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11. 3. 28. 14:56
2011 / 02 / 10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이 글은 미의회의 금융위기조사위원회가 제출한 <금융위기조사보고서>를 요약정리한 글입니다. 원문은 www.fcic.gov/report 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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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위기조사위원회 설립과 주요 활동 내용


- 금융위기조사위원회(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는 "미국에서 발생한 현 금융, 경제 위기의 원인을 검토”하기 위해 설립
* 2009년 5월 의회에서 통과되고 대통령이 서명한 Fraud Enforcement and Recovery Act(Public Law 111-21)에 따라 설립
* 10명의 독립 패널들은 주택, 경제학, 금융, 시장규제, 은행, 소비자 보호 부문에서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로 구성; 6명은 민주당, 4명은 공화당에 의해 지명


- 금융 시스템과 경제를 절망으로 빠뜨린 원인에 대해서 역사적 기록으로 남기고, 정책담당자와 대중이 이번 재앙이 어떻게 발생했는지에 대한 이해를 도울 목적으로 보고서를 작성(1월27일 발표)
* 금융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무슨 일이 일어났고 위기가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규명

- 잡한 금융시스템의 작동, 위기 진행 방식 등을 규명하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과 증권화, 파생상품, 기업지배구조, 리스크 관리 등 난해한 주제들을 분석하기 위해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사례 연구를 진행
* AIG, Bear Stearns, Citigroup, Countrywide Financial, Fannie Mae, Goldman Sachs, Leman Brothers, Merrill Lynch, Moody's, Wachovia 등을 조사

- 의회와 행정부가 조치를 위한 관련 정책 등을 검토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정책담당자와 규제당국을 조사
*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연방준비위원회(FRB), 뉴욕연방은행, 주택도시개발부, 통화감독관(OCC), 연방주택금융청(FHFA), 저축은행감독청(OTS), 증권거래위원회(SEC), 재무부 등을 조사



2. 금융위기조사위원회의 핵심 결론


* 위원회가 제기했던 핵심 질문: 2008년에 어떻게 다음과 같은 냉혹하고 고통스러운 양자택일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는가? “수백만의 미국인이 일자리와 저축, 그리고 집을 잃고 있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시스템과 경제를 총체적인 붕괴에 빠트리도록 놔둘 것인가, 아니면 금융시스템과 기업에 수조달러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을 투입할 것인가?”


* 위원회가 검토한 바에 따르면, 금융시스템은 우리 부모세대의 모습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과거 30 여년의 변화는 놀라운 것이었음. 금융시장은 점점 더 세계화되고, 기술은 금융상품과 거래의 효율성, 속도, 복잡성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음.


* 1978~2007년 기간, 금융부문의 부채는 3조 달러에서 GDP 대비로는 비중이 두 배 증가한 36조 달러로 급상승. 2005년에 10대 상업은행은 1990년 수준의 두 배 이상인, 산업 총자산의 55%를 보유. 2006년 위기 직전, 금융부문의 이윤은 1980년 기업 총이윤의 15%에서 27%까지 증가. 이러한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위원회의 주요 분석과 검토 사항.



※아래는 보고서가 밝힌 주요 내용과 결론.

 

1) 금융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

 

위기는 자연이나 고장 난 컴퓨터 모델 탓이 아니라, 인간 행위와 무대책(inaction)의 결과였다. 금융 CEO들과 금융시스템의 공적 관리인들은 수차례 경고를 무시하고, 미국인의 후생에 중차대한, 시스템 내부에서 자라나는 위험에 대하여, 의심도, 이해도, 관리도 하지 못했다. 경기변동은 제거할 수 없지만, 이런 정도의 대규모 위기는 발생할 필요가 없었다. 월스트리트와 워싱턴의 많은 사람들이 위기는 예측되거나 회피될 수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지만, 경고 사인은 있었다. 비극은 경고가 무시되고 평가절하 된 데서 발생하였다.

 

위험한 서브프라임 대출과 증권화(securitization)의 폭발적 증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정도의 주택가격 폭등, 광범위하게 진행된 약탈적 대출관행,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놀랄 만한 증가, 금융회사의 자기 계정 매매와 규제받지 않은 파생상품, 단기 ‘repo' 시장의 폭증 등 수많은 위험 신호가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신호에 매우 관대했고, 적시에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은 거의 취해지지 못했다. 일례로 유해한 모기지(toxic mortgage)의 증가를 제어하는데 연준은 치명적인 실패를 저질렀는데, 모기지 대출에 건전성 기준만 적용했어도 방지할 수 있었다. 연준은 그러한 힘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었지만 집행하지 않았다.

 

 

2) 금융 규제와 감독의 광범위한 실패는 금융시장의 안정에 치명적임을 입증

 

시장이 스스로 교정하는 성질과 스스로 효과적으로 규칙을 감시하는 금융회사의 능력에 대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신념 때문에, 보초는 초소에 있지 않았다.

 

주로 전 연준 의장 그린스펀이 옹호하고, 의회와 행정부 관료들이 계속적으로 지지하고, 어디에서나 강력한 금융 산업이 적극적으로 밀어 부친, 지난 30여 년 이상 진행된 탈규제와 금융회사의 자기 규제에 대한 의존은, 재앙을 피하는데 기여했을 주요 세이프가드를 제거해 버렸다. 이러한 [시장주의적] 접근법은 그림자 금융시스템이나 장외 파생상품 시장과 같은 수조 달러의 위험이 내포된 핵심 영역에 대한 감독에서 간극(gap)을 만들었다. 또한 정부는 금융회사가 선호하는 가장 느슨한 감독기관을 선택하는 것을 용인하였다.

 

하지만 감독기관이 금융시스템을 보호할 힘(power)이 부족했다는 관점은 받아들일 수 없다. 감독기관은 대부분의 영역에서 충분한 힘을 지녔었다. 다만 그것을 활용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러한 예들 중 세 가지만 들면 다음과 같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더 많은 자본을 요구하고 거대 투자은행의 위험한 관행을 중단시킬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뉴욕연방은행과 다른 감독기관은 위기 확대 과정에서 시티그룹의 방종을 단속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책당국과 감독기관은 모기지 증권화 열차의 탈주를 멈출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환경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책임을 집행할 정치적 의지와 용기가 부족했을 따름이다.

 

금융시장이 변모함에 따라 많은 영역에서 규제 시스템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금융 산업 자체가 금융 기관, 시장, 상품에 대한 규제적 제약을 약화시키는 데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보고된 로비 행위에만 27억 달러를 지출하였고, 선거 기부금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였다.

 

 

3) 위기의 핵심 원인은, 체계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에서 기업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의 실패

 

주요 금융회사는 규제는 혁신을 질식시킨다고 주장하면서, 지속적인 규제 관리에 대한 필요가 없어도 내부의 자기 보존 본능이 치명적 위험 부담 행위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것이라는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한 기업의 상당수가 너무도 적은 자본으로 단기 자금조달에 치중하면서 너무도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등 부주의하게 행동하였다. 수조 달러를 파생금융상품을 포함하여 모기지 관련 증권을 만들고, 묶고, 다시 묶고, 팔았으며, 서브프라임 대출기업을 인수하고 지원하면서 막대한 위험을 노출시켰다. 이카루스(Icarus)처럼, 태양에 점점 더 다가갈수록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시티그룹의 CEO는, 등급이 높은 모기지 증권에 4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전혀 내 관심을 자극하지 못했다”고 위원회에 증언하였다. 시티그룹 투자은행의 공동 책임자는 모기지 증권 상품에 시간의 “1%밖에 안 되는 매우 작은 비중”만 지출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예로 볼 때, 대마불사(too big to fail)는 ‘너무 커서 관리할 수 없는 문제(too big to manage)'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붕괴와 책임성 부재의 충격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사례들 중 대표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모기지 관련 증권에서 790억 달러 상당의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과 계약 조건에 대한 AIG 고위 관리의 무지; 주택시장이 정점으로 치달을 무렵, 패니메이(Fannie mae)의 시장점유율, 이윤, 보너스에 대한 탐욕으로 위험한 대출과 증권 상품 확대 등.

 

 

4) 과도한 차입, 위험한 투자, 투명성의 부족이 결합하면 위기 시 금융시스템의 붕괴 과정을 초래함

 

위기에 이르는 수 년 간, 너무도 많은 금융회사와 가계들은 투자가치가 조금만 하락해도 금융 경색(financial distress)에 취약함을 드러낼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도로 차입을 진행하였다. 예를 들면, 2007년에 5대 투자은행들은 극도로 낮은 자본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레버리지 비율은 40대 1로로 높았는데, 자산 40달러에 손실을 충당할 자본은 단지 1달러에 불과하였다. 자산가치가 3%만 하락해도 기업을 쓰러뜨릴 수 있는 지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대부분의 차입은 오버나잇(overnight) 시장에서 단기로 운영되었다.

일례로, 2007년 말 베어스턴스는 자본금 118억 달러에 3836억 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었는데, 오버나잇 시장에서 700억 달러 상당을 차입하고 있었다. 이것은 5만 달러의 자본금을 지닌 소기업이 160만 달러를 차입하여, 296750 달러를 매일 상환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과 동일하다. 그리고 레버리지 비율은, 파생 포지션, 장부 외 자회사, 그리고 투자자만이 알 수 있는 금융리포트의 ‘윈도우 드레싱’ 등을 통해서 종종 은폐되었다.

레버리지 왕은 두 거대 정부보증기관(GSE)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이었다. 두 기업이 소유하고 보증한 부채를 포함하면 레버리지 비율은 75대 1이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국가의 모기지 부채 총액은 거의 두 배로 상승하고 임금은 거의 정체되어 있었지만, 가계 당 모기지 부채 규모는 91,500달러에서 149,500달러로 63% 이상 증가하였다. 그러한 부채로 위험한 자산을 인수하여 위험은 더욱 확대되었다. 모기지와 부동산 시장은 점점 더 위험한 대출과 증권을 대량으로 찍어냄에 따라 많은 금융기관들은 위험한 금융상품들을 쌓아가고 있었다. 2007년 말 리먼브러더스는, 불과 2년 전보다 두 배로 폭증하고 총자본금의 네 배나 많은 1110억 달러를 부동산 증권 상품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러나 투명성이 요구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 내부에서 부채의 위험성은 더욱 가중되었다. 19세기에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주기적으로 괴롭혔던 금융패닉에 맞서 방어벽을 만들기 위해 최종대부자로서 연방준비은행, 연방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일련의 금융 보호기관을 설립하였다. 그러나 지난 30여 년 동안, 전통적 은행 시스템의 규모를 능가하는 그림자 은행 시스템의 성장을 용인하였다. 금융시스템은 21세기 최첨단이었지만, 방어막은 19세기에 불과했다. 우리는 우리가 뿌린 씨앗을 수확했을 뿐이다.

 

 

5) 정부는 위기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으며, 일관적이지 못한 대응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패닉을 증폭시킴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을 감시할 최적의 책임자들인 재무부와 연준, 뉴욕연방은행과 같은 주요 정책당국은 2007~8년 금융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였다. 정책당국은 실제로는 위험이 집중되었음에도, 분산되었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금융시장에서 위험과 상호 연계성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위기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이 전혀 없었다. 적어도 주택 버블에 대한 논쟁이나 인지가 있었지만, 고위 관료들은 버블의 붕괴가 전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2007년 여름, 연준 의장 버냉키와 재무부장관 폴슨은 서브프라임 시장의 혼란은 차단될 것이라며 장담하고 다녔다. 베어스턴스의 헤지펀드가 2007년 6월 문제가 불거졌을 때, 연준은 파산의 함의에 대해서 토론하였다. 그러나 다른 많은 펀드들이 베어스턴스와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어스턴스 펀드는 “상대적으로 유별난(relatively unique)”것으로 평가 절하할 따름이었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가 붕괴되기 불과 몇 일 전, SEC 의장 Christopher Cox는 거대 투자은행은 “충분한 자본금 대비책”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부보증기업을 인수하기 불과 몇 주 전인 2008년 8월이 되어서야, 재무부는 두 기업의 금융 상황의 심각한 정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리먼브러더스가 붕괴되기 한 달 전이 되어서야, 뉴욕연방은행은 리먼브러더스가 만든 90만 개의 파생상품 계약의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또한, 위기 동안 정부의 일관되지 못한 조치들 -베어스턴스 구제 결정,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대한 정부인수 조치, 리먼은 구제하지 않고 AIG는 구제한 결정-은 시장의 불확실성과 패닉을 증폭시켰다.

 

 

6) 책임성과 윤리의 총체적인 붕괴

 

금융시스템과 경제의 건전성과 지속적 번영은 공정한 거래, 책임성, 투명성 등의 개념에 근거한다. 우리는 기업과 개인이 영리를 추구하는 것과 함께, 질 높은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히도, 금융위기를 확대한 책임성과 윤리 기준의 침식을 목도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대출을 받은 후 불과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주택담보대출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차입자의 비율이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말까지 거의 두 배로 증가하였다. 보고서는 대출 기준이 무너지고 규제가 느슨한 환경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많은 주택대출 사기 사건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았다. 주택대출 사기 사건과 관련한 수상쩍은 금융범죄 행위에 관한 규모가 1996년과 2005년 사이 20배로 증가하였다. 그리고 2005년과 2009년 사이 또 다시 두 배 넘게 증가하였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5년과 2007년 사이 주택대출 사기가 초래한 손실은 112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차입자의 상환 능력이 부족하고 모기지 증권 투자자에게 대량 손실을 초래할 수 있음을 알고서도 대출을 진행하였다. 2004년 9월에, Countrywide 임원들은 자신들이 실시한 대출의 상당수에서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1년도 채 되지 않아, 특정 고위험 대출에서 압류가 발생하고 기업의 “금융과 평판 부문의 재앙”이 초래될 수 있음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인간의 본성과 개인적, 사회적 책임성의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우선, 이번 위기를 탐욕과 자만심과 같은 도덕적 결점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태를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그러한 설명은 이번 위기와 관련한 인간의 약점을 설명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둘째, 이번 위기는 체계적 실패를 초래한 인간의 실수, 오판, 그리고 비행(misdeed)의 결과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특정 기업과 개인이 무책임한 행위를 저지른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위기의 규모로 볼 때 일부 나쁜 경제주체의 행위로만 모든 것을 돌릴 수는 없다.

 

위기로 몰고 간 기업의 CEO, 금융시스템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공적 관리인들에 주요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도 ‘no'라고 말하지 않았다.

 

 

7) 주택담보대출 기준과 증권 파이프라인의 붕괴는 전염과 위기의 불꽃을 점화하고 확산시킴

 

2005년 상반기에 진행된 주택담보대출의 25% 가량은 이자만 상환하는(Interest-only) 대출이었다. 같은 해에, Countrywide와 Washington Mutual이 발행한 “Option-ARM" 대출의 68%가 서류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부실 대출이었다. 이러한 추세는 결코 비밀이 아니었다. 약탈성, 사기성 대출을 포함한 무책임한 대출이 만연함에 따라, 연준과 다른 규제 당국은 오래전부터 경고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국가의 은행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과 건전성을 보장하고 소비자의 신용 권리를 보호할” 임무를 무시하고 말았다. 너무 늦기 전에 방화벽을 구축하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통화감독위원회와 저축기관감독위원회는 영역 다툼에 매몰되어, 주 규제당국이 금융남용 행위를 억제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하였다.

 

주택 투기꾼, 모기지 브로커, 모기지 대출기업, MBS, CDO, CDO2, 합성 CDO등을 만든 금융회사에 이르기까지, 악성 모기지 파이프라인에 있던 모든 당사자가 자신이 지고 있는 위험이 옆 사람에게 순식간에 이전될 수 있다고만 믿고 있었다. 그들 모두가 틀렸다. 가계가 모기지 상환을 중단했을 때, 파생상품에 의해 증폭된 손실이 통째로 파이프라인으로 쇄도해 들어갔다. 판명된 것처럼, 금융 손실은 체계적으로 중요한 몇몇 금융회사에 집중되어 있었다. 결국 그렇게 효율적으로 수백만 개의 주택 파생상품을 만들었던 시스템은 위험을 해소하는데 매우 어렵다는 것을 입증하였다. 주택대출 증권화 과정이 너무도 복잡하여 가계가 자신의 주택에서 쫓겨나지 않도록 대출 조건을 수정하는데 장벽을 만들었고, 주택시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확대시켰다.

 

 

8) 장외파생상품 시장은 이번 위기에 상당한 기여를 함

 

장외(OTC) 파생상품에 대한 연방-주 정부의 규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2000년 법안의 발효는 금융위기로 가는 행진의 주요 전환점(turning point)이 되었다. 어떤 감독조치도 없는 상황에서, 장외파생상품은 통제와 감독에서 벗어나 명목 금액으로 673조 달러로 급증하였다. 다음 세 가지 부문에서 장외 파생상품은 위기 확대에 기여하였다.

 

첫째, 신용부도스왑(CDS)은 모기지 증권화 파이프라인에 불을 붙였다. CDS는 모기지 관련 증권의 디폴트나 가치하락에 대비하여 투자자에게 판매되었는데, AIG의 경우 790억 달러 상당의 상품을 판매하였다.


둘째, CDS는 합성 CDO 상품의 개발에 핵심적으로 작용하였다. 합성 CDO는 모기지 관련 증권상품의 수익률에 베팅하는 것에 불과하였다. 같은 증권상품에 복수로 베팅하는 것조차 용인하였고, 금융시스템 전체로 확산되도록 일조함으로써, 주택버블 붕괴로부터 손실이 증폭되도록 만들었다. 골드만삭스에서만 2004년 7월1일부터 2007년 5월31일까지, 730억 달러 상당의 합성CDO를 만들어 판매하였다.


마지막으로, 주택버블이 터지고 위기가 시작되었을 때, 파생상품은 폭풍의 한 가운데에서 작동하였다. AIG가 붕괴하면 글로벌 금융시스템 전체로 손실을 폭포처럼 확대시킬 것이라는 우려로 인해, 정부는 구제금융으로 18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였다. 거대 금융기업 간 체결된 수백만 건의 파생상품 계약은 불확실성을 확대하고 패닉을 증폭시켰으며 정부의 구제금융 지원을 촉발시켰다.

 

 

9) 신용평가기관의 실패는 금융붕괴의 바퀴에 핵심 톱니바퀴로 작용

 

3대 신용평가회사는 금융붕괴의 주요 enabler(남을 도와주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망치고 있는 사람)로 작용하였다. 위기의 중심에 있는 모기지 관련 증권은 신용평가회사의 보증 없이는 판매될 수 없었다. 신용등급 상향은 시장이 폭등하는데 일조했으며, 2007~8년 동안 등급 하향은 엄청난 금융 피해를 초래하였다. 2000~7년 사이, 무디스는 45000여 개의 모기지 관련 증권에 AAA 등급을 부여하였다. 무디스는 2006년에만 매일 30여 개의 모기지 증권에 AAA를 매기고 있었다. 그러나 AAA를 받은 모기지 증권의 83%는 그 해 결국 등급이 하향되었다. 



3.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대립하는 관점


- 초과유동성, 정부보증기관의 역할, 정부의 주택정책

* 첫째, 초과유동성 문제: 저금리, 광범위하게 이용 가능한 자본, 미국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려고 하는 국제투자가 등은 신용버블 창조의 전제조건이었다. 그러나 초과유동성이 반드시 금융 위험을 불러일으킬 필요는 없다고 위원회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은 주로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다. 실제로, 자본이 생산적 방향으로 흐르도록 장려된다면, 경제적 성장과 확장의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 둘째, 정부보증기관(GSE)의 역할: 2005~6년 주택시장이 정점에 다다를 때, GSE는 위험한 모기지의 구입과 보증을 늘리기로 결정하였다. 1999년에서 2008년까지 1640만 달러를 로비 금액으로 지출하는 등 정부의 규제와 감독을 방어하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정치적 권력을 활용하였다. 2010년 3분기까지, 재무부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1510억 달러를 공급하였다. 위원회는 두 기업이 위기에 일조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GSE는 서브프라임 등 위험한 모기지 확대에 참여했지만, 바보들의 골드러시 행진에서 월스트리트를 추동하기보다는 추종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정부보증기관이 구매하고 보증한 대출의 성과를 조사한 결과, 상당한 손실을 입었지만 연체율이 다른 금융회사가 증권화 시킨 대출보다는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신용점수 660점 이하 차입자들을 대상으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2008년 말 GSE의 모기지는 다른 민간 모기지의 중대 연체율보다 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6.2% VS 28.3%)

 

* 셋째, 정부 주택정책 문제: 수십 년 동안, 정부의 주택정책은 인센티브, 보조금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주택소유(homeownership)을 장려하는 방향이었다. 주택도시개발부의 주택시장 목표와 공동체 재투자 법안(CRA) 등을 주의 깊게 검토하였다. CRA는, 신용능력에 관계없이 특정 개인과 기업의 신용을 거절하는 은행들의 redlining(대출 거절) 관행을 없애기 위해 1977년에 발효되었다. 은행의 안정성과 건전성에 부합하면서, 개인과 기업이 예금을 한 지역공동체에 대출과 투자를 진행할 것을 요구하였다.

 

위원회는 서브프라임 대출이나 위기에 CRA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대부분의 서브프라임 대출회사는 CRA 적용을 받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대출의 불과 6%만이 CRA 법안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정부 주택 정책은 실패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전에는 금융시장에 접근이 거절되었던 가계에까지 신용을 확대하도록 공격적인 주택소유 목표를 설정하였다. 그러나 정부의 목표가 실제 현실과 조응되도록 보장하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무책임한 대출을 억제하는 데서 중앙은행과 다른 규제당국은 실패하였다. 2004년 봄 주택소유 비율은 정점에 다다른 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그 시점부터 정부가 제시한 기회의 담론은 금융재앙의 현실과 비극적으로 상충하게 되었다.



4. 금융위기조사보고서의 시사점


- 1997년 IMF 외환위기, 2002~3년 신용카드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 수차례 주기적인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공론장과 역사적 기록이 사실상 전무한 우리 현실에 비추어 교훈적 자료라고 평가
* 금융위기 해소를 위한 임시방편적 단기 처방에 치중했을 뿐, 위기의 원인, 전달 및 확산 메커니즘, 정책 대응 실패, 그리고 위기 이후 금융규제 및 감독 강화 방안 등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차원의 조사나 역사적 기록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함.
* 금융위기에 대한 교훈이 대중적으로 공유되고 제도 개선이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에, 금융위기의 빈도나 강도가 갈수록 확대되고 금융 및 국민 경제의 불안과 불확실성이 증대함.


- 660여 페이지에 달하는 광대한 보고서는 금융위기의 작동 및 확산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 미국의 금융시스템 및 제도에 대한 이해의 증진에도 적지 않은 기여
* 주요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에 대한 사례 조사를 통해 미국의 금융 제도의 역사와 그 변화 과정의 이해에 적지 않은 도움.
* 대중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 과정, 금융파생상품의 작동 원리에 대해 구체적 사례분석과 원리 설명을 통해 이해가 용이하고 생생한 현실 전달력을 발휘함.


- 보고서가 밝힌 금융위기의 핵심 원인은, 시장의 자정 능력과 자기 감시 능력에 대한 감독당국과 시장참여자의 맹신 때문
* 지난 수십 년 간 진행된 탈규제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신자유주의적 환경을 강화.  감독당국 또한 그러한 정치적 환경에서 시장만능을 맹신하였고, 금융 감독과 규제를 집행할 의지와 용기가 전혀 없었음. 금융회사의 경제적 책임성과 윤리성 또한 총체적 붕괴를 초래함.
* 금융위기의 원인에 대한 대립되는 관점, 특히 정부보증기관이나 공동체 재투자 법안에 책임을 돌리는 보수적 관점을 의회의 공식적 보고서를 통해 기각함.

 

- 최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증가, 부동산버블 등 문제 해결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을 제공함
* 최근 정부는 주택시장 부양을 위해 DTI 규제완화를 추가 연장할 의도를 보이고 있음.
* 정부의 주택정책 기조는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가격 버블의 지탱 및 부양. 이는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금융위기의 교훈과 상반되는 것으로, 여전히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음을 입증함. 미국 금융당국에 총체적 감독 실패의 책임이 있지만, 위기 과정에서 “빚내서 집 사라”며 부실 촉진 혹은 확대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았음.
* 특히 부시 행정부의 자가소유(Homeownership) 확대 정책이 정책실패의 주요한 부분이었음을 인지하고, 주택시장에서 자가소유 중심 정책을 재검토해야 함. 또한 가계부채와 부동산버블의 취약성과 위험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착륙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여 시행해야 함. 아울러 금융위기 작동 시 대응 매뉴얼 작성 등 위기 대책 방안도 체계적으로 구축할 것을 권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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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10     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정부가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으로는 중국의 역할과 외환시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영향은 수입 물가에만 그치지 않고 수출 성과에도 영향을 미쳐 국민경제 전체의 성장경로가 변화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레이션 해외요인이 원화가치 상승으로 완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 분위기 속에서 국제 에너지가격에 초점을 맞춰 역사적 경험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생활물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시각을 조금 더 넓혀 보자는 취지에서다. 석유 기반의 경제체제가 성립된 이래 금융시장에서의 거품과 붕괴 사이클은 언제나 기축통화 표시 유가 사이클과 동행했다. 어떤 논자는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석유달러’(petrodollar)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유가와 기축통화 가치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체화돼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잠시 최근의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으로 돌아가 보자.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국제 금융위기가 ‘빵’ 하고 터지기 직전인 연초에 당시 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이 가격은 1980년 전후 석유 파동 때의 가격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2008년 바로 그때 석유시장으로 달러가 대거 유입되는 현상이 발견된다. 실수요자와는 관계없는 비상업적 거래량의 증가 추세와 유가의 상승 추세가 정확히 일치했다. 상품시장이 금융에 감염된 것이다. 비상업적 거래는 투기성이 매우 깊이 개입돼 있을 것이라고 의심된다. 즉, 투기자금의 유입 정도와 에너지 가격이 비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유가에 비례하는 또 하나의 수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달러 환율이다. 최근 10여년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달러 환율이 높아질수록 에너지가격은 상승한다. 기축통화인 달러 가치가 하락할수록 에너지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를 그래프로 나타내 보면 거의 100%에 가까운 싱크로율을 나타낸다. 결국 유가와 투기수요(금융), 그리고 달러 가치가 한 몸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국은 사실 기축통화국이 아니라면 벌써 무너졌어야 할 정도의 국가채무 수준에 다다른 지 오래다. 그렇다고 당장 무슨 큰 문제가 벌어지도록 국제적으로 그냥 놔두지는 않겠으나 적어도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미 노쇠할 대로 노쇠해진 현재의 국제경제 체제는 질서 있고 부드러운 전환을 시도해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현재의 체제란 바로 달러, 부채 그리고 석유기반 에너지 패러다임이 그 핵심이라 할 것이다.

 

달러가 주도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은 주로 저금리 정책으로 나타나는 고위험의 인플레이션 통화정책과 침체를 회피하거나 연기시키기 위한 재정정책의 유혹으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전의 금본위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할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제3차 브레튼 우즈(Bretton Woods 3) 체제'를 만드는 것 또한 결코 쉽지 않다.

 

제3차 브레튼 우즈체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 주는 사람은 없으나 어쨌든 현재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각국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미국경제의 경우 무역적자와 국가부채를 일정한 수준으로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저축률이 획기적으로 상승해야만 한다. 이는 외국인 투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며, 화석연료 소비의 획기적 감소를 동반해야만 한다.

 

한편 아시아나 석유수출 국가들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구조조정해야 하는데, 내수 비중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그렇다면 수출산업을 뜯어고쳐야 하고 보유 달러자산의 일정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한다. 중동의 석유수출 국가들은 아마도 여기에 더해 국민들의 정치개혁 요구의 분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지난 15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계는 세계화의 확대를 경험해 왔다. 무역 증가와 세계화는 에너지에 대한 수요를 더욱 증가시켰고 결과적으로 석유가격을 밀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기술혁신과 투자를 통해 더 많은 생산증대가 일어났고, 이는 유가 상승을 어느 정도 막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간중간 에너지가격의 단기적인 급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가시켰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떨어뜨림으로써 다시 석유 수요를 증가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났던 것이다. 인플레이션 사이클은 우리가 최근 2008년에 경험했듯이 통화 시스템의 위기를 동반하는 침체를 겪고 나서야 끝이 난다. 침체는 물론 수요를 감소시키고 에너지가격을 떨어뜨리게 되지만, 낮은 에너지가격은 이른바 새로운 거품-파괴(boom-and-bust) 동학의 씨앗이 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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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1. 3. 28. 14:53
2011 / 02 / 09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사회서비스산업에서의 비정규직 증가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위 보고서 제목을 눌러주시면 됩니다.



[목 차]


1. 들어가는 글
2. 사회서비스 산업의 비정규직 증가 현황과 실태
3. 사회서비스 산업의 비정규직 증가 원인
4. 비정규직 문제 해결방안 및 고용-복지 연계 모델

[요약문]

2007년 이후 전체 비정규직의 비중이 감소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과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과 같은 사회서비스산업의 경우 비정규직 규모 및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비정규직 개념을 따를 경우, 전체 비정규직의 비중은 2007년 8월 54.2%에서 2010년 8월 50.4%로 줄어들었고 규모는 861만 5천명에서 859만 1천명으로 줄어들었지만,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각각 12만 2천명, 5만 2천명, 28만명 증가하였다.

특히,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경우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 증가와 함께 비정규직 노동자의 명목임금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평균명목임금은 2007년 119만 9천원에서 2010년 124만 9천원으로 5만원 증가했지만,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은 74만 8천원에서 68만 5천원으로 6만 2천원 감소하였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행정은 115만 4천원에서 108만 2천원으로 7만 2천원 줄어들었다.


 [표 1] 2007년 8월과 2010년 8월 주요 산업의 비정규직 규모와 임금 비교


이는 이들 산업에서는 기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더 낮은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수가 증가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원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비정규직 노동자 중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규모가 2007년 8월에서 2010년 8월 3년 사이 두 배 정도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러한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과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 산업의 비정규직 증가는 주로 기간 제한이 있는 한시근로와 시간제근로의 증가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과 2010년을 비교해보면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의 경우 12만 2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하였는데, 장기임시근로와 비전형근로는 2만 4천명, 3천명이 각각 줄어든 반면 한시근로에서 14만 6천명이, 시간제근로에서 5만 8천명이 증가했다. 그리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가 28만명이나 증가했는데, 장기임시근로 10만 2천명, 한시근로 17만 1천명, 시간제근로 12만 8천명, 비전형근로 1만 4천명이 증가해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과 마찬가지로 한시근로와 시간제근로의 큰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 두 산업에서의 비정규직 증가 원인을 살펴보면, 우선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산업의 경우 2007년 이 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희망근로, 청년인턴 등 다수의 단기적, 시간제 노동을 양산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7년과 2010년 사이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에서는 금융위기 이 후 비정규직 노동자의 규모가 급증했는데, 이 시기 정부는 낮은 고용률과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기간이 단기적으로 설정되어 있는 한시근로와 시간제근로를 증가시켰고, 그것이 해당 산업의 비정규직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정책의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과 달리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 산업에서의 비정규직 증가는 늘어나는 노동수요를 낮은 비용을 통해 충당하려 한 시장측면의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 산업은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산업으로, 늘어난 인력수요를 해고가 용이하고, 보다 낮은 임금의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을 통해 해결하였기 때문에 비정규직 규모와 비중은 급속하게 증가하였다. 또한 [표 1]을 보면, 요양 및 돌봄서비스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비정규직 형태의 고용이나 시간근로의 증가가 해당산업에서의 비정규직 증가에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사회적 보호장치가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있어 차별을 감수해야 하는 비정규직 노동은 현상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이다. 이들 산업에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저임금의 높은 고용불안, 낮은 사회보험 수준을 감수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더욱 열악한 환경에 직면한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 산업의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함께 산업적 특성을 반영한 방안들이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우선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산업의 경우 단기적인 희망근로나 청년인턴과 같은 비정규직 일자리에 대한 재검토와 함께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형태로의 정책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 산업의 경우에는 정부 차원에서의 비용 투입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산업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의 비용투입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보건업 및 사회서비스 산업에서의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국가 수준에서의 요양 및 돌봄서비스 관련 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의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민간에서의 정규직 고용형태를 선도하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민간부문의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을 촉진시킬 수 있는 요양 및 돌봄서비스 비용 지원이나 고용지원 등과 같은 방안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정부의 사회복지서비스 관련 투자를 통한 사회서비스 산업에서의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 제공은 일자리 부족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고용과 관련된 문제와 부족한 사회서비스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고용-복지 연계모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OECD 최하 수준의 사회서비스 관련 정부투자를 증대시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서비스의 양적·질적 수준을 개선시키는 정책으로 사회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고용문제와 복지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일 것이다.

김수현 sida7@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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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청년인턴이나 희망근로 정책이 나쁘다고는 생각치 않습니다. 다만 그런 비정규직의 박봉이나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수많은 저임의 가혹한 노동자들 생활수준에 비해서 공무원들의 기득권이 너무 방만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군요. 물론 공무원들 중에도 정말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이 많지만 현재 이런 공무원들이 차별적으로 성과를 보장받는 시스템이 많이 미흡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런 점들이 고쳐져야 하지요.

    2011.04.02 22:36 [ ADDR : EDIT/ DEL : REPLY ]

2011 / 02 / 07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정부의 물가개입, 이번에는 효과가 있을까.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8%이상의 성장률을 지속시키고 있는 중국은 물론 경제성장률 6.1%를 달성한 한국을 포함하여 경기회복속도가 강했던 아시아 신흥국들에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양파를 위시하여 식품가격이 20%가깝게 올라 사회적 혼란마저 우려되는 인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2008년 금융위기 초반의 급작스런 식량,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일부 국가들에서 폭동까지 일어났던 기억을 상기시킬 정도이다. 한국 역시 연초부터 각종 물가안정 대책이 쏟아져 나오면서 물가억제가 서민생활 대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일단 물가안정을 제 1 목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은 지난해보다 다소 느슨한 물가관리를 허용하는 듯한 인상을 비쳤다. 물간안정 목표를 과거 3%를 중심선으로 0.5%편차를 두던 것과 달리 올해 들어 1%편차로 확대하고 대략 3%에서 0.5% 올라간 전망치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올 1월에 기준 금리를 0.25% 올리면서 처음 열렸던 금융통화위원회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발표한 점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물가가 지난해에 비해 올라가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한국은행이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기조와는 달리, 정부는 연초부터 우려되는 물가불안을 정치적으로 잠재우기 위해 상당히 인위적인 개입을 확대하고 있다. 일단 생활 물가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는 대학 등록금 동결을 유도하기 위한 강도 높은 조치들을 내놓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여러 물가에 영향을 주는 기름 값의 경우 유가와 환율 간 변동관계를 면밀히 살펴 적정한 수준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정유사들을 긴장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기료와 도시가스ㆍ우편료 등 중앙 공공요금을 소관부처 책임 아래 상반기에 원칙적으로 동결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서 물가안정의 일환으로 전세가격 안정대책까지 발표했지만 일단 실효성에 대한 호응도는 낮다.

 

시장경제를 특별히 중시해온 이명박 정부가 유독 물가관리에서 만큼은 70년대식 국가개입에 적극적이지만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였던 2008년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자, 정부는 이른바 ‘MB물가’라고 불리던 물가인정 품목을 정해 관리에 나섰지만 대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면서 석유와 원자재 가격, 식품가격이 크게 폭등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정부대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물가 향방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이 이런 차원에서 여전히 불안한 것은 이해할만 하다.

 

해외요인에 의해 좌우되는 물가 불안

 

금융위기로 인해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과 경기부양의 후폭풍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있어왔지만, 적어도 현재적 시점에서는 전 세계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지역별, 품목별 편차가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 미국과 일본, EU를 포함한 선진국 들은 초저금리 상황에서도 여전히 디플레이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반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은 시장에 풀린 자금과 경기과열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국면에 접어든 것이다. 또한 소비되는 상품 전체적으로 인플레이션 영향권에 들어갔다기보다는 품목별로 차별화가 심하고 특히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는 에너지와 원자재, 식량, 일부 생필품의 가격 변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주로 신흥국들에서 현재 물가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는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시장에 풀린 유동성과 정부의 경기부양에 의한 유동성, 그리고 해외자금 유입으로 인한 유동성에 의한 통화팽창을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지목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금리인상이나 긴축을 통한 자금 회수를 검토한다. 그러나 최근 유동성 팽창은 일반적인 실물 상품시장에서의 생활물가에 영향을 준 측면 보다는 증권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등 주로 자산시장으로 유입되어 자산 가격을 지지해왔던 측면이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공급 요인으로는 해외 수입가격의 상승 영향을 들 수 있다. 달러 가치 하락과 신흥국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석유와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그것이다. 금융위기 정점이었던 2009년 초반 40달러 수준이었던 국제 원유가격이 2011년 현재 90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당분간 상승세가 계속될 전망인 것을 보면 그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8년 7월 국제 유가가 한때 145달러를 넘어섰던 경험은 금융 불안이 심각해지면 일시적으로 금융자산이 원자재와 같은 상품시장으로 몰리면서 투기를 부추기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에도 달러 유동성 과잉과 맞물려 원자재에 대한 투기적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석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에너지 가격과 공산품의 생산자 물가를 자극하고 다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는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소맥, 옥수수, 대두 등 곡물가격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2010년 하반기부터 곡물가격이 30%이상 빠르게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2011년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생필품을 중심으로 이미 우리의 제 1 수입국이 된 중국 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소비자 물가 상승 우려를 짚어봐야 한다. 중국의 소비자 물가는 2010년 11월부터 5%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최소 6%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한국 물가 상승의 강력한 자극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의 소비자 물가는 일정하게 수입물가의 변동에 영향을 받으면서 움직여왔다. 특히 수입 물가는 환율 변동으로 다시 굴절되면서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2008~2009년에는 환율이 수입물가 상승을 더 증폭시킨 반면, 2010년에는 완화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수입물가 상승은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생산자 물가를 경유하면서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주는데, 통상 생산자 물가에 후행하는 소비자 물가 속성상 올해 소비자 물가의 상승 추세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입 물가는 이미 10%를 넘어서고 있고 생산자 물가도 5%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요약해보면, 현재의 물가 불안은 국내외에서 유입된 유동성의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국민의 피부에 영향을 미치는 생활물가의 경우 국제적 상품가격 변동성과 중국 발 인플레이션에 따는 수입물가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국내적으로 등록금 가격이나, 전세가격, 그리고 각종 공공요금 인상 요인 역시 생활과 직결되는 물가 불안의 직접적 동기가 되기도 한다.

 

 

임금과 소득, 그리고 물가상승

 

사실 지난해 2.5~3.0로 상승했던 물가가 올해 3.0~4.0 수준으로 올랐다고 해서 국민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지 미리 진단해보는 것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지난해 배추가격 폭등이나 최근 인도의 양파가격 폭등과 중동의 식량가격 폭등, 그리고 2008년 석유와 식량가격 폭등의 결과 나타났던 국민들의 저항들을 살펴보면 물가가 1~2%올라서 발생했던 것이 아님은 쉽게 알 수 있다. 최소 10~20% 이상 폭등하면서 국민 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석유가격이나 원자재 가격, 그리고 식량가격과 수입 생필품 가격 등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면서 국민생활에 충격을 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들 요인은 주로 해외 요인이나 환율 요인 등에 의해 결정되고 있고 이는 고에너지 산업구조나 취약한 농업구조 등을 해소하지 않는 한 단기적으로 금리인상 등 국내 정책수단에 의해 획기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당장 정부의 개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은 공공요금 관리 정도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또한 국민생활에는 오로지 물가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물가는 경제성장률이나 금리 등과 연동되면서, 그리고 특히 국민들의 고용안정 및 소득 상승과 결합되면서 동시적으로 국민생활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더구나 물가 상승은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자산을 소유한 계층에게는 일반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부채를 떠안고 있는 쪽에게는 부채의 실질 부담을 낮추는 역할을 하기조차 한다.

 

특히 지금 시점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과거 70~80년대와는 달리 현재의 물가 상승이 적어도 임금비용의 상승 때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성장률이 0.2%로 사실상 정체되었던 2009년에 임금과 소득이 전부 마이너스에 빠졌던 것은 물론, 6.1%의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었던 지난해에도 평균 명목 임금인상률은 5%밑을 맴돌았으며, 실질 기준으로 소득 역시 2%내외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임금인상이 물가상승을 초래했다기보다는 낮은 임금 인상이 물가안정에 기여했다고 주장하는 편이 합당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결론을 말해보자. 연초부터 국민 경제생활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물가불안을 두고 전시행정을 하듯 요란하게 물가억제 대책을 내놓기 전에 다음의 사항들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우선, 상당부분 해외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물가상승 요인을 국내적인 단기 처방으로 잡겠다는 실효성 없는 약속 보다는, 국민들의 실질 소득을 개선시켜 일정 수준의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대처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임금억제는 물가 안정보다는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오히려 키워온 측면이 강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임금 상승을 유도하여 물가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유도해야 한다. 기업들도 임금비용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는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를 더 이상 꺼낼 명분이 사실상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로, 해외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은 특히 중소기업들의 원가비용을 상승시키게 되며 불가피하게 대기업에게 납품하는 납품단가의 인상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례는 이미 2008년에 주물 중소기업을 필두로 상당히 많은 중소기업들이 경험한 바가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대기업들은 하청 중소기업의 납품단가 인상에 인색했고 결국 중소기업들은 역사상 초유의 납품 거부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둘 정도로 위기에 몰리면서 ‘납품가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주장했던 바가 있다. 전체의 90%에 가까운 고용을 책임진 중소기업이 경영위기에 몰리면 이는 곧바로 고용안정에 대한 위협으로 직결되는 만큼, 정부가 관심을 두어야 할 정책 방향은 중소기업의 대기업 납품가격 현실화를 지원하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정책 의지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이 될 공공 서비스 요금과 등록금, 그리고 전세가격 안정화에 대해 정부가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 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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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 01 / 31      정태인/새사연 원장

- 정태인(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책장을 넘기면서 누군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0쪽 쯤 읽었을 때 그 이름이 떠올랐다. 바로 루쉰의 “아Q"다. 김현종 전 본부장께서도(이하 존칭 생략)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생활하느라 혹시 불멸의 고전, ”아Q정전“을 아직 못 읽었다면 꼭 보시기 바란다. 


아직도 멕시코가 그리도 자랑스러운가


“그는 곧 패배를 승리로 돌려 버렸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힘껏 자기 뺨을 두세 차례 연거푸 때렸다... 때린 다음에는 기분이 가라앉아 때린 것은 자기고 맞은 것은 다른 사람같은 기분이 되었다”(아Q정전)


김현종은 여전히 멕시코가 자랑스럽다. “보도내용과 달리 멕시코는 나프타 발효후 5년간 연평균 3.0%, 10년간 연평균 3.3%의 건실한 GDP 성장을 기록했으며, NAFTA를 계기로 중남미 제1위의 해외직접투자 유치국으로 부상했다”(120쪽). 수출이 증가하고 FDI가 대폭 유입된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1993년에서 2007년까지 수출은 311% 증가했고 외국인투자 역시 세배로 증가했다. 그러나 1인당 경제성장율은 15년간 연평균 1.6%에 불과했다. 도대체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성과인가? KIEP의 CGE 모델처럼 미국과 FTA를 맺으면 생산성이 1% 올라서 성장률은 6-7%를 넘어야 말이 되지 않겠는가? 그의 표현대로 “FTA 후진국”인 아시아 나라들은 물론, 미국과 FTA를 맺지 않고 비정통적인 경제정책을 사용하는 브라질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이다.


그 이후는 더 비참하다. 금융위기 이후 2008년의 GDP는 1.3%, 09년에는 -7.1%를 기록했다. NAFTA의 목적대로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주요 공기업을 민영화했으며, 이들 기업이 외부 자본시장에 의존하고 심지어 파생상품을 다뤘기 때문이다(기업의 금융화). 멕시코 은행을 인수한 미국 대형은행들은 자국이 위기를 맺자 달러를 회수했고 멕시코는 외환위기 상태에 빠졌다.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가 2001년 금융위기 때 자본통제 조치를 취했다가 2009년까지 47건의 투자자국가제소를 당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멕시코 정부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다. 이것이 그가 한 챕터를 할애해 아무 문제도 없다고 곳곳에서 강변하는 투자가국가제소권의 실체이다. 불행하게도 멕시코는 구조적 위기 상태에 빠져서 약간의 외부 충격에도 국민의 삶은 위협받게 되었다. 

 

내부의 양극화도 더욱 심해졌다. 06년 현재 실질임금은 아직도 96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지니계수는 0.47 정도로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이다. 그런데도 그는 “나프타가 멕시코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정부가 효과적으로 반박했기 때문인지 관심이 캐나다로 바뀌었다”(158쪽)고 생각한다. 그러나 상당한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던 캐나다도 NAFTA 이후 미국을 따라 공공지출을 줄인 결과 한국보다도 지니계수가 높은 나라가 되었다. 이것이 우리보다 15년에서 20년(캐나다) 앞서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들의 현재 상태이다.


김현종에게 멕시코는 또 다른 면에서도 모범이다. 세계에서 제일 많은 나라와 FTA를 맺어서 그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전 세계 시장을 대부분 ‘선점’했기 때문이다. 바로 김현종의 꿈인 “FTA의 허브”이다. 그러나 냉정한 경제학자들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양자간 협정에서 언제나 허브는 강대국이 되기 마련이다.  FTA 전문 경제학자인 볼드윈은 이를 스포크 함정(spoke trap)이라는 말로, 즉 여러 강대국에게 이리 저리 휘둘리게 되는 현상으로 묘사한다. 불행히도 그 볼드윈은 한국이 멕시코 꼴이라고 예언했다. 


제갈공명, 손오공, 아Q


이 책에 따르면 그는 거의 제갈공명이다. 미국의 협상가들은 언제나 그의 실력과 꾀에 당하고 만다. 그에 따르면 “(의약품 분야에서) 미국 측이 세부 이슈에 대한 요구를 제시할 수 없었던 것은 무역대표부의 고위급은 물론 분과장마저도 포지티브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 거 같다”. 과연 그럴까? 미국이 한국과 FTA 협상을 하기 직전인 2005년에 체결한 호주-미국 FTA(AUSFTA)의 핵심 쟁점이 바로 바로 이 포지티브리스트에 의한 약값 산정 방식(PBS)이었다. 고작 1년 후 한미 FTA 협상이 되자 USTR(미국무역협상대표부)이 그들의 골머리를 싸매게 만들었던  PBS를 까맣게 잊어버렸다는 것일까?


기실 약값 적정화 방안의 포지티브 리스트가 뭘 의미하는지 몰랐던 건 김현종 자신이었다고 스스로 고백한다. 협상이 시작된 후에야 “협상 전에 미국이 이른바 4대 현안 중 하나로 새로운 약가제도 도입 자체를 요구한 이유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퍼즐 조각이 비로소 맞추어진 느낌이었다”(127쪽). 이런 사람이 우리 협상을 지휘한 것이다.


한미 FTA가 체결된 날 미국 제약업계는 대대적인 파티를 열었다.  그런데 그는의약품에서 양보한 것이 없다고 한다. 도대체 누가 당한 것일까? 무역구제 분야의 비합산조치처럼 한국 기업들의 숙원이지만 전혀 관철시키지 못한 이슈는 그가 단지 전략적 미끼로 썼기 때문이란다. 맞았는데 오히려 때렸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 아닌가?


그에겐 “경쟁적 자유화"라는 미국의 FTA 전략을 고안한 죌릭도 한수 아래로 보였다. ”미국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 자체가 죌릭이 고안한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는 사실을 그가 알 리 없다. ”김현종을 만났을 때 죌릭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동북아에서 미국 주도의 세계체제에 중국을 순응하게 만들 대리인, 자신의 손바닥 안에서 노는 손오공이 거기 있었다.“(정태인, 시사저널, 2006. 4) 아Q는 자신이 손오공처럼 신출귀몰하다고 상상한다.



개성공단과 한일 FTA


그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통상교섭본부를 확 바꿔 놓은 인물로 자신을 되풀이해서 묘사한다. 그 중에서도 개성공단을 FTA에 포함시킨 아이디어가 대표적인 보기로 생각하는지 책 곳곳에 개성공단이 등장한다. 그는 2004년 11월 아펙 정상회담 때 대통령에게 한-싱가포르 FTA에 개성공단을 포함시키겠다고 보고했다. 대통령이 흐뭇해 한다. “FTA에서 그런 것도 다룹니까? 개성공단 인정 받으면 거 참 좋겠네”(48-49쪽).


그런데 그는 이미 2004년 6월에 한일 FTA에 관한 보고를 할 때 이미 “개성공단 제조상품의 한국산 인정”을 관철시키지 못하면 한일FTA를 중단시키겠다고 말했다(324쪽). 대통령이 건망증이 있었나? 참 시시콜콜한 걸 다 꼬집는다고 할이지 모르지만 김현종에게 싱가포르와의 FTA에 개성공단을 집어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 건 바로 나였다. 또한 서해안 프로젝트 때문에 자주 만나던 싱가포르 대사에게 이 얘기를 강조한 것도 나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눈길이 갔을 뿐이다.


반면 나는 한미 FTA에서 개성공단을 아예 꺼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 환경, 심지어 핵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개성공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결론난 한미 FTA는 앞으로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도 계속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데도 그에게는 개성공단이 자랑거리이다. 아Q가 따로 없다.


주지하다시피 김현종은 한일 FTA를 중단시켰다. “졸속 FTA를 타결하게 된다면.. 제2의 한일합방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309쪽) 그는 대통령 보고서에서 “부품소재...를 집중 보호해야 하며 자동차, 기계, 정밀화학도 경쟁력이 약해 보호가 필요함을 역설했다”(309쪽) 한편 그는 한미 FTA 때 엽계의 우려를 전달하러 온 화장품업 대표에게 실망한다. “(관세혜택으로) 일종의 ‘국민보조금’을 준 셈이었다... 그런 대기업의 간부가... 관세철폐가 되면 도태된다고 하는 것은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다”(178쪽).


그러나 화장품은 그가 한일 FTA 때 걱정한 정밀화학의 대표적 상품이고,  정밀화학은 정밀기계와 함께 한미 FTA에서 가장 타격을 받을 제조업 분야이다. 일반적으로 봐도 제조업의 물적 생산성은 일본이 미국의 약 80% 정도이고 한국은 기껏 40% 가량에 머무른다. 그런데도 일본에 대해서는 보호를 해야 하고 더 강한 미국에 대해서는 개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현종은 대통령이 자신의 이런 모순적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대통령은 2005년 2월 1일 “많은 보고가 있었지만 믿지 못하겠다. 정비서관이 한일 FTA를 검토해서 보고하라”고 나에게 지시했다. 그 해 5월에 내가 잘렸지만 나 없이 완성된 한일 FTA 보고서는 2006년 3월, 한미 FTA 반대 보고서와 함께 대통령에게 전해졌다.


한미 FTA 비판자를 쇄국론자로 몰아 붙이는 그가 왜 한일 FTA가 되면 ‘제2의 한일합방’이 된다는 극단적 상상을 하는 걸까? “노대통령은...선진 시스템을 갖춘 국가와 FTA를 체결해 우리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다”(59쪽). 그 역시 한미 FTA 청와대 브리핑 제1호에서 “한미 FTA는 낡은 일본식 법과 제도를 버리고 미국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받아 들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뿔싸, 그 선진시스템이 붕괴한 것이 작금의 글로벌 금융위기이다.


아Q는 자신의 무지와 허세 때문에 사형을 당한다. 그러나 한국의 아Q는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 그래도 이 책을 보시려거든 먼저 아Q 정전을 읽는 게 낫겠다. 무려 500쪽에 달하는 이 책에 비해 아Q정전은 50쪽도 되지 않는다.

 

*이 글은 '이코노미 인사이트' 2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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