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6 / 04 김수현/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한국은 대외적으로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경제성장률도 회복도 상대적으로 빨랐으며고용률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가깝게 회복되었다특히실업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낮다지난 이명박 정부는 2012년 이후40만 명 이상 늘어나는 취업자 수를 성과로 지적하며 이미 금융위기의 충격은 해소되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하지만 노동시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많은 숙제들이 남아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용률 회복의 이면에는 공공근로나 저임금비정규직 일자리와 같은 좋지 않은 일자리 증가와 자영업자의 증가가 상당 부문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청년층의 고용률은 전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실업에 취약한 여성중고령자중소기업 노동자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당한 위험한 상황에 내몰려 있는데이들의 상당수는 고용보험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있으며일자리를 잃을 경우 더 나쁜 일자리에 직면하게 되거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늘 실직으로 인한 빈곤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실제 빈곤사회적 불평등양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이전부터 사회안전망 강화와 저소득층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보험 지원을 강조해왔는데지난 5월 2OECD 역시 이와 같은 취지의 보고서를 발간했다보고서에는 실직자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데특히 중고령자를 비롯 저숙련 노동자중소기업 노동자 등에 대한 지원 방안과 고용보험 적용 및 지원내용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은 실직자들에 대한 지원방안을 확대해야

(Korea should boost support for laid-off workers)

 

OECD

2013년 5월 2

 

OECD는 새로운 보고서에서 한국은 사회안정망을 강화하고실직자들이 더욱 빨리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지원방안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ack to Work: Korea"는 한국은 경제위기로 인한 최악의 결과는 피했으며실업률도 경제위기 이전인 3% 수준으로 다시 낮아졌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파산하거나 구조조정으로 인해 매년 일자리를 잃은 많은 노동자들특히 중고령 노동자들과 저숙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에서는 매년 20~64세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의 2.5%~5%에 해당되는 노동자들이 이처럼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는데남성(3.2%)보다 여성(3.8%)에서 그 비율이 약간 더 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실직자의 절반 이하만이 일년 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특히열악한 일자리나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중고령 노동자들의 경우 실직될 위험이 가장 큰 동시에실직된 이후에도 장기실업상태에 머물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실직자의 2/3이상은 이전과 동일한 일자리나 동일한 숙련을 사용하는 일자리에 종사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득은 새로운 일자리에서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일년 내 일자리로 돌아가는 실직자는 월평규 임금의 4% 하락,실질 연평균 총소득의 10% 하락을 경험하고 있었으며새로운 일자리에서는 정규직 계약을 할 가능성이 적어지고 사회적 급여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OECD는 한국에 다음과 같은 정책들을 권하고 있다. (※ 아래는 해당 보고서의 내용을 인용함)

 

○ 고용노동부 고용 센터에 직업상담사와 같은 직원들을 확충해 구직자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함

 

○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증명된 (특히실업기간이 짧은 노동자들에게 효과적인직업탐색훈련과 일자리 연계 서비스가 더욱 강조되어야 함

 

○ 단기에 스스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구직자들에게는 집중적인 지원이 제공되어야 함. 6개월 이상 실업상태에 있으면서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실직자들에게는 취업성공 패키지 프로그램의 1단계와 동일한 서비스의 제공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임

 

○ 최근 상담과 참여자 선별기능을 강화한 직업능력개발 계좌제(the Individual Training Account Programme)가 잘 정착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야 함

 

○ 실업자들을 위한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지금 있는 직업에서의 숙련도 향상보다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지나 대인관계와 관련된 숙련이나 수학 관련 숙련 등과 같이 포괄적인 숙련을 제공하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함

 

○ 구직활동에 대한 지원직업탐색훈련직업훈련을 포함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에 대한 더욱 엄격한 평가가 필요함개별 고용 센터나 지방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프로그램들 역시 평가 대상이며 모범사례는 다른 지역에서 시행될 수 있도록 전파함

 

○ 고용서비스를 제공에 있어 민간 취업알선기관의 역할 확대는 성과 측정 및 취업알선기관의 보상체계에 대한 신중함 검토가 동반되어야 함

 

○ 고용보험 준수율은 실업급여가 실직자들에 대한 소득보조금 제공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확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함그리고 중소기업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보조금을 주는 최근의 변화에 대해서는 고용보험 적용률 확대에 성공적인지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함만약 그렇지 못하다면적용률을 개선시키는 다른 방안을 찾거나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빈곤에 노출될 위험이 큰 이들 저소득 실직 노동자들을 기초생활보장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 보아야 함

 

○ 고용보험 적용률 확대에 덧붙여고용보험을 적용받는 노동자들이 실업자가 되었을 때 더 많은 이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함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oecd.org/newsroom/koreashouldboostsupportforlaid-offworker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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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5 / 28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지난 4월 IMF는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을 3.3%로 지난 1월 전망치보다 0.2%p 삭감하였다. 특히 영국의 전망치를 발표하면서 1월보다 0.3%p 하락한 0.7% 성장할 것이라 전망하며, 이례적으로 영국의 긴축정책을 강한 어조로 비판하였다. IMF 수석 경제학자인 블랑샤는 경제 전망을 묻는 SKY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낮은 성장률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긴축정책을 수정하지 않는 영국의 경제정책을 “불장난(playing with fire)”에 비유하기도 하였다.

 

아래는 영국 가디언(Guardian)에 실린 민주주의 측면에서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두 개의 칼럼을 소개한다. 하나는 캠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의 칼럼으로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지를 비판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기도 한 90세 노병의“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웠는가?”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그는 나치 독일과의 전쟁에서 목숨을 희생하면서 지키고자 했던 복지와 민주주의 가치가 신자유주의에 의해서 철저히 파괴되는 현실을 통탄하고 있다. 이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우 훌륭한 칼럼이다. 칼럼의 핵심 내용만을 간략히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전쟁이 끝난 후, 우리는 서구 세계를 혁명적으로 바꾸었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운동의 자유, 정당한 법의 절차, 그리고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사람들을 보호할 사회안전망 등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우리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지 않는 비용은 민주주의의 종말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의 종신형임을 알고 있다. 우리는 또한 건강보험 제도를 유지하지 못한 대가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 계급(two-tier) 사회로의 회귀임도 알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부의 비축량이 지구상의 모든 강물을 한데 합한 것만큼 방대한 세계에 살고 있지만, 정치인과 금융 기관, 그리고 대기업들은 더 이상 인권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다. 또한 그들은 건강보험, 연기금, 적정 임금, 노동조합, 그리고 사회안전망과 같은 사치를 누리고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말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는 돈이 부족하거나 빚 때문이 아니다. 바로 공동체보다는 장부에 충실한 시티의 은행가나 헤지펀드 관리자가 아니라, 국가의 구성원은 민중이라는 것을 정부가 약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조심하라오스본 총리

(Watch Out, George Osborne: Smith, Marx, and even the IMF are after you)

 

 

2013년 5월 8

장하준

가디언(the Guardian)

 

 

한편 장하준은 최근 영국의 긴축정책에 대한 IMF의 비판을 상기하며, “IMF로부터 긴축정책을 완화하라는 충고를 듣는 것은 스페인 종교 재판관에게서 이단자에게 더욱 관용을 베풀라는 조언을 듣는 것과 동일하다고 비판한다그만큼 IMF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긴축정책의 교리를 설파한 장본인이었기 때문이다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경제에 대한 IMF의 잘못된 처방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이는 놀라운 발전이다과거 30년 동안 IMF는 긴축정책을 전파하는 기수(standard-bearer)였다.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IMF는 당시 재정흑자를 유지하면서 GDP 대비 정부부채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였던 한국에까지 정부지출을 삭감하라고 강요하였다그때는 그 나라의 역사에서 이미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져, 5개월 동안 하루에 100개가 넘는 기업이 파산하던 시기였다재정정책이 황당하게도 긴축으로 전환하자재정적자는 더욱 심각해졌다.

사실 IMF는 감사기관인 IEO(Independent Evaluation Office)가 2003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1997년 IMF의 감독 및 경제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하기도 하였다. IMF의 경제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터무니없는 경제 전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IMF는 1997년에 한국경제의 1998년 성장률이 2.5%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러나 1998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6.7%였다. 9%p에 달하는 성장률 전망의 오류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보다 못한 무능력의 결정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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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5 / 07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의 시선 (19) 긴축이냐, 성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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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세계 경제 정책의 향방을 놓고 벌어지는 대토론

 

재정 긴축이냐, 아니면 성장이냐? 빚을 먼저 줄어야 하느냐, 아니면 경기부양부터 해야 하느냐? 2008년 금융위기로 온 세계가 침체에 빠진 후 지금까지 세계 경제 정책의 향방을 놓고 제기되는 주요 화두이다. 특히 요즘 다시 그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실 정치와 학계에서 모두 재정 긴축을 주장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의 대결이 팽패해지고 있다.

 

현실 정치에서는 특히 유럽 쪽에서 의견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 2012년 3월 유럽은 신재정협약을 통해 재정 적자를 GDP 대비 3%로 줄이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재정동맹을 맺었다. 하지만 최근 프랑스는 이를 지키기 힘들다는 의사를 표시해고, 프랑스 재무장관은 지난 1년 동안 긴축정책으로 인해 성장이 저해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독일은 재정 긴축이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중이다. 유럽연합의 경제 정책에 관한 입장 차이가 어떻게 귀결될지 궁금해지는 상황이다.

 

학계의 경우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라인하트(Carmen Reinhart) 교수와 하버드 대학의 로고프(Kenneth Rogoff) 교수가 재정긴축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대표적 학자였다. 하지만 최근 이들의 논문에 오류가 있었음이 밝혀지는 큰 사건이 있었다. 긴축을 반대하는 학자로는 노벨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교수가 대표적이며 그 외에 클린턴 행정부 출신의 브래드포드 드롱(Brandford DeLong), 래리 서머스(Larry Summers), 로라 타이슨(Laura Tyson) 등의 석학들과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의 마틴 울프(Martin Wolf)도 같은 입장을 강력히 피력해왔다.

 

학계의 논쟁은 현실 정치와도 밀접하게 이어진다. 유럽과 미국에서 재정 긴축을 주장했던 많은 정치가들이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도움을 많이 받아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논문이 오류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재정 긴축을 철회하라는 정치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라인하트와 로고프 논문의 오류를 두고 나타난 상반된 견해

 

과연 무엇이 답일까? 답이 있다면 모든 국가에게 적절한 것일까? 나아가 이 논쟁을 통해서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두 편의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하루 차이를 두고 발표된 두 글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어 함께 읽기에 흥미로울 것이다.

 

첫 번째는 미국 클린턴 정부에서 재무장관 차관보를 지냈고 미국경제연구소(NBER, 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연구원이며 캘리포니어대학교의 경제학과 교수인 브래드포드 드롱의 글이다. 우선 그는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논문을 비판한다. 정부 부채가 늘어나면 성장률이 줄어드는 경향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주장대로 GDP 대비 90%가 중요한 기점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기에는 정부 부채가 늘어나도 아무런 위험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금리가 높아지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높아지지 않고, 주식 시장이 하락하지 않는 한 부채가 늘어나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베네수엘라의 전 개발계획부 장관이자 미주개발은행(IDB, Inter-American Development Bank)의 수석 연구원이며, 하버드 대학교의국제개발센터 교수인 리카르도 하우스만(Ricardo Hausamann)의 글이다. 그는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논문에 실수가 있었을지 몰라도, 그 논문이 담고 있는 핵심 내용은 변하지 않는다고 옹호한다. 또한 경기침체기라고 해서 정부 부채의 수준을 무시해서는 안되며, 특히 신흥국의 경우 부채에서 외환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경우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재정 긴축자들의 주장은 지금의 미국 현실에서는 맞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그 외 대부분의 국가에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라고 비판한다.

 

 

정부 부채는 언제 위험해지는가?

(When Is Government Debt Risky?)

 

2013년 4월 29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브래드포드 드롱(J. Bradford DeLong)

 

지출을 감당할 만큼의 세금을 거둬들이지 못하는 정부는 결국 부채로 인해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그 국가의 명목 이자율은 올라가고, 채권 투자자들이 두려워하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다. 기업가들은 법인세가 올라가는 것을 두려워하며, 몸을 낮춘 채 기업의 부를 빼돌릴 궁리를 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정책 불확실성은 심해지고, 사회적으로 비생산적인 투자가 일어나면서 실질 이자율도 올라갈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확실해지면, 노동 분업이 위축될 것이다. 예전에는 가벼운 금전관계로 연결되어 있던 거대한 관계들이 개인적 신뢰나 사회적 계약 등에 의해 연결된 작은 네트워크로 세분화될 것이다. 노동 분업의 범위가 작아지는 것은 생산성이 낮아짐을 의미한다.

 

정부가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세입을 확보하지 못하면, 위와 같은 일들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하지만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때도 그러할까? 나와 다른 경제학자들 - 래리 서머스와 로라 타이슨, 폴 크루그먼 등 - 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라면, 기업가들은 정책의 불확실성이나 세금 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금리가 낮다면, 공공부문 투자를 감축해야 한다는 압박도 줄어든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과도한 부채는 디레버리징을 돕고 통화의 유통속도를 높여서 가치의 축적을 가져오고, 예금자들이 밤잠을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도와주며, 경제가 되살아나도록 한다.

 

간략히 말해 경제학자들은 단지 수량, 즉 정부 부채의 양에만 집중해서는 안되며 그것의 가격(역주 : 부채가 발생할 때 감수해야 할 비용)도 살펴야 한다. 채권 거래는 사람들이 상품, 현금, 주식을 구하는 과정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정부 부채의 가격은 인플레이션율, 명목 이자율, 주식시장의 수준이 된다. 이 세 가지 요인들은 현재 모두 좋은 상태로, 시장은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 부채를 바라고 있다.

 

라인하트와 로고프는 “부채 시기의 성장(Growth in a Time of Debt)”이라는 그들의 유명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거대 은행에 대한 구제금융은 침체를 막기 위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정부 부채가 장기적으로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고, 사회 보험 지출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말이다.”라인하트와 로고프는 “GDP의 90%가 공공 부채의 문턱”이라고 표현하며, 그 문턱을 넘으면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에서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라인하트와 로고프가 그들의 분석에서 저지른 주된 실수는 ‘문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문턱이라는 언어의 선택은 그들이 제시한 그래프와 함께 많은 혼란을 가져왔다. 워싱턴 포스트(Washington Post)는 (역주 : 재정 긴축 반대자들의 주장에 대해) 미국의 예산 적자와 정부부채를 두고 “걱정하지 말고, 기뻐해라(Don't worry, be happy)”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난했었다. 그 배경에는 “지속가능한 경제적 성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경제학자들이 문턱이라고 말한 90%를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깔려 있다.

 

하지만 연구에 의하면 2000년대 이후부터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증적 근거가 없다. “부채 시기의 성장”의 내용은 유럽위원회의 올리 렌(Olli Rehn)과 많은 이들이 “정부 부채가 GDP의 80~90%에 도달하면 구축 효과가 발생한다”는 잘못된 주장을 하도록 만들었다.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연구는 많은 이들이 믿는 것처럼 GDP 대비 부채가 90% 이하이면 경제가 안전하지만, 90%를 넘게 되면 성장은 위험에 빠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문턱은 존재하지 않는다. 라인하트와 로고프가 모수에 근거하지 않은 방식으로 만들어낸 결과일 뿐이다. 90%가 하위 그룹에 속하도록 데이터를 4개로 구분하였다. (역주 : 드롱은 부채 비율에 따라 50% 미만, 50~100%, 100~150%, 150~200%의 그룹으로 나누어 재분석하였다. 라인한트와 로고프의 논문은 부채 비율 30%에서 90%까지만을 4개 그룹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 전체적으로 GDP 대비 부채가 증가할수록 성장률은 점차적으로 완만하게 줄어들었다. 80%와 100%의 차이는 매우 미미했다.

 

라인하트와 로고프는 높은 부채와 낮은 성장 사이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부채가 위험이 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조사해야 하는 신호라고 말한다. 어떤 경우는 그럴 수 있다. 부채와 성장 사이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국가들 중 일부는 이자율이 높아지고 주식시장이 하락 중인 상황이었다. 이들은 GDP 대비 부채가 높았으며 실제로 낮은 성장률을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높은 국가 중 정부 부채가 높은 경우도 성장률이 하락하는 상관관계를 보인다. 하지만 이런 국가들은 이미 성장이 정체된 상황이었으며, 래리 서머스가 계속 주장하듯이 GDP 대비 부채가 높아지는 것은 분자(부채)의 문제가 아니라 분모(GDP)의 문제로부터 나온 결과이다. (역주 : 성장이 정체되어 GDP가 낮아지면서 분모가 줄어들어 전에 비해 부채 비중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금리가 낮고, 인플레이션도 없고, 주가가 상승 중이며, 이전까지 건강한 성장을 해온 국가들의 경우 부채와 경제성장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의 여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렇다. 이자율과 인플레이션율이 정상 수준보다 높아지고, 주식시장이 하락하기 전까지는 정부 부채가 조금 더 축적되어도 전혀 위험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바로 지금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 - 낮은 고용과 약해진 경제력 -을 해결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적 가능성이 존재한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the-impact-of-public-debt-on-economic-growth-by-j--bradford-delong

 

 

 

 

누가 거대한 나쁜 부채를 두려워하는가?

(Who's Afraid of the Big Bad Debt?)

 

2013년 4월 30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리카르도 하우스만(Ricardo Housmann)

 

얼마 전 주요 언론을 통해 전해진 경제학자들 사이의 논쟁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논쟁의 한 편에는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가 있고, 다른 한 편에는 폴 크루그먼이 있었다. 최근의 일들은 텔레비전 코메디 쇼에 사용되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로고프와 라인하트가 2010년에 발표한 유명한 논문이 문제였는데, 높은 공공 부채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머스트의 매사추세츠 대학의 대학원생 토마스 헌던(Thomas Hordon)과 그의 교수인 마이클 애쉬(Michael Ash), 로버트 폴린(Robert Pollin)은 논문을 통해서 로고프와 라인하트의 주장에 의문을 던졌고, 폴 크루그먼이 이를 유명하게 만들어줬다.

 

헌던, 애쉬, 폴린은 라인하트와 로고프가 얻어낸 결과가 코딩 에러와 미심쩍은 방법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같은 트집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들의 주장은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논문 내용을 완전히 반박하지는 못한다. 대체 왜 이렇게 소란들인지 이해할 수 없다.

 

이 논쟁은 매우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적자 축소와 경기부양 사이에서의 선택에 있어서 많은 의미를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이 논쟁은 케인즈주의자와 (크루그먼의 표현에 의하면) “긴축주의자(Austerians)”, 즉 정부 부채를 막기 위해 재정 긴축을 주장하는 이들 사이의 논쟁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케인즈주의자들의 처방은 간단하다. 경제가 침체되면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하고, 경제가 과열되면 지출을 줄이고 세금을 올려서 경기를 가라앉혀야 한다. 공공부채의 수준은 올라갈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으니, 정책가들이 여기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특히 미국과 영국을 보면 그렇다. 높은 재정 적자와 부채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은 억제되고 있으며 장기 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추세이다. 경기를 부양하고 미래에 투자하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흥미롭게도 라인하트와 로고프도 위와 같은 제안에 광범위하게 동의했다. 적어도 미국에 대해서만은 그랬다. 그들은 심지어 주택담보대출을 상각하고 인플레이션을 높이기 위한 이단적 정책을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논문은 전혀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다. 높은 수준의 공공 부채가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관해 다루고 있으며, 결론적으로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결론은 정부 부채 수준은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크루그먼의 주장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한다. 크루그먼은 경제가 침체상태라면, 부채가 증가해도 금리는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소위 “채권 자경단(bond vigilantes)” 불리는 이들에 의한 투기적 공격에 대한 두려움은 잘못된 것이라 주장한다.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논문은 높은 공공 부채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관점을 담고 있으며, 전 세계를 포괄하는 증거를 제공하고 있다. 부채가 높은 국가들은 취약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논쟁은 경제 침체기에는 정책가들이 부채 수준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관해서는 잘 이야기하지 않고 않다. 실제로 거대한 나쁜 부채가 존재한다. 그러한 사례는 세계에 널려 있다. 이 부채는 늑대 같아서 언제 굴에서 나와서 혼란을 만들지 알 수 없다.

 

스페인을 생각해보라. 2008년 위기가 터졌을 때, G20은 그해 11월에 각 국 정상들을 소집하였고 케인즈주의자들의 처방을 따르기로 합의했다. 모든 국가들이 재정 확대를 하여 경제를 부양시켜서 침체를 뚫고 가기로 합의했다. 당시 스페인의 재정장관인 페드로 솔베스(Pedro Solbes)는 재빨리 공공 부문의 투자와 지출을 늘렸다.

 

하지만 2009년 봄이 되자 솔베스는 정반대의 길로 돌아섰다. 세수가 급감하고 지출이 팽창되자, 정부는 거대한 적자를 떠안게 되었고, 국채 가격은 급락했으며, 금리는 치솟았다. 정부는 적자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금융의 역사는 이와 비슷한 사례로 가득 차 있다. 1994년 멕시코, 1998년 러시아, 1999년 에콰도르, 2001년 아르헨티나, 2002년 우르과이, 2003년 도미니크 공화국, 1976년 미국. 모두 경기 침체와 실업율과의 싸움이었으며, 재정 적자에 빠져 어려움을 겪었다. 사실 한 국가가 이러한 위기에 빠졌을 때, 재정을 축소하는 것은 재정건정성을 강화하고 금리를 낮춤으로써 결국은 경기 확장으로 이어지게 된다.

 

크루그먼이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논문에 대해 말하는 것 같은, 긴축주의자들과 케인즈주의자 사이의 논쟁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 대해서는 적절성이 떨어진다. 크루그먼은 재정 정책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내용을 말하지 않았다.

 

정부 부채의 수준은 중요하다. 특히 부채의 통화 구성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 미국은 자체 통화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들이 부러워할 만한 위치에 있다. 연방준비은행은 정부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달러를 찍어낼 수 있다. 게다가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로 매우 특수한 위치에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로 적자를 감당할 수 있다. 엄청난 공공 부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충분히 엔화를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페인의 부채는 유로화이다. 스페인은 유로화를 찍어낼 수 없으며, 그나마 대부분은 외국인들이 갖고 있다. 많은 신흥국들이 비슷한 처지이다. 제네바 대학교의 개발학 대학원(Graduate Institute of Development Studies)의 우고 파니자(Ugo Panizza)는 최근 논문을 통해서 2008년 이후 크루그먼이 신봉하는 케인즈주의적 경기역행적 정책을 펼친 신흥국가들은 낮은 수준의 외환 부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위기 이전에 긴축적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에 위기 이후에 케인즈주의적 정책을 펼 여력이 있었던 것이다.

 

라인하트와 로고프의 논문에서 찾아낸 약점이 무엇이던 간에 상관없이, 경기침체 시의 국가들이 언제나 적자나 부채 수준에 신경 쓰지 않고 경기부양에만 집중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미국의 상황에는 맞는 말일지 몰라도 그 외의 대부분의 국가들에게는 완전히 잘못된 정책이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the-limited-relevance-of-the-austerity-debate-by-ricardo-haus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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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4 / 30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2013 세계의 시선(18) 자신의 국민과 싸운 '철의 여인'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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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지금은 한 시대가 바뀌는 국면이다. 바로 신자유주의라는 시대다. 그리고 이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물이 영국의 정치가 마가렛 대처다. 지난 4월 8일 사망하면서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마가렛 대처는 1979년에서 1990년까지 연속 3선으로 영국총리를 역임하면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과 함께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시대를 연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집권 시절에는 물론이고 사망 후인 지금도 사람들에게 지지와 비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중이다.

 

 “정부는 통화안정에 힘쓰고, 세금과 정부지출을 줄여야 한다. 법인세와 준조세를 줄이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여 기업이 활동하기에 최대한 유리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민영화를 확대해야 하고, 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키며 노동 유연성을 늘려야 한다.”는 대처의 주장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원형을 보여준다. 어쨌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세계경제 침체는 대처와 레이건에 의해 시작된 한 시대의 마감을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온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케인스 전기를 써서 유명해진 로버트 스키델스키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대처를 비판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 글은 짧지만 종합적으로 대처 시대를 요약하고, 대처가 남긴 잘못된 유산들을 짚어준다는 점에서 유익한 내용을 제공해주고 있다. 

 

 

 

대처의 호전적인 영혼
(Thatcherism's Bellicose Soul)


2013년 4월 17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로버트 스키델스키(Robert Skidelsky)

 


마가렛 대처는 20세기 평화의 시기에 영국의 가장 위대한 총리였다. 동유럽 공산주의와 서유럽 사회민주주의의 위기가 거의 동시에 도래했던 1980년대에 대처는 위대한 공적을 쌓을 기회를 잡게 된다. 그러나 당시 상황에서 큰 업적을 이루자면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다.

 

소비에트 지도자 고르바쵸프와 대처의 우호적 관계는 냉전을 끝내는 길을 열게 된다. 그녀의 사유화 정책(privatization policies)은 어떻게 국가사회주의를 해체할 수 있는지를 세계에 보여주었다. 1980년대의 신자유주의적 부활은 언제나 레이건-대처 혁명으로 알려지게 될 것이다.

 

대처는 또한 똑 같은 정책에 대해 찬사와 반대가 극명하게 나뉘는, 현대 영국 수상 가운데 가장 분열적인 정치인이었다. 그녀는 스스로 정확히 표현한 것처럼 ‘신념의 정치인(conviction politician)'이었다. 확신이란 논쟁을 용납하지 않는 견고한 믿음이다. 그녀는 일부러 타협하려 하지도 않고 대신에 정치적 세계를 ’우리‘와 ’그들‘로 나누었다. 아시시(Assisi)의 성 프란시스를 인용하면서 “오류가 있는 곳에 진실을 가져오면 된다”고 총리관저 앞에서 선언했다.

 

"승리에는 아량이 필요하다“ 윈스턴 처칠의 충고다. 대처는 용감하고 단호했지만 아량이라곤 없었다. 그녀는 유명한 승리자가 되었지만 말과 행동 모두에서 패자에 대한 관용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 결과 분쟁 속에서 화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녀의 사명은 편협한 이데올로기적 기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천성적으로 그녀는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추종자였다. 하이에크나 대처에게 있어서 20세기의 가장 큰 지적 오류는 국가가 개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국민의 상태를 증진시키는데 국가의 역할이 있다고 보았다면, 대처는 (국가의 개입이) 노예의 길로 서서히 빠져드는 것으로 인식했다. 대처의 이러한 메시지가 동유럽에 어떻게 퍼졌는지를 보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대처 방식의 역사해석에 따르면 영국의 경기침체를 초래했던 사회주의와 관료주의, 그리고 노동조합의 수중으로부터 부의 창조를 위한 자극을 풀어주는 것이다. 그녀에 따르면 착한 사마리아인은 가난한 사람을 돕기 이전에 스스로를 돕기 때문에 칭찬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부흥을 위한 대처의 편협한 프로그램은 유럽대륙의 좀 더 규제적인 접근법과 그녀의 차이를 점점 더 벌어지게 했다. 1988년 벨기에 브루헤(Bruges)에서 ‘영국과 유럽’이라는 유명한 연설을 하며 그녀는 소리쳤다. “브뤼셀에 있는 유럽의 초국가가 지배를 다시 강화하는 것을 보려고 영국에서 국가의 국경을 봉쇄한 것이 아니다”대처는 유럽경제공동체(EEC)가 단일 시장 완성보다 초국가적인 연방주의적 방향으로 나간다고 확신하면서 이런 경향에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대처는 유럽 공동체의 초국가 기구가 점차 정책권한을 확대해 주권 국가들 대신 각국 정부들에게 간섭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대처는 영국과 유럽연합의 관계를 애매한 상태로 내버려두었고 이후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다.

 

물론, 여타의 약삭빠른 정치인들과 마찬가지로 대처는 이길 수 없는 싸움이 어떤 것인지, 보류를 해야 하는 싸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재에 도달하기 위해서 항상 싸워 이기는 것을 선호했다. 그녀는 포클랜드 전쟁(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서 보여준 결정적 지도력 덕분에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대처가 벌인 대부분의 싸움은 국내에서 자국민들과 벌인 것이다. 대처가 1984~1985년 광부파업을 분쇄하면서 자국의 광부가 적이 되었고, 1986년에 그녀가 폐지한 런던지방자치단체(Greater London Council)가 적이 되었다.

 

대처는 자신이 잡화상 딸이라는 초라한 신분임을 중시했고 영국의 도덕적 경제적 추락을 불러온 기득권층을 싫어했다. 그녀는 중. 서민층을 이해했고 그들과 물질적 열망이나 도덕적 편견을 공유했다. 임대주택을 싼 값에 매각하여 출세 지향적 노동자층에게 보상을 해주기도 했다. 그리고 대처가 가장 성공적인 여성 정치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페미니즘을 ‘독’으로 간주했고 그녀를 추종하는 여성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70년대의 점증하는 산업적 혼란에 대한 대처의 대답은 인플레이션을 끝장낼 ‘통화주의’이었고, 노동조합에 대한 법적 제제였으며, 비대한 공기업의 사유화였다.  이 세 가지 정책의 목표는 모두 국가의 권위와 경제적 역동성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북해유전 덕택에 대처는 영국의 상대적 경기하락을 반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승리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했는데, 1984년에 실업률이 1930년대 이래 최고 수준인 12%(3백만 명)까지 올랐던 것이다. 선진국에서 성장세를 다시 만들어낸 대처주의는 사실 미래를 담보로 한 것이었다. 새로운 경제는 금융과 세대를 뛰어넘는 쇼핑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많은 영국인들이 대처를 존경하기는 했지만, 대처의 정책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세 번의 선거에서 연승했지만 보수당은 선거에서 43%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고 이는 보수당 지도자들인 처칠과 앤서니 이든, 그리고 맥밀리언이 1950년대에 받은 지지보다 낮은 것이다. 그녀의 재임기간 137개월 중에서 5개월 정도만 국정 지지율이 50%를 넘었을 뿐이다.

 

사실 경제 사회적 문제에 있어서 대처의 재임 기간 중  대처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도는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나중에 그의 선교적 열정은 무시되었다. 대처의 권력은 야당의 분열과 소선거구제도 때문에 유지되는 측면도 있었다.

 

대처는 자신이 정치적 프로젝트를 요약하여 제안했다. “경제학은 수단이다. 목적은 영혼을 바꾸는 것이다.” 만약 이것이 대처의 성과측정 기준이라면 그녀의 성취에도 불구하고 대처리즘은 실패했다.

 

대처가 촉진시켰던 경제의 금융화는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구매권(right to buy)' 정책(공공주택 입주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공공주택을 매우 싼 가격으로 구매하는 것을 허용하는 일종의 주택 민영화 정책)은 주택가격의 상승적 악순환을 초래했고, 가계가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빚을 지도록 부추겼다. 금융규제완화를 추진한 1986년 '빅뱅(Big Bang)'은  런던의 금융가 시티(the City)에 위험한 투자 행위들을 일반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개혁들은 모두 2008년 금융위기의 씨를 뿌린 셈이 되었다.

 

대처가 조성하려고 했던 ‘빅토리아 여왕시대의 가치“(근면, 자존, 검약, 이웃과의 친교 등 대처가 강조하고 보수당 강령에까지 집어넣은 가치들)는 대처 집권이 초래한 물질적 부에 대한 무제한 추구와 충돌했다. 대처가 건설하려고 했던 ’건전한 개인이익 추구에 기초한 도덕적 사회‘는 조악한 자존심에 기초한 탐욕스런 사회로 변질되었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margaret-thatcher-s-polarizing-politics-by-robert-skidel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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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4 / 11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 이슈진단(12) 한국 경제와 이스라엘 경제의 유사점과 차이점파일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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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국가(startup nation) 이스라엘

 

중동의 병영국가이며 유대교의 나라 정도로 알려진 이스라엘의 경제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땅이 사막으로 덮여있는 영토에서 인공수로를 연결하여 농장을 운영하는데 성공한 <집단농장 키부츠>의 기억이 있을지 모르겠다. 또는 60년대 이미 핵무기를 개발하여 100여기의 핵무기를 실전 배치할 정도로 군수산업이 고도로 발전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그런데 최근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이스라엘의 군사나 종교가 아니라 경제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첫째는 지난 2011~2012년 사이에 이스라엘 재벌개혁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시위와 이어진 정부의 재벌개혁 조치가 잠깐 국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그리고 둘째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모델 국가가 이스라엘이라는 진단들이 제기되면서 이스라엘의 IT벤처 산업이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막상 이스라엘 경제의 전체 면모와 구조에 대한 정보는 지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종합적인 차원에서 이스라엘 경제에 대해 알려주는 자료는 거의 없다. 더욱이 이스라엘이 IT산업 중심으로 ‘창업국가’라고 불릴 정도로 지금도 벤처 창업이 활발하고 이것이 경제 성장 동력이 된다는 진단이 쏟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스라엘 국민 경제 전체에서 어떻게 IT벤처들이 형성되고 그 규모가 얼마인지를 제대로 분석한 글은 찾기 어렵다. 이토록 낯설기만 한 이스라엘 경제를 그나마 개략적으로 설명해주는 글이 2010년 출간되어 비교적 알려진 번역서인 『창업국가(startup nation)』, 그리고 KOTRA무역관으로 최근까지 이스라엘에서 근무했던 이영선이 2012년 말에 출간한 『경제기적의 비밀』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 중 이영선의 책이 좀 더 전체적인 개요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를 중요 모토로 내걸고 있는 만큼, 그 모델이 되고 있는 이스라엘 경제는 당분간 우리의 관심영역 안에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인 이스라엘 경제의 이해를 돕고자 OECD가 공개하고 있는 몇 가지 통계지표와 이영선의 『경제기적의 비밀』을 주로 참조하여 이스라엘 경제의 큰 그림을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창업국가(startup nation) 이스라엘 경제 살펴보기

 

이스라엘의 영토는 대한민국의 1/4이고, 인구는 2010년 현재 760만 명으로 우리의 1/7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이스라엘 인구를 단선적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일단 이스라엘 땅에 있는 인구 750만 중에서 유대인은 600만 명이고 팔레스타인 아랍인 160만 명이 이스라엘 영토에 이스라엘 시민으로서 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1990년대 이후 러시아에서 100만 명의 유대인이 이주해온 것을 포함하여 이스라엘 땅에 살고 있는 600만 유대인도 유럽과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 곳곳에서 이주해왔다는 점이다. 760만 명의 적은 인구지만 마치 미국처럼 다양한 문화적 특성을 갖는 이질성과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 영토 안에 살고 있는 유대인만 고려해서도 안 된다. 미국에 600만 명을 포함하여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유대인 인구가 1300만 명이라고 한다. 이들 중 특히 미국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이스라엘과 미국의 ‘특별한’관계를 만들어주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 포함 해외 유대인을 감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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