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2.13 고병수/새사연 이사 

오늘도 아침부터 대기실에는 환자들이 꽉 들어차 있다. 보통 때 같으면 틈틈이 인터넷도 돌아보면서 쉬엄쉬엄 진료할 텐데,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바로 독감 때문이다. 쉴 틈 없이 바쁜 것도 문제지만, 그만큼 환자들과 실강이를 벌여야 할 일이 많아지기도 한다.

“이 정도 증상이면 독감이라고 봐야 합니다.”
“독감이라고요? 그러면 입원해야 하나요?”
“아니, 꼭 그럴 필요는 없고..... 보통 감기 보다는 몸살도 심하고 오래 갈 거지만, 잘 쉬면서 증상만 가라앉히면 됩니다.”
“타미플루를 먹어야겠죠?”
“꼭 그 약을 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조심하시고, 증상을 잘 조절하는 게 최선입니다.”
“독감이라면서 치료를 안 하면 어떻게 합니까?”

“.....”

이제는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명약, 아니 유명한 약인 ‘타미플루’를 요구할 때 굳이 필요 없다고 말하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말다툼이 되고 만다. 독감이라면 당연히 치료해야 되는 거 아니냐부터 문제가 생기면 책임질거냐까지 짜증나는 대화가 이어진다.

독감 치료약은 없다

2년 전 신종플루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을 때 상종가를 친 약이 바로 타미플루라는 독감 전용인 항바이러스약이다. 스위스가 본사이지만 미국의 아무개 전 부통령이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도 있는 이 약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독감 치료에 효과가 없다고 해서 실제 의사들은 잘 쓰지도 않고, 거의 폐기처분 될 뻔했었다. 그러나 재작년 신종플루가 대유행할 때 효과가 있다고 발표가 나는 바람에 창고에 잔뜩 약을 쌓아두었던 로슈는 엄청난 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독감은 인플루엔자(Influenza)라는 바이러스이다. 바이러스들은 그 변이가 쉽게 되기 때문에 해마다 다른 종류의 치료제를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서 그것들을 치료하는 항바이러스제는 그다지 효과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한다. 그 많은 바이러스 중에서 B형 간염 치료제나 몇몇 치료제 외에는 잘 쓰이지 않는 이유도 바이러스의 특징 때문이다.

일선 의사들은 효과가 그다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독감 치료제를 달라면 그것을 줄 수밖에 없다. 어떨 때는 효과 생각하지 않고 주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독감인 줄 알았으면서 왜 치료제를 주지 않았느냐고 환자들이 항의하거나 만일의 사태에서 법적 문제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약이 건강보험으로 되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아서 자기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주 비싸다. 효과도 불분명하고 비싸기만 한 약을 꼭 써야 할까?

독감, 겁내지 말자.

독감(毒感)이라고 표현된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지독한 감기’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감기의 일종이고, 아무 문제가 없는 줄 알게 된다. 그러나 인플루엔자(Influenza)를 뜻하는 독감은 감기와 전혀 다른 원인과 증상을 갖는다. 감기는 콧물, 목의 통증과 몸살과 같은 증상으로 시작되면서 기침으로 이어지는 호흡기 증상을 보이지만, 인플루엔자는 처음부터 인후통(목 통증)이 심하고 고열을 보이면서 까무라칠 정도로 사람을 힘들게 만든다. 감기가 고양이라면 인플루엔자는 호랑이라고 볼 수 있다. 힘든 증상까지는 참을만 하지만, 어린 아이나 어르신들, 면역력이 약하거나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합병증으로 폐렴이나 뇌염으로 진행되어 사망에 이르게 되기가 쉽다는 게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람들이 인플루엔자라는 존재를 너무 무시하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나 전문가들은 독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이제는 영어식 표현이기는 하지만 인플루엔자라는 말을 그냥 쓰고 있다. 독감이라고 써서 ‘독한 감기’로 오해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본다.

 인플루엔자가 인류를 괴롭힌 것은 오래됐지만, 처음 그 존재감을 알리게 된 것은 1918~1920년 사이에 대유행하면서 2,000~4,000만 명 이상을 사망하게 만든 스페인 인플루엔자("Spanish flu")이다. 이것이 2년 전 우리에게 나타났던 신종플루라는 것과 같은 형태인 A/H₁N₁이다. 1968년 또 유행했던 홍콩 인플루엔자(A/H₃N₂)는 15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9년 신종플루(A/H₁N₁)도 꽤 많은 사망자를 냈다.

 

                                                                                                             


(위) 1918년 스페인 인플루엔자 당시 집단 치료소 장면 (아래) 1919년 미국 적십자 대원들이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를 싣는 모습. 당시 사망자는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직전의 1차 세계대전 사망자의 두 배를 넘을 정도라고 한다.

한국에서 보통의 인플루엔자들은 계절형으로서 A/H₃N₂형이 많다. 이들은 11월경부터 이듬해 3, 4월까지 발생하기 쉬워서 예방접종도 그 시기를 목표로 하게 된다. 가끔 변종 인플루엔자가 생기면 대유행을 하게 되기도 하고, 특히 2009년의 신종플루는 A/H₁N₁형태를 띠는데, 이것들은 봄, 여름에도 기승을 부렸다는 특징이 있어서 비계절성 인플루엔자라고 한다. 하지만, 흔히 겨울에 찾아오는 계절성 인플루엔자나 변이 비계절성이든, 변종 인플루엔자이든 같은 족속들이어서 예방과 치료는 비슷하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섞인 비말(droplet)이 다른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이다. 그래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하는 것이고, 대게 감염된 환자와는 2m 이상의 거리를 두라고 하며,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손에 묻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외출하고 돌아오면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으라고 하게 된다. 그리고 치료약은 별 볼일 없어도 예방접종의 효과는 확실해서 필요한 사람들은 반드시 맞는 게 좋다.

예방법도 있고, 잘 쉬면서 견디면 낫는 것이 독감, 아니 인플루엔자이다. 무섭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안 무서운 질병이지 않은가? 요즘과 같이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2012년 1월 5일 발령)가 내려지는 시기에는 무리를 하지 않는 게 좋고, 혹여 피곤한 일을 했을 경우에는 하루, 이틀은 푹 쉬어주자. 그리고 손도 자주 씻어주자. 이것이 타미플루보다 더 훌륭한 예방법이고 치료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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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05고병수/새사연 이사

이제는 영국 방문을 마무리할 때가 됐다. 영국의 NHS를 돌아보고자 런던에 왔지만 아직 완수하지 못한 미션이 있다. 그것은 영국 일차의료의 현장이었다. 우리 일행들의 시간표에도 일차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계획이 없던 터라 나는 개인적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여행 초반에 숙소 주변에 있는 GP surgery(동네의원)를 찾아갔다가 딱지 맞은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것은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를 받는 방식이었다. 미리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사전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외국에서의 어떠한 방문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현지에 있는 지인을 이용한 방문이나 만남을 취하게 된 것이다.

현지인들이 바라보는 동네의원

비가 오락가락 하였지만, 런던의 날씨야 항상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작은 접이용 우산 하나만 들고서 나와 홍승권 교수는 전철을 타고 런던 시외로 빠져나갔다. 우리는 소개받은 분을 만나기 위해 식당을 하고 계시는 레인스 파크(Raynes park)라는 곳으로 갔다. 나무가 주변에 많고, 집들은 전형적인 영국식으로 되어서 길을 따라 늘어선 조용하고 예쁜 곳이었다.

처음 보는 동네에 찾아든 우리는 비가 다소 거세지자 우산을 펼치고 둘이 어께를 맞대고 동네 구경을 했다. 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도시를 벗어나면 조용하기는 비슷한지라 아주 드물게 사람 지나가는 게 보일 정도였다. 하긴 이 시간에는 다들 출근했을 테니까....

남정네 둘이서 우산 하나 쓰고 가는 게 신기했는지, 이상했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은 힐끗힐끗 쳐다본다.

“아, 이런 목가적인 동네에서 우산을 쓰고 가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시꺼먼 남자라니.....”
“누가 할 소리를. 우산 가져온 게 이처럼 후회스러울 수가 없군.....”

우리가 찾아간 교포 내외가 운영하는 식당(맨 왼쪽)

우리는 서로 못마땅하다는 말투를 내뱉으며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드디어 만나기로 한 시간이 되어서 약속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식당은 교포 내외분이 운영하는 곳으로 아담하였고, 일식부터 한식까지 다 하는 곳이었다. 만나려고 하는 분은 이 곳 주인인 장석규씨(가명. 나이 60대 초반) 부부였다. 그 부부는 영국에 정착한지 30년 정도 된 분으로 런던 근교에서 식당을 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영국에 와서 온갖 일들을 다 하며 고생하다가 식당을 하면서 이제는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이 거리 끝에 보면 GP surgery가 하나 있어요. 동네 사람들은 그곳을 주로 이용하지요. 동네에 있으니까 아프면 찾아가기는 하지만, 신뢰가 가지 않아요.”

식사를 하면서 장석규씨는 자기가 겪은 NHS 및 동네의원에 대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의사들은 친절하고, 웬만한 것들은 해결해 드릴 수 있을 텐데요?”

“물론 친절하죠. 한국에서처럼 의사 얼굴 잠깐 보고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내가 필요한 얘기는 어느 정도 하고, 건강관리에 도움이 되는 얘기도 많이 듣고 오죠. 하지만 정작 해결을 해야 하는 내용에서는 한정없이 느려요. 내가 몇 년 전부터는 허리가 아팠는데, 찾아가면 허리 디스크 탈출증이 약간 있다 그러고는 해주는 게 없어요. 검사를 하자는 말도 없고, 운동하라, 필요하면 진통제 정도는 주겠다 이 정도죠. 매일 허리가 아파서 힘든데, 별다른 차도가 없으니 얼마나 걱정되겠어요?”

장석규님씨는 영국의 의료에서 공짜도 좋지만, 돈이 들더라도 시원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거나, 치료약이라도 원 없이 받아보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생각을 한단다. 물론 처음에 영국에 와서 돈이 없을 때는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다는데 너무 놀랐고,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서 천국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와서 보면 이 나라가 의료기술이 발달 하기는 한 건지 의심되는데다가 제도가 마음에 안 들게 됐다고 한다. 필요한 사람은 필요한 만큼 더 진료 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잘 안 되는 게 가장 큰 불만이다.

“필요하면 CT 등 정밀 검사들도 받을 수 있을 텐데요?”

“그게 세월아 내월아입니다. 여기서는 기본적인 것은 잘 보장이 되는데, 좀 더 검사 받거나 치료를 하려면 한정 없이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한국에 가서 치료를 받고 오곤 하지요.”

장석규씨 부부 동네에 있는 동네의원(GP surgery).

이것은 10년 전 처음 영국을 방문했을 때도 들은 얘기였다. 영국 사람들은 현지 상황에 적응되서 그런지 별로 불만이 없지만, 교포들은 이곳의 의료 체제에 다소 만족스러워 하지 못했다. 불만족의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가장 많은 불만은 대기 시간. 위내시경을 받으려고 하든, CT를 찍으려고 하든, 고관절 수술을 하려고 하든 무한정 기다리는 게 일이다. 그 다음 불만은 약을 잘 안 주는 거. 우리처럼 약을 무한정 받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웬만하면 약을 주지 않으니 병원이 병원 같지가 않단다.

응급실 얘기도 나왔다. 인근에서 중국집을 운영하는 친구가 있는데, 어느 날 식당에서 글라인더에 손이 빨려 들어가 손가락 여기저기 살점이 뜯어졌는데,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고 한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의사는 와보지도 않고, 간호사가 보더니 약 발라주고 거즈로 싸서는 집에 가라고 했다. 그 분은 왜 더 치료를 안 해주냐고 물었더니 그 정도면 됐고, 집에서 약 바르면서 치료하면 잘 나을 거라고만 했단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환자가 의자 집어 들고 생난리를 쳐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그 사람은 다음날 아침 첫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와서는 성형외과에 가서 여러 군데 꿰매고 정성스런 치료를 받은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전에도 이런 류의 얘기는 여러 번 들었다. 아기가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는 와보지도 않아서 4시간을 기다리다가 열이 저절로 떨어져서 돌아왔다는 얘기, 어떤 이는 충수돌기염 증상이 보여 응급실에 갔는데, 의사가 한번 와서 보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그 다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더라는 얘기.

영국의 응급실.....

영국은 응급실 이용도 모두 무료이다. 심각한 중상을 입었을 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아이들이 열나거나, 배가 아플 때에도 모두 응급실을 찾아간다. 영국도 밤에는 딱히 찾아갈 의료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응급실에 갔을 때부터이다. 영국의 응급실에서는 응급 상황(emergency)이냐, 준응급상황(긴급상황, urgency)이냐, 아니면 가벼운 질환이냐에 따라 차별이 엄청 심하다. 웬만한 가벼운 질환 같으면 간호사 선에서 끝내버리고 의사 얼굴을 보기란 불가능하다. 여기서 가벼운 질환이란 고열 난다든지, 약간 찢어졌다든지, 뇌 이상은 없어 보이고 단지 머리를 다쳐서 피가 난다든지,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진 것 같다든지 이런 것들이다.

간호사가 호출하면 의사가 와서 보기는 하지만, 저쪽 침대에 중환자들이 있다면 위의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날이 밝을 때까지 치료 받기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영국 응급실의 우선 순위는 말 그대로 응급상황의 환자들이다. 거기에 의료진의 손이 필요한 시간에는 몇 시간을 기다렸든, 아프다고 호소하든 순위에서 밀리게 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몰인정한 것 같지만, 외국의 응급실은 대게 비슷하다. 우리처럼 먼저 왔다고 우선 봐줘야 하는 것은 사실 응급실 이용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다. 영국 사람들은 자기들은 기다릴 상황이라는 걸 알고 몇 시간이고 침대에 누워서 기다린다.

※ 나중에 영국에서 돌아왔을 때 장석규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허리 때문에 한국으로 왔다면서 병원을 소개해 달라고 했다. 나는 영국에서의 고마움을 보답하기 위해 병원을 소개해 드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받을 수 없어서 걱정이라고 했더니 자기 비용을 들여서라도 검사나 치료를 충분히 받고 가겠다고 고집하셔서 잘 진료 받을 수 있도록 모든 편의를 봐드렸다.

며칠 후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봤는데, 척추의 양성종양인 ‘상의세포(Ependymoma)’ 라는 것으로 판명되어서 수술 대기 중이라고 했다. 자신은 척추 통증의 원인을 찾아서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수술에 대한 후유증으로 걱정이 컸다. 나는 이런저런 설명을 해드리면서 안심을 시켰고, 얼마 전에는 수술을 잘 마쳐서 재활치료 중이라는 연락을 또 받게 되었다.

이것은 영국에서 오진을 한 것이 아니라 검사받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다 보니 종양을 키운 결과라고 보이는데, 영국처럼 발달된 의료제도에서 공적인 것을 중시하다보니 개인의 문제가 뒤처지는 한 단면이라고 보면 된다. 이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게 현재 영국 정부의 몸부림이고.

현지 의사 이야기

영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 돌아가는 비행기는 오후 늦게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급히 연락이 닿은 중요한 분을 만나기로 했다.

우이혁씨. 그는 한국에서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2000년 영국으로 건너와 종합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consultant(경험이 많은 교수급 의사) 자격을 얻었다. 지금은 개인 정신과 의원을 열어서 환자들을 보고 있다. NHS 체계의 진료를 하기도 하지만 다른 consultant들처럼 민영보험회사와 연결된 개인 환자를 보기도 한다.

처음에는 왜 영국까지 왔느냐부터 영국의 의사들은 어떤 진로를 밟느냐 여러 얘기를 나누다가 술 한 잔 걸치면서는 자연스레 동네의원 의사들의 문제, 환자들의 불만, 그래도 영국의 의료제도가 한국보다 낫다는 얘기 등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은 의사여서 그런지 필요한 얘기들이 많이 오갔다. 지면상 자세히 실을 수는 없으나, 몇 가지를 추려보면....

영국의 의료체계가 중시하는 것은 건강에 대한 국가의 책임이다. 오랜 경험 속에서 1948년 NHS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영국이 가져온 철학인데, 그것은 진보나 보수 구분이 없다. 다만 요즘 문제가 되는 것은 한정된 의료 재정을 어떤 식으로 운영할 것이냐 논란이 있을 뿐이다. 처음부터 공적 구조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동네의원 의사들은 대부분 개인 진료소를 차리지만 공무원이라는 생각을 한단다. 이 말은 의사들이 돈을 벌려는 것보다는 정부의 파트너로서 시민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한 축이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의료 체계를 우리나라에서 보면 답답한 것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항상 문제가 되는 대기 시간, 검사나 치료의 지연, 치료약을 풍부히 사용하지 않는 것, 응급실의 문제 등.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영국 의료 체계의 국가의 책임성이나 의료의 형평성 등을 생각하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헤어지는 시간에 우이혁 의사와 함께 찍은 사진. 가운데가 정신과 전문의 우이혁씨.

시간이 허락하면 더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우리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하며 헤어지게 되었다. 히드로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영국의 의료제도와 한국의 장점을 결합한 멋진 퓨전 의료제도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만일 우리나라가 주치의제도를 시행한다면 환자들과 의사가 얼굴을 마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진료하는 모습을 갖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의 관습에서 벗어나자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필요한 검사는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금방 받을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동네의원에 엑스레이(X-ray), 내시경 장비, 초음파 등 어느 정도의 의료장비들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영국 사람들은 그런 검사 한번 받으려면 엄청난 기다림을 겪어야 하는데 말이다. 수술도 우리나라는 금방 시간을 잡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고관절 치환술 받으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야 얼마든지 빨리 잡힌다.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정신이 나쁜 것만은 아닌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의료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며, 건강보험에 대한 정부 지원을 대폭 올려서 암치료뿐만 아니라 입원이나 웬만한 수술 치료에도 개인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국민들도 보험료를 어느 정도 인상하는 것에 동의를 하게 되었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크게 부담을 못 느낀다. 보험료 상한선을 없앴기 때문에 수익이 높은 사람들은 보험료를 많이 내게 되고, 저소득층은 거의 내지 않아도 되며, 중산층들도 높아진 의료보장성에 만족을 하기 때문에 기꺼이 부담을 하게 된 탓이다.

영국 방문기를 끝내며.....

사실 영국을 방문할 때는 기대가 컸다. 확실히 우리보다 선진 의료제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현지를 돌아보면서는 그다지 우러러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이나 시설들이 많이 발전을 했고, 게다가 전국민건강보험은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중 가장 핵심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속에서 아직도 후진적인 일차의료 현장이나 왜곡된 의료전달체계는 안타까울 뿐이다. 아마 다가올 2012년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에서는 분명 이 문제가 크게 대두될 것이라고 보고, 미리 준비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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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ris

    늦게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선생님의 글을 보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토론자료로 조금만 참고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2.11.25 08:09 [ ADDR : EDIT/ DEL : REPLY ]
  2. 안녕하세요. NHS 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1차의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검색하다보니 들르게 되었습니다. 5년전 자료이기는해도 도움이 많이 되는 글들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6.08.02 01:48 [ ADDR : EDIT/ DEL : REPLY ]

2011.09.22고병수/새사연 이사

영국 방문 며칠 동안의 공식적인 방문과 회의가 끝났다. 남은 며칠은 개인 시간이 주어졌는데, 나는 몇 가지 일을 하기로 했다. 그것은 영국의 민간의료 상황에 대한 파악과 일차의료 현황, 즉 영국의 주치의제도에 대한 것이었다. 우리 일행들이 방문하거나 만난 사람들은 거의 공공의료를 강조하거나 그것을 강력하게 지키려는 사람들이었는데, 나는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나 주민들의 생각과 오히려 그 반대의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의 얘기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낯선 나라에 와서 병원 시설들을 보거나 관계자들을 만난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미리 약속이 되어 있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홍승권 교수와 나는 한번쯤 맨땅에 헤딩하기로 마음먹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찾아보기로 했다. 일단 오늘은 영리병원 격에 해당하는 개인병원들을 탐방하기로 하였다.

런던의 압구정동 ‘할리 스트리트’

서울의 압구정동, 청담동을 가보면 고급 술집, 백화점, 고급 식당들도 많지만 한 골목 건너 성형외과나 피부과 같은 곳들이 간판을 내걸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특정 영업점들이 한 군데 모여 있다는 것은 돈을 낼 수 있는 수요층이 가까이 있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전문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더 큰 이유일 것이다.

런던에도 그런 곳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는 솔깃해진 마음으로 찾아가 보았다. 일단 주변 시내를 죽 훑어보면서 가기로 했는데,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따라 이 골목, 저 골목을 구경하며 다녔다. 서울의 강남구처럼 런던에서 제일 번화한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구경거리도 많았다.


화려한 옥스퍼드 스트리트의 모습(왼쪽 그림). 이 거리 왼편에 헤롯 백화점이 있다.
거리 왼쪽으로 꺽어지면 할리 스트리트가 나온다. 오른쪽 사진은 거리 중간에 있는 공원.

가다보면 영국의 다이애나 황태자비와 불륜 관계라고 알려진 이집트 출신의 도니 파예드의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최고급 백화점 ‘헤롯’을 비롯한 백화점들이 즐비한 거리도 나오고, 옛것과 현재가 버무려져 있는 도시답게 유명 관광지도 보인다. 옥스퍼드 스트리트를 지나면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조금 한적한 곳에 ‘할리 스트리트(Harley street)’라는 곳이 나온다. 언뜻 보면 조용한 주택가 같은 곳인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거의 병원들이다. 물론 집들은 거의 고풍스런 옛 고급 주택가들이고, 1층이나 2층은 병원 간판이 조그맣게 붙여져 있다.

 
할리스트리트 전경(왼쪽)과 그 중 한 건물 입구(오른쪽) 모습.
간판들은 거의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피부 관리에 대한 것들이고, 한 건물에 여러 과목들이 몰려있는 경우가 많다.

홍승권 교수와 나는 천천히 건물 간판들을 들여다보며 걸어본다. 어디 한 군데라도 들여다보려고 문을 두드리면 인터폰 목소리만 들린다. 먼저 예약을 했는지 물어보고, 예약을 안 했으면 전화로 예약을 해야 들어올 수 있단다. 하나같이 꽁꽁 잠겨져 있고, 함부로 들어갈 수가 없다. 영국 사람들은 뭐 하나 친절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 업종이라면 고객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게 하고, 구경도 할 수 있게 해야 홍보가 되는 법이거늘.....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어떤 종류의 병원들이 있나 살펴보는 것만으로 만족을 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영리병원의 한 단면인 컨설턴트 의사

할리 스트리트에 있는 병원들의 의사들은 거의가 NHS 병원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 즉 NHS 병원에도 근무하고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이런 곳에서 진료하며 병원 외 수입을 얻어가고 있었다. 공공의료의 메카인 영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지 알아봤는데, 오래 전부터 조금씩 허용이 되어 왔던 일이고, 지금은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NHS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개인 진료로 또 수입을 올리는 모습이 어쩐지 얄미워 보인다. 우리로 치면 국립병원이나 보건소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나와서 따로 개인 진료를 하는 것이다.

그렇게 공공병원에서 일하며 외부에서 개인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이 가능한 의사들은 대부분 관련 전문과에서 오랫동안 전문직을 수행했던 사람들로 ‘컨설턴트(Consultant)’라는 명칭을 붙인다. 우리 같으면 전공의(레지던트)가 있고, 그 위에 임상 교수가 있는데, 아마 어느 정도 경륜이 된 교수쯤 되어야 그런 컨설턴트라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 같다. 이 정도면 의사가 되어 20년 쯤 지나서이다.

컨설턴트는 특정 전문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일반의로 알려진 GP 세계에서도 있는데, 그들을 특별히 ‘GP consultant’라고 부르기도 한다. 컨설턴트....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 뜻으로는 상담이라는 말이지만, 그들은 경험 많은 의사를 지칭하는 것으로도 쓰고 있었다.

같이 걷던 홍승권 교수가 며칠 전에 겪었던 재미있는 경험담을 얘기해 주는데..... 한번은 병원에 가서 중년의 의사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닥터(Dr.)’라는 호칭을 썼더니 언짢아 하더란다. 나중에 그 분이 살짝 귀띔해주는데, 자신을 닥터가 아니라 ‘미스터(Mr.)’라고 부르란다. 닥터는 그냥 의사지만 미스터는 격 높은 의사를 부를 때 표현하는 것이라나. 어쨌든 컨설턴트에 해당하는 의사들도 그렇게 불리길 좋아한다니까 혹시 여러분들이 그런 분들을 만나면 실수하지 않도록.

GP 컨설턴트 역시 NHS와 계약 관계에서 동네의원을 운영하지만, 일주일 중 특정일에는 개인 환자를 보게 된다. 그 때는 NHS의 영향을 안 받아서 따로 환자를 접수하고 진료비도 다소 비싸게 개인에게 받을 수 있다. 이것은 대기 시간과 해야 할 검사들이 지연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어느 정도 인정한 형태이다. 우리 같으면 건강보험에서 인정 안 해주는 검사나 치료 행위들을 개인 비용으로 해도 좋다는 것과 같게 보면 된다. 병의원을 이용해본 분들이면 가끔 의사에게서 어떤 것은 건강보험으로 안 되니까 본인이 일부 비용부담을 해야 합니다 라고 얘기를 듣는 것이 있을 텐데, 비슷하게 보면 될 것이다.

민간 병원이 점점 많아지는 영국에서 이러한 개인 진료 시설(의원급)이 늘고 있다는 것은 요즘 추세로 보면 놀랄 일도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영국의 의사들은 의료를 공공의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개인의 영리를 위해 이용하려는 움직임 또한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개인 의원들은 우리가 찾아간 할리 스트리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런던 곳곳에 한두 군데씩 차려져 있고, 런던 교외에도 있었다.

의사들의 욕구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요구도 있었기에 이러한 개인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만난 어떤 영국 주민은 거의 모든 피부질환이든, 성형문제든 NHS에서 해결을 해주는데, 그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라면서, 차라리 자기 돈 내고 이런 개인 진료를 받으며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한다. 성형이나 피부 관련 진료소가 아닌 GP 컨설턴트도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동네의원이지만 빨리 봐주고, 필요한 검사들을 해주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선호하는 형태라고 한다.

고민이 깊어진다. 우리의 건강에 관한 모든 문제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대원칙이 옳은 걸까, 일부일지라도 개인의 호주머니에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걸까?

영국을 방문한 방문단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100퍼센트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측과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현실이므로 보장성을 높이면서도 일부에서는 개인이 해결하도록 해도 된다는 의견.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의료 보장성은 90%이다. 이는 감기든, 사고이든, 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질환들을 90퍼센트 이상 국가가 비용을 댄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통상국가라고 하면서 아직도 건강보장성이 60%를 맴돌고 있다. 그나마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이 수치마저 간신히 턱걸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아직도 암에 걸리면 수 천 만원씩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비용 때문에 치료 중단을 고민하기도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의 민영화 바람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내린 결론은 성급하지만 이렇다. 공공의료를 실현한 그들의 고민은 한계에 부딪힌 공공의료의 효율성을 위해서 약간만 개인의료에 대해 빗장을 여는 것이고,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렇다 할 공공의료 수준을 못 이루어내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가 영리병원을 허용하느니 마느니 논쟁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90% 수준까지) 의료 보장을 이루어 내면서 영리병원 얘기를 내놔야 국민들에게 먹혀들 것 아닌가.

현재 우리의 60퍼센트 수준의 의료 보장성에서 영리병원을 허용하게 되면 의사들이나 병원들은 앞 다투어 그 쪽으로 가려고 할 게 뻔하다. 물론 그 쪽으로 간다고 다 왕창 돈을 벌지는 않을 것이지만, 하여튼 많은 의사들의 눈과 귀를 현혹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변에 있는 병원들은 보통의 질환들을 가진 환자들(돈 안 되는 환자들)을 안 보려고 할 것이고, 우리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자기를 진료할 병원을 찾아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영국의 민간병원들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병원에서 비용 부담이 되는 수술들을 기피하고 있었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의사협회에서도 지난 봄에 공식으로 영리병원 반대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정형근 이사장도 최근 영리병원은 우리의 건강보험을 뒤흔드는 게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의 소리를 냈다. 이러할진대 도대체 누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들여놓겠다는 얘기를 하는 것일까?

영국의 의사 자격 과정

Medical degree : 의과대학 5~6년 과정

Foundation House Officer : 일반의, 전문의 공통의 2년 과정 (우리나라의 인턴 과정)

이 과정을 마쳐야 의사자격증이 나오며, 영국의사협회 (BMA, 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회원이 된다

일반의(GP) / 전문의(Specialist) 수련 과정으로 일반의 3, 전문의 3~6년 과정

Consultant : 병원 근무 경력이 높은 의사에게 주어지는 자격. 교수급으로 보면 됨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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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주변 나이드신 어른들이 병원에서 초음파 같은 검사를 받는 걸 보면 완전 바기지에요. 초음파 장비는 나온지도 오래되었고 그다지 비싼 장비가 아닌데도 한번 검사에 6~7만원을 받아챙기는 걸 보면 완전 어이없어 말이 안나옵니다. 제가 알기론 초음파가 보험적용도 안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영리병원 생기면 국민 건강을 담보로 이런 바가지 상혼이 극성을 부릴 것은 불문가지겠지요. 영리병원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이런 바가지 의원들 때문에 정말 병원 가기 싫어집니다.

    2011.09.25 14:49 [ ADDR : EDIT/ DEL : REPLY ]

2011.08.20고병수/새사연 이사

영국의 NHS 조직에 대해서 방문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즈음 우리는 보건의료를 이끄는 한 축으로 알려진 조직을 찾아가기로 했다. 선진국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한 국가의 정책들은 정부와 국회가 만들어나가지만, 국민의 뜻을 직접 제안하면서 동시에 정치권의 일방주의를 견제할 단위는 바로 노조이다. 영국도 오랫동안 노조가 발달된 국가인데, 요즘은 그 가입률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그 영향력은 건재하며, 노조들은 주로 노동당과 연계를 맺으며 활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가 런던에 머무는 시점에 NHS 60주년 행사가 있었는데, 우연찮게 집회에 참석해서 큰 박수를 받기도 했는데..... 잠깐 우리의 활약을 소개하려고 한다. 기대하시라.

영국의 최대 공공노조 UNISON

그 중에서 우리가 방문한 노조는 130만 명 정도가 가입되어 있는 영국 최대의 공공노조인UNISON이라는 곳이다. UNISON은 의료서비스노조인 COHSE(the Confederation of Health Service Employee), 공공종사자노조라고 해석될 수 있는 NUPE(the National Union of Public Employees), 정부종사자노조인 NALGO(the National and Local Government Officer's Association) 3개 공공부문노조가 1993년 7월 통합하여 만들어진 조직이다.

건물 왼쪽으로 붉은 벽돌로 쌓아진 옛 산부인과 UNISON 건물 모습(왼쪽)과 내부 입구 모습(오른쪽)건물이 보인다.


UNISON 건물은 옛 산부인과 병원 건물 옆에 붙여서 지어진 크고 예쁜 신축건물이었다. 안내를 받으며 회의장에 들어갔더니, 설명을 맡은 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잔소리 비슷한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 측 통역을 맡은 선생님과 몇 분 동안 얘기를 나누더니 끄덕이고 나서는 진행을 시작했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자기네는 2시 정각에 시작하는 줄 알아서 준비했는데, 안 와서 안절부절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2시 30분으로 알고 있었고, 연락도 분명히 그렇게 했는데, 어디에선가 어긋난 것이다.

보검의료를 담당하는 대표는 인사말을 하고 다른 회의가 있어서 황급히 나갔다. 우리와의 시간 때문에 다른 회의 시간에 늦었다는 것이다. 미안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지만 서로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면서 간담회를 시작했다.

인사말을 준비하는 보건의료 조직 대표(사진 오른쪽)와 우리에게 UNISON에 대해서 안내하고 설명을 담당하게 될 분(사진 왼쪽)들의 모습. 둘 다 간호사 출신인데, 거대 노조의 보건의료 책임자가 젊은 여성이면서 간호사 출신이라는데 놀랐다. 왜냐하면 보건의료 노조에는 의사, 간호사 등 여러 종사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UNISON은 영국의 공공에 관한 종사자들의 조직이기 때문에 많은 일들을 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주로 연금개혁에 관한 문제와 NHS 개혁에 관한 것들로 부지런히 싸우고 있었다. 연금개혁은 캐머런 정부가 연금 수혜자의 나이를 높이면서 연금을 적게 주겠다는 내용이고, NHS 개혁은 전에 말한 대로 사적 영역을 넓히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연금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이제 수혜자들이 많아지게 되면 영국이나 다른 나라들처럼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UNISON에서 바라보는 NHS

UNISON은 언급한 것처럼 공공서비스에 대한 여러 조직들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노조 연합체이다. 영국에서 NHS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주로는 영국 노동당과의 연계 속에서 정책을 만들기도 하고, 근래는 노동당이 좀 변질을 했다고 하며 비판적 관점에서 조율을 하기도 한다. 요즘처럼 NHS에 대해 정부가 뒤떨어진 개혁안을 내놓았을 경우에는 정치 세력과 여러 단체들이 연합해서 시위 및 토론회를 열면서 현재의 NHS 체계를 적극 방어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2011년 봄에 국민연금 축소 정책에 항의하는 UNISON의 집회 현장.


그래서 UNISON은 요즘 연금 문제와 NHS 개혁 문제에 몰두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NHS에 대해 그들이 보여주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생각을 엿볼까 한다.

“데니 길레스파이(Danny Gillespie)라는 어르신 얘기를 들려줄까 합니다. 데니는 NHS에 대해서 무한한 신뢰를 가진 분입니다. 그분뿐만 아니라 영국 국민들 대다수가 그렇죠.


그는 NHS가 지난 10년 동안 두 번이나 자신의 목숨을 구해줬다고 합니다. 10년 전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을 거쳐 수술을 받게 됐는데, 막힌 심장혈관(관상동맥)을 가슴절개 수술과 동맥 교체술을 통해 살려냈죠. 그 후로 축구도 할 수 있었고, 즐겁게 삶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5년 전에는 폐암이 발견되어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받아서 지금은 암 세포 성장이 억제되어 다시 정상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퇴원할 때까지 비용이 일체 들지 않았고, 이후로도 추적 검사 및 몇 가지 치료를 받을 때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치료 받을 수 있었습니다. 데니는 이 모든 것이 NHS가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거라고 강조합니다.”

질병의 경중에 관계없이 포괄적인 혜택을 줄 수 있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모두 똑같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NHS를 민간 보험회사에 넘긴다는 것은, 그리고 민간 병원에 넘긴다는 것은 이러한 영국 국민들의 바람을 빼앗는 거와 같다고 UNISON 관계자들은 언급했다. 6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NHS는 보수당 장기 집권 당시인 대처(Margaret Thatcher) 정부 시절에도 손을 대지 못했을 정도로 신뢰받는 정책이었다고 한다.

그러한 전통의 NHS를 지금의 캐머런 정부는 비용이나 효율의 문제를 제기하며 NHS 행정조직을 축소하고, 민간 병원에 환자를 맡기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NHS는 영국의 최대 행정조직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관계되는 인력이 방대하다. 거기에는 의사나 간호사, 재활치료사, 구급요원, 사회복지사, 상담사 등의 의료 인력들이 있지만, 행정을 담당하는 인력들도 상당수 있는데, 현 영국 정부는 이러한 행정 인력들을 대폭 줄임으로써 비용 절감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행정 요원들조차도 국민들의 건강과 안정을 위해서 필요한 조직에서 일하고 있고, 그들이 없으면 의료 서비스 제공에 심대한 혼란과 어려움이 올 것이라고 UNISON 관계자는 전한다. 우리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보건소에 의사나 간호사가 있지만 접수나 상담, 보건 교육을 하거나 행정 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대폭 축소된다면 과연 의료 서비스라는 게 원활하게 이루어질까 생각해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건강은 질병의 치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방이나 교육, 상담, 지역사회에서의 문제 해결 등이 어우러져서 완성되는 것인데, 캐머런 정부는 너무 효율이라는 것만 바라보고 너무 안일한 정책을 펴려고 하는 것 같았다.

지금 한국의 우리 정부도 효율, 비용의 문제에 너무 치중하다보니 복지 축소, 건강 보장성 축소 등의 문제를 가져오는 건 아닌지 비슷한 상황처럼 여겨져서 답답해지기도 하는 대목이다. 전 세계 보수 정당은 모두 그러한가? 그래서 얻어지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다.

우리 부모들은 우리를 키울 때 효율을 바라보고 먹여주고 입혀주지 않았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만 바라고 무한정 베풀었던 것이다. 국가의 정책도 그럴 것이다. 건강과 복지에 관한 것은 국민들에게 필수적인 것이고, 그러한 것들은 효율로 판단할 일이 아니다. 어차피 그러한 정책들로는 투자 대비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들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 수준과 편안함을 얻을 수 있으면 목표 달성인 것이다. 물론 그러한 결과 인적이나 물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도움은 되겠지만, 굳이 효율을 앞세우지는 않아야 한다.

UNISON 관계자와의 간담회가 끝나고 건물 여기저기를 안내받으면서.


NHS 60주년 기념 집회

오후에는 NHS 60주년 기념 집회가 있다고 해서 런던의 Savory street로 갔다. 외국에서 이러한 기념식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게 어디 흔한 일인가?

이번 영국 방문을 주선한 ‘건강증진연구소’에서 미리 현수막을 만들어 왔는데, 집회 참석자들은 현수막이 예쁘다며 행진에 앞장서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머뭇머뭇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참석자들을 단속하는 검정색 복장에 몽둥이를 찬 영국 경찰들을 보니 겁도 좀 난다. 현수막은 그저 보여 주려고 했을 뿐인데....

외국에서 행진하다가 돌발 상황이 생겨서 잡혀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약간의 불안감을 지닌 채 행렬에 끼어들었는데, 낯선 나라에 와서 행진에 참여하게 된 불안함은 걷는 동안 금새 사라졌고, 우리는 여기저기서 사진 찍히는 영광과 중간중간 인터뷰까지 하게 됐다. 영국은 어디에서 집회를 하더라도 적당히 질서 유지를 하는 선에서 보장을 하는 편이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막거나 폭력적인 진압 개념은 없다고 한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서 의사, 간호사로 분장한 현지 참석자들(왼쪽).

필자가 집회 장소에서 피켓을 들어보려고 하자 주변에서 몇 마디 말을 하라고 해서 구호를 외쳐봤는데(오른쪽), 영어가 아닌 한국말이어서 그들이 알아들었을까 모르겠다. 신문에 날까봐 걱정도 했지만, 다음날 신문 여기저기를 뒤져도 다행히 나온 사진은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이러한 일들은 신문에서 조그만 기사로 나갈 뿐이어서 괜한 걱정을 했던 것 같다.


“NHS is not only for you! The world is watching (NHS는 당신들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이라는 현수막으로 집회에 참석한 우리 일행. 현지에서 많은 호응을 받았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빅밴’이라는 시계탑이 있는 국회의사당 옆에서 정리 집회를 하였고, 나이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은 NHS의 역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전직 간호사라는 분은 가족과 함께 나왔다고 하고(왼쪽), 할머니는 손수 만든 예쁜 피켓을 들고 나왔다(오른쪽).

우리의 행진은 1시간가량 이어졌고, 정리 집회를 하려고 멈춘 곳은 놀랍게도 국회의사당이었다. 외국 땅에서 거리 행진을 한 것도 감격스러운데, 국회의사당 코앞에서 집회를 한다는 것 자체도 우리 실정으로는 상상이 가지 않는 일이다. 권위적인 청와대와 우리의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위를 한다? 유치장에 갇힐 각오를 해야 할 걸?

저녁 어스름. 숙소 근처 맥주집 펍(Pub)에 모인 우리들은 오늘의 무용담을 맥주 한 잔과 함께 저녁 늦도록 재잘거리며 즐거워했다. 일행 중에는 학생 때 그 흔한 데모 한 번 안 해본 사람도 있었는데, 너무 신나서 얘기를 하는 모습에 한국에 가서 자랑할 거리 하나 만들었다며 우리 모두 손뼉을 쳤다.

“오늘 정말 근 20년 만에 거리에 서 보았는데, 얼마나 짜릿하던지.....”
“옛날에는 많이 거리로 나댔나봐요?”
“저는 오늘 이런 거 처음 해봤는데, 경찰들을 보면 대열 속으로 슬쩍 숨었어요. 무섭기도 하고.....”
“걷다보니 도착한 곳이 국회의사당이어서 얼마나 놀랬던지.....”
“빅밴을 완전하게 사진에 담으려면 거리 중간에서 찍어야 한 대요. 그게 어디 쉽나요? 차가 씽씽 달리는데..... 덕분에 나는 빅밴 모습을 사진기에 담을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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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민경

    박사님 글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금 현재 영국에서 공공정책 석사과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올 9월에 학기 시작입니다. NHS에 대해 관심이 있던 중 박사님 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박사님께서 쓰신 자료집을 보고 싶은데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요?
    혹시 시간괜찮으실때 minkyoung.kim@ucl.ac.uk로 답변을 주실 수 있으실런지요...

    아직 많이 부족한 저이지만 저도 언젠가 박사님처럼 좋은 연구를 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2012.08.05 02:37 [ ADDR : EDIT/ DEL : REPLY ]

2011.08.17  고병수/새사연 이사 

영국 의사들에 대한 단상

오늘은 영국의사협회(BMA, British Medical Association)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의사들은 중간 계층에 속한다. 계급으로 표현되는 사회과학적인 언어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가난하지도 아주 부유한 계층에 속하지도 않는, 그러한 중간적인 위치라고나 할까? 그러다보니 자신의 이익을 중심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영국의 의사들 또한 의료 개혁이나 NHS를 바라볼 때도 그러한 입장을 취한다고 공공노조 분들은 이야기 했었다.

이전에는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공무원적인 성향이 많았지만, 점점 사적 영역으로 많이 전환되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목소리를 내게 된 것 같다. 나는 이러한 경향성을 가진 영국의 의사협회는 어떤 관점으로 지금 데이빗 캐머런 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NHS 개혁을 바라보는지 궁금하였다.

영국의사협회(BMA)건물인데, 왼쪽은 실내로 들어가는 입구이다. 이 건물의 한 곳에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1851년에서 1860년까지 살았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영국의 NHS 제도 아래에서 수십 년 동안 잠자던 영국의 의사들은 토니 블레어 노동당 총리 시절에 이루어진 의료 개혁으로 많은 성과급(incentives)을 챙기게 되어서 웃음을 띄게 되었다고 한다. 이전까지는 인두제만으로 진료 수입을 얻던 일반의(GP)들이 2004년부터 초과 진료 수당이나 진료 내용에 따라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의 주치의들은 등록된 일정 수 의 주민 수에 따른 수입 이외에는 더 얻어지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주민들의 진료에 다소 소홀한 점도 있었고, 약을 투여하거나 진료 시간 외의 근무를 회피하기도 하였다. 게다가 일부 의사들은 수입이 좋은 미국이나 다른 외국으로 빠져나가 버리기도 하였다. 당연히 진료 대기 시간은 점점 늘어나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전의 노동당 정부는 대대적인 의료개혁을 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의사들의 진료권 확대와 수입 증대였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Sicko)에서 보여준 영국의 주치의들의 수입에 대한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정책 변화로 생겨난 것이다. 무어 감독은 미국의 일차의료 상황을 개탄하면서 동시에 영국의 의사들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공공의료가 발전하여도, 국가 주도의 의료를 하더라도 의사들의 수입은 줄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며, 미국 의사들의 반개혁적인 성향에 반박하려는 의도에서 영국 의사들의 에피소드를 집어넣었을 것이다. 확실히 영국의 의사들은 일반의뿐만 아니라 전문의들도 요즘은 꽤 수입이 좋은 걸로 알려져 있었다.

이렇게 의사들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서 정부에 부응하는 경향이 컸다. 이러한 의사들은 지금의 새로운 정부의 NHS 개혁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국의사협회의 NHS 개혁에 대한 생각

2010년 말에 보수당의 캐머런 정부가 NHS 사영화(privatization) 계획을 발표하자, 많은 단체들이 강력히 반발을 했다. UNISON을 비롯한 영국의 노조 및 많은 시민단체들이 첫 번째로 반대를 했고, 뒤를 이어 의사협회도 곧 반대 성명을 내면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던 의사협회는 도대체 무엇에 분노를 했기에 정부 개혁에 반기를 들었을까? 이것은 영국의사협회의 브로셔 일부를 번역해서 소개함으로써 그들의 생각의 단면을 엿볼까 한다.

NHS를 사영화하는 것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일이다!라는 제목으로 강력하게 정부의 NHS 개혁을 반대하는 영국 의사협회 브로셔의 겉표지. NHS의 원래 글자에서 ‘CASH()’를 떼어 거대 민간자본에게 건네주는 장면을 표현했다.

영국의사협회 : “영국의 NHS가 변하고 있습니다. 민영보험회사를 비롯한 민간 자본이 NHS를 대신해서 환자를 관리하게 됨으로서 그들은 고무되어 있습니다. 즉 여러분들의 GP 의원과 병원, 지역의 간호 기관들과 방문 간호 기관과 같은 지역건강센터들이 미래에는 상업화되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민간자본에 의해서 운영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들은 새로운 의료 공급자가 되어 거대한 다국적 회사로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주게 될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NHS 환자관리를 하는 것이 그들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될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입니다. 그 매력이라는 것은 바로 국민 세금에서 제공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창출된 이익들은 민영병원들뿐만 아니라 주주들에게 나눠질 것입니다. 이것은 공공재정이 빠져나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비록 우리의 NHS가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국민들이 의지하고, 국민들이 고마워하는 체계입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조직들 중에서도 특히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혜택을 입고 있는 공적인 건강관리 체계(NHS)가 변한다면 그런 모든 것들은 위험에 처해지게 될 것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민간보험회사를 필두로 한 자본 세력은 국가 공적 구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보면서 NHS의 돈을 얻어가고 있다. 즉, 대기시간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민간병원에서 환자를 보게 하고, 그 비용은 NHS에서 민간병원에 내어주는 것이다. 심각하게도 국가가 그 돈으로 공공의료의 질을 높이는데 쓰지 못하고, 사적 영역의 의료기관과 보험회사를 살찌우는데 쓰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한다.

영국의사협회 : “NHS는 대기시간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민간 병원으로 보내게 되는데, 민간자본들은 바로 이러한 치료센터를 운영하는 것을 원합니다. 그들은 점점 더 많은 의료서비스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되었는데, 그들이 하려는 의료서비스들은 간단하고 비용이 덜 드는 치료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힘들이지 않고 버찌를 줍는 것처럼 보여서 ‘cherry-pick’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수백만 파운드가 이러한 경로로 낭비되고 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NHS는 복잡하면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것들을 맡게 될 테죠. 그러면서 들인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다고 하면서 NHS 조직과 의료인 양성을 비효율적인 것으로 돌리며 거기에 예산을 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영리병원들은 대기 시간(wating time)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일상적인 NHS 의료서비스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NHS 병원들은 영리병원들에게 일상적인 의료서비스의 내용들을 빼앗기게 되면서 얻을 수 있는 재정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심하게는 문을 닫는 상황까지도 가능하게 됩니다.

민간자본의 영향을 받는 병원들이 NHS 환자관리를 한다는 것은 이제 또 하나의 의료공급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좋아보일지 모르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필요 이상의 의료를 공급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며, 일종의 낭비입니다. 그리고 공공의료 체계에 있는 NHS 의료기관들은 민간 병원과 환자 유치 경쟁을 해야 하며, 환자들이 보다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NHS 실무자들이 협력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입니다. 이미 몇몇 NHS 기관들은 환자 유치를 위해 광고를 하고 있는데, 환자 관리에 사용해야 할 재정을 홍보에 이용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환자 처치에서 보면 어느 병원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골라야 한다면 좋아 보일 것이다. 하지만 환자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병원을 선택하게 된다면 치료비로 지급되는 돈들은 환자를 따라 NHS에서 빠져나가는 셈이 된다고 의사협회는 지적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NHS 의료인이나 행정요원들을 양성할 예산들이 축적되지 않음으로 인해 점점 NHS는 상당 부분의 영향력을 민간보험회사로 대표되는 사적 영역에 빼앗기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나는 우리나라에서 몇 년 동안 논쟁이 붙고 있는 영리병원(영리법인병원) 문제와 건강보험 가입 자율화 문제를 떠올려 보았다. 영국(의료 보장성 90%)에 비해서 나약한 보장성(62%)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보험이지만 그나마도 강제지정을 하지 않았을 경우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민간보험으로 옮아갈 것이고, 그랬을 때 건강보험 재정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어떤 연구자는 지금의 건강보험 재정도 적은 마당에 그들이 빠져나가버린다면 지금의 재정보다 1/3 혹은 절반 정도로 축소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한다. 그러면 지금의 62% 정도의 보장성도 전혀 보장할 수 없는 현실이 벌어진다.

그리고 영리병원이 몇 개씩 생겨나는 것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이 돈이 된다는 것을 보게 되면 규모가 제법 큰 병원들은 너도나도 앞 다투어 영리병원화 할 것이고, 사람들은 비싼 돈을 줘가며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진료 내용들도 수익성이 높은 것들만 골라서 하게 되고, 정말 필요하지만 수익이 떨어지는 것들은 취급을 안 할 것이다. 의사나 간호사들도 높은 수익을 따라 움직이게 되어 많은 병원들에서는 의료 인력의 부족을 겪게 될 것이다.

이것은 순진한 상상이 아니다. 지금 공공의료의 최상에 있는 영국이 겪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벌어지고 있는 영국 병원의 현실을 영국의사협회의 소개를 보면서 들여다보자.

이 글은 필자가 2011년 7월 2일부터 7월 9일까지 영국 런던에 머물면서 최근 보수당 캐머런 정부의 NHS 개혁에 관한 것과 일차의료 현장에 대한 견학을 하고 느꼈던 것들을 쉽게 이야기로 정리한 것입니다. 그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나중에 자료집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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