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4를 내놓고 이에 삼성이 갤럭시S로 맞불을 놓으면서 거대 기업들의 스마트폰 전쟁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어느새 스마트폰이 낳은 소셜미디어의 확장 가능성이나 웹2.0 진화 등의 정치경제적 가능성과 그에 대한 논의들이 대기업들의 마케팅과 언론의 호들갑에 완전히 묻혀버린 듯하여 일말의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새롭게 열린 스마트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홍보마케팅을 논외로 하더라도 스마트폰이 한국 사회에 가한 충격은 가히 '혁명'이라는 단어를 붙여도 충분할 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와 영향력은 그 어느 기기보다 빠르고 또 광범위하다. 이미 스마트폰의 확산 속도가 휴대폰이나 인터넷보다 더 빠르다고하니 이제 몇 년 후면 우리는 컴퓨터보다 많은 스마트폰을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림1] 100명당 사용자가 5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나는 데 걸린 시간(년)
 
또한 스마트폰 혁명은 산업, 생활 방식, 정치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미 IT산업과 제조업의 경우 소프트웨어 산업과 부품소재 산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고 있다. 또한 소위 스마트 소비자의 출현으로 유통, 소매업 등에서도 스마트폰을 이용한 새로운 마케팅이 뜨고 있으며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도 스마트폰 혁명으로 한층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정치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데 어느새 유명 정치인들이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트위터로 대중과 소통하는 풍경은 별로 낯설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나타난 사회 변화의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이러한 변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있게 마련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변화도 중요하지만 그 변화가 국민들의 생활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올바른 변화의 방향을 위해 우리 사회가 넘어서야 할 장애물들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모바일 웹2.0시대에 되돌아보는 웹2.0

이미 전 세계를 강타한 애플의 '아이폰'이 2009년 말 한국에 출시되면서 우리 주변에서도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되었다. 스마트폰 혁명은 정보의 공유와 대중의 참여를 기반으로 한 세로운 인터넷 공간을 상징하던 '웹2.0'의 확장판으로 '모바일 웹2.0'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동성을 의미하는 '모바일'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기는 했지만 '웹2.0'은 그리 낯선 단어가 아니다.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인 IT강국으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2000년대 중반에 웹2.0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있었으며 당시 출현한 새로운 IT트렌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 각종 언론매체들은 '참여, 공유, 개방'을 웹2.0시대의 새로운 가치로 제기했고 기업연구소들조차 웹2.0 경영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느니 '구글(google)'과 같은 기업을 따라 배워야 한다느니 하는 보고서를 내곤 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경영 방식 변화나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대와 별개로 한국의 시민사회에서 웹2.0이 크게 주목받은 이유는 당시 한국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변화가 새롭게 등장한 '웹2.0'의 가치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웹2.0의 가치가 논의되던 시기에 이미 노무현 정부는 자신의 기조를 '참여정부'로 정하고 평범한 국민 다수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했으며 개방적인 정부 운영을 추진하고 있었다. 더구나 노무현 정부를 만들어낸 핵심 세력이 바로 시민들의 참여와 개방을 모토로 한 '노사모'로 대표되는 누리꾼들이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지난 2000년대 웹2.0시대를 되돌아보면 당시는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정을 지나 참여하고 공유하며 누구나 평등하게 소통하는 새로운 시민들이 등장하여 기존의 구질서와 일대격전을 벌이던 시기였다. 2002년 여중생 촛불시위가 그러했고 2004년 각종 패러디 문화와 정치 참여 열풍을 일으킨 탄핵반대 열풍이 그러했다.

2008년 정부의 잘못된 개방 정책에 저항하며 거리를 수놓았던 거대한 촛불의 행진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국민은 늘 참여하고자 했고 투명하게 개방된 정보와 체제를 원했고 더 나아가 권력을 공유하고자 했지만, 당시까지도 한국사회의 구질서는 여전히 독점과 폐쇄성,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웹2.0시대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정보화로 인해 새롭게 깨어난 국민들과 구시대의 질서가 격렬하게 부딪히는 또 하나의 투쟁의 역사였다.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정보를 공유하게 된 국민들이 주도한 '웹2.0 혁명'과 여전히 구시대 질서에 안주하던 한국사회가 충돌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는 상당한 시사를 던져주는데 정보통신기술의 변화가 단순히 IT산업의 변화만 촉발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시기의 사회 변화와 긴밀하게 조응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변화가 다른 쪽에서 발전하고 있던 IT산업의 웹2.0이라는 새로운 트렌드와 우연히 조우한 것인지 아니면 웹2.0이라는 IT트렌드가 한국사회의 변화를 촉발한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미 정보통신기술의 변화는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별 주체들의 삶의 방식과 경제 행위, 정치적 구도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거꾸로 사회의 변화 역시 IT트렌드의 변화를 가속화하거나 부상시키는 등 상호조응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지금 진행중인 스마트폰 혁명, 모바일 웹2.0 혁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모바일 웹2.0 혁명, 다시 한 번 한국사회와 부딪히다

시간이 흘러 이제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모바일 웹2.0'이 새로운 IT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지난 시기 웹2.0 혁명이 2001년 세계적인 IT버블의 붕괴 이후 위기를 혁신으로 극복한 구글과 같은 기업들의 성공에서 비롯된 것처럼 최근의 모바일 웹2.0 혁명은 2008년부터 시작되어 최근 재정위기로까지 번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위기는 늘 새로운 혁신을 추동하는지도 모른다.

모바일 웹2.0은 기존 웹2.0에 모바일, 즉 '이동성'이라는 새로운 단어가 더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에 이동성이라는 특징이 더해진 것으로 이해해선 안 된다. 새롭게 추가된 특성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즉시성, 실시간 등의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새로운 특성이 기존 웹2.0의 가치에 더해져 모바일 웹2.0 혁명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살펴보기로 하자.

웹2.0 혁명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거기서 무수히 많은 소통과 논쟁, 실험들을 가능케 했다면 모바일 웹2.0 혁명은 여기에 아예 시간을 얹어 놓았다. 그래서 결국 인터넷의 새로운 공간은 현실공간과 동시에 흘러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를 찾거나 컴퓨터를 부팅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열고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소통하며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인터넷공간에 중계되자마자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확산되고 그에 따른 반응이 일어난다.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은 그대로 동시에 인터넷에서도 일어난 사건이 되는 셈이다. 말 그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의 경계가 없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제 온라인에서 참여하고 소통하던 대중들이 그대로 현실에서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제 국민들은 온라인 공간이든 오프라인 공간이든 상관없이 실시간으로 토론하고 반응하며 현실 세계를 바꿔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변화를 주도하는 것은 다수 대중이다

새로운 스마트폰 혁명은 다수의 대중과 낡은 체제와의 충돌을 낳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스마트폰 혁명을 촉발하면서 국민들은 한국 이동통신사들의 독점 체제와 소비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무선 인터넷 정책들을 가혹하리만치 강하게 비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이동통신사들은 너도나도 분노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 위해 엄청난 홍보마케팅을 하는 한편, 기존의 통신요금정책들을 수정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폐쇄적 정책으로 그동안 모바일 유저들이 활용하지 못했던 Wi-Fi(무선인터넷)가 정작 스마트폰의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하고 국민들이 이에 열광하자 정부와 기업들은 Wi-Fi를 개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기도 하다.
 
[그림2] 국내통신업계의 무선랜 정책

Wi-Fi 정책이 도마에 오른 것은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핀란드와 프랑스 등에서는 인터넷 접속의 권리도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주장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제 누구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 인프라가 공공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사회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공공의 영역이 급격히 축소되고 민간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의미심장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보의 개방이란 측면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고등학생이 제작한 버스 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어플리케이션에 대해 해당 지자체가 공공기관의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며 사용을 제한하고 정보를 폐쇄하자 수많은 네티즌들이 들고 일어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당황한 지자체가 한발 물러서면서 하루 만에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그동안 하드웨어에만 집착해 온 국내 제조업과 IT산업의 취약성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었고(한국은 OECD 21개국 중 소프트웨어 투자비율이 21위로 꼴찌다) 이로 인해 제조업의 체질 변화, 서비스 산업의 육성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게 되었다. 정치권에서는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소셜미디어가 선거에 활용되면서 인터넷 선거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이에 대해 선관위가 불법이라고 규정하면서 많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토론하는 국민들이 만들어지자 이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정치인들은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소셜미디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애플, 구글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일까? 표면적으로는 그렇게 보인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스타급 CEO들의 멋진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화려하게 등장한 혁신적인 제품들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진정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다수의 대중이다. 기업들은 대중의 요구를 파악하고 맞춰가고 있을 뿐이다. 혁신적이라는 기업들 역시 다른 기업들보다 조금 빨리 대중의 요구를 파악했을 뿐이다. 이미 웹2.0시대를 지나온 대중은 모든 것이 개방되어 평등하게 공유되는 가운데 더 많이 참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대중의 요구가 앱스토어의 수많은 혁신적인 어플리케이션들을 만들어냈고 모바일 웹2.0 혁명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획일적인 제품과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사용자 환경이 아닌 누구라도 무선인터넷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직접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것이 모바일 웹2.0시대의 핵심이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삶의 변화

이렇듯 대중이 직접 참여하는 새로운 기술과 변화는 소수에게 독점되어 있던 권력을 다수에게 돌려주는 역할과 더불어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주는 기능을 해왔다. 실제로 지금 스마트폰 혁명으로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충돌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기존의 문제점들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이 연재에서 우리는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다양한 변화 속에서 드러나고 있는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변화의 방향을 짚어볼 예정이다.

이미 국민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1. 무선 인터넷이 보편화되고 국민의 기본권으로 자리잡아가는 상황에서도 정보통신 인프라 확충을 위한 대기업의 기반시설 투자만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정부 정책은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이로 인해 가뜩이나 수도권과 지방의 인프라 격차가 큰 한국에서 정보 격차는 오히려 더 커지지 않을까?

2. 인적자원과 소프트웨어를 무시한 채 하드웨어를 값싸게 제조해 많이 파는 것만으로 한국의 제조업과 IT산업이 생존할 수 있을까?

3.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를 주도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기업인양 보이던 애플이 정작 자사의 아이튠스 서비스를 독점하기 위해 국내의 다른 음원서비스들을 앱스토어에서 차단하는 정책은 올바른가? 이를 두고 한 국가의 정보통신 정책의 방향도 없이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정부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4.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데도 인터넷 선거운동을 비롯한 정치 활동을 규제하고 있는 지금의 제도는 모바일 웹2.0시대에 적합한가? 모바일 웹2.0시대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가져올 것인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바일 웹2.0 혁명, 스마트폰 혁명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국민들 개개인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혁명은 국민들의 생활양식을 변화시키고 산업 구조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나아가 정치 활동의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사람들은 결국 기업도, 국가도 아닌 우리 국민인 것이다. 이 변화가 어디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국민들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검토하고 살펴보는 것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성주 haruka23@paran.com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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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2010.07.12 16: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잇글링] jellyfish님이 이 글을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문화 코드에 주목하자]의 아랫글로 연결하셨습니다. (보러가기 : http://www.itgling.com/spot/21226 )

    2010.07.13 03:53 [ ADDR : EDIT/ DEL : REPLY ]
  3. 백치미

    - 잘 읽었고........솔직히 말하면 내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다행스러운 것은 그 격차가 많이 줄어 들었다는 것
    - 얼마 전에 본 건데..........미국의 it 기업 문화가 애플과 같은 결과를 만들어낸 반면 삼성과 같은 봉건적 문화가 제조업에서는 강한데 서비스에서는 약한 결과로 귀결된다는 것.......이는 미국 문화(개방, 창의성...)의 강점을 보여주는 것 같고
    - 96~00년 it 버블을 주로 나쁜 방향에서 평가하곤 했는데............최근 결과는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등........
    - 하여튼 흥미있는 주제임, 진보진영의 논쟁이 이런 차원에서 논의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

    2010.07.13 18:34 [ ADDR : EDIT/ DEL : REPLY ]
  4. 누X꾼이란 말은 잘못된 용어입니다. 기사 내용 중에 이 단어가 나와 댓글을 달아봅니다. 아래의 글을 한번 읽어보십시요. 더 궁금한 내용은 제 사이트에 방문을...
    좋은 하루 되세요...
    -----------------------------------------------------

    -----'네티즌' 말살어 정책 '누X꾼'

    요사이 인터넷 뉴스 업계에서는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났다. TV 뉴스에도 이 얘기가 여러번 나왔다. 다름아닌 '누리꾼'... 장사꾼도 아니고 싸움꾼도 아닌 '누X꾼'. 다분히 저속하고 정략적인 의도가 깔려있는 느낌이다. 국립국어연구원이란 컴맹단체가 선정한 신조어라니 알만한 탄생배경(?)을 가진 단어이기도 하다.

    말은 어떤 객체의 기호와 추상성을 대변하고 있어서 한번 형성된 이미지가 특정한 형태로 굳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자연적으로 변화되게끔 되어 있는데 이번 국어연구원의 '누X꾼' 제정은 의도적으로 네티즌들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매장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것 같아 씁쓸합니다.

    더욱이나 문제는 인터넷 뉴스에서 활동하는 기자들이 이 단어를 요사이 부쩍 많이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네티즌들 중에는 저열하고 난폭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전체의 네티즌들을 "꾼"으로 매도하는 것은 정말로 비열한 짓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우리나라 기자연합회가 이 "네티즌"이란 용어를 "누X꾼"으로 쓰자며 천일공노할 시대역행적 "합의"를 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제가 직접 추궁한 기자에게 확인한 사실입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정치개혁을 이뤄온 IT의 정론가들을 비하하고 매도하는 행위입니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쌓아온 그들의 공로를 잘 알면서도 자기 아들에게도 붙이지 못할 '누X꾼'이란 용어를 만들었다는 것은 정말 우리나라 언론계와 국어학계가 심각하게 타락했다는 사실을 의심치 않게 합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IT열풍(이런 반네티즌 세력의 저항으로 지금은 잠잠해졌지만)의 신조류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취하해 주길 당부드립니다. 그것이 정략적 의도든 언어학적 의도든 상관없이 말입니다.


    -----국민은 "누X꾼"이 아닙니다.

    국민을 '누X꾼'이라 부르는 언론들은 그 기사를 쓴 '기자' 끝에 '꾼'을 붙여 '기자꾼'이라고 명명해야 합니다. 아님 '알림꾼'이라 명명하든지...네티즌들 중엔 대통령도 있고 법조인도 있고 글솜씨가 뛰어난 논객도 많고 그외 일반적인 국민들도 대다수 있습니다. 이를 한꺼번에 싸잡아 '꾼'으로 매도하는 것은 군중들 스스로의 가치를 폄하하는 행위입니다. 그럼 대통령도 '나라꾼', 판사도 '가름꾼'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이런 류의 기사는 절대로 인터넷 매체에 올라와선 안됩니다.

    전 '누X꾼'이란 용어가 탄생할 때부터 잘못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데 누누히 주장했지만 언어는 필요이상으로 의미를 격하시키거나 의도적으로 그 의미를 훼손시켜선 안됩니다. '네티즌'이란 용어의 의미가 자연적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리 각인되게끔 해야 하는데 이건 의도적으로 그 어감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책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의심받는 것입니다.

    '네티즌'이 비록 외래어이긴 하지만 민주적이고 대도시의 커뮤니티같은 냄새가 나는, 나름대로의 함의성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말 바꾸기도 좋지만 전부다 다 우리말로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이런 용어를 억지로 변용하려 한다면 스스로의 열등감이 빚어낸 자기비하밖에 되질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도 '누X꾼'이란 말의 탄생배경은 들었지만 언어사대주의라서가 아니라 '네티즌'이 좀더 세계적이고 우리나라 인터넷인프라에서 적합한 용어로서 이미 자리잡은것 아닙니까?

    그래서 전 국민을 '누X꾼'이라 부르는 언론들이 정말 싫습니다. 국민을 '누X꾼'이라 부르는 자가 있다면 저같이 실명을 떳떳하게 밝히고 그렇게 스스로를 불러 주십시요.

    <추가>
    국민을 누X꾼이라고 불러야 한다면 그럼 국어연구원도 '한글쟁이들'이 모인 '글누리판'이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자기 아들에게도 못붙일 이름인 '꾼'이란 용어를 민주적 시대인 국민들에게 감히 붙일 수 있는지 어이가 없을 따름입니다. 이런 책략적 시도가 횡행되는 미디어 정책에 전 동참하지 않으렵니다. 이것이 '네티즌권력'을 따돌리려는 어떤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미래에 크나큰 댓가를 치르게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하는 바입니다. 여기에 대해 국어연구원에 직접 전화를 했더니 할말이 없는지 나중에는 결국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더군요. 한마디로 어이가 없습니다.
    ㅡ_ㅡ

    <댓글>
    여러분도 다 아시겠지만 netizen은 net(인터넷)과 citizen(시민)의 합성어 입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칼럼과 블로그라는 외래어가 우리말로 순화돼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네티즌"이란 용어만 유독 "누X꾼"이란 말도 안되는 용어의 공격으로 그 의미가 격하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차라리 netizen이란 어원과 비슷하게 "울시민"이란 말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의미를 풀이하자면 "인터넷"을 의미하는 "울타리"와 "시민"이 합쳐져서 "우리시민"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죠. 제가 생각하기엔 이것도 괜찮을것 같은데...

    "울시민"이 이상하면 그냥 안쓰면 됩니다. "칼럼"이나 "블로그" 등과 같이 멀쩡한 "네티즌"이란 외래어가 있는데 굳이 우리말로 그 의미를 격하시켜 사용할 필요가 있나요? 그러니까 자꾸 정략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의심받는 것입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말을 억지로 대체시키려 하기 때문에 제가 싫어하는거죠. 다시한번 말하지만 칼럼이나 블로그, UCC란 말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유독 네티즌만 우리말로 바꿔 어감을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저는 그게 화난다는 겁니다. 이 문제는 저만 해당이 되는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모든 네티즌들의 명예와도 관련된 사항입니다. 그리고 명예가 뭐 중요한건 아니지만 더욱 화나게 하는건 그들의 정략적 의도가 괘씸하다는 겁니다. "네티즌"이란 이름의 개인미디어를 "꾼"으로 평가절하시키는 거죠. 그래서 예민한 문제인 겁니다.

    이것은 기존 언론(방송/신문/인터넷미디어)과 정부미디어(KTV/국정브리핑/청와대브리핑 같은), 그리고 네티즌들로 대변되는 개인미디어 이렇게 3대축의 역학관계로 풀이해야 합니다. 즉 기존 언론과 정부미디어가 네티즌들이 생산하는 개인미디어를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낸 합작품이란 얘기죠.

    이것은 전략적으로 급조되어 언론에 퍼진 단어란 차원을 넘어 정체성/이념의 문제입니다. 인터넷 시대의 국민을 "꾼"이라 불러서는 안된다는 것이죠. 국민들더러 네티즌 놔두고 "누X꾼"이라고 부른다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일부가 말하는 좋은 의미의 단어 말고도 싸움꾼,정치꾼,구경꾼,노름꾼,도박꾼,사기꾼,장사꾼,난봉꾼 같은 부정적인 단어도 많습니다. ㅡ_ㅡ 이게 어감의 미묘한 차이를 이끌어 냄으로써 언어의 기호성을 왜곡하는 '개념' 의 폄훼입니다. 언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언어를 순화(예:공약의 순화인 메니페스토, 강간의 순화인 성폭행, 시청료의 순화인 수신료 등) 하는 행위의 반대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예에서 들었듯이 이렇게 기성언론은 목적에 따라 외래어로도 순화를 하면서도 이렇게 누X꾼 같이 한글로 써야 한다며 역순화(나쁜 어감의 말로 순화)도 서슴지 않는 믿지 못할 집단입니다.


    최근의 추세는 기자들이 그럴듯한 기사 끝자락에다 누X꾼이란 용어를 쓰고 있더군요. 정말 교활한 추태가 끝이 없는것 같아요. 이제 좀 그만 하시죠 기자 양반들...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기존의 기자들은 지는 해, 국민인 네티즌은 뜨는 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던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우리 다같이 힘을 합쳐 봅시다.

    2010.07.18 21:06 [ ADDR : EDIT/ DEL : REPLY ]

대담 참여(새사연 보건복지분과)
박유원 | 간호사, 새사연 회원
이은경 | 한의사,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정달현 | 예본치과 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정수창 | 새사연 회원
조남선 | 의사, 새사연 운영위원
황지원 | 소화아동병원 간호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정책위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윤찬영(진행 및 정리) | 새사연 미디어센터장

사회 :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의 확산 속도가 다소 늦춰지기 시작했다는 소식에도 우리 국민들의 위기감은 오히려 커져만 가고 있다. 세 살짜리 아이가 단 삼일 만에 숨진 사건이 알려진 데다 수능을 앞두고 있어 어린 자녀와 수험생을 둔 부모들의 근심이 큰 상황이다. 신종플루가 이미 대유행 단계에 들어선 지금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에 대해 짚어보기로 하자. 우선,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어떤지 얘기해 달라.

박유원 : 병원의 분위기는 바깥의 분위기와 또 다르다. 이렇게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는 정말 처음이다. 누가 외래진료소에서 대기하다가 재채기라도 하면 저쪽 가서 하라는 호통이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그만큼 불안해하고 있다.

조남선 : 신문이나 방송에서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다 보니 의사의 말도 믿지 않는다. 증상이 경미해 타미플루를 처방해주지 않으면 나갔다가도 다시 들어온다. 주변 이야기를 듣고 왜 나만 처방해주지 않느냐며 하소연한다. 설득하기가 너무 힘들다.

이은경 : 병원이 오히려 병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거점병원의 경우는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의료진들을 통해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료진들도 알지만 어쩔 수가 없다.

조남선 : 당국이 지침을 계속 완화하는 바람에 혼란만 커졌다. 처음에는 엄격한 처방 기준을 내려보냈다가 타미플루가 부족하다는 보도로 국민들이 불안해하자 의사의 판단 아래 처방을 할 수 있게 한발 물러났다. 결국 지금은 마구잡이로 처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은경 : 언론이 지나치게 이슈화하면서 불안감을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가장 효율적인 사회적 대응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것이 쉽지 않다. 몇 달 뒤 신종플루가 잦아든 뒤에라도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

정부와 언론이 오히려 병을 키우고 있다

사회 : 그렇다고 해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정달현 : 새로운 바이러스이기 때문이다. 인간-돼지-조류의 독감바이러스가 섞여 있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출현한 사례다. 다행히 유전자정보가 조기에 파악되고 기존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효과를 발휘해 대처가 가능하긴 했지만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은 불안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번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무척 강해서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성이 강한 데다 증상의 전변도 무척 빠르다. 가령, 한 교실에 환자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확산될 뿐 아니라 증상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더 큰 불안감을 낳고 있는 것이다.

정수창 : 언론보도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망자 위주의 선정적 보도는 한국 저널리즘의 문제를 또 한 번 드러냈다. 이런 식의 보도행태를 보인 나라는 없었을 것이다.

박유원 : 가족들과 함께 3주 간 미국에 다녀왔는데 실제로 미국에서는 신종플루 관련 보도가 그다지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

정수창 : 매일 사망자 위주의 보도를 선정적으로 해대고 있는데, 사망자 수를 감추라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다뤘어야 할 여러 문제들을 놓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가령, 매년 계절독감으로도 우리나라에서만 수천 명이 사망한다는 사실은 왜 알리지 않는가. 위험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겠지만 필요 이상의 불안감을 키우는 것도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어렵게 만든다. 지금의 상황이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200~4000명이 계절독감으로 사망

사회 : 계절플루와 사망률을 비교하면 어떤가.

이은경 : 미국의 경우 매년 3만 6000명 정도가 계절플루(독감)로 사망하는데 현재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1000명을 넘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년 약 2000~4000명이 계절플루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반해,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현재까지 52명이다.

사회 : 물론 죽음의 무게를 상대적으로 따질 수는 없겠지만, 위험성이란 측면에서 보자면 현재 그 위험성이 다소 과장된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마도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지 않는 젊은층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또 독감과 달리 백신이 미리 준비돼있지 못했던 탓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은경 : 맞다. 하지만 현대 의학의 한계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계절플루라고 해서 노인과 아이들만 사망하지는 않는다. 안타깝지만 한계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단언하건데 지금과 같은 혼란이 사망자 수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는 부분은 없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환기를 자주 시키며 손을 자주 씻고 코와 입을 만지지 않는 등 개인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냉정을 되찾았으면 한다. 만약에 있을지 모를 감염에 대비해 평소보다 일을 줄이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남선 : 신종플루에 걸리면 반드시 타미플루를 복용해야 한다는 것도 잘못 알고 있는 사실 가운데 하나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정도의 병이다. 물론 전염력이 강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 경미한 감기 기운이 나타나면 곧바로 병원을 찾기보다는 마스크를 쓰거나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고, 고열과 인후통(목통증) 등 조금 더 증상이 심할 경우는 병원을 찾아 타미플루를 처방 받으면 된다. 콧물이 좀 난다든가 하는 이유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많은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특별한 증상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는 점을 꼭 당부 드리고 싶다.

이은경 :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노인은 공공장소를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건강한 성인들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필요는 없다.

사회 : 백신과 타미플루의 부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은경 : 논란이 많은 문제긴 하지만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크게 부족하지는 않을 것 같다. 또 백신을 모든 국민이 맞아야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고위험군부터 접종을 하게 되면 집단 전체의 면역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전염력도 한풀 꺾일 것이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사재기를 하거나 자비를 들여서라도 접종을 하려들면 오히려 혼란만 커질 수 있다.

조남선 : 간혹 검사 없이 타미플루만 처방해달라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증상이 나타날 경우는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중에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항체가 생성되었다면 더 이상 신종플루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거점병원을 없애고 중증환자를 위한 치료병동 마련해야

사회 : 개인 차원의 대응 방안을 살펴봤는데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은경 : 당장 거점병원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거점병원으로만 몰리는 상황에서 거점병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넘쳐나는 환자들로 제때 제대로 된 진료조차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전염을 확산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보건소와 동네 의원을 비롯한 모든 병의원에서 신종플루 관련 진단과 처방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면서, 입원 조치가 필요한 중점치료환자를 위해 치료중심병원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점병원이 아니라 위험 환자들만을 위한 치료중심병원이다. 정부에서 방침을 세우고 국민들에게 적극 알려나가야 한다. 더 이상 컨테이너 박스 밖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달현 : 특히 앞으로 영유아 환자가 크게 늘어날 수도 있는데 이들을 격리 치료할 병상이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한두 개 병동을 비워서라도 중증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유원 : 확진 판정을 받은 경우 가족들이 환자를 돌보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아픈 경우 병가를 계속 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학교나 어린이집이 문을 닫으면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황지원 : 그런 부분은 특히 계층 간 차이도 크게 나타난다. 부모가 좋은 직장에 다니면 자녀의 진단서만으로도 휴가를 쓸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경우는 자기 몸이 아파도 함부로 쉬지 못한다. 사회적 대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에서는 병가를 최대한 인정해줘야 하며 지역에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사회 : 어떤 기사를 보니 앞으로 2~3년 안에 이보다 독한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도 있다는 경고를 하고 있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 방식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조남선 :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고 그래서 선진국들은 몇 년 전부터 독감인플루엔자의 대유행을 준비해 왔다. 타미플루와 백신 비축량의 차이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웃나라 중국도 치사율이 60퍼센트에 달하는 사스(신종플루는 0.02퍼센트) 를 겪은 뒤로 사회 전체의 전염병 대응 수준이 엄청나게 높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일을 겪었다고 해서 저절로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예산 확보 문제 등이 특히 그렇다. 국가적 차원의 전염병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는 것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정달현 : 앞서도 잠깐 언급됐지만 초기에 거점병원 중심으로 치료체계를 세운 것도 문제다.

이은경 : 거점병원은 격리와 집중 치료를 위한 곳이어야 했는데, 거점병원을 지정하면서 보건소를 비롯한 많은 병의원들이 신종플루 진료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거점병원으로 환자들이 몰리면서 거점병원은 병원대로 또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사회 : 전염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었나.

이은경 : 대책이 발표되던 당시는 이미 신종플루의 전염력과 치사율에 대한 분석이 나왔을 때다. 감염성이 높고 치사율이 낮다는 특성에 따라 대규모 감염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세웠다면 모든 병의원들이 진료를 담당하면서 격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만을 거점병원으로 보냈어야 했다. 이런 식이라면 거점병원이 500개나 필요하지도 않았다. 지역별로 필요한 만큼의 격리 병상을 마련하고 몇몇 병원에 대해서만 지원을 집중했어야 옳았다고 본다.

정달현 : 격리병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일 이번보다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돌게 되면 병원으로 가는 도중에 전염이 확산돼 사망자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진료시설을 갖춘 버스, 즉 이동식 병원도 생각해볼 수 있다. 격리 상태를 유지하면서 진단을 하거나 거점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가능하도록 말이다.

이은경 :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를 탓하기는 쉽지만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해 불안감을 키우는 식의 대응은 옳지 않다는 점이다. 혼란이 커짐으로써 오히려 대응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 수준에서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면서 앞으로 근본적인 전염병 관리체계와 의료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수창 : 옳은 지적이다. 정부의 책임은 확실하게 묻되 현재의 상황을 지나치게 과장해 불필요한 예산이 쓰이거나 국민의 불안감이 가중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더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사회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 짚어보기로 하자. 2~3년 뒤를 내다보며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정달현 : 무엇보다도 열악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체계가 얼마나 허약한 수준인가가 분명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준의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치료제 및 백신의 확보, 격리치료를 위한 있는 병상 마련, 전염병 관련 전문 인력의 확보 등은 공적 의료체계 없이는 불가능하다.

조남선 : 공공의료체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작업과 동시에 민간의료기관도 위급한 상황에서 책임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달현선생님 말처럼 우리나라는 이미 민간 중심의 의료체계로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주치의제도, 일정 비율 이상의 전염병 치료병상의 확보, 전문 인력의 의무 배치 등 현재의 민간의료기관들이 국가 차원의 전염병 치료체계 안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제도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황지원 : 바이러스 변이에 의해 치사율이 높은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0.02퍼센트의 치사율로도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는데 만일 치사율이 0.1퍼센트만 되도 국가가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

박유원 : 설마 하는 생각을 버리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세워 대비해야 한다. 당장의 효용만을 따지는 얄팍한 경제 논리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이은경 :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전문가 집단의 문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의료인들은 단 한 번도 책임있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거점병원에서 빼달라는 요구가 가장 먼저였고 치료비 보장과 원내 투약, 거점병원 지원 등 경제적 이해가 얽혀있는 부분만을 요구했을 뿐이다. 전문가 입장에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가 아쉬웠다.
민간의료기관 위주의 우리 의료시스템에서 의료인과 개별 의료기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 더 위험한 바이러스가 유행할 경우 우리나라 의료인들과 의료기관들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회의가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스스로의 자성과 함께 경제적 이해관계를 떠난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가 모색되길 바란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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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참여(새사연 보건복지분과)
고병수 | 제주 탑동365일의원 원장, 새사연 이사
이은경 | 한의사,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정달현 | 예본치과 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황지원 | 소화아동병원 간호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정책위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진행 및 정리 - 윤찬영 | 새사연 미디어센터장

사회 : 지난 대담에서는 신종플루를 둘러싼 여러 오해와 혼란들에 대해 짚어보았다. 이번에는 올바른 질병 관리 체계라는 조금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선 정부의 대응 방식에 대해 짚어보자. 현재 정부는 백신 확보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는 인상이다. 어떻게 보나.

이은경 :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을 확보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는 충분한 백신 생산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정상적인 방식으로 제때 필요한 물량을 생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정부는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양을 생산해내려 하고 있다. 현재 논란의 핵심은 과연 이런 식으로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만든 백신의 안전성을 100% 확신할 수 있느냐는 부분이다. 걸프 증후군이나 길렌-바레 증후군 등 심각한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상황이다.

고병수 : 백신의 안전성이나 유효성과 관련한 논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되풀이돼왔다. 한쪽에서는 백신 접종이 전염성 바이러스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또 그 안전성도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백신 사고들이 엄연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양의학 중심의 패러다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백신의 안전성 논란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 대책이다

사회 :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

정달현 : 1976년에도 지금과 같은 유전자형의 독감이 유행했는데 당시 백신 접종자 가운데 ‘길렌-바레 증후군’이라고 하는 신경마비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늘어난 일이 있었다. 최악의 백신 사고로 꼽히는 사건으로, 백신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그런 식의 집단발병 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으며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없이 접종이 이루어져왔다. 그래서 백신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측은 이번 백신도 종만 다를 뿐 계절플루(독감) 백신과 정확히 같은 방법과 설비로 만들어졌으며 임상시험도 통과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논란은 면역증강제와 관련한 것이다. 1차 걸프전 당시 탄저병백신을 맞은 병사들 사이에서 건망증, 우을증과 같은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이 나타난 일이 있었다. 이를 ‘걸프 증후군’이라 부르는데 당국이 조사를 해보니 백신의 면역증강을 위해 사용한 스쿠알렌이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체 내에 들어간 스쿠알렌이 스쿠알렌 항체를 생성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녹십자가 생산하고 있는 백신에도 이 스쿠알렌 성분의 면역증강제인 MF59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면역증강제를 제조한 스위스 노바티스사를 비롯해 백신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당시의 탄저병백신과 달리 MF59를 사용한 백신은 우리 몸에서 스쿠알렌 항체를 전혀 만들어 내지 않으며 이제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고로 현재 미국에서는 MF59가 함유된 신종플루 백신을 사용하지 않고 있고, 유럽에서 생산되는 백신 가운데 일부에만 MF59가 포함돼있다. 우리나라는 얼마 전 MF59를 사용해 만든 백신에 대해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황지원 : 중요한 것은 그런 불확실성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국민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주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국민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인터넷 괴담’ 쯤으로 무시하는 행태는 옳지 않다고 본다.
미국의 경우는 TV를 통해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고 있고, 그래서 백신을 맞지 않겠다거나,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비율이 60% 이상이지 않나.
주변의 의료인들도 이번에는 맞지 않겠다는 분들이 많다. 이미 시기도 늦었고 더구나 스 쿠알렌을 사용했다고 하니 굳이 맞을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들이다. 다만, 한결 같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필요한 때에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확보하고 접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으면 한다는 점이다.

이은경 : 그 부분이 핵심이라고 본다. 지금 정부는 유행을 억제할 수 있는 규모, 즉 전체 인구의 27%인 1366만 명분의 백신을 어떻게든 확보해 내년 2월까지 접종을 실시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시기는 이미 놓쳤다. 정작 중요한 것은 충분한 백신 생산 시설을 확보해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사회 : 앞으로의 일도 중요하지만 당장 겨울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확산을 막아야 하지 않나.

이은경 : 물론이다. 우선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현재까지 확보된 안전성이 검증된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만든 백신의 경우는 임상시험이 끝나는 대로 접종을 하더라도 사전에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개개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놓치지 말았으면 하는 것은, 현재 신종플루 백신은 물론 계절플루(독감) 백신이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에 국민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현재의 분위기는 지나친 측면이 있다. 국민들이 너무 불안해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

질병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달현 : 며칠 전 우리 국민의 82%가 신종플루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다는 설문결과가 발표되었다. 백신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사회는 정말 환상적인 사회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 뒤에는 초기 대응의 미숙함과 혼란으로 인한 지나친 불안감이 자리하고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더불어 건강을 지켜줄 사회적 시스템과 안전망의 부재로 인해 모든 책임이 개인에게 떠넘겨지는 우리의 열악한 건강 관리 체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충분한 양의 백신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안전성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사회 : 백신 생산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국내 제약회사들의 규모가 작기 때문인가.

고병수 : 사실 백신은 시장성이 낮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의 힘만으로는 충분한 시설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비단 백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질병 관리 체계라는 큰 틀에서 정부는 시장성이 낮지만 꼭 필요한 약품을 생산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황지원 : 사실 지금 백신을 생산하고 있는 녹십자의 생산 시설도 작년에 완공하기로 돼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들어 예산이 삭감되는 바람에 늦어졌다. 결국 정부가 현 사태를 자초한 셈이다.

이은경 : 다시 말하지만, 그 동안 이런 부분들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음을 인정하고 향후 대책을 약속하는 것이 지금 정부가 취해야할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국민들이 백신이 부족한 현재의 상항에 대해 너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사회 : 다음으로 질병 관리 체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 체계의 문제점들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보는데 앞으로 어떤 대책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고병수 : 소위 거점병원들의 행태에서 드러났듯이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조차 정부 당국의 방침이 전혀 집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거점병원조차 진료를 거부하지 않았나. 사실 그 동안 정부는 민간병의원들과 협조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상황이 바뀌었다고 갑자기 일반 민간병원들이 따라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조차 정부 방침을 안 따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정부가 아무리 그럴듯한 방침을 세운다 해도 민간의료기관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아무 일도 안 된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확인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정부를 중심으로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 사이의 협조 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보건소를 늘리는 단순한 방식으로 공공성이 확대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수많은 민간병의원들과 어떻게 효율적인 연계 체계를 갖출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현실성 있는 공공의료 확충 방안이다. 질병 관리 체계 역시 그 속에 녹아 들어가야 한다.

이은경 : 중요한 얘기다. 민간의료기관들을 국가적 의료 관리 체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주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적 의료기관을 만드는 과제와 함께 민간의료기관들이 따라올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제가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몇 퍼센트인가 하는 문제는 더 이상 핵심이 아니다.

황지원 : 우리나라 대형 병원들은 몇 년 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가 장비들을 경쟁적으로 들여오는가 하면 병상 수도 꾸준히 늘려왔다. 하지만 정작 질병 관리에 필요한 격리병동이나 연구시스템은 서울대병원에서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정적인 질병 관리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모색이 시작되길 바란다.

이은경 : 앞에서 얘기됐듯이, 시장성은 없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결국 국가가 나서서 예산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
국영제약회사와 백신공장 강제실시 등은 사실 오래 전부터 얘기된 정책들이다. 그런 점에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고 이것이 정부를 압박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갖도록 해야 한다. 최근 많이 거론되는 의약품 강제실시도 사실 소수 백혈병 환자들의 문제로 머물러왔기 때문에 그 동안 실현되지 못했던 것이다. 앞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달현 : 올바른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윤리와 책임 의식 아래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체계가 필요하다.
조금 더 포괄적으로는 일상적 건강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 이미 많은 나라들에서 자리 잡은 ‘주치의 제도’도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지역마다 주치의가 있었다면 제대로 준비도 안 된 거점병원으로 사람이 몰려 오히려 전염 위험이 높아지는 어이없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장기적인 대안으로는 지역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의료와 복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연결하고 관리해주는 건강관리사 제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들 삶에 대한 성찰의 계기가 되길

이은경 : 현재 인류가 가진 철학과 삶의 자세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백신과 항생제를 남용하거나 끊임없이 신종 바이러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축산업의 문제도 심각하지만, 우리들 일상을 돌아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가령, 휴교령이 내려져도, 또 아이들에게 열이 나도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낸다. 이런 식이라면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한 휴교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몸이 아파도 기를 쓰고 일을 하러 가지 않나. 일에 대한 열정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가 개인의 건강에 관심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덜 일하고, 스트레스를 줄여 개인의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이들과 취약계층에게 더 많은 자유시간과 휴식의 기회, 제대로 된 치료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그리 높지 않지만, 보다 더 심각한 신종 전염병이 발생한다면 인류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뜬금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근본적인 회의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병수 : 마지막으로 전문가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과연 의료인들이 의료인으로서의 역할을 다 했는지, 오히려 섣부른 소견 발표로 불안감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이번 경우처럼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전염병일지라도 의협과 지역의사회가 나선다면 정확한 정보와 지침이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만 쳐다보고 있을게 아니라 의료인들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사회 : 이상으로 현재 신종플루를 둘러싼 정부 대응 방식의 문제점과 함께 올바른 대안들을 살펴보았다. 정리해보면, 현재 어떻게든 의약품만 확보하면 된다는 식의 태도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정부는 지금까지 국가적 차원의 질병 관리 체계를 갖추는 데 소홀했음을 인정하고 향후 이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며, 아울러 의약품이 부족하다는 우려로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도 짚어보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일을 통해 드러난 질병 관리 체계의 허약한 지점들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 모든 분들이 의견을 함께 했다. 백신 생산 시설을 비롯해 꼭 필요한 의약품과 의료물자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것,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정보들이 일선 의료기관과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는 것 등이 과제로 제기되었다.
더불어 의료인들 스스로 전문가로서의 책무에 대해 성찰해보길 바란다는 의견과 함께 우리 시대의 철학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회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 동안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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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참여(새사연 보건복지분과)
고병수 | 제주 탑동365일의원 원장, 새사연 이사
이은경 | 한의사,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정달현 | 예본치과 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황지원 | 소화아동병원 간호사,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부위원장/정책위원장, 새사연 운영위원
진행 및 정리 - 윤찬영 | 새사연 미디어센터장

신종플루, 빠르긴 하지만 생각보다 세진 않다

사회 : 신종플루가 발병한 지 수 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계절적 요인에 더해 추석까지 앞두고 있어 국민의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발병을 계기로 우리나라 질병 관리 체계의 허약함이 드러나기도 했지만, 검증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들이 언론을 통해 퍼지면서 오히려 오해와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으로 안다. 특히 치료제와 예방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그렇다. 이번 대담을 통해 신종플루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가려보았으면 한다.
우선 신종플루의 위험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짚어보는 것으로 대담을 시작해보자.

고병수 : 계절플루(계절독감)와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알다시피 감기와 독감은 원인과 증상이 다르다. 흔히 생각하듯 감기가 심해지면 독감이 되는 것이 아니다. 감기는 200여종의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원인이지만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감기에 비해 증상이 심하고 지속 기간도 길뿐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영유아와 노인들의 경우 치사율이 높다.
이번에 발생한 신종플루 역시 독감의 일종으로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새로운 독감이란 뜻에서 신종플루라고 부르는 것이다. 독감이니 만큼 감기처럼 얕봐선 안 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한때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사스처럼 치사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은경 :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신종플루는 일반 계절플루와 비교해 전염력은 약 2~3배 정도 강하지만, 치사율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다소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계절플루의 치사율은 약 0.1%).
발병 37주째인 지난주까지 ILI(Influenza Like Illness, 독감 의심환자)가 1000명당 6.2명(2.6명부터는 유행 단계)으로 나타났고, 이 가운데 신종플루 확진율은 약 4.3%였다. 이를 전체 인구로 확대해보면 약 30만 명 정도의 독감 의심환자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중 20~30%를 감염자(계절플루 포함)로 잡아도 현재 약 6~9만 명 수준으로 다른 해에 비해 약 2~3배 많은 플루(독감) 환자가 발생할 것이 예상 된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계절플루의 유행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300만~500만 명이 고열, 인후통, 폐렴 등의 심각한 임상증상을 보이는가 하면,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25~50만 명이 사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이 영유아와 노인들이다.
결국 앞서 고병수 선생님이 지적했듯이 무시무시한 신종 전염병이 창궐한 것처럼 불안해하거나 불안감을 부추기는 행태는 옳지 않다.


황지원 : 사망자 수에 초점을 맞춰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은 언론의 행태도 문제지만 전문가들의 잘못된 발언들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 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타미플루나 백신이 부족하다는 점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것이 대표적이다. 일부에서 타미플루 문제를 강조하면서 정작 중요한 문제들이 묻힌 측면도 있다.

날개 돋힌 듯 팔리는 세정제 그러나 의심스러운 효과

고병수 : 요즘 체온계 값이 4배로 뛰고 세정제, 마스크 등이 동이 나는 현상이 벌이지고 있는데 이건 정부와 언론이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탓이다. 사실 세정제의 항균 작용은 말 그대로 세균을 죽이는 작용일 뿐 독감의 원인인 바이러스에는 효과가 없다. 차라리 비누와 물로 바이러스를 씻어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곳곳에 세정기를 설치하고 세정액을 뿌리는 것은 심리적 위안이 될 뿐 실제 아무런 효과가 없다. 입에서 입으로 침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가장 큰 만큼 가급적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고 스스로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정도의 조치가 적당하다.

황지원 : 사실 우리 병원에서도 그런 점들을 잘 알고 있지만 환자분들의 원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병실 입구마다 세정기를 다 설치했다. 언론에서 그렇게 떠들어대니 환자들에게 설명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빵집에도 있는데 병원에 없다면 어느 누가 이해를 하겠나.

사회 : 타미플루와 백신 문제가 나왔는데, WHO에서 이미 2년 전에 새로운 독감이 유행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타미플루(치료제) 비축을 권고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부가 미리 대처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황지원 : WHO가 우려했던 것은 AI와 같은 위험한 전염병의 등장이었다. 정확히 2009년에 어떤 종류의 독감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은 불가능하다. 정부가 충분한 예방 체계를 갖췄다고 볼 순 없지만 이번에 타미플루 부족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다소 과장된 측면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타미플루가 아니라 엄격한 처방기준

정달현 : 치료제를 확보하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다른 문제들을 모두 덮을 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 사망자가 발생하는 것은 타미플루가 충분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물론 새로운 독감이고 아직 우리 몸에 면역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이에 대처하는 방식은 너무 혼란스럽다. 타미플루 문제에서 드러나듯이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들이 대량으로 유포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가령, 타미플루는 이번 신종플루만을 위해 개발된 약이 아니라 일반적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사용하는 항바이러스제다. 실험실에서는 분명하게 효과를 나타냈지만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문제가 다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 전 세계가 임상실험장이 되고 있는 우려할만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많이 투약되면서 변이와 내성에 대한 우려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은경 : 냉정하게 말해 현재 타미플루는 부족하지 않다. 앞으로 들어올 양까지 합쳐 현재 인구의 약 11%에 해당하는 양을 비축하고 있는데 이는 WHO에서 제시한 처방기준에 따라 처방하기만 한다면 충분한 분량이다. 65세 이상, 5세 미만, 임산부, 기저질환(당뇨 등) 보유자를 대상으로 처방하면 된다. 이것을 넘어서면 당연히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정달현 : 일부에서는 영국처럼 인구의 80%에 해당하는 양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여기에는 찬성할 수 없다. 실제로 영국의 경우 신종플루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초기에 엄청난 양을 투여했지만 유럽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회 : 하지만 일선 병원에서는 불안해하는 환자들이 많을 것 같다.

정달현 : 그래서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처음에 살펴봤지만 이번 신종플루는 그다지 센 놈이 아니다. 전염성이 다소 높긴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라면 감염된다고 해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치유된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불안하다는 이유로 엄청난 돈을 들여 치료제를 확보하고 닥치는 대로 처방을 한다는 발상은 대단히 위험하다.
또한 의료 정책이라는 조금 더 넓은 안목으로 봐도 수천억 원을 들여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 기회는 다른 곳에도 있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를 정해 정책적인 판단을 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이은경 : 국민들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에 투약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와 전문가들은 조금 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료계-언론의 완벽한 불협화음... 누굴 믿어야 하나

고병수 : 타미플루 처방 기준은 앞서 얘기한 기준에 의사의 재량에 따른 판단이 추가됐다. 지침을 바꿔 의사의 재량권을 포함시킨 것은 정치적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비축량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들끓자 정부에서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엄격한 기준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오히려 이런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행보가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이은경 : 일부에서 타미플루 비축량을 문제 삼은 것도 비판 받을 지점이 있다. 물론 언론의 선정적 보도가 화근을 키웠겠지만 결과적으로 정부가 계속 악수를 두도록 만들었다. 정부의 기준이든, 누구의 기준이든 의학적 판단에 따라 입장을 취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문가의 역할에 아쉬운 점이 많다.

정달현 : 신속한 확진을 위해 신종플루 확진검사기를 보건소마다 설치하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6시간이면 검사가 가능하지만 하루에 30명밖에 못해 확진까지 5~6일이 걸린다는 얘기가 언론을 통해 전해지자 일부에서 그런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무균 시설이 갖춰진 설치 장소도 없을 뿐 아니라 검사를 담당할 수 있는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언젠가 보건소마다 고가의 CT기를 설치하라는 요구가 등장한 적이 있는데 그만큼이나 황당한 요구다(CT 검사의 남용은 국가적 차원의 의료비 증가를 가져올 뿐이며 이미 우리나라에는 너무 많은 CT기가 도입돼 있음).

이은경 : 타미플루는 48시간 안에 투약해야 하기 때문에 확진은 큰 의미가 없다. 의심환자들 가운데 정해진 기준에 따라 고위험군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하면 된다. 다시 기계를 도입하고 사람을 교육하기 위해 수천억 원을 쓰는 것은 낭비다.

황지원 : 타미플루를 요구하는 환자를 설득하는 것도 힘들지만 감염을 우려해 1인실을 쓰겠다고 서로 싸우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의심이 가는 환자를 입원비가 비싼 1인실로 보내려 하면 확진이 아닐 경우 환불해줄 거냐며 따지기도 한다. 병원 안의 갈등은 정말 심각하다.

이은경 : 그래서 더더욱 위험을 과장해 불안감만 키우고 있는 현 사태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냉정을 되찾고 올바른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사회 : 고위험군에게만 타미플루를 처방하는 엄격한 기준을 따를 경우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있을 수 있지 않나. 실제 몇몇 사망자의 경우는 병원에서 처방을 해주지 않아 사망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고병수 :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평소에도 단순 발열 환자에게 항생제를 남용하는 등의 방어적 진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폐렴으로 사망할 경우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을 남용하기 시작하면 정말 끝이 없다. 초등학교 6학년인 내 아들도 고열이 3일 이상 가지 않으면 항생제를 쓰지 않는다.
가슴 아프지만 현대 과학의 한계이자 의료의 한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수준에서 한정된 자원으로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황지원 : 물론 기저질환의 문제도 있다. 각종 폐, 심혈관질환과 당뇨병을 비롯한 신장 및 간질환을 앓는 만성질환자도 신종플루의 고위험군 환자다. 의료기관에서 이러한 기저질환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있는가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단순히 의사들의 게으름을 지적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정부의 정확한 지침이 일선 의료기관까지 전달되는 데 몇 달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은경 : 결국 의학의 한계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고 현 의료 체계의 문제로 짚어야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핵심은 살릴 수 있는 환자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확산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타미플루는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중증환자는 어떻게 돌볼 것인가 등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위험 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처럼 타미플루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다 보면 다른 부분들을 모두 놓칠 수밖에 없다.

고병수 : 타미플루가 없어 제대로 된 처방을 못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식의 선정적인 주장은 결코 옳지 않다. 죽음을 카운트하고 있는 이 분위기는 어떻게든 잠재워야 한다.

사회 : 지금까지 신종플루를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들을 살펴보았다.
정리해 보면, 신종플루는 매년 발생하는 계절플루와 비교해 전염성은 강하지만 치사율은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으로, 영유아와 노인, 임산부와 기저질환을 가진 분들은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지만 그 밖의 경우는 손을 자주 씻는 등 개인 위생에 주의를 기울이면 크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세정제나 세정액은 아무 효과가 없으니 비누와 물로 손을 자주 씻고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란 사실도 짚어보았다.
현재 초점이 모아지고 있는 치료제 타미플루와 관련해서는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는 모든 의심 환자에게 투약하면 오히려 내성과 변이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으므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처방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타미플루가 부족하다고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다음 시간에는 정부가 오는 11월부터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접종하겠다고 밝힌 예방 백신을 둘러싼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이번 신종플루 발병을 계기로 드러난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문제점과 대책들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지금까지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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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정부에서도 독감백신 구입하려면 세금을 지불할텐데 65세 이상 어른들 입장에선 독감백신은 무료이지만 젊은 사람들 같은 경우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며 가끔 운동도 해주면서 건강관리를 잘 해나가면 충분히 독감 바이러스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도 몇해전 갑자기 심한 독감에 걸린적이 있었는데 그 때가 토요일 저녁인데다가 약국도 문을 닫아 난감했었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음 밤새도록 심하게 앓다가 정신력으로 견디어 내니 다음날 깨끗하게 나은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나이드신 분들은 이런 상황에 직면했을때 위험에 이를 수도 있었겠지만 평소 저항력을 얼마나 단련해 놓느냐와 감기나 독감에 걸렸을때 사후에 약을 적정한 시기에 복용하는가에 따라 이런 계절성 감기의 치유효과가 확연히 다르게 나타나지 않나 싶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감기나 독감을 견디어 보고 도저히 불편해서 못견딜 때는 약국에서 약을 복용하는데 그렇게되면 거의다가 바로 낫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아직 젊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신종플루란 독감도 그런 차원에서 바라봤을 땐 언론에서 너무 과장하고 요란을 떠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근데 한가지 큰 문제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건 아까 말씀드렸던 토요일이나 일요일 같은 경우는 약국이나 병원이 문을 닫기 때문에 그때 병이 나는 사람은 여러모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특히나 나이드신 분들은 매우 위험할 수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야 저같이 그렇게 해서 낫는 경우가 있다지만 주말에 위험에 빠진 분들을 위해서라도 법적으로 어떤 구체적인 대비책을 체계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번 신종플루 사건을 계기로 쓸데없는 공포심만을 유발시킬 것이 아니라 모두가 이런 작은 의료체계의 문제점 만이라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보다 많은 분들이 더 오래 사실 수 있을 겁니다. 제 말이 귀에 확 들어오지 않나요? 참 좋은 얘긴 것 같은데요...

    2009.10.08 19:31 [ ADDR : EDIT/ DEL : REPLY ]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입시 사교육, 영어 사교육, 특기적성 사교육이 그것이다. 영어 사교육은 입시 사교육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지만 전체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커 따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 사교육은 그 유형에 맞는 각각의 대안을 세워야 한다.
이에 새사연에서는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세가지 사교육 유형의 틀에서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개선해야 할지 <사교육비 경감 대책> 기획연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최대 온라인 사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일선 교사가 시험 당일 넘긴 문제로 메가스터디 측이 문제풀이 동영상을 제작했다는 진술 확보에 따른 것이다. ‘학파라치’ 2명에 대한 첫 포상금 지급도 확정됐다. 수험생과 일반인에게 미술/실용음악을 가르치던 무등록 학원을 신고한 데 대한 보상이다. 정부는 늘어난 개인 과외교습자의 자진신고와 학원 불법영업 신고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성과로 대대적으로 유포하는 중이다.

실제 지난 15일 교과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일주일 동안 교과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 접수된 개인 과외교습자의 자진신고 건수는 모두 1884건, 학원 불법영업 관련 신고 건수는 292건이었다. 이 중 개인과외 교습자의 자진신고가 유별나게 많은 이유는 포상금 지급이 200 만 원으로 가장 많고, 위반 사항 적발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등 제재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학원 불법영업의 경우 신고 건수가 적은 이유는 단속인력 부족과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학원의 운영행태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 학원들은 현재 줄어든 수업시간 만큼의 수업일수를 늘리거나 주말반을 편성하는 식의 운영으로 수강료 수익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한 불안한 학부모와 강사들은 오피스텔을 빌려 과외방을 만들고, 인기강사의 경우 학원을 떠나 고액의 개인과외를 전문으로 할 조짐도 보인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각 지역의 소규모 보습학원들은 교육청에 수강료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이 제시한 수강료 기준액이 턱없이 낮아 편법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학원 수강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전국보습학원협의회 회원 1만여 명이 “학원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며 집회를 여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내놓은 ‘학파라치’ 제도는 개인 과외교습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정작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거나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데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학파라치’ 제도는 정부가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강행해 불거진 사교육 문제를 국민이 이웃을 서로 감시하는 식의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원인과 대책이 따로 노는 격이다.

전 국민이 ‘학파라치’ 돼도 사교육 해결 어려운 이유

사교육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대책 외에도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한나라당, 미래기획위원회가 쏟아내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하나같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대책이 근본적이지 않은 이유는 먼저, 정부가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무엇 때문에 번식해가고 있는지 그 뿌리를 살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단순히 말해 우리 사회의 사교육은 남들보다 더 높은 순위의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에서 비롯된다. 대학서열 피라미드의 높은 곳을 차지하는 대학을 나와야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곳에 취업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이 존재하고 그것을 결정하는 근거가 학벌이 되는 사회 속에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은 공염불과 같다.

전 국민이 ‘학파라치’가 돼 학원이나 과외의 불법운영을 감시한다고 해도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기에 한계가 분명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학벌로 인한 임금차별과 불안정한 일자리,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모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정부의 대책이 근본적이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학교교육 부실을 사교육 팽창의 주범으로 보고 학교교육을 입시경쟁에 맞게 체질개선을 하면 문제없다는 식의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는 교과부의 공익광고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보여준다. “올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고, 꼭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며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학교. 학교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교장선생님, 애절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학부모를 앞세워 학교교육 체질개선의 초점을 교사의 변화에 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교육이 팽창한 원인이 과연 학교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일까. 만일 사실이라면 입시교육의 강자인 특목고, 자사고를 다니는 학생의 경우 사교육을 덜 받거나 아예 안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일반고교에 비해 특목고,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더 많이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최근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원인은 정부의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에 있다.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경쟁과 자율’을 기조로 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으로부터 출발했다. 시장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질과 가격을 조정하듯, 교육도 시장에 맡기는 민영화와 동시에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학교나 교원들 간의 경쟁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교육의 질이나 가격 면에서의 조절에 실패했다. 질적으로는 입시경쟁을 더욱 부추겨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가격적으로는 사교육비도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둔 채 학교교육만 정상화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생각해보자. 정부가 말하듯 학교교육 내에서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사교육에서 가르치는 ‘입시에서의 승리 비법’을 전수받으면 사교육은 사라질까. 경쟁은 반드시 누군가보다 우위에 서야 결판이 난다. 모든 학생이 가지고 있는 비법은 이미 비법이 아니다.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내용과 방법의 그것을 찾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교육은 공익광고에서 뭉뚱그려 ‘부족한 것’이라 지칭한 입시 뿐 아니라 인성과 창의성, 리더쉽과 같은 교육 본연의 목표도 실현시켜야 하는 책무를 가진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 교과교실제, 학력향상 중점학교와 같은 정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학교의 학원화, 우열반 편성으로 인한 위화감 조성 등의 부작용은 사교육을 통한 입시경쟁을 초등학교부터 학내로 끌어들여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기는커녕 방향을 잃고 초토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식 맞춤형 사교육

학벌로 인한 임금차별이 이뤄지는 우리 사회에서 입시경쟁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지속되는 한 제대로 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란 있을 수가 없다. 지난 3일 교과부가 그간의 산발적으로 터져나온 안들을 정리해 보고한 대책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교과부의 대책은 ▲내신절대평가 도입, ▲고1 내신반영 배제, ▲입학사정관제 내실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이행, ▲초중등 교육을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개편 등이다. 이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단연 대입전형에 관한 내용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입전형이 바뀌고 그에 따라 사교육이 급속히 몸집을 불렸던 과거의 경험은 학부모, 학생들의 입시방안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대한 사교육계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3월 가수 신해철 씨가 출연해 논란이 됐던 특목고 전문학원 광고를 보자.

“공부라는 게 말야.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일단 니 목표에 따르는 맞춤 전략이 필요한 거라고. 제발 다른 애들에게 신경쓰지 말고. 너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으면…”
“아저씨, 저 ○○학원 다니거든요!”
‘특목고에서 명문대까지 맞춤전형으로 승부한다.’

다른 친구들보다 뒤쳐질까 불안한 학부모와 학생을 붙들기 위한 그들의 모티브는 ‘맞춤형 입시교육’이다. 입시전형에 맞게 각자의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른 비법을 전수해주겠다는 사교육의 전략은 소비자의 요구에 정확히 와닿는다. 소비자는 어쨌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대입제도는 사교육 업계에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노하우가 쌓인 사교육계는 내신, 수능, 본고사, 논술 등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며 자신감을 표한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세 가지 원칙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는 어떤 원칙이 필요할까.

먼저, 사교육 대책은 입시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전국의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보고 그 결과를 공개한 후 학부모/학생에게 진학할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학생 간, 학교 간 경쟁을 심화시킨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자사고와 같은 학교를 대거 설립해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특목고 진학을 위한 과열 경쟁의 폭을 확장시킨다. 이러한 학생과 학교를 점수로 서열화 하는 입시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현재의 사교육 팽창을 막을 수 없다.

둘째, 사교육 대책은 학교교육 정상화로 귀결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교육의 부실이 사교육 팽창의 원인이어서 학교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의미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차별화된 교육을 받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요가 높아 확장되기도 하지만, 공급의 규모 자체가 커져 일종의 가상 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사교육 시장의 덩치가 커지면서 사실상 불필요하지만 촘촘한 시장망에 걸려든 소비자들에게 마치 사교육이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곧 학교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라 이미 사교육 시장의 규모가 커질대로 커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교교육이 부실하다고 느끼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임을 뜻한다.

이런 상황이지만 학생들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입시대비에 학교 교사가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학교가 입시전문학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학생 개개인이 입시과목의 성적이 낮더라도 자신이 가진 다양한 능력과 소질을 개발해 나가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학원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학교에서 ‘맞춤형 입시교육’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사교육 대책을 내놓았다. 대입전형이나 교육과정 개편과 같은 모든 사교육 대책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교육 대책은 교육의 공공성을 견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교육은 대학이나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위한 ‘입시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발달해 왔다. 입시전형이 바뀌면 사교육도 카멜레온처럼 그에 알맞은 모습으로 재편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학교에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자율성이 아닌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성을 준다면 그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선발기준 만큼 다양한 사교육이 난립할 것이다.

또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상위권 대학과 특목고/자사고 등은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높인다는 빌미로 학생들을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전형요소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가령 ‘3불 정책’ 중 하나인 본고사는 학교 교육과정 외의 내용에서 난이도가 높게 출제돼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커지고 고교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된다는 여론에 몇 차례의 시행과 금지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현 정부가 대입자율화를 추진하자 대학 총장들은 ‘3불 정책’ 폐지를 다시 주장했다.

따라서 현재의 학벌구조와 입시경쟁의 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각 학교가 학생을 선발할 때에는 국민 대다수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동의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부 차원에서 관리를 해 교육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

유형별 사교육비 경감 대안을 찾아서

그렇다면 이러한 세 가지의 원칙을 견지했을 때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입시 사교육, 영어 사교육, 특기적성 사교육이 그것이다. 영어 사교육은 입시 사교육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지만 전체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커 따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 사교육은 그 유형에 맞는 각각의 대안을 세워야 한다. 이에 새사연에서는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세가지 사교육 유형의 틀에서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개선해야 할지 알아보고자 한다. 고등교육 개혁이나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의 대안은 이후 과제로 남겨두고 대입제도 개선 등 현실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사교육 시장의 고용자가 100만 명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앞세워 학원의 불법영업에 대한 단속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려워지는 건 서민들이 이용하는 동네의 소규모 보습학원 뿐이고, 공룡처럼 거대해진 사교육 업계들은 여전히 꿈쩍 없이 정부 대책의 ‘틈새 시장’을 노린다.

근본적인 처방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요란한 사교육 소탕작전은 추락한 정부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쇼로 끝날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견지하는 태도로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동시에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사교육 대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학벌로 인한 임금차별을 없애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이 각계에서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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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 다시 이전 페이지로 가서 추천해 보니 다시 추천이 되네요. 참, 묘하지요. ㅡ_ㅡ

    2009.07.22 17:37 [ ADDR : EDIT/ DEL : REPLY ]
  2.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해 드렸습니다. 이전 페이지에선 추천이 안되더니만 View 추천수 동작이 제멋대로네요. 분명히 블로그 추천 소스코드는 거짓말 안하고 그 자리에서 동작하고 있을텐데 말입니다. ^^; Daum에서 조작한 걸까요 어떤 해킹일까요 아님 프로그램 상의 오류일까요? 정말 궁금해지네요... 여담이었습니다.

    2009.07.22 20:58 [ ADDR : EDIT/ DEL : REPLY ]
  3. 김열규

    책임있는 정부 당국자가 꼭 좀 읽어봐야 할 내용이네요. 대통령을 포함해서요.
    가슴에 와 닿는 글 감사합니다.

    2009.07.25 10:49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