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7.16 09:27
이제는 '금융구조의 안정성'이다... 재무건전성 한계 드러낸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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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거시안정성 금융감독의 중요성 증가

2007년 7월에 서브프라임 사태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니, 이제 거의 만 2년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수 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음에도, 미국에서는 2차 경기부양책 논의가 부상할 만큼 공황의 충격은 아직도 금융 및 실물경제에 남아 있다.
지난 달 17일 미 재무부는 1930년대 뉴딜 금융체제 이후 80여 년 만에 대대적인 금융 감독구조 개편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88쪽에 달하는 장대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한국의 금융시장을 어떻게 규제하고 감독해야 할 지 논의해야 한다.
비록 자본시장통합법, 금융지주회사법 등을 필두로 금융규제 완화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 기조지만, 금융시장 규제와 감독이라는 국제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예를 들어 금융감독원이 역점에 두고 있는 기존 Basel 협약에 기초한 미시건전성 감독의 경기순응성(Pro-cyclical)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구축하기 위한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가 학계나 국제금융기관에서 국제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시장의 감독과 규제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금융공황이 발생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은 미국처럼 서브프라임 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다거나, 한국의 개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우수하기 때문에, 금융시스템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논리 등은 모두 인식상의 오류에서 비롯된다. 특히 서브프라임 시장의 버블 붕괴는 전 세계 금융시장의 동시적 붕괴를 초래한 방아쇠(trigger)를 당긴 역할을 담당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수천억 달러에 불과(?)한 서브프라임 시장이 주식, 채권, 외환, 상품, 부동산 등 거의 모든 금융시장을 초토화시켰다. 이는 비단 미국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주식시장이 폭락하고, 이는 외환과 채권시장으로 전염되었으며, 금융기관의 부의 레버리지 과정을 통해 실물경제의 침체로 전이되었다.
개별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이 전체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가져온다는 기존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규제와 감독체계의 한계가 분명해졌다. 어떻게 이런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었는지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2. 금융공황을 초래한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

현 위기의 근원이 되는 주택대출 붐과 부동산 광풍의 배경에는 은행산업에서 나타난 몇 가지 새로운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우선 은행의 재무제표에 대출을 남겨두고 원리금의 상환을 관리하던 기존 방식(Lend and Hold; L&H)이 대출한 다음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모델(Originate to Distribute; OTD)로 전환된 점을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은행은 기존의 예금에 의존하던 관행에서 탈피하여 점점 더 만기가 짧은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게 되었다.
실물경제에서 기업지배구조가 이윤 유보 후 재투자 모델에서 주주가치 극대화 모델로 전환한 것처럼, 단기 수익 극대화 모델로 변질된 것이다. 물론 인과관계를 따지면 은행 및 금융 산업의 변화가 실물경제의 기업지배구조를 강제하였다.

■ 만기불일치 위험 증가
자본시장의 발달로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은 유동성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하여, 언제든지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만기가 짧은 금융상품을 선호한다. 펀드 또한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에 대하여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일정기간만 지나면 환매할 수 있는 개방형 펀드가 일반적이다. 이에 비해, 대부분의 실물 투자나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이 완전히 들어오기 위해서는 수년 혹은 십 수 년이 필요하다.
이러한 만기 불일치 위험은 그림자금융 체제에서 더욱 확대되었다. 그림자금융체제의 대표 격인 구조화투자회사(Structured Investment Vehicle; SIV)를 예로 들면, MMF에서 평균 90일의 만기를 지닌 자산담보상업어음(ABCP)이나 1년 만기의 중기채권(Medium-term note)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였다. ABCP는 MBS나 다른 대출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한 단기어음으로, 2005년 말부터 단기 CP시장에서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만약 ABCP가 부도날 경우, 투자자들은 담보가 되는 MBS나 대출채권을 압류하거나 매각할 권리를 지닌다.
SIV는 단기로 자금을 조달하고 장기자산에 투자하므로, 유동성 위험(funding liquidity risk)에 빠질 수 있다. 즉 일시에 ABCP 시장이 경색되어 자금을 조달할 수 없고, 단기부채를 차환하지 못하게 될 때 발생한다. 물론 유동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스폰서 은행(SIV의 모회사)이 유동성 백스톱(liquidity)이라 하여 마이너스통장과 같은 기능을 하는 신용공여라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따라서 은행은 자신의 재무제표에 있지 않지만, 자회사가 보유한 단기대출과 장기자산으로 인해 유동성 위험에 간접적으로 노출되게 된다.
투자은행의 경우에도 이러한 만기불일치 위험이 최근 증가했는데, 이는 환매조건부채권(repo) 거래가 급증한 데서 비롯되었다. 전형적인 RP 계약에서는, 미래의 특정시점에 담보자산을 매입(환매)할 조건으로, 오늘 담보자산을 매각함으로써 자금을 차입한다. 특히 통상 3개월이 만기일인 장기 RP는 투자은행의 재무제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지 않는 반면, 하루짜리 초단기 RP는 2000~7년 사이 거의 두 배로 증가하였다.
요약하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은 유동성 백스톱과 단기 RP의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만기불일치 위험이 증가하였고, 2007년 여름부터 금융시스템의 연쇄적인 위기를 초래한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 증권화: 신용 강화, 리스크 회피(?)
은행은 이러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CDO를 비롯한 구조화된(투자자의 입맛에 맞게 설계된) 금융상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주택담보대출, 회사채, 신용카드채권, 자동차채권 같은 여러 채권들을 한 데 묶는다. 이를 Pooling이라 하는데, 여러 이질적인 채권들을 묶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위험을 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이전하고 분산시킬 수 있다는 ‘다각화’ 이론에 기초하였다.
다음으로 이를 투자자의 다양한 입맛에 맞게 분해한 다음 금융상품으로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따른 원리금은 법적으로 특수목적회사(SPV)에 양도되고, 원리금은 다시 다양한 트랑세(tranche)를 구매한 투자자에게 배분되며, 트랑세의 판매는 SPV의 모회사인 투자은행(underwriter)이 담당하였다. 통상 CDO 트랑세 하나의 가격은 7,000만 달러에 달하고 8~10개의 트랑세로 구성된다고 했을 때 CDO 하나의 가격은 5억 달러를 초과한다. 주택담보대출만으로 CDO를 구성한다면 20만 달러짜리 주택 2,500채 이상이 필요하게 된다. 예를 들어 골드만삭스는 모기지 업체 뉴센추리(New Century)가 발행한 3,949개(8.8억 달러)의 서브프라임 대출을 구입하여 GSAMP Trust 2006-NC2를, Fremont, Long Beach 등이 발행한 8,274개(4.8억 달러)의 2차 모기지를 구입하여 GSAMP Trust 2006-S3를 각각 발행하였다.
가장 안전한 트랑세(super senior tranche)는 투자자에게 낮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가장 먼저 받는다. 이에 반해, 가장 낮은(junior) 트랑세(equity tranche 또는 toxic waste)는 다른 모든 트랑세의 원리금이 지불된 후에나 수익을 받게 된다. 이 양 극단의 가운데에 중간급(mezzanine) 트랑세가 있는데, 원리금의 수취와 위험 감수에서 선-후순위채 구조를 띠고 있다.
트랑세의 구분은 주로 신용등급과 관련되는데, 상위 트랑세는 대부분 AAA 등급을 받고, 여러 기관투자자에게 판매되었다. 가장 낮은 트랑세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판매자인 투자은행이 일부를 보유하고 상당수는 헤지펀드에게 팔렸다. 특히 연기금을 비롯한 일부 공적 성격의 기관투자자는 우량 채권만 투자하도록 제한되어 있는데, BBB 등급이 AAA 트랑세로 각색되면 이 채권을 구입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장은 날로 성장해갔다. 물론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또한 부동산 파생상품을 적극적으로 구입하였다.
또한 트랑세를 구입한 투자자들은 채권이 부도날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일정한 수수료를 정기적으로 지불하고 신용부도스왑(CDS)을 구입하였다. 2007년 기준, CDS의 명목가치는 45~62조로 추정되었다. 또한 미국에서는 CDS의 포트폴리오를 기초로 지수(CDX)를 개발하여 거래했으며, 유럽에서는 iTrxx로 거래되었다. 특정 기업이 파산할 것에 베팅하여, 채권이 부도나고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면 대박을 얻을 수도 있다.
CDS와 연계되어 설계된 CDO(합성 CDO)를 구입한 투자자들은 설마 CDS 판매자(보증업체)가 파산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안전하면서도 높은 수익률, 이건 모든 투자자가 꿈꾸는 황금알 거위였다.
구조화 상품이 첨단 금융기업으로 요란하게 선전되었지만, 사실 신용등급과 규제의 차익을 매개로 유행했을 뿐이다. 바젤Ⅰ(BaselⅠ) 협약에 따르면, 상업은행은 위험가중자산에 대해 8퍼센트의 자기자본을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공여를 통한 대출에 대해서는 그 비율이 매우 낮고, 은행의 브랜드나 평판을 이유로 자회사에 제공하는 신용공여에 대해서는 규정이 아예 없다. 따라서 은행 입장에서 자산(대출채권)을 부외거래단위로 이전하면, BIS 규제에 필요한 자기자본의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다각화 이론과 달리 신용위험(채권이 부도날 위험)은 은행시스템에서 결코 분산되지도 이전되지도 않았다.
물론 바젤Ⅱ에서는 부외거래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몇몇 조치를 내놓았고 유럽에서는 2007년부터 시행되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제대로 시행되지도 않았고, 신용등급 위주로 자기자본을 규제한 문제점을 지니고 있었다. 은행은 부외거래단위를 통해 대출을 이전하고 자회사를 보증함으로써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규제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바젤Ⅱ 규제에서는 은행 자체의 신용등급과 보유한 자산의 신용등급에 따라 요구되는 자기자본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즉 A등급 자산을 증권화를 통해 AAA등급으로 둔갑시켜 다시 구매하거나, 높은 신용등급으로 인해 낮은 금리 등의 비용 측면의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신용평가기관이 구조화 상품에 매우 낙관적인 등급을 매겼는데, 과거에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매우 낮았던 것도 한 몫을 담당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부 지역의 집값 하락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국적인 부동산 폭락은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채권(주택) 간 부도가 발생할 상관관계가 낮다면, 다각화 이론에 기초하여 높은 신용등급을 매기게 되었다. 물론 채권을 발행하는 투자은행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이해상충 문제는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Fitch에 따르면 회사채의 경우 AAA등급 채권의 연간 부도율이 0.02퍼센트라고 하는데, 수많은 구조화 상품이 폭락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게다가 치열한 ‘수익률 게임’에 빠져든 펀드매니저들은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도 부도율이 낮은 구조화 상품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구조화 상품이 대유행하면서 대출 기준, 심사, 그리고 감독은 체계적으로 완화될 수밖에 없었다. 즉 증권화, 구조화 상품 성장이라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서브프라임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부동산 광풍이 초래되었다. 즉 서브프라임 대출 증가나 부실은 금융공황을 발생시킨 계기로 작용했을 뿐, 그 근원에는 금융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 잡고 있었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2007년 7월, 시티그룹 프린스(Prince) 전 회장은 일본에서 파이낸셜 타임즈와 인터뷰 도중 다음과 같은 유명한 발언을 하였다.
“음악이 멈출 때, 유동성의 관점에서 보면, 사업은 뒤얽혀 질 수 있다. 그러나 음악이 연주되는 한, 일어나 춤을 춰야 한다. 우리는 아직도 춤을 추고 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낭만적인 발언인가! 당시 서브프라임 부실이 사모펀드(Private Equity)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에 대한 답변이었다. 파티가 계속되고 음악이 울려 퍼지는 동안 시티그룹은 신나게 춤을 추었다. 그러나 너무 신나게 추던 나머지 금융위기 과정에서 정신을 잃고 거의 파산 문턱에까지 이르렀다. 그 생생한 전개 과정을 다시 짚어보자.

3. 2007~8년 금융공황의 기록

■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방아쇠(trigger)
2007년 2월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처음으로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 증가였는데, 결국 서브프라임 부실은 금융공황의 방아쇠를 당겼다. 아래 [그림. 1]은 CDS 가격에 기초한 ABX 지수의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2007년 초부터 ABX 지수 중에서 BBB급 이하가 폭락했는데, 채권 부도에 대비한 CDS의 프리미엄이 증가했음을 나타낸다.
또한 CDS 프리미엄이 증가했다는 것은 기초자산이 되는 서브프라임 MBS 가격의 하락을 동시에 의미한다.
이어서 2007년 3월, 베어스턴스 산하 헤지펀드(High-Grade Structured Credit Fund; 2004년 설정)가 손실이 났다고 발표한다. 4월에는 또 다른 헤지펀드(High-Grade Structured Credit Enhanced Leveraged Fund)에서도 10퍼센트 손실이 났다고 발표한다. 5월에는 23퍼센트로 손실이 늘었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은 사태를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5월, UBS의 헤지펀드(Dillon Read Capital Management)가 서브프라임 관련 1.25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발표하고 청산해 버린다. 이후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미국의 21개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에 대해, ‘등급 하향’을 검토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Fitch와 S&P 또한 신용등급 하향을 발표하였다.
6월 중순, 베어스턴스 산하 헤지펀드는 손실이 불어나자 결국 환매 동결 조치를 선언한다. JP 모건, 시티은행, 메릴린치 등(총 140억 이상 차입)은 추가 담보(margin call)를 요구하고, 베어스턴스는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자회사에 32억 달러를 투입할 것을 공약한다. 급기야 7월18일에는 펀드 설정액이 90퍼센트이상 손실이 났다고 발표하고, 8월1일에는 헤지펀드의 청산을 선언해 버린다.
그 와중에 7월24일, 미국 최대 모기지 대출업체인 컨츄리와이드(Countrywide Financial)의 수익이 급락했다고 발표하고, 26일에는 신규주택판매가 6.6퍼센트 감소했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다. 그 시점을 즈음하여 미국의 주택가격은 폭락하기 시작하였다.

■ 단기 금융시장의 급격한 몰락
한편 기존 신용평가기관의 신뢰성에 금이 간 이후, 시장에서는 구조화 상품에 대한 가격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었다. 이는 ABCP 시장의 폭락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ABCP 시장은 8월부터 폭락하기 시작했지만, CP(무담보 단기어음) 시장은 이내 회복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당시 금융시장의 충격은 주로 MBS 시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 ABCP 시장(4,560억 달러)은 정점을 달리던 2007년 8월(1.225조 달러)에 비해 거의 1/3토막 수준으로 몰락하였다.

서브프라임 사태는 대서양을 건너 독일의 소규모 은행인 IBK의 자회사인 Rhinebridge(ABCP-Conduit)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채권에 투자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7월30일, 대주주인 KFW(2차 세계대전 이후 마샬 플랜의 일환으로 설립된 정부소유은행)가 자본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8월1일, 35억 유로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통해 IBK는 회생했는데, 유럽에서 발생한 첫 번째 희생양이었다.
7월31일에는 모기지 투자회사(American Home Mortgage)가 주택대출 중단을 발표하고, 일주일도 채 안 돼 8월6일에 파산을 선언하였다. 이 회사의 일부는 인디맥(Indymac)에 인수되었는데, 인디맥 또한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다음 해 8월에 파산하였다.
8월9일에는 프랑스의 3대 은행 중 하나인 BNP 은행이 구조화 상품에 투자한 세 개의 투자펀드에 대한 환매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한다. 유럽중앙은행이 968억 유로에 달하는 신용공여라인을 개설해 준 후에야 정상화되었다.
혼란이 가중됨에 따라 8월 초(8.8~10) 단기 금융시장이 얼어붙고, 은행 간 시장에서 하루짜리 대출도 꺼리게 되자 금리는 순식간에 폭등하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은행들은 RP 시장, 연방기금시장, 은행 간 시장에서 단기 자금을 조달한다. 은행 간 시장에서 적용되는 지표로는 통상 Libor(London inter-bank offered rate)를 말하는데, 은행끼리 남는 자금을 1일~3개월 만기로 빌려주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평균금리를 말한다.

또한 금리 스프레드란 만기나 위험도가 차이가 나는 두 채권의 금리 차이를 말한다. 이를 신용 스프레드라고도 하는데, 그린스펀의 ‘저금리 기조(유동성 버블)’ 아래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접근하였다. 그러나 2007년 여름 신용경색이 발생한 이후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통상 신용위험(부도위험)을 측정하는 지표로 TED 스프레드가 사용되는데, 이는 단기 자금시장에서 거래되는 3개월 Libor 금리와 단기 재무부 채권(T-bill) 금리의 차이로 계산된다. 전자는 은행 간 무담보 거래에 활용되는 지표이므로, 신용이 경색되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함에 따라 높아진다. 반면 후자는 무위험 채권의 대표 격인 미 재무부 채권으로 시장에서 최상으로 선호되는 담보다. 따라서 수요가 증가하여 가격은 올라가 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아래 그림처럼 TED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위기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TED 스프레드의 장기평균은 30~50bp 인데, 2007년 8월 200bp를 초과하였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에는 300bp를 초과하고 10월10일은 465bp로 역사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장기평균치보다 10배 정도 상승했는데, 단기자금을 빌리기가 그 정도로 심각하게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 때를 놓친 중앙은행의 개입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 rate)란,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은행끼리 남는 지급준비금을 서로 빌려주는 대가로 지불하는 콜금리를 말한다.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금에 이자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지급준비금을 초과 보유한 은행들은 부족한 은행에 대출을 할 유인이 생긴다. 중앙은행은 RP 거래를 활용하여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통해 이러한 지급준비금을 흡수 또는 방출하여 기준금리를 조정한다.
8월9일, 단기 은행 간 시장이 경색됨에 따라 유럽 중앙은행은 950억 유로를, 미국의 중앙은행 또한 유럽의 전철을 따라 240억의 유동성을 쏟아 붓는다. 이미 7월부터 일부 ABCP-Conduit에서 만기 연장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고,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8월에는 ABCP 시장 전체가 심각해졌다. 이에 따라 ABCP 금리가 8일부터 10일 사이에 5.39퍼센트에서 6.14퍼센트로 폭등한 것이다.
8월17일, 연준은 재할인 금리를 6.25퍼센트에서 5.75퍼센트로 인하하고 대출기간도 30일로 확대하였다. 그러나 약 7,000여 개의 은행이 재할인 창구에서 중앙은행의 자금을 빌릴 수 있지만, 이는 의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였다. 왜냐하면 재할인 시장은 8억 달러 수준으로 규모가 작고, 해당 은행은 시장에서 단기 자금시장에서 자금을 차입할 수 없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같은 날, 독일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인 작센 은행(Sachsen LB)이 자회사인 Conduit(Ormond Quay)에 대한 유동성 보증을 떠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결국 8월26일 LLBW에 인수되었다.
연준은 9월18일이 되어서야 기준금리를 4.75퍼센트로 0.5퍼센트p, 재할인금리도 추가로 0.5퍼센트p 내렸다. 반면 서브프라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영란은행은 9월6일 고집대로 금리를 5.75퍼센트로 동결하였는데, 이는 Northern Rock의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9월28일에는 미국의 인터넷 뱅킹 회사의 선두 주자인 NetBank가 파산하고 결국 ING 은행에 인수되었다.
10월부터는 주요 글로벌 은행들의 대규모 상각과 국부펀드로부터 신규 자본투자가 진행되었다. 은행들의 재무제표가 건전해지고 중앙은행의 유동성 공급으로 시장은 언뜻 진정된 것처럼 보였다. 실제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월15일 장중 6,124를 찍었고, 11월1일 코스피 지수도 최고치인 2,085를 기록하였다. 서브프라임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펀드 바람’이 정점을 달리고 있었다. 이에 흥분한 현 ‘경제대통령’은 14일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를 방문하여, “내년에 주가지수 3,000, 임기 내 5,000”을 달성할 수 있다는 뻔뻔스런 거짓말로 유세를 하고 다녔다.
IMF 금융안정보고서(08/4)에 따르면, 07.11~08.1월까지 380억 달러의 자금이 국부펀드로부터 미국에 유입되었다. 한국투자공사(KIC) 또한 2008년 1월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현재 약 마이너스 60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연준은 10월31일 또 다시 기준금리를 0.25퍼센트p 인하했지만 11월부터 상황은 다시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ABX 지수가 급락하여 11월 즈음에 BBB 이하 서브프라임 채권은 80퍼센트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부실의 초기 추정치(1500~2000억 달러)가 5000억 달러 수준으로 대폭 늘어나고 TED 스프레드는 12월 중순 최고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12월11일, 상황이 급박해지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퍼센트p 인하하고, 다음 날 기간입찰대출제도(Term Auction Facility; TAF)을 실시하겠다고 전격 발표하였다. 연준의 재할인 창구를 이용하면 시장에 낙인이 찍히는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MBS를 포함하여 담보 유형을 확대하고 ‘익명’으로 28일짜리 기간 대출을 실시하였다. 이 조치는 ‘익명’ 방식을 제외하면 기존 재할인 창구와 비슷한데, Libor 금리를 낮추고 국채 수요를 떨어트려 [그림. 3]에서 보는 것처럼 시장에 실제 효과가 있었다.

■ 파산이 시작되다
해가 바뀌어 2008년 연초부터 시장의 우려는 채권보증업체의 부실로 급격히 확산되었다. 채권보증업체는 원래 우량 지방채만을 보증했기 때문에 통상 Monoline이라 부른다. 이들은 부동산시장이 폭발하자, MBS, CDO 등 여러 부동산 관련 채권 보증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관련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보증을 선 채권이 모든 신용평가기관에 의해 신용 강등되었다. 채권보증업체의 신용강등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증한 다른 지방채, 회사채 등의 신용강등마저 초래하였다. 순식간에 우량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MMF가 경색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Money Market Fund는 투자자에게 원금 보장(break the buck)을 약속하기 때문에, buy-back(환매) 조항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 buy-back 조항은 신용등급이 유지되면 유효한데, 신용강등 우려는 사전에 대량 환매가 유발될 수 있다.
1월19일(토요일), 신용평가기관인 피치가 채권보증업체인 Ambac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미국은 월요일 휴장(Martin Luther King day)했는데, 전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국은 21일(월요일) 50.44p, 22일 74.54p로 이틀 사이 7.2퍼센트 떨어졌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의 주가는 15퍼센트 이상 폭락하였다. 미국의 선물시장이 5~6퍼센트 폭락하자, 1982년 이후 처음으로 연준은 긴급회의를 소집하여 전격적으로 0.75퍼센트p 금리인하 조치를 단행한다. 그러나 시장이 진정되지 않자 1월30일 정기 FOMC 회의에서 또 다시 0.5퍼센트p 인하하였다.
3월 초부터, Agency 채권(프레디맥, 패니매이 등 정부보증업체가 발행한 채권)의 가격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또 다시 헤지펀드 Carlyle Capital로 우려의 손실이 미치기 시작했다. 3월2일 마진 콜을 받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자 담보자산이 압류되고 채권가격은 추가로 폭락하였다. 뜻하지 않은 불똥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로 번지기 시작했다. 베어스턴스는 Agency 채권에 많이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칼라일 캐피털에 상당수의 자금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악화되자 3월11일, 뉴욕연방은행은 2,000억 달러 상당의 기간증권대출제도(Term Securities Lending Facility; TSFL)를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앞서 말한 TAF는 주로 상업은행을 대상으로 국채를 담보로 현금을 대출해주는 제도인데 비해, TSFL은 투자은행을 대상으로 28일 동안 Agency나 부동산 관련 채권을 국채와 교환(스왑)시켜주는 제도다. 역시 시장의 불신을 우려하여 ‘익명으로’ 실시하며 첫 경매일은 27일로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일부 똑똑한(?) 투자자들 사이에서, 뉴욕연방은행의 특별 조치에 대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즉 일부 투자은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중앙은행은 알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 것이다. 자연스레, 시장에서는 5대 투자은행 중 가장 규모가 작고 레버리지가 높은 베어스턴스를 지목하기 시작했다. 베어스턴스의 파산은 순식간이었다. 베어스턴스의 신용거래계좌에 예치된 600억 달러 가량의 예금이 순식간에 인출되고, RP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현대적 의미의 ‘투자은행 런’이 발생하였다.
3월13일(금요일) 다급해진 베어스턴스의 경영진이 뉴욕연방은행 관리와 접촉하기 시작했고, 다음 날 JP 모건을 통해 ‘긴급대출’을 제공하기로 합의하였다. 당시 JP 모건은 일종의 Conduit으로 기능했는데, 상업은행으로서 재할인율 창구를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RP 시장에서 베어스턴스의 청산은행이었기 때문이다. 청산은행(Clearing bank)이란 자금을 중개하면서 자금을 조달하고자 하는 투자은행에 담보를 요구하고 담보가치를 매기는 기능을 담당한다.
결국 뉴욕연방은행이 JP 모건에 300억 달러를 빌려준 대가로, 베어스턴스는 JP 모건에 헐값(2억 3,600만 달러)에 팔기로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1년 전만 해도 주당 150달러에 주식이 거래되던 베어스턴스는 고작 주당 2달러 가격에 매각되었는데, 헐값 매각 의혹이 일자 결국 주당 10달러로 조정되었다.
3월15일(일요일) 저녁, 연준은 재할인율을 0.25퍼센트p 다시 인하하고 투자은행에도 재할인 창구를 개방하는 PDCF(Primary Dealer Credit Facility)를 실시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상업은행에만 적용되던 재할인 창구를 투자은행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 조치는 리먼브러더스를 비롯한 다른 투자은행의 유동성 개선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 금융공황의 정점: 리먼브러더스, AIG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6월 중순부터 Agency 채권의 가격은 추가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프레디맥과 페니매이는 한국의 주택금융공사와 역할은 유사하지만 법적인 형태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자는 정부가 인가했지만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민영화 된 공기업인데 비해, 주택금융공사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출자한 준정부기관이다. 특히 7월11일, 모기지 업체인 인디맥(IndyMac)이 FDIC의 관리체제로 편입된 이후, 정부보증업체 문제는 시장에서 다시 확산되었다. 국유화는 없다고 공언하던 폴슨 재무부장관은 결국, 9월7일 두 정부보증업체에 대해 사실상 국유화 조치를 단행하게 된다.
2008년 3월, 베어스턴스의 파산에 살아남은 리먼브러더스는 중앙은행의 PDCF를 통해 단기자금을 조달하며 간신히 생명을 연장해갔다. 2008년 상반기에만 73퍼센트 폭락한 주가는 계속해서 하락하였고, 부실자산은 늘어났음에도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노력은 기울이지 못했다. 왜냐하면, 다른 은행의 유사한 조치가 뒤따르지 않은 채, 특정 은행이 단독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시장에서 ‘찍힐’ 수 있기 때문이다.
리먼은 2004년 서브프라임 대출업체 BNC mortgage를 인수했는데, 부실이 확산되자 8월22일 영업을 아예 폐쇄해 버렸다. 2000년대 이후 부동산이 돈이 되자,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이 개입하여 모기지 대출업체들을 인수하였다. 예를 들어 2006년 베어스턴스가 ECC Capital을, 메릴린치가 First Franklin 등을 인수했는데, 자회사의 부실도 투자은행의 몰락에 한 몫을 담당했다.
8월부터 리먼 인수를 타진하던 한국의 산업은행이 포기한다고 발표하자, 9월9일 주가는 45퍼센트 폭락하여 결정타를 날렸다.
12~14일 뉴욕연방은행 의장이던 가이스너(Geithner)는 리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월가의 주요 CEO들을 긴급 소집하였다. 초기에 영국의 바클레이즈(Barclays)와 BOA가 인수 후보로 물색되었지만, 전자는 영국의 중앙은행과 금융감독청(FSA)과 중앙은행의 반대로, 후자는 정부보증을 전제로 내걸고 거절하였다. 리먼의 파산 발표가 예정된 시점에 앞서, 메릴린치는 잽싸게 일요일 500억 달러에 BOA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 리먼이 파산을 공식 발표하자 한국의 코스피는 90p 넘게 폭락하고 미국의 다우지수는 500p 이상 폭락하였다.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리먼의 파산은 세계 최대 보험회사 AIG에 대한 우려로 이어져, 다음 날 AIG의 주가는 90퍼센트 이상 폭락하였다.
리먼 파산으로 AIG가 보유한 부실자산 문제가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는 투자은행과 달리 통상 장기자산을 보유한다는 이유로, 시장가치에 따른 회계방식(mark-to-market)을 적용받지 않는데, 리먼이 자신의 부실자산을 공개하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동일한 서브프라임 부칠채권에 대해 리먼은 66퍼센트 평가손을 반영했지만, AIG는 31퍼센트만 반영하였다. Alt-A 부실자산 또한 리먼이 61퍼센트를 반영했는데, AIG는 33퍼센트만 반영하였다. 따라서 리먼의 회계방식을 적용하면 AIG는 추가로 14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처리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라, CDO에도 대규모로 투자했는데 우량 트랑세에 420억 달러(25퍼센트 평가손), 160억 달러(30퍼센트 평가손) 가량의 투기등급 트랑세도 보유하고 있었다.
주목할 것은, 전 세계 130개 국가에서 11만 6,000명을 고용하던 AIG의 몰락은 AIG Financial Products라고 알려진 소규모 런던 지사의 부실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이다. AIG는 AAA 등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채권 보증에 담보가 요구되지 않는 사업상의 이점을 지니고 있었다. 400명도 채 되지 않은 이 조그만 회사는 엄청난 규모의 신용부도스왑(CDS)을 거래하였다. 회사채(2,940억 달러), 유럽의 주택담보대출(1,410억 달러), 서브프라임 CDO(780억 달러) 등 5,130억 달러에 달하는 CDS를 거래하였다. 부동산 시장이 호황을 달리자, 2005년에는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17.5퍼센트(99년 4.2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였다. 파생상품에 주로 투자했기 때문에,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은 2002년 44퍼센트에서 2005년에는 83퍼센트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AIG Financial Products의 유동성 문제로, 9월15일 S&P가 AA-에서 A-로 한꺼번에 세 단계나 신용등급을 내려 150억 달러에 달하는 추가 담보가 필요했다.
AIG가 파산을 검토하던 9월16일 저녁, 뉴욕연방은행은 79.9퍼센트 지분을 대가로 850억 달러를 긴급 대출하였다. 구제금융은 추가로 이어져 10월 370억 달러, 11월 400억 달러 등 총 1,825억 달러를 대출받았다. 이 자금은 CDS 거래의 손실을 보전하는 등, 다른 금융기관의 구제금융에 간접적으로 사용되었다. AIG는 9월22일 다우존스 편입에서 빠지고, 올해 3월, 지난해 4사분기에만 617억 달러에 달하는 기록적인 손실을 냈다고 발표하여 또 한 번 시장을 경악시켰다.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MMF에서 대량 환매사태가 발생하였다. 리먼이 파산한 다음 날, MMF 중에서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닌 Reserve Primary Fund가 리먼이 발행한 채권을 상각한 후 손실이 발생하였다. Reserve Primary Fund를 필두로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의 환매가 연쇄적으로 이어져,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한 소매펀드에서만 3.4조 달러의 자산 중 5퍼센트인 1,690억 달러의 대형 환매가 발생하였다. 9월19일, 미 재무부가 800억 달러의 ‘채권안정화펀드’를 투입하여 MMF의 원금을 보장하겠다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하고서야 시장은 안정되었다.
예금보험공사의 은행예금에 대한 원금 보장과 유사한 이 조치는 1971년부터 시작된 MMF 시장에서 유례없는 사건이었다. MMF는 주로 최우량 단기 CP, RP, 국채 등에 투자하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MMF 시장은 투자은행을 비롯한 그림자금융 체제가 자금을 조달하는 주요 원천이기 때문에, 신규 채권을 발행하지 못하고 돌아오는 채권의 만기를 연장하지 못하면 파산 도미노가 발생할 치명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거래상대방 위험이 증가하여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그림. 2]에서 보는 것처럼 CP 시장이 급속히 경색되었다.
연준은 10월27일, CP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CPFF(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 조치를 단행한다. 뉴욕연방은행의 자금으로 특수목적회사(SPV)를 설립하여 3개월짜리 CP나 ABCP를 구매하여 단기 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였다.
리먼 파산의 후폭풍은 이후 ‘소리 없는 파산(silent run)’과 인수 행렬로 이어졌다. 현대적 의미에서 은행 창구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뱅크 런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고객과 기관투자가들의 환매나 예금 인출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순식간에 발생한다.
9월25일, OTS(저축은행감독기관)는 미국에서 가장 큰 저축은행이자 자산 규모 여섯 번째인 워싱턴 뮤추얼(Washington Mutual)의 자산을 압류한 후 FDIC(연방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도록 하였다. 리먼 파산 이후 열흘 동안 164억 달러(전체 예금의 9퍼센트)의 예금인출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3,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가진 미국의 6대 은행인 워싱턴 뮤추얼은 19억 달러라는 초라한 가격으로 또 다시 JP 모건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와코비아(Wachovia) 역시 2006년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저축은행인 Golden West Financial을 인수한 후, 역시 서브프라임 부실에 빠졌다. 9월26일 하루에만 4,480억 달러의 총 자산 중 1퍼센트인 50억 달러가 순식간에 인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결국 와코비아 또한 워싱턴 뮤추얼의 전철을 따라 시티그룹과 웰스파고 간 인수 전쟁을 거쳐 결국 웰스파고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다른 은행의 사례를 따르면 시티그룹 또한 파산 또는 인수되었을 것이다. 10월 재무부로부터 250억 달러를 지원받았지만 시티에 대한 불안은 진정되지 않았다. 11월24일 추가로 200억 달러를 지원하고 3,0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에 대해 보증을 서 준다는 특단의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의 대가로 34퍼센트의 보통주 지분을 정부에 넘겨주었지만, 다른 사례에 비하면 확실히 ‘특혜’라고 할 만 하다.
미 재무부는 7,0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 계획을 발표하고, 중앙은행은 CP, ABCP, MBS 등 거의 모든 유형의 채권을 구매하겠다는 조치들을 연달아 발표한다. 이에 따라 2007년 11월, 1.2조 달러에 달하던 중앙은행의 재무제표는 2008년 12월, 2.3조 달러로 거의 두 배 이상 증가하였다. 그리고 12월16일에는 기준금리를 0~0.25퍼센트로 내렸다. 이제 더 이상 내릴 수도 없다.
그리고 금융공황은 금융기관의 부의 레버리지 과정을 통해 8,00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실물위기로 전파되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나마 미국경제를 지탱해 준 것은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이다. 하지만 6월 기준 이미 1조 달러를 넘어서고 올해만 1조 8,000억 달러(GDP의 12퍼센트)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적자로 달러의 지위는 서서히(?)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 다음 편에서는 금융위기의 체계적 증폭 과정을 개념적으로 설명하고, ‘외부성’을 중심으로 거시안정성 금융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밝히도록 하겠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