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 02 / 0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Capturing the ECB)”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 소개한다. 글을 쓴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는 콜롬비아대학교의 교수이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다. 저서로 '끝나지 않은 추락(Freefall: Free Markets and the Sinking of the Global Economy)' 등이 있다.

스티글리츠는 그리스의 국가 부채 해결에 있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보이고 있는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ECB는 투자자 혹은 채권자들이 손해를 보도록 하는 채무 불이행에 반대하며, 대신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투자손실 부담을 짊어져주기를 바라고 있다. 스티글리츠는 이러한 입장을 두고 특이하다고 꼬집었다.

반면 독일 정부는 채권자들이 최소한 50% 정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투자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역시 이와 비슷하다. ECB가 더 많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은행의 투기를 규제하고, 은행에 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채무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강제적 채무조정, 민간 투자자에 막대한 손실을 물리는 방식이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은행 시스템을 잘 통제하고, 국채를 보유한 은행의 보험 가입을 통해 안정성을 담보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더 강제적이고 통제된 방식이 필요하며, ECB가 그런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유럽중앙은행 바로 잡기(Capturing the ECB)

2012년 2월 6일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그리스 국가 부채에 관한 논쟁은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견해의 충돌과 근시안적 경제정책, 이익집단의 폐해를 가장 잘 보여준다. 독일은 채권소유자들이 적어도 50% 손실처리를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부채 조정은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1980년대 라틴아메리카의 부채위기를 생각해보자. 당시에는 상황을 부드럽게 해결하고자 했던 정부와 규제당국의 권유 혹은 강압에 의해, 주로 대형 은행이었던 채권자들을 한 방에 모아놓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짜낼 수 있었다. 하지만 부채의 증권화가 이루어지면서 채권자는 수도 없이 많아졌으며, 그 중에는 정부와 규제당국을 좌지우지할 만한 헤지펀드도 포함되어 있다.

게다가 금융시장의 "혁신"은 채권자들이 (채무 불이행으로 이한 손실을 상쇄할 수 있는 - 역주) 보험을 들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들은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들은 보험금을 받기를 원하는데, 그건 채무 불이행의 "신용사태"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ECB는 채무 불이행 상태를 막고자 "자발적인" 채무조정을 주장하고 있다. ECB의 입장은 특이하다. ECB는 채권자들이 보험금을 받지 않고 50%의 손실을 감내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ECB의 이런 태도에 대한 설명으로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사실 (채권 투자를 했던 - 역주) 은행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으며, 그 중 일부는 투기적인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ECB는 금융시스템이 투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채무 불이행의 충격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투자자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셋째, ECB가 보험에 가입한 은행을 위해 자금을 준비하려고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설명 중 어떤 것도 ECB가 강제적인(비자발적인) 채무 조정을 반대하는 적절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ECB는 더 많은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 규제당국은 은행이 투기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 또한 은행은 보험에 들고, 보험금 지불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강제적인 채무조정이 자발적 채무조정보다 충격이 크다는 근거가 없다. ECB는 자발성을 강조함으로써 채무조정이 심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주려고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채무조정이 필수적이다.

결정적으로 ECB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은 민주적 운영방식에 관한 것이다. 신용사태가 발생할 것인지 아닌지는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 International Swaps and Derivatives Association)의 비공개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ECB가 비공개 위원회에 대표를 파견하여 채무 조정방식을 어떻게 할 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강제적인 채무조정이 금융위기의 전염 효과를 가져와 이탈리아, 스페인, 심지어 프랑스와 같은 거대 유로 지역 경제들마저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는 일면 공익을 고려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시 논점을 피해가고 있다. 왜 강제적 채무조정이 자발적 채무조정보다 더 심각한 전염 효과를 가져 온다고 생각하는가? 은행 시스템을 잘 통제하고, 국채를 보유한 은행이 보험에 가입하도록 하면, 강제적 채무조정이 금융시장을 덜 혼란시킬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도 있을 수 있다. 그리스가 강제적인 채무조정을 통해 위기에서 벗어난다면, 다른 국가도 그런 식으로 위기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가장 위험한 국가의 금융시장은 이미 문을 닫았다. 그래서 충격의 연쇄반응은 제한적이다.

ECB는 예기치 않은 놀라움을 가져오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기관이 특수한 이익이 사로잡혀 행동하던 모습을 이미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있다. 2008년 이전에 그러했다. 불행하게도 유럽과 전 세계 경제에는 그 때부터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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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2 / 0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에 실린 마틴 울프(Martin Wolf)의 글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기 위한 7가지 방법(Seven ways to fix the system's flaws)"을 요약 소개한다. 마틴 울프는 파이낸셜타임스의 수석 경제평론가이며 저서로는 '금융공황의 시대'가 있다.

이 글은 파이낸셜타임스가 "자본주의의 위기(Capitalism in crisis)"라는 이름으로 연재하는 기획기사의 일부분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연재를 시작하며 자본주의는 굉장히 뛰어난 생존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변화와 개혁을 실행해왔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30년대 대공황을 이야기하는데, 그 덕분에 케인즈주의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특히 세가지 점에서 개혁이 일어났고 본다. 첫째, 금융규제가 강화되어 미국에서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역할을 분리한 글래스스티걸법(Glass-Steagall Act)이 제정되었다. 둘째, 많은 국가에서 복지국가가 탄생하고 발전했다. 셋째, 2차 세계대전 후 1930년대의 보호주의를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그리고 현재의 위기는 1930년 대공황보다는 규모 면에서 작지만, 큰 사건이고 특히 세계의 경제권력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위기가 어떤 개혁과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하고 있다.

아래 글에서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개혁을 제시하고 있다. 거시경제, 금융, 일자리와 소득, 기업 지배구조, 조세, 민주주의, 세계화의 7가지 부문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주의의 결함을 고치기 위한 7가지 방법
(Seven ways to fix the system's flaws)

2012년 1월 22일
마틴 울프(Martin Wolf)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3년 전 세계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았다. 지금 상황은 예전보다 더 나빠졌다. 무언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 문제이고, 대책은 무엇일까?

언제나 변화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의 장점이다. 이제 우리 앞에 놓인 7가지 변화의 요구를 살펴보자.

1) 거시 불안정성 관리(Managing macro instability)

경제학의 주요 논쟁 중 하나는 현대 자본주의가 태생적으로 불안정성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민스키(Minsky)는 그의 걸작 "불안정한 경제 안정화시키기(Stabilizing an Unstable Economy)"에서 경제가 잘 굴러가는 시기에 이미 침체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을 통한 레버리지(자기자본을 담보로 자본을 차입하여 수익을 증대시키는 것 - 역주)가 점점 증가하여 결국엔 폭발하고 만다는 것이다.

민스키는 현금 흐름을 통해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는 "헤지(hedge)"에서 현금 흐름을 통해 부채의 원금은 갚지 못하지만 이자는 갚을 수 있는 "투기(speculative)"로, 그리고 부채의 만기를 연장해야 하는 "폰지(ponzi)"로 금융이 변화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겪은 일이 바로 이것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첫째, 자유시장 자본주의는 그 자체로 위기를 안고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경제주체가 경기순응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둘째, 거시 건전성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한다. 특히 금융에 대한 규제를 간과했던 점을 개선하여 레버리지의 증가를 규제해야 한다. 셋째, 정부와 중앙은행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위기 전 정부와 중앙은행의 잘못된 정책으로 침체가 촉진되었다.

2) 금융시스템 개선(Fixing finance)

금융은 모든 시장경제에서 핵심이다. 하지만 복잡하고 취약한 신뢰의 네트워크에 기반하고 있는 까닭에 쉽게 붕괴되었다.

대안은 무엇일까? 경제를 금융으로부터 보호하고, 금융을 경제로부터 보호해야 한다. 다시 말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튼튼한 금융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충격 흡수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자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핵심 금융기관들은 자기자본의 10배를 넘는 레버리지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 당국은 금융기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즉각 해결에 나갈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투자은행이 가계와 중소기업에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하는 금융상품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3)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 해결(Addressing inequality and jobs)

OECD의 보고서에 의하면 선진국 국가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불평등이 크게 증가했다. 불평등은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불평등이 문제가 된다고 보는 시각은 두 가지이다. 첫째, 불평등으로 인해 정치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결과의 불평등은 기회의 불평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빈곤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보다 제대로 된 출발 기회를 얻기 힘들다.

대안은 무엇일까? 재정정책을 통해 승자로부터 패자로의 재분배가 필요하다. 일자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 교육과 보육의 질 개선 등은 심각한 경기 침체 속에서 효과적으로 수요를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4) 기업 지배구조 변화(Changing corporate governance)

현재 자본주의의 핵심기업은 유한책임회사(주식회사, LLC Limited liability corporation)이다. 이는 매우 훌륭한 사회적 발명이지만,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고위 임직원과 주주의 이익에만 주목하여 기업의 장기적 건전성을 해치게 된다. 주주의 권한은 환상에 불과하다. 주주 가치의 최대화는 함정일 뿐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기업의 소유권과 협력관계 등을 손상시키지 않는 한에서 세금과 규제를 확실하게 가해야 한다. 순수하게 독립적이고, 권력 분산적이며, 투명한 이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임직원의 급여를 투명하게 하고, 기업에 해가 되는 보너스를 주어서는 안 된다.

5) 조세 제도 수선(Tinkering with taxation)

세금은 시장경제가 작동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세금은 핵심 공공재 공급에 필요한 가용자원의 양을 결정하고, 불평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세금에 포함된 부채에 대한 특혜를 없애는 것이다. 기업의 경우 자산과 부채를 동등하게 취급한다면 취약성을 확실히 감소시킨다. 또한 과세대상을 소득에서 소비와 부로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 하지만 부자 과세의 경우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이 많기 때문에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6) 정경유착 근절(Curbs to purchasing politics)

정치와 시장은 각각 적절한 영역을 갖고 있다. 시장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기반으로 하고, 정부는 시민을 기반으로 한다. 민주적 정치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없다면 금권정치, 재벌에 의해 장악된 정치가 되고 만다.

대안은 무엇일까? 기업의 선거자금과 정치자금 후원을 규제해야 한다.

7) 공공재의 세계화(Globalising public goods)

오늘날 자본주의의 세계화는 중요한 특징이다. 특히 중요한 문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작동하는 금융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로 통합된 세계 금융시스템을 분해시키고 국가적 수준에서 규제를 하는 것과 통합된 세계 정치를 강화하면서 높은 수준에서 규제를 가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광범위하게는 정치의 방식과 경제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 존재한다. 시장의 개방, 통화의 안정, 금융의 안정, 환경 보호 등과 같이 전세계가 공유하는 공공재에 대한 판단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대안은 무엇일까? 장기적으로는 전세계적 지배구조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

위기는 그저 흘려버리기에는 아까운 기회이다. 자본주의는 항상 변화한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변해야 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내에서 특수하고 실용적인 개혁을 찾아야 한다. 물론 자본주의는 여전히 자본주의이다. 매우 불완전하다. 하지만 여전히 인류의 가장 훌륭한 발명 중 하나이며, 더 많은 이들이 번영을 꿈꿀 수 있는 바탕이다. 그러니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 분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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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1 / 26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에 실린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의 글 "쇼핑하다가 망할 운명(We are all going to hell in a shopping basket)"을 요약 소개한다. 라이시는 캘리포니아대학교의 공공정책 교수이며 빌 클린턴 대통령의 노동부장관을 지냈다. 국내에서는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라는 책의 저자로 알려져 있다.

라이시는 자신의 책을 비롯하여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미 여러 차례 지금 위기의 원인은 소득 불균형에 있음을 주장해왔다. 고소득층으로의 소득 집중은 전체적인 소비성향의 감소를 가져와서 경제성장에 방해가 되며, 정치적 불안정성을 높여서 문제가 된다고 지적한다.

아래 글에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이라는 표면적 대립에서 한 발 나아가, 소비자와 투자자 그리고 노동자와 시민이라는 서로 다른 역할이 추구하는 가치의 대립이 위기의 근원이라고 제기하고 있다.

산업과 기술이 발전할수록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노동자 또는 자본가로 구분되지 않고 복합적인 역할을 갖게 되었다. 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를 바라는 투자자이기도 하다. 나는 조금이라도 저렴한 물건을 사고 싶어하는 소비자이면서 동시에 저렴한 물건 뒤에 감춰진 열악한 노동조건과 환경파괴에 대해 분노하는 시민이기도 한 것이다.

라이시는 이런 네 가지 역할의 대립 속에서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보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권리만을 좇은 결과가 현재의 위기라고 본다. 우리는 더 저렴한 물건과 더 많은 투자이익을 위해서 더 낮은 임금과 불평등, 환경 파괴, 공공의 도덕 파괴를 선택한 것이다. 금융위기의 원인을 탓할 때, 우리 자신부터 잘못된 소비와 투자를 행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또한 네 가지 역할 사이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인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자본과 기술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제하는 방법 역시 개별 국가 내에서 머물러서는 안되며 전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쇼핑하다가 망할 운명
(We are all going to hell in a shopping basket)

2012년 1월 16일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현재 자본주의의 위기를 세계 금융과 거기서 일하는 임원들의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임금 탓으로 돌리는 일은 너무 쉽다. 더 깊이있는 통찰에 의하면 지금의 위기는 소비자와 투자자가 노동자와 시민을 이긴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네 가지 역할(소비자, 투자자, 노동자, 시민)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와 투자자로서 얻게 되는 효율적인 거래는 증가하는 대신 노동자와 시민으로서 가질 수 있던 능력은 줄어드는 것이야말로 진짜 위기이다.

현대 기술은 우리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걸쳐, 가장 낮은 가격에, 질 좋은 물건을 구매하여 최고의 이익을 얻게 해준다. 소비자와 투자는 이제까지 갖지 못했던 엄청난 권한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일자리와 임금, 그리고 불평등의 확산을 대가로 얻은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물건은 낮은 임금을 주는 회사에서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공동체의 핵심인 평범한 사람들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파괴한 대가이기도 하다. 발전된 기술은 가난한 국가에서 빈약한 환경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저렴한 물건을 손쉽게 구매하도록 해주었다.

공공의 도덕을 해친 대가이기도 하다. 우리가 저렴한 가격에 높은 이익을 볼 수 있는 까닭은 생산자들이 남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을 고용하여 일주일에 7일씩, 하루에 12시간씩 일을 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자나 시민이기도 한 우리들 대부분이 의도적으로 이런 결과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가 이런 결과를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의 선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를 제외한 다른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여전히 그런 선택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개인이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선택을 보류하는 것은 효과도 없으며, 불가능하다.

노동자와 시민으로서의 요구와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요구를 조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장을 통제할 수 있는 민주적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법과 규칙은 일자리와 임금, 공동체,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기술이 민주적 제도를 훨씬 능가하여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자, 공동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법은 오직 국경 안에서만 해당된다. 하지만 소비자나 투자자의 이익을 추구하는 기술은 손쉽게 국경을 초월한다. 국가가 그런 거래를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다.

개별 국가 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쉽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이다. 환경 파괴는 전 세계적 문제이다. 또한 높은 비용을 피해서 일자리와 사업체를 옮기겠다고 위협을 일삼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법은 간접적으로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더 친기업화 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자금은 소비자와 투자자의 거래를 위해서 민주적 제도를 훼손하고 있다. 사회적 쟁점에 관해서 기업이 돈을 대주는 홍보, 캠페인, 로비스트의 영향은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를 반영하고자 하는 입법기관, 의회, 감시기구, 국제기구를 뛰어넘는다.

그 결과 소비자와 투자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불안정해지고, 불평등이 심화되며, 공동체는 위태로워지고, 기후 변화는 악화되고 있다. 전 세계의 금융이나 기업을 비난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이 갖고 있으며, 전적으로 공모했던 불안정한 소비자와 투자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비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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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 01 / 19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긴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까?(Does Austerity Promote Economic Growth?)” 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 소개한다.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는 예일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며,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와 함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을 썼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여 정부의 재정위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재정을 펴야 한다는 주장과 경기침체기의 긴축재정은 소비와 투자를 줄여서 오히려 독이 될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아래 글은 이러한 논쟁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몇몇 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그 시작은 '꿀벌의 우화'이다. 이 이야기는 사치와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찼지만 일자리가 넘쳐나고 풍요로웠던 가상의 꿀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간의 행동을 반성한 꿀벌들이 절약하고 검소하며 도덕적인 생활을 하게 되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어 결국 망했다는 내용이다. 유효수요의 창출이 중요하다는 케인즈의 주장과도 유사하다.

최근에는 IMF의 구하르도(Guajardo) 등의 학자들이 지난 30년 간 17개 국가를 관찰한 결과 정부의 긴축정책이 소비를 줄이고 경제를 침체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긴축정쟁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주장도 소개된다. 하버드대학교의 알레시나(Alesina) 교수는 정부 적자가 감축된 후에 경제가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라메이(Ramey) 교수 역시 긴축정책이 경기침체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잘못된 인과관계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긴축정책과 경기침체가 시기적으로 상관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는 경기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사용하기 때문이지 긴축정책을 해서 경기침체가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일까? 긴축정책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까? 쉴러 교수는 과학처럼 실험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완벽한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의 긴축정책이 가져온 결과는 실망스러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긴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까?(Does Austerity Promote Economic Growth?)

2012년 1월 18일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네덜란드 출생의 영국 철학자이자 풍자 작가인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은 ‘꿀벌의 우화(Fable of the Bees)’ 라고도 불리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Private Vices, Publick Benefits)’이라는 책에서, 번영하던 꿀벌 사회가 갑자기 모든 과잉 지출과 과잉 소비를 멈추고 절약의 미덕을 실천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있다.

땅값과 집값이 떨어지고

눈부신 저택들은 그 담을
테베에서처럼 놀면서 쌓은 것인데
이제는 셋집으로 내놓게 생겼다.
...
집 짓는 일거리가 다 사라지고
기술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
남아있는 놈들은 검소해져서
어떻게 쓰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와 씨름한다.

이런 상황은 금융위기 이후 긴축정책을 도입한 많은 선진국들의 상황과 매우 비슷해보인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정부의 긴축정책과 개인의 소비 감소는 세계 경제의 침체를 심화시키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긴축정책에 관해서 맨더빌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그의 글 만으로는 부족하다.

최근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자 알베르토 알레시나(lberto Alesina)는 정부의 적자 감축 노력(지출 축소와 세금 인상)이 항상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정리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고 말했다. 정부의 적자가 급격히 감소한 후에 경제가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으며, 아마도 긴축정책은 경기 회복의 도화선이 되어 경제의 확실성을 높여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맨더빌이 제기했던 주장이 실제로 통계적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정부 적자 감축으로 인한 결과는 절대로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인과관계가 뒤바뀌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으로의 경제 전망에서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상승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축소는 과열된 수요를 식히는 방안이 된다. 만약 정부가 부분적으로 경기 과열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면,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적자는 긴축정책이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한 주식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자본소득세 수입이 늘어나서 해결될 수도 있다. 정부 적자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봐야 한다. 

최근 IMF의 자이메 구하르도(Jaime Guajardo), 다니엘 리(Daniel Leigh), 안드레아 페스카토리(Andrea Pescatori)는 지난 30년 간 17개 정부의 긴축정책을 연구했다. 그들의 접근법은 이전의 연구자들과 다른데, 공공부채에 주목하기보다는 정부의 의도나 관료들의 실제 발언에 주목했다. 그들은 예산 결정 연설문을 읽어보고, 경기 안정화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심지어 정부 당국자의 뉴스 인터뷰도 보았다. 그들은 정부가 세금 인상과 지출 감축을 시도한 경우만을 긴축정책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경기과열과 같이 단기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긴축정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긴축정책이 소비를 줄이고 경제를 약화시킨다는 확실한 경향을 찾아냈다. 이 결과가 맞다면 오늘날의 정치가들에게는 확실한 경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발레리 라메이(Valerie Ramey)는 이를 비판한다. 라메이의 주장에 의하면 구하르도 등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뒤바뀐 것일 수 있다. 즉, 경제가 이미 부채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채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을 썼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정부가 긴축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메이의 비판에 대해 구하르도 등은 긴축정책을 시행할 당시에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정부 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하려고 시도했고, 역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라메이가 옳을 수도 있다. 정부의 지출 감축이나 세금 인상은 경제 상황이 악화된 후에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긴축정책을 판단하는 문제에 있어서 경제학자들은 완벽히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없다. 우울증 환자의 항우울제 복용에 관한 실험의 경우 비교대상이 되는 통제그룹과 실험그룹으로 나누어 여러차례 실험을 반복한다. 하지만 국가부채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도 없지는 않다. 사람들이 긴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으니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구하르도 등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정부가 긴축정책을 선택하는 경우는 대체로 이미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제학자들이 완벽하게 해명할 수 있는 답을 얻으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정치가들은 이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의 긴축정책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 글 앞부분에 삽입된 시 '투덜대는 꿀벌'의 번역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꿀벌의 우화'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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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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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긴축 재정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논의보다 얼마나 재정을 알뜰하고 적절하게 분배 운용하느냐에 더 촛점을 맞출 때라고 봅니다. 현재 우리 나라도 매해 큰 폭으로 예산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국민들 피부에 와닿는 재정정책은 펼쳐지지 않는 것 같네요. 그만큼 엉뚱한 곳으로 새는 돈이 많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전 정부가 쓸데없는 곳에 예산을 꽝 날려버리지 말고 좀 더 알뜰하게 나라살림을 운용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2012.03.12 19:53 [ ADDR : EDIT/ DEL : REPLY ]

2012 / 01 / 17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곤경에 처한 미국(The Straits of America)”이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한다. 글을 쓴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경제분석기관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RGE, Roubini Global Economics)'의 회장이며 뉴욕대학교  스턴스쿨(Stern School) 교수이다.

아래 글에서는 최근 몇 가지 거시경제 지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어려운 이유를 꼽고 있다. 크게 소비 감소, 수출 부진, 정부 정책 부재, 외부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우선 소비 감소에 대해서는 임금이 하락하고,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투자가 늘지 않을 것이고, 주택 가격의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소득 불평등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수출에 있어서는 원래도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던 상황에서 환율 문제와 전반적 세계 경제 침체,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책적 대응 역시 어려운데 우선 올해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재정적자를 무릅쓰면서까지 경기부양을 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역시 유동성을 확대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유럽 위기와 중동, 북한,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 등에 의한 외부요인이 경제 주체들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이 위축되어 경기 침체가 지속될수록 그들이 피하고자 하는 위기를 불러올 뿐이라며 경고했다.


곤경에 처한 미국(The Straits of America)

2012년 1월 12일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

지난 몇 달 간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기대보다 좋았다. 하지만 2012년에도 미국의 경제는 여전히 침체할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미국의 소비자들은 소득, 자산, 부채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금은 하락하고 있으며, 그나마 세금감면혜택과 이전지출(정부의 사회보장기금 같은 것)에 의해 가처분 소득이 미약하게 증가했을 뿐이다. 하지만 세금혜택과 이전지출로 인한 소득 보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일자리 증가 속도가 너무 느리다. 실업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고정적으로 최소 매달 1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 성향이 높은 사람들(노동자와 저소득층)보다 저축 성향이 높은 사람들(기업과 고소득층)에게 소득 분배가 집중되는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모두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투자도 늘지 않을 것이다. 2012년의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세금감면혜택이 종료되고, 기업은 꼬리위험(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시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에 몸을 사리고 있으며, 최종 수요는 여전히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투자도 노동 절약형 기술을 도입하는데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택산업은 침체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혼수상태이다. 새 집에 대한 수요가 80%나 감소했으나 주택 공급은 수요를 넘어서면서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주택을 모기지로 저당 잡힌 이들의 40%(약 2천만 명)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빚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소비자 심리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수요의 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잠재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막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의 이유들 때문에 2012년에도 수출은 성장의 장애물이 될 것 같다.

- 달러 가치가 더 약화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는 계속해서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고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추가 "양적 완화"를 따라할 것이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급격한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 선진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모두 낮은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곳이 없다.
-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원유 가격이 여전히 높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정책을 통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2012년에는 재정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이며, 11월 대통령 선거로 인한 정치의 공백이 장기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미국 경제가 계속 침체한다면 연준은 다시 한 번 양적 완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준은 정치적 한계에 직면할 것이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내에는 양적 완화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통화정책이 반드시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아직 부채청산(디레버리징, Deleveraging)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부채에 의해서 일어난 침체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기업, 소비자를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만드는 꼬리위험이 있다. 바로 부채가 쌓여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부채가 터질 수도 있는 유로존, 미국 대선 결과, 아랍의 봄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불안정, 북한의 성공, 중국의 지도자 교체, 세계 경제 침체 등이 그것이다. 이 크고 작은 위험 속에서 기업, 소비자, 투자자들은 경제 활동을 잘 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사람들이 좋은 시기를 기다리며 경제 활동을 줄이는 것이 결국은 모두가 피하고 싶었던 위기를 더욱 앞당길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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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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