격에 이은 또 다른 금융 충격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들의 ‘망각’의 잠을 깨우게 될 것이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 <민중의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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