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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08.15 14:46
8.15 광복 64주년이 돌아왔다. 일제 식민지 통치에서 벗어나 국가의 자주독립을 되찾고 우리의 자립적인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득 안고 64년 전의 우리 국민들은 광복을 열광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64년이 흐르는 동안, 우리는 외형적으로 국가적 독립을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의 대외 종속성 논란에서 한 번도 벗어나본 적이 없었다. 50년대에는 이른바 ‘일제 자산 불하와 원조 경제’라는 문제로 경제 종속이 이슈가 되었다. 수출 주도형 개발경제 시절이던 60, 70년대에는 ‘차관 경제’라는 이름의 대외 의존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그리고 차관 경제의 후 폭풍 여파를 이어받은 80년대에는 ‘외채 문제’를 끌어안고 씨름해야 했던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런데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어느 순간 우리 경제의 ‘대외 의존성’ 문제는 경제학계와 세인의 뇌리에서 사라지기 시작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미국과 일본의 단순한 ‘하청 업체’에 불과한 것 같던 우리 재벌 대기업들이 서서히 자체 기술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스스로 시장을 넓혀가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던 배경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배경에는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의 역사무대에 등장하고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를 향해 국경, 무역장벽과 제도 장벽을 해체해 나갔던 역사가 있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선진 국가와 개발도상국(또는 신흥국) 사이의 불평등한 경제 관계’ 따위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믿게 한다. 즉, 국가 간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국경과 국민경제의 구분을 없애고, 지역별/국가별 편차도 없애고, 이른바 ‘평평한 단일한 세계 경제권’이 형성되었다고 믿게 했다.

모든 경제적 관계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통일하기만 하면 불평등한 국가 간 경제관계는 없어지고, 국경을 초월하는 경쟁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질서에서는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불평등한 국가 간 경제 의존관계 따위는 더 이상 거론할 필요도 없는 낡은 유물이고, 평평한 세계경제 안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오직 지상의 과제가 되는 것인가?

1.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국경의 해체

신자유주의는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 작은 정부 큰 시장 같은 특정 정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신자유주의는 20세기 중반을 지배했던 케인주의 경제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지난 30년 간 미국을 필두로 세계 경제를 지배해온 ‘역사적으로 현재 단계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이다. 즉, 1980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때까지 세계경제를 지배해왔던 자본주의 시스템을 신자유주의로 부를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한편에서는 1970년대까지의 완전고용 추구와 고용안정에 기초한 소득상승 그리고 이에 의한 구매력 확대로 움직여왔던 자본주의가, 자본 측의 이윤 부분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데 대한 역사적 반동으로 나타난다.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이 노동유연화에 의한 항상적 고용불안 구조, 노동소득 정체에 의한 경제적 양극화를 동반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다른 한편에서 신자유주의는, 자본 가운데 특히 금융자본의 주도력이 높아지고 금융자본을 중심으로 한 자본질서의 재편, 산업구조의 재편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금융적 이윤추구가 기본이 되는 자본주의였다. ‘경제의 금융화’ 현상이 신자유주의의 가장 중요한 현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울러 신자유주의에서 노동 유연화와 경제의 금융화는 서로를 보완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을 완결시켜 주고 있는데, 노동유연화에 의한 소득 정체와 구매력 정체를 금융부분에서의 금융자산 거품과 금융대출에 의한 신용적 구매력 확대로 보완해 주었던 것이다. 노동 소득이 정체된 다수의 노동자들이 이른바 ‘주식과 펀드 투자’를 감행하면서 노동자가 아닌 ‘투자자’라는 환상을 심어주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영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노동 유연화와 경제의 금융화를 핵심으로 한 신자유주의가 역사무대에 등장한 이후, 1980년대 말 이른바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신자유주의는 세계화된다. 전통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인 ‘규제완화, 감세, 민영화, 작은 정부 큰 시장’ 슬로건에 ‘자유화, 개방화’가 더 얹어지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남미, 동유럽, 그리고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1990년대에 동유럽 사회주의가 해체되고 세계시장이 거의 단일 시장화 되자, 신자유주의는 자본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을 세계화시키면서 사실상의 지역과 국경을 무의미하게 만든다. 첨단 IT기술 도입으로 이제 월가 중심의 글로벌 금융 자본은 하루에도 수조 달러가 전 지구를 돌면서 투자를 하고 자금을 회전시키는 운동을 하기에 이른다. 한국은 외환위기를 계기로 금융시장의 개방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외환시장, 자본시장, 대출시장의 대대적인 자유화와 대외 개방을 경험하게 된다.

동시에 자본의 이동만큼 자유롭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는 WTO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상품 무역, 특히 금융을 포함한 서비스 무역의 자유화를 추진하게 되고, 각종 관세장벽과 비관세 장벽을 포함해서 국가 간 무역 장벽을 낮추기 시작한다. 한국 경제 역시 과거보다 무역의존도가 훨씬 커지게 되었고 무역대상 국가들도 미국, 일본을 벗어나 아세안, 남미,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팽창하게 된다.

한 발 더 나아가 역시 상품 무역만큼 자유롭지는 않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노동의 이동 속도도 눈에 띄게 증가한다.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가 최근 합법적, 비합법적인 경로를 포함하여 약 40만 명이 넘을 정도로 팽창한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또한 여전히 부자유스러운 노동의 국경 간 이동이라는 제한을 넘고자, 이른바 ‘글로벌 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자본이 노동을 찾아 국경을 넘는 일이 대 유행하는 국면으로 넘어간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동남아나 동유럽, 심지어는 미국 등지에 현지공장을 속속 가동시키고 중소기업들도 중국과 베트남 등 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이전하게 된다.

                                    [그림1]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변화

이처럼 금융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성을 주축으로 상품 무역의 자유화, 그리고 노동 이동의 확대라고 하는 현상이 신자유주의 세계화 속에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빠르게 진행되었던 것이다.

자본이동의 자유화, 상품 무역의 자유화, 노동 이동의 확대는 더 이상 민족국가 내부에 재생산 구조가 완결된 형태의 국민경제라는 개념을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글로벌 자본시장과 글로벌 무역시장, 더 나아가 글로벌 노동시장에 깊숙이 편입되지 않는 국민경제는 존속할 수 없는 시대로 접어든 것처럼 보였다. 경제적 차원에서 한국경제의 글로벌 시장 편입은 곧 정치적, 문화적 차원에서의 국경과 국가, 민족 개념을 약화시키는 물질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처럼 1990년대 이후 경제의 글로벌화라는 물질적 요인에서의 국경 해체를 충분히 분석하지 않고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어째서 민족이라는 개념이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2. 신흥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금융 개방화-자유화’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진정으로 국가 간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국경과, 국민경제의 구분을 없애고 지역별/국가별 편차도 없애고, 이른바 ‘평평한 단일한 세계 경제권’을 형성하였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세계화된 신자유주의 경제에서도 명백하게 각 국가의 국민경제 사이의 차별성, 격차는 오히려 확대되어 왔으며 선진국과 신흥국, 또는 개발도상국 사이에 차별적인 발전경로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점은 특히 세계화 정도가 가장 높고, 현대 경제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부문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실상 1980년대 남미의 외채위기, 1990년대 초 멕시코 외환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0년대 초 아르헨티나와 볼리비아의 금융위기 등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의 금융위기는 국가 부도사태를 부를 만큼 파괴적인 것이었다. 물론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와 그 이후 저축대부조합 부실, 1990년대 일본의 장기불황과 북유럽의 은행 위기,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움과 미국의 LTCM 파산 등 선진국에서도 금융위기가 끊이지 않고 일어났지만 그 정도와 깊이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 비교할 것이 아니었다.

특히 신자유주의 이후에는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관계가 실물부문(국제 상품무역)에서의 연관성은 상대적으로 약화되어 온 반면 금융부문의 의존도는 전례 없이 높아져 왔고, 이제 신흥국 경제를 좌우하는 요인은 선진국 금융과의 의존도가 얼마나 되는가에 달려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해주고 있는 경제논쟁이 이른바 ‘동조화’ 논쟁이다.

1) 동조화(coupling)와 탈동조화(de-coupling)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는 표현이 오랫동안 미국 경제와 아시아 경제, 또는 한국 경제의 동조화(coupling) 현상을 집약적으로 설명해주었고 지금까지 확고부동한 진실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한국경제는 실물경제에서 미국과의 동조화는 과거보다 상당히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수출의존도만 놓고 보면 대미 수출 비중은 평균 10퍼센트 수준이고 일본은 6퍼센트다. 그러나 중국은 22퍼센트를 넘어서고 있고 유럽과 아세안도 각각 15퍼센트 전후다. 물론 한국의 대 중국 수출은 중국의 대미수출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만, 종합적으로 상품 무역 분야에서 한국의 미, 일 의존도는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일본의 실물경기 침체가 과거만큼 한국 경기 침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금융부문으로 시야를 옮기면 얘기는 달라진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미국의 위상은 절대적이다. 전 세계 주식과 채권의 40퍼센트를 미국이 쥐고 있다. 최근 아시아 외환보유고와 중동 오일머니가 세계 금융시장의 강자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고, 달러 약세에 따른 유로화의 부상도 눈에 띄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위협을 말할 단계는 아니다.

이처럼 지금의 세계는 금융을 중심으로 국가 사이의 경제 의존관계가 구조화되어 있고, 이에 따라 경제 침체의 동조화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관계 역시 과거식의 군사, 정치적 의존관계에 더해 금융을 축으로 한 경제적 메커니즘 자체의 의존관계가 점점 더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주식시장 동조화 현상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한미 관계의 실체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금융부분에서의 더 긴밀한 동조화/의존관계가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신흥국가들에게 ‘금융 자유화-개방화’를 요구하면서 금융 세계화를 추진한 때문이다. 한국경제도 외환위기 이후 자유화, 개방화가 주로는 금융부분, 즉, 외환시장, 채권시장, 주식시장, 대출시장의 자유화, 개방화에 집중되었고, 그 결과 금융시장에서 미국과의 동조화 현상이 어느 때보다 깊어진 것이다.

그 결과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금융 개방과 자유화 정도가 높았던 나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한국에 들어왔던 외국 금융자본은 본국의 유동성 부족이 극심해지자 한국에 투자한 자금을 신속히 회수하기 시작한다. 2007년 금융위기 이후 1년 만에 50조 원 이상의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주가는 대폭락했고, 주식매도 자금을 달러로 바꾸어 송금하면서 달러부족과 환율폭등에 시달린다.

여기에 외국의 환투기 세력과 주식시장의 공매도 공세로 위기는 더 증폭된다. 단기 해외차입을 급격히 늘린 은행들은 해외자금 차입이 불가능해지면서 달러 유동성 부족에 빠진다. 외국은행들처럼 수익성 경쟁을 해온 은행들의 과잉 대출이 늘어나고, 대출자금 마련을 위해 CD나 은행채와 같은 시장성 수신을 늘린 결과 원화 유동성마저 부족해진다.

이들 요인이 지난해 9월 이후 총체적으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외환시장, 주식시장, 채권시장, 대출시장이 마비되었고, 그 충격으로 자금조달 통로가 막힌 기업들은 심각한 자금난에 빠지게 되었다. 이것이 한국판 금융위기의 실체이다. 외환위기를 극복하겠다며 IMF의 요구를 받아 한국 금융시장에 도입한 자유화-개방화가 바로 10년 만에 다시 한국의 금융위기를 불러온 장본인이 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글로벌 금융위기에 가장 취약한 동유럽 국가들이 이른바 경제자유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국가들로 분류된 것을 보아도 입증된다. 지난 13일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2009 세계 경제자유지수(IEF: Index of Economic Freedom)’에 따르면,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그루지야, 보스니아, 몰도바, 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등이 경제자유지수가 20포인트 이상 상승한 나라들이다. 한결같이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나라들이다.

2) 아이슬란드 경제 붕괴의 교훈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6만 4141달러로 세계 3위(한국 24위)를 기록한 유럽의 강소국이자, 유엔의 설문에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되기도 한 인구 31만 명의 작은 섬나라가 아이슬란드이다. 이랬던 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이던 2008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국가경제가 무너져 IMF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몰락한 이유는 바로 금융의 자유화, 개방화 때문이었다.

수산업으로 먹고살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는 1990년대부터 신자유주의 바람을 타고 금융자유화를 추진하고 은행을 민영화했다. 그러자 아이슬란드의 고금리를 쫓아 전 세계 금융자본이 몰려들어 외국자본으로 넘쳐났다. 수산업 중심의 낙후한 경제가 졸지에 세계 금융허브로 변신하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외국에서 쏟아져 들어온 자금을 빌려 주택을 구입하고 고급 자동차를 사는 등 이른바 부채로 과잉소비를 시작하며 ‘번영(?)’을 누리게 된다.

짧은 번영을 누린 뒤에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자본은 일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아이슬란드 경제는 순식간에 붕괴되었다. 이 나라 통화인 크로나화는 1년 만에 무려 82.7퍼센트나 폭락했고, 5000포인트를 넘던 주가는 800선으로 주저앉았으며 1퍼센트 남짓하던 실업률은 6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빚더미 위에 앉게 되었다.

"아이슬란드 위기는 금융자유화에 따른 은행의 과잉성장과 그것을 제어할 시스템의 부재에서 비롯되었다", "금융허브의 꿈은 악몽으로 끝났다. 그 대가는 비싸다"(<경향신문> 2008. 11.26)고 자조한 아이슬란드 국립대 교수의 발언은 한국 경제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문제였다.

3) 아시아에서 두바이 경제의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유럽의 아이슬란드와 아일랜드, 동유럽 그리고 아시아의 한국에 이어 중동에서는 두바이(Dubai)가 부도위기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다. 외국 언론들은 최근 동유럽 국가들이 외환고갈로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와중에 “중동 시장은 특히 두바이가 이미 심각한 상황에 빠져있다”며 두바이를 중동의 부도위험 국가 1순위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Economist, 2009.2.26). 파이낸셜타임즈도 두바이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있는 아일랜드와 비슷할 정도로 경제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동의 고속성장의 신화이자 이명박 정부가 우리나라의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며 치켜세웠던 두바이 경제가 어떻게 중동의 아이슬란드가 되어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몰락한 것일까.

두바이는 석유자원의 90퍼센트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아부다비를 핵심 국가로 하여 7개 부족국가 연합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소속된 나라다. 막상 두바이는 석유 비중이 3퍼센트 남짓 밖에 되지 않으며 유통 35퍼센트, 제조 15퍼센트 그리고 부동산 15퍼센트, 금융이 9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 관광으로 움직이는 경제가 두바이 경제라는 이야기다.

이런 두바이 경제의 고속성장 비결은 자유화, 개방화에 있었다. 성장의 핵심동력인 자본과 인력을 대부분 외국에서 끌어왔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엄청난 금융자본주의 팽창에 따라 넘쳐나는 자본을 서구 선진국들에게서 끌어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쏟아지는 아시아 시장의 값싼 노동인력(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을 대규모로 수입하여 인위적인 대규모 부동산 건설을 추진해온 것이 2000년대의 두바이 경제다.

특히 두바이 인구 약 160만 가운데 80퍼센트가 넘는 120만 이상이 두바이 국적 없이 단지 ‘돈벌이’를 위해 두바이로 몰려들어온 외국인이었다. 애초 두바이 국민은 아이슬란드와 다름없는 30만을 조금 넘는 규모였다. 여기에 OPEC 4위 석유생산을 하는 아부다비를 핵심으로 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탄탄한 자금지원이 아이슬란드와는 다른 강력한 배후 지원기지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석유가격마저 4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두바이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 외국자본의 대규모 이탈 → 노동자의 이탈 → 부동산 가격 폭락 → 두바이 건설경기 침체 → 심각한 유동성 부족으로 연결되면서 두바이 경제는 빠르게 침체했고 국가적인 자금난에 빠지게 된다. 그 동안 개방화된 두바이로 몰려들었던 자본과 인력이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자본 엑소더스와 인력 엑소더스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치닫게 되었다.

개방화, 자유화로 외국 금융자본이 들어오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면 그 만큼 나가기도 쉬울 수밖에 없다. 밀물처럼 외국자본이 밀려들면서 유구하게 고속성장을 누릴 것처럼 보였던 개방형 국가들에게,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 금융자본의 탈출은 곧 경제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아이슬란드가 그렇고, 동유럽이 그러하며 두바이 또한 마찬가지다. 애초에 개방과 자유화로 호황을 누렸던 이들 나라들은 글로벌 금융자본주의가 성장기를 누리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생존할 운명이었던 셈이다.

결국 지역별, 국가별 편차도 없는 ‘평평한 단일한 세계 경제권’은 애시 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개방화-자유화라는 이름아래 월가 금융시장에 편입된 신흥국 경제는 그 편입 정도가 심하면 심할수록 자국 내부의 경제기반과 무관하게 대단히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번 경제위기가 알려준 교훈이다.

3.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보호주의 확산과 국경

세계질서를 일원적으로 지배하려했던 글로벌 금융자본의 세계경제 장악력이 무너진 지금 이를 대체할 글로벌 국가는 존재하지 않고, 다만 서로 경쟁관계가 첨예한 각 개별 국가들만이 개별 국가별로 대응하고 있다. 개별 국가들의 개별적 대응은 필연적으로 세계적 차원에서의 보호주의로 연결되고 있다. 다시 세계경제에서 국경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국제적 차원에서의 세계경제 침체에 대한 대응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G8을 대신해서 G20이 세계경제 협조체제의 기본으로 부상한 바 있고, 일각에서는 IMF와 유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정치에서 강대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해 온 비동맹운동 국가들은 2006년 9월 16일 쿠바 아바나에서 유엔의 전면적인 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한 바 있다. 118개 가입국으로 구성된 비동맹 그룹은 제14차 정상회의 최종문서에서 유엔 제도 개혁의 중심축을 “유엔 총회의 부활, 경제사회이사회의 역할 강화, 안전보장이사회의 민주화, 사무국의 개혁”으로 정한 바 있는데, 이번 세계경제위기가 심화되자 재차 유엔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15차 비동맹 정상회의는 이번 2009년 7월 15일 이집트에서 열림).

또한 세계 인구의 42퍼센트, 국내총생산규모의 14.6퍼센트, 글로벌 기축통화 보유량의 42퍼센트를 점하고 있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BRICs 국가들은 지난 6월 16일 처음으로 브릭스 정상회의를 개최한 바 있는데, 이 자리에서 브라질과 인도의 상임이사회 참여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세계경제와 관련 IMF의 개혁 요구가 주목할 만한데, 이는 단지 국제 금융기구의 개혁뿐 아니라 미국 주도 세계경제의 상징이라고 할 달러체제의 향배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IMF 의결권의 거의 17퍼센트를 미국이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선진 4개국(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이 21.6퍼센트를 차지하는 현재의 IMF지배구조를 개혁하여 더 많은 신흥 경제 강국들이 발언권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요지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국제기구 개혁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불과하며 현재의 압도적인 경향은 각 국가별로 경제위기를 수습하는 것이다. 2009년 접어들면서 보호무역주의는 이미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2008년 11월,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위기로 본격 전이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세계 각국은 짧은 시간동안 파상적으로 자국 산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하는가 하면 타국 기업들의 시장 진입에 장벽을 치기 시작했다. 말로는 보호무역주의 우려를 주장하지 않는 국가들이 없지만, 실제로는 이와 무관하게 보호무역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그 특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 범위가 다양하다.

▶ 금융분야: 정부지원을 받는 금융기관들에게 의무적으로 국내 대출 확대를 요구하거나 국외 대출 제한 등
▶ 실물분야: 정부가 지원하는 제조업에 대해 국내 생산유지 요구, 해외 아웃소싱 금지 요구, 자국산 차량 구입에 한해서만 보조금 지급 등
▶ 고용분야: 실업률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내국인 고용우대정책 실시 등

이외에도 미국은 2월 17일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경기부양법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공공사업에 투입되는 철강 등의 제품에 대해 자국산 만을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조항을 단서조항으로 넣기도 했다.

둘째, 세계무역기구(WTO) 기준을 직접적으로 무시하거나 간접적으로 피해가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무역기구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8년 10월 이후 관세인상, 수입제한 등의 방식으로 시행되거나 검토 중인 각종 무역규제조치는 38건에 달한다. 이들 방식은 크게 무역규제(관세 및 비관세)와 국내산업 지원책(구제금융 및 경기부양)이라는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우회적인 보호주의 수단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인위적 환율조정, 고용보호 목적의 입법과 기업 세제혜택 부여, 수출세 환급 등이 늘어나고 있고, 이 외에도 민간부문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기업에 대한 지급 및 채무보증 등까지도 포괄하면 보호무역주의 양상은 훨씬 더 큰 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세계은행은 지난 3월 17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G20 가운데 17개국이 다른 나라에 손실을 끼치는 47건의 무역제한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향후 세계 경제가 신자유주의 시대의 구호처럼 순조롭게 ‘자유화, 개방화’의 방향을 따라서 움직이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며,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국경의 회복이 예견되는 대목이다.

4. 전망: 국민경제의 재생산 기반과 대외적 자율성

기술이 진보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정한 수준의 ‘세계화’는 필연적인 과정일 수 있다. 문제는 세계화 그 자체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이다.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한 금융세계화는 특히 국제결재기능이 전혀 없는 통화를 보유하고 있고, 외부 금융충격을 흡수할 금융규모도 되지 않는 신흥국가들에게 치명적인 경제적 상처를 주고 있다는 것을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현재 세계화의 추세를 보건데, 1980년대까지 통용되었던 과거식의 ‘자립적 민족경제’는 현실에 부합하지도 않고 경제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도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추구하고자 했던 문제의식은 세계화가 추진되고 있는 현대 경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 문제의식 맥락을 이어받아 현재 신흥국 경제의 과제를 표현한다면, 한마디로 ‘국민경제의 대외적 자율성’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재의 한국경제를 ‘중규모 개방경제체제’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한국과 같이 중규모 개방경제체제가 세계경제에 참여하면서도 대외적인 자율성을 확보하고 대내적으로 강력한 성장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첫째는 일정한 내수기반의 확보이다. 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 대외무역 규모가 확대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한국처럼 국내 시장 규모에 비해 경제규모가 이미 확대되어 버린 상황에서는 더 그러하다. 그러나 대외적 변수에 의해 한 국가의 국민경제의 흐름 자체가 바뀌는 정도까지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따라서 최소한 대외적 변수를 일정하게 흡수할 수 있는 내수 기반 확충은 국민경제의 자율성을 위해 반드시 마련해야 할 필요조건이다. 더욱이 우리경제처럼, 내수기반이 대단히 취약한 상태를 방치하면서 오직 수출증대로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전략은 더욱 위험하다. 최근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도 인도나 중국처럼 일정한 내수기반이 확보되어 있는 국가가 그렇지 않은 국가보다 경제 침체정도가 덜하고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도 더 좋다는 사실은 내수기반 확보가 국민경제 성장의 안전판임을 입증해 준다.

둘째는 내수기반 확보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는 고용안정화이다. 국민경제에서 고용안정은 곧 경제와 소득 양극화를 해소하고 국내적으로 일정한 구매력을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고용안정 → 소득 증대 → 소비 구매력 확대’를 기하지 않고서 내수기반 확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기조에서 벗어나 고용 안정을 이루고 노동소득의 증가에 기초한 내수기반 확대를 기해야 한다.

셋째는 금융부문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융시장의 과도한 개방은 국민경제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일정한 외환시장에 대한 규제와 은행에 대한 공공성 확보, 그리고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비중 축소는 현재 한국경제가 위기탈출을 위해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할 과제다. 신자유주의화 된 세계 경제에서 금융 자율성 없는 국민경제 자율성이란 한마디로 허망한 것임을 아이슬란드나 두바이 등의 사례에서 명확히 드러났다고 해야 할 것이다.

넷째는 국민경제에서의 국가 역할에 대한 문제이다. 사실상 국민경제의 자유화, 개방화는 정부가 경제부문에서 손을 떼고 세계화된 시장에 경제운용을 맡김으로써 촉발되고 확대되어왔다. 국가와 정부는 국민경제의 대외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내수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제정책을 펴야 한다. 경제가 자율성을 지녀야 할 곳은 국가로부터의 자율성이 아니라 대외부문으로부터의 자율성이다.

고용 안정화에 기초한 내수기반 확보, 대외적인 금융 자율성 획득과 이를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경제를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크게 보아 과거의 개념인 자립적 민족경제와 궤를 같이할 수는 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의 역사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자립적 민족경제 개념을 그대로 재사용한다면 그 역사성을 상실한 추상적인 용어가 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의 한국경제의 대외적 자율성 확보는 필연적으로 신자유주의 경제와 결별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노동유연성을 개혁하고 금융에 대한 일정한 규제를 가하기 시작하는 순간 이미 신자유주의 경제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한국경제 전망이 제대로 서야만 남북의 통일을 가정한 통일경제의 전망도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다. 통일경제가 정치, 외교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연방경제’를 고려한다면, 남쪽 경제 자체의 전망과 구도가 사전적으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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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

    국민경제의 자율성 좋아하네
    이러다가도 교육-의료의 자율성부여는 금지어로 묶을거면서..
    심지어 전력-도로-항만이런것의 자율성도 금지어로 묶자고 할거면서..
    한국이 해외경제의 종속변수라는 사고방식도 웃김
    그러면 북한은? 독립변수인가?

    2009.08.16 21:13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09.08.16 23:3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