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졌다. 경제사에 기록될 만한 세계적 경제위기이다. 지금까지 세계경제를 지배해왔던 신자유주의, 미국식 시장경제, 금융가들은 그 능력을 의심받고 있다. 더불어 그들을 뛰어넘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위기는 곧 변화의 기회인 셈이다. 그렇다면 누가 변화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 어떤 변화를 만들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정부에게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무능력했다. 지난 1년여 동안 위기 진단, 정책 전환, 정책 실행을 위한 정치력 발휘라는 세가지 측면에서 모두 실패했다. 또한 정부는 진정한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한국경제의 소수 특권층이자, 새로운 한국 경제를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시켜야 할 대기업, 건설 부동산업, 금융업이라는 3자의 이익 대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새사연은 <’생얼’ 한국경제>를 통해 한국경제 변화의 걸림돌이 되는 정부, 대기업, 건설 부동산업, 금융업의 경제활동을 들여다보고 비판할 것이다. 또한 경제위기 극복의 방향타가 될 수 있도록 한국경제의 뚜렷한 대안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와 신종 인플루엔자의 우려 속에도 최근 한국경제의 ‘경기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경기바닥론이라는 것은 이미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고 곧이어 상승 국면에 돌입할 것이라는 설을 말한다. 경기바닥론의 확산에는 지난 4월 22일 발표된 2009년 1분기 실질GDP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08년 4분기에 -5.1퍼센트의 성장을 했던 한국경제가 1분기 만에 전 분기 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경기침체로 보는데, 전 세계가 동반침체를 면치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더구나 유사한 수출의존 성장전략을 추구하는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1분기 경제 성적표는 참담한 터라 기분 좋은 소식으로 보아도 무방할 듯하다.

전년 동기 대비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오히려 악화

그런데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정말 나아진 것이냐 하면 사실 그렇게 볼 수도 없다. 냉정하게 수치를 살펴보면, 1분기 GDP성장률을 전년(2008년) 동기대비로 보면 -4.3퍼센트로 나타나 오히려 지난해 4분기보다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2008년 4분기에는 이보다 나은 -3.4퍼센트 성장을 기록했다. 다시 말해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서 통계처리를 한 GDP성장률은 지난 해 4분기보다 좋지만, 아무런 통계처리 없이 애초 데이터로 단순 처리한 성장률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것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듣기 좋은 수치를 유독 강조한 것이다.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경기가 바닥을 탈출한 것이 아니라, 하강 속도가 잠시 주춤해졌다고 평가하는 것이 보다 객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림1] 실질GDP성장률 변화 추이


* GDP성장률은 반전된 것이 아니라 하락의 속도가 완화된 것임을 알 수 있다.

정부 ‘재정지출과 환율’ 효과, 꺼지고 있다

수출입이 여전히 급감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무역수지 흑자 소식만이 매스컴을 장식한다. 실물경제 지표에서는 생산과 투자 지표는 여전히 -20퍼센트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재고가 줄고 있다는 반가운 사실만이 유독 강조된다. 이런 신호들은 그 자체로 긍정적이긴 하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을 전망할 때 정작 중요한 기준은 여기에 있지 않다.

우리는 일단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와 환율 효과에 대해서 주목해야 한다. 이 두 가지 효과가 1분기 성적표를 호전되게 만들었으나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1분기 GDP 국내총생산을 따져 보면, 전년 동기 대비 1.1퍼센트 성장의 정부 소비와 0.0퍼센트 성장의 건설투자를 제외하면 전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무역수지 흑자도 지난 해 이후 계속되어 온 환율상승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정부의 재정지출 효과는 1분기에 정부 소비 확대로 나타났지만 하반기에 민간 부문으로 얼마나 파급될 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한다. 환율효과의 경우는 하반기로 갈수록 반감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최근 환율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무역수지 흑자의 감소와 기업실적 악화는 점점 뚜렷해질 것이다.

* 주: 1분기 경제 성적표는 정부소비와 수입의 급감에 기댄 일시적 효과이다.

                                [그림2] 1분기 지출항목별 성장률(전년동기대비,퍼센트)

불황 탈출 하려면 ‘고용대책’ 마련이 핵심


현재의 경기바닥론은 주식과 외환시장에서 주도하고 있다. 실물 지표들은 여전히 불황에 허덕이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이후 3개월여 동안 자본시장이 점차 안정을 찾은 데 힘입은 것이다. 하지만 구조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올해 한국 경제의 악재들은 여전히 살아 있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에 온통 눈이 쏠린 탓에 서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용의 잠재적인 위협이 계속되고 있다. 구조조정이 아직도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환율이 더 하락할 경우 기업들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최근 ‘부동자금 800조 과잉설’이 보수언론과 정부를 통해서 확산된 바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막대한 자금이 시중을 떠돌고 있는데 부동산시장으로 몰리게 되면 거품이 갑자기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이 이론을 만들어내지만 때론 강력한 주장이 현실을 규정하기도 한다. 예금자산과 단기채권 투자상품, MMF 펀드 등에 몰려 있는 800조의 내역을 따져 보면 소득감소를 대비해서 유동성을 선호하는 자금에 가깝다. 하지만 보수언론들과 정부는 이를 잠재적인 자산시장 투자 자본으로 보는 듯하다. 실제로 이 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몰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세를 유지시켜 주는 데는 일조하고 있다.

최근 신종 인플루엔자 A형은 한 때 ‘돼지 인플루엔자’로 불리워졌다. 정작 돼지들은 독감증세를 나타내지 않는 데도 말이다. 서민과 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 대책임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GDP든, 수출이든, 금융과 부동산이든 고용에 도움이 될 때만이 긍정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우리가 ‘독감에 걸린 돼지’로 전락하지 않고 장기화가 예상되는 세계경제의 침체 국면에 대비하는 기본 자세가 이것이다.

이상동/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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