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6 / 08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불평등은 어떻게 세계경제를 침체로 몰아넣고 있나.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의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세계경제 동반침체 우려 부각

2. 불평등과 경제위기 메커니즘

3. 최근 한국경제와 정책방향

 

[본 문]

1. 세계경제 동반 침체 우려 부각

 

1) 세계 3대 경제권 PMI 일제히 하락

- 최근 그리스의 디폴트 또는 유로존 탈퇴 우려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중국과 미국의 실물경제 또한 고용 및 PMI(제조업 구매관리지수) 지표 부진으로 세계경제의 동반침체 우려가 부각되고 있음.

- 최근 생산동향을 반영하는 PMI는 5월 세계 3대 경제권이 일제히 하락. 유로지역은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하여 3년 만의 최저치인 45.1을 기록. 중국 또한 7개월 연속 하락하여 48.4로 떨어짐.

- 미국의 PMI 또한 56에서 54로 떨어졌으며, 5월 고용지표는 당초 예상치인 15만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9만으로 충격을 더함. 한국의 PMI는 4월 14개월 최고치인 51.7에서 51로 하락함.

 

2. 불평등과 경제위기 메커니즘: 3가지 경로

- 1930년대 대공황과 2008 금융위기는 미국의 1% 소득점유율로 대표되는 양극화 심화라는 뚜렷한 유사성이 보임. 그러나 불평등과 경제위기의 연관관계를 밝히는 연구는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함. 소득불평등, 글로벌 불균형, 금융화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관시키는 연구는 최근 Post-Keynesian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음.

1) 불평등 심화 → 내수 침체

- 1980년대 이후 주요 선진국경제의 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 특히 유럽과 일본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0%p 이상 떨어짐. 반면 미국과 영국은 5% 수준 하락으로 유럽보다 심각하지 않으나, 개인소득 분배 악화는 더욱 심각함.

- 미국의 상위1% 소득 비중(자본소득 제외)은 1980년 8%에서 2007년 18.3%까지 상승함. 영국 또한 1980년 6%에서 2007년 15.4%로 10%p 상승. 영미 국가에서 상위1% 소득비중이 급격히 상승한 것은 CEO 소득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기 때문. CEO의 소득은 GDP 통계에서 피용자보수로 분류되는데, 이를 이윤소득으로 계산할 경우 유럽과 유사한 노동소득 분배율 추이를 보일 것임.

- 우리나라의 노동소득분배율[위 그림의 조정(2)]은 1991년 73.2%에서 1996년 75.2%까지 상승했으나, 2011년 63.2%로 10%p 이상 떨어짐. 위 그림에서 조정(1)은 자영업자의 영업잉여를 포함한 노동소득분배율로 1996년 정점(64.4%)에서 2011년 54.5%까지 하락함. 상위1% 소득비중 또한 1995년 7.2%에서 2010년 11.5%로 4.3%p 증가함.

- 임금소득자와 저소득계층의 소비성향이 크기 때문에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민간소비 침체를 초래함. 통상 임금과 이윤이 민간소비 증대에 미치는 효과를 추정하면 0.3~0.4의 한계소비성향 차이를 보임. 즉 노동소득분배율 1%p 하락은 GDP의 0.3~0.4%에 달하는 민간소비 침체를 가져옴.

 

2) 금융세계화(탈규제) → 부채 창출 → 두 가지 성장모델

- 지출 측면의 GDP = C(소비) + I(투자) + G(정부지출) + NX(순수출)

- 처분 측면의 GDP = C(소비) + S(저축) + T(세금)

- (I-S)+(G-T)+(X-M)=0 또는 (S-I)=(G-T)+(X-M)

- 민간부문의 초과지출(S

- 따라서 미국을 비롯한 부채주도 성장모델은 경상수지 적자와 가계부채 증가가 누적된 반면, 수출주도 성장모델은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됨. 즉 글로벌 불균형은 두 성장모델의 경제적 결과이자 공생관계의 반영.

- 소득불평등 확대는 총수요 부족을 초래하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상호 연관된 두 가지 성장모델이 출현함. 미국과 영국은 부채주도 성장모델, 독일과 중국 등은 수출주도 성장모델.

- 부채주도는 부채가 창출하는 소비와 건설투자, 수출주도는 대외수출 확대가 총수요 부족의 대체재. 글로벌 무역 불균형, 실물에 비한 금융부문의 기형적 성장, 가계부채 증가, 자산시장 버블 등은 두 불균형 성장모델이 초래한 경제적 결과물.

- 글로벌 규모로 보면, 미국을 대표로 한 부채주도 모델이 중심부에 있지만, 유럽만 놓고 보면 부채주도 모델은 주변부에 위치함. 금융제도, 노사관계, 산업정책 등 제도적 요소들이 개별국가의 역사적 경로와 환경 변화에 대한 정책대응이 개별 성장경로를 결정함.

- 우리나라는 전통적 수출주도 성장체제와 1997년 외환위기의 정책대응인 외환준비금 축적 전략으로 수출주도가 강화됨. 또한 외환 및 금융자유화에 따른 부동산버블과 가계부채의 폭발적 증가에서 보듯, 부채주도 또한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두 불균형 성장전략의 취약점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음.

- 미국을 비롯한 부채모델은 최종수요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한 반면, 독일 등 수출모델은 소비비중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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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5 / 2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가 여전히 세계 경제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G8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반대한다.” 며 사태를 진정시키고자 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 추진해온 유럽식 긴축재정과 함께 미국식 경기부양책을 적절히 조화시켜야 한다는데 만장일치했다. 과연 경기부양책을 어떻게 펼칠지 두고 봐야겠지만, 긴축정책에을 고집해오던 시각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사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가 현실화된다면 이는 무리한 긴축정책을 강요한 결과이다. 유럽은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신 그리스 국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긴축정책을 조건으로 걸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민들의 임금은 대폭 깍였고, 일자리는 줄어들었고, 경기는 침체되고 있다. 긴축정책을 계속 할 경우 부채의 규모는 줄어들지 몰라도 경기침체에서 빠져나갈 출구를 찾기 힘들다. 그리고 경기가 계속 침체되는 한 부채의 축소도 불가능하다.

앞서 살펴보았던 경제학자 루비니(Nouriel Roubini)와 크루그먼(Paul Krugman)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해서는 견해 차이가 있었지만, 긴축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아래 소개하는 경제학자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의 견해 역시 긴축정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같다.

스티글리츠는 지금 유럽 경제의 핵심 문제는 재정건전성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경기가 다시 회복될 수 있도록 신뢰를 되찾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이 고집스럽게 긴축정책을 주장한 결과 경제는 더 불안정해졌으며,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고 비판한다. 심지어 이러한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은 범죄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기도 한다. 스티글리츠는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투자와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며, 하루라도 빨리 유럽이 이 대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긴축정책 이후

(After Austerity)

 

2012년 5월 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올해 IMF 연례회의는 유럽과 국제 사회의 경제정책이 방향 없이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각 국 재무장관에서 민간 금융기관의 책임자까지 금융계의 지도자들은 위기 국가들이 적자를 줄이고, 국가 부채를 연착륙시키고, 구조적 개혁을 단행하며,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등 지금까지 나온 주문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반복해서 말하지만 지금은 신뢰의 회복이 필요하다.

중앙은행, 재무장관, 민간은행의 책임자 등 경제의 키를 잡고 있는 이들은 세계 금융 시스템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혼란을 지속시키고 있다. 게다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엉뚱하게 제시하고 있다.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이 침체에 빠진 상황을 그대로 두고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긴축정책이 총수요를 더욱 축소시키고, 생산력과 고용을 줄이는 상황에서 경제가 다시 성장할 수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시장 그 자체는 안정적이지 못하다. 시장은 불안정한 자산 거품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수요가 줄어들 때 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실업과 공포를 확산시키고 임금과 소득 그리고 소비를 줄어들게 만든다. 가구형성률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 중 독립하였다가 다시 부모에게로 돌아가는 이들이 늘고 있으며,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담보로 잡힌 많은 주택이 압류당하고 있다. 균형 재정을 고수하는 지역에서는 세수가 줄어드는 만큼 재정 지출을 줄이고 있는데, 이는 자동적으로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든다. 이것이 바로 유럽이 부주의하게 잘못 채택한 방법이다.

긴축이 아닌 대안은 존재한다. 독일과 같은 국가는 재정정책을 펼칠 여유가 있었다.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재정지출을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성장을 가져온다. 또한 유럽의 나머지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세금을 늘리고, 그만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소비를 늘리는 것은 오랫동안 사용된 방법이다. 재정지출 확대 정책이 잘 설계된다면(상위층에게 세금을 부과하고, 교육에 지출하는 등의 방법을 잘 혼합하면), GDP와 고용의 증가는 상당할 것이다.

사실 유럽 전체는 재정 상태가 나쁘지 않다. GDP 대비 부채 비율은 미국에 비해 낫다. 만약 미국의 각 주가 자체 재정에만 의존한 채로 운영된다면 미국 역시 재정 위기에 빠질 것이다. 각 주에서 자체적으로 실업급여를 준다고 가정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하다. 전체는 부분의 합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도 유럽중앙은행(ECB)이 재정을 지원해준다면 유럽 전체의 부채 감당 비용은 줄어들 것이고, 성장과 고용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생길 것이다.

이미 유럽 내의 금융기관인 유럽투자은행(EIB)은 현금이 부족한 국가에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EIB는 대출을 더욱 확대해야 하는데, 특히 중소기업에게 지원되는 자금을 늘려야 한다. 중소기업은 모든 경제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 원천이지만, 은행이 대출을 축소할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결같이 긴축을 주장했던 유럽의 판단은 오진이었다. 그리스는 재정에 비해 지출이 과도했다. 하지만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위기 전까지 재정적자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았다. 재정건전성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재정건정성과 긴축정책은 역효과를 낳는다. 유럽의 문제가 일시적이든 근본적이든 상관없이 긴축은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뿐이다. 유로존은 최적 통화 지역(OCA, Optimal Currency Area)에서 멀어지고 있다. 자유 무역과 자유로운 이민이 가능한 지역에서 조세경쟁(각종 세제혜택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는 것 - 역주)은 성장할 수 있는 국가를 갉아먹는 요인이다.

유럽이 긴축을 향해 질주한 결과는 장기적이고 엄청난 고통으로 돌아올 것이다. 유럽연합이 살아남는다 해도 높은 실업과 거대한 침체를 대가로 치룰 것이다. 특히 위기 국가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위기는 유럽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는 불에 기름을 뿌린 격으로, 어떤 방화벽으로도 막기 힘들 것이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경제 중 하나인데, 이렇게 큰 규모의 경제가 긴축정책 후 회복된 사례는 아직 없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많은 자산, 인적 자본은 낭비되고 파괴될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오랫동안 빼앗긴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2008년 이후 청년실업률은 급격히 높아져서, 어떤 국가에서는 50%에 근접하거나 이를 초과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한다고 해도 임금을 매우 낮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젊은 시절은 기술을 배우고 능력을 쌓는 시기이지만, 지금의 젊은이들은 퇴화되고 있다.

게다가 많은 국가들이 지진, 홍수, 태풍, 허리케인, 쓰나미 등 자연재해에 취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사람이 만든 재앙까지 더해지는 것은 더욱 더 비극이다. 유럽이 그렇게 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무시하는 유럽의 지도자들의 고집은 범죄와 다를 바 없다.

유럽의 고통, 특히 가난한 이들과 젊은이들의 고통은 불필요한 과정이다. 다행히도 대안은 존재한다. 대안을 미루면 더 비싼 대가를 치룰 것이다. 지금 유럽은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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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2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의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Who Lost Greece?)"를 요약 소개한다. 장 피사니 페리는 파리듀퐁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며, 국제경제싱크탱크 브뢰겔(Bruegel)의 대표이다.

그리스 의회가 28일 밤 늦게 2차 구제금융을 얻기 위해 약 32억 유로(43억 달러) 규모의 추가 긴축 조치를 가결했다. 이는 유로존과 IMF로 부터 1300억 유로의 긴급자금을 구조받고, 국채 상각을 통해 1070억 유로의 부채 탕감을 받기 위한 조건이었다. 긴축 조치에는 전 공무원의 임금 삭감과 1300유로 이상의 연금 삭감 등이 포함되었다. 이로써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에 한 발 더 다가섰고 돌아오는 국체 만기일까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는 그리스 사태의 책임은 그리스 자체에도 있지만 유럽연합에도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스가 부패와 부채로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지만 문제가 터졌을 때 적절한 대책을 취하지 못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유럽연합의 책임도 크다는 것이다. 초기 대책이 너무 늦었고, 일관성 있는 방향이 부족했으며, 당장 예산 조정을 통한 부채 축소에 급급해서 경제 회복과 성장에 대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음을 꼬집었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정치적 연합체인 EU가 최저임금 삭감 등을 주장하면서 불평등을 조장한 것 역시 문제라고 지적했다는 점이다.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는가?
(Who Lost Greece?)

2012년 2월 28일
장 피사니 페리(Jean Pisani-Ferry)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유럽 사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스의 국채 만기일인 3월 20일까지 그리스와 채권자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라 빚을 갚아야 할 날을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스가 약속한 긴축안을 실행하지 않고 유로존을 탈퇴하거나 혹은 채무불이행 선언을 해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핀란드, 독일의 몇몇 정치적 지도자들은 그리스가 왜 유로 존에 남아 있어야 하는지 매우 의문스러워했다. 아테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마치 1920년대 독일인들이 전쟁 보상금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가 중국을 잃어버렸는가?” 1949년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승리를 거둔 후 1950년대 미국의 전략가가 던졌던 질문이다. 조만간 유럽 역시 그리스를 두고 스스로에게 똑같은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주범은 물론 그리스 자신이다. 그리스 정치인들의 무기력한 태도, 정부를 망친 이권정치,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부패지수 순위 세계 80위, 이 뿐 아니라 그리스는 2011년 9월 그 해에 고소득자에게 부과되는 75개의 세금 중 31개만을 집행했다.

하지만 이런 이유들을 들어서 나머지 유럽의 책임을 용서해버리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유럽 관료들의 첫 번째 잘못은 그리스가 2013년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것을 가정한 비현실적인 구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몇 달을 끌어온 것이다. 그리스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몇 년, 아마도 십 년 쯤은 걸릴 것이 명백하다.

유럽의 두 번째 잘못은 대외 지급능력 위기에 대한 일관성 없는 대응이다. 두 가지 전략이 가능했다. 그리스의 국가부채를 초기에 감축시켜서 지급능력을 재빨리 회복시키거나 모든 유로존 국가의 집단적 평판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리스의 부채에 대한 책임을 나눠지는 것이다. 둘 중 하나의 전략을 택해서 일관성 있게 진행시켰어야 하는데, 독일과 프랑스는 두 가지를 혼합하는데 합의했다. 이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세 번째 잘못은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위기의 시작부터 IMF는 두 가지 문제를 진단했다. 바로 국가부채의 취약성과 심각한 경쟁력 상실이다. 불행하게도 정치가들은 전자에 주목했다. 그리고 태평스럽게도 구조적 개혁이 후자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스 정부는 빈약한 정치적 자본의 대부분을 경쟁력 있는 경제 건설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예산 조정에 투자했다.

현재 구제 프로그램은 선결 문제의 순서를 뒤집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예산 조정을 통한 국가 재정 강화보다 더 앞서 그리스 경제의 경쟁력 회복과 성장을 놓고 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왜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는지 의문이다.

네 번째, 성장 대책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성과가 하나도 없다. 예산 조정 프로그램은 필수적으로 경기침체를 초래한다. 그리스는 원칙적으로 유럽연합의 예산에서 지역개발원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충분히 이용되지 못했는데, 지역공동자금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마지막 실수는 부채를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의지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기술관료기구인 IMF가 거시경제의 범주를 넘어서는 제안을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EU는 정치적 결합체이며, 사회적 정의 실현을 근본 목표의 하나로 추구하고 있다. 때문에 EU는 최저임금을 깎으라고 요구해서는 안된다. 특히 소득세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상위 10%의 고소득자들이 벌이는 세금 회피를 부차적인 문제를 둔 채로 말이다.

그리스의 긴축을 강요했다는 점을 두고 유럽을 비판할 수는 없다. 이는 막대한 금융 지원을 받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다. 또한 심각한 불균형 상태의 국가는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유럽이 사태 초기에 보여준 신속하지 못한 대책, 나쁜 대책, 불균형적인 대책, 불공정한 대책은 비난의 대상이다. 누가 그리스를 잃어버렸냐는 질문에 대해 충분히 책임을 져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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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0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Capturing the ECB)”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 소개한다. 글을 쓴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콜롬비아대학교의 교수이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다. 저서로 '끝나지 않은 추락(Freefall: Free Markets and the Sinking of the Global Economy)' 등이 있다.

스티글리츠는 그리스의 국가 부채 해결에 있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ECB는 투자자 혹은 채권자들이 손해를 보도록 하는 채무 불이행에 반대하며, 대신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자손실 부담을 짊어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이러한 입장을 두고 특이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독일 정부는 채권자들이 최소한 50% 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투자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역시 이와 비슷하다. ECB가 더 많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은행의 투기를 규제하고, 은행에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채무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강제적 채무조정, 민간 투자자에 막대한 손실을 물리는 방식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은행 시스템을 잘 통제하고, 국채를 보유한 은행의 보험 가입을 통해 안정성을 담보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더 강제적이고 통제된 방식이 필요하며, ECB가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Capturing the ECB)

2012년 2월 6일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그리스 국가 부채에 관한 논쟁은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견해의 충돌과 근시안적 경제정책, 이익집단의 폐해를 가장 잘 보여준다. 독일은 채권소유자들이 적어도 50% 손실처리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부채 조정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부채위기를 생각해보자. 당시에는 상황을 부드럽게 해결하고자 했던 정부와 규제당국의 권유 혹은 강압에 의해, 주로 대형 은행이었던 채권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짜낼 수 있었다. 하지만 부채의 증권화가 이루어지면서 채권자는 수도 없이 많아졌으며, 그 중에는 정부와 규제당국을 좌지우지할 만한 헤지펀드도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금융시장의 "혁신"은 채권자들이 (채무 불이행으로 이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 역주) 보험을 들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들은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은 보험금을 받기를 원하는데, 그건 채무 불이행의 "신용사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ECB는 채무 불이행 상태를 막고자 "자발적인" 채무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ECB의 입장은 특이하다. ECB는 채권자들이 보험금을 받지 않고 50%의 손실을 감내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ECB의 이런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사실 (채권 투자를 했던 - 역주) 은행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그 중 일부는 투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ECB는 금융시스템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채무 불이행의 충격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투자자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셋째, ECB가 보험에 가입한 은행을 위해 자금을 준비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설명 중 어떤 것도 ECB가 강제적인(비자발적인) 채무 조정을 반대하는 적절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ECB는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 규제당국은 은행이 투기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은행은 보험에 들고, 보험금 지불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강제적인 채무조정이 자발적 채무조정보다 충격이 크다는 근거가 없다. ECB는 자발성을 강조함으로써 채무조정이 심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채무조정이 필수적이다.

결정적으로 ECB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은 민주적 운영방식에 관한 것이다. 신용사태가 발생할 것인지 아닌지는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 International Swaps and Derivatives Association)의 비공개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ECB가 비공개 위원회에 대표를 파견하여 채무 조정방식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강제적인 채무조정이 금융위기의 전염 효과를 가져와 이탈리아, 스페인, 심지어 프랑스와 같은 거대 유로 지역 경제들마저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는 일면 공익을 고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시 논점을 피해가고 있다. 왜 강제적 채무조정이 자발적 채무조정보다 더 심각한 전염 효과를 가져 온다고 생각하는가? 은행 시스템을 잘 통제하고, 국채를 보유한 은행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면, 강제적 채무조정이 금융시장을 덜 혼란시킬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리스가 강제적인 채무조정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난다면, 다른 국가도 그런 식으로 위기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국가의 금융시장은 이미 문을 닫았다. 그래서 충격의 연쇄반응은 제한적이다.

ECB는 예기치 않은 놀라움을 가져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기관이 특수한 이익이 사로잡혀 행동하던 모습을 이미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다. 2008년 이전에 그러했다. 불행하게도 유럽과 전 세계 경제에는 그 때부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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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9 / 2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차 경제위기와 세 가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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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반복되는 위기의 전염과 무력한 방화벽
2. 채권자의 권리 앞에 위협받는 민주주의
3. 현존 시스템 역량의 한계
4. 결론: 한국경제의 의문은 없는가

[요약]

미국 더블 딥 위기, 남유럽 국가 채무 위기, 그리고 유럽 은행 위기가 겹치면서 세계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 표현대로 ‘새로운 위험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위기의식은 극도로 고조되어 있지만 아직 국제사회는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9월 24일 열린 G20재무장관 회의와 IMF연차총회에서도 아무런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종료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결과 2008년과 비교해서는 아직은 괜찮다던 각 기관의 평가도 바뀌고 있다. 오히려 2008년보다 현재의 위기가 더욱 심각한 국면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위기는 3년 전보다 더욱 심각하다”(알리스테어 달리 전 영국 재무장관) “현재 유럽 상황이 2008년 금융위기 초기에 미국의 당시 상황보다 더 심각하다”(조지 소로스) “유럽 부채위기가 2008년 위기보다 심각한 수준이다.”(일본 재무상)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청와대가 3년 전의 ‘벙커 비상대책회의’를 재개했다는 소식으로 입증된다.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이 잘못되어서 8월 5일 미국 신용강등 시점까지만 해도 심각한 충격은 없을 것 같았던 세계경제가 3년 전 리먼 사태를 능가하는 위험국면으로 진입했는가. 지난 3년 동안 세계경제는 어떻게 움직였으며 각 국가들은 경제 회복과 위험 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실행했기에 더 큰 충격에 빠진 것일까. 이 시점에서 세계경제 위기와 관련한 세 가지 근원적인 물음이 제기된다.

1. 반복되는 전염과 무력한 방화벽

재연되고 있는 심각한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침체위기 앞에서 최근 가장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바로 전염(contagion)'과 ‘방화벽(firewall)이다.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9월 24일, 유로지역의 재정위기와 은행위기가 현재 세계경제 앞에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추가적인 전염을 막기 위해 즉시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르켈 독일 총리도 25일, 그리스 재정위기가 여타 유럽 국가들로 확산되지 않도록 그리스 주변에 방화벽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유로 국가들은 그리스 국가채무에 대해 부분적이든(50%부채 탕감) 전면적이든 디폴트를 기정사실화 시키면서, 더 이상 다른 남유럽 국가들이나 유럽 은행들로 전염되지 않도록 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을 정도로 사태는 심각한 상황으로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특정 은행, 특정 국가의 위기는 그곳에 국한되지 않고 여전히 빠르게 세계경제로 전염되고 있는가. 특히 유럽 GDP의 2.5%에 불과한 그리스 디폴트 위기가 어째서 전 세계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것인가. 더욱이 9월에 그리스에 지급하려던 구제금융 80억 달러 정도에 세계경제의 운명이 좌우될 상황이 되었는가. 이것이 첫 번째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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