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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30 <긴급제언> 고용친화적 성장, ‘고용영향평가제’로 시작하자
주제별 이슈 2009.06.30 10:23
'고용영향평가제'의 제기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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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평가 없는 ‘막무가내 건설투자’

“4대 강(江) 살리기와 녹색 교통망 구축, 그린카 및 청정에너지 보급 등 36개 사업에 정부가 앞으로 4년 간 50조 492억 원을 투입해 95만 6,420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에 경제위기와 그에 따른 고용사정 악화에 대비해 막대한 재원이 투입되는 녹색 뉴딜(New Deal)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96만개의 ‘일자리 만들기’를 사업의 핵심 근거로 주장한 바 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오늘 정부 지출에 힘입어 (전분기 대비 GDP 3.7퍼센트 확대) 건설업이 사실상 유일하게 5.9퍼센트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은행 2009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 하지만 녹색 뉴딜의 애초 목표였던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5월 고용동향을 보면 건설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기는커녕 오히려 12만 5,000명의 취업자가 감소해 금융업을 제외하면 감소율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토목사업의 투자는 고용 창출 효과가 미비하다고 그토록 많은 비판을 받았음에도 정부가 고용에 대한 면밀한 평가 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다음 그림을 보자. 올해 상반기 공공기관의 건설 발주액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4월 들어서는 발주액이 무려 35.1퍼센트나 증가했으며 상반기 마감이 다가올수록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기간 건설업의 취업자 감소폭은 더욱 커지는 추세를 보인다. 4월 신규취업자는 12만 8,000명 감소했고 이는 건설업이 점차 중장비화 되고 취업계수(10억 원당 취업자 수)가 낮은 토목위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영향평가제’ 도입이 왜 절실한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정부의 대규모 정책 사업이 고용 창출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심각한 후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말로는 고용을 늘린다고 하면서 실제 뒤에서는 해고를 일삼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불황의 여파로 향후 10퍼센트 이상의 실질실업 사태가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고용대책이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하는 마당에 정부의 막대한 재정지출에도 불구하고 고용창출 효과가 적다면 이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정부의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방침”에 따른 공공기관 비정규직 해고 사태를 들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현재 297개 공공기관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은 전체 종사자의 12.7퍼센트인 3만 5,921명인데 이들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계약만료 후 대부분 해고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한 어떠한 계획도 수립하지 않고 ‘비용절감’만을 경영평가 기준으로 내세운 정부의 방침 때문이다.
정부가 고용을 고려하지 않고 중요 의사결정을 함에 따라 고용이 희생되는 사례는 기업에서도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쌍용자동차 구조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은 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 상태로 넘어 간 가장 큰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2009년 6월, 한길리서치연구소, “쌍용자동차에 관한 국민여론조사 보고서”). 정부가 2004년 충분한 검토 없이 쌍용자동차를 중국 국유기업인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상하이자동차는 1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와 고용 보장을 약속했지만 정부는 약속 이행을 위한 어떠한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지분을 넘겨 버렸다. 결국 투자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고용 보장 역시 4년 만의 자본 철수로 물거품이 되었다.

이 같은 사례에 비춰 볼 때 앞으로는 정부의 재정지출, 공기업의 경영계획, 공기업이나 공적자금 투입기업의 매각과 인수합병이 이루어질 경우, 무엇보다도 먼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엄밀하게 검증하고 고용 유지와 확대에 도움을 주는 방향에서 정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고용 영향평가제’ 도입을 긴급히 제안한다.

환경영향평가제에 준하는 고용영향평가제를 도입하자

고용영향평가제란 한마디로 기존의 각종 영향평가제도에 준하는 제도를 고용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국가 재정으로 벌이는 각종 사업은 일정한 규모와 성격의 조건에 따라 환경영향평가제도와 기술영향평가제도 또는 (예비) 타당성조사를 실시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각종 사모펀드와 해외 투기자본의 기업인수 과정에서 우리는 이른바 ‘먹튀 자본’에 대한 제어 장치가 없음을 목도해 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또 정체를 안다 해도 그 성격상 장기 투자와 고용 안정을 해치는 각종 자본의 유입은 몇 년 지나지 않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왔다. 뿐만 아니라 이를 감시하고 적절하게 개입해야 할 정부도 책임을 방기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향후 실질적 고실업 사회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실업을 줄이고 적극적인 고용친화형 성장을 이루기 위한 첫 출발로서 고용영향평가제는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가.

첫째, 구조조정에 나서기 전에 ‘사전(事前)적으로’ 기업 또는 구조조정의 주체가 고용창출과 유지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제출할 것을 명문화해야 한다.
환경영향평가나 기술영향평가 또는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배운 바와 같이 이를 제도화, 법제화해야 한다.

둘째, 대중적 평가, 공론장의 평가를 요구해야 한다. 이는 기존의 환경영향평가나 기술영향평가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기존 평가제도가 형식적ㆍ요식적 절차로 전락한 것은 전문가 중심의 평가였기 때문이다. 전문가 중심의 평가는 제도권화 된 학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주의는 객관성의 외피를 입고 형식적으로는 이해관계를 배제하지만 사실상 관료의 통제 하에 놓이게 된다. 행정력을 보유한 관료의 협조 없이는 전문가(위원회)들의 결정이 실행력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용영향평가는 채무 조정을 포함한 각종 구조조정에 대해 ‘사전적으로’ 이해관계자들의 검토와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여기서 구조조정이라 함은 법정관리와 회의 신청 등 법적 조치도 포함되며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는 기업의 유치 또는 인수도 포함된다.

구조조정에 참여하고자 하는 자본은 고용의 유지 또는 창출 규모와 그것의 실행에 대한 의지를 담은 계획을 제출하도록 하며 이 계획의 타당성과 진정성을 노동조합과 하청기업 그리고 지역사회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평가 받도록 하는 내용을 담는다.

고용친화형 경제로 구조 전환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세계경제는 대전환기에 돌입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지속돼온 자본시장 중심의 구조가 일시에 무너지지는 않겠으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유지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각종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M&A 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상시적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다.

현 시기 구조조정의 특징을 IMF 외환위기 이후와 비교해 보자. 당시는 한국경제의 핵심축인 대기업과 은행이 구조조정의 물꼬를 트면서 그 여파가 아래로 파급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경제의 핵심축이 건재한 가운데 하층 부문, 또는 신자유주의 금융화가 과도하게 진행된 부문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헤게모니 상층부의 위기가 경제 전반, 전 계층에 영향을 미쳤다면 현재는 구조조정이 게릴라성으로 빈발하되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구조조정은 여전히 노동을 배제한 채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신자유주의 금융화의 수준을 더욱 높이고자 하는 시대착오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정치권력과 은행자본은 현 시기 구조조정의 가장 중요한 행위자가 될 것이다. 이들이 주도하는 구조조정은 기업 자체를 상품화하는 구조조정이요, 해고 등을 활용해 노동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구조조정이다.

결국 앞으로 최소 수년 동안 경제 재편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상황에 도달했다.

현 시기 자본의 구조조정은 피할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 원론적인 입장에 서서 모든 형태의 구조조정을 배격할 수는 없다. 다만 구조조정의 성격을 세밀하게, 명명백백하게 밝히고 그것이 고용을 보장하는, 고용친화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용영향평가제도의 법제화가 그 출발이 될 것이다.

이상동/새사연 경제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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