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11.03.28 15:08
2011 / 02 / 17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자율고 개선방안을 통해 본 그들의 ‘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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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자율고에 내재된 세 개의 폭탄

2.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진짜 이유

3. 제2의 외고가 될 것인가 삼류학교로 남을 것인가

4. 차별 교육 아닌 '수평적 다양성' 교육 실현해야




[본문]



“그들이 1년에 1억 원씩 쓰면서 바라는 건 딱 두 가지야. 불평등과 차별. 군림하고 지배할 수 없다면 차라리 철저히 차별 받길 원한다구. 그게 그들의 순리고 상식이야.”

 

최근 세간의 이목을 끈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 나온 대사다. 스스로 ‘사회지도층’을 자임한 남자 주인공(현빈 분)은 백화점의 VVIP룸 고객의 권리를 이렇게 읊는다. 드라마 속 ‘그들’이 원하는 불평등과 차별은 현실 사회 구석구석에 묻어난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교육에서조차.

 

얼마 전부터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율고)에 대한 논란이 한창이다. 고교평준화에 대한 논의도 재가열되고 있다. 다수의 언론은 이를 교과부와 소위 진보교육감과의 마찰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다. 그러나 자율고와 같은 특수형태 고교나 고교평준화 제도는 일부 교육관료들의 갈등으로만 치부될 문제가 아니다. 피라미드처럼 서열화돼 있는 고교체제 전반의 문제이며, 나아가 대입경쟁과 학벌구조의 폐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국민 대다수의 문제다.

 

그러나 현재 교과부의 주장은 국민 대다수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드라마 속 ‘그들’의 논리와 유사하다. 자율고에 대한 최근의 논란을 진단하고 그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보자.

 

자율고에 내재된 세 개의 폭탄

 

지난 1월 12일, 교과부는 ‘자율고 운영 내실화를 위한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주요내용은 ▲2012년까지 100개의 자율고를 지정하겠다는 당초 목표에 연연하지 않고 혁신도시·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 및 세종시 등에 위치한 사립고를 중심으로 지정, ▲서울을 제외한 평준화 지역의 자율고에 자기주도 학습전형 도입, ▲신입생 충원율 60% 미만인 자율고에는 워크아웃 제도 도입, ▲맞춤형 컨설팅, 우수사례 발굴·확산 등으로 내실있는 운영을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교과부가 이러한 개선방안을 시급히 내놓은 이유는 올해 자율고 입시 경쟁률이 하락하고 몇몇 학교의 경우 입학정원이 미달되는 사태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올해 자율고의 평균 경쟁률(사회적배려대상자 전형 제외)은 1.5대 1로, 지난해 경쟁률(2.5대 1)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전국 51개의 자율고 중 27%에 달하는 14개교에서는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 용문고의 경우 200명이 넘는 결원이 발생해 자율고 지정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율고의 입시 경쟁률이 하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그에 앞서 자율고의 문제점을 짚어보자.

 

애초에 자율고는 탄생 이전부터 무수한 반대에 부딪혔다. 이미 외고를 중심으로 한 특목고가 고교서열화와 사교육 과열의 진원지로 비판을 받던 차에 자율고라는 특수형태의 고교가 또 하나 보태지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핵심정책으로 자율고 도입을 밀어붙였다.

 

예상대로 자율고는 고교서열의 상위권으로 바로 진입했다. 정부는 자율고의 전신 격으로 외고보다 각광을 받던 자립형 사립고도 자율고로 전환할 것을 유도했다. 일반고 위에 특목고와 자율고 두 가지 형태의 고교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특권학교’로 자리잡은 자율고는 외고와 마찬가지로 ‘입시학원화, 사교육 팽창, 귀족학교’라는 세 가지 주요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 문제점을 간단히 짚으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율고는 학교 측에 자율권이 대폭 부여돼 교육과정의 6분의 5를 학교가 알아서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생들은 입시경쟁에 유리한 학교에 몰리게 돼 있다. 이에 자율고는 신입생을 충원하기 위해서라도 교육과정 자율권을 ‘입시준비를 위한 자율권’으로 악용한다. 영어와 수학과 같은 주요과목 시간을 늘리고 예체능 과목 시간은 줄이는 식이다.

 

둘째, 자율고가 명문대 진학생을 다수 배출해 입지를 굳히면 학생 수요가 늘고 이에 따른 사교육이 팽창하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외고에 들어가기 위해 초등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외고는 지금껏 성적 상위 2~3%에 해당하는 중학생이 경쟁했다면, 자율고는 내신 30~50% 이상 지원이 가능해 사교육이 더욱 폭넓게 성행할 수 있다.

 

셋째, 자율고는 등록금이 일반고의 3배 이내로 규정돼 있다. 대략 350~450만원 선이다. 학교운영비나 보충수업비와 같은 수익자부담 경비를 더하면 4~5배에 이른다. 그야말로 ‘귀족학교’다. 2010년에 자율고로 전환된 서울지역 13개교에서 입학생 아버지의 소득별 분포 비교 결과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이들 학교는 자율고로 전환 이후 아버지가 고소득직인 비율이 5.6%p 증가하는 반면, 저소득직인 비율은 8.6%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진짜 이유

 

지난해 외고와 더불어 자율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는 올해 초 고교체제 개편의 일환으로 이들 학교의 입시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외고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해 영어 내신과 학습계획서, 면접을 바탕으로 학생을 선발하도록 했다. 기존의 입시전형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중학교 전 과목 내신성적 반영이나 영어듣기평가를 금한 것이다.

 

자율고에 대해서는 비평준화 지역은 필기고사 외 방식으로 학교 자율적으로 선발하도록 하되, 평준화 지역은 선지원 후추첨으로 지원자를 내신(30% 이상)이나 면접을 통해 1차적으로 추려낸 후 추첨하도록 했다. 단, 서울지역은 내신 50% 이상인 지원자 중 추첨하는 방식을 고수했다.

 

입시제도 개선과 더불어 정부는 일반고 지원 이전에 학생을 선발하는 전기학교는 한 학교 이상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특정 외고와 자율고를 동시에 지원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지원한 전기학교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은 일반고로 진학하게 된다.

 

올해는 이러한 정부의 조치 이후에 처음으로 실시한 고교입시였다. 앞서 밝혔듯, 결과적으로 올해 외고와 자율고는 전반적으로 입시 경쟁률이 낮아졌다. 특히 자율고는 다수의 학교에서 미달사태까지 발생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정부의 입시제도 개선책이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그 원인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서울을 중심으로 자율고가 대거 생겨나면서 공급이 과잉됐다. 실제 서울지역 자율고의 입학정원은 지난해 4,955명에서 올해 1만462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한 해 중학교 졸업생 12만명 가운데 자율고에 지원 가능한 내신 상위 50% 이내 학생은 6만명이고, 지난해 자율고 신입생 출신학교 내신분포 결과에서 전체 학생 중 약 3분의 2를 차지했던 내신 상위 30% 이내 학생은 3만6천명이다. 그들이 전부 지원해도 경쟁률은 3대 1. 하지만 자율고는 아직 학생의 수요가 대거 몰릴 정도의 차별성을 갖지 못해 올해 경쟁률은 1.5대 1에 그쳤다.

 

또한 올해부터 자율고와 외고·과학고의 동시지원이 안 되자 학생들은 신중한 선택을 해야 했다. 지난해보다 늘어난 3,000명의 자율고 지원자는 어쩌면 입시제도 개선으로 영어 내신성적이 최상위권인 2~3%에 들지 못해 외고 지원을 포기한 학생들로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해도 3,000명의 자율고 추가 지원자는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자율고 학생 수에 비해 소수에 불과하다. 결국 올해 경쟁률 1.5대 1이라는 결과는 정부가 학생들의 자율고에 대한 낮은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공급에만 열을 올렸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둘째, 자율고는 도입 후 2년밖에 되지 않아 입시경쟁력이 입증되지 않았다. 학생들이 지원을 원하는 학교는 뭐니뭐니 해도 소위 명문대 혹은 ‘In seoul’이라고 일컬어지는 대학에 다수의 학생을 진학시킨 학교다. 그런데 자율고는 2년 전 입학한 학생이 아직 졸업을 하지 않아 일종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학생들이 집과 떨어진 지역에 위치한 자율고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셋째, 학교 재정이 튼튼하거나 소득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학교 외에는 일반고와 차별성이 없다. 자율고는 정부지원금이 없기 때문에 사학이 투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나머지 부담은 학부모에게 돌아가게 돼 있다. 안 그래도 등록금이 높은데다 별도의 비용까지 부담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큰 부담이 되지 않으면서도 좋은 교육환경에서 교육받기 위해 학부모는 재정 형편이 나은 학교를 선택한다. 또한 흔히 ‘사교육 특구’로 불리는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노원 등의 고소득층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한 자율고는 주변의 고급 사교육기관들 덕에 인기가 많다.


반면, 학교 재정이 불안정하거나 지역적으로 입시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지 못한 학교의 경우에는 또 다른 학생 유인요소가 필요하다. 교과교실제와 같은 교육시스템이나 질 높은 교수학습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현재 그 외의 자율고 중에는 이렇다 할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갖춘 학교가 거의 없다.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제2의 외고가 될 것인가 삼류학교로 남을 것인가

 

올해 자율고의 낮은 입시 경쟁률은 이와 같은 세 가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과도하게 자율고를 확대하려 했지만, 자율고의 실상은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일반고보다 큰 등록금 부담을 짊어져 가면서 일반고와 다를 바 없는 교육을 받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현상에는 정부의 입시제도 개선책도 일정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특목고나 자율고와 같은 특수형태의 고교에 성적 우수 학생을 선별할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자 수요가 돌아선 것이다.

 

그러나 경쟁률 하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율고가 도입 취지와 달리, 학교에 부여한 다양한 자율권만큼 다양하고 질 높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모델로 정착하지 못하는 데 있다. 자율고의 지원 양상을 보면, 현재 자율고는 크게 진학실적이 좋은 ‘제2의 외고’ 형태의 학교와 일반고와 다를 바 없지만 등록금만 높은 ‘비싼 학교’ 형태의 학교로 나뉜다. 전자의 형태는 학생 지원이 몰리지만 후자의 형태는 학생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 정부는 무엇보다 교육과정의 다양화·특성화를 개별학교에서 어떻게 현실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안을 내놓는데 주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자율고 경쟁률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자율고 확대는 포기하지 않되 평준화 지역까지 학생선발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신 일반지역에서의 확대보다는 혁신도시·기업도시·경제자유구역 및 세종시 등에 위치한 사립고를 중심으로 지정하겠다고 한다.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앞서 밝힌 자율고 경쟁률 하락의 첫째 원인인 무리한 자율고 지정 확대에 대한 비판에는 신설도시에서 공급을 늘리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해 교묘히 피해갔다. 여전히 자율고 확대 기조를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둘째 원인인 입시경쟁력이 검증이 안 돼 학생 수요가 낮은 문제에 대해서는 자율고에 학생선발권을 줘 성적 우수 학생을 가려 뽑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부터 외고에서 실시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자율고에도 도입해 오히려 자율고가 ‘제 2의 외고’가 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다. 게다가 외고는 ‘외국어에 능숙한 인재 양성’이라는 학교의 목표와 학생 선발기준이 비교적 명확한데 비해, 자율고는 개별학교마다 특성이 다르고 건학이념도 뚜렷하지 않아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도입하는 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검토해야 한다.

 

셋째 원인인 학교 재정이 부실하거나 입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아 미달사태를 겪은 학교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제도를 도입했다. 임시방편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60% 미만인 자율고에 학교 운영정상화에 필요한 경비를 국고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고는 본래 정부로부터 재정결함 보조금을 받지 않고 독립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학교다. 정부는 대신 자율고에 투자할 정부 보조금을 일반고에 투자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고 밝혀왔다.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이러한 지금까지의 주장을 뒤집는 꼴이다.

 

차별 교육 아닌 ‘수평적 다양성’ 교육 실현해야

 

정부는 현재 주요 교육정책으로 공언한 바 있는 자율고가 실패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그 모델을 성공시켜 그 숫자를 늘리는 데에만 혈안이 돼 있다. 학교 측에 학생선발권을 주겠다는 이번 대책은 이러한 정부의 조급증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러나 자율고는 진학실적에 따라 학생 지원이 몰리는 현실에서 입시전문기관화 될 소지가 너무 크다. 일반고와 차별성이 없으면서도 등록금은 일반고에 비해 너무 비싸 서민층 자녀가 지원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자율고 도입 3년차가 지나면 이들 학교의 대학 진학실적에 따라 자율고가 ‘제2의 외고’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교서열이 재확립되면서 고교 입시경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을 예고한다. 따라서 정부는 자율고를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대신 현 시점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자율고 대책은 다양화·특성화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는 학교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정부가 입시경쟁과 사교육비를 낮추려는 의지가 있다면 자율고를 ‘제2의 외고’로 만들어서는 안 되며, 그와 동시에 학생들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고가 본래의 취지대로 자율적이고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로 탈바꿈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율고 뿐 아니라 전체 일반고 역시 마찬가지 방향의 혁신이 시급하다. 일반고에도 자율권을 점차 확대해 학교별로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과 다양한 교육과정을 갖추도록 한다면 자율고와 일반고의 구별은 무의미해질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역 내 교육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형성하고 학교 간 교류를 넓혀 각 분야별로 좀 더 전문적인 교육을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이는 각 지역 내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공부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사회나 학부모·학생의 교육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수월성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학생 개개인의 잠재적 능력과 적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식 교육이다. 20%의 특권적 학교를 양산하고 80%의 일반고를 삼류학교로 전락시키는 것은 수월성 교육의 방향에 반대될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커다란 손실을 가져온다. 특권학교와 교육여건이 낮은 학교는 줄이고 일반고의 질을 높이는 것, 이것이 바로 ‘수평적 다양화’를 실현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는 경기도에서 촉발된 혁신학교 모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학교는 일반고와 같은 등록금을 받으면서도 뚜렷한 건학이념을 가지고 학생들이 다양한 적성과 소질을 개발하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고자 한다. 한 명의 학생도 낙오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책임교육, 맞춤교육을 실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혁신학교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는 동시에 일반학교로 전파된다면 우리가 소원하는 ‘모두를 위한 수월성 교육’은 눈 앞에서 펼쳐질 수 있다.

 

최근 경기와 강원 지역에서는 일부 비평준화 지역을 평준화로 전환시키자는 바람이 거세다. 그러나 교과부는 이들 지역의 요구를 끝끝내 거부했다. 평준화로 전환하는데 찬성하는 지역주민이 80% 이상임에도 귀를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자율고 대책과 고교평준화 제동 등 교과부의 이러한 행보는 교과부가 ‘차라리 철저히 차별받기 바라는’ 그들의 편에 서 있음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바로 대다수 국민의 ‘상식’은 차별 없이 수평적이고 다양한 교육체제를 만드는 것임을 그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한국 교육산업의 현주소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공교육 담당자들인 교사들은 교육을 경제와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육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볼 때 엄청난 규모의 종사자와 소비지출이 행해지는 대단히 중요한 산업분야다.

시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봐도 우리나라 교육시장이 단지 공교육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교육 시장의 규모를 넘어서는 거대한 사교육시장이 존재하고 있고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해외 교육시장에 유학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해외교육시장도 중요한 교육소비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용의 측면에서도 교육산업은 160만 명에 가까운 고용인원이 흡수되어 있는 산업영역이다. 이는 우리 산업에서 초과잉 분야로 평가받고 있는 건설업 종사자 180만 명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로서 단일 업종으로는 매우 큰 비중이다.

국민의 소비지출 비중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의 전체 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1퍼센트로, 이는 일반적인 의식주 지출이나 교통, 통신비를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다. 우리나라 가계의 경제 부담 가운데 가장 큰 하중을 주는 것이 교육비 지출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은 경제, 산업과 독립된 별도의 영역이라는 세간의 상식과 달리 이미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의 큰 축으로 성장해왔고 시장규모, 고용비중, 가계 소비지출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영역으로 변화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만큼 교육은 이미 시장화ㆍ산업화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교육을 경제나 산업과 무관한 별개의 영역으로 접근하려 하는 한 우리 앞에 놓인 교육현실에 제대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산업적으로 접근하면 ‘시장주의 접근’이 되고 비경제적으로 접근하면 ‘공공적 접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진보적 접근, 보수적 접근 이전에 사실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하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 그 자체를 사실적으로 파악한 뒤에 그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이런 취지에서 새사연은 교육 문제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통해 한국 교육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공공적 가치’에 맞게 개혁할 수 있는지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새사연의 이러한 시도가 교육을 ‘시장의 논리’로 풀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물론, 오히려 진정한 ‘공공성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것을 밝힌다.

1. 교육산업, 불황기에도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국경제도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는 산업분야가 있다. 바로 교육산업이다. 교육산업 생산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3.3퍼센트나 늘었다. 1년 동안 무려 20만 명 이상의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교육산업 종사자는 지난해에 비해 3만 7,000명이나 늘었다.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키고 있는 소비위축이 여전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우리 국민의 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교육산업이 교육 그 자체는 물론이고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현황을 산업적 시각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이 절실하다.

교육서비스업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서비스업은 2007년 현재 우리나라 GDP의 6.4퍼센트를 차지하며, 55조 5,544억 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2000년 27조 5,000억 원이던 것이 7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성장하였다. 이는 전체 GDP의 성장보다도 빠른 것인데 그에 따라 2000년 일곱 번째에서 한 계단 올라서 여섯 번째로 큰 산업이 되었을 뿐 아니라, 농림어업보다도 2.2배나 커졌고 금융이나 부동산, 건설업 등과는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외형만으로 놓고 보면 한국경제의 핵심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나라의 교육산업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생산규모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소비지출 규모로 비교한 2005년 OECD 교육지표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 이 지표도 사교육 분야를 제외한 공교육비에 대한 비교일 뿐이다. <2008년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공교육비 지출만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GDP 대비 7.4퍼센트로 이스라엘(8.5퍼센트)과 아이슬란드(8.0퍼센트)에 이어 3위이며 OECD 평균인 5.8퍼센트보다 1.4퍼센트p나 많다.

그런데 한국을 제외한 다른 OECD 국가들에서는 한국과 같은 사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의 실질적인 교육비 지출 규모를 공교육비 지출 비중 7.4퍼센트에 2퍼센트 규모의 사교육비 비중을 더한 9.4퍼센트로 계산하면 1위 이스라엘을 넘어서게 된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어서 단정하기 어렵지만 한국이 경제 규모 대비 교육비 지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일 개연성은 충분하다.

2. 이미 사적 산업의 특징이 커지고 있는 한국 교육산업

교육산업이 여타 산업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본원적으로 ‘공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산업 영역이 사적 기업들의 수익(영리)활동과 사적 소비지출에 의해 작동하는 것과 다르게, 교육산업은 일반적으로 공적 교육 기관들의 비영리 활동을 중심으로 공적 지출에 의해 운영된다. (결국 교육산업의 신자유주의화란 바로 공적인 교육 활동을 사적인 영리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서비스의 재원은 크게 정부, 비영리기관, 가계라는 세 부분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비영리기관의 규모가 매우 작아 비영리기관을 가계와 묶어서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교육서비스의 재원규모는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최종가치인 부가가치로 계산하지 않고 각 재원부담 주체들의 총산출량 또는 지출량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 경우 세 가지 통계수치가 있다.

첫 번째는 가계와 비영리기관, 정부의 총지출량인데 이 규모는 약 71조 5,000억 원이다. 두 번째는 교육서비스의 총산출량으로 2007년 현재 약 69조 4,000억 원이며 세 번째는 공교육비와 사교육비의 합계로서 76조 4,000억 원이다. 대략 70~76조 원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총 지출을 다시 경제 주체별로 세분해 보면, 먼저 가계 지출은 36조 8,000억 원이고 비영리기관 지출은 3조 6,000억 원, 정부지출이 31조 원으로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이 43.4퍼센트이다. 전체 교육 지출에서 정부지출이 절반도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교육산업은 공적인 산업이 아니라 이미 사적인 산업으로 절반 이상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우리나라 교육산업의 ‘사적 성격’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08년 OECD가 발표한 2005년 기준 공교육비 중 정부와 민간(가계, 사립학교)의 부담률을 보면, 정부와 민간의 부담률을 나타내는 ‘공교육비 중 정부분담률’은 59.7퍼센트로 비교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공교육비에 한정된 분담률이기 때문에 산출량으로 구분한 앞의 통계보다는 정부분담률이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공교육에서도 고등교육에서 정부의 부담률이 초중등교육의 79.1퍼센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2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의 두 통계에서 보듯이 교육 서비스업에서 정부가 책임지는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다른 통계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최근 통계를 내기 시작한 통계청의 자료를 아래 표와 같이 교육비를 산정하는 방식에 따라 정산할 경우, 교육비 규모가 앞의 두 통계치를 뛰어넘는 최대치를 보이지만 부담비율은 첫 번째 방식과 차이가 없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경제규모 대비 최고수준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그 재정부담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특히 가계가 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일반 국민들이 알아서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뜻이다. 미국, 일본도 우리와 유사한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가지고 있음에도 60퍼센트대 후반의 정부부담률을 보이고, 유럽의 경우는 80퍼센트 이상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은 1차적으로 공적 재원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색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진데, 우선 고등교육에 시장논리를 적용해 정부의 부담률이 지나치게 낮아진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다음으로 한국만의 특이현상이라 할 수 있는 사교육의 비대화가 두 번째 원인이다. 지나치게 커진 사교육비 비중으로 정부지출이 전체 교육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취학 전 아동들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빈약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익히 알고 있는 바대로 생애 전체에 대한 공교육 투자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교육산업의 고용비중도 사적 부문이 압도적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서비스업의 규모에서 주요한 한축은 종사자의 규모다. 2005년 현재 교육서비스업의 종사자는 156만 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9퍼센트에 이른다. 2007년 기준으로 볼 때 취업자 대비 교육서비스업 종사자 고용 비중은 7.6퍼센트로 2년 사이 0.7퍼센트나 증가했다. 이는 광공업, 도소매, 음식숙박업을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농림어업인구보다도 많다. 13.2명당 1명꼴로 교육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증가세도 두드러지는데, 전체 취업자 증가율이 매년 1퍼센트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교육서비스 종사자는 2퍼센트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23만 9,000명이 늘어났다. 4년간 전체 취업자수가 102만 명 늘어났으므로 4명 중 1명꼴로 교육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한 셈이라 엄청난 고용창출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산업을 고용의 측면에서 보아도 공적 부문의 비중보다 사적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사실은 금방 발견된다. 교육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재원부담의 기준과 동일한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기관을 정부(국공립), 비영리기관, 사설기관(영리)으로 구분하여 분류해보자.

통합적인 통계 자료가 없어서 여러 자료를 취합하였기 때문에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사자 수는 서비스 총조사에 따른 종사자 수보다 약 34만 명 정도 적다. 공교육분야의 통계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차이는 대부분 사교육분야의 종사자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종사자는 전체 156만 명 가운데 43만여 명을 제외한 100만 명 이상이 비영리기관이나 사설기관에 종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교육 내에서도 초중등 교육은 국공립기관의 비율이 3분의 2를 넘지만 고등교육에서는 국공립기관의 비율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서비스는 인적자원이 그 질을 상당부분 좌우하기 때문에 결국 기관수, 종사자수 뿐 아니라 교육의 내용적 측면도 민간부문이 좌우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도개선을 하거나 산업적 측면에서 정책을 실행하려고 해도 실행과정에서 다양한 변수에 의해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러한 제공기관과 종사자의 구성이 민간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OECD 평균보다, 고용 비중에 비추어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의 낮은 생산성은 보몰의 주장처럼 서비스의 내재적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황수경(2008)은 EU 15개국의 예를 거론하며 고용비중(69.4퍼센트)보다 부가가치 비중(72.0퍼센트)이 더 높을 수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서비스업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는데, 교육 서비스업은 ‘고용은 크게 증가하였으나 생산성 증가는 평균이하인 유형’에 속한다. 즉 ‘고(高)고용, 저(低)생산성’ 유형이라는 얘기다. 고용증가와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의 추이를 통해 교육서비스의 생산성을 확인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서비스업 전체와는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인건비와 근로여건을 개선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온 외환위기 이후의 고용관행은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 기준, 교육분야 공공부문 일자리의 총 21.3퍼센트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는데, 규모가 11만 2,393명에 달했다. 또한 교육서비스업에서 상용근로자와 임시ㆍ일용근로자와의 임금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상용직의 월평균 급여가 318만 2,000원인데 반해, 임시ㆍ일용직은 71만 6,000원에 불과하다. 자그마치 4.4배의 차이가 난다.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민간부문에서는 파트타임 고용 등 저임금 고용행태를 선호하면서 교육서비스 종사자들의 자존감을 박탈하고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신규채용의 증가에도 인력부족률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서비스업과 비교할 때 박사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양이나 비중에서 월등히 높은 결과가 나왔다. 물론 전문대학졸업 이상의 인력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저임금, 불안정 고용 그리고 대학입시와 같은 왜곡된 수요에 근거한 입시위주 사교육이 인력수요를 이끌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규모를 키우고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서 과연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4. 불황기 가계경제를 흔드는 교육비 지출

공교육에서 정부의 분담율이 낮고 비대하게 성장한 사교육으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우리 국민이 일상에서 감당해야하는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전국 1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21만 8,000원으로 소비지출의 11.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지출은 식비, 기타소비지출, 교통통신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항목이다. 먹고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면 공부하는 데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82년부터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은 교통통신비와 교육비다. 교통통신비는 경제활동의 증가에 따라 공공요금의 인상과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이고, 교육비는 우리사회의 교육열과 제도적 문제가 결합되어 증가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1인 이상 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초중등 및 고등교육에 재학 중인 가구원이 있는 가구로만 한정할 경우, 상당히 과소평가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취학가구원이 있는 가구들의 실제부담은 그보다 높은데, 취학가구원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도시근로자 4인 가구의 교육지출액은 42만 3,300원이다. 그 중 사교육비에 해당하는 보충교육비가 27만 2,900원으로 절반이 넘고 있다. 특히 가구주의 연령이 40~49세인 경우 교육비 지출이 51만 4,300원, 그 중 보충교육비는 31만 1,300원이다. 실제 취학가구원이 있는 가계의 교육비 지출 규모는 전국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 통계치보다 두 배 정도 많다고 봐야 한다.

소득에 따라 그 격차도 심해서 하위 1분위(10분위 중)는 가계소비의 단지 1.9퍼센트만 지출한 데 비해, 상위 8~10분위 계층은 12퍼센트를 모두 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50만 원 이상을 교육에 지출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우 가구주의 소득이 월 6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가장이 월 500만 원 이상의 평균소득이 있는 직업은 관리자, 고위직 임원 등에 국한된다. 이런 직업이나, 소득을 가지지 못한 부모들은 자식교육도 남들처럼 못시킨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액수도 평균적인 수치일 뿐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마음을 다 담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최근 노컷뉴스(등골 휘는 온라인 과외 학파라치 단속 ‘글쎄요’, 2009.6.15)의 보도에 따르면, ‘기초ㆍ심화ㆍ문제풀이 등을 함께 묶은 패키지 상품은 수강료가 한 과목당 30만 원 안팎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교재비까지 추가하면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학원 강의가 아니다. 인기 있는 온라인 강의가 이 정도로 비싼 형편이니 온라인 강좌 서너 개 수강하는 것만으로도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셈이다.

소득의 최상위와 최하위가 보통 과소표집 되기 때문에 교육지출에서 고소득층의 높은 소비력은 통계에 반영되지 못한다. 아주 소득이 낮은 계층은 물론 사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서민들은 높은 소득계층의 교육비 지출을 쫓아가느라 가랑이 찢어지고,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도 교육비 과다지출로 전전긍긍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수행한 가계의 소비구조에 대한 연구(전승훈, 신영임 ; 2009)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소비항목 중 소득불평등이나 소비불평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육지출이다. 교육비 지출이 1만 원 증가할 때마다 1만 5,290원의 격차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단순히 가계소비의 지출비중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빈부격차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이러한 불평등은 미래의 소득격차, 직업 등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5. 교육산업의 공공성회복 과제는 이미 절박한 수준

지금까지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의 교육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첫째, 한국의 교육은 경제규모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산출량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이 되었다.
둘째, 교육의 공공적 성격에 비해 교육재정, 교육기관, 종사자 구성에서 국공립보다 비영리기관이나 사설기관의 비중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
셋째, 비대한 규모를 낳은 핵심적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사교육시장의 존재 때문이다. 지나친 경쟁구조로 인한 중복적인 투입이 재원규모, 기관수, 종사자 수 등 모든 면에서 3분의 1을 넘고 있다.
넷째,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 뿐 아니라 불평등 정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미래로까지 연장되고 있다.
다섯째, 인적자원의 공급이라는 면에서 개인에게는 투입된 노력에 비해 이후 소득에서 효과적이지 않으며, 국민경제에서도 중간재적 성격에 비추어 지나치게 고비용이므로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활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향후 우리 교육, 또는 교육산업이 MB정부의 구상처럼 ‘교육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더욱 시장화, 사적 산업화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교육의 사적 산업화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율을 떨어뜨리고 가계 부담을 가중시켜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교육산업의 공적 성격을 적극적으로 복원하려는 방향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