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 10. 9. 07:00

“주식시장이 ‘비이성적인 과열(irrationally exuberant)’ 상태에 있는 점이 매우 큰 위험”
- 스티글리츠
“주식시장이 너무 많이, 너무 이르게, 너무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 루비니

최근 급격한 주가 상승에 대한 우려와 경고의 목소리들이 커지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주식과 부동산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빚을 얻는 가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서 빌리는 신용융자와 대주거래, 미수거래를 합한 잔액이 지난 9월 24일 기준으로 5조 원을 넘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2000을 넘었던 2007년 11월 이후 처음이자, 올해 초 대비 223퍼센트나 폭증한 수치다. 증권사가 아닌 저축은행 등에서 주식매입을 위해 대출 받은 연계신용, 즉 ‘스탁론’도 2009년 8월 말 현재 6316억 원이다(<경향신문>, 2009.9.28).

올 3월 이후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개미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11월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돌파했을 때처럼 2009년 9월 22일 주가가 1700선을 넘어 연중 최고점을 돌파할 무렵 ‘주식빚’도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과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바로 그 시점에서 증시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가 국내외에서 터져나온 시점이기도 하다.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소비를 줄이며 빚을 갚아나가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주택담보 대출이 급격히 늘어나는가 하면, 부동산 가격마저 서울ㆍ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09년 8월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대출은 무려 340조 원에 달했다.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 이후 다소 누그러들긴 했지만 규제로부터 벗어나있는 비은행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기도 하다. 더 많은 이자를 감당하면서까지 말이다.

이쯤되면 어느덧 빚 얻어 주식과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던 시대가 다시 찾아왔다고 할만하다. 증권사와 은행들은 늘어나는 수수료 수입에 확실한 담보까지 있으니 별로 손해 볼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과연 돈을 빌리는 국민들도 손해 볼 것이 없을까.

금융투자가 과연 우리들의 갈증을 해결해줄 수 있을까

돌아보면 지금처럼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자산에 대한 의존성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다. 극심한 고용불안이 노동소득의 불안을 낳았기 때문이다. 노동소득이 늘지 않으니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주식과 같은 금융상품이나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다시 금융회사에 투자를 하는 구조인 셈이다.

신용카드 1억장 시대가 말해주고 있듯이 신자유주의 시대는 금융ㆍ신용상품의 시대이기도 하다. 쏟아지는 신용상품과 대출상품으로 부족한 노동소득을 메우고, 보험상품으로 미래 노동소득의 불확실성을 보장 받으며, 더 나아가 금융투자상품을 구매함으로써 제자리를 맴도는 노동소득의 허전함을 간단히 채울 수 있으리란 환상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 시대의 경제학인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떤가. 노동소득 정체와 양극화를 피해 빚까지 얻어 자산소득을 늘리고자 했지만 실제로 돌아온 것은 소득의 양극화보다 더 심각한 자산의 양극화와 빚더미였다.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기준 가계자산(주택, 토지, 금융자산)의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7069로 소득에 대한 지니계수인 0.3579의 두 배에 달했다(이정희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한 <가계 자산에 대한 지니계수 추정과 소득 지니계수와 비교>, 프레시안, 2008.9.2).

이 보고서는 특히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부동산 소유 계층의 자산이 늘어날 뿐 아니라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은 계층이 치러야 하는 전ㆍ월세 비용 역시 늘어나 자산의 양극화는 그만큼 더 심화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더 많은 저소득층의 자산이 고소득층에게로 흘러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통해 분명하게 알 수 있듯이 빚더미 위에 지은 고급 주택도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비록 노동소득이 늘어나지 않는다 해도 자산 가치의 상승분이 빚을 감당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부풀어 오른 거품은 언젠가는 꺼지고 만다. 그것이 이번 금융위기가 준 가장 분명한 교훈이지 않은가.

안정된 고용과 소득만이 ‘거품의 사슬'을 끊을 수 있다

새사연은 며칠 전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국내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도 최근 불안한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코스피지수와 함께 4분기 한국경제도 무너질 것인가). 최근 한국은행 역시 2009년 9월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이러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영국의 경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및 경기침체의 영향 등으로 주택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주택관련 대출도 지속적으로 축소 조정되는 등 가계 부문의 디레버리징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주택 가격이 별다른 조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주택담보 대출 증가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어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시중 금리마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아직 2퍼센트로 묶어두고 있음에도 CD금리가 8월 이후 대단히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고, 여기에 연동된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7퍼센트를 내다보고 있을 정도다. 가계가 받는 타격이 적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기획재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매달 가계가 지불해야할 이자 부담금을 1조 6000억 원으로 추산할 경우 대출금리가 1퍼센트만 올라도 이자 부담금은 20퍼센트가 늘어난 2조원이 된다(기획재정부, <거시경제안정보고서>, 2009.9).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기준금리를 올리기라도 하면 이자 부담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가계가 금융위기의 새로운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른바 ‘대박’에 대한 기대를 잠시 내려놓는다면, 결국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은 노동소득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사실 ‘대박’을 좇는 이유도 노동소득의 불안정성 때문이고 보면 가계 부실이라는 위험 요소를 제거하는 것 역시 노동소득을 늘리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정책당국자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이 더 ‘유연’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유연한 고용 모델을 자랑하던 미국의 실업률이 이번 금융위기를 거치는 동안 유럽ㆍ일본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점을 정부 당국은 기억해야 한다. 위기의 진원지이기 때문이 아니다.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오히려 유럽과 일본이 더 심각하게 겪고 있다. 문제는 미국식의 고용 유연화 모델에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단기일자리를 통한 취업자 수 늘리기를 그만두고 보다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해 노동소득을 늘리기 위한 ‘국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이 가족의 삶을 담보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막는 근본 대책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새사연이 주장하는 요지는 간단하다.
‘투자로 돈 버는 세상이 아닌, 땀 흘려 일해서 돈 버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초보적인 ‘교훈’이자 ‘대안 사회’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 신용융자 : 고객이 증권사에 예치한 예치금의 1.5배까지 증권사에서 주식 투자용도로 융자해주는 제도. 1000만 원을 예치하면 신용 융자 포함해서 2500만 원까지 주식 투자를 할 수 있다.
* 대주거래 : 주식을 빌려서 파는 일종의 공매도 거래로 2008년 10월 금융위기로 중단되었다가 2009년 6월에 비금융주에 한해 다시 허용되었다.
* 미수거래 : 주식결재 대금이 부족할 때 증권사가 대신 지급하는 거래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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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1년 ③] 한국노동시장 2차 구조변동의 4대 징후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요 약]

- 지난 9월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25만 명 규모의 희망근로를 실시하여 고용추락을 임시로 억제하기 시작한 6월 이후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이는 추석을 앞둔 3분기까지인 9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번 경제위기는 과거 10~20년 동안 3~4퍼센트라는 낮은 실업률을 보이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왔던 미국을 가장 심각한 실업난으로 몰아넣게 된다. 그 동안 세계적으로 고용 유연화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왔던 근거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미국식 금융시스템에 이은 미국식 고용시스템, 즉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도 사실상 파산했다.

- 최근 고용동향 특징1: 상용직 증가세 유지 -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정규직을 크게 늘리기 보다는 최소 필요인원으로 제한하고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은 비정규직 채용과 방출을 통해 할 것”이라는 점이고, “제조업과 건설 대기업들은 실적 호전 여부와 무관하게 정규직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 최근 고용동향 특징2: 취약계층 고용악화 집중 - 지금은 상용직 고용이 낮은 증가추세로 현상유지를 하는 동안, 고용시장에서 떨어져 나간 임시 일용직과 특히 자영업은, 향후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된다 하더라도 다시 자기자리로 되돌아오지 못한 채 상당기간 아예 고용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최근 고용동향의 특징3: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의 고용흡수력 약화 -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구조 변동 가능성의 세 번째 특징은, 기존에 고용책임을 주로 담당했던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의 고용 주력 산업분야에서 고용 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앞으로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 최근 고용동향의 특징4: 실질적 고실업 국가 전환 가능성 - 이번 경제위기의 조기 회복 여부와 무관하게 향후 노동시장은 외환위기로 만들어진 ‘상시적 고용불안’ 체제가 다시 구조변동을 겪으며 이제는 ‘실질적 고실업’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할 것이다.

- 현재 시점에서 전망을 해 볼 때 앞으로는 ▶ 국가가 고용 추락을 임기응변식으로 막고 있지만 희망근로도 올해 25만 명 규모에서 10만 수준으로 줄이기 시작하는 내년 초부터 빠르게 효력을 상실할 것이다. ▶ 자영업의 축소 구조조정 추세는 경기회복과 무관하게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 경기회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의 고용 창출능력은 수익창출 실적에 비해서 미미한 수준을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건설업의 고용 창출능력은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 녹색 산업 등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신산업은 당분간 고용창출 효과가 빠르게 나올 분야가 아니다.

- 고용보험적립금 고갈 가능성에 대비해 정부는 국민의 고용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일반재정’을 고용보험기금에 출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사실상의 ‘전 국민고용보험제도’를 시작할 필요가 절실하다 할 것이다.

- 금융규제 강화에 버금하는 ‘고용보호강화’로 고용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 사실상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보험적용 확대, ▶ 전통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을 뛰어넘는 공적 사회서비스산업으로의 산업 전환을 통한 ‘고용 확대형 산업구조 개편’, ▶ 고용 영향평가제도 실시를 통한 사업별 고용창출 효과 검증, ▶ 비정규직 사유제한 강화나 정규직 전환시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적극적인 고용보호제도 도입 등의 다방면적 종합 대책을 서두를 때이다.

1. 8월 고용동향 특징과 고용시장 구조 변동 가능성

경기조기 회복의 낙관론이 대세를 이뤄가는 가운데, 경기회복의 핵심 지표라고 할 지난달(8월) 고용지표가 16일 발표되었다. 그 결과를 우선 간단히 압축해보자.

1) 통계청에서 9월 16일 발표한 고용동향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25만 명 규모의 희망근로를 실시하여 고용추락을 임시로 억제하기 시작한 6월 이후 추세의 연장선상에 있는데 이는 추석을 앞둔 3분기까지인 9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새사연, <고용 없는 경기회복이 과연 가능한가?>, 2009.8.13).

취업자 수 증가 기준으로 6월 +4,000명, 7월 -7만 6,000명, 그리고 8월 +3,000명으로 일정한 구간을 횡보하고 있다. 다만 7월에 비해 취업자 수가 약 8만 명이 늘어난 것은 주로 60대 이상 여성, 그리고 임시직에서 일정한 기여를 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2) 상용직이 30만 명 수준의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고용충격이 덜하고, 임시직이 희망근로 효과로 일시적 반등을 한 데 비해 일용직, 자영업, 여성, 30대를 포괄하는 청년 등 취약계층에게 집중된 취업자 감소 추세 역시 지속되고 있다. 일용직의 감소폭이 다소 완화된 대신에 이번에는 자영업 감소폭이 확대된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성이 일자리 상실을 주도하는 현상도 마찬가지여서 2009년 8월 기준으로 남성 취업자가 7천명 증가한데 비해 여성은 마이너스 4천명으로 감소했다.

3) 산업별로도 제조업, 건설업 등 주요 분야의 취업자 감소폭이 약간 줄었지만 각각 10만 명 이상의 감소세를 계속 이어오고 있고 도소매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개입된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분야 일자리가 다시 사상 최대 증가폭인 32만 1,000명 수준으로 상승함으로써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의 감소를 보충해주고 있는 점도 동일하다.

4) 8월 공식 실업자는 90만 5,000명으로 전 달에 비해 2만 3,000명이 줄어들었지만 취업준비자 + 쉬었음 + 18시간미만 취업자 중 추가취업 희망자를 합친 실질 실업자는 오히려 5만 명가량이 더 늘어나 313만 9,000명이 되었다. ‘쉬었음’ 인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8월 고용동향을 비추어 보건데, 일정한 수준의 외형적 경기회복 추세가 완연해지고 출구전략 논의가 가시화되고 있는 마당에, 정부개입으로 얼마든지 변동 폭이 커지고 있는 매월의 고용지표에 너무 매달리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놓칠 수 있다. 지금 고용상황과 관련하여 진정 필요한 것은, 경기회복이냐 다시 침체로 빠질 것이냐에 관계없이 고용지형 자체의 구조변동이 시작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왜냐하면 고용 지표를 포함해서 현재의 경제위기 국면이 몇 가지 성장지표가가 회복되었다고 해서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경제위기 이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위기를 체험한 금융, 기업, 가계, 국가 등 각 경제주체들의 행위 방식이 달라지면서 경제지형이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경제의 초점은 수출보다는 내수에, 과소비보다는 적정소비에, 시장자율 보다는 정부규제에, 감세보다는 세수확보에, 소비보다는 저축에, 미국, 유럽보다는 아시아에 맞춰지고 있다”는 진단은 이를 반영한 적절한 지적이다(매일경제 2009.9.13). 물론 경제지형의 변화가 현재로서는 다수 노동자와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 아니라, 사지에서 생존한 금융자본과 거대 기업들의 부활에 이익을 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 기대와는 다를 것이다.

한국의 고용시장도 2009년 위기를 거치면서 구조 변동의 징후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평생직장’으로 고용은 보장되었지만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던 외환위기 이전의 고용 체제가 외환위기로 순식간에 급변했던 것을 이미 우리 국민은 경험한 바가 있다. 고용 유연화의 확산으로 ‘있을 때 벌어두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상시적 고용불안과 차별적 비정규직‘이 구조화된 환경에서 지금까지 10여 년간의 고용 체제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또 다시 외환위기 이후의 고용 체제를 뒤흔들면서 새로운 고용시장 지형으로 이동하려는 것이다. 외환위기에 이은 ‘2차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가능성은 정말 있는 것인가. 있다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가. 8월 고용지표까지를 추적하면서 그 가능성을 검토해 보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2. 미국식 금융시스템, 복지시스템 그리고 고용시스템의 파산

최근 경기회복을 빌미로 금융규제 추진에 저항하려는 월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지만, 전 세계 경제를 삽시간에 혼란으로 밀어 넣은 글로벌 경제위기가 미국식 금융시스템의 실질적 파산이었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더욱 비대한 규모로 부활하고 있는 월가 생존자들의 기대와는 무관하게 그들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오바마 정부의 존립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건강보험제도 개혁’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과 미국 내부의 갈등 양상을 보건데, 무너진 것은 미국식 금융시스템만이 아니었다. 미국식 복지 시스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16.6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기업 비용지출과 가계 소비지출에 더는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주고 있는 현재의 미국식 보건 시스템을 공적으로 개혁하지 않고서는 미국의 장래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이 건강보험 개혁의 절박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미국식 금융시스템과 미국식 복지 시스템 못지않게 ‘미국식 고용시스템’ 역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파산 선고를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이끌었던 미국식 고용시스템이 ‘고용 유연화’였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을 포함하여 신유주의를 도입한 많은 국가들은 양호한 고용실적을 올려왔던 살아있는 모범-미국 고용모델을 추종하여 고용 유연화 정책을 속속 수용했었다.

그런데 이번 경제위기는 과거 10~20년 동안 3~4퍼센트라는 낮은 실업률을 유지하면서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왔던 미국을 가장 심각한 실업난으로 몰아넣게 된다. 그 동안 세계적으로 고용 유연화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왔던 근거가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미국 고용시장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는가는 고용 유연화가 미진했던(?) 유럽과 비교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2009년 7월 기준 미국 실업률 9.4퍼센트는 유럽연합의 9.5와 거의 같아졌다. 그러나 과거에 상대적으로 유럽이 높은 실업상태를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경제위기로 미국 실업의 증가 속도가 매우 가팔랐다는 것을 말해준다.(그림 참조)

특히 한국처럼 개방화 정도가 매우 높은데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화로 고실업을 해결하면서 고성장까지도 달성했다며 한국 정책결정자들의 부러움을 샀던 아일랜드는 금융위기 충격여파로 다시 10퍼센트가 넘는 과거의 고실업 상태로 복귀하는 비극을 겪고 있는 중이다.

미국은 2007년 12월 공식 실업률이 5퍼센트로 올라선 이래 2009년 8월 현재 9.7퍼센트를 넘어서 조만간 10퍼센트 이상으로 올라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데 2년 안에 두 배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구직 포기자와 추가 근로를 원하는 시간제 노동자를 포함한 실질 실업은 약 2,600만 명으로 16.8퍼센트에 이른다(여경훈,<2004년 신바젤협약, 금융위기 초래한 숨겨진 배경>, 2009.9.16).

더욱이 유럽과 아시아는 올해 말까지 고용이 개선될 전망이지만 미국은 더 나빠질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취업컨설팅과 아웃소싱 전문업체인 미국의 맨파워가 전 세계의 고용주 10만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9월 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4.4분기에 미국의 고용전망지수는 -3을 기록, 전분기보다 1포인트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해 4분기의 9에 비해서 12포인트나 내려간 것”이라는 지적이다(연합뉴스 2009.9.9).

이번 금융위기에 미국식 고용시스템이 가장 취약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며 미국식 고용 유연화 모델이 미국식 금융혁신 모델과 함께 사실상 파산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최근 정부의 재정투입으로 겨우 지탱되고 있는 한국 고용시장 상황도 바로 외환위기 이후 미국의 고용 모델을 직수입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미국식 고용 체제의 파산으로부터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하고 대통령을 포함해서 “노동유연성 문제는 금년 연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는 식의 과거 정책기조를 고집하고 있는 형편이다.

구조개혁 가속화라는 명제아래 “근로조건을 환경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제 및 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 등 고용 안정성 제고와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힌 최근 정부 보고서에서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기획재정부, <거시경제안정보고서>, 2009.9).

그렇다면 이미 파산한 미국식 고용모델, 신자유주의적 고용 유연화를 앞으로 지속시킬 때, 어떤 상황으로 고용구조 변동이 예상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짚어보자.

3. 상시 구조조정으로 유지된 상용직, 대기업의 고용흡수력은 없었다

2009년 고용위기가 1998년 외환위기 당시의 고용위기와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상용직의 극적인 고용추락이 없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은행과 대기업에서 대량 정리해고로 몰려나오면서 상당기간 80만 명 수준의 상용직 실업자들이 양산되었던 것을 비교한다면, 2009년의 고용대란위험 시기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지난해에 비해 30만 명 이상의 상용직 노동자 증가세를 유지한 한국의 노동시장은 상당히 주목을 받을 만하다.

물론 연초부터 고용 유지를 위해서라며 정부와 재계가 발 빠르게 일자리 나누기나 임금삭감을 시행하고, 정부가 지난해의 10배~20배가 넘는 매월 수백억 원의 고용유지지원금을 투입한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상용직 위주 고용으로 경영을 해왔던 기업들이, 갑작스럽게 닥친 외환위기 때문에 상용직 고용을 대거 방출했던 반면, 외환위기 이후 이른바 ‘상시적 구조조정’을 통해 이미 최소한의 정규직 유지와 다수의 비정규직을 활용한 시스템으로 구조변화가 된 결과가 이번에 상용직 유지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시 구조조정 결과 경제위기가 닥쳤음에도 불구하고 ‘생산규모 자체를 축소’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정규직 인력감축 보다는 임시직과 일용직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초기 경제위기 대처를 해 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대기업부터 충격이 시작된 외환위기와 달리, 이번 경제위기 충격은 자영업 → 중소기업 → 대기업으로 상향 전파된 결과, 1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상용직 증가가 현저히 둔화되었지만 300인 이상 대기업은 비록 2009년 상반기 상용직 증가수가 8만 명으로 적은 수이지만 전년 대비 오히려 증가세가 더 확대되었다.(그림 참조)

물론 이 정도 증가세는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깜짝 실적행진을 거듭한 것을 고려할 때 기대했던 만큼의 정규직 신규채용을 했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깜짝 실적 행진을 주도한 제조업에서는 오히려 상용직 고용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4만 명으로 감소했던 점에 주목해야 하고, 건설업은 정부의 막대한 건설투자에 비해 상용직 채용은 그야말로 미미한 수준이었다.(그림 참조)

여기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정규직을 크게 늘리기 보다는 최소 필요인원으로 제한하고 경기변동에 대한 대응은 비정규직 채용과 방출을 통해 할 것”이라는 점이고, “제조업과 건설 대기업들은 실적 호전 여부와 무관하게 정규직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 구조에서 제도적 개혁이 없다면 앞으로 더욱 축소된 규모로 상용직이 비탄력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대기업 실적행진과 무관하게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4. 취약계층에 집중된 고용타격, 완충지대가 없다

이번 고용위기의 두 번째 특징은, (대량 해고로 몸살을 앓은 쌍용차 사례의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기업 상용직과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는 비교적 타격이 덜 한 반면, 대신에 고용 취약계층은 거의 외환위기에 버금할 정도의 타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에서 안정되게 일하는 직장인들이 잠시 불안감을 갖다가 곧 잊어버린 것과 달리, 임시 일용직과 청년, 여성과 자영업인들은 또 다시 생계걱정에 날을 지새워야 했다는 뜻이다.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비록 임시직은 희망 근로 등으로 6월 이후 플러스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일용직과 자영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초입 단계인 2007년 말부터 서서히 줄어들기 시작해서 2009년에는 각각 최소 마이너스 10만 명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면서 충격을 받게 된다.

취약계층에게 집중된 고용충격은 외환위기 당시와 전혀 다른 고용구조로 인해 발생한 것이고 이는 앞으로의 고용위기 해소 방향에도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즉, 외환위기시에는 정규직의 급격한 일자리 감소를 임시 일용직이나 자영업이 흡수해주면서 일종의 ‘고용 완충지대’ 역할을 하여 고용 회복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은 상용직 고용이 축소된 형태로 현상유지를 하는 동안, 고용시장에서 떨어져 나간 임시 일용직과 특히 자영업은, 향후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된다 하더라도 다시 자기자리로 되돌아오지 못한 채 상당기간 아예 고용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이들을 고용시장에서 받아줄 완충지대가 실업대열 말고는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임시 일용직과 자영업이라는 측면 외에 또 다른 각도로 고용 취약계층에게 집중된 충격을 발견할 수도 있다. 취업자 감소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고용감소가 두드러지다는 점이고, 노동시장에 신규로 진입해야 할 청년들의 취업감소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당시와 비교하여 연령대별 취업자 증감에서 몇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20대는 예나 지금이나 고용위기에 가장 취약하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는 정부의 청년 인턴 지원 등의 효과로 20대 고용이 일시적으로 호전되었지만 이는 연말까지 한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는, 감소폭으로 보면 30대의 일자리 감소가 가장 크다는 점이다. 정확한 측정은 어렵지만 이는 대략 평균 취업 연령이 남성 기준 29세까지 높아지면서 최초 취업이 늦어진 30대 청년들의 고용악화가 반영되었을 가능성이 있고, 또 하나는 최근 몇 년간 취업한 청년들의 일자리가 정규직 보다는 임시 일용직일 가능성이 높았음을 암시할 수 있다. 실제로 30대 실직자 가운데 여성들이 많았던 사실은 이들이 주로 임시 일용직으로 취업했을 개연성을 높이고 있다.

셋째는, 외환위기 당시 가장 타격을 덜 받았고 회복도 빨랐던 40대가 50대 이상 보다도 취업자 감소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40대 역시 이미 임시 일용직이나 자영업 등에 상당수 포진해 있었기 때문일 가능성과, 제조업과 건설업 부문에 종사하는 40대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리면서 나타난 결과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50대와 60대 이상은 정부의 희망근로 채용 등으로 인해 다시 고용 증가세로 돌아선다.

연령대별로 살펴본 결과를 요약하면, 최근 고용시장 구조 변화로 인해 청년 고용불안 여파가 20대를 넘어 30대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 주로 한 가정의 가장일 가능성이 높은 30대와 40대에도 광범위하게 임시 일용직이 분포되어 있어 현재의 고용구조가 우리 가정 가계 운용의 안정성을 크게 흔들 고 있다는 점이 외환위기 당시와 구조적으로 달라진 고용시장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5. 경기회복의 주력 제조업, 고용회복의 주력은 아니었다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한 고용구조 변동 가능성의 세 번째 특징은, 기존에 고용책임을 주로 담당했던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 등의 주력 산업분야에서 고용 흡수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고, 앞으로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 된 노동자들을 흡수하며 한때 초과잉상태로까지 팽창했던 도소매업 중심의 서비스 자영업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자체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지속적으로 고용이 축소되어왔고 이번 금융위기 이후에는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이며 줄어들고 있다.

또한 그 동안 고용 확대에 일정한 기여를 해왔던 한국의 전통적 고용창출 선도 분야인 건설업도 이명박 정부의 기대와 달리 엄청난 정부예산을 쏟아 부으며 일자리 창출을 전망했으나 역시 마이너스 10만 명 이상의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최근 반도체, LCD, 휴대폰, 자동차 등 핵심 제조업들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경기 조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주가를 올려가고 있지만 제조업에서의 고용 감소폭은 대기업에서조차 줄어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산업분야에서 떨어져 나온 실업자 규모만큼을 현재는 정부의 재정을 투입해 2009년 1월에 비해 100배 이상 취업자 증가수가 늘어난 공공분야 고용으로 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그림 참조)

그 결과, 최소 400만 명 이상의 고용을 꾸준히 유지했던 제조업이 2007년에 400만 명 밑으로 주저앉았고 2009년 8월에는 370만 명으로 떨어졌다. 단일 산업으로만 180만 명이라는 엄청난 고용을 지탱했던 건설업도 올해에 160만 명 수준으로 취업자 수가 추락했다. 과거에 그나마 서비스업종으로 몰렸던 구직 인력들도 지금은 영세한 도소매업의 과잉팽창을 이기지 못하고 가혹한 자체 구조조정에 더해, 대형 유통자본 골목상권 잠식에 설자리를 잃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금융 분야에서는 전혀 일자리가 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고 구체적 내용도 없는 ‘녹색산업’에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아직 요원하기만 하다.

고용창출을 중심으로 이 모든 사실을 본다면, 이제 한국의 산업이 전통적인 제조업과 건설업으로 고용을 이끌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신 서비스 산업, 그것도 이미 과잉된 도소매업이 아니라 ‘공적인 사회서비스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고용창출과 사회안전망 확보를 동시에 달성하면서 산업 구조전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6. ‘실질적 고실업 국가’로 변화하는가

지금까지의 고용구조 변화를 요약하면, 상용직과 같은 안정적인 일자리는 고용 축소도 적은대신 고용 확대도 미미할 것이고, 고용 취약계층은 거의 외환위기에 버금갈 정도의 고용 감소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지만 지금이야 말로 20대에서 50대까지 모든 취업 연령대에서 고용불안을 넘어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마저 상존하고 있다. 아울러 전통적 고용책임분야였던 제조업, 건설업, 도소매업은 대기업의 글로벌 선방이나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구조가 향후에 경기회복과 함께 어떻게 변할 것인가. 현재 시점에서 전망을 해 볼 때 앞으로는 ▶ 국가가 고용 추락을 임기응변식으로 막고 있지만 희망근로도 올해 25만 명 규모에서 10만 명 수준으로 줄이기 시작하는 내년 초부터 빠르게 효력을 상실할 것이다. ▶ 자영업의 축소 구조조정 추세는 경기회복과 무관하게 향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 경기회복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의 고용 창출능력은 수익창출 실적에 비해서 미미한 수준을 탈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 건설업의 고용 창출능력은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 ▶ 녹색 산업 등 정부가 추진하려고 하는 신산업은 당분간 고용창출 효과가 빠르게 나올 분야가 아니다.

결국 지금과는 또 다른 노동시장의 구조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할 것이다. 이른바 노동시장 이탈 구조화(비경제활동 인구 확대)나 구조적 실업 상시화 가능성이다. 이미 2004년 카드 대란에서 벗어난 이후 비경제활동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이와 반비례하여 경제활동 인구(취업자+구직자)는 증가폭이 감소해왔다. 올해 들어서 2009년 1~5월까지는 아예 전년 대비 마이너스 3만 명 수준으로 떨어진 경제활동인구 증가수는 6월에 희망근로 효과로 겨우 플러스로 돌아선다.(그림 참조)

이런 상황에 대해 정부도 “실업기간이 장기화 될 경우 적극적인 구직의욕이 감퇴하고 교육이나 훈련 부족으로 인해 재고용 가능성이 감소하게 되어 구조적 실업(structured unemployment)이 증가하거나 노동시장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노동시장 이탈 인구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 적극적인 대처의지를 밝히지는 않고 있다(기획재정부, <거시경제안정보고서>, 2009.9).

결국, 이번 경제위기의 조기 회복 여부와 무관하게 향후 노동시장은 외환위기로 만들어진 ‘상시적 고용불안’ 체제가 다시 구조변동을 겪으며 이제는 ‘실질적 고실업’ 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2000년대 이후 공식적인 실업률이 3퍼센트 수준을 맴돌고 있는 동안, 실질 실업률은 지난 10여 년 동안 단계적으로 상승해왔다. 공식 실업자에 더해서 비경제활동 인구로 계산되어 있는 취업 준비를 위한 통학생, 취업 준비자, 쉬었음, 18시간미만 취업자 중 추가 취업 희망자를 모두 더한 실질 실업률은 2004년까지는 9퍼센트(230만 명대), 2005년~2008년 기간에는 10퍼센트 수준(270만 명대)이었다가 2009년 들어오면서 12퍼센트(300만 명대) 수준으로 높아진다. 공식실업자 90여만 명의 3배가 넘는 수자로 커진 것이다.(그림 참조)

문제는 앞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실질 실업률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노동시장 변화 추세로 보건데, 앞으로 고용시장 지형은 ▶ 청년의 노동시장 진입 지체가 계속되고, ▶ 정규직이 정체되고 고령화되는 가운데, ▶ 임시 일용직 등 비정규직은 정부의 청년인턴과 희망근로 시한이 만료되면 일부는 경기회복으로 흡수되겠지만 일부는 노동시장을 이탈할 것이며, ▶ 여성의 고용축소도 원상회복되기는 어렵고, ▶ 자영업 고용 축소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 일부 고령층은 거꾸로 질 낮은 일자리로 역류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면서 전반적으로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이탈이 지속되는 추세로 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그림 참조)

7. ‘고실업 상시화’의 징후가 고용보험에 줄 충격

앞으로 예상되는 고실업 상시화 징후가 가장 먼저 충격을 줄 것은 고용보험 시스템이 될 것이다. 고실업 가능성에 대비한 가장 시급한 대책은 실업자에 대한 생계와 재취업 대책이고 그 다음으로 신규 일자리 창출대책, 마지막으로는 고용을 보호할 제도적 개혁이 뒤따라 올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 경제활동 인구 가운데 고용보험 가입자가 40퍼센트도 안 될 정도로 아직 포괄범위가 제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9년 경제위기 이후 이미 실업급여 수급자는 매월 공식 실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40만 명 수준을 돌파했다. 2006년 23만 명 수준, 2007년에는 26만 명 수준, 2008년 29만 명 수준으로 상승세를 보이다가 2009년에는 아예 50퍼센트 가까이 뛰어오른 40만 명 이상을 넘어서게 된 것이다. 2009년 4월에는 월간 실업급여 지급액이 4,000억 원을 넘어서게 되었고, 2009년 7월까지 연간 누적 지급액은 거의 지난해 전체 수준과 맞먹는 2조 5,000억 원을 돌파하게 된다. (그림 참조)

문제는 이처럼 매우 제한된 수준의 고용보험제도 아래에서도 실업급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여기에 고용보험 기금에서 지출되는 고용유지 지원금까지 크게 증가하는데도 고용보험재정에 문제가 없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고용보험재정은 당해연도를 기준으로 볼 때 이미 2007년부터 적자를 기록해왔다. 다만 그 이전부터 누적된 적립금의 여유가 있어 이를 보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결과, 2009년에 거의 5조 원에 육박하는 실업급여 지출이 예정되어 있고, 기타 고용안정지원금과 직업능력개발 지원금 그리고 모성보호지원금도 모두 합해 3조 가까운 금액이 지출될 것을 예상한다면, 2008년 까지만 해도 8조 2,000억 원이 넘었던 고용보험 적립금은 2009년 말 기준으로는 무려 3조 2,000억 원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그림 참조)

향후에 실업급여지급의 지속으로 인한 고용보험기금 고갈의 가능성은 없는가? 오히려 국민연금 고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 아니라 고용보험기금 고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정부 기대와 달리 느린 회복세가 장기화될 경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자영업 등으로 고용보험 적용을 확대하거나 지급 비중을 높일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확인해야 할 문제는 지금까지 실업급여 지급이나 고용유지 지원금과 같은 자금이 정부가 아니라 노동자와 기업이 그동안 적립해온 재원으로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노동부가 임의로 자금집행을 해서 정부가 생색을 내고 있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정부가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인상 등과 유사하게 고용보험료 인상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고용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안전망 대책이자 복지일 수밖에 없으므로 정부는 국민에 대한 고용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라도 ‘일반재정’을 고용보험기금에 출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면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사실상의 ‘전 국민고용보험제도’를 시작할 필요가 절실하다.

8. 실질적 고실업 국가 전환 막기 위해 ‘노동 유연화’의 폐기가 절실

앞서 미국의 금융시스템과 복지시스템의 실질적인 파산에 이어 미국식 고용시스템도 사실상 파산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 유연화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던 근거가 무너진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란 ‘경제의 금융화’와 ‘노동의 유연화’라고 하는 두 축을 기반으로 자본의 수익실현 구조를 확대해온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금융위기로 한편에서는 신자유주의 금융 수익모델이 파산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 유연화로 인한 고용불안 → 소득정체 → 차입에 의한 가수요 확대라고 하는 절대 장기 지속될 수 없는 순환구조가 파산하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세계가 경제위기에 대처하면서 ‘금융규제’에 대해서는 (월가의 반발로 최종 결과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어느 정도 다양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고용 안정화’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의제들이 전진적으로 쟁점화 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금융규제 강화’는 진행되고 있는데 왜 ‘노동보호 강화’는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는가? 그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보운동의 적극적인 활동에 의해 촉발되었다기보다는 금융시스템 자체 결함으로 안에서부터 폭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신자유주의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이 미진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글로벌 소비위축을 해소하고 생산-소비의 순환을 복원시켜내는 길은 두 가지 뿐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지금처럼 고용 유연화를 지속시키면서 정체된 노동소득을 금융공급 확대 재개로 풀어서 소비를 늘리는 신자유주의적 ‘차입경제’를 복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고용 유연화 폐기를 전제로 고용보호, 나아가 고용 확대를 통해 소득을 안정시킴으로써 생산과 소비의 선순환을 복원시켜내는 것이다.

만약 우리정부가 고용 유연화를 지속시키는 길을 선택한다면 노동시장 이탈과 실업의 확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우리 경제의 치명적 약점인 내수기반 회복의 길도 자동적으로 포기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청년인턴제나 희망근로 같은 일회성 응급처방으로 눈앞에 닥친 2009년 고용위기를 대처하는 것이 사안의 긴급성에 비추어 불가피했다고 하더라도, 2010년부터는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2차 고용구조변동에 대처하여 구조적인 전환해법을 찾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국내적으로 고용 유연화를 지속시키는 가운데 수출금융지원이나 환율환경 지원 등을 동원하여 글로벌 수출 대기업들의 해외 현지생산 판매와 같은 방식으로 경기회복을 꾀하려는 조짐이 강하다. 다시 강조하건데 고용시장 지형 변화를 앞두고 있는 지금 상황은 일시적인 일자리 마련이나 수동적인 고용방어 차원을 넘어서 ‘고용시장의 틀’을 바꾸는 적극적인 고용제도 개혁으로 의제를 이동시킬 필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광범한 노동시장 이탈 가능성을 차단하고 반대로 청년과 여성, 임시 일용직 등이 안정된 고용시장으로 복귀하는 흐름을 새로이 형성할 수 있도록 정책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규제 강화에 버금가는 ‘고용보호 강화’로 고용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바꾸는 것을 전제로 ▶ 사실상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보험적용 확대 ▶ 전통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을 뛰어넘는 공적 사회서비스산업으로의 산업 전환을 통한 ‘고용 확대형 산업구조 개편’ ▶ 고용 영향평가제도 실시를 통한 사업별 고용창출 효과 검증 ▶ 비정규직 사유제한 강화나 정규직 전환시 인센티브 제공과 같은 적극적인 고용보호제도 도입 등의 다방면적 종합 대책을 서두를 때이다.

그렇지 않다면 경기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근로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서 가계부채가 팽창하고, 그럴수록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결국은 가계부실위험성을 키우게 될 것이다.(그림 참조)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TAG 고용,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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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끼늑대

    실업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왜 정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량으로 받아들일까요?

    2009.09.17 17:58 [ ADDR : EDIT/ DEL : REPLY ]
    • 진짜 모르고 하시는 말씀인지... ㅡ_ㅡ 국민들은 이제 바보가 아닙니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번 경우도 저출산 문제와 더불어 정부가 손도 안대고 코 풀려고 하는 행태라고 할 수 있죠. 구조적 문제의 실업과 저출산 문제를 외국인 노동자로 손쉽게 해결하려는 안이한 발상. 정말 한심하다 못해 분개할 만한 일입니다. 물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처우는 우리가 인정해 줘야 하지만 우리나라 실업문제나 저출산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태도는 정말 화가 납니다.

      교육 및 입시, 학벌문화를 비롯한 사회의 근본적 원인은 내동댕이 치고 눈앞의 작은 땜질로 해결하려는 한심함. 전 그게 잘못됐다는 겁니다. 정말 문제입니다.

      2009.09.18 18:50 [ ADDR : EDIT/ DEL ]

주제별 이슈 2009. 6. 30. 10:23
'고용영향평가제'의 제기배경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고용 평가 없는 ‘막무가내 건설투자’

“4대 강(江) 살리기와 녹색 교통망 구축, 그린카 및 청정에너지 보급 등 36개 사업에 정부가 앞으로 4년 간 50조 492억 원을 투입해 95만 6,420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고용사정 악화에 대비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녹색 뉴딜(New Deal)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96만개의 ‘일자리 만들기’를 사업의 핵심 근거로 주장한 바 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오늘 정부 지출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GDP 3.7퍼센트 확대) 건설업이 사실상 유일하게 5.9퍼센트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 2009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하지만 녹색 뉴딜의 애초 목표였던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5월 고용동향을 보면 건설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오히려 12만 5,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해 금융업을 제외하면 감소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토목사업의 투자는 고용 창출 효과가 미비하다고 그토록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정부가 고용에 대한 면밀한 평가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다음 그림을 보자.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의 건설 발주액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4월 들어서는 발주액이 무려 35.1퍼센트나 증가했으며 상반기 마감이 다가올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기간 건설업의 취업자 감소폭은 더욱 커지는 추세를 보인다. 4월 신규취업자는 12만 8,000명 감소했고 이는 건설업이 점차 중장비화 되고 취업계수(10억 원당 취업자 수)가 낮은 토목위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영향평가제’ 도입이 왜 절실한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의 대규모 정책 사업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심각한 후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말로는 고용을 늘린다고 하면서 실제 뒤에서는 해고를 일삼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불황의 여파로 향후 10퍼센트 이상의 실질실업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고용대책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는 마당에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적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방침”에 따른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고 사태를 들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297개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전체 종사자의 12.7퍼센트인 3만 5,921명인데 이들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계약만료 후 대부분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어떠한 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비용절감’만을 경영평가 기준으로 내세운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정부가 고용을 고려하지 않고 중요 의사결정을 함에 따라 고용이 희생되는 사례는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상태로 넘어 간 가장 큰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2009년 6월, 한길리서치연구소, “쌍용자동차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보고서”). 정부가 2004년 충분한 검토 없이 쌍용자동차를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자동차는 1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와 고용 보장을 약속했지만 정부는 약속 이행을 위한 어떠한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분을 넘겨 버렸다. 결국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고용 보장 역시 4년 만의 자본 철수로 물거품이 되었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 볼 때 앞으로는 정부의 재정지출, 공기업의 경영계획, 공기업이나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과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무엇보다도 먼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하게 검증하고 고용 유지와 확대에 도움을 주는 방향에서 정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고용 영향평가제’ 도입을 긴급히 제안한다.

환경영향평가제에 준하는 고용영향평가제를 도입하자

고용영향평가제란 한마디로 기존의 각종 영향평가제도에 준하는 제도를 고용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 재정으로 벌이는 각종 사업은 일정한 규모와 성격의 조건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제도와 기술영향평가제도 또는 (예비) 타당성조사를 실시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각종 사모펀드와 해외 투기자본의 기업인수 과정에서 우리는 이른바 ‘먹튀 자본’에 대한 제어 장치가 없음을 목도해 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정체를 안다 해도 그 성격상 장기 투자와 고용 안정을 해치는 각종 자본의 유입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왔다. 뿐만 아니라 이를 감시하고 적절하게 개입해야 할 정부도 책임을 방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실질적 고실업 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실업을 줄이고 적극적인 고용친화형 성장을 이루기 위한 첫 출발로서 고용영향평가제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가.

첫째, 구조조정에 나서기 전에 ‘사전(事前)적으로’ 기업 또는 구조조정의 주체가 고용창출과 유지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제출할 것을 명문화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나 기술영향평가 또는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배운 바와 같이 이를 제도화,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대중적 평가, 공론장의 평가를 요구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환경영향평가나 기술영향평가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기존 평가제도가 형식적ㆍ요식적 절차로 전락한 것은 전문가 중심의 평가였기 때문이다. 전문가 중심의 평가는 제도권화 된 학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주의는 객관성의 외피를 입고 형식적으로는 이해관계를 배제하지만 사실상 관료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다. 행정력을 보유한 관료의 협조 없이는 전문가(위원회)들의 결정이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영향평가는 채무 조정을 포함한 각종 구조조정에 대해 ‘사전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검토와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서 구조조정이라 함은 법정관리와 회의 신청 등 법적 조치도 포함되며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는 기업의 유치 또는 인수도 포함된다.

구조조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본은 고용의 유지 또는 창출 규모와 그것의 실행에 대한 의지를 담은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며 이 계획의 타당성과 진정성을 노동조합과 하청기업 그리고 지역사회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평가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다.

고용친화형 경제로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세계경제는 대전환기에 돌입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지속돼온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가 일시에 무너지지는 않겠으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종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M&A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 시기 구조조정의 특징을 IMF 외환위기 이후와 비교해 보자. 당시는 한국경제의 핵심축인 대기업과 은행이 구조조정의 물꼬를 트면서 그 여파가 아래로 파급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경제의 핵심축이 건재한 가운데 하층 부문, 또는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과도하게 진행된 부문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헤게모니 상층부의 위기가 경제 전반, 전 계층에 영향을 미쳤다면 현재는 구조조정이 게릴라성으로 빈발하되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은 여전히 노동을 배제한 채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수준을 더욱 높이고자 하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정치권력과 은행자본은 현 시기 구조조정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가 될 것이다. 이들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기업 자체를 상품화하는 구조조정이요, 해고 등을 활용해 노동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구조조정이다.

결국 앞으로 최소 수년 동안 경제 재편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상황에 도달했다.

현 시기 자본의 구조조정은 피할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 원론적인 입장에 서서 모든 형태의 구조조정을 배격할 수는 없다. 다만 구조조정의 성격을 세밀하게,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것이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친화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용영향평가제도의 법제화가 그 출발이 될 것이다.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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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고용 진단 및 전망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1. 신규 취업자 동향

1) 최근 고용 동향의 구조적 특징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고용지표는 실업률이 아니라, ‘신규 취업자수’다. 실업률이 현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측면, 즉 고용률은 낮은 수준인데 인구가 한 해에 50만 명 가까이 늘어나고 있는 측면 때문이다. 어느 한 시점을 기준으로 파악하는 실업률과 고용률보다 지난해와의 비교로 파악되는 신규 취업자 수가 변화를 파악하기에 보다 용이하다.

최근 고용 악화의 추이는 지난 2007년 하반기부터 시작되었다고 분석된다. 당시는 한국의 수출과 경제가 호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신규취업자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성장과 고용이 반대로 움직이는 이런 ‘비상식적 움직임’은 IMF 외환위기 이후 고착화된 ‘고용배제 성장’의 최종적인 결과로 보인다.

그 다음 단계는 아시다시피 2008년부터 시작되었다. 1월부터 신규 취업자 수가 인구 증가분을 밑돌기 시작한 것이다. 고용의 질(비정규직/정규직)은 차치하더라도 일자리 창출 개수 자체가 현재 수준보다 턱없이 모자라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전에도 이런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카드대란과 같은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취업자 증가율의 하락은 상당한 시일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경향적인 추세라는 데 문제가 있다.

현재는 지난해 10월 이후 시작된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충격에서 또 다음 단계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마이너스 고용 상태로 접어든 이후 계속해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들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하고 공공부문에 인턴직을 늘렸음에도 5월에는 -21만 9,000명이나 취업자가 감소했다. 자산시장의 지표가 회복에 들어선 지 3개월여가 지났음에도 고용지표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2) 여성 취업자 감소가 전체 취업자 감소를 주도
올해 들어 나타나고 있는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 여성과 남성의 취업 격차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가계 소득의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여성들의 취업활동이 계속해서 늘어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 나타난 현상은 여성 취업자 감소가 남성 취업자 감소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영세 자영업자와 청년 실업자들이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들은 산업의 위계질서와 고용 협상력에 있어서 열위에 있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경제 구조적 실업의 특징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여성 취업자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경제 전반으로 실업 현상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성 취업자는 영세한 사업장과 취약한 계층에 상대적으로 더욱 밀집되어 있다. 또한 비정규직 서비스업 노동자도 상당 비율이 여성 취업자이다. 광범위한 취약계층에 걸쳐 있다는 뜻이다.

아래 두 개의 그림은 각각 연령별, 종사상 지위별 5월 신규 취업자(=취업자 증감)를 나타낸 것이다. 남성과 여성을 비교해 보면 경향은 동일하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남성과 여성 모두 5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취업자가 감소하였다. 또한 상용노동자를 제외한 임시ㆍ일용직 노동자와 비임금 취업자 모두에서 취업자가 감소하였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감소폭에서 나타난다. 증감의 경향은 동일하지만 여성이 더 크게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현재의 고용 경향은 특정 취약계층의 고통이 아니다. 여성 취업자의 감소는 곧 경제 전반의 고용 악화라 보면 된다. 단지 여성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기 때문에 더 크게 나타나는 것이다.

2. 고용 전망 : 악화 요인들 여전

1) 동시 다발, 게릴라성 해고 사태 발생할 가능성
하반기에 남아 있는 최고의 고용 악재는 정부와 채권은행들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작업일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경제위기에서 구조조정을 피하기는 힘들다. 문제는 원인이 산업의 실패나 경영 투자의 실패에서 발생했음에도 자본에 대한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질서 하에서 기업의 최대 목표는 주가 관리 또는 기업 가치 관리에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비용을 감소시키는 고용 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조선 산업과 자동차 산업의 경우, 개별 기업은 지난해 금융위기의 와중에도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그밖에도 최근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9개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보자. 이들 기업들은 IMF 이후 부채를 차입해 몸집을 길러 왔는데 이 때 사용한 기법이 미국에서 금융거품을 키우던 방식과 유사하다. 스스로의 자본이 아니라 차입한 자본을 기반으로 레버리지를 만든 다음 기업 M&A를 공격적으로 전개한 것이다. 이 때 무리하게 M&A를 한 것은 9개 대기업들의 주주와 이사들인데도 불구하고 채권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나서서 자산을 정리하게 되면 예의 ‘고용 승계’ 문제가 또 불거지게 될 것이다.

투자한 자본 회수에만 열을 올리는 채권은행들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에는 정부와 중앙은행 그리고 언론들도 한 목소리로 빠른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의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기업이나 산업의 재편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다고 하겠으나 그 방식이 고용에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은 분명 문제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유지를 이룬 경험이 있는 유럽이나 최근 완전 파산을 해야하는 상황에서도 고용 때문에 GM을 살리는 미국의 사례를 한국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2) 구매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은 가계의 소득과 소비를 향상시키는 기초 토대다. 그래서 고용 동향을 바탕으로 가계의 소비 심리를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면에서는 그 반대 방향의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면은 고용을 토대로 소비를 전망하는 정상적(!)인 국면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된 상태에서는 케인즈 경제학의 처방에 따라 유효수요를 올림으로써 투자와 고용을 촉진시켜야 하는데 그렇다면 구매력의 수준(=소득 수준)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가계의 소득과 지출을 파악하기에 앞서 먼저 국민계정 상의 국민총소득(GNI)를 살펴보자. 지난 1분기 실질 GDP가 전 분기에 비해 0.1퍼센트 성장했으나 실질 GNI는 마이너스 성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1분기 실질 GNI 증가율이 -0.2퍼센트를 기록해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GDP가 생산성을 나타내고 GNI가 구매력을 나타낸다고 할 때 아직 구매력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가계의 구매력도 지난해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아래의 두 그림은 도시노동자 가계의 실질 소득과 실직 지출을 파악한 것이다. 먼저 소득을 보았을 때 모든 분위의 가계에서 소득 수준이 2008년 1분기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특히 하위의 1~3분위 가계의 경우에는 최근 3분기 동안 연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4분위와 5분위는 최근 2분기에 소득이 보완되기는 했으나 1년 전과 비교해서 5퍼센트p 이상 구매력이 약화되어 있다.

가계의 지출 추이도 이와 동일한 결과를 얻게 된다. 1분위의 경우에는 현재 가계 수지가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지출을 계속 줄이고 있는 것도 확인된다. 2009년 1분기에 각 분위별 소득과 지출 양태를 보면 이후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위 1~3분위 가계들의 소득과 지출이 계속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4,5분위 가계들의 소득과 지출은 다소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양극화 경향은 최근 자산 시장 지표 호전의 수혜가 상위 계층에 집중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계 구매력의 양극화, 그리고 양극화가 노동 소득보다는 자산 소득에 근거하고 있는 점 등은 고용 전망에서 부정적 기류를 강하게 한다.

3. 고용 빙하기의 두 가지 전조

1) 건설 부문, 1분기 성장에도 불구 ‘마이너스 고용’
수출과 소비, 투자 등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했음에도 1분기에 한국 경제의 GDP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플러스가 된 데에는 정부의 재정정책과 건설 투자가 결정적이었다(아래 그림 참조). 사상 최초로 300조 넘는 (수정)예산을 편성한 다음 정부는 1분기 예산 집행률을 약 110퍼센트로 올리고 재원을 대규모 방출했다. 그리고 이 재원은 아시다시피 4대강 살리기와 같은 대규모 토목사업에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이면서 내놓은 가장 강력한 이유 중에 하나는 건설 부문이 일자리 창출 능력이 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음 그림을 보자. 올해 들어 취업자 감소가 가장 두드러진 부문은 건설업이다. 건설업은 5월 달에 12만 5,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해서 감소율 -6.6퍼센트에 달했다. 결국 정부는 막대한 재원을 토목사업에 넣기 시작했으나 고용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은 이제 우리가 예전에 알고 있던 ‘삽질’하는 산업이 아니다. 대규모 토목장비 기계가 사람의 고용을 대체하고 있는 산업이다. 지난 1분기에 건설업 중에서도 건설장비의 비중이 높은 토목 건설은 14.8퍼센트나 성장했으나,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건물건설은 -17.0퍼센트나 감소했다(한국은행, 2009년 1분기 국민계정 부속표). 정부는 기계와 그것을 운용하는 기업의 성장에 도움을 주었을 뿐 건설을 통해 고용을 진작시키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한정된 공공 재원이 이런 식으로 사용될수록 전체 고용에 대한 압박은 심해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부는 토목 기업으로 돌아가게 되고 노동자와 가계로 돌아갈 몫은 줄어들게 된다. 결국 건설 부문에서 남게 되는 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게 돼 광범위한 고용 불안정 지대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2) ‘유사 실업자 군’의 상시화
고용 빙하기의 두 번째 징조는 유사 실업자들의 규모에서 나타난다. 5월 현재 공식 실업자는 약 95만 명 정도인데, 유사 실업자들은 약 350만 명에서 45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결국 취업자 주변에는 광범위한 실업자 군이 존재하고 있고, 공식 실업자는 이 중에서 극히 일부분이라는 점이다.

집계 방식에 따라 기관별로 구체적인 수치에는 차이가 있으나, 실질 실업률 혹은 체감 실업률은 이미 10퍼센트를 훌쩍 넘어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자세한 내용은, 새사연, <실질실업자 300만 명 돌파, 실질실업률 11.6퍼센트> 참조) 문제는 이들 군이 장기간 고착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50퍼센트가 넘는 비정규직, 10퍼센트를 돌파한 최저임금 미달자, 늘어가고 있는 특수고용직 등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 등 갖가지 고용 수치가 ‘유사 실업자’의 고착화 현상을 반영한다. 비정규직이 고착화되고, 최저임금 미달자는 계속 최저임금 미달자이다. 이들은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경험하기가 쉽지 않으며, 오히려 비경제활동인구로의 빈번한 이동을 경험한다. 다시 말해서 광범위한 비정규직이 광범위한 고용불안정 집단과 연동되어 있으며 이런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4. 고용 빙하기의 시급한 대책

지금은 금융 부문의 부실을 국가가 국채로 떠안으면서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당장의 몰락을 막을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이고도 광범위한 부담이 될 것은 너무나 분명하다. 산업의 돌파구도 마땅히 찾지 못하고 있다. IMF 위기 극복의 동력이었던 IT 벤처 산업과 같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용에 있어서도 완충 부문을 찾기 힘들다. 고용구조 자체가 기업간 위계구조를 따라 대단히 차등화되어 있어 보다 좋은 고용으로 이동할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침체 속도가 완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고용 사정은 여전히 어렵다. 최소한 내년까지는 마이너스 고용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이며 이 과정에서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구조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당시에는 자영업자와 여성이라는 완충 장치가 고용을 흡수하는 형국이었으나 현재는 이런 완충 장치도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국면은 ‘고용빙하기’에 비견될 만하다. 고용이 활기를 잃고 얼어붙고 있다. 요란하고 불같은 대량 해고가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조용하게 일자리를 조이는 얼음과 빙하의 지대가 넓어지고 있다. 일부 안정된 정규직의 일자리는 고착화되는 가운데 주변부의 대규모 고용 불안정 지대가 확대될 수 있다.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땔감과 옷가지를 먼저 준비해야 한다. 따라서 고용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때에 고용안전망을 촘촘히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고용안전망은 ‘고용에서 배제된 자’에 대한 안전망이어서는 효과가 없다. 추운 겨울이라 할지라도 최소한의 활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이어야 하고 누구나 봄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망이어야 한다.

다른 글에서도 이야기한 바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고용안전망을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에 준하는 ‘전국민 고용보험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고용 구조 자체가 변화하는 상황에서는 개별적 부문에 대한 개별적 제도로는 안전망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국민 고용보험제는 전체 취업자가 연대함으로써 위험을 줄이고 국가의 고용책임을 분명히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추운 겨울에는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또한 훌륭한 대처법이다.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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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박재혁

    아. 암울하군요.
    저는 자영업인데 요즘 장사가 더 안되요 ㅜㅜ
    좋은글 잘보고 있습니다.

    2009.06.18 11:46 [ ADDR : EDIT/ DEL : REPLY ]

주제별 이슈 2009. 5. 11. 11:30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아 세계 각 나라는 고용대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와중에 이명박 대통령은 신자유주의 고용정책의 핵심이라 할 ‘노동 유연화’를 국정 최대 과제로 선언해, 가뜩이나 고용불안에 걱정하는 국민을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7일 과천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노동유연성 문제는 금년 연말까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국정 최대 과제”라며 “과거 외환위기 때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점이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마치 지금 상황이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위기 국면이 아닌 전성기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다.

직관적으로 보아도 신자유주의는 전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 마당에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이라 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밀어붙이겠다고 한다면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데도 말이다.

고용, 세 가지 차원의 이슈

그렇다면 한국 고용 문제의 실상은 어떠한가. 지금 고용과 관련된 우리의 현실적, 제도적 구조는 그 어느 때 보다도 취약해 고용불안이 언제든지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잠재적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고용 상황은 세 가지 서로 다른 차원의 과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고용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 고용안전망: 우리의 경우 실업대란과 고용사정 악화에 대비한 고용안전망이 극히 취약하다. 현재 제도적으로 구축된 고용안전망은 고용보험제가 거의 유일하다고 할 수 있지만, 수급조건이나 소득 대체율 등이 대단히 미흡하며 고용보험제도가 포괄하지 못하는 대상이 전체 고용필요 인구의 절반이 되지 않는다.

▶ 일자리 창출 정책: 현재 정부가 책임질 수밖에 없는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정책이 인턴제로 상징되듯이 대단히 임시적이고 제한적이어서, 장기불황을 견뎌내면서 차후 산업구조전환까지 내다보기에는 구조적 취약성이 크다.

일부 공기업 등에서는 오히려 구조조정과 감원이 추진되고 있으며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고 하는 유례없는 방식마저 일자리 정책으로 도입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정부발표에 의하면 주요 공기업에서 정부가 배당금으로 받은 금액이 3,300원(4,000억원)을 웃돈다. 실상 이를 배당처리하지 않고 공기업 고용유지로 돌린다면 공기업 감원 필요성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는 ‘사회서비스 공공투자’에 의한 일자리 창출 방안이 다양하게 제안된 바가 있다.

▶ 고용제도 개혁: 외환위기 이후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고용을 비용으로 보는 노동배제적인 경영방식이 일반화되었고 고용 불안을 구조화시켰다. 비정규직 확대나 자영업 초과잉 상태 등은 그 결과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고, 최근 비정규직 기간 연장 계획도 그 흐름을 이어받고 있다. 결국 근본적으로 정부와 기업의 고용에 대한 접근방식이 ‘완전고용’에 의한 경제성장으로 전환되고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조치가 따르지 않는 한 고용불안의 근원을 해소하기 어렵다.

주주자본주의의 주창자였던 전 GE회장 젝 웰치 조차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경영행태가 바보 같은 짓이었다고 고백하는 마당이니 마땅히 주주자본주의적 노동 배제적 고용행태 역시 중단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향후 실물경제 불황이 심화되면서 더욱 어려워질 고용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인 위기 수습책을 포함하되, 여기에 그치지 말고 고용안전망과 일자리 창출정책, 특히 고용제도에 대한 구조적, 제도적 전환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

시장의 여전한 성역 ‘고용시장’

경제위기를 맞아 ‘시장만이 오직 문제해결의 길이며 국가는 문제거리’라는 신자유주의자들의 통념이 그들 자신에 의해 여지없이 깨지고 있고 국가의 시장개입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자본주의에서 절대 금기시되고 있는 소유권에 대한 국가 개입까지도 일정부분 불가피해지고 있다. 선진국에서의 부실 은행 국유화 추진이 그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만은 소유권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물론이고 유독 두 개의 시장에 대한 국가개입이 금기시 되고 있다. 첫 번째는 금융시장에 대한 개입이며, 둘째로는 노동시장에 대한 개입이다.

우선 금융시장을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한국 경제도 상당히 금융시장에 대한 개입을 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외환시장에 문제가 생겼을 때 국가의 외환보유고를 시장에 풀었던 것, 주식시장이 붕괴할 조짐을 보이자 국민연금을 동원해 주가를 떠받쳤던 것, 은행 부실이 심화되자 자본확충을 지원해 주었던 것 등의 사례를 볼 때, 그것들은 한결같이 ‘시장 순응적’인 개입이었지 절대 시장 통제적인 개입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들 조치는 시장의 투기적 성격을 억제한 것이 아니라 투기행위를 조장한 바가 있고 여기에 정부가 사실상 농락되는 사태마저 연출되었다. 나아가 금융시장에 대해 자본시장 통합법과 금산분리 완화와 같은 규제완화 정책을 확대하기까지 했던 것이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기업주와 노동자 사이의 자유계약인 고용문제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신념에 기초해서 기업들에게 고용유지를 ‘권고’하고 고용유지 지원금을 주었을 뿐이지 제도적, 물리적 요구를 한 적은 없다. 시민사회가 심각한 청년고용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 고용할당제’를 요구하고, 실업대란에 대처하기 위해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요구할 때에도 이를 받지 않았다. 한결같이 고용시장에 국가가 개입하기를 꺼리고 있다. 물론 노동시장에 대한 다른 유형의 개입이 있기는 했다. 최저임금 삭감, 대졸 초임 삭감, 비정규직 기간 연장 추진 따위가 그것이다.

그 동안 미국식 고용유연화 정책의 거의 유일한 장점으로 여겨지던 ‘낮은 실업률’조차 최근 금융위기로 깨지고 있다. 미국의 실업률이 이미 8.9퍼센트 이상 치솟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용유연화 정책의 기반이 되는 정부의 고용시장 불개입 관성은 청년실업문제를 포함한 정부의 폭넓은 고용정책의 선택지를 좁히는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노동소득에 기초하지 않은 성장 신화의 붕괴


시장에 대한 신자유주의의 맹신과 시장 자유화, 규제완화는 사실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에 대한 규제완화와 자유화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단기 수익 극대화를 위해 생산과 투자를 확대하기 보다는 고용을 줄여 비용을 깎는 방식을 선택해왔다. 그 결과 고용은 늘지 않고 기존 고용도 비정규직과 같은 지극히 불안정한 상태를 전락하게 된 것이다. 그것을 이른바 ‘노동 유연화’로 불렀다. 노동유연화는 순전히 기술혁신에 따른 불가피한 ‘고용 없는 성장’으로 치부되었고, 신자유주의 수익추구를 위해 의도적으로 추진된 정책이라는 진실은 은폐되었다.

그러나 결국은 ‘노동시장 자유화, 유연화 → 고용불안 → 소득 정체와 불안 → 구매력 약화’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는 고용과 소득 정체에 따른 구매력 약화를 금융대출에 대한 부채수요로 대체했으며 이들 통해 또 다른 금융수익을 추구했다. 노동유연화는 기업에게는 비용을 줄여주고 금융회사에게는 이자 수익과 수수료 수익을 남게 해주는 일거양득의 수단이 되었던 셈이다.

국민의 월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부동산 가격과 대학 등록금은 인상되었지만, 갚을 능력도 없는 국민들이 막대한 금융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와 고급 소비에 뛰어들었으며 이는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때까지 지속되었다. 금융위기 직전에 미국 국민의 부채가 미국의 GDP 14조 달러 만큼 팽창했던 사례, 금융 위기 당시 국민들에게 대출해준 은행 대출자산이 전체 GDP의 10배가 넘었던 아이슬란드의 사례는 이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가 금융화와 짝을 이루면서 ‘고용 없는 성장(노동소득 증가 없는 성장) → 부채에 의한 성장’으로 자산거품을 일으키며 위기를 향해 질주했던 것이다.

경제위기 해결의 최우선 과제는 ‘고용제도 개혁’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노동자와 가계는 파산 직전까지 왔고, 이들에게 대출을 남발한 금융기관들도 부실로 생존이 불투명한 상태에 이른 것이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제 위기이다. 더 이상 국민들은 부채를 끌어다 소비를 지속할 수 없게 되었으며 금융회사들도 국민들에게 과거와 같은 공격적인 대출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일시적인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음에도 실물경제 침체가 더 가속화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를 짚는다면, 전 세계 국민들의 소비위축 때문일 것이다. 노동소득에 의한 소비도, 대출에 의한 가수요도 창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소비와 구매력을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가.

일시적으로 세제지원을 하고 현금을 주고, 소비쿠폰을 지급한다고 해서 구조적인 소비가 확대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근본적으로 고용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국민들은 소비가 아니라 빚을 갚거나 저축을 할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이른바 ‘수퍼 추경’을 들먹이며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노동소득으로 흘러가지 않고 오히려 부동산과 금융자산 투기 쪽으로 이동하면서 또 다른 버블을 키우고 있는 형편이다.

세계적인 소비위축으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국내 내수를 키우는 게 당연하다. 여기서 핵심은 기업투자회복과 함께 노동자의 구매력 확충에 있다. 그러나 노동소득이 늘지 않는 조건에서 구매력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시도 되었던 ‘52개 생필품 가격 관리’와 같이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수준에서 거론될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에 대한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시장개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위기에 빠진 경기를 근원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불개입이라고 하는 성역을 과감히 깨뜨리고 고용시장 안정을 위한 근본적인 개혁에 돌입해야 한다. 정부는 1) 제도적으로 강력한 고용보호제도를 도입해야 하고, 2) 노동조합의 권리를 증진시켜 스스로 고용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3) 위기에 맞서 국가가 신규 고용창출에 대한 상당한 책임을 지고 공기업 등을 통해 직접 고용확대에 나서야 한다.

특히 ‘청년 고용 할당제’와 ‘전 국민 고용보험제’를 제도적, 법적인 근거를 토대로 추진할 수 있는가가 위기 극복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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