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2고병수/새사연 이사

사적 영역에서 일하며 자영업자로 성장하도록 교육받은 한국 의사들…

‘기업가주의’에서 ‘전문가주의’로 변화해야

개원의인 나는 요즘 고민에 빠졌다. 지난 몇 년 사이 주변에 동네의원 몇 개가 더 들어서 환자가 줄어 마음이 편치 않은데, 포괄수가제 문제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부딪치며 분위기가 험악하기 때문이다. 처음 개원한 12년 전에는 의사협회의 방침에 동조했지만, 이제는 상황을 좀더 냉철하게 바라보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왜 이렇게 정부 정책마다 반대의 기치를 들며 반발하는 걸까? 한국 의사들은 전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이 이기주의로 가득 찬 의료인이고, 국민의 건강을 영업으로만 바라보는 파렴치한들일까?


유신독재 위세에 의료보험 반대 못한 의료계


의사들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것은 의사가 된 이후에 본 것만 여럿이다. 김영삼 정부가 추진하던 ‘주치의등록제도’가 의사협회의 반대로 무산됐고, 김대중 정부 초기에 야심차게 준비하던 ‘단골의사제도’ 역시 시작도 못해보고 묻혔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정부와 의사들의 대화가 잘되는가 싶더니 ‘선택의원제’ 문제로 다시 격돌했고, 이번에 포괄수가제 문제로까지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는 의사협회장이 앞장서서 이명박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의사들에게 유리한 정책을 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많은 의사들이 동참했다. 그다음에 돌아온 것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협하는 정책과 저수가뿐이었다. 주변의 의사들은 하나같이 이전 정부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어졌다고 하소연한다. 의사들에게는 자승자박, 자업자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토양은 도대체 언제부터 만들어진 걸까?


조선 말엽, 서양의학을 도입할 때는 미처 국가적 보건의료 체계를 잡을 여유가 없었다. 일제강점기에도 ‘조선 사람들을 문명화하고 위생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조선총독부) 하는 것이 보건정책의 목표였다. 보건정책은 일제의 조선 통치 목적과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니 고등 의학교육과 장기적인 보건정책을 수립하지 않았다. 낮은 단계의 위생에만 중점을 두다 보니 ‘파리잡기’나 ‘쥐잡기’ 등을 중요 보건사업으로 삼았을 정도다. 게다가 배출되는 의사들에게는 아무런 제재 없이 개업할 수 있게 해서 영리를 취하게 하다 보니 이들을 국가 보건사업에 참여하게 하는 조처나 의도조차 없었다.


해방 뒤 미 군정 때도 국가적 차원의 보건의료 정책은 여전히 부족했고, 의사들이 국가정책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개발경제를 외치던 1970년대 이후에 조금씩 변화는 있었다. 그나마 의료기관 인프라를 늘리는 데 정부가 힘을 기울이기도 했다. 1977년에는 전국민건강보험의 모태가 되는 의료보험이 잉태됐다. 아마 의사가 사회와 연결돼 공적 관계를 맺는 최초의 의료정책일지 모른다. 1989년에는 지역별·직능별로 나뉜 의료보험이 전국민건강보험으로 확대됐고, 의료전달 체계가 최초로 시행됐다. 당시 낮은 수가에도 공적 건강보험을 의사들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박정희 정부의 힘에 눌린 탓이 컸다. 정부는 의사들의 수입이 좋은 것을 보고 수가를 낮춰도 되겠다는 판단을 했고, 서슬 퍼런 유신시대여서 의사들은 크게 소리를 높여보지 못하고 받아들여야 했다.


국가와 공적 관계 맺을 기회 없어


1980년대 이후에는 정부의 의료개혁이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혀 거의 뜻을 못 이뤘다. 원인은 과거 정부가 찍어내린 진료 수가에 대한 저항감이 컸다. 그러나 한국의 의사들 사이에서 지난 120년 동안 몸에 밴 자영업자 의식도 한몫했다. 의과대학에 들어가서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의사자격증을 따서 전문의 과정을 거쳐 개원하기까지 국가는 의사로 성장하는 개인에게 어떤 지원도 한 적이 없다.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사면허증을 받는 순간을 제외하고 의사들은 국가나 사회와 어떤 공적 관계를 맺어볼 기회가 없었다. 외국처럼 국가와의 계약을 통해 주민의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위치에 서보지도 않았고, 의사들은 전문가임을 자처하지만 그 전문성을 배타적인 것으로 만들어 수입을 얻는 것에 주력할 뿐이었다. 오히려 보건소가 지역에서 환자 진료를 하는 것을 못마땅해하거나, 그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의료사회학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은 의사들의 이런 정체성을 ‘기업가주의’(Entrepreneurism)에서 찾기도 한다. 병원 운영을 기업 운영처럼 여기고 이익 창출을 주된 목표로 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의사로서 가지는 전문성을 사회적 관계 속에 역할하도록 하고 존경받는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와 대조되는 개념이다. 외국에서도 동네의원은 대부분 개인 사유물이지만, 의사들은 교사나 경찰관, 소방관처럼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군으로 인식된다. 의사들은 그 속에서 보람을 찾는다. 물론 충분한 의료재정과 ‘의료를 공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문명화된 시대에 의료는 분명 공적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의사들은 종합병원이든 동네의원이든 대부분 사적 영역에서 일을 한다. 그 토양 속에서 자영업자로 성장하도록 교육을 받아왔다. 포괄수가제 같은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보이는 의사들의 집단적인 거부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속 시원한 답을 내기는 어렵다. 몇 가지 실마리는 있다. 먼저 우리 의사들도 이제는 의료를 국민에게 돌려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의사가 자영업자 정신을 유지하는 한,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의료 문제에 대해 이익집단으로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한, 의사집단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요즘 포괄수가제를 둘러싼 여론의 싸늘한 반응을 봐도 이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주장이 때로 타당할지라도 이를 자기만의 언어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가 의료 공공성 강화 앞장서야

 
정치인이나 정부도 의료의 공공성을 유도해내고, 필요한 재정과 인력 배치를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의사들이 믿음으로 의료개혁 정책을 같이 만들어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먼저 자영업자를 양산하는 의과대학 교육 시스템부터 손봐야 한다. 또 종합병원 이상은 전문성을 갖추려고 노력하되, 동네의원들은 지역 주민이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지속적이고도 포괄적인 1차 의료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형태가 주치의제도가 됐든, 다른 어떤 형태일지라도 근본적인 제도 변화가 필요할 때다. 자영업자로 위축된 의사들이 이제는 스스로의 의료 행위에 대해 공적 개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제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지난 의약분업 때는 정부와 의사들 사이에 아무런 타협 없이 서로 등을 돌렸다. 이번 포괄수가제 문제를 계기로 정부와 시민, 의사들이 현재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작업을 하며 신뢰를 쌓는 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

이 글은 한겨례21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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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04고병수/새사연 이사

 

며칠 전 의사협회로부터 전자메일을 통해 공문이 도착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시간부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탈퇴합니다.”로 시작하는 공문에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후 건정심’) 위원회 구성의 불합리함과 그로 인한 이번 포괄수가제의 강제 표결 통과를 앞두고 의사협회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으로서 ‘2012524이라는 날짜로 끝을 맺고 있다. 이번 포괄수가제 확대 조치를 할 것에 대한 건정심은 2012530일에 열릴 것이므로 사전 엄포의 의미와 의사협회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다고 볼 수 있다.

포괄수가제의 내용

국민들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으면 해당 병?의원에서는 진료비 수입을 얻게 되는데, 거기에는 행위별수가제, 포괄수가제, 인두제, 총액예산제, 봉급제 등의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외래 중심의 동네의원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가 적용되고, 수술 및 난위도 높은 치료를 하는 병원급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행위별수가제는 진료 행위에 따라서 진료비가 달라지는 것인데, 충수돌기염(맹장염) 수술을 하더라도 투여한 약이나 재료, 입원 날짜에 따라 진료비가 달라지는 것이고, 포괄수가제는 말 그대로 세세한 구분 없이 같은 수술에는 일정한 비용을 적용하는 것이다.

정부나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포괄수가제가 훌륭한 제도인 것처럼 말하기도 하지만, 두 진료비 지불제도에 대해서는 어느 것이 더 우월한 정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행위별수가제에서는 의사들이 필요한 치료방법을 더 적용하려고 하여 더 나은 재료나 수술 방법을 쓰게 되어 환자들로부터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진료비가 거기에 따라 올라가므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포괄수가제에서는 치료 방법이나 재료에 구분 없이 일정한 진료비가 적용되므로 진료비 상승 요인을 줄일 수 있고, 환자들은 진료비가 얼마인지 항상 알 수 있어서 편리하다. 하지만, 획일적인 치료 방법이나 재료를 사용하게 되어 자칫 치료의 수준이 낮아지거나 부작용에 대한 대처를 하기 힘들 수 있다. 더욱이 병원에서는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싼 재료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폐기해야 할 치료도구들을 소독해서 재사용하는 일이 빈번할 것이다.

이러한 장단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용의 편리함과 의료비 상승 억제라는 명목만으로 포괄수가제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이번에 건정심을 통과하여 201271일부터 확대?적용시키려고 하고 있다. 사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미 7개 질환에 대해서 시범사업을 통해 많은 의료기관에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그것을 확대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7개 질환에 대한 수술에는 편도수술, 제왕절개술, 자궁적출술, 탈장수술, 항문(치질)수술, 충수절제술, 수정체수술을 말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고 수술기법이 비교적 어렵지 않거나 표준화된 것들을 말한다.

포괄수가제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의 홍보대로 의료비 상승을 낮출 수 있고, 국민들이 수술 치료비를 알기 쉽게 되어 편리하다면 이번처럼 의사협회는 왜 반대를 하는 걸까? 그것은 표면적인 이유들 이면에 복잡한 계산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어느 정부든지 의료정책을 펼치면서 정책부담을 위해서 재정 계획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계획을 발표한 때는 없었다. 그것은 진보적 정부이든 보수적 정부이든 관계없었다. 김대중 정부에서의 의료제도 개혁이나 일차의료제도 안정화 노력에는 재정이 없었고, 박정희 정부의 전국민건강보험 실시 때는 오히려 의료 수가를 줄여버렸으며, 김영삼 정부 시절에 주치의제도 시행 의지가 처음 엿보였을 때도 거기에 합당한 재정 계획은 없었다. 현재의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도 의료정책을 많이 발표하였지만, 제대로 된 재정을 수립하지 않고 정책을 발표만 하면서 '아니면 말고' 식이었다. 어느 나라도 의료정책을 새로이 하면서 돈을 들이지 않은 경우는 없다. 프랑스에서도 2006년 주치의제도(Preferred Doctor Scheme)를 처음 도입할 때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동네의원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면서 시작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 일차의료 전담의(GP)들의 질을 높이고,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의료재정을 확대했고, 의사들의 수입을 보장해 주었기 때문에 지금의 영국 일차의료제도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번 포괄수가제의 문제는 반대 논리로 내세우는 진료의 질 저하 우려나 의료기술의 발전 저해라는 것보다는 사실 거기에 들어가는 의료재정을 확보하지 않고 제도를 바꾸려는 것에 있다고 봐야 한다. 심장 수술 못 하는 흉부외과, 분만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가 늘어가는 한국의 의료 현실, 힘들고 어려운 의료는 피하려는 형국은 의사들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지금 강조하고자 하는 적절한 의료재정에 대한 고민이 없는 정부로부터 생겨난 것이다.

포괄수가제는 의료비를 완만하게 만들고, 국민들에게 유용한 의료제도임에 분명하다. 의사들도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손 안 대고 코 풀려는'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을 보면서 불안해 하고, 반발하는 것이다.

이번 포괄수가제는 앞으로 이어질 병원 진료나 많은 수술들에 대한 확대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자면 분명히 정치권에서는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 개선과 더불어 의료재정을 적재적소에 어떻게 들여야 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재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먼저 답을 만들어야 가능하리라고 본다. 아울러 의사협회도 더 이상 반대 논리로만 치닫지 말고 자신들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건강권과 안정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도 대승적으로 판단하기를 권한다. 오랫동안 의사들이 정부의 정책에 강제적으로 협조했던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의사들이 주체적으로 주치의제도나 일차의료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이렇다 할 정책들을 내놓지 못했던 것도 문제가 아니던가? 긴 안목으로 정책 제안을 하면서 정부와 손잡고 국민의 건강을 더 높이 실현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면 한다.

* 건정심(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건강보험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의료에서 재정 안정을 이루면서 지속적으로 건강보험에 의한 의료공급이 가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만들어진 위원회로서, 직장가입자의 보험료를 결정하기도 하고, 병의원의 진료비 및 수가 등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구이며, 국민건강보험법국민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특별법에 그 근거를 두고 2002년에 설립되었다.

심의위원회 구성은 보건복지가족부차관을 위원장으로 하여 건강보험의 가입자(노동자, 농민, 시민단체 등 추천)를 대표하는 위원 8, 의약계(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 추천)를 대표하는 위원 8, 공익(행정부, 공단, 심사평가원 등 추천)을 대표하는 위원 8인으로 이루어져 총 25인으로 활동을 하게 된다. 이 중에서 의사협회에서 추천한 위원은 단 3명뿐으로 의사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힘든 구조여서 의사들은 불공정 구조라고 지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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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08고병수/새사연 이사

최근에 휴대전화기를 스마트폰이란 걸로 바꿨다. 하지만 전화 이외에는 잘 사용하지 않기도 하고, 바빠서 기능들을 다 섭렵하지 못해서 첨단기기를 그저 휴대전화 정도로만 이용하는 부진함을 보이고 있다.

나의 관심사도 요즘은 나를 괴롭히는 스마트폰인데, 오늘은 그 얘기를 할까 한다. 휴대전화기든, 스마트폰이든 공공장소나 회의석상에서는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으로 누구나 알고 있다. 진료실에 있으면 환자나 보호자들의 휴대전화기 혹은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과 관련된 여러 양상들을 볼 수 있다. 실제 있는 모습들을 여러 장면으로 그려보자.

(장면 1)

이런 모습은 주로 중고등학생들에게서 보이는데…

감기에 심하게 걸렸다고 하면서 의자에 앉더니만 내가 증상을 물어보는 중에도 자기는 두 손 모아 계속 문자질을 하고 있는 고등학생. 요즘은 그것을 ‘카카오 톡’이라고 한다는데… 눈과 손은 스마트폰에서 놀고 있으면서도 내가 묻는 말에는 대답을 잘 한다.

“언제부터 아팠는데?”

(계속 문자를 누르며) “어제요.”

(못마땅하지만 금방 그만 둘 거라 여기면서) “기침이나 콧물이 심하니?”

“예..... 아, 아니오. 기침만 좀 해요.”

잠깐 고개를 들어 나를 보고 짧게 대답을 하자마자 다시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을 놀린다. 더 못 참아서 나는 핀잔주듯이 그 학생에게 그만 두라고 얘기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만두는데, 어떤 녀석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면서 탁자위에 자기 스마트폰을 ‘탁’ 소리 나게 놓고는 전혀 미안한 마음도 없이 빤히 쳐다본다.

더 가관인 것은 내가 그렇게 핀잔을 주거나 그만하도록 얘기를 할 때, 옆에 있는 부모들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행동이다. 많은 경우에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면서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만, 어떤 부모는 상관하지 말란 말을 하며 기분 안좋게 만들기도 한다.

“얘는 말해도 안 들어요. 어서 진료나 해주세요.”

어서 진료나 하라고? 부르르르… 여기서 더 말하면 싸움이 난다. 기분 나쁜 나는 그 때부터는 진료 모니터만 보면서 처방을 간단히 하고 보내버린다.

(장면 2)

가끔은 이런 경우도 있다. 부부이거나 연인들에게서 생기는 경우인데…

얼마 전, 20대 초반인 여대생이 아파서 왔다. 남자 친구는 흑기사처럼 자기 여자 친구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신으로 진료실에 같이 들어와서 보호자 의자에 앉았다. 나는 보통 때 젊은 여자가 들어왔을 때에는 웬만하면 남자들은 밖으로 보내버린다. 그 이유는 여자의 경우에 비밀스럽게 해야 할 얘기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냥 둬보기로 하고 남자 친구인 듯한 청년의 입장을 허하기로 했다.

내가 여자에게 문진을 하면서 살짝 남자 친구 모습을 보니 참, 어이없다. 자기 여자 친구가 열 펄펄 나면서 아픈 상태이고, 같이 들어왔으면 어떻게 되는 건지 관심 가지고 지켜보는 게 진정한 친구이거늘, 이건 오자마자부터 계속 문자질이다. 뭐, 카카오 톡인지, 야자수 퍽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여자의 문진과 진찰을 마치고 처방을 주는 순간까지도 계속 똑같은 자세.

나는 또 성질을 못 이기고 한 마디 하였다.

“여자 친구가 아파서 왔으면 남자 친구로서 쳐다보고, 어떻게 아픈지 궁금해 하는 게 도리 아닌가요?”

이렇게 말하니 그 남자 친구는 급히 스마트폰을 끄고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간 나도 괜한 말을 한 건 아닌가 후회가 되어, 기분 나빠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들으라는 소리였다고 말해주고는 보냈다. 하지만 그 때 마음 속으로는 ‘아픈 사람 두고 딴짓이나 하는 남자 친구와는 헤어지는 게 좋지 않겠어’라고 말하고 싶었다. 친구나 연인이라는 사람들은 의무감이나 형식적으로만 자기 친구와 동행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같이 와주면 친구라는 인증을 받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닌가?

이런 모습들은 연인이 아니라 가족 간에도 가끔 볼 수 있다. 부인이 아파서 진료 받는데, 남편은 저 쪽에 앉아서 문자질이다. 의사가 아이 아픈 곳을 물어보면서 진찰 중인데, 정작 엄마는 아이를 앉혀놓고 옆에 서서 문자질이다. 정말 너무 예의가 없고, 분별이 없는 경우들이 아닌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인 모습들을 보이는 걸까? 사람들이 예의에 대해서 무신경해진 걸까? 아니면 내가 고리타분한 ‘꼰대’가 되어서일까?

그 후 어느 날인가, 아내가 아이 학부모 모임에서 나누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보, 동동이 친구 OO가 아파서 엄마와 병원엘 갔는데, 의사가 기분 나쁘게 해서 진료 받다가 나와버렸데요.”

“왜?”

“아, 글쎄. OO 엄마가 스마트폰으로 문자 몇 개 주고받고 있었는데, 진료하던 의사가 아이 아픈데 옆에서 그런 거 할 생각 나세요 하면서 빈정댔다네요.”

“혼날 짓 했네, 뭐.”

“아니, 그러면 안돼요. 고객인데..... 그러다가 환자 끊기면 어떡해요? 당신은 절대 그런 거 보고도 모른 채 해야 해요.”

내 성격을 잘 아는 아내는 꼴 보기 싫어도 눈 꼭 감으라고 신신당부한다. 순간 뜨끔했다. 사실, 그런 이유로 몇 번 환자들과 안 좋은 일도 있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되는 것은 좋은데, 우리가 제대로 된 사용법을 모르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스마트폰의 복잡한 기능과 사용법 말고, 인간적인 것이 강화되는 스마트폰 사용법이나 서로에 대한 예의가 지켜지는 사용법 말이다. 이런 거는 공익광고로 방송 안 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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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bsu0553

    너무 공감되는군요. 저도 여간해선 사람이랑 있을땐 안만지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많은 않네요. ㅠㅜ 습관이란 무섭나봅니다.

    2012.05.08 23:31 [ ADDR : EDIT/ DEL : REPLY ]

2012.04.24고병수/새사연 이사

 

작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제주도 강정 마을에서 무료진료를 하였다. 해군기지 반대라는 오랜 싸움에 지쳐가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연대 투쟁을 위해 전국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에게 힘이 될 일을 찾던 중 거기에 가서 진료를 하기로 했다. 그곳에서의 무료진료 일정을 마친 이후에도 나는 가끔씩 진료실로 찾아오는 강정과 맞닥뜨리고 있다.

다쳐서 찾아오는 강정 활동가들

가끔씩 격렬한 싸움 끝에 다쳐서, 제주시에 있는 내 진료실까지 오는 분들이 있다. 주로 진단서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프랑스인 벤자민(Benjamain Monnet)도 몸싸움을 하다가 여기저기 멍이 들고 허리며 가슴팍에 통증을 호소하면서 찾아왔었다. 나는 여기저기 자세히 살피고 물어보면서 합당한 진단서를 써줬다. 벤자민은 그 덕분에 강제출국을 모면했다고 한다. 우리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 갔어도 같은 진단서가 나왔겠지만, 굳이 나를 찾아온 것은 강정마을에서 무료진료를 통해 쌓인 신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몇 달 뒤에 연락이 왔다. 벤자민이 또 다쳐서 치료하고 진단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히 외상이 있거나 급히 치료해야 할 내용은 아닌 것 같아 근처 병원에 가서도 같은 진단서를 받을 수 있다고 하고, 서귀포에서 먼 제주시까지 올 필요는 없다고 말해주고는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며칠 후 뉴스를 보니 벤자민은 강제출국을 피하지 못하고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나는 한참 고민에 빠졌다. 그 때 진단서를 제출하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제출했는데 안 통했던 것인지..... 자책감이 들면서 며칠을 보내야 했다. 진단서 작성은 의사의 권리이자 의무로서 거짓으로 작성할 수 없다. 벤자민이 다른 병원을 갔었어도 정당한 진료와 진단서를 얻을 것이지만, 나에게 연락 온 며칠 후 그렇게 되어 마음이 안 좋았다.

또 얼마 안지나 이번에는 경찰들과 함께 강정 마을 여성 활동가가 찾아왔다. 경찰서에 연행되었는데, 진료실에 여자 경찰관 입회 속에 진료를 하게 되었다. 나는 강정에서 그 분을 자주 봤는데, 그 분은 나를 못 알아봤다. 그래서 오히려 편하고, 객관적으로 진료를 할 수 있었다.

“무릎이 아파서 걷기가 많이 힘들어요.”
“뼈는 이상이 없는데, 무릎관절이 크게 무리가 가서 당분간 아플 겁니다.”
“손목도 아프고, 여기저기 쑤시네요.”

전형적인 몸싸움 후유증으로 밟히거나 거센 힘에 밀쳐져서 나타나는 통증들이었다. 이번에도 필요한 진단서를 작성해 주고는 당분간 쉬면서 지내고, 약을 좀 드시라고 권했다. 진료실을 나갈 때는 여자 경찰관이 안 보이도록 하면서 열심히 싸워서 이기라고 손을 들어 보이며 파이팅 하는 동작을 보여줬다. 그 분은 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는 힘없이 웃으면서 진료실을 나갔다.

잠시 후 동행한 경찰관이 다시 들어와서는 상태가 어떠냐고 내게 물었다. 나는 본 그대로 말해주었다.

“이 사람들은 멀쩡한데도 괜히 아프다고 엄살을 떨어요. 옛날 같았으면 진짜 아픈 맛을 보여줬을 텐데, 요즘은 인권이다 뭐다 해서 바쁜데 병원까지 모셔 와야 하니, 원.....”
“실제로 근육통이나 인대 통증이 심한 것 같습니다. 짜증나겠지만 잘 해 주세요.”

경찰관과 해경도 아프다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뭐라고? 당신 같은 경찰관에게 밥 먹여주는 세금이 아깝다’ 하면서 싸웠으면 좋겠지만, 경찰관도 달래면서 화를 풀어주어야지 어쩌겠는가. 강정마을의 갈등이 진료실 안으로 옮겨온 참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경찰관들이나 해경들도 부쩍 많이 찾아온다. 많은 수가 강정에 파견 갔다 오는 사람들인데, 이번 겨울에 심하게 돌았던 독감이나 감기에 걸려서 찾아온 경우들이었다. 의사로서 요즘 무리를 한 것이 있냐는 의례적 질문을 하게 되고, 그들은 한결같이 강정에서 추위에 떨다가 독감이나 감기에 걸렸노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래 니들도 고생이 많다. 그러게 왜 거기에 갔냐 말이다. 하긴 위에서 지시한 것이니까 가지만.....’

이런 경우도 있다. 어느 국가 공무원(경찰관인지 해경인지 해군인지 밝히지 않겠음)이 찾아와서 강정에 가서 오래 있어야 하는데, 며칠 쉬고 싶다고 진단서를 써달란다. 감기 몸살은 있었지만,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을 피해서 진단서를 써달라니까 속으로는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가도 한 명이라도 그 쪽으로 못 가게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안정가료를 위해 며칠 푹 쉬어야 한다면서 작성해 주기도 하였다.

계속 강정을 만나고 있다

이렇듯 한라산 너머 강정이 우리 병원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나는 계속 강정을 만나고 있다. 그 만남의 상대들이 강정을 지키려는 사람들이건 그들을 막으려는 해경이나 경찰관이든 말이다.

평화로운 섬에 사람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피비린내를 진동시킨 것이 20세기 중반 4.3의 슬픔이라면, 21세기에도 제주는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미군기지나 해군기지와 같은 전쟁의 광기로 고통 받고 있다. 도대체 이 싸움은 누가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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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08고병수/새사연 이사

장면 1. 남편의 환자 정보를 요구하는 부인

얼마 전 40대 초반쯤 되는 남자가 진료실에 들어와서 의자에 앉자, 불편한 게 무엇인지 물었다.

“어디가 불편하세요?”
“아, 저..... 거기에 습진이 생겨서요.”

정확한 부위도 말을 안 하고 ‘거기’라고 하면서 말을 하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 나는 직감적으로 은밀한 부위임을 알았다. 몇 마디 주고받고는 바지를 내리게 하고 성기 부분을 관찰한 후 어렵지 않게 그 남자가 ‘임질’에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는 참 많았던 성병인데, 요즘은 일 년에 한번 볼까말까 하는 희귀병(?)이다.

“최근에 다른 여자와 관계한 적이 있어요?”
“예, 어휴..... 술 마시고 정신없다보니 나도 모르게.....”
“아무리 정신없어도 콘돔을 썼어야죠. 일단 균 확인을 해야 하니까 검사만 간단히 한 후, 주사를 꼭 맞고 며칠 약을 먹읍시다.”
“주사 맞으면 금방 낫겠죠?”

몇 번이고 금방 나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 이유는 부인과도 성관계를 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을까봐 걱정이기 때문이다. 치료 며칠 지나면 전염력은 없어지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키면서 주사실로 보냈다. 임질에 쓰는 주사는 엄청나게 아프다. 주사약이 끈적거려서 웬만한 주사바늘로는 안 되고, 제일 굵은 주사바늘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못을 엉덩이에 꽂는 게 났겠다고 비명을 지를 정도(좀 과장해서)라고 한다. 맞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며칠 후 그 환자의 검사 결과를 묻는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걸어 온 사람은 그 남자가 아니라 부인이었다.

“OOO씨 부인인데요, 우리 남편이 검사를 했다는데, 결과가 어때요? 습진이 맞나요?”

이 대목부터가 중요하다. 의과대학과 전문의 수련 과정에서 배운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고 오직 비즈니스와 감각적인 느낌만이 필요한 순간이다. 일단 환자에 대해서는 사소한 진료 정보라도 말하면 안 되는 게 원칙이다. 나의 소신이 아니라 전 세계 의료법에서 규정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도 부인이니까 간단히 습진이 맞다고 한 후 지금은 잘 나았을 거라고 전했다. 그런데, 자꾸 검사 결과를 알려달라고 해서 어떨 수 없이 접촉성습진인데, 어떤 물질 때문에 생겼나 알기 위해서 검사를 했노라고, 그리고 남자들에게서 흔히 있는 사타구니 땀띠 같은 원인 때문이었다고 말해줬다. 부인은 큰 문제가 아니어서 다행이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부인에게 거짓말한 것은 미안하지만 가정의 평화와 나라의 법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했는데, 병원에 있으면 의사들에게는 이런 일들이 종종 있다. 대부분은 나처럼 문제를 풀어나가며, 절대 진료 기록이나 결과에 대해서 환자 본인 이외에는 발설하거나 서류를 넘겨주는 일을 하지 않는다. 당연한 환자 비밀보호 차원이기도 하지만, 그런 일로 병원 문 닫고 싶지는 않으니까....

장면 2. 사망자의 환자 정보를 요구하는 경찰관

가끔 어떤 용의자를 찾는다고 경찰관들이 오는 경우가 있다. 다치거나 아픈 용의자가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며 돌연사로 죽은 어떤 분의 진료 기록을 달라고 형사 두 명이 찾아온 적이 있었다. 나는 진료 차트를 훑어본 후 그 환자가 우리 병원에는 몇 번 왔었고, 간단한 내용만 말해 주면서 오래 전에 몇 번 다녀간 기록이 있다고 말을 하고는 진료기록은 자세히 말해주기 힘들다고 전했다.

“죄송하지만, 진료 기록은 의료법에 의해 본인 외에는 절대 보여주면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이미 죽은 사람이고, 수사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몇 장 안 되는 기록이니 뽑아주세요.”
“그래도 안 됩니다. 정히 그러시다면 영장을 가져오시거나 보호자 동의서를 가져오셔야 합니다.”

이마를 찌푸리며 나와 실랑이를 벌이던 형사 둘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결국은 나가버렸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도 진료 자료 요청은 오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형사소송법’에는 제106조에서 법원이 압수 또는 제출을 명하거나, 제215조에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지방법원판사가 발부한 영장에 의하여 압수, 수색 또는 검증을 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환자 본인의 동의가 불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법이 아닌 일반적인 공문 형태의 수사 협조 요청일 경우에는 의료인이 그 요청에 따를 의무는 없다고 유권해석이 내려지고 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법’ 제18조의 ‘개인 정보의 이용?제공 제한’ 부분에서도 비슷하게 개인의 정보는 정해진 규정이 아니면 절대 공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진료 기록과 의사

진료기록과 관련 자료는 의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무기이면서 굴레이기도 하다. 며칠 전 국회의원을 사퇴하겠다며 물러난 강용석씨를 보면서 의사의 진료 기록과 자료에 대한 엄격한 비밀보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처음 강용석씨가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MRI(자기공명영상) 필름을 공개하며 다른 사람과 바꿔치기했다고 주장할 때 나는 결코 아닐 거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썼었다. 왜냐하면 필름 바꿔치기로 군대 면제시켰다면 당사자는 어떤 이유에서든 중대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되고, 병원은 문을 닫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30년 전이었다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이회창씨 아들 병역면제 이후 이 분야에서는 상당히 엄격해진 것이 군대 신체검사이거늘 그것도 시장 선거에 나올까 말까 생각 중인 사람(박원순)이 그런 일을 방조 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었기 때문에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투로 글을 써서 올린 것이다.

강용석씨가 필름을 공개하며 기자회견할 당시 며칠 동안 몇몇 언론에서는 분명 강용석씨 주장이 맞다며 기사 1면을 동원하여 재검을 부르짖었다. 결론은 우리가 알다시피 MRI 필름은 바뀌지도 않았고, 본인 것이 맞다 였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가 남아 있다. 강용석씨는 도대체 그 필름을 어떻게 구했느냐이다. 해당 병원 원장이? 아니면 방사선과 의사가? 그것도 아니면 방사선과 기사가?

짧게 조명해보고 가자. 우선 병원장이나 방사선과 의사가 필름 유출을 지시했다면 본인이 필름을 복사할 수 없어서 방사선과 기사에게 지시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병원 내부 공범은 두 명 또는 세 명이 된다. 원장이나 방사선과 의사와 방사선과 기사. 만일 방사선과 기사 단독으로 강용석씨에게 매수되어 필름을 유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에는 단독범행이 되면서 알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적기 때문에 비밀 보장이 유리하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필름 유출이 되었는지는 찾으려고만 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강용석씨가 국회의원 사퇴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이든지 병원 내부자를 매수를 했고, 병원 내부자는 필름 원본을 복사해서 유출을 했다는 것이다. 경찰이나 검찰은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에 대해서 분명히 밝히고, 그에 따른 죄값도 물어야 한다.

나는 솔직히 그가 국회의원 사퇴를 하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다. 의사로서 정말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이 MRI 필름을 바꿔치기했을까 궁금했고, 도대체 어떻게 불법적인 진료 자료 유출을 했는데도 관련자들을 체포하지 않는 걸까 이것이 더 궁금했다. 경찰, 검찰은 궁금하지 않은가? 현장범이나 피해자의 고발에 의해 수사가 이루어지지만, 경찰과 검찰의 인지에 의해 수사가 시작되기도 한다. 이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용석씨를 용서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법질서의 문제이고, 그 법을 지키는 집행자들의 문제이다.

대한민국의 엄정한 법 집행자분들이여, 인지를 했으면 어서 불법한 행위에 대해 수사해 주세요!!! 잘 모르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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