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500억달러 자산을 가진 유명 투자자 워렌 버핏이 세금을 더 내게 해달라고 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모처럼 세계 경제위기 국면에서 우울한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소식이다. 버핏은 지난 8월14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자신의 지난해 납세내역을 밝히면서 돈으로 돈을 버는 슈퍼부자들의 과세비율이 노동자들에 비해 턱없이 낮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수 정치인들의 감세논리를 사실에 근거해 공박했다. “1980~1990년대 세율은 훨씬 높았다”며 “높은 세율이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1980~2000년에 걸쳐 거의 4천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자본소득세가 39.9%였던 1976~1977년에도 세금이 무서워 투자를 포기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의 제안은 이렇다. 한 해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부유층에 대해 즉각 세금을 올리고, 1천만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으로 세금을 인상하자는 것이다. 재정긴축과 신용등급 강등으로 궁지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곧바로 환영했다. 미국 시민 95%가 지지했다. 그렇게 부자가 제안한 부자 증세는 순식간에 뜨겁게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버핏의 부자 증세 제안은 참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나왔다. 지금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전 세계가 국가재정 적자로 다시 경제위기를 불러들이고 있는 중이다. 겉으로 놓고 보면 지난 3년 동안 금융회사와 사적 기업들이 부실에 빠지자 정부와 중앙은행이 구원 투수로 나서서 구제해줬다. 그 결과 금융회사와 사적기업들은 부실을 털고 회생했지만 민간부채는 고스란히 정부부채로 쌓여갔다. 조만간 회생한 기업들이 고용도 늘리고 납부 세금도 늘리면서 정부 조세수입에 기여를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결과 정부의 부채규모가 계속 커졌고 그리스 등 대외 부채가 커진 국가들은 국외 은행들에게 상환 압력에 시달렸다. 결국 부채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이전됐을 뿐이었다. 그러면 정부가 부실에 빠지면 누가 구원해 줄까. 얼핏 답이 없을 것 같다. 물론 2008년 경제위기가 터졌을 때 경제학자들은 부채축소(de-leverage)가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나야 경기 회복이 될 것으로 봤고, 실업률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에도 수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렇다면 부실에 빠진 정부를 구원해줄 상대는 초 정부기구, 즉 국제기구가 돼야 하는데 IMF·UN·세계은행 어느 기구도 이런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국제기구 대신 부자 국가들이 나설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부자 나라들이 가장 문제가 심각하다. 그렇다고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해 당장 긴축을 한다면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얘기다. 다시 한 번 결론이 없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위기는 국민경제 주체 전부가 만든 것은 아니다. 주로 은행과 기업들이 만들었다. 그래서 그들을 구해주고 그 부채를 정부가 안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경제회복이 되질 않는다. 정부 구제금융과 노동자 감원과 구조조정을 대가로 회생한 은행과 기업들이 곧바로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는 데는 성공을 했지만, 일자리와 세금을 늘리지 않은 채 위기 이전의 패턴을 다시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수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경기가 되살아난 것으로 착각했고, 경기 호전으로 조세 수입이 늘어 다시 재정수지를 맞출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각국 정부는 은행들이 과거 방식으로 수익추구를 못하도록 규제하지 않았고, 은행과 기업의 구제에 상응하는 실업자와 국민들의 회생 지원에 나서지 않았다. 수익이 회복된 기업과 고소득층에게 증세를 강화해 재정여력을 확보한 것은 고사하고 감세를 하기도 했다. 그 부담을 서민의 사회복지 지출 축소로 만회하려 했다.

사실 미국의 신용 등급을 강등한 S&P의 논리에는 미국 정치권이 합의한 10년간 재정적자 감축계획이 부실하다는 것도 있었지만, 증세와 같은 추가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한 해 평균 2천400억달러의 재정지출을 긴축해 가뜩이나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기도 했다. 결국 답이 없을 것 같은 문제의 핵심은 ‘감세’와 ‘긴축’이었던 것이다.

워렌 버핏은 여기에 간단명료한 답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세계적 재정위기를 ‘무분별한 복지지출’ 탓으로 돌리고 복지 포퓰리즘을 억제해 재정 균형을 달성하겠다는 우리 정부가 버핏의 제안으로 다시 문제를 성찰하는 기회를 갖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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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위기: 국가를 굶기는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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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S&P,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2. 국가를 굶겨라(Starve the beast)
3. 1920년대를 꿈꾸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
4. 신자유주의 모델: 저성장, 양극화, 그리고 재정위기
5. 재정위기 해법: 신자유주의 모델을 버려라

[본문]
1. S&P,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8월5일,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S&P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시켰다. 현재 S&P는, 중국과 일본은 미국보다 두 단계 낮은 AA-, 한국은 일본보다 두 단계 낮은 A를 부여하고 있다. 세계적인 재정위기를 촉발시킨 그리스는 현재 투기등급인 CCC를 받고 있다.

통상 신용등급이란 채무를 갚을 능력의 높고 낮음을 평가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국채 상환능력이 하락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국제금융시장에서 미 국채의 가격이 하락하여 차입 금리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S&P의 등급 강등 이후 오히려 미 국채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안전자산인 달러나 미 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S&P의 신용평가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의문을 반영하기도 한다.

S&P를 비롯한 3대 신용평가기관은 악성 부동산 파생상품들에 대해 AAA라는 터무니없는 등급을 매겼다. 심지어 9월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할 당시에도 리먼에 대해 A라는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하였다. 신용등급 A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에 해당한다. 한 마디로 신용평가기관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하고 확산시킨 주범 중의 하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가신용등급 평가도 형편없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국가부채 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스페인,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2009년 이전까지 AAA 등급을 부여했다. 국가부도사태를 맞아 IMF 구제금융을 받은 아이슬란드도 현재 미국과 같은 AA+를 부여하였다. 국가 재정위기를 촉발시킨 그리스의 신용등급도 현재 우리나라와 같은 A였다. 그리스는 2009년 1월이 되어서야 강등하기 시작했는데, 2010년 3월까지도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다.  

물론 이 글은 신용평가기관의 평가 기준의 자의성이나 평가 잣대의 형평성 등을 비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또한 미국 국가신용등급의 적절성에 대해서 평가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신용평가기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 중의 하나로 지목되었고 금융규제와 개혁 대상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신용평가란 시장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함으로 언론과 마찬가지로 ‘공공’의 영역에 해당된다. 따라서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적절한 규제나 감독과 함께 공공신용평가기관을 설립하여 민간신용평가기관의 독점적 횡포와 시장 혼란을 예방해야 할 것이다.
 
재정위기는 ‘복지국가’를 둘러싼 한국사회의 미래 전망에 대한 정치권의 담론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10일 비상점검회의에서 세계 금융시장 불안을 ‘미국 부채위기에 따른 글로벌 재정위기’로 규정한 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며 복지지출 확대를 ‘복지 포퓰리즘’이라 매도하였다. 미국의 재정위기의 원인을 과도한 복지지출로 본 것이다. 이는 지난 해 무상급식 논쟁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그리스 문제를 언급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

따라서 미국 재정위기의 원인이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밝히는 것은 향후 복지국가와 재정건전성 논쟁에서 적지 않은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이 글은 미국 재정위기의 원인을 ‘국가를 굶기는’ 재정전략을 중심으로 역사적 맥락에서 검토하고자 한다. 

2. 국가를 굶겨라(Starve the beast)

위의 그림은 193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에는 GDP의 10%인 1.4조 달러, 2010년에는 8.9%의 적자를 기록하였다. 2011년에는 1.7조 달러로 10.9%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막대한 재정적자는 비단 미국만 기록한 것은 아니다. 2009년에 EU 27개국은 평균 GDP의 6.8%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기록하였다. 특히 아일랜드(14.3%), 그리스(13.6%), 스페인(11.2%) 등 최근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의 재정적자 비율이 높았다. 현재 미국보다 높은 AAA를 받고 있는 영국(11.4%)과 프랑스(7.5%)도 예외가 아니었다. 재정적자는 경기침체기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현상이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기업의 이윤과 자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세수는 하락하고, 실업보험과 사회안전망 같은 ‘자동안정화’ 프로그램에 따라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10%에 달하는 재정적자는 역사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3년에 30.3%가 최고 수준이었고 전쟁 기간 평균은 22.2%에 달했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면, 2010~2011년의 10%에 달하는 재정적자는 대공황 기간을 포함하더라도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1980년대 레이건 시절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스타워즈로 대변되는 소련과의 군비 경쟁과 천문학적인 감세정책에서 비롯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재정적자는 1983년에는 GDP의 6%로 증가하였고, 8년의 재임 기간의 평균도 4.2%로 매우 높았다.

실제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1980년 70%에서 1988년 28%로 대폭 줄어들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공화당이 여러 번 집권하기는 했지만, 전쟁으로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소득세율이 정상화되었을 뿐 본격적으로 감세정책이 실현된 적은 없었다. 공화당의 아이젠하워, 닉슨, 포드 등은 균형재정을 목표로 감세보다는 오히려 증세를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감세에 소극적인 포드의 재선 패배 이후, 공화당 내부에서 ‘국가를 굶기는’ 재정전략이 정치적으로 이슈를 선점하게 되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한 미디어와 프리드먼을 주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감세정책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담당하였다. 예를 들어 1976년 월스트리트저널에 논설위원인 워너스키(Wanniski)는 ‘감세와 두 산타 이론’이라는 유명한 글을 통해 공화당은 감세 전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창하였다.

“미국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간 분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각각은 다른 형태의 산타클로스가 되어야 한다. 소득재분배의 당인 민주당은 지출 산타클로스의 역할에 적합하다. 전통적으로 소득성장의 당인 공화당은 감세의 산타클로스가 되어야 한다.” Wanniski(1976), Taxes and a Two-Santa Theory.

즉 야당이 복지지출을 늘려 유권자의 표심을 얻을 경우, 여당이 이에 반대하여 복지지출을 삭감하자고 주장하면 표심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공화당은 감세를 통해 표심을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지출 축소라는 의도한 목표도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급진적인 공급주의 경제학을 신봉한 그는 감세는 민간부문의 인센티브를 자극하여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감세와 경제성장은 유권자에 호소할 수 있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옵션임과 동시에 사회복지와 정부를 축소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으로 훌륭한 도구였다.

뉴스위크 잡지의 칼럼을 통해, 밀턴 프리드먼 또한 국가를 굶기는 감세전략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였다. “개인이나 가계의 지출에 대한 유일한 효과적인 제약이 소득 한도에 있는 것처럼, 정부 지출을 제약하는 유일한 효과적인 방식은 정부의 명시적인 세수를 제한하는데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Friedman(1977), The Kemp-Roth Free lunch, Newsweek.

그리고 1980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레이건이 감세정책을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그의 당선으로 국가를 굶기는 전략은 본격적으로 실현되게 되었다. 국가를 굶기는 전략은 여러 변종이 있지만, 핵심은 감세정책을 통해서 우파가 염원하는 작은 정부와 사회복지지출 축소를 목적으로 한다. 간단한 예로, 사나운 맹수를 잡기 위해 구덩이의 덫을 놓은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맹수를 구덩이로 유인하기 위해 구덩이에 먹을 것을 놔두고 맹수가 구덩이에 들어갈 때 까지 굶기는 방식이다. 이른바 채찍과 당근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감세정책을 통해 국가의 재정수입이 줄어들면, 심각한 재정적자를 초래하게 되고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사회복지지출 축소를 강제할 수 있다는 논리다. 따라서 신자유주의로 대변되는 보수우파의 경제정책이 실패하면 실패할수록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감세정책은 근시안적인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는 유력한 수단일 뿐만 아니라, 실패해도 위기를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이른바 ‘꽃놀이패’에 해당한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재정적자가 늘어날수록 재정적자 문제는 확대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사회복지지출을 축소하려는 요구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재정위기 담론은 지난해 그리스에서 시작되어 남유럽 전체로, 이제는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위기를 경고하지도 아무런 대안도 내놓지 못하며 숨죽이고 있던 ‘신자유주의’와 보수우파의 정치적 공세가 국가재정위기(Sovereign-debt crisis)라는 용어를 빌려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지난 해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도 반영되었다. "선진국 경제는 2013년까지 재정적자를 적어도 절반으로 줄이고, 2016년까지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줄이거나 안정화시킬 재정계획을 공언"한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S&P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이에 따른 세계경제 불안은 보수우파의 정치적 승리의 정점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재정위기 논란은 길게는 대공황을 전후로 만들어진 미국의 뉴딜체제나 유럽의 사회민주주의 시스템을 부정하기 위한 1980년대 신자유주의 기획의 화려한 복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가의 역할이나 재정정책의 유효성을 부정하기 위한 정치적 시도이다.

3. 1920년대를 꿈꾸는 1980년대 신자유주의

대공황 직전 당시 미국에서 산업과 금융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었다. 소득세율 또한 25%로 매우 낮았으며 금융버블에 따른 천문학적인 재산가치 상승은 소수의 부자에 집중되었다. 1923년부터 1929년까지 소득증가의 70%는 상위1% 계층에 집중되었고, 하위90%는 불과 15%만을 가져갔다. 우파가 꿈꾸던 세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형태의 극단적인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본질적으로 체제 자체를 위협하는 공황이나 사회적 불안에 직면하게 된다. 1929년 대공황 이후, 1933년에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고 실질GDP는 27%나 떨어졌다. 경제적 붕괴는 자본주의 체제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만큼 심각한 사회정치적 혼란을 초래하였다.

따라서 규제되지 않는 자본주의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자체의 존립에도 심각한 위험을 제기한다는 관점이 주류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회적 질서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 기존의 자유방임적 시각에 대한 수정을 기득권 또한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견해가 득세함에 따라 루즈벨트가 1933년 집권하게 되고, 뉴딜(New Deal)이라는 사회적 프로그램을 전개할 수 있었다. 금융시장 규제, 사회보장 및 실업보험 프로그램, 산업별 노조운동에 대한 지원, 대규모 공공고용 프로그램 등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의 일부가 미국의 뉴딜체제에 수용되었다.  
 
따라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정부의 경제적 역할은 더욱 확대되었다. 정부의 재정지출은 1929년에 GDP의 3%에 불과했지만, 1950년대는 16%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과 유사한 사회보장(Social Security) 프로그램은 직업과 계층을 보편적으로 포괄하며 더욱 확대되었다. 1965년에는 사회보장법 형태로 고령자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보험 프로그램들이 실시되었다. 노동조합 운동이 활성화되어 1920년대 10%에 불과하던 노조조직률은 1954년에는 역사상 최고치인 34%까지 올랐다.

노동조합은 자동차를 비롯한 미국경제의 핵심 산업에서 강력했기 때문에,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상은 노조가 없는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생산성에 동반한 실질임금 상승을 주도하였고 전후 경제성장과 불평등 해소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강력한 노동조합은 민주당에 금전적 지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선거운동에 시민들을 동원하고 조직하였다. 특히 노동조합은 정치와 경제의 영역에서 대기업과 부유층의 권력을 제한하고, 정부의 경제정책이 빈곤층과 중산층의 이익에 부합하도록 견인하는 중요한 세력이었다. 

물론 미국의 보수우파는 뉴딜에 대해서 강력히 저항하였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완화,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감세, 노동조합 운동의 소멸, 정부의 사회복지지출 축소, 대공황 이전 수준의 소득분배 등, 한 마디로 1920년대 시스템으로 회귀하고자 하였다. 뉴딜에 대한 우파의 반대는 경제적 이해관계에 기초한 것이지만, 도덕적, 이데올로기적 요소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즉 뉴딜과 노동조합은 기득권에게 이윤축적과 재산권에 대한 위협이기도 했지만, 보수적 가치와 생활방식에 대한 위협으로도 인식하였다. 그러나 노동조합과 뉴딜복지는 전후 5~60년대 미국에서 두터운 중산층과 ‘자본주의 황금기’를 형성한 양 날개였다. 따라서 1970년대 초반까지 뉴딜에 대한 보수우파의 저항은 정치적으로도 표면화되지 못하였다. 실제로 1970년대 초반에 집권한 공화당의 닉슨은 뉴딜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는 등 오늘날의 민주당보다 더욱 진보적인 정책들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역사의 전환점은 모두가 주지하듯이 1970년대 중반이었다. 1970년대에 두 차례 석유위기가 역사의 전환점을 촉발시킨 방아쇠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 결과 물가가 급격하게 상승하였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경제정책은 경제의 총수요를 관리하기 위해 재정 및 통화정책에 배타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인플레이션의 비용을 치루고 성장과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총수요를 자극하던지, 실업과 저성장의 비용을 무릅쓰고 물가를 잡기 위해 총수요를 억제할 수 있었다. 당시 1973년 석유위기에 대응하여 미국은 후자의 정책옵션을 선택하였다. 그 결과 실업률은 1973년 4.9%에서 2년 후에는 8.5%까지 치솟았고, 1974년에 물가상승률은 11%까지 상승하였다. 이른바 물가는 상승하고 실업률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것이다. 성장률 하락에 따른 이윤과 주가 하락, 그리고 실업과 인플레이션의 동반상승은 경제적 불만을 촉발하기에 충분하였다. 한편, 경제적 불만에 편승한 인종 갈등과 1960년대부터 전개되기 시작한 ‘문화전쟁(Culture wars)’ 등으로 사회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웠다.

경제적, 사회적 혼란과 불만은 우파의 경제적 파워와 문화적 보수주의자들 간에 정치적 동맹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들은 보수우파의 이데올로기적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싱크탱크와 대학에 막대한 돈을 지출하였고, 미디어를 통하여 보수적 프리즘을 통해 정치적, 경제적 사건을 대중에게 직접 해설하면서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1980년 레이건의 대통령 당선은 1920년대로의 회귀를 꿈꾸는 보수우파의 정치적 승리를 표출하는 사건이었다. “정부는 문제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정부가 바로 문제”라고 주장한 레이건의 당선은 정부가 경제에 유익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뉴딜의 근본 사상을 뒤엎은 것이다.

레이건은 1920년대 모델의 현대적 버전인 글로벌 신자유주의 모델을 강력히 추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재임 기간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70%에서 28%로 줄어들었고, 노조조직률은 23%에서 15.7%로 줄어들었다. 금융시장 탈규제, 대규모 감세, 친기업 기조에 따른 노조 공격, 높은 실업률은 불가피하게 양극화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위 그림 에서 보는 것처럼, 전체 소득에서 상위 10%와 1%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공황 이후 1950~60년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상위1%가 차지하는 비중은 1928년 18.4%를 정점으로 1976년에는 6%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레이건 재임 마지막 해인 1988년에는 12%까지 오른 후 2008년 경제위기 직전에는 19.3%까지 오를 정도로 양극화는 확대되었다.

레이건은 대규모 감세정책을 추진했을 뿐만 아니라, 소련과의 군비경쟁으로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지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재정적자는 1976년으로 GDP의 4.2%였고, 3%를 초과한 해가 3년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982년부터 1987년까지 연평균 재정적자는 5.9%까지 상승하였다. 대규모 감세와 천문학적인 국방비 지출의 전철을 그대로 밟은 대통령이 익히 알려 진대로 2001년 집권한 부시였다.

4. 신자유주의 모델: 저성장, 양극화, 그리고 재정위기

1970년대 말 이후 신자유주의 모델로 전환된 이후 미국경제는 성장률이 정체되고, 양극화는 구조적으로 확대되었다. 1950~1979년 실질 성장률은 3.75%를 기록했지만, 1979~2010년 기간은 2.75%에 불과하였다.

아래 왼쪽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1946~1976년 기간은 1976~2007년에 비해 1인당 평균소득 증가율이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하위90%의 평균소득 증가율도 상위1%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그러나 1976~2007년 기간, 1인당 실질GDP가 평균 66% 증가했지만, 하위 90%는 불과 8% 소득이 증가하는데 그쳤다. 상위1%는 놀랍게도 280%나 소득이 증가하였다. 소수의 부자가 부를 독점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위의 오른쪽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부시 재임 기간 양극화 수준은 1920년대 후반보다 더욱 심각해졌다. 2002~7년 경제호황 기간, 상위1%는 61.8%(상위0.1%는 94.1%) 만큼 실질소득이 증가했지만, 하위90%는 불과 3.8%(연평균 0.8%) 증가하는데 그쳤다. 

한편 신자유주의 모델은 대규모 감세정책과 경제성장률의 정체를 초래하므로, 구조적으로 정부의 재정수입을 줄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정부의 재정지출을 줄일 것을 공약하지만, 국방비 지출은 체계적으로 상승하는 특징도 보인다.

정부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다. 동 비율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100%를 초과했지만, 뉴딜체제 도입 이후 경제성장률이 부채증가율을 상회하여 지속적으로 하락하였다. 레이건이 집권하기 이전 이 비율은 25.8%까지 하락하였다. 그러나 레이건 재임 기간 거의 60% 이상 상승하여 1988년에 41%까지 상승하였다. 클린턴 시절 이 비율은 49.3%에서 34.7%로 하락하였다. 온건한 증세와 높은 성장률로 재임 기간 마지막 3년은 재정흑자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당시 2001년 부시 취임 이후 의회예산청(CBO)에서는 클린턴 시절의 재정정책을 유지할 경우, 향후 10년 동안 누적적으로 5.6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보수우파에게 재정흑자 또한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는 재정흑자가 큰 정부를 양산한다는 논리로, 금융권에서는 미국의 국채시장을 위축시킨다는 우려를 쏟아내었다. 그리고 월가와 워싱턴의 보수우파들이 재정흑자를 줄인다는 명목 하에 꺼내든 수단이 또한 ‘감세’였다. 미국에서 재정문제가 발생하면 ‘감세’는 녹슨 칼집을 헤집고 만능보검처럼 등장하였다.

그리고 실제 2001~11년 동안 5.6조 달러의 흑자 예상은 4.7조 달러 적자로 전환되었다. 부시가 취임했을 때 GDP 대비 부채비율은 32.5%였지만, 그가 퇴임했을 때 이 비율은 40.3%로 증가하였다. 물론 부시가 대규모 감세와 천문학적인 전비 지출만 남겨놓고 떠난 것은 아니다. 바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남겨두었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예산정책우선센터(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가 미국의 재정적자를 초래한 요인별로 분석하여 추정한 것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부시 감세정책, 2008년 경기침체가 향후 10년 동안 재정적자를 초래하는 주요 요인들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년 1.3~1.4조 달러의 재정적자를 보이고 있는데, 그들의 추정에 따르면 감세와 중동전쟁이 매년 약 5000억 달러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의 재정정책이 지속되면 연방부채는 2019년 20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중 절반인 10조 달러가 부시 감세와 전쟁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업보험, 사회보장, 의료보험 등 뉴딜 복지 프로그램은 위의 재정적자 목록 그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미국의 보수우파는 재정위기는 사회복지 지출이 지나치게 늘어나서 초래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실과 다른 원인을 제기하는 것은 감세정책을 방어하고 그들의 일관된 기획인 국가를 굶기는 전략에서 비롯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사실 재정위기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출 감소와 수입 증가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이것이 재정을 바라보는 보수의 균형 있는 시각이다. 그러나 부채한도 증액 협상에서 미국의 보수우파는 증세를 비롯한 재정수입 증가 방안은 전혀 고려하지는 않는다. 오직 복지지출 삭감만을 요구한다. 문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 그릇되게 진단했기 때문에, 해법도 엉터리로 제시할 수밖에 없다. 

5. 재정위기 해법, 신자유주의 모델을 버려라

2009년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지급 부담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미국의 중앙은행이 2009년 이후 제로금리 정책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980년대보다 현재 20%p 정도 늘어난 상태다. 그러나 1980년대에 국채의 평균 수익률이 10%를 넘었지만 현재 2%에 불과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자지급 부담은 줄어들었다. 1960~2010년 정부지출 대비 이자지급 비중은 평균 9.9%였지만, 2010년에는 5.7%로 떨어졌다. 부채 부담의 실질적인 지표가 GDP 대비 국가부채의 스톡 개념이 아니라, 정부지출 대비 이자지급의 플로우 개념이라면 미국의 재정적자는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국가를 굶기는 전략은 1920년대 시장만능 경제모델을 현대적으로 복구하려는 미국 보수우파의 거대한 재정전략이다. 국가의 역할과 사회복지 지출을 축소하기 위해, 감세정책을 통해 의도적으로 재정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다. 재정위기의 지속 불가능성을 정치적으로 확산하여, 실제 재정위기가 초래되면 복지지출 삭감을 선택이 아닌 재정위기의 유일한 해법으로 강제하려는 전략이다. 따라서 재정적자나 재정흑자에 상관없이 1980년대 이후 감세정책은 클린턴 시절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재정위기 담론이 국제적으로 확산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숨죽이고 있던 보수우파의 정치적 공세가 성공하고 있음을 반증하기도 한다. 

향후 미국이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은 어렵지 않다. 원인에 따른 처방, 이보다 현명한 경제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우선 부시 감세정책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부자와 대기업에 대해서는 증세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이고 있는 두 개의 전장에서 하루속히 철군해야 한다. 그리고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산업정책을 통한 제조업 경쟁력 회복, 소득정책을 통한 생산성과 실질임금의 동반 상승, 금융투기에 대한 거래세를 비롯한 금융규제정책 등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동조합과 대기업의 힘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국가가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 지출 축소를 통한 ‘작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경제에 대한 ‘유능하고 책임 있는 정부’의 유익한 개입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정책 전환은 비단 미국경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현 정부에서 발생한 재정적자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발생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시대착오적 토목공사 지출, 남북대결에 따른 국방비 지출 확대 등은 수입과 지출 양 방면에서 재정적자를 확대시킨 주요한 요인임에 틀림없다.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수준이 7~8%에 불과한 우리의 현실에 ‘복지 포퓰리즘’ 주장은 사실이라기보다는 선동에 가깝다. 따라서 미국의 재정위기의 원인을 반면교사삼아, 대규모 감세와 4대강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남북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정치가 건전한 재정을 만드는 법이다. 보수가 국가를 굶기는 전략으로 재정을 파탄 낸다면, 진보는 미래를 살찌우는 전략으로 재정을 튼튼하게 가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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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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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11. 3. 28. 14:39
2011 / 01 / 25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1. 복지확대 VS 세금폭탄

 

■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논쟁이 뜨겁게 전개


- 최근 정치권에서 복지 방향, 재원 규모 등을 중심으로 복지논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음.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을 필두로, 최근에는 보육과 교육, 그리고 의료 부문까지 복지논쟁이 확대되고 있음.

- 이에 대해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한 보수주의자들은 무상급식은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격렬히 반대. 심지어 “부자한테 공짜 점심을 줄 필요가 없다”며 무상급식 정책을 ‘부자급식’으로 왜곡하기도 함.

- 대통령 또한 지난 14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1년 여성계 신년인사’에서 “대기업 그룹의 손자, 손녀는 자기 돈 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사람들 손자 손녀는 용돈을 줘도 10만원, 20만원 줄 텐데 5만원 내고 식비 공짜로 해준다면 오히려 그들이 화가 날 것”이라고 복지논쟁에 가세.

-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또한 지난 18일,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무상복지는 “서민들 주머니를 털어 부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전개함.

- 기득권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은 복지정책 왜곡에서 ‘세금폭탄’ 논리로 복지정책 확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 시작함. “민주당의 무상시리즈는 공짜로 포장한 세금폭탄, 국민 기만극”이라는 한나라당 대변인의 논평은 이를 간명하게 드러냄.

 

[표1] 2009년 종합부동산세 납부 현황

 

인원

세액

주택분

종합합산토지분

별도합산토지분

2007

482,622

2조7671억

1조2611억

9170억

5890억

상위10%

48,262

1조9599억

(70.8%)

6196억

(49.1%)

7667억

(83.6%)

5735억

(97.4%)

2009

212,618

9677억

1946억

4413억

3318억

상위 10%

21,261

8292억

(85.7%)

996억

(51.2%)

3994억

(90.5%)

3302억

(99.5%)


- 지난 노무현 정부 때 상위2%를 대상으로 실시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세금폭탄’으로 호도하여 실제 현 정부에서 이를 무력화시킨 사례를 다시 활용하고 있음.

 

 

- 2005년 도입된 종부세는 2007년에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48만 명을 대상으로 2.76조 원을 부과함. 1인당 평균 570만원으로 과세 대상 48만 명은 인구 대비 1%, 경제활동인구 대비로는 1.9%에 해당하는 수치.

- 주목할 것은 부동산 보유 상위 계층 내에서도 자산집중도가 심각하여, 상위10%인 4만8천명이 전체 세금의 70.8%를 납부함. 4만8천명은 인구 대비 0.1%, 경제활동인구 대비 0.2%에 해당하는데, 이들이 1인당 평균 4060만원을 납부함. 나머지 43만 명(90%)은 1인당 평균 223만원을 납부한 셈.

- 2008년 11월 종부세 헌재 판결 이후 2009년 과세대상자는 21만 명으로 2007년 대비 56% 감소. 세금은 2007년 대비 1조8천억(65%) 감소한 9677억을 부과.

- 2009년만 보면, 상위10%인 2.1만 명이 85.7%인 8300억을 납부. 상위10%는 경제활동인구 대비 불과 0.08%에 해당하는 수치로 이들이 평균 3900만원을 납부. 특히 상위10%는 전체 토지 대상 종부세의 90.5~99.5%를 납부하였는데, 주택보다 토지의 집중도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남.

- 상위10%인 4만8천명(2007년)의 부동산 부자들은 2009년(4만2천명) 8800억을 납부했는데, 이들이 전체 감세 혜택(1.8조)의 60%인 1조원, 1인당 평균 2540만원의 감세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남.

- 사실상 경제활동인구의 0.1~0.2%의 극소수 부동산 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종부세가 ‘세금폭탄’이라는 현실을 왜곡시키는 폭력적 언어를 통해 무력화 됨.

- 2005년 종부세 과세 대상을 확대하는 8.31 부동산 대책에 대해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중산층의 세금을 짜는 것은 재정파탄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반대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

 

- 복지논쟁은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한나라당의 특성상, 세금 등 재원 확보 논쟁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음. ‘세금폭탄’에서 보듯, 중산층과 서민에게 세금 증가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 하기 때문.

- 따라서 실제 세금을 계층별로 어떻게 납부하고 있으며, 현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어떤 계층이 얼마만큼의 수혜를 입었는지 밝힐 필요가 있음.

- 2008년 이후 현 정부가 대대적으로 감세정책을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발표하고 있는 감세 규모에 대해 계층별로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거의 없는 실정임.

- 2008년 이후 2009년 8월까지 있었던 세제개편 결과, 정부는 전년대비 방식으로 2008~2012년 5년 동안 총 33조 8,826억의 세수감소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 그러나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를 기준년도 대비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90조 1,533억원으로 늘어남.

- 그러나 극소수의 연구조차 전체적인 감세규모만을 추정할 뿐, 소득 계층별로 감세혜택의 차이를 밝히는 연구는 거의 없음. 따라서 본문에서는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를 통해 먼저 어떤 계층이 얼마만큼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실제 2009년에 2008년 대비 감세혜택이 계층적으로 어떻게 분배되었는지를 주로 분석함.

- 주요 분석 세목은 소득세, 종합소득세, 법인세를 대상으로 하며, 세법개정이 없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세수의 변화를 과세표준에 따라 계층별로 분석함.


5. 결론 및 정책함의

 

■ 경제력에 비해 형편없는 복지후진국

 

- 위 그림은 OECD 30개 국가의 2005년 기준, 1인당 순국민소득(NNI)과 사회복지지출 비중을 비교한 것임.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순국민소득은 18385 달러로, OECD 평균 24925달러의 74%에 달함.


- 그러나 NNI 대비 사회복지비중은 8%로, OECD 평균 24.4%의 1/3 수준에 불과함.

- 우리나라와 필적할 만한 국가는 멕시코인데, 1인당 NNI가 9911달러로 우리나라의 54%에 불과함. 1인당 NNI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국가는 뉴질랜드(19677), 포르투갈(16227) 등의 국가인데, 복지지출 비중은 각각 24.3%와 18.2%로 우리보다 훨씬 높음. 따라서 추세선을 기준으로 할 경우 사회복지 비중은 순국민소득 대비 22.5%로 14.5%p 상승해야 함.


- OECD 평균 또는 추세선에 비추어,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해서 복지지출은 형편없는 복지후진국. 즉 국민들은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시스템의 열위로 국민들은 국가로부터 그만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음.

- 현 정부의 감세정책 결과, 2009년에만 2008년 대비 원천징수 소득세 1.6조, 종합소득세 0.5~0.6조, 법인세는 2.4조, 종합부동산세는 1.8조(2007년 대비) 감소함. 이를 4대 세목만 모두 합해도 2009년에만 전년대비 6.4조 감소함.

   

- 현 정부의 ‘감세’, ‘작은 정부’, ‘선별적 복지’는 OECD 국가에 비해서 형편없는 복지수준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세부담률 증가, ‘보편적 복지’ 등 시대적 추세와 전혀 조응하지 못함.

-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경제발전과 민주주의 확대로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음. 그러나 2008년과 2009년에, 경기침체와 현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이 비율은 오히려 하락함. 사회보험료를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26.5%에서 0.9%p 감소하였고, 조세부담률은 21%에서 1.2%p 감소함.

 

■ 고소득/대기업 증세와 보편적 복지를 통해 양극화와 차별 해소해야

 

- 2009년 기준 종합부동산세는 2.1만(경제활동인구 대비 0.08%)명이 85.7%를 납부하였고 이들이 전체 감세의 60%인 1조원의 혜택을 입음.

- 소득세는 전체 납세대상자의 0.56%(과표 8800 초과)가 전체 소득세의 30.2%를 납부. 전체 납세대상자의 2.84%(과표 4600 초과)가 소득세 비중 52.5%를 차지함. 이들이 전체 소득세 감세의 21~22%를 차지함.

- 종합소득세는 전체 납세대상자의 2.6%(과표 8800초과)가 종합소득세의 70.2%를 차지함. 이들이 전체 종합소득세 감세의 5% 정도를 차지함.

- 법인세는 전체 42만 개 법인의 0.01%인 48개 대기업이 총 법인세의 37.7%를 차지함. 과세소득 100억을 초과한 대기업 1729개(0.4%)가 총 법인세의 77.2%를 차지함. 이 중 과표 5000억 초과 44개 대기업의 법인세는 14.2조에서 13.1조로 1.14조 감소하여 전체 감세 총액의 46.7%를 차지함.

- 2010년 또한 과표 1200~4600 구간과 4600~8800 구간에서 추가로 1%p 세율이 감소함. 내년 2012년에는 소득세 최고세율(35%→33%)이 2%p 인하되고, 법인세 최고세율(22%→20%) 역시 2%p 인하가 예정되어 있어 감세규모는 해마다 더욱 늘어나고 고소득층에 집중될 것으로 보임.


- 소득이 올라갈수록 세율이 확대되는 누진세의 특성상, 전반적 감세와 증세는 모두 상위계층에 집중될 수밖에 없음. 따라서 복지확대를 ‘세금폭탄’이라 주장하며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겁주는 것은 사교육 학원의 ‘공포마케팅’ 상술에 불과한 것으로 전혀 근거 없음.

- 종합부동산의 경우, 부동산 거품과 더불어 자산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보수 정치권과 언론의 ‘세금폭탄’ 공세가 실제 효과를 발휘함. 그러나 소득세나 법인세는 ‘거품’이 발생할 수 없고, 계층별 소득 및 세금 납부 현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기 때문에 ‘세금폭탄’을 통한 복지확대 반대는 재고할 필요가 있음.

- 복지지출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의 감세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음. 우선 내년 예정된 소득세와 법인세의 최고세율 인하를 폐기해야 함. 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 해소라는 시대적 과제에도 전혀 부응하지 못한 조치임.

- 오히려 고소득 계층에 대한 증세를 추진할 필요가 있음. 실제 2004년 대비 과표 8000만 이상 고소득자는 145%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세율 변화나 과표 조정이 이루어지지 못함.

 

- 같은 기간 종합소득세 8000 초과 고소득자는 77,565명에서 150,365명으로 94% 증가함. 이 중 2억~3억은 17,791명, 3~5억은 10,901명, 5~10억은 5,890명, 10억 초과는 3,037명으로 나타남.

- 특히 현행 법인세는 과표 기준 2억을 기준으로 두 단계로 되어 있는데, 5000억을 초과하는 대기업과 2억을 초과하는 중소기업에 같은 최고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 등의 측면에서 매우 문제가 많다고 지적되어 왔음.

- 실제 2008년 세제 개편에서 감세 규모가 가장 큰 분야가 법인세로 과표 100억을 초과하는 대기업이 집중적으로 혜택을 입음. 대기업에 이윤이 집중되는 경제구조에 비추어, 과표와 세율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음.

- 즉 고소득자 및 대기업에 대한 증세를 통해 양극화를 시정하고, 보편적 복지를 통해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조세와 재정지출을 전면 개편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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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이슈 2009. 8. 27. 17:12
과연 ‘서민 감세-부자 증세’가 될 것인지 관심을 모았던 ‘2009년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다. 2008년 세제개편안이 소득세와 법인세, 종부세 등을 인하하면서 적극적인 감세 정책을 담고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개편안에서는 증세를 통한 세수증대에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법인세 최저한세 강화, 금융상품 과세 바람직

얼마나 증세에 노력을 기울였는지 수의사의 애완동물 진료, 무도학원과 자동차운전학원, 성형수술에까지 세금을 매겼다. 이런 점에서는 치사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지만 칭찬해줄 만한 것도 있다. 고소득자와 법인세를 대상으로 한 증세안과 금융거래에 대한 과세안이다.

             [표1] 2009년 세제개편안 중 고소득자, 법인, 금융상품 대상 증세안

* 출처 : 기획재정부 자료 편집

특히 대법인을 대상으로 법인세 최저한세를 강화한 것은 실질적으로 법인세율을 높인 것이라 볼 수 있다. 많은 법인들이 각종 혜택을 통해서 세금을 감면받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내는 법인세는 최저한세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최저한세란 다른 정책적 지원에 의해 세금을 감면받더라도 국민으로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금을 말한다. 해외펀드와 공모펀드 등의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와 같은 파생금융상품에 세금을 부과한 것도 조세 형평성을 유지하고 과도한 금융시장 과열을 막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2008년 세제개편안과 비교해봐야

정부는 세제개편으로 인해 소득세는 2조 5000억 원 증가하고, 법인세는 6조 4000억 원 증가하며 전체 세수 증가 효과가 10조 500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한 이 중 고소득자와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80~90퍼센트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부자감세’라는 비난을 덮기에는 고소득자와 법인을 대상으로 이미 깎아 준 세금이 너무 많다.

우선 2008년 세제개편으로 인해 2012년까지 줄어드는 세금의 총액이 33조 4000억 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으로 같은 기간 동안 늘어나는 세금의 총액은 10조 5000억 원에 이른다. 감세액이 약 23조 원이 더 많다. 물론 정부의 주장대로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감세액이 많다는 것 자체를 탓할 이유는 없다.

                                [표2] 2008년 감세와 2009년 증세 규모 비교

* 출처 : 기획재정부 자료 편집

감세 규모에 비하면 증세 규모는 ‘새발의 피’

그렇다면 과연 부자들의 세금이 늘었을까? 일단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세금을 살펴보자. 2008년 세제개편안에 의해 2012년까지 감세되는 소득세 규모는 11조 원에 이른다. 여기에 상속증여세, 종부세도 2조 6000억 원이 감세되었다. 그런데 이번 세제개편안에 의해 같은 기간 동안 늘어나는 소득세 규모는 2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법인세는 어떨까? 2008년 세제개편안에 의해 2012년까지 감세되는 법인세 규모는 13조 2000억 원이다. 반면 이번 세제개편안에 의해 같은 기간 동안 증세되는 금액은 6조 4000억 원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중에 5조 2000억 원에 해당하는 금융기관의 채권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징수는 2011년에 받을 것을 2010년으로 당겨서 받는 것뿐이므로 실질적인 증세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법인세 증세는 1조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새발의 피’라는 표현이 이만큼 잘 어울리기도 어렵다.

목표를 알 수 없는 조세정책

참 이상한 것은 작년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던 정부가 증세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조세정책의 방향과 목표가 없다. 이번 세제개편은 서민층을 위한 것도 아니고, 경기부양을 위한 것도 아니다. 오로지 정부 자신의 텅 빈 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재정건전성을 해칠 만큼 무리한 감세정책을 왜 펼쳤던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으로 부자증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앞서 단순한 숫자계산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정도의 정책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키려 한다면 조삼모사이다. 재정건전성 악화의 근원은 무리한 감세에 있다. 그렇다면 각종 잡다한 세제를 만들어서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고 애쓰지 말고, 법인세와 소득세 등의 감세를 연기하는 것이 정답이다. 야당과 진보진영이 요구할 것 역시 자잘한 세제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정부의 감세기조 철회가 되어야 한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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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너나잘해

    남 세금 많이내라 마라 헛소리 하지말고 당신이나 잘내고 살어...
    아니 좀 사업도 해서 세금좀 내고 살어...

    2009.08.27 20:01 [ ADDR : EDIT/ DEL : REPLY ]
    • 무식한 넘..ㅉㅉㅉ

      미친넘아....세금이 직접세만 세금이더냐?? 물건하나 사도 간접세로 뜯기는 세금이 얼마인지는 아냐??

      부가가치세로 서민들 호주머니 터는 돈이 법인세 , 소득세보다도 크다 ㅄ아...하여간 무식한 쥐빨넘들...ㅉㅉㅉㅉ

      2009.08.28 08:55 [ ADDR : EDIT/ DEL ]
    • 너도 잘해

      이명박정부가 좋아하겠다.

      2009.08.28 09:15 [ ADDR : EDIT/ DEL ]
    • 또라이 자식들아
      서민들 많이 사용하는 생필품은 면세란다
      그리고 부자들 호주머니 터는 사치세도 있단다
      아는척 하긴 ㅉㅉㅉ

      2009.08.28 09:39 [ ADDR : EDIT/ DEL ]
    • 쩝....

      면세는 필수물품만이고 간접세인 부가세는 세수겆기가 쉽다는 이유로 사용되어지고 있는데요
      면세로 모든것이 해결되지는 않죠

      2009.08.28 13:48 [ ADDR : EDIT/ DEL ]
  2. 11

    대표적인 꼴통리플 ㅋㅋ
    아주 못배웠다고 광고를 하고 다녀라

    2009.08.28 07:56 [ ADDR : EDIT/ DEL : REPLY ]

주제별 이슈 2008. 9. 2. 10:24

“무너져가는 국민 생활기반을 회복시켜 달랬더니 무너진 정권 지지기반 회복에 집착하고 있다.”
이것이 9월 1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 대한 새사연의 종합 의견이다.

대규모 감세정책 전격 발표

8.15를

기점으로 촛불정국 반전을 노리고 의욕적으로 MB노믹스를 재가동하고 있는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1,2단계 계획(8월 11일과 27일)을 발표하고 부동산 부양정책(8월 21일)을 내놓더니, 그동안 흘려왔던 감세관련 대책들을 총망라하여 대규모 감세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정부의 세제 개편은 법인세를 필두로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증여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세금 그리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소득세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소득세 감면이면 어느정도 구색이 갖춰졌다고 생각했는지 부가가치세 감세는 사라졌다. 줄어든 세원을 보충한다며 검토했던 파생금융상품 거래세도 보이지 않는다. 모두 합치면 향후 5년간 국가재정의 10퍼센트를 훨씬 넘는 25조 원의 세금이 줄어들 전망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지금 시점에서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발표했는가.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옮기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 재도약”, “2012년까지 7퍼센트 성장능력을 가진 경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원래의 7퍼센트 ‘성장’이 ‘성장능력’이라는 말로 바뀌어 부활한 것이다.

정부는 아예 구체적인 수치까지 용감하게(?) 제시하고 있다. 법인세율을 5퍼센트 포인트 인하하여 9조 원의 세금을 줄여주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여(7퍼센트 포인트 투자증가율 상승 기대) 경제성장률이 약 0.6퍼센트 포인트 상승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소득세 3조 6,000억 원과 재산세 5,000억 원을 줄여주면 이 돈으로 국민이 소비를 증진시켜 경제성장률이 0.1~0.2퍼센트 포인트 올라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고용은 또 추가로 18만 명이나 늘어날 수 있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물론 당장은 효과가 적을지 모르지만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설명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도 그 결과는 성장률 현재 4.5퍼센트 전후에서 약 5.3퍼센트 수준으로, 그리고 고용이 현재 15만 명 수준에서 33만 명 수준으로 늘어나게 돼있어, 당초 목표인 “7퍼센트 성장능력, 60만개 일자리”와는 거리가 한참 멀지만, 그래도 되기만 한다면 대단한 효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환란이후 가장 고통스런 생활을 견디고 있는 다수 국민

정부의 장황한 설명이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 국민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국면의 초입에 와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그리고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충격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국내 내수기반과 잘못된 환율정책으로 여타 국가들보다 훨씬 더 큰 충격으로 우리 국민들에게 전달되었다.

소비자 물가는 5퍼센트를 넘어서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고 수입원자재 가격은 무려 90퍼센트 이상 치솟고 있다. 소비 위축과 기업경기 하강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하반기 성장률이 4퍼센트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용 사정은 급격히 악화되어 예년의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15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는 치솟아 이자부담은 늘어가고 있지만 주식과 펀드 등의 자산가치는 하락하여 중산층마저 생활 붕괴의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특히 자영업의 생활기반 붕괴 속도는 그 정도가 심각하여 작년에 비해 7만 명 이상의 자영업이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문 닫는 가게가 한집 건너 한집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비정규직과 청년의 고용사정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서민들의 삶은 견디기 어려운 한계상황에 내몰리고 있고, 중산층 붕괴 속도에 가속이 붙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고통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경제상황을 악화시킨 대내외적 요인이 한두 해 안에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법인세가 비싸서 대기업이 투자 안 하나

이번 세금 감면의 핵심은 단연 법인세다. 총 규모도 9조 원 정도로 다른 항목의 감면 금액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런데 이 혜택을 도대체 어떤 기업이 보는가.

2007년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과세표준 구간 500억 원을 초과하는 기업은 260개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에게 법인세율을 현재의 명목과세율인 25퍼센트로 부과할 때 산출세액 기준으로 흑자 기업이 낼 세금이 18조 6,000억 원이다. 총 법인세 산출세액 31조 8,000억 원의 58퍼센트에 해당한다. 그런데 정부계획대로 최종 명목세율을 20퍼센트로 낮추면 이들이 내는 산출세액은 14조 8,000억 원으로 줄어들어 총 3조 8,000억 원의 감면혜택을 보게 된다. 이번 세제 개편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론 반발을 감안해 시행을 1년 유보했으니 1년만 참으면 돌아올 수혜다.

결국, 260개 대기업에게 3조 8,000억 원의 세금을 줄여주고, 30만개 중소기업에게는 3조 내외의 감세를 해주겠다는 것이 법인세 감면의 핵심이다. 정부 여당도 워낙 국민들의 저항이 심각할 것을 예상하여 법인세 감면을 1년 유예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들 대기업에게 3~4조 원의 세금부담을 덜어주면 정부 바람대로 이들이 7퍼센트 이상 투자를 늘리는 공격적인 경영으로 돌아설까. 지금까지는 과연 지나친 세금부담 때문에 이들 대기업이 투자를 회피했던 것일까.

복잡한 외국사례를 들먹이지 않고 지난 8년간의 우리나라 경험을 살펴보아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실상 2000년 이후에 법인세율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이에 따라 실효세율도 하락했다. 명목세율은 2000년 28퍼센트, 2002년 27퍼센트, 2005년 25퍼센트로 줄었다. 이에 따라 실효세율은 2000년 20.3퍼센트, 2002년 19.5퍼센트, 2005년 14.6퍼센트로 줄었던 것이다.

이처럼 법인세율이 줄어드는 만큼 기업의 투자는 늘어났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기업의 투자는 2000년 이후 계속 정체, 내지는 줄어들었고, 특히 올해 들어 그 감소폭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최근 경험만으로도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 확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대기업의 경영 여건이 꼭 세금을 줄여줘야 투자여력이 생길 수 있는 상태인가 하는 점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이 또한 전혀 아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계속 늘어났다. 지난해 말 기준 상장기업들의 현금성 자산은 60조 원이 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계속 늘어 38조 원을 넘어섰다. 현금을 쌓아두고도 주주자본주의 보수적 경영 탓에 투자를 안 하고 있는데 여기에 3~4조 원을 더 얹어준다 한들 그것도 무려 7퍼센트 이상 투자를 늘릴 턱이 있겠는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 결국 정부의 법인세 인하 조치는 이들 대기업의 수익만 늘려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그나마 감세로 번 자금으로 주가관리와 배당금 증액이나 안 하면 다행이다.

정부의 이번 발표에서 더욱 어이없는 대목은 외국법인에게 지급하는 이자, 배당에 대한 원천 징수세율과 외국법인 국내지점의 배당에 대한 세율을 종전 25퍼센트에서 20퍼센트로 인하하는 방안을 끼워 넣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기업의 고배당과 해외 송금이 심각한 경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에 대한 세율을 깎아주어야 할 절박한 이유가 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부동산세, 재산세 깎아서 부동산 부유층 지지기반 다지고

이번 정부의 감세정책은 대기업과 함께 부동산 부유층을 위한 대폭적인 혜택을 보장해주고 있다. 재산세 감면만을 단행하면 중산층과 서민이 반발할 것을 우려했는지 소득세 인하를 끼워 넣기는 했다.

우리나라 도시가구 월평균 소득이 340만 원 정도이니 대략 연봉 4,000만 원을 중산층으로 잡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소득세 감세로 연봉 4,000만 원을 받는 4인 가족의 소득세는 연 50만 원정도 감면될 뿐이다. 면세점(免稅點) 이하의 직장인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없음은 물론이다.

1년에 50만 원 내외라면, 최근 정부의 교육자율화 정책으로 10퍼센트 이상 급등한 매월 23~34만 원의 교육비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교육자율화로 교육비를 폭등시켜놓고 1년에 몇 십만 원 감세를 해준다는 것은 그야말로 넌센스다. 아마도 정부는 중산층 기준을 다르게 설정한 모양이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니 4인 가족 기준 연 소득 8,000만 원 이상도 중산층으로 간주하여 이들이 보게 될 감세 혜택 150여만 원 이상을 고려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이 중산층이 아님은 명백하다.

반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3퍼센트 안팎에 불과한 부동산 부유층에게는 양도소득세의 고가주택 기준을 종전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올려주는 한편, 공제보유기간은 20년에서 10년으로 줄여줌으로써 연간 50만 원의 몇 배, 몇십 배에 달하는 감세 혜택을 준다는 것이 감세 정책의 진짜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종부세의 과표적용률도 동결하고 상속세도 인하할 방침이다.

지금의 경제침체 상황에서도 고소득층은 백화점 명품 코너의 매출을 유지해줄 만큼 소비를 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근로소득대상의 47퍼센트를 차지하는 면세점 이하 감세 혜택이 없는 저소득 직장인은 물론이고 1년에 불과 몇 십만 원 소득세 혜택을 받는 중산층은 늘어나는 교육비를 충당하기도 바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 감세로 소비를 얼마나 진작시켜 성장률 0.1~0.2퍼센트를 끌어 올리겠다는 것이며, 대체 어떤 비법이 있기에 18만 명의 추가 고용창출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감세할 때가 아니라 적극적 재정정책을 써야 할 때

현재 국민의 생활기반이 붕괴되는 상황은, 정부가 사상 최대의 감세가 아니라 오히려 사상 최대의 재정정책을 써도 이를 회복시킬지 장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갈수록 커지는 물가와 금리 압박 그리고 고용과 소비 침체에 따른 가계의 소비여력과 자영업의 채산성이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엉뚱하게도 세율을 인하해도 세수는 줄지 않을 수 있어 서민지원을 위한 재정정책을 쓸 수 있다고 호언하고 있다. 물론 맞는 얘기일 수 있다. 경기가 호전되어 기업의 수익이 늘고 가계소득이 높아지면 세율이 줄어도 세수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이 그런 때인가. 갈수록 기업경기가 나빠지고 고용사정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마당에 세율조차 낮아지면 필연적으로 세수는 줄게 돼있다. 따라서 정부의 답변은 대단히 무책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이런 식으로 감세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재정지출 마저 줄이지 않는다면 국가의 재정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엄청난 재정적자를 감수하든지, 아니면 국민 생활지원을 위한 재정정책을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로 귀착될 것이 분명하다.

지금은 감세를 단행해서 경제를 살리는 것 보다는 재정정책을 적극 구사하여 성장률을 높이는 편이 정부가 바라마지 않는 성장률을 올리는 데도 훨씬 효과적이라는 학계의 주장을 정부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90년대 남미형 파국을 자초하지 말라

정부가 악화되는 내수 침체와 국민 생활고를 푸는 데 힘을 쏟는 것은 고사하고, 이와는 직접 관계도 없는 공기업 민영화 정책, 부동산 부양 정책, 감세 정책과 같은 대기업과 부동산 부유층을 위한 정책 집행에 매달린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90년대 남미가 혹독하게 겪은 것처럼 절대빈곤층의 급증과 중산층의 붕괴, 고실업과 고인플레이션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사정 악화가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90년대 말 남미에서 민중 폭동이 빈발하고 결국 속속 신자유주의 정권들이 붕괴했던 시나리오가 재연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생활기반 회복보다는 정권의 지지기반을 회복하고자 대기업 친화적이고 부동산 부유층 친화적인 정책을 고수한다면 정권의 지지기반 자체도 결코 길게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긴 남미 국민의 대다수는 절대빈곤층의 확대와 생계 위협의 심화로 사지에 몰렸지만, 일부 부유층과 거대 기업들은 불황을 모르고 승승장구하긴 했다.

정부는 감세나 부동산경기 부양, 민영화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내수기반 회복을 위해 중소기업 납품단가 인상과 금융 지원책을 서둘러야 하며, 자영업을 위한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구사해야 한다. 더불어 고용 창출을 위해 고용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압박하고 규제하는 길로 시급히 방향을 틀어야 마땅하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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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세금 줄인다구 해서 무조건 파국이 오지는 않습니다요.
    재정정책이 무조건 좋지도 않구요.

    재정정책은 유동성 과잉과 인플레 유발 부작용은 물론
    정책시차 문제 때문에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이 제법 크죠.

    또한 세금 줄여주면 단기적으로야 세수입이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세수입이 늘어나지요.
    그 재원을 가지고서 저소득층에게 분배를 해주면
    누이좋고 매부좋은 것입니다.

    너무 편향된 시각으로 일방적인 견해를 보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2008.09.08 20:0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