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 07 / 22 김정은,이수연,이은경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새사연이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였습니다! 새사연 연구원들은 연구를 잊은 빈 시간을 어떤 걸 하면서 보낼까요?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한 템포 쉬어가자는 의미에서 교훈도, 시의성도 없는 아주 '사적인' 글들이 7월 넷째 주 한 주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즐거운 휴가 보내세요! (편집자 주)

 

 

 

[새사연 여름기획특집] 숨겨진 취향 vol.2 


김정은, 이수연, 이은경 

 

 

 

 

  

방황하는 20대를 함께해준 동반자, You're my person.

김정은

 

대외적 김정은이 자연인 김정은으로 돌아갔을 때 가장 좋아하는 일은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 (Grey’s Anatomy) 를 보는 것이다내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좋아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반응은 두 가지이다.

그거 아직도 해?’

그거 병원에서 의사들이 돌아가며 연애하는 (정확히는 돌아가며 자는이야기 아니야? 

과거밤 12시에 퇴근하고 새벽 5시에 편집실에 가서 최종검수하고 아침 9시에 퀵으로 방송국에 테이프를 넘겨주던 때가 있었다그러다가 결국 병원에 입원했는데그 때 동생이 PMP에 넣어줬던 미드가 그레이 아나토미였다병원 벽지 무늬를 세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하던 청춘에게 24시간 밤새고 나서도 서로 수술을 따려고 손을 번쩍 들던 시애틀 그레이스 병원의 다섯 인턴들의 모습은 다시 한번 더 가슴을 뛰게 했었고그 이후 매 시즌 그들의 성장과 함께 나도 사회인으로써꿈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써 함께 달리게 되었다.

10개의 시즌이 진행됨에 따라 유명한 외과의인 엄마의 그늘에 언제나 머물러 있던 메러디스 그레이는 엄마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부모상을 그릴 수 있는 워킹맘이 되었고항상 냉철했던 크리스티나는 자신의 성취와 사랑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닥터 카레브 (알렉스)는 자신이 도망쳐 온 아버지와 직면하면서 아버지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그리고 26살이었던 나는 여전히 막연하긴 하나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주변에 덜 흔들리며온전히 주어진 삶의 사명에 따라 갈 수 있는 30대가 되었다.

나의 방황하는 20대 중후반을 함께 하고 지켜준 동반자그레이 아나토미시즌 11 마지막 회에 크리스티나가 메러디스에게 한 말로 고마움을 표시하려 한다.

“You’re my person.”

 

#. 혹시돌아가면서 맺는 연애관계가 부담스러워 시즌1에서 보다가 멈추셨다면다시 보셔도 괜찮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조금씩 성장하고 진정한 파트너를 찾음에 따라주인공들은 철부지 인턴 때만큼 그렇게 무분별하게 연애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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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농장에 놀러오세요!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귀여운 돼지와 닭이 구름 위를 뛰어다니는 동안 로딩이 완료되면까마귀 한 마리가 날며 농장의 전경이 펼쳐진다보리사탕수수당근 등 10여 종의 작물이 어느새 쑥쑥 자라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돼지염소들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저마다 알을 낳고 우유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오늘도 농장을 방문한 이웃집의 그렉 아저씨가 손을 흔들고 있다평화롭고 풍요로운 나의 농장이다.

 

농장경영게임 헤이데이(HayDay)', 내 농장은 여기에 있다주로 출근길과 퇴근길에 농장을 보살피는데사람으로 꽉 찬 지하철 안에서 낑낑대면서도 사탕수수를 수확하고케이크를 만들고소에게 사료를 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엄마의 한심스러워하는 눈빛에 굴하지 않고집에서도 틈틈히 농장을 돌본다.

 

농장일이라고 하면 매우 단순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기본적으로 작물을 기르고가축을 사육하는 것 외에 광산을 개발하여 광물도 채취하고강에 나가 낚시도 한다이렇게 얻은 원재료들은 가공하여 2차 생산물을 만든다케이크아이스크림주스잼 등 먹거리뿐 아니라 양털을 이용하여 스웨터도 만들고광물을 이용하여 목걸이나 팔찌도 만든다이렇게 만든 물건들은 자신의 로드샵에서 팔 수 있다배와 트럭을 이용하여 먼 곳으로부터 온 주문을 해결하기도 한다가끔 이 많은 농장일을 다 처리하고 시간이 나면애완동물들을 보살피며 여유를 즐기기도 한다.

 

전 농장이 참여하는 이벤트도 열린다이벤트에서는 케이크 생산량 40만 개 달성과 같은 공동의 목표가 제시되고개개 농장에서 열심히 케이크를 만들어 납품을 한다목표를 달성하면 모두에게 응분의 보상이 돌아간다재미있는 것은 케이크를 100개 만들어 낸 사람이나 10개 만들어낸 사람이나 모두 똑같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최대한 적게 만들고 보상은 똑같이 받는 게 이익이라 생각할 수 있다무임승차의 요인이 있는 셈이다그래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최소 기준을 제시한다예를 들어 최소한 케이크를 5개 이상은 만들어야 공동의 목표 달성에 기여한 것으로 보고 보상을 제공해준다적절히 무임승차를 막으면서도 적절히 협동하게 하는 흥미로운 시스템을 볼 수 있다.

 

게임을 하면서 신뢰와 협동에 관해 배우고 있다는 구차한 이야기는 덧붙이지 않겠다게임을 통해 수확과 생산에 필요한 노력과 그로부터 나오는 기쁨을 배운다는 구차한 이야기는 덧붙이지 않겠다다만한번 해보시라는 말과 내 농장에도 놀러오시라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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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가 필요해!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매일 밤 맥주 한 캔과 밀린 드라마 보기로 스트레스를 푸는 주제에 숨겨진 취향이라며 묵은 드라마를 꺼내자니 좀 민망하긴 하나 시즌 3까지 기다리며 아껴봤던나름 혼자만의 은밀한 시간을 즐기게 해준 드라마를 소개한다사실 맥주 한 캔으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만...

 

드라마란 자고로 멋진 남자와 삶의 환상을 간접 체험하게 하는 마약 같아야 한다고교훈이나 사회고발 따윈 다른 프로그램에서 다루면 된다고 생각한다드라마를 보는 시간은 피로한 일상의 일탈이어야 하는 거지그런 의미에서 로필은 연애에 대한 적절한 환상과 미끈한 남자배우를 감상할 수 있게 해준 최적의 휴식이었다.

 

내가하면 로맨스남이하면 스캔들스캔들이라도 어떻게 좀...”

예쁘고 젊은 것(!)들이 노처녀행세를 하며찌질하다고 묘사되지만 사실상 주변에서 볼 수도 없는 멋진 남자들과 벌이는 연애사를 감상하는 동안 동일시 착각과 인지부조화속에 나름 행복할 수 있었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그때 저런 마음이었구나” “~~ 나 같으면 절대 저런 선택은 안하지!” 등등

 

스캔들이든 로맨스든 인생에서 뭔가 새로운 일탈을 꿈꿀 여유도능력도 없어진 중년의 여인에게 필요한건 잔인한 현실을 자각케 하는 것이 아니라 환상이라도 즐기는 거다로필은 그런 의미에서 그나마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일탈인게지그 이상은 공개불가친구들과 사후 대비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내가 돌연사하면 가장 먼저 내 컴퓨터 하드를 포맷해줘” 긴긴 여름밤오늘도 티비 앞에서 컴퓨터를 끼고 맥주캔을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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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07 / 21 강세진,김수현,김승한

여름 휴가철을 맞이하여 새사연이 새로운 기획을 준비하였습니다! 새사연 연구원들은 연구를 잊은 빈 시간을 어떤 걸 하면서 보낼까요? 복잡한 현실에서 벗어나 한 템포 쉬어가자는 의미에서 교훈도, 시의성도 없는 아주 '사적인' 글들이 7월 넷째 주 한 주간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즐거운 휴가 보내세요! (편집자 주)

 

 

 

[새사연 여름기획특집] 숨겨진 취향 vol.1 


강세진, 김수현, 김승한 

 

 

 

 

 

정주행은 기본, <덴마> 따라잡기

강세진/새사연 이사

 

네이버 웹툰 <덴마>는 흐지부지조기종결의 화신 양영순이 햇수로 무려 5년을 연재 중인 작품이다. ‘특수능력을 지닌 악당 덴마가 꼬마의 몸에 갇혀 우주택배 업무를 하며 겪는 기상천외한 모험이야기라는 담벼락 글과 유아틱한 썸네일을 보고 돌아서면 반드시 후회한다일부러 독자를 늘리지 않으려는 양형의 술수(?)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묘미는 정신없이 스토리를 따라 가다 보면 처음 보는듯한데 낯익은 누군가가 등장하여 다시 앞부분을 뒤적이면 요놈이 2년 전 에피소드에서 잠깐 등장했던 엑스트라였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스토리가 어려운 건 아닌데 한 번 봐서는 알쏭달쏭하고 여러 번 읽어야 제대로 파악이 가능하다대사를 지닌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서로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고 몇 년 전의 사소한 소품이 현재 에피소드의 복선(독자들은 떡밥이라고 함)임이 드러나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2년 전에 이걸 그리면서 참말로 지금 이 장면에 등장시키려고 미리 플롯을 짰단 말인가정주행 한 번에 캐릭터와 캐릭터의 사연을 익히고정주행 두 번째에 시공간의 어렴풋한 윤곽을 이해하고정주행 세 번째에 각 에피소드의 전후관계를 조금씩 파악할 수 있다부작용은 네 번째 정주행부터는 모든 선 하나하나가 떡밥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써 놓고 보니 무진장 어려운 만화처럼 여겨지는데 각각의 에피소드는 어렵지 않다양영순 특유의 아기자기한 개그와 깔끔한 그림체가 어우러져 가볍게 볼 수 있다가끔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은 덤이다.

 

첫 번째 에피소드였던 파마나의 개에서 출발한 <덴마>는 지금 2부의 두 번째 에피소드인 콴의 냉장고가 진행 중이다지난 714일 게재된 콴의 냉장고’ 175화는 전체 스토리의 710화에 해당한다점점 여러 떡밥들이 떡밥이었음을 커밍아웃하면서 스토리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라는 짐작이 들지만 장담할 수 없다독자의 모든 예상을 빗나가게 하는 <덴마>이니까독자들의 수많은 예상과 그 예상이 틀렸다는 것이 드러날 때의 쾌감(?)을 느껴보는 것도 자그마한 재미이다댓글을 놓치지 말자.

 

여름밤잠 못 이뤄 뒤척인다면 <덴마>가 좋은 친구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그럼 명대사를 끝으로...

 

목표가 생기면 무작정 달려들어야지실패를 두려워 할 여유 같은 건 없을 때니까.” - <야엘 로드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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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의 성난 사람들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오래된 영화를 보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특히 오래된 흑백영화의 경우 지금과 다른 화면 때문인지 졸거나 영화 보기를 포기할 때도 종종 있다하지만 화려한 화면은 없지만내용과 연출력배우들의 연기력을 무기로 한 흑백영화들 중에는 지금 봐도 충분히 즐겁고 감동적인 영화들도 많다.

 

“12명의 성난 사람들(12 Angry Men)”도 그런 영화 중 하나이다. 1957년에 나온 이 영화는 살인사건에 대한 재판을 배경으로 한 흑백영화이다법정 영화이지만 주인공은 변호사나 검사판사가 아니다. 12명의 배심원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다영화는 판사를 앞에 두고 검사와 변호사의 최후변론이 끝나는 시점에서 시작된다검사는 한 소년을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이라고 강력하게 주장한다그리고12명의 배심원들은 지금과 같이 무더운 여름 이 소년의 유죄와 무죄를 결정하기 위해 조그만 한 방에 마주앉는다.

 

여러 가지 직업을 가졌으며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배심원들 대부분은 처음에는 이 재판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방은 검사의 의견을 따라 유죄가 확실하다는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으며어떤 이는 얼른 이 살인자를 유죄 판결하고 야구를 보러 가야 한다고 말한다하지만 만장일치로 하나의 의견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 명의 배심원이 소년의 무죄를 주장한다그는 증거와 증언들을 검토해 보았을 때 소년이 살인범이라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하며 다른 배심원들과 대립한다.그리고 이로 인해 배심원들은 스스로 재판에서 다루었던 증거와 증언들을 하나하나 검토하면서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가진다.

 

이 영화는 우선 재미있다. 50년도 더 된 이 흑백영화는 방이라는 한정된 공간만으로도 흥미진진한 영화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작이다리메이크되고 패러디된 것은 이 영화의 내용이 그만큼 우수하고 재미있기 때문일 것이다또 하나 좋았던 점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과는 다른 한 사람의 인생을 담보로 서로 대립하고 설득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민주적인 토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나 자신은 이 12명 중 어떤 사람에 가까울까?”라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는 것도 이 영화를 즐기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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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찍기

김승한/새사연 인턴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접해 본 사진기는 이제 내 인생에 있어 일종의 동반자 같은 존재가 되었다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보며 초등학교 5학년의 어린 나이에 나는 사진 찍기의 매력에 흠뻑 빠졌었다.

 

자전거를 타고 한적한 시골 마을길을 방황한다방황이란 표현이 딱 적당하다이렇다 할 목적지가 없으며 필요하지도 않다시골 마을길을 구석구석 다니며 상쾌한 공기와 자연을 마음껏 느끼다가 시선을 끄는 대상 앞에 멈춰 선다카메라를 통해 그 대상을 마음껏 표현해낸다대상 자체에 대한 객관적 묘사도 좋으나 내 느낌생각을 표현하려는 시도가 사진 찍기의 재미를 더한다스마트폰 카메라와는 다르다스마트폰 카메라가 다 담을 수 없는 사진 찍기의 묘미가 존재한다.

내가 선택한 여행지가 복잡한 도심 한 가운데든차 한 대 없는 한적한 시골이든사진을 통해 그 순간 내가 있는 위치와 시간 같은 객관적 사실부터 그 순간의 내 감정과 느낌을 모두 생생하게 간직하고 기억할 수 있다지치고 힘든 우리 삶에 달콤한 휴식도 좋지만 사진을 찍으며 힘든 삶 자체를 간직하고 즐기는 것 또한 여유롭게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많이 바빠져서 사진을 찍으러 나갈 여유를 갖지 못했다이렇게 바쁘고 여유가 없을 때야 말로 잠시 쉬어가며 내 생활을 정리하기 딱 좋은 시기일 것 같다혼자가 되어도 좋고 친구 한 두 명이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올 여름엔 산이든 바다는 사진기를 매고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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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07 / 17 김승한/새사연 인턴



새사연 새일상(2) <분노의 숫자>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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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만큼이나 뜨겁고 무더웠던 지난 7월 8일 화요일대전시 탄방동의 icoop 한밭생협에서 새사연의 이은경 연구원과 함께 하는 <분노의 숫자강연회 및 대담회가 있었습니다날도 덥고 이른 시간이라 열여덟 분이 모인 비교적 작은 규모의 자리였지만 강연회와 대담회의 열기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웠습니다.



불평등

 

이 날의 주제는 다름이 아닌 불평등’ 이었습니다강연회와 대담회는 <분노의 숫자>를 통해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이에 대한 의견을 함께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1990년대 중후반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심화되었습니다외환위기는 한국 경제가 신자유주의로 방향을 전환하여 극심한 불평등의 늪으로 우리 사회를 인도했습니다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대기업 감세 정책은 트리클 다운’, ‘낙수효과를 외치던 신자유주의자들의 의도를 비웃기라도 하듯 침체된 경제를 야기했습니다.정책의 도움으로 이윤을 확대한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의 확대를 하지 않았고 생산한 제품이 소비되어지지 않아 경제침체로 이어졌습니다또한 기업이 노동자의 임금으로나 세금으로도 그들이 취한 이윤을 나누지 않고 있는 현상이 심각한 사회안전망의 부재로 이어지고 있습니다충분한 임금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목돈이 들어갈 상황을 맞아 쉽게 빈곤층으로 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불평등은 경제성장을 가로막습니다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대안이 아닙니다전 세계적으로 이미 시장만능주의와 신자유주의를 폐기하고 재산과 소득을 재분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그러나 아불행히도 대한민국은 해당사항이 없습니다한국 사회가 이 점을 자각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벗어날 정도의 홍역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

 


강연회

 

이번 모임은 이은경 연구원님의 강연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한국사회를 숫자로 보자라는 <분노의 숫자>의 집필 목적에 대한 간단한 설명 후한국 사회의 모순점들을 분석해보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아보는 순서로 강연은 진행되었습니다강연은 처음부터 끝까지 참석해 주신 분들께서 쉬지 않고 반응해 주실 만큼 많은 공감과 이해로 에너지가 넘쳤습니다참여해 주신 분들께선 한국 사회의 안타깝고 답답한 현실과 모순점들을 구체적인 수치와 함께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이해하셨고 또한 진심으로 분개하셨습니다강연 중 큰 공감과 호응을 얻었던 부분들을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복지의 시장화


복지의 시장화는 우리나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크게 교육보육의료 세 가지 사회적 서비스가 시장의 영역에 포함되는 것입니다우리나라는 국가가 복지에 돈을 쓰면 쓸수록 시민들도 돈을 같이 더 쓰게 되는 아이러니 한 복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국가는 현명한 예산 관리를 하지 못해 예산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노인복지와 같은 부분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실정입니다국가 지원 예산이 엉성한 규율로 인해 사기업의 주머니로 고스란히 들어가는 현상을 막지 못해서 일어난 폐해입니다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세계 청소년 스트레스지수 1위라는 수치로 나타났습니다첫 직장이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는 생각도 우리 사회 전체에 이미 만연합니다.의료형식적인 보육의 문제는 한국 사회의 사회적 서비스를 형식적 서비스로 만들어버린 주요 원인입니다.

 

 

뿔 키우기(합리적 비합리성)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뿔 키우기, ‘합리적 비합리성’ 입니다사실 이것을 한국 교육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의 근간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합리적 비합리성의 핵심 내용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높은 기준이 당연한 것으로 사회에서 받아들여진다는 것입니다큰뿔사슴들이 힘의 상징인 뿔을 키우는 데에만 열중하여 자신들의 모든 에너지를 뿔 키우는 데에만 쏟았듯이 한국 사회에서 학위라는 가치에 합리적 비합리성이 들어가면서 석사박사유학 등 교육에 대한 무조건적인 집중이 과도해졌습니다.사람들은 배움에 대한 본래 가치와 의미를 상실한 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습니다교육을 넘어서 직장도 이미 합리적 비합리성의 영향력 안에 있습니다. 20대가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사회에 나가 일을 하지 않습니다첫 직장이 인생 전체를 좌우한다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 오래입니다합리적 비합리성의 특성상 한 번 경쟁의 물고가 터지면 합리적 비합리성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납니다우리는 이런 현실을 확실히 자각해야 합니다큰뿔사슴들은 계속해서 뿔을 키우다가 결국 멸종을 맞이했습니다.

 

 

대담회

 


이어진 대담회에서는 강연회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습니다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선 대담회 내내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자세로 참여하셨습니다모두들 강연회에서 듣고 느낀 바에 대해 자유로운 의견들을 펼치셨고 우리나라 사회의 여러 문제점들과 그에 따른 다양한 해결책들을 나누었습니다대담회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우리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공감이 필요하다생협의 조합원들의 소득 수준은 좋은 편이므로 진정한 공감이 없이는 한국 사회의 모순들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고용을 늘려야 경제가 살아날 것이지만 고용의 확대를 대기업에게 강제할 수는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사실 경제가 어느 정도 돌아가면 기업이 고용을 늘려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비정규직이라는 교묘한 수를 쓴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의 모순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겠는데 이에 대해 시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정책의 중간과정들을 알 수 없고 일반인의 입장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그렇다보니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어야 하는 이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직선제가 시민권력의 최종결과라고 생각하고 안심했었다그 틈을 타고 신자유주의가 들어서는 것을 우리는 경계하지 못했다정책적인 부분에 나 자신의 의견을 내야지 대의민주주의가 시민주체의 끝이 아니다대의민주주의로 뽑은 후보가 국민의 뜻을 반하고 있다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직접민주주의참여민주주의이다.”

 

-“삶이 어려워지면서 시민의 정치참여도가 감소했다.”

 

-“노인돌봄서비스를 시행하면 좋을 것이다일본이라는 성공사례가 있는데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지원이었다정책을 개발했을 때 담당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조직의 존재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네트워킹이 너무 약하다구체적인 분야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단체들은 있지만 이 단체들을 연합시키는 축이 없다.”

 

이와 같은 의견들을 비롯해 대담회 시간엔 다양한 의견들과 생각들이 나왔습니다그 동안 내 나라 사회에 대해 혼자만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서로 나누며 사회를 보는 관점들을 공유하고 다시 한국 사회의 부조리에 맞설 힘을 충전해 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하는 강연이었고 주중에 이루어진 시간이었기 때문에 참석해주신 분들이 비교적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이날 강연회와 대담회를 통해 한국 사회의 모순을 향해 함께 분노할 수 있었습니다. <분노의 숫자라는 책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면서 몰랐던 사실들과 그 동안 안다고 생각하고 간과해왔던 사실들에 대해 다시금 인식의 끈을 바짝 조일 수 있었습니다또한 강연회와 대담회 시간 동안 참석해주신 분들의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정 역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이 열정이 더 나은 사회를 여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서로 나누며 힘을 얻어갈 수 있었던 시간무더위를 잊을 만큼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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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05 / 28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현장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인터뷰, 현장 답사 및 관찰 등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현실에서 연구 방향을 찾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연구 목적을 찾아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것이 바로 새사연이 지향하는 연구이기 때문입니다. 

'공존공생’은 더불어 사는 삶을 지향하며, 협동조합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팟캐스트입니다. 미디어콘텐츠창작자협동조합(MCCC)이 제작하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이수연 연구원과 한겨레 신문의 박기용 기자가 진행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장보고서 - 공존공생이 만난 협동조합’은 팟캐스트‘공존공생’을 통해 만나본 협동조합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약초라고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많은 이들이 한의원한약쓴 맛과 냄새 등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하지만 예쁜 붉은 색을 띠고차로 우려내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오미자도 사실은 약초란다소엽이라 불리는 보라색 깻잎이나 생강도 약초에 해당한다고 한다우리가 흔하게 먹는 풀과 열매들 중에 실은 약초인 것이 많다.

이풀약초협동조합은 약초를 키우는 농가들이 모여서 만든 생산자 협동조합이다. ‘이풀은 이로운 풀의 줄임말이다설립의 주축은 한국생약협회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약초에 대한 전문성과 애정을 키워온 노봉래 이사장과 문정희 상임이사였다. 2013년 7월 창립총회를 했으며현재 조합원은 17명에 출자금은 5000만 원이다조합원으로는 약초 농가인 생산자 조합원이 10소비자 조합원이 5그리고 공존공생과의 인터뷰에 응해준 노봉래 이사장과 문정희 상임이사가 2명의 상근자로 속해 있다.

 

우리나라의 약초 재배 농가는 3만 가구약초 산업 생산액은 3000억 원이라고 한다약초는 정확하게는 약용작물을 말하는데대표적인 것이 인삼이다인삼과 그 외의 약용작물의 생산 규모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약용작물보다 넓은 범위로 특용작물이 있다특용작물의 대표로는 버섯녹차담배 등이 있다.

 

 

한 때 주요 수출 상품이었던 약초수입산에 밀리는 현실

 

박하 아시죠박하사탕 만들 때 쓰는 박하요그게 우리나라 195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때는 수출주도 상품에 하나였어요박하 기름을 수출했거든요그때는 그렇게 많이 박하를 재배했는데지금은 국내에서 생산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그렇다고 박하가 필요 없어진 것도 아니거든요여전히 꼭 필요한 약초예요국내에서 사라져가는 약초들을 부활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문 상임이사에게 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이유를 묻자약초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야기해주었다약초 산업 생산액은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인삼을 제외하고 나면 대부분의 농가들이 남는 자투리 땅에 약초를 재배하는 식이라서 통계에도 명확하게 잡히지 않고정책적 측면에서도 소외되고 있다고 한다약초 재배 농가 3만 가구 중에서 약초를 전업이나 주업으로 재배하는 농가는 10%도 안 된다고 한다게다가 수입 약초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국내 약초 재배 농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약초 재배를 부활시키려면 약초가 제값을 받고 팔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해요약초는 가공과정이 중요하죠가공하지 못하면 약초의 역할을 할 수 없으니까요그런데 이런 특수성 때문에 생산자들은 제 값을 잘 못 받고 있어요그래서 생산자들이 힘을 모아서 가공과 판로개척을 함께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요.”

 

 

협동조합과 협회의 차이는?

 

그렇다면 사실 기존의 한국생약협회도 약초 농가들을 위한 단체인데굳이 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특히 그 협회에서 일하던 두 사람이 따로 나와 협동조합을 만든다니 그 이유가 더욱 궁금해졌다노 이사장은 한국생약협회의 사무총장으로 10년을 일했고문 상임이사는 협회보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여 20여년 동안 협회의 다양한 실무를 손수 맡아왔다두 사람 모두 우리는 약초산업에 청춘을 바쳤다.”고 말할 정도이다.

 

한국생약협회는 사단법인 형태의 민간단체입니다사단법인과 협동조합의 목적은 다릅니다사단법인은 비영리 기관지만협동조합은 영리 기관이죠그래서 협동조합은 영리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협회에서 일할 때는 주로 약초산업과 관련된 정책개선 활동을 했습니다그것이 협회의 역할이었습니다하지만 진짜 현실에서 무언가 바꾸고 싶다는 아쉬움이 늘 있었죠약초 농가들과 직접 뛰면서 일하고 싶은 그런 마음이요그러다가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협동조합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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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 05 / 12 이은경/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생활인을 위한 연구'라는 모토의 실현을 위해 일상과 사회를 보다 효과적으로 연결시키는 보고서, '새일상'으로 회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새일상'은 '일상 새롭게 들여다 보기'의 줄임말로서, 생활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 보다 일상적인 언어로 풀어내고자 하였습니다. '새일상'은 새사연의 기존 보고서들과는 다르게 홈페이지에 전문 게재됩니다.(편집자 주)  



새사연 새일상(1)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장면 1.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내용


[그림 1] 박근혜 정부의 규제개혁 관련 포털 기사들

 



포털에 ‘박근혜 정부 규제개혁’으로 검색을 하면 매우 많은 기사들이 쏟아진다. 세월호 침몰 사건 이후 그 기세가 약간 꺾이기는 했지만 ‘규제완화’가 박근혜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 중 하나라는 것만은 확실하다.



장면 2. 손톱 밑 가시?


[표 1]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기업현장애로 개선방안1

 * 공장을 위해 공원에 도로내기

 * 상수원보호구역 공장 허용

 *수도법 시행령에 대한 유권해석에 따라 상수원보호구역이 지정된 지역에      

   이미 설립된 공장의 매수인 및 경락인 등에 한하여 공장 증설 허용

 *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완화

 


 

[그림2]기업현장애로 개선방안』 보고 中 공장을 위해 공원에 도로내기 

 




박근혜 정부에서는 규제완화를 위해 작년 9월 "민간합동규제개선추진단"을 만들었고 올해 3월 101건의 ‘손톱 밑 가시’를 척결했다는 성과보고를 했다.


위의 표와 그림에서 보다시피 내용 대부분이 공장건설과 지역 개발을 위한 규제완화로 환경과 안전,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기본 규제들을 앞장서서 없애고 있다.



장면 3. 어디서 많이 본 장면들


“이명박 정부 대불산단 전봇대 뽑아”
“이명박 대통령 하루 200대 톨게이트 개선”


혹시 위와 같은 뉴스 타이틀을 기억하시는지.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가 ‘손톱 밑 가시’로 바뀌었을 뿐, 상황은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의 실상은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의 실현이 대부분이었고, 그 결과 이명박 정부 기간 내내 대기업집중과 토지 개발, 수도권 집중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으며, 각종 안전사고들이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표 2]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뽑기’ 관련 내용


법인세 인하 → 대기업 대규모 감세

제 2롯데월드 허가 → 삼성동 아이파크 아파트 헬기 충돌 사고 등 안전성 문제 심각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 대기업 문어발식 확장 및 골목상권까지 침입

개발제한구역 해제 → 토지이용 규제완화와 4대강 사업추진

방송 산업 진입규제 → 종편 허용


장면 4. 규제완화의 탈을 쓴 의료민영화


[표 3]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中 의료민영화 관련 내용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 허가절차 간소화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 임상시험방법 개선

의료광고 규제방식이 포지티브(Positive System)방식에서 

  네거티브(Negative System)방식으로 개선

혈압계 검정절차 간소화

체외진단분석기용 시약 물질보건자료 작성?비치 의무 면제

의료기기 전파관련 인증절차 개선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 이후 박근혜 정부도 규제완화를 계속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다르게 정부는 규제완화를 앞세운 의료민영화를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3월 20일 발표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진단용 의료기기를 쉽게 허가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했고, 의료광고에 관한 규제 역시 대폭 완화됐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에 제출한 "기업하기 좋은 환경조성을 위한 규제개혁 종합건의"에서는 핵심 10대 규제개혁과제 중에 의료민영화에 관한 규제내용이 다음과 같이 4개에 달한다. 



장면 5. 의료광고 전성시대


여기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의료광고 규제완화이다. 의료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료민영화는 2005년 참여정부시절 처음 제기되었고 그 이후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쳐왔다. 하지만 사소한 것으로 보였던 규제들은 서서히 없어져 왔고, 대표적 사례가 2007년에 통과시킨 의료광고 허용이다. 그 결과는 의료광고는 죽어가던 광고시장의 단비가 되었다. 지하철, 버스, 인터넷에 가장 많은 광고는 의료광고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달 만에 10키로 감량”, “팔자주름 한번 치료로 90살까지”, “수술 다음날 출근 가능” 등등 과장 허위 광고가 넘쳐나고 성형과 미용은 이 시대의 필수품이 되었다. 이번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는 그나마 내용과 방법을 할 수 있는 몇 가지로 정해놓았던 것을 일부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일어나서 잠들기까지 의료광고의 홍수 속에 생활하게 된 것이다. 


의료광고를 허용하자 너도나도 광고를 시작했고 성형이나 비만을 넘어 당뇨, 고혈압, 감기와 같은 필수 치료과목까지 광고에 가세했다. 그 결과, 광고는 디폴트가 되었다. 광고를 하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이다. 그 효과는 광고를 해야만 하는 의료기관도 힘들고 그 비용을 온전히 담당해야 하는 환자도 힘들다. 더 큰 문제는 과장, 허위 광고로 인해 환자 안전마저 위험해진다는 것이다. 심각한 성형수술 및 다이어트 후유증, 다른 나라의 몇 배가 넘는 검진과 수술 등은 과도한 의료광고가 초래한 결과이다. 


이런 것이 규제완화의 본질이다. 규제는 불필요한 걸림돌이 아니라 사회의 안전, 공정, 환경,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기본 규율이다. 기업과 고소득층이 정당한 세금을 내고, 공장이 기본 안전설비와 작업 환경을 준수하고, 선박회사가 안전을 위해 선박관리와 운영의 기본 수칙을 지키는 것 등은 손톱 밑 가시가 아니라 이 사회의 ‘생명줄’인 것이다. 


의료는 어떠한가? 환자들은 내가 MRI를 찍어야 하는지, 갑상선 암수술을 받아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다. 약을 먹으라면 먹어야 하고 수술을 받으라면 받아야 한다. 돈도 매우 많이 든다. 생명에 필수적이면서도 스스로 알아서 ‘현명한 소비’를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는 공공이 돈을 대고, 공공이 합리적 시스템을 만들어서 공급한다. 이를 시장에 맡기면? 미국과 같이 국내 총생산량의 18%를 의료에 쓰면서도 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5천만명에 달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규제완화, 민영화가 가져올 한국의 미래이기도 하다.



장면 6.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 분노하는가?


우리는 대불산단의 전봇대에 분노하고, 복잡한 행정서류에 분노한다. KTX 직원월급 6천만원에 분노하며 눈치만 보는 공무원에 분노한다. 레이건이 작은 정부,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사용했던 전략은 ‘복지퀸’이었다. 부당한 방법으로 복지혜택을 듬뿍 받아서 캐딜락을 몰고 다니는 흑인여성의 사례로 분노를 자아낸 것이다. 하지만 실제 그런 여성은 없었고, 이와 같은 복지퀸 전략으로 결국 레이건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의 배경에는 선원들의 비도덕성이나 부실한 관리감독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저가경쟁으로 수익을 위해 안전을 내팽개쳐야 하는 선박산업이 있었고, 그런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각종 규제를 완화했던 행정부가 있었고,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기관을 고위직 공무원으로 채운 회전문인사가 있었고, 비정규직과 파견노동을 합법화했던 노동법이 있었다. 사회의 이런 규율들을 제정하고 관리감독하는 것이 행정이며 정부의 역할이다. 이런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분노하고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국사회는 정작 중요한 것들은 놓치면서 사소한 것들에만 분노해온 것은 아닐까?


여기, 김수영의 시를 한 편 소개한다.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김수영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우리의 분노가 사소한 것이 아닌, 잘못된 시스템과 구조에 대한 개혁에의 분노로 바뀌기를, 세월호 참사의 영정들 앞에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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