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에 물 붓기'... 고비용 저효율의 한국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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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교육 기획 <산업적 측면에서 본 교육>의 두 번째 글입니다. 첫 번째 글 <한국 교육산업의 현주소>가 투입의 측면을 다루었다면, 이번 글은 학력, 지식기반, 고용, 소득 등에서의 한국교육의 산출물을 검토해보았습니다. 다음 글은 영리, 비영리 민간교육기관에 대한 분석입니다.<편집자주>

국가 또는 개인이 교육에 대해 시간, 노동, 금전적 비용 등을 투자하는 것은 개인의 지식·기술·태도의 변화와 더불어 국민경제의 기반인 기술의 진보와 정보 환경의 개선을 촉진함으로써 개인의 소득 증대와 국민경제의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관점에 따라 교육도 산업으로서 투입에 따른 산출을 평가할 수 있다.
앞의 글에서 우리나라는 경제력에 비추어 세계 최고의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고 그 절반 이상은 민간부문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교육서비스 제공주체도 단연 민간부문이 압도적임을 확인하였다. 양으로 따진다면 충분한 정도의 투입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투입한 만큼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산출되고 있는가 하는 점을 따져 보는 것이 이글의 목적이다.
교육이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어떤 지표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럽다. 이글에서는 우선 OECD 등 신뢰할 만한 국제기구에서 활용하는 지표를 기본적인 평가기준으로 삼을 것이다. 물론 지표에 대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다른 투입지표와 비교하거나 다른 사회적 현상을 통해 그 지표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시도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총 5가지 측면에서 교육의 산출을 분석하였다.
첫 번째는 PISA의 과학, 수학, 읽기 등의 학업성취도를 국제적으로 비교함으로써 초중등 교육의 성과를 분석하였고,
두 번째는 지식기반경제의 기초가 되는 과학기술력을 비교하였으며,
세 번째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고등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하여 고등교육의 이수율과 그에 따른 취업률을 분석하였다.
네 번째는 개인의 교육투자가 안정적인 직업과 소득을 기대하고 이루어진다는 가정 하에 취업 동향을 분석하였고,
마지막으로 여성의 교육 참가가 취업과 소득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통해 지식기반경제의 한 특징인 여성인력의 경제활동에 대한 환경을 분석해보았다.

1. 우수한 성적, 그러나 과도한 공부 시간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주로 활용하는 것은 PISA다. 만 15세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 평가에서 2005년 한국 학생들은 문제해결능력 1위, 읽기능력 2위, 수학능력 3위, 과학능력 4위를 기록했다. OECD국가와 일부 비OECD국가까지 약 40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평가에서 한국은 높은 성적을 올린 셈이다. 이해찬 교육부장관 시절 수능시험이 쉽게 출제되었을 때, 일부 언론에서 학생들의 학력을 하향평준화시킨다고 호들갑을 떨다가 PISA의 평가결과가 상위권으로 나오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적이 있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학생들에게 공부를 많이 시키려는, 아니 경쟁에 대한 긴장을 유발하여 사교육을 조장하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어왔다. 독자들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높은 학업능력에 은근히 만족의 미소를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높은 학업 실력은 자랑할 만한 것이 아니다.
2006년 한국 학생들은 과학성취도 평가에서 OECD 평균 점수인 500점보다 22점이 많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핀란드, 캐나다, 일본, 호주에 이어 5위의 성적이다. 그러나 성적 외의 지표, 즉 수학에 대한 흥미는 31위, 학습동기는 38위로 끝에서 세는 게 더 빠른 상황이며 학교 소속감이 부족한 학생비율은 41퍼센트로, 일본 38퍼센트, 미국 25퍼센트, 핀란드 21퍼센트, 영국 17퍼센트 등 주요국보다 높다.

이렇게 성적은 높지만 학업에 대한 흥미나 학습동기가 낮은 이유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주당 학습시간, 주당 보충수업시간, 주당 사교육시간 모두에서 OECD 평균을 월등히 앞선다. 주당 학습시간은 49시간으로 15시간이 많고, 주당 보충수업시간은 7시간으로 6시간, 주당 사교육시간은 5시간으로 4시간이나 많다. 반대로 자율적인 학습시간이랄 수 있는 주당 숙제시간은 3시간으로 OECD 평균인 6시간의 절반에 불과하다(EBS 6.22일자, ‘교육, 이대로 좋은가’, 통계원출처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처럼 스스로 알아서 하는 학습이 아니라 주어진 프로그램에 수동적으로 얽매어 이끌려가는 학습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성인들의 하루 8시간, 주 44시간 노동시간을 초과하는 이러한 학습량은 주 20시간 내외의 학습시간으로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적을 내고 있는 핀란드와 같은 나라들에 비교할 때, 2배~2.5배나 많은 것이므로, 투입에 비해 산출이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2. 한계에 직면한 지식기반 경쟁력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한 지표는 평가하는 기관마다 차이가 많이 난다. 2008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은 비교대상 55개국 중 31위, 세계경제포럼(WEF)은 134개국 중 13위로 평가하였다. 평가기준이 기관의 입맛에 따라 선택된 것이고, 평가순위도 격차가 많이 나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타당한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공통점은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다가 최근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중등교육까지는 일반화되었고 고등교육도 상당수의 국민들이 받고 있다. 또한 경제력도 선진국 대열의 문턱에까지 왔기 때문에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중요하다.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알아볼 수 있는 지표들을 중심으로 평가해보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통계브리프를 통해 우리나라의 과학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원인으로 내국인 특허획득 생산성 1위, 인구 10만 명당 권리유효 특허건수 5위 등 연구개발투자와 인력, 특허 등의 시너지를 꼽았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에서 과학교육의 강조’와 ‘청소년들의 과학에의 관심’이 저조하여, 과학 환경은 열악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술경쟁력에서 있어서도 투자나 전화회선 등 정량적 지표는 건실하나 지적재산권의 보호 등 기업인들의 설문에 의거한 평가항목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점점 순위가 밀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평가결과에는 기업인들의 구미에 맞는 설문평가 내용이 상당부분 반영되었기 때문에 타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연구개발예산이 절대규모로는 작지만 2007년도 GDP 대비 0.91퍼센트로 세계 4위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성적 평가의 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다. 우리나라의 과학 및 기술경쟁력이 성장속도가 늦춰지거나 하향 추세를 보이는 것을 뒷받침하는 정량적 지표들도 있다.
졸업연령 집단 중에서 박사학위자가 1.06퍼센트이고, 그 중 이공계는 0.41퍼센트로 절반에 못 미쳐 비교대상 주요국들의 하위그룹에 속한다. 여성 박사학위 취득자는 비교국가 중 꼴찌다. 지식기반 경쟁력을 따질 때 자주 거론되는 과학논문수(SCI)도 세계 35위, 피인용수는 세계 30위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제력에 비하여 과학기술역량이 취약한 데는 한국사회가 고급인력을 키워내고 유지할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10년간 미국에서 이공계 박사학위를 딴 사람 중에서 미국에 계속 체류하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2배 이상 늘어난 나라는 우리나라와 이집트, 인도네시아 3개국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는 대학 연구원 100명 당 미국 내 우리나라 학자 수가 13명으로 세계 최고인, 미국에 많은 고급인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에 돌아오기를 꺼리는 것은 고급인력의 유출이 매우 심각하다는 얘기가 된다.
즉, 첨단 기술력의 기반이 되는 이공계 고급인력의 해외유출과 과학 논문수의 부진, 여성 박사인력의 세계 꼴찌 등 지식기반경제의 기초가 되는 여러 요소에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고급인력의 해외 유출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실용기술에 대한 투자는 상당한 규모로 이루어지지만 정부나 대학의 기초과학 투자는 부족한 데서 기인한다. 기업의 수요가 있는 인력을 제외하고는 고급인력을 흡수할 기제가 취약한 것이다.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지원이 높고, 대학의 전임교원 등 안정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환경은 산업경쟁력의 중요한 축을 이루는 연구개발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방향과 기술순환주기의 특징을 보면,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개발되어 그 효용성이 오래가지 못하는 응용기술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연구개발 동향에 따라 실용기술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몇몇 산업을 제외하고는 노동생산성이 낮다. 미국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12퍼센트나 더 일을 시키고도(노동활용도) 노동생산성은 59퍼센트나 낮은 형편이다.

높은 부가가치를 가진 기술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늘리기 보다는 일하는 시간을 최대한 늘려서 노동생산성의 부진을 만회하는 고용 관행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연구개발 동향이 산업구조에 영향을 주어 불안정 고용,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지고, 이는 다시 인적자원의 축적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 흔히 로얄티라고 불리는 기술무역수지액이다. 우리는 29억 2,500만 달러에 달하는 기술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가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을 비롯한 기초학문과 이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창의적인 원천기술을 보유함으로써 선진국들의 지식기반 경쟁력을 넘어서야 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대체로 고등교육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며, 국가 전체의 지식인프라를 확충할 때 가능한 일이다.
현재와 같이 대학 입학생을 성적으로 줄 세우기 급급할 뿐, 제대로 공부를 가르치고 연구할 수 기반을 조성하는 데에는 인색한 정부당국과 대학으로는 무망한 일이다.

3. 최고 수준의 진학률, 최저 수준의 취업률

우리 사회를 흔히 학벌 사회라고 지칭한다. 학력이 사회적 지위, 소득, 동류 집단을 규정한다. 전통적으로 교육열이 높기는 했지만 지금은 단지 교육열이 높은 것이 아니라 교육에 따라 사람들이 어느 줄에 서는가가 결정되는 만큼, 인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이 1980~1990년 동안 6퍼센트p, 1991~2000년 34.8퍼센트p, 2001~2008년 15.8퍼센트p 증가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최근 30년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이는 산업사회에서 지식기반사회로의 변동과도 관련이 있겠지만 정부가 대학의 설립요건과 정원규제를 풀면서 고등교육을 확대한 데 힘입은 바 크다.

구체적으로 25~34세에 이르는 청년세대의 고등학교 및 고등교육 이수율은 OECD 평균을 넘어섰을 뿐 아니라, 고등학교 이수율은 세계 최고이며 고등교육 이수율도 캐나다,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양적으로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교육 참가수준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진학 연령대의 인구 5명 중 4명이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하는 높은 진학률과는 대조적으로 고등교육 이수자의 취업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잘 실현되고 있는 덴마크는 90퍼센트에 육박하는 취업률을 보이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80퍼센트 미만에 머물러 있으며 비교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OECD 평균인 84.4퍼센트보다도 7.2퍼센트나 작다. 세계 3위의 고등교육 진학률에 비추어 취업률은 형편없는 것이다. 고등교육 이수자와 미이수자의 취업률 격차도 2006년 현재 6.9퍼센트나 되기 때문에, 고등교육 이수 후 취업률이 낮다고 고등교육을 포기할 수도 없는 구조다.

취업률이 낮다는 것 외에도 다른 특징이 있다. 고등교육 이수 여부와 소득간의 관계인데, 평균임금 대비 학력차에 따른 임금 격차가 고등교육 이수 여부에 따라 많이 벌어진다. 2007년 현재 전문대졸의 평균임금과 고졸이하의 평균임금의 격차는 전체 평균임금에 5.1(여자)~6.0(남자)퍼센트 수준인 반면, 대졸이상의 평균임금과 전문대졸의 평균임금의 격차는 28.4(여자)~43,9(남자)퍼센트에 달한다. 전체 평균임금의 3분의 1을 넘는 큰 격차다.
즉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사람과 전문대학 졸업 후 취업한 사람의 임금 격차는 별로 나지 않지만 일반대학 졸업 후 취업한 사람과는 현저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므로 취업률이 낮더라도 점점 더 높은 단계의 고등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가 형성되어 있다. 결국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과잉교육 상태이며, 비효율적 구조라고 할 수 있다.

4. 대학 나와도 절반만이 정규직

우리나라의 고등교육은 정부가 내세운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높은 교육비를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대학당국도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의 지원금에 에 의존하고 있으며 재단전입금과 같은 자체 재원조달이 취약하다는 것은 이제 비밀도 아니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라는 지금, 대학을 졸업해도 취직이 잘 안 된다는 것을 앞서 살펴보았지만 일자리의 질은 어떠할까?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의 취업률은 76.7퍼센트다. 그런데 정규직 취업률은 56.1퍼센트로 절반을 약간 상회하고 있을 뿐이다. 교육대학, 전문대학, 산업대학, 일반대학원 순으로 정규직 취업률이 높고, 일반대학의 정규직 취업률은 48.0퍼센트로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일반대학 졸업자는 비정규직 취업률이 19.6퍼센트로 고등교육기관 중에서 최고로 높을 뿐 아니라 전체 취업률은 68.9퍼센트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대학이 고등교육기관 중 학교수나 학생수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취업률과 정규직 취업률이 낮으면 전체 고등교육 이수자들의 일자리 질을 하향평준화하는 효과가 있다. 실제로 일반대학 졸업자들은 대다수는 장기간의 구직활동을 해야 하거나, 보다 안정된 취업을 위해 진학이나 취업고시에 매달리고 있다.

어떤 직장이 고등교육 이수자들을 흡수하고 있는지를 통해 고용에서의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고등교육기관 졸업자들의 45.4퍼센트는 중소기업에 취업했고, 교육 및 보건 분야는 11.7퍼센트, 대기업 11.1퍼센트,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은 4.7퍼센트의 순이었다. 알려진 대로 중소기업이 고용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고등교육 이수자들의 취업에서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대기업과 행정기관이나 공공기관은 교육 및 보건 분야보다도 고용흡수율이 낮아서 고용에서의 역할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상당수 고등교육 이수자들이 대기업과 공무원, 공기업 등의 직장을 선호하는 점에 비추어 일자리는 반대의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러한 고용률이 비정규직을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에 정규직 취업률을 회사구분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 열악해진다. 대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비율은 9.7퍼센트, 행정 및 공공기관은 4.0퍼센트로, 각각 2퍼센트p, 0.7퍼센트p씩 더 낮은 낮아진다.
그러므로 고등교육 이수 후 취업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일자리의 질도 만족스럽지 못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5. 증가하는 여성의 고등교육 참가, 취업과 소득에서의 차별

여성의 고등교육 참가는 2005년 현재, 30년 전보다 10배 이상으로 늘어났지만 성별 격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B형 고등교육기관의 여성 진학률이 남자보다 많은 것은 OECD 다른 국가들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특징이지만 A형 고등교육기관의 진학률은 한국만의 특징이 도드라진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A형 고등교육기관의 여성 진학률이 남성 진학률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 나라다. OECD 평균은 여성의 A형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이 남성보다 12퍼센트나 많은데, 이는 A형 고등교육이 지식기반경제와 관련성이 높고 사무직종의 고부가가치 직업으로 진출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여성의 경제활동과 친화적이라 할 수 있다.
선진국일수록 여성의 경제활동 기여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저조한 여성 진학률은 여전히 후진적 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력이 낮을 경우 경제활동참가와 근로소득에서 불리하겠지만 거꾸로 취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높지 않아 교육에 투자할 동기가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남녀의 임금격차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남녀 임금격차는 고졸이하 동일학력 내에서는 좁아졌는데, 대졸이상에서는 오히려 확대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흔히 고학력 직업일수록 남녀 임금차별은 덜할 것이라는 통념과는 반대의 경향이다. 모든 학력에서 남녀 임금격차가 일정한 수준으로 수렴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도 특이한 것으로 학력에 상관없이 남녀 격차가 일정한 비율로 구조화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같은 교육 수준으로 기대할 수 있는 미래수익이 작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는 고학력 여성들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높아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에 따라 고용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에도 고학력에서 더 소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취업 후 소득의 격차 뿐 아니라 취업단계에서부터 성별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짚어야 할 대목이다. 취업률을 보면 전문대 졸업자내의 남녀 차는 크지 않으나 일반대학과 일반대학원 졸업자에서는 5~10퍼센트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정규직 취업률에서도 성별격차가 분명히 드러나고 대기업 취업률에서도 비슷한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고등교육 이수자들 내에서도 일반대학이나 일반대학원 졸업자들에게서 취업률, 정규직 취업률, 대기업 취업률 모두 여성에게 남성보다 사회적 진입장벽이 높음을 의미한다. 좋은 일자리는 남성에게 더 많이 돌려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여성은 사회적으로 교육투자의 미래기대 수익의 측면에서 남성보다 불리한 여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6. 소결

산업으로서 교육의 성과를 측정하는 더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5가지 측면을 통해 간략히 짚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학습시간 등 투입에 비해 효율적이지 않다.
둘째, 한국의 지식기반 경쟁력은 고등교육 시스템의 부실로 인해 지속적인 성장은 어렵다.
셋째, 고등교육 이수에도 불구하고 고용흡수력이 취약하고 일자리 질도 좋지 않아 개인의 교육투자도 효율적이지 않다.
넷째, 대기업, 정부, 공기업 등 고용분담율을 높여야 할 부문의 역할이 미미하다.
다섯째, 여성은 진학률, 취업률, 좋은 일자리 등 전반적으로 교육투자의 미래수익이 남성들보다 낮다.

이러한 현실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교육정책,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낮은 투자, 반(反)고용적인 정부정책과 노동시장 관행,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낮은 사회적 책무,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적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과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교육은 투입에 비해 비효율적이며 개인에게는 기대되는 미래가치에 비해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비용 구조를 한두 가지 원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교육산업의 구조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을 통해 고비용 구조의 흐름을 조금씩 이해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인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다음 글에서는 한국 교육산업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영리, 비영리 교육기관들을 살펴볼 계획이다.

<참고문헌>

- <2008 KISTEP 통계브리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 <2008 OECD 교육지표>
- <교육통계서비스>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TAG 교육
한국 교육산업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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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담당자들인 교사들은 교육을 경제와는 전혀 다른 영역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육은 국민경제 차원에서 볼 때 엄청난 규모의 종사자와 소비지출이 행해지는 대단히 중요한 산업분야다.

시장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봐도 우리나라 교육시장이 단지 공교육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공교육 시장의 규모를 넘어서는 거대한 사교육시장이 존재하고 있고 갈수록 팽창하고 있다. 해외 교육시장에 유학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해외교육시장도 중요한 교육소비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용의 측면에서도 교육산업은 160만 명에 가까운 고용인원이 흡수되어 있는 산업영역이다. 이는 우리 산업에서 초과잉 분야로 평가받고 있는 건설업 종사자 180만 명에 거의 육박하는 규모로서 단일 업종으로는 매우 큰 비중이다.

국민의 소비지출 비중 측면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우리 국민의 전체 지출 가운데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1퍼센트로, 이는 일반적인 의식주 지출이나 교통, 통신비를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다. 우리나라 가계의 경제 부담 가운데 가장 큰 하중을 주는 것이 교육비 지출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교육은 경제, 산업과 독립된 별도의 영역이라는 세간의 상식과 달리 이미 우리 경제와 산업구조의 큰 축으로 성장해왔고 시장규모, 고용비중, 가계 소비지출 면에서 대단히 중요한 영역으로 변화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만큼 교육은 이미 시장화ㆍ산업화되어 온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교육을 경제나 산업과 무관한 별개의 영역으로 접근하려 하는 한 우리 앞에 놓인 교육현실에 제대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즉, 산업적으로 접근하면 ‘시장주의 접근’이 되고 비경제적으로 접근하면 ‘공공적 접근’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진보적 접근, 보수적 접근 이전에 사실적 접근이 선행되어야 하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 그 자체를 사실적으로 파악한 뒤에 그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이런 취지에서 새사연은 교육 문제를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통해 한국 교육의 실체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공공적 가치’에 맞게 개혁할 수 있는지를 진단해 보고자 한다. 새사연의 이러한 시도가 교육을 ‘시장의 논리’로 풀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물론, 오히려 진정한 ‘공공성 회복’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라는 것을 밝힌다.

1. 교육산업, 불황기에도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여파로 한국경제도 심각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마당에 여전히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는 산업분야가 있다. 바로 교육산업이다. 교육산업 생산은 지난 5월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13.3퍼센트나 늘었다. 1년 동안 무려 20만 명 이상의 취업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교육산업 종사자는 지난해에 비해 3만 7,000명이나 늘었다.

경기침체를 장기화시키고 있는 소비위축이 여전히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우리 국민의 교육비 지출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쯤 되면 교육산업이 교육 그 자체는 물론이고 경제와 산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교육의 현황을 산업적 시각에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는 것이 절실하다.

교육서비스업의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규모와 비중을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서비스업은 2007년 현재 우리나라 GDP의 6.4퍼센트를 차지하며, 55조 5,544억 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2000년 27조 5,000억 원이던 것이 7년 만에 2배 이상으로 성장하였다. 이는 전체 GDP의 성장보다도 빠른 것인데 그에 따라 2000년 일곱 번째에서 한 계단 올라서 여섯 번째로 큰 산업이 되었을 뿐 아니라, 농림어업보다도 2.2배나 커졌고 금융이나 부동산, 건설업 등과는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외형만으로 놓고 보면 한국경제의 핵심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우리나라의 교육산업 비중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생산규모로 비교할 수 있는 자료가 없어 소비지출 규모로 비교한 2005년 OECD 교육지표를 살펴보도록 하자. 사실 이 지표도 사교육 분야를 제외한 공교육비에 대한 비교일 뿐이다. <2008년 OECD 한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공교육비 지출만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GDP 대비 7.4퍼센트로 이스라엘(8.5퍼센트)과 아이슬란드(8.0퍼센트)에 이어 3위이며 OECD 평균인 5.8퍼센트보다 1.4퍼센트p나 많다.

그런데 한국을 제외한 다른 OECD 국가들에서는 한국과 같은 사교육을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의 실질적인 교육비 지출 규모를 공교육비 지출 비중 7.4퍼센트에 2퍼센트 규모의 사교육비 비중을 더한 9.4퍼센트로 계산하면 1위 이스라엘을 넘어서게 된다.
정확한 통계자료가 없어서 단정하기 어렵지만 한국이 경제 규모 대비 교육비 지출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일 개연성은 충분하다.

2. 이미 사적 산업의 특징이 커지고 있는 한국 교육산업

교육산업이 여타 산업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본원적으로 ‘공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산업 영역이 사적 기업들의 수익(영리)활동과 사적 소비지출에 의해 작동하는 것과 다르게, 교육산업은 일반적으로 공적 교육 기관들의 비영리 활동을 중심으로 공적 지출에 의해 운영된다. (결국 교육산업의 신자유주의화란 바로 공적인 교육 활동을 사적인 영리구조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서비스의 재원은 크게 정부, 비영리기관, 가계라는 세 부분으로부터 나온다고 할 수 있다. 비영리기관의 규모가 매우 작아 비영리기관을 가계와 묶어서 정부부문과 민간부문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교육서비스의 재원규모는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최종가치인 부가가치로 계산하지 않고 각 재원부담 주체들의 총산출량 또는 지출량으로 계산해야 한다. 이 경우 세 가지 통계수치가 있다.

첫 번째는 가계와 비영리기관, 정부의 총지출량인데 이 규모는 약 71조 5,000억 원이다. 두 번째는 교육서비스의 총산출량으로 2007년 현재 약 69조 4,000억 원이며 세 번째는 공교육비와 사교육비의 합계로서 76조 4,000억 원이다. 대략 70~76조 원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총 지출을 다시 경제 주체별로 세분해 보면, 먼저 가계 지출은 36조 8,000억 원이고 비영리기관 지출은 3조 6,000억 원, 정부지출이 31조 원으로 정부가 부담하는 비율이 43.4퍼센트이다. 전체 교육 지출에서 정부지출이 절반도 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출 기준으로 볼 때 한국의 교육산업은 공적인 산업이 아니라 이미 사적인 산업으로 절반 이상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우리나라 교육산업의 ‘사적 성격’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일까? 2008년 OECD가 발표한 2005년 기준 공교육비 중 정부와 민간(가계, 사립학교)의 부담률을 보면, 정부와 민간의 부담률을 나타내는 ‘공교육비 중 정부분담률’은 59.7퍼센트로 비교 국가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공교육비에 한정된 분담률이기 때문에 산출량으로 구분한 앞의 통계보다는 정부분담률이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공교육에서도 고등교육에서 정부의 부담률이 초중등교육의 79.1퍼센트에 비해 현저히 낮은 25퍼센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의 두 통계에서 보듯이 교육 서비스업에서 정부가 책임지는 비율이 매우 낮은 편이다. 다른 통계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최근 통계를 내기 시작한 통계청의 자료를 아래 표와 같이 교육비를 산정하는 방식에 따라 정산할 경우, 교육비 규모가 앞의 두 통계치를 뛰어넘는 최대치를 보이지만 부담비율은 첫 번째 방식과 차이가 없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경제규모 대비 최고수준의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그 재정부담은 정부가 아니라 민간, 특히 가계가 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일반 국민들이 알아서 부담해야 할 몫이라는 뜻이다. 미국, 일본도 우리와 유사한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가지고 있음에도 60퍼센트대 후반의 정부부담률을 보이고, 유럽의 경우는 80퍼센트 이상을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육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은 1차적으로 공적 재원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무색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진데, 우선 고등교육에 시장논리를 적용해 정부의 부담률이 지나치게 낮아진 것이 첫 번째 원인이다. 다음으로 한국만의 특이현상이라 할 수 있는 사교육의 비대화가 두 번째 원인이다. 지나치게 커진 사교육비 비중으로 정부지출이 전체 교육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다루지는 않았지만 취학 전 아동들에 대한 정부의 복지정책이 빈약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익히 알고 있는 바대로 생애 전체에 대한 공교육 투자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교육산업의 고용비중도 사적 부문이 압도적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교육서비스업의 규모에서 주요한 한축은 종사자의 규모다. 2005년 현재 교육서비스업의 종사자는 156만 8,000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6.9퍼센트에 이른다. 2007년 기준으로 볼 때 취업자 대비 교육서비스업 종사자 고용 비중은 7.6퍼센트로 2년 사이 0.7퍼센트나 증가했다. 이는 광공업, 도소매, 음식숙박업을 이어 4위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농림어업인구보다도 많다. 13.2명당 1명꼴로 교육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셈이다.

증가세도 두드러지는데, 전체 취업자 증가율이 매년 1퍼센트대에 머물고 있음에도 교육서비스 종사자는 2퍼센트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4년간 23만 9,000명이 늘어났다. 4년간 전체 취업자수가 102만 명 늘어났으므로 4명 중 1명꼴로 교육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구한 셈이라 엄청난 고용창출력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산업을 고용의 측면에서 보아도 공적 부문의 비중보다 사적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사실은 금방 발견된다. 교육 서비스업에서의 고용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재원부담의 기준과 동일한 방식으로 서비스 제공기관을 정부(국공립), 비영리기관, 사설기관(영리)으로 구분하여 분류해보자.

통합적인 통계 자료가 없어서 여러 자료를 취합하였기 때문에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종사자 수는 서비스 총조사에 따른 종사자 수보다 약 34만 명 정도 적다. 공교육분야의 통계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차이는 대부분 사교육분야의 종사자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종사자는 전체 156만 명 가운데 43만여 명을 제외한 100만 명 이상이 비영리기관이나 사설기관에 종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교육 내에서도 초중등 교육은 국공립기관의 비율이 3분의 2를 넘지만 고등교육에서는 국공립기관의 비율은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교육서비스는 인적자원이 그 질을 상당부분 좌우하기 때문에 결국 기관수, 종사자수 뿐 아니라 교육의 내용적 측면도 민간부문이 좌우하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제도개선을 하거나 산업적 측면에서 정책을 실행하려고 해도 실행과정에서 다양한 변수에 의해 변질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러한 제공기관과 종사자의 구성이 민간부문에 집중되어 있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의 서비스업은 OECD 평균보다, 고용 비중에 비추어 생산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비스의 낮은 생산성은 보몰의 주장처럼 서비스의 내재적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황수경(2008)은 EU 15개국의 예를 거론하며 고용비중(69.4퍼센트)보다 부가가치 비중(72.0퍼센트)이 더 높을 수 있음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서비스업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분석했는데, 교육 서비스업은 ‘고용은 크게 증가하였으나 생산성 증가는 평균이하인 유형’에 속한다. 즉 ‘고(高)고용, 저(低)생산성’ 유형이라는 얘기다. 고용증가와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의 추이를 통해 교육서비스의 생산성을 확인해 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서비스업 전체와는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

인건비와 근로여건을 개선하여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비정규직 채용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온 외환위기 이후의 고용관행은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2006년 기준, 교육분야 공공부문 일자리의 총 21.3퍼센트가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는데, 규모가 11만 2,393명에 달했다. 또한 교육서비스업에서 상용근로자와 임시ㆍ일용근로자와의 임금격차가 큰 것도 문제다. 상용직의 월평균 급여가 318만 2,000원인데 반해, 임시ㆍ일용직은 71만 6,000원에 불과하다. 자그마치 4.4배의 차이가 난다.

공공부문에서 정부가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민간부문에서는 파트타임 고용 등 저임금 고용행태를 선호하면서 교육서비스 종사자들의 자존감을 박탈하고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신규채용의 증가에도 인력부족률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서비스업과 비교할 때 박사급 인력에 대한 수요가 양이나 비중에서 월등히 높은 결과가 나왔다. 물론 전문대학졸업 이상의 인력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더 구체적인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저임금, 불안정 고용 그리고 대학입시와 같은 왜곡된 수요에 근거한 입시위주 사교육이 인력수요를 이끌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규모를 키우고 생산성을 높인다고 해서 과연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4. 불황기 가계경제를 흔드는 교육비 지출

공교육에서 정부의 분담율이 낮고 비대하게 성장한 사교육으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비를 감당해야 하는 우리 국민이 일상에서 감당해야하는 고통은 어느 정도일까?

전국 1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할 경우, 월평균 교육비 지출은 21만 8,000원으로 소비지출의 11.0퍼센트를 점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지출은 식비, 기타소비지출, 교통통신비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 항목이다. 먹고 움직이는 것을 제외하면 공부하는 데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82년부터 2007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것은 교통통신비와 교육비다. 교통통신비는 경제활동의 증가에 따라 공공요금의 인상과 휴대전화나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것이고, 교육비는 우리사회의 교육열과 제도적 문제가 결합되어 증가해온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1인 이상 가구 전체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실제 초중등 및 고등교육에 재학 중인 가구원이 있는 가구로만 한정할 경우, 상당히 과소평가된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취학가구원이 있는 가구들의 실제부담은 그보다 높은데, 취학가구원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도시근로자 4인 가구의 교육지출액은 42만 3,300원이다. 그 중 사교육비에 해당하는 보충교육비가 27만 2,900원으로 절반이 넘고 있다. 특히 가구주의 연령이 40~49세인 경우 교육비 지출이 51만 4,300원, 그 중 보충교육비는 31만 1,300원이다. 실제 취학가구원이 있는 가계의 교육비 지출 규모는 전국 가구당 월평균 교육비 통계치보다 두 배 정도 많다고 봐야 한다.

소득에 따라 그 격차도 심해서 하위 1분위(10분위 중)는 가계소비의 단지 1.9퍼센트만 지출한 데 비해, 상위 8~10분위 계층은 12퍼센트를 모두 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50만 원 이상을 교육에 지출한 도시근로자 가구의 경우 가구주의 소득이 월 600만 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가장이 월 500만 원 이상의 평균소득이 있는 직업은 관리자, 고위직 임원 등에 국한된다. 이런 직업이나, 소득을 가지지 못한 부모들은 자식교육도 남들처럼 못시킨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액수도 평균적인 수치일 뿐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마음을 다 담았다고 할 수 없다. 실제로 통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독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최근 노컷뉴스(등골 휘는 온라인 과외 학파라치 단속 ‘글쎄요’, 2009.6.15)의 보도에 따르면, ‘기초ㆍ심화ㆍ문제풀이 등을 함께 묶은 패키지 상품은 수강료가 한 과목당 30만 원 안팎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교재비까지 추가하면 금액은 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학원 강의가 아니다. 인기 있는 온라인 강의가 이 정도로 비싼 형편이니 온라인 강좌 서너 개 수강하는 것만으로도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셈이다.

소득의 최상위와 최하위가 보통 과소표집 되기 때문에 교육지출에서 고소득층의 높은 소비력은 통계에 반영되지 못한다. 아주 소득이 낮은 계층은 물론 사교육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서민들은 높은 소득계층의 교육비 지출을 쫓아가느라 가랑이 찢어지고, 중산층이나 고소득층도 교육비 과다지출로 전전긍긍하며 몸살을 앓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수행한 가계의 소비구조에 대한 연구(전승훈, 신영임 ; 2009)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 소비항목 중 소득불평등이나 소비불평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교육지출이다. 교육비 지출이 1만 원 증가할 때마다 1만 5,290원의 격차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은 단순히 가계소비의 지출비중만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양극화, 빈부격차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이미 많이 알려진 대로 이러한 불평등은 미래의 소득격차, 직업 등의 대물림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5. 교육산업의 공공성회복 과제는 이미 절박한 수준

지금까지 산업적 측면에서 한국의 교육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분석을 종합해 볼 때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어낼 수 있다.

첫째, 한국의 교육은 경제규모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산출량과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이 되었다.
둘째, 교육의 공공적 성격에 비해 교육재정, 교육기관, 종사자 구성에서 국공립보다 비영리기관이나 사설기관의 비중이 월등히 앞서고 있다.
셋째, 비대한 규모를 낳은 핵심적 이유는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사교육시장의 존재 때문이다. 지나친 경쟁구조로 인한 중복적인 투입이 재원규모, 기관수, 종사자 수 등 모든 면에서 3분의 1을 넘고 있다.
넷째,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 뿐 아니라 불평등 정도를 높이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는 미래로까지 연장되고 있다.
다섯째, 인적자원의 공급이라는 면에서 개인에게는 투입된 노력에 비해 이후 소득에서 효과적이지 않으며, 국민경제에서도 중간재적 성격에 비추어 지나치게 고비용이므로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의 활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끝으로 향후 우리 교육, 또는 교육산업이 MB정부의 구상처럼 ‘교육 선진화’라는 이름 아래 더욱 시장화, 사적 산업화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교육의 사적 산업화가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율을 떨어뜨리고 가계 부담을 가중시켜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교육산업의 공적 성격을 적극적으로 복원하려는 방향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김일영/새사연 정치사회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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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양자 양산하는 학자금 대출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http://saesayon.org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슈퍼 추경’이라 불리는 28조 9,000억 원의 추경예산 중 교과부의 추경예산은 1조 4,310억 원이다. 교육계는 교과부 추경예산안이 정부 추경예산안의 약 4.95퍼센트에 불과하다며 반발했다. 교과부의 추경예산안에 따르면 고등교육부문에 지원되는 예산은 4,449억 원이다. 구체적으로는 학자금 대출 신용보증기금 지원에 667억 원, 한국장학재단 채권발행에 1,300억 원, 근로장학금 지원에 105억 원 등이 포함된다.

교과부 소속 민주노동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 의원들은 대학등록금 확충 추경안을 정부와 한나라당이 수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애초에 추경예산 편성 전부터 등록금 관련 대책을 요구했던 대학생, 학부모,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학등록금 인하를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고 긴 생머리의 여학생들마저 연이어 삭발하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인 경기불황에 대비해 대학생들의 고충을 해소하려 조금이나마 애쓴 것은 다행한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대책에 오를 대로 오른 등록금 때문에 속이 썩어가는 학부모, 학생의 절박함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는가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인 지금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학생 10명 중 4명은 빚을 지고 절반 이상은 휴학을 하며, 학부모들은 식당보조나 대리운전 등의 부업을 하는 것이 뉴스거리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외환위기 이상의 극심한 경기불황에 현재, 등록금 부담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실제 지난 3월 18일 취업포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번 학기 등록금을 대출로 마련했다는 응답이 41.7퍼센트였으며, 다음 학기 등록금도 역시 대출을 이용하겠다는 응답이 27.8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또한 응답자의 73퍼센트는 등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고, 77.9퍼센트는 등록금 마련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으며 0.9퍼센트는 스트레스 질환을 앓을 정도였다. 휴학생의 63.4퍼센트가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업을 중단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정부의 등록금 대책에 대한 대안은 무엇일까.

정부정책, ‘이자지원’에서 ‘신용보증’으로 전환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대학생들이 쉽게 기댈만한 곳은 정부가 보증하는 학자금 대출이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이란, 최대 10년간 원금 납입 없이 매월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이 끝나고 졸업 후 10년간 원금을 상환하는 조건으로 일반이자, 저리, 무이자로 등록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행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이전, 1975년부터 2005년 1학기까지의 학자금 대출은 정부의 직접 이자지원 방식으로 이뤄졌다. 당시 학자금 대출 이자차액 보전제도는 소득에 따라 4퍼센트대 이자의 일반 대출과 2퍼센트대 저리 대출, 이공계 무이자 대출로 나뉘어졌다. 정부가 학자금 대출금리에서 4~7퍼센트의 이자를 시중은행에 직접 지원해 학생이 부담하는 이자율을 낮추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등록금 오름세에 학자금 대출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많아지자, 이자차액 보전액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융자를 받을 수 있는 문턱도 높아졌다. 시중은행은 학자금 대출업무 맡기를 꺼려하고 이자가 높은 할부금융사조차 연체율이 높아지자 학자금 대출을 아예 중단하거나 축소했다.

게다가 재산세 5만 원 이상을 낸 연대보증인을 세워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대출에 장애가 됐다. 이에 2000년부터 정부는 보증인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을 위해 신용보증보험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으나 보증수수료나 보험료 역시 감당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정부의 대출한도가 4년간의 등록금 수준에 못 미치고 학업을 유지할 수 있는 생활비가 대출이 안 되는 것도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정액의 이자만 지원하고, 대출의 핵심요소인 자금조달과 위험관리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금융기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스템으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학자금대출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행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제도는 이러한 연유로 탄생했다. 정부는 학자금대출 신용보증기금을 설립해 매년 1,000억 원을 출연하고 금융기관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에 따라 등록금과 생활비를 장기로 대출해주도록 했다. 이자차액 보전방식에서 정부의 지원금액이 연간 1,000억 원에 이르자 차라리 그 돈으로 보증기금을 만들어 대학과 보증기관이 대출대상자를 선정하도록 해 연대보증을 없앤 것이다.

또한 대출자금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학자금 대출채권을 유동화시켰다. 유동화란 쉽게 말해 당장 현금화가 안 되는 자산을 채권으로 만들어 팔아 자금을 미리 당겨쓰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금융기관은 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준 후 이를 채권으로 만들어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바로 매각한다. 주택금융공사는 대출채권을 근거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원리금 지급을 보증함으로써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이 자금을 다시 학자금 대출자금으로 금융기관에 제공한다. ‘학자금 대출금 → 채권 → 자산유동화증권 → 자금 조달 → 학자금 대출금’으로 돌고 도는 식이다.

이에 따라 학자금 대출 수요자와 대출한도, 대출기간이 늘어났다. 2005년 29만 4,000명이었던 학자금 대출자는 2008년 63만 5,000명으로 2배 이상 늘어 전체 대학생 수의 약 34퍼센트에 이르렀다. 대출액도 2005년 8,923억 원에서 2008년 2조 3,486억 원으로 뛰었다. 7년 거치 7년 상환의 대출기간은 10년 거치 10년 상환으로 바뀌었고, 등록금 범위 내에서 연간 2,000만 원 한도였던 대출범위가 등록금과 생활비를 포함해 4,000만 원 한도로 상향조정됐다.

시중은행 주택담보 대출보다 높은 학자금 대출 금리

늘어난 것은 이 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4퍼센트대였던 학자금 대출 이자율도 2009년 연 7.3퍼센트로 3퍼센트포인트 가량 대폭 상승했다. 본래 정부가 2퍼센트대로 유지시켰던 저리의 경우에도 2007년 2학기부터 없애고 두 종류로 나뉘어 저리1종은 연 3.3퍼센트, 저리2종은 연 5.8퍼센트로 거치기간에 내야할 이자가 올랐다. 실제 상환기간에는 무이자 대출이나 저리 대출 모두 일반이자와 동일한 7.3퍼센트의 고금리를 적용했다.

이러한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는 공공기관의 학자금 대출 금리에 비하면 턱없이 높다. 학술진흥재단 등에서 제공하는 농어촌 출신 학생과 공무원/교직원 자녀의 학자금 대출은 무이자이고,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근로자 학자금 대출은 1~1.5퍼센트의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이는 현재 타 부처에서 시행하는 시책사업의 대출 금리에 비해서도 현저히 높은 수치다. 여성부의 저소득모자사업, 보건복지가족부의 영세민생업자금, 행정자치부의 농촌주택자금과 같은 사업의 대출 금리는 3.0~4.4퍼센트이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는 학생의 50퍼센트 이상이 이용하는 저리2종과 일반이자의 경우 두 배에 가깝다. 경제위기로 시중금리가 급락하고 시중은행을 통한 주택담보대출도 연 4~5퍼센트 대의 금리로 가능한 시점에서 오히려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을 위한 학자금 대출 금리는 높아만 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금리가 이렇게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 현 학자금 대출 시스템은 앞서 밝혔듯 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의 학자금 대출채권을 모아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이러한 시스템 상에서는 대출금리가 ‘국고채 금리+재원조달 금리+금융기관 수수료’로 결정돼 시장금리의 등락과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대출금리에 반영된다. 시중금리가 급등하거나 금융기관에 위기상황이 생기면 그로 인한 비용이 대출자인 학부모/학생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에는 금리체계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가 2.0퍼센트로 역사상 가장 낮아졌고, 학자금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국고채금리도 1.7퍼센트포인트나 떨어졌지만 가산금리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졌다(권영길 의원, ‘2009 경제위기 장학금 정책보고서’). 가산금리는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위험가중 금리로, 은행에서 금리변동의 위험성을 실제 대출자가 부담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가산금리를 통한 이익은 은행의 몫으로 고스란히 들어간다.

결국 정부는 이자보전으로 늘어난 재정 부담을 더는 데에 관심이 팔려, 은행이 학생의 등록금을 자신들 배불리기에 이용하는 것을 방치하고 학부모/학생의 등록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외면한 것이다.

2년 만에 15배 불어난 ‘학자금 신용불량자 1만 명 시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높은 대출이자 갚기에 급급한 학생들은 이자를 내지 못하고, 그 중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일반금리로 치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 738만 원 한 번 대출에 약 4만 5,000원, 두 번 대출하면 9만 원, 4번 대출하면 18만 원의 이자를 다달이 내야 하므로, 매번 대출을 받고 학업을 병행하는 아르바이트 학생의 경우 생활비에 이자까지 벅찬 상황이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의 교육비와 수익률 분석 연구’ 보고서를 보면, 6개월간 지출하는 대학생의 생활비 수준은 평균 112만 8,000원, 사교육비는 평균 56만 6,000원으로 총 169만 3,000원으로 조사됐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경우는 당연히 생활비가 평균 165만 원으로 총 213만 8,000원을 지출하고 있었다. 물론 생활비에는 기숙사나 하숙비, 교통비, 교재구입비, 학용품비 등 학교교육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이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만 포함한 것이다. 식비나 의류비, 문화생활비 등은 제외한 비용이기에 실생활비는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의 학자금 대출로는 학기당 100만 원 내에서만 생활비를 빌릴 수 있다.

이에 따라 2006년에 670명이었던 신용불량자는 2008년에는 1만 118명으로 2년 만에 15배 늘었다(교과부, 국정감사 제출 자료). 일반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0.6~0.7퍼센트인데 비해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은 2.65퍼센트로 3배에 이른다. 정부의 무대책이 학생들을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부터 신용불량자로 낙인찍어 ‘학자금 신용불량자 1만 명 시대’를 만든 것이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의 경우 추가 대출을 받을 수가 없어 등록금 마련을 위해 결국 제 2금융권을 찾거나 불법 사채까지 손을 대 더 깊은 구렁텅이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2008년에 학자금 대출 신청자 중 4만 8,000명이 학자금 대출을 거부당했고, 그중 2만 8,000명은 낮은 신용 등급 및 연체 때문이었다. 일부 대학생들이 차라리 학자금 대출을 피하기 위해 벌이가 좋은 노래방 도우미나 유흥업소를 찾는 이유는 이에 연유한다.

원금 상환시기도 문제다. 실업자 100만 명 고지를 코앞에 둔 최근의 경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졸업 후 취업하지 못한 청년 실업자가 50만 명에 이르는 ‘고용대란’에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아르바이트 수준의 한시적인 인턴제와 대기업 초봉 삭감처럼 하나같이 낮은 임금을 강요하는 안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상으로는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최대한 연장한다고 해도 군입대 기간을 제외하고는 졸업 후 유예 1년, 연수 1년, 휴학 1년의 3년까지만 가능하다.

가령 1학년 때 학자금 대출을 받고 등록금과 생활비 마련을 위해 1년 휴학한 여학생의 경우, 돈이 없어 연수는 꿈도 못 꾸므로 졸업하고 1년 후부터는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로 인해 취업준비가 오래 걸리는 직장은 가고 싶어도 포기하고 인턴으로 취직한다고 가정해도 한 달에 100만 원 안팎의 임금으로는 생활비에 대출 원금과 이자까지 지출하는 빠듯한 생활과 그로인한 스트레스가 적어도 10년간 이어진다. 그나마 취업이 안 될 경우에는 원금 상환이 불가능함은 말할 것도 없다.

진정한 ‘수혜자 부담 원칙’ 따른다면 정부도 대학지원 나서야

얼마 전 학자금을 구하는 여대생 등 212명에게 연 120~680퍼센트의 고리로 돈을 빌려준 뒤 이자로 33억 원을 챙긴 대부업자 4명이 구속됐다. 그들에게 돈을 빌린 한 여대생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에서 300만 원을 빌렸다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금 때문에 대부업자의 강요로 유흥업소까지 나가 일을 해야 했다. 그럼에도 사채의 늪을 벗어날 수 없게 된 여대생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 사실에 비관한 아버지는 딸을 목졸라 숨지게 하고 자신도 목매 자살했다. 이는 “돈 없어서 공부 못 하겠다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2009년 신년 국정 연설이 지켜지기는커녕 등록금 때문에 학부모/학생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 정부가 현재 민생안정 대책으로 내놓은 등록금 대책은 ▲올해 말까지 학자금 대출금리 0.3~0.8퍼센트포인트 한시 인하 ▲저소득층 미취업자의 원리금 납부 올해 말까지 한시 유예 ▲학자금 대출 연체에 따른 금융채무불이행자 등록을 학교 졸업 후 2년까지 유예 ▲한국장학재단 설립으로 기존 대출금리보다 1~1.5퍼센트포인트 인하 ▲근로장학금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고가의 등록금 마련으로 고통받는 학생들을 위한 방안이라기보다 올해 경제위기 상황만 큰 사고 없이 넘기자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다.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고등교육에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는 시장주의적 대학정책에서 비롯된다. 혜택 받는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교육의 수혜자는 학생 자신만이 아니라 학생이 졸업해 진출할 기업, 지역사회, 국가도 포함된다. 인적자본의 개념에 따라 대학교육을 받음으로써 추가되는 소득의 비율인 ‘교육의 투자수익률’을 분석해 봤을 때 개인적 수익률과 사회적 수익률이 근사치를 나타내고 있음은 그에 대한 근거다(한국교육개발원, 대학의 교육비와 수익률 분석 연구).

대학교육은 개인 노동력의 질적 차이와 생산성의 차이가 결과적으로 개인의 소득증대로 이어지는 사유재의 성격 뿐 아니라, 사회의 생산성과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공공재의 성격도 가진다. 더욱이 21세기에 접어들어 지식기반사회로 나아가는 지금, 대학의 공공재적 특성은 더욱 부각된다. 정부의 논리대로 대학교육의 비용을 ‘수혜자 부담 원칙’에 기초해 부과한다면 오히려 기업, 지역사회, 국가의 대학지원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

지금의 문제는 앞서 밝힌 대로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은행은 고금리로 돈벌이 장사를 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 시스템을 개선할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한국장학재단을 5월에 설립해 학자금 대출 금리를 기존 대출금리보다 1~1.5퍼센트포인트 인하할 계획이다. 기존의 유동화 채권 발행 방식을 직접 채권 발행방식으로 바꾸고, 추경예산을 통해 편성한 1,300억 원의 자본금 출연으로 그 10배인 1.3조 원을 한국장학재단 자체 채권으로 발행해 재원을 조성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져 금리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1퍼센트포인트가 줄어든다 해도 6퍼센트대다. 고액의 등록금을 부담하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여전히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수치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등록금넷 등은 등록금 문제의 대안 중 하나로 등록금 상한제를 주장한다. 등록금 상한제란 해마다 물가상승률, 월평균 소득 등을 감안해 등록금의 상한선을 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현 고등교육 재정의 열악함과 대학의 높은 등록금 의존율을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않고서는 등록금 상한제는 현실적으로 당장 실행하기 어려운 방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한국장학재단의 직접 대출, 4단계 등록금 후불제’가 대안

새사연은 무엇보다 먼저, 정부는 계획대로 한국장학재단이 설치되면 정부가 보증을 서서 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도록 하는 현행 시스템을 모든 대출자가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직접 대출받는 시스템으로 전환시킬 것을 제안한다. 정부가 직접 대출을 시행하면 은행에서 위험성을 핑계로 돈벌이를 하는데 이용되는 가산금리나 은행 수수료를 없앨 수 있다.

이렇게 낮아진 학자금 대출 이자는 2005년 이전 이자지원 방식과 같이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예산을 확보해 한국장학재단이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원금은 일정 정도 이상의 소득이 발생했을 경우 갚도록 하는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해, 졸업 후 소득이 생기기 전까지는 원금 상환에 대한 압력을 받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등록금 후불제는 소득에 따라 시행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학자금 대출제도 상에서는 연간소득수준(학생 가구별 실제 총소득+재산+자동차정보)에 따라 4단계로 구분해 거치기간에 이자지원을 해준다. 매학기 소득기준은 교과부에서 결정하는데 2009년 1학기의 경우, 연간소득수준이 1,813만 원 이하인 차상위계층 가정의 자녀는 무이자 대출, 3,442만 원 이하는 저리1종(3.3퍼센트), 4,684만 원 이하는 저리2종(5.8퍼센트), 그 이상은 일반대출로 구분된다.

그러나 지난 2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08년 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전국가구(2인 이상)의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34만 9,000원으로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이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소득분위별 양극화 현상도 심화됐다. 하위 30퍼센트인 소득 1~3분위 중 4분기에 적자가 난 가구의 비율은 55.1퍼센트로 4분기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중산층에 해당하는 소득 4~7분위의 적자가구 비율도 같은 기간 23.1퍼센트로 0.1퍼센트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상위 30퍼센트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인 8~10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이 기간 12.4퍼센트에서 10.4퍼센트로 낮아졌다.

학자금 대출 기준으로 치면 거치기간 중 무이자 대출을 받는 가구는 절반 이상이 적자인 것은 물론, 저리1, 2종에 해당하는 중산층 역시 경기침체 속에서 5분의 1 이상의 가구가 적자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경기불황 속 각 가계의 등록금 부담이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으며, 몰락하는 중산층과 그로 인해 늘어나는 저소득층의 경우는 문제가 더욱 심각함을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등록금 후불제는 소득기준을 바꿔 4단계로 구분해 시행해야 한다. 먼저 현재의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무상장학금은 국립대 평균 등록금인 430만 원 정도 수준으로 전체 학생의 2.6퍼센트만이 수혜를 받고 있다. 이러한 무상장학금의 경우, 국공사립대생 전체를 대상으로 현재 무이자대출을 해주는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해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야 한다.

저리1종에 해당하는 3~5분위 가정의 자녀에게는 전액후불제를, 저리2종에 해당하는 6~7분위 가정의 자녀에게는 반액후불제를 실시해야 한다. 전액후불제란 등록금 전체를 소득 발생 후 갚아나가는 형식이며, 반액후불제란 등록금의 절반은 내고 나머지 절반은 소득 발생 후 상환하는 형식이다. 8분위 이상의 가정 자녀는 희망에 따라 반액후불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소득분위별등록금 후불제 단계구체적 형태필요 재정소득2분위 이하 무상장학금 전액 지원 약 1조2천억원 소득3~5분위 전액후불제 전액 지원 후 소득 발생 시부터 상환소득6~7분위 반액후불제 반액 지원 후 소득 발생 시부터 상환 약 5천억원소득8~10분위 지급과 반액후불제 중 선택 등록금을 내거나 반액후불제 선택

이처럼 소득에 따라 4단계의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려면 등록금 총액 약 13조 원 중 어느 정도를 정부에서 초기 재정으로 마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난 2008년 2학기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 현황을 보면, 한 학기 전체 대출액은 1조 1,000억 원으로 30만 8,000명이 대출을 받았다. 당시 대출건수를 기준으로 오는 2학기에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할 때 필요한 초기 재정을 따져보면, 사립대 평균 등록금 738만 원 기준으로 무상장학금과 전액후불제를 위해 약 1조 2,000억 원, 반액후불제를 위해 약 5,000억 원이 필요해 총 1조 7,000억 원의 재원이 마련되면 가능하다.

여기서 현재의 학기당 15퍼센트에 불과한 수혜자의 비율을 올해 30퍼센트로 높인다면 약 3조 4,000억 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지원이 향후 5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한다면 졸업 후 취업을 한 수혜자가 소득에 따라 원금의 일부를 상환하기 시작할 것이다. 보충된 재정은 등록금 후불제 수혜자 비율을 조금씩 늘리는데 쓰여야 한다. 그렇게 장기적으로 학생의 원금 상환률이 일정 수위에 도달해 학자금 규모가 안정화되면 정부는 자금을 운영하는데 드는 수수료와 연체액 등 약간의 지원만 해도 한국장학재단 자체 시스템으로 학자금 지원을 해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초기 약 3조 4,000억 원의 예산은 어디서 조달할 것인가. 권영길 의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 대학별 장학금 비율 총액은 2조 8,000억 원으로, 이는 국가 지원과는 달리 각 학교별 예산으로 소요된다. 여기에 한국장학재단의 1조 3,000억 원의 재원을 결합하면 등록금 후불제는 2학기부터 실행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재단의 채권발행에 따른 이자는 일반회계에서 정부가 지출하도록 한다.

등록금 인하 방안 마련이 궁극적인 해법

현재의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은 은행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돼 대출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많다. 또한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부터 신용불량자가 되는 학생이 1만 명에 이르는 현재,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현재 학자금 대출을 받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비정규직, 중소상공인의 자녀임을 감안하면 고금리 학자금 대출의 가계부담은 정부의 ‘찔끔’ 금리 인하로는 해소될 리 만무하다. 학자금 대출의 문제는 정부의 예산을 통한 재정지원과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직접 대출, 소득 발생 후 원금 상환을 시작하는 등록금 후불제로 해결해야 한다.

4단계로 구분되어 시행되는 등록금 후불제는 무상장학금, 전액후불제, 반액후불제 등으로 현재보다 많은 학생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 등록금 인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면 재정 부담으로 인해 실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등록금 문제의 해법에는 궁극적으로 고액의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한다.

등록금 인하를 위한 방안 중 하나는 각 대학의 적립금을 과도하게 누적시키는 것을 규제하고 그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도록 법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현재 사립대학들의 누적적립금은 7조 2,996억 원으로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총액의 절반이 넘는 규모다. 예산을 부풀려 고액 등록금을 걷은 후 지출과의 차액을 적립금으로 누적시켜 온 결과다. 그러나 대학은 재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가파른 등록금 인상곡선을 그리다 올해 장기적 경제위기 국면에 들어서자 동결을 선언하며 생색을 냈다.

각 대학의 예산 부풀리기를 규제하고 적립금의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 연구기금이나 장학기금으로 사용하도록 한다면 등록금은 지금보다 내려갈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그런 의미에서 지난 2006년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후 꾸준히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매년 15조 원의 ‘부자감세’를 감행한 정부는 나라 빚을 내어 29조 원에 달하는 ‘슈퍼추경’을 발표했다. 그러나 법인세 인하정책은 당장의 투자 확대를 가져오지 않지만 등록금 인하정책은 소비 확대를 가져온다는 사실이 비교적 확실하므로,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제위기에 도움을 주기 위한 방안으로는 등록금 인하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정부가 진정 ‘서민살리기’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면 어디로 먼저 눈을 돌려야 하는지 반추해봐야 할 것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등록금 천만원 시대, 이대로 좋은가①] 서민경제 옥죄는 대학등록금, 오른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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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가정형편이 어려워 등록금을 내지 못한 대학 중퇴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등록금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녀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한 부모가 서러움에 자살을 하거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어린아이를 유괴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등록금 천만원 시대’에 접어 들면서 이제 대학은 ‘우골탑’이 아닌 부모의 등골을 팔아먹는 ‘모골탑’이 되었다. 대학생과 시민단체들은 등록금 걱정 없이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도 이룰 수 없는 사회에 분개하며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행동에 나섰다. 이에 새사연은 두 차례에 걸쳐 대학등록금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당면한 과제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봄은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건만 우리네 경제상황은 아직 겨울이다. 꽃이 피기를 시샘하기는커녕 새싹이 돋아나긴 할지 불안한 요즘이다. 서민들은 과거 외환위기를 떠올리며 가계소비를 바짝 조이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조여도 줄일 수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자녀교육비이다.

‘내 자식만큼은’ 혹은 ‘다른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늘어나는 사교육비도 이제는 선택사항이라 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하지만 대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 등록금 문제는 더욱이 피해갈 수 없는 부담이다. 84퍼센트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대학진학률을 따져봤을 때 값비싼 대학등록금은 전 사회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자장면 500원 오를 때, 등록금은 50만 원 인상

유행처럼 번진 ‘등록금 천만원 시대’라는 말처럼, 2008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국립대 417만 원, 사립대 738만 원이다. 사립대는 2006년부터 해마다 6퍼센트 이상의 상승률을 보여 의대나 공대, 예체능계 대학의 경우에는 1000만 원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대부분의 사립대들이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지만 그렇다고 현재의 등록금 수준이 낮은 건 아니다.

지난해 초 이명박 대통령은 서민들이 애용하는 라면, 두부와 같은 생필품 50여개를 놓고 ‘MB물가’라는 말까지 써가며 가격 상승을 잡으려 했지만, 이들 품목들은 오히려 소비자물가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라면과 같은 상품은 비싸도 대체품이 있을 수 있지만 대학은 돈 없으면 안 가면 될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정작 서민가계에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등록금에 대한 대책 마련에는 무심했다. 그 결과, 자장면 값이 500원 오를 때 등록금은 50만 원이 올랐다. 물가상승률은 3.9퍼센트였으나 사립대 등록금 인상률은 6.7퍼센트로 두 배에 가까웠던 것이다.

이제 사립대 등록금은 서민 가정의 월급 두 달치를 고스란히 모아야 낼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지난해 3/4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약 347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사립대 등록금은 738만 원으로 두 배에 이르렀다. 두 달간 아무것도 먹지도 사지도 않아야 등록금을 낼 수 있다. 하루 벌어 사는 저소득층은 물론, 중산층 역시 대학생 자녀가 한두 명만 되어도 노후를 대비한 저축은 꿈같은 얘기다. 그나마 자녀 중 한 명이 남학생이면 일찍 군대를 가는 방법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그림1] 2003-2008 국공공립/사립 등록금 및 물가 인상률


국공립대도 예외가 아니다. 2007년도 국공립대 등록금이 10.3퍼센트나 인상되는 등 2003년 이후 7~10퍼센트의 높은 인상률을 보여 최근에는 사립대 등록금 인상까지 주도하는 추세다. 이렇듯 대학의 등록금이 급격히 오른 것은 1989년, 2003년 각각의 사립대와 국공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은 해방 후 계속 ‘우골탑’이라 불릴 정도로 높았지만,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로 등록금 상한제가 풀리면서 인상 요구는 가속화되었다. 등록금 가격책정의 기준을 제시하던 교육부의 역할이 대학에 넘어가자 안 그래도 삐죽삐죽 터져나오던 인상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재산불리기에 ‘올인’한 대학, 교육의 질 향상에는 소홀

그렇다면 각 대학이 해마다 등록금 인상을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대학들은 물가상승과 학교의 어려운 재정상태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물가상승률보다 2~3배 높은 등록금 인상률과 각 대학에 과도하게 쌓인 적립금 현황을 살펴봤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임해규 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2조 6,860억 원이었던 적립금은 2007년에는 5조 5,833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 7년간 해마다 4,000억 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7년 대학의 총 등록금에서 학부모가 부담한 비율이 6조 8,000억 원임을 감안했을 때, 5조 6,000억 원의 적립금은 전국의 대학생이 학비를 조금만 내도 마음 놓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학은 누적적립금은 뒤로 챙겨놓고 재산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여유 자산이 많음에도 재정상 어려움을 주장하며 해마다 등록금을 큰 폭으로 인상하고 있다. 학교별로 살펴봤을 때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의 누적이월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그 중 2007년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 학교는 이화여대로 적립금이 5,115억 원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이화여대는 2008년에 등록금을 5.9퍼센트나 인상했다.

또다른 문제는 대학이 이렇게 모아둔 적립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적립금의 목적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사립대 적립금의 세부내역은 대부분 연구기금, 장학기금, 퇴직기금, 건축기금, 기타기금으로 나뉘어진다. 그러나 대학은 교육의 질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연구기금이나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장학기금 등의 적립에는 소홀히 하고 있다. 전체 적립금의 84퍼센트가 건축기금(43퍼센트)과 용처를 알 수 없는 기타기금(41퍼센트)으로 적립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의 기금 운용계획도 명확하지 않다. (참여연대, ‘대학 재정운영과 등록금 책정 타당성 관련 실태 보고서’).

열악한 고등교육재정, 대학들 등록금 의존율만 높여

사실 대학이 재정상 어려움을 호소하는 데는 우리나라 고등교육 재정의 열악함도 한 몫을 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예산 전체 규모는 연평균 9.2퍼센트씩 증가했지만, GDP 대비 교육비 구성을 봤을 때 정부 부담 비율은 4.3퍼센트로 2005년 OECD 평균 5.0퍼센트에 비해 부족하다.

안 그래도 정부의 지원이 모자란 상황에서 교육비를 초중등교육단계와 고등교육단계로 나누어 지원하다보니 고등교육단계에는 정부 지원이 더 적게 돌아간다. 부문별 투자 배분을 볼 때, 초중등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비중이 86.9퍼센트로 대부분을 차지해 정부 부담 비율이 OECD 평균치와 유사한 반면, 고등교육 부문에 대한 투자는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와의 협의 과정에서 고등교육예산은 늘 후순위로 밀리고 형국을 보여준다. 이에 2005년 OECD 30개 국가들은 고등교육에 정부가 부담한 평균 비용이 GDP 대비 1.1퍼센트였지만 한국은 0.6퍼센트로, OECD 평균의 절반밖에 못 미치는 꼴찌 수준에 머물러 있다.

                                     [표1] GDP 대비 교육단계별 교육비 구성
* 출처 : OECD. Education at a Glance. 각 년도

그렇다면 정부는 왜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는데 의지를 보이지 않는 걸까. 그것은 정부가 시장주의적 대학정책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책은 고등교육에 수혜자 부담 원칙을 적용해 교육비용을 전적으로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정부는 비용 부담을 분산해 주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국립대 민영화’와 다름없는 국립대 법인화 계획을 추진하고 2010년부터 연간 4조 원을 이상의 교육세를 폐지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러한 맥락에서다.

우리나라의 대학 예산에서 정부지원금 비율은 15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대학 예산의 70퍼센트 이상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선진국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낮은 정부지원은 곧 높은 등록금 인상으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에서 정부보조금 외에 대학 재정을 충당할 수 있는 항목으로는 등록금, 재단전입금, 기부금, 대학 자체 수익(자산 및 부채수입) 등이 있다.

그런데 이 중 재단전입금은 운영수입대비 전입금 비율이 1퍼센트 미만인 대학이 전체 대학의 37.2퍼센트(2005년)에 달하는 등 재단이 전입금 부담 의무를 방기하는 대학이 많고, 기부금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또한 대학 자체 수익구조를 보면,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수익용 기본재산 역시 부동산(토지)이 대부분이어서 수익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각 대학은 재정확충 방안을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선차적임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등록금을 올리는데 치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사립대는 재정 수입의 3분의 2 이상을 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최순영 전 의원(민주노동당)이 발표한 2006년 ‘대학교 등록금, 재정실태 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4년제 사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77.4퍼센트였다. 2001년 70.1퍼센트에서 6년 사이 7.3퍼센트 상승했다. 외국의 경우 등록금 의존율은 평균 30~5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대학 재정의 70퍼센트 이상을 학부모와 학생의 몫으로 전가하는 현재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등록금 인상은 멈추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를대로 오른 등록금, 대출이자만 낮춘다고 되나

치솟는 등록금과 극심한 경제불황으로 인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통은 한계를 넘어섰다. 얼마전 어려운 가정형편에 등록금을 내지 못해 자퇴한 후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리며 전전하던 20대 청년이 다리에서 투신해 숨진 사건은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다.

지난 2월 한 구인구직 포탈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대학생 및 휴학생은 ‘등록금 및 학비 마련’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응답이 33.3퍼센트가 나왔다. 생계비 마련이나 부수입 마련 등의 기타 항목에서 10퍼센트 대의 응답이 나온데 비해 월등히 높아, 대학생들의 등록금 부담 정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정부의 등록금 관련 대책은 대부분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장학금의 액수를 늘리고, 학자금 대출을 받은 후에 가계수입이 크게 줄면 대출 이자를 낮춰주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책은 충분히 오를대로 오른 등록금을 낮출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이 아니며, 당장 각 가정의 등록금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이 -4퍼센트까지 추락하며 선진/신흥 20개국(G20) 중 최하위를 기록할 것이고 전망했다. 이에 정부는 각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산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계지출 중 가장 부담이 큰 것은 자녀교육비 부분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가계의 실질소득을 증가시키고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교육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에게까지 지출되는 사교육비와 서민들이 감당하기 힘든 대학등록금에 대한 대안 마련이 곧 경제위기 극복의 해법 중 하나인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대학 등록금 문제의 진정한 해법이 무엇인지 정부가 다시금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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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었건만, 이명박 정부는 경쟁과 평가를 중심으로 한 시장주의적 교육개악 드라이브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올해에도 예상되는 일제고사 실시, 자율형 사립고와 같은 특수학교 확대, 억압적 교원정책 강행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반면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원조였던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인 방향 전환에 착수하고 있다. 전임 정권의 교육 정책으로 미국이 경쟁력과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양방향으로 크게 엇갈리고 있는 한미 교육정책의 차이는 무엇일까.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쪽은 어디일까.
새사연은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는 다음카페 ’교육 새로고침’(
http://cafe.daum.net/eduf5) 운영진과 함께, 오바마에 의해 변화하고 있는 미국 교육 개혁 방향과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비교하고 향후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해 본다. <편집자주>

오바마 정부가 현 교육예산의 두 배가 넘는 1,500억 달러(207조 원)를 국립학교와 보육센터, 대학에 지원하는 경기부양 정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지난 1월 28일 뉴욕타임즈는 전했다. 교육재정을 대폭 늘려 공교육을 내실화 해 전반적인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고,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도 교육기회를 동등하게 제공해 교육격차를 좁히겠다던 대선 당시 교육공약을 현실화하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교육복지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저소득층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계층 간/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교육복지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에 대한 재정으로 이명박 정부의 임기기간 5년 동안 약 17조 2,239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우리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인 공교육 정상화나 사교육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는 과정으로서의 정책이 아닌 ‘시혜성’ 지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비슷한 시기에 오바마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교육복지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책에 대한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각 국의 교육 현황과 정책을 비교해 그 이유를 살펴보자.

고등학교 학업중단률 높은 미국 학교

미국은 대체로 경제력에 따라 거주지가 분화되어 있다. 경제력이 높은 중상류층은 도심 주변에 발달한 교외에 모여 사는 반면, 흑인이나 히스패닉계가 주축을 이루는 저소득 빈민층들은 주로 집값이 싼 도심 지역에 모여 산다. 그래서 거주지에 따른 교육 불평등도 만연해 있다. 2006년 미국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계 학생들은 백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학업중단률이 2배나 높고, 특히 저소득층 학생들은 고소득층 학생들에 비해 중도탈락률이 5배나 높다(’미국의 교육정책과 교원평가’, Wayne Au).

한 예로 부시 대통령의 고향인 텍사스 주의 경우, 2001년에 어림잡아 40퍼센트의 중고교 학생들이 중도탈락 했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흑인이거나 히스패닉계 학생들이었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부유한 학생들은 좋은 교육을 받는 반면, 가난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그렇지 못하다(’미국의 교육정책과 교원평가’, Wayne Au). 이렇게 퇴학한 학생들의 실업률은 졸업생들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그 수당이 낮으며 승진에 제한이 있고, 의료보험이 제공되는 경우가 드물다.

게다가 전반적인 학력도 저하돼 2003년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미국 15세 학생들은 각각 수학 28위, 과학 19위에 머물렀다. 또한 부시 정부가 매년 막대한 교육재정을 사용해 실시한 일제고사의 결과, 2005~2006학년도에는 전체 공립학교의 1/4(2만 3,000개교) 정도가 기준 성적에 이르지 못했다.

교육 내실화, 저소득층 학생 지원으로 교육격차 줄이는 오바마

이에 오바마는 미국 상원에서 ‘중등교육(5~8학년) 성공’ 법안을 상정했다. 초중고의 낮은 학업 성취도를 해결하고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두 가지 방향으로 실행되고 있다.

첫째는 교육의 내실화이다. 이는 학력 수준을 높이는 동시에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중도탈락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등학교 전 교육단계에서 내실화를 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고 징계를 자주 당하며 수학과 영어에서 과락을 맞은 6학년 학생 중 단 10퍼센트만이 고등학교를 제때에 졸업할 수 있다는 확률이 여기에서 연유한다.

오바마 정부는 각 주가 중학생의 학업 성취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하도록 하였다. 이 계획에는 학습계획, 팀 티칭, 부모와의 협력, 멘토링, 강도 높은 읽기, 수학과목 지도와 연장된 학습시간이 포함된다. 또한 학교운영 방식의 재설계를 통해 동료교사 간에 서로 협력하고 학생 개개인의 필요에 접근하며, 더욱 실질적인 커리큘럼을 개발하기 위해 협동하는 모델로 개선하고자 한다.

장래에 퇴학당할 위험이 높은 학생을 가리기 위한 데이터 시스템을 조기에 개발해 사용하며, 학생들의 졸업을 돕는 검증된 모델을 개발하거나 사용하는 공공/민간부문 단체들에게 정부 교부금을 제공할 계획도 있다. 또한 학업뿐만 아니라 교내 왕따와 폭력을 미리 예방하는 인성 지도의 한 방법인 긍정적 행동 유도 시스템(PBS)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교내 폭력 사건은 확대해석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거칠고 난폭하여 학교 폭력에 무기를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미국 중등학교에서 아이들은 등교할 때 공항에서나 볼 수 있는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며, 학생 간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쉬는 시간을 최소한의 이동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교내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바로 경찰이 출동하고 재판을 받게 된다. 따라서 긍정적 행동 유도 시스템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 엄중히 처벌해 해결하던 부정적인 대응은 비효율적이고 역효과를 초래한다는 판단 아래 실시되는 것이다.

학습 평가 시스템이 중등교육과정의 교육 내실화를 통해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는 대책으로 변화한 것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결과를 놓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과정에서 보살핌을 늘리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 셈이다.

둘째는 소득 간 교육 기회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바마는 여름방학 동안의 학습기회를 저소득층 어린이에게 제공함으로써 초등학교에서 보이는 계층 간 성취격차를 해소하고자 한다. 이를 ‘STEP UP’계획을 법으로 제정해 소수민족과 저소득층 자녀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다.

영어 구사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English Language Learner(ELL)’ 학급을 지원하며 적절한 학업 평가와 학생들의 성취를 모니터링하고, 학교에서 이 학생들이 학업을 마치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한다.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 지원 기금을 두 배로 늘려 높은 수준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이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수혜 학생들의 학업과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지침을 포함해 매년 10만 명의 학생들에게 제공될 것이다. 또한 저소득층 출신의 젊은이들이 더 많은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게 정부보조금을 직접 지급해 교육기회를 늘린다.

교육양극화 부추기면서 시혜성 지원으로 생색내는 MB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학업성취도와 고등학교 졸업률은 낮지 않다. 그러나 최근 연도별 학업중단률의 추이를 보면, 2005년부터 중고등학교에서 전반적으로 학업중단률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007학년도의 전문계 고등학교의 학업중단률은 2006년 대비 0.5퍼센트p 증가한 3.6퍼센트이다.

                                        [표1] 연도별 학업중단률 


여기서 학업중단자란 질병, 가사, 품행, 부적응 및 기타 사유에 의한 제적/중퇴 및 휴학자인데, 고등학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이유에서 부적응과 가사에 의한 사유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90년대 중반부터 실시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경쟁 위주의 교육과 사교육이 만연한 풍토에서 성적이 낮거나 저소득층 자녀인 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게 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표2] 일반계 고등학교 사유별 학업중단자 현황 (2004~2007년)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제중, 자사고와 같은 귀족학교 설립과 일제고사, 성적공개 등의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부정적 결과에 대한 임시방편으로 지난해 12월 저소득층의 교육비 부담을 완화하고 계층 간/지역 간 교육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교육복지 대책을 마련했다.

그 항목을 몇 가지 살펴보면, 우선 무상교육을 확대하고자 한다. 기존에 기초생활수급자의 중고생 자녀에게만 지원되던 학교운영지원비 지원을 전체 중학생에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며, 2012년까지 모든 저소득층과 농산어촌 지역 학생의 급식을 100퍼센트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에서는 저소득층에게만 주던 무상 장학금을 기초수급자 전원에게 지급하고 무이자대출을 소득 1, 2분위 전체로 확대한다.

도시 저소득층과 농산어촌을 위한 공교육 내에서의 보육기능 확대에 대한 계획도 있다. 농산어촌에는 학기 중, 주말, 방학 어느 때나 학습, 문화,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중 돌봄학교를 전국 86개 면지역 학교의 12퍼센트(378교)에서 운영하고자 한다. 또한 학업성취수준이 낮은 지역과 편부모가정 등을 위한 종일 돌봄교실을 확대 운영하고, 기초생활수급자가 100명 이상 또는 전체학생의 20퍼센트 이상 되는 50개교를 선정, 저소득층 학생 밀집학교에 5년간 특별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가 교육복지 정책을 지금보다 확대하겠다고 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위 정책들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인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확대에 따른 교육양극화 문제에 전혀 접근하고 있지 못한다는 데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재정적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면 아이들의 실력 차이는 학교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원비의 수준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기초수급자들이 대학 무상 장학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대학을 가야 하는데 정작 대학에 갈 길이 요원한 것이다.

배고픈 아이에게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낚시질 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다. 이명박 정부는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재정적 지원 대책은 마련했지만 그들이 진정 고민하는 교육문제가 무엇인지는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에서 방치되거나 학교에 부적응한 학생들이 늘어나는 상태에서 이들을 위한 정책은 무상교육보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무상교육을 받더라도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하면 낙오자 취급을 받는 학벌사회에서 그들은 계속 교육소외계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이를 볼 때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고 교육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교육의 내실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공교육의 정상화를 내세우는 오바마의 교육정책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영유아 때부터 벌어지는 교육 불평등

한편, 오바마가 내세운 교육정책 가운데 가장 많은 추가예산(연방차원)이 필요한 분야는 바로 영유아교육이다. 유아교육지원에는 100억 달러(14조 원)가 필요한데 이는 추가예산 180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액수이다.

오바마가 무엇보다 영유아교육에 교육투자를 집중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유아교육 지원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0~5세의 장애아와 가족들에게 제공된 교육서비스는 1달러 당 5달러의 효과를 창출하며 20년에 걸쳐 범죄율을 70퍼센트 가까이 감소시켰다고 한다. 오바마는 교육공약에서 어린이들이 학교수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기초는 초기 3년에 좌우되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에 조기교육을 얼마나 잘 받느냐가 평생을 좌우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등학교 졸업률을 높이고자 그 전 과정을 내실 있게 만들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오바마의 영유아교육 관련 핵심정책은 ▲ 0~5세를 위하여 각 주에 재정을 제공하고, ▲ Early Head Start(저소득층 0~3세를 위한 국가적인 조기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 수를 4배로 증가시키며, ▲ 높은 수준의 보육을 제공하여 맞벌이 가정의 부담을 경감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산하에 조기교육협회를 설치하여 연방, 주, 지방정부의 협력을 증진시킬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은 경제적으로 무척 버겁다. 283만에 이르는 0~5세 가운데 보육시설, 유아교육시설을 이용하는 아이들은 55퍼센트에 불과하고, 값이 저렴하고 믿음직해 부모들이 선호하는 국공립 보육시설에는 9.8퍼센트의 인원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영유아시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작년 하반기부터 저소득층 보육료 지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중산층과 서민 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다. 실제 OECD의 보육/유아교육 비용 공적지출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GDP대비 공적지출 비중은 0.2퍼센트로 OECD평균 0.6퍼센트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가 영유아에 대한 보육, 교육을 사적인 시장에 떠넘기고 있기에 학부모의 부담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우리 교육 살아남으려면 ‘방향설정’ 다시 해야

미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교육개혁에 방점을 찍은 오바마는 실패한 부시 정부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전면 재고하고 있다. 암기식/주입식 수업을 강요하는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처벌 대신 지원을 위주로 개별화 맞춤형 교육방식을 지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더욱 중요해진 교사들의 역할을 높이기 위해 우수한 교사양성을 위한 지원 대책을 마련하고 교사 간 협력으로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한다. 출생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려 공평한 교육기회를 주고, 학교운영의 재설계로 교육을 내실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오바마의 일련의 교육정책은 대다수의 학부모들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억압적 교원정책을 펼치려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과는 상반된다. 교육복지 정책 역시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교육양극화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기 보다 사교육 시장을 늘리면서 저소득층을 위한 지원금을 찔끔찔끔 늘리는 ‘시혜성’ 정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암환자들의 사인은 대부분 영양실조라고 한다. 음식을 먹어도 암세포가 영양섭취를 막는 것이다. 따라서 암환자들에게는 영양공급을 위한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의 교육문제 역시 재정적 지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에 대한 투자에 앞서 그것을 올바로 투자하기 위한 방향설정을 다시 해야 한다. 그것이 4년 후, 우리 교육이 영양실조로 죽음에 이르지 않을 유일한 길일 것이다.

김향미(인천 하정초등학교 교사, 새사연 회원)
이원영(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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