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15                                                                                                 김시연 / 오마이뉴스 기자_새사연 회원


[새사연_전망보고서]'사이비'로몰리는인터넷매체,본질은'여론통제'다_김시연(20160215).pdf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정부-대기업-기성언론이 ‘사이비 언론 척결’ 나선 까닭

“그러니까 네이버 밑에서 어뷰징이나 하고 있지”

지난 1월 20일 IT 전문 매체 ‘아웃스탠딩’(http://outstanding.kr) 기사가 눈길을 끈다. 잘 나가는 IT(정보기술) 업계 전문가와 ‘만세일보’란 가상의 신문사를 등장시켜 기성 언론사의 포털 종속과 ‘어뷰징’ 문제의 본질을 속속들이 꼬집는다. 내용도 재밌지만 글 대신 캐릭터들 대화로 풀어가는 만화 같은 형식도 인상적이었다.

‘아웃스탠딩’은 지난해 1월 ‘뉴스토마토’ 기자 출신 2명이 만든 신생 매체지만 창업 1년 만에 페이스북 ‘좋아요’가 1만3800회를 넘길 정도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그런데 정작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같은 포털 뉴스에선 ‘아웃스탠딩’ 기사를 검색할 수 없다. 아직 문화체육관광부 인터넷신문으로 1년 이상 등록되지 않아서다. ‘아웃스탠딩’도 최근 기자 1명을 충원해 나름 자격을 갖췄지만 올해부터 포털 뉴스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는 인터넷신문 등록 기준을 취재편집인력 3인 이상에서 5인 이상으로 한층 강화했고, 포털도 뉴스 제휴 심사 권한이란 ‘생선’을 ‘고양이들’(신문방송사 이익단체들)에게 맡겼다. 그 배후에는 흔히 ‘사이비 언론’이라 부르는 ‘유사 언론’ 퇴출을 부르짖는 대기업이 있다. 박근혜 정부와 기성 언론, 대기업이 ‘인터넷 신문 통제’에 의기투합한 것이다.

왜 하필 인터넷 언론인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 국내 미디어 산업은 안팎으로 큰 위기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을 비롯해 언론 매체 숫자는 계속 느는데 광고 시장은 포화 상태고, 독자와 시청자들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신문, 방송 같은 올드 미디어들은 인터넷, 모바일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고 너도나도 디지털 혁신을 부르짖고 있다.

그런데 정작 창조경제로 젊은이들의 창업을 유도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던 박근혜 정부는 유독 미디어 시장에서는 ‘신생 매체 창업’의 꿈을 송두리째 뽑으려고만 한다. 미디어산업의 미래도 IT산업과 마찬가지로 당장 큰 자본은 없어도 온갖 아이디어와 패기로 뭉친 작은 인터넷 매체들에 달려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인터넷 매체’가 늘어나는 게 불편해서다. 정부는 인터넷 매체가 너무 많아 정부 비판 기사를 통제하기 어렵고, 대기업도 기업 비판 기사뿐 아니라, 여기저기 광고 달라고 손 벌리는 곳도 많아지니 달가울 게 없다. 기성 언론사도 ‘밥그릇(광고)’이 줄어들 뿐 아니라 독자도 뺏길 수 있다.

박근혜 정부의 미디어 정책을 평가하면서 신문, 지상파 방송, 종편 등을 놔두고 굳이 인터넷 언론에 주목한 것도 앞서 말했듯 가장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인터넷 언론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과 포털 뉴스 제휴평가위원회 구성을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 미디어정책이 내포한 문제점을 짚어봤다.

 

의문 1. 인터넷신문 기준 높이면 품질도 높아질까?

첫 번째 의문. 정부 주장대로 인터넷신문 등록 기준을 높이면 저널리즘 품질도 따라서 높아질까? 결론부터 말하면 번지수가 틀렸다. 지금 인터넷 저널리즘 품질 하락을 주도하는 곳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5인 미만’ 독립형 인터넷매체가 아니라 누구나 이름 대면 알만한 기존 대형 신문, 방송사의 인터넷판, 즉 ‘닷컴’ 종속형 인터넷매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표현의자유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터넷 여론 통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대표적인 게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와 인터넷상 명예훼손 제3자 심의 신청 허용, 포털 뉴스 제휴심사평가위원회 등이었다.

이날 김춘효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강사는 ‘청산되지 못한 ‘검열’ 역사, 박근혜 정부 미디어 정책 토대에서’란 제목의 발제문에서 “박근혜 정권의 미디어 정책은 아버지 박정희처럼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사용하지 않고 ‘채찍’ 검열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애매한 법적 규정을 근거로 활자 매체보다 방송과 인터넷 통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방송통신심의의원회(방심위) 등 정부 산하 위원회를 통한 검열 강화와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인터넷신문 시장 개입,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같은 제휴 민간 위원회를 앞세운 간접 검열 등 3가지 방식이다.

김춘효 강사는 박근혜 정부가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유사언론 퇴치’를 앞세운 사실에 주목했다. 김 강사는 “유사언론이라는 용어의 등장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언론 통제정책을 연상시킨다”면서 “이들 독재정권들은 신문 시장에 개입할 때 ‘사이비 언론’ 퇴치를 주요 기치로 내걸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독재 정권들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언론인과 언론사를 탄압하고 폐간이나 통폐합시키는 대신 친정부적인 매체에는 온갖 특혜를 베풀어 오늘날 대기업 수준으로 키웠다. 2000년대 민주화 정부를 거치며 이 같은 ‘채찍’과 ‘당근’이 거의 사라지는 듯 했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들어 조선, 중앙, 동아, 매경 등 보수 매체에 ‘종합편성채널(종편)’이란 ‘당근’을 안긴 데 이어 진보 성향이 강한 독립형 인터넷 매체를 향한 ‘채찍’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8월 22일 인터넷신문의 등록 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발행인을 포함한 취재 편집 인력 기준을 3인 이상에서 5인 이상으로 늘리는 한편, 단순 명단뿐 아니라 상시 고용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제출하도록 강화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 자료인 한국언론진흥재단 ‘2014년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1776개 인터넷언론사 가운데 종사자 5인 미만 언론사는 687개로 37.8% 정도고, 10인 미만 언론사는 1626개로 91.6%에 이른다. 하지만 평균 종사자수가 6.3명인 반면 기자직 숫자는 평균 4.5명에 불과했다. 지역 인터넷언론은 더 열악해 평균 기자수가 3.5명에 불과했다. 새로운 등록 요건에 맞추려면 적어도 1~2명 이상 정규직 충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터넷언론사에서 상시 취재편집인력 5명 이상을 유지하려면 최저임금으로 따져도 매출 1억 원 이상이 필요한데, 연매출 1억 원이 넘는 인터넷언론사는 275개로 15% 정도에 불과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에서 이번 시행령안이 인터넷신문을 최대 85%까지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2014년 말 등록된 인터넷신문사가 5950개인 걸 감안하면 무려 5000개 정도가 정리되는 셈이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언론사 통폐합 규모도 여기에는 못 미친다. 박정희 정권은 지난 1961년 5.16쿠데타 직후 ‘사이비 언론인 및 언론 기관 정화’를 앞세워 자체 인쇄시설을 갖춘 신문사만 인정해 당시 912개에 이르던 언론사를 80여 개로 줄였다.

언론사 숫자가 줄어들면 그만큼 정권에서 여론을 통제하기 쉬워지고, 소수 언론사들이 규모가 커지면 자연스럽게 기득권 세력에 편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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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1                                                                                   최정은 / 새사연 연구원


[새사연_전망보고서]갈등의복지,불평등에'응답하라'_최정은(20160201).pdf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무상보육은 박근혜정부가 약속한 정책 중 하나이지만, 재정 갈등과 해결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무상보육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해 온 지난 3년동안 한국 복지의 민낯은 여과 없이 드러났다. 2016년 새해에도 어김없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인 ‘국가 책임 보육’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살얼음판이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여당과 야당, 유치원와 어린이집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이 무상보육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만3~5세 공통교육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책임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고래 싸움에 노심초사하며 시설 이용을 포기하는 학부모와 아이들, 예산이 없어 임금도 받지 못하는 교사들, 지원이 중단되면서 존폐위기에 처한 어린이집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아래로부터 요구 받은 보편복지가 한국에 뿌리내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2010년 6.2지방선거,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면서 복지의 범위가 조금씩 확대되었다. 여당과 야당은 보편복지 공약인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등으로 맞불 선거를 치를 정도로, 국민 다수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가 하겠다던 복지마저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의 피로감은 다시금 커지고 있다. 지금 온 국민이 내 자식과 손주, 이웃의 문제로 복지 갈등을 지켜보고 있다. 이 과정 속에서 어렵게 진전시킨 보편복지의 경험이 지난 3년간 한 발도 내딛지 못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복지 확산에 대한 우려는 동시에 커져왔다.

아버지가 못다 이룬 ‘복지국가’의 꿈을 이루겠다며 당선된 박근혜정부는 올해로 집권 4년차를 맞는다. 보수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무상 복지’를 전면에 내세워 당선된 것도 이례적인데다, 준비 없는 복지에 대한 걱정도 컸다. 기존 우려대로 박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은 ‘불통’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공약마저 후퇴하면서 거센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소득 과세’ 문제에 주목

박근혜정부가 2%대 저성장에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면서 복지공약은 하나같이 재정복지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선진 복지국가에서도 경제 위기에 복지가 주춤거리는 과정이 존재 했으나, 장기침체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실업, 빈곤 및 질병, 그리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동과 가족, 노인에 대한 지원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과감히 복지 투자에 나서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무상보육만으로 국가 재정이 흔들릴 만큼 한국의 복지지출이 과도한 것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OECD 33개국 평균 공적사회지출은 GDP 대비 21.5%에 이른다. 그러나 우리는 9.0%에 불과해 OECD와의 공적사회지출 격차는 12.5%p나 벌어진다. 한국의 사적사회지출 수준은 OECD 평균과 같고, 순 조세효과는 0%이면서 한국의 총 순 사회지출은 11.6% 정도다. 최근 가족복지에 적극 나선 프랑스는 우리와는 정반대로 총 공적사회지출은 31%로 최상위권이며, 사적사회지출은 3.6%에 조세 효과를 더해 31.3%로 단연 최고다. 한편, 미국은 총 공적사회지출이 19%로 높지 않지만, 사적지출이 10.9%로 높은데다 과세효과까지 더해져 전체 사회지출은 28.8%에 이른다(그림1 참조).

 

Untitled-1

이렇게 우리의 사회복지지출이 낮은 데는 개인의 조세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한국의 조세부담율은 24.3%로, 덴마크 47.6%, 프랑스 45.3%에 비해 절반 이상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내니 돌려받는 복지도 적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뒤따른다(그림2 참조).

 

Untitled-2

 

물론 이 같은 인식이 틀린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조세 체계 자체의 문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가 큰 데 반해, 우리는 임금과 과세의 상관성이 적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단적으로 미혼 임금자와 외벌이 2자녀 가족의 임금과세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한국은 이 두 사례 간 과세 차이가 크지 않은 반면, 선진국에서는 이에 따른 과세 차이가 크다. 한국은 미혼과 외벌이 2자녀의 경우 임금 과세 차이가 13%와 11%로 2%P 정도에 그치지만, 독일은 각각 40%와 21%로 19%P로 큰 차이를 두고 있다(그림3 참조).

다시 말해, 한국에서는 오히려 소득이 낮고 자녀가 많을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낸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이런 조세 체계에서는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논의에 전 국민적인 합의와 동의를 얻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설상가상으로 주식 등 비과세 부분이 많아 상위 1~10%가 전체 부의 상당을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커지고 있으며, 소득 하위와의 격차도 심해져 부의 불평등은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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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9                                                                                                                 강세진 / 새사연 연구이사


[새사연_전망보고서]2016년에대한기대,사회주택활성화의원년_강세진_20160129.pdf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주거비용과 주거의 질 : 주거정책의 핵심이슈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주거정책의 핵심이슈는 주거비용과 주거의 질이다. 당연히 주거비용은 낮추고 주거의 질은 높이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라 할 수 있다.

주거의 질은 주거비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복잡한 측면을 지닌다. 수요자의 사회적⋅인구학적⋅문화적 특성 등이 상이하고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고 타당하지도 않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주택내부의 질만 좋다고 주거의 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주택을 둘러싼 환경 또한 중요한 요소이며, 그래서 주거환경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이렇게 복잡한 측면이 존재하는 정책대상의 경우 아주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수준, 그리고 주거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복지차원에서 정책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기본법이 이에 해당한다.

주거기본법은 주택에 관련된 제반 사항을 규정하고 있던 주택법에서 주거복지 및 주거권 등 주택정책의 기본원칙에 해당하는 사항을 떼어내 별도의 법령으로 제정한 것이다. 얼핏 주거복지 등에 대한 강력한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기본법들처럼 정책결정자들의 관심 밖에서 사문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강세진, 2015b).

주거기본법 제2조에 규정된 ‘주거권’ 개념을 살펴보면 “국민은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고 되어 있다.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위해서 주거기본법에 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제14조(주거환경의 정비 등), 제17조(최저주거기준의 설정), 제19조(유도주거지기준의 설정) 등이 눈에 띈다.

먼저 제14조(주거환경의 정비 등)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거환경을 정비하고 노후주택을 개량하여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①항은 선언적⋅당위적 내용이며 ②항이 실제 정책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주거환경정비법)」이 이에 해당하는 법률이다. 그런데 주거환경정비법은 주택재개발사업 등의 근거법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듯이 주택재개발사업이라는 것이 노후주거지를 정비한다는 명분으로 개발사업을 벌이는 것이고 그로 인해 원거주자의 주거권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돈 좀 있는 사람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를 없애는 짓’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거기본법의 제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문제인식과 규정이 명확히 삽입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다음으로 제17조(최저주거기준의 설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에 관한 지표로서 최저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최저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공고된 최저주거기준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③ 최저주거기준에는 주거면적, 용도별 방의 개수, 주택의 구조·설비·성능 및 환경요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되어야 하며, 사회적·경제적인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적정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2011년에 개정공고된 최저주거기준(국토해양부 공고 제2011 – 490호)을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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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제19조(유도주거기준의 설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지표로서 유도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유도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공고된 유도주거기준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경우에는 유도주거기준에 미달되는 가구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유도기준을 마련하여 공고한 적은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중에 “△1인 가구의 경우 방 2개와 부엌이 딸린 33㎡ 면적의 주택 △부부와 자녀 2명으로 이뤄진 4인 가구는 방 4개와 부엌이 있는 66㎡ 면적의 집을 풍요로운 주거 생활이 가능한 유도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정도이다.

사실 최소주거기준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우리의 주거현실에서 유도주거기준을 마련하는 것에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정부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해 우선 지원한다(주거기본법 제18조)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사업계획의 경우 계획을 보완하게 하고(③항),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정비(재개발)한다(④항)”는 것인데, 후자의 경우 그나마 저소득가구가 감당할 만한 주택들을 철거하여 새집을 짓겠다는 것이고, 전자의 경우 건설업자들이 같은 가격에 좀 더 넓은 주택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에서는 주거의 질이라는 것이 결국 주거비용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경기부양에 주거정책을 연동시킨 결과 : 주거비용의 급격한 상승

주거비용을 낮추는 것은 정부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정책과제 중에서 매우 쉽고 단순한 것에 속한다. 주변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외교나 통상에 속하는 것도 아니며, 안보나 예측이 어려운 재해문제도 아니다. 주류경제학자들이 꾸준히 제기하는 ‘시장매커니즘’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는 쉬운 해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념논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시장기능이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동일 조건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 되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이므로 공공이 시장에 저렴주택을 공급하기만 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활동을 과거 공산권의 계획경제와 비교하며 반자본주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정부 또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수요자이자 공급자이므로 주거문제와 같은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정부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비해 민간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면, 독과점이나 매점매석에 의하여 지나친 이윤이나 정보의 불투명에 따른 불합리한 가격거품이 끼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정부에서 공급하든 민간영역에서 공급하든 누가 얼마나 더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지만 달라질 뿐 동일한 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비용은 서로 같아야 한다. 즉 공공에서 주택을 공급하면 앞서 거론한 시장의 왜곡을 시정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공공에 의한 저렴주택 공급기조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공주택의 공급을 민간의 수익을 저하시키는 자본주의에 반하는 정책으로 규정하고 그 동안 공기업의 주요 사업영역이었던 임대주택의 공급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 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를 활용한 기업형임대회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란한 금융공식으로 무장한 이 정책의 핵심은 주거비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민간임대업자와 금융권의 안정적인(최소 연5%) 수익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강세진, 2014a; 2014b; 2014c).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불경기이다. 그런데 주택시장의 경우 과열될 대로 과열된 상황이지 불경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 지역만 놓고 보면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누군가의 기대에 미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방의 경우 가격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강세진, 2014d; 2015a).

건설경기 부양이, 실상을 고려할 때 앞뒤가 맞지 않고 명분도 약하지만, 불행하게도 부정적 여론이나 민심의 큰 동요 없이 정부의 정책기조가 되었으며, 그 결과는 살인적인 전세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워낙 전세가가 크게 상승하여 눈에 띄지는 않지만 월세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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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새사연_전망보고서]농업의지속가능성,'쌀'과'소득에있다_장경호(20160122).pdf


들어가며

지난 20년간 한국의 농업정책은 큰 틀에서 보자면 변화가 없었다. 대외적으로는 농산물 시장개방을 확대하는 정책이 일종의 상수처럼 작용하였고, 대내적으로는 시장개방의 확대에 편승하여 농업을 구조조정 하는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농업정책의 골격은 김영삼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세부 내용에서 약간의 변화는 있었지만 그 기조는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농정의 기조를 일반적으로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농업과 농민에 미치는 영향력의 작동방식을 보면 구조조정 보다는 시장개방이 더 우선순위의 규정력을 갖고 있다. 즉, 우선적으로는 시장개방의 확대에 따라 농업과 농민에 미치는 환경의 변화가 발생하며, 구조조정은 이와 같은 대외적 환경변화에 수동적으로 적응하기 위한 대내적 농업정책인 것이다. 초국적 자본과 국내 재벌·대기업 그리고 정부(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지점이 시장개방이며, 이것이 지금까지 농업을 포함한 경제정책의 일관된 상수로 작용했다. 그리고 농업의 구조조정은 정부에 의해 선택받은 소수의 정예 농가를 대상으로 경쟁력과 규모화 및 시설집약화를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선택받지 못한 대다수의 중소규모 가족농은 퇴출의 대상이 되어 몰락의 길로 강제로 유도되었다. 다만 몰락의 속도를 조절하는 차원에서 직접지불제도, 제한적인 가격안정 정책, 각종 농가부담 경감 대책 등이 연착륙의 수단으로 도입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쌀시장을 관세화로 전면 개방함으로써 쌀도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졌다. 그동안 유일하게 수입자유화의 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쌀마저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지면서 한국의 농산물 시장은 100%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졌다. 여기에 2015년에는 중국, 호주, 캐나다 등 농산물수출 강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잇따라 발효되거나 비준됨으로써 시장개방의 폭과 속도가 훨씬 더 가속화되었다. 그리고 정부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신규 가입을 사실상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에 있고, 조만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정부 이후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농업 구조조정을 통한 집중 지원의 대상을 소수의 개별 전업농가로부터 점차 더욱 규모화된 극소수의 기업농으로 옮겨가면서, 수출농업과 ICT 융복합 스마트팜, 자본집약적인 시설농업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식량자급률, 농가소득보전, 농산물가격안정 등과 같이 농업정책의 중심이 되어야 할 영역은 갈수록 그 중요성이 약화되고 있다.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농업정책하에서 농업·농촌·농민은 지속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역사적으로, 경험적으로, 이론적으로 이미 현실에서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농업과 농민의 지속가능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글은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농업과 먹거리, 지속 불가능한 현실

농업과 농민의 지속가능성을 찾기 위한 첫 걸음은 역설적이지만 현재의 농업과 먹거리가 더 이상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여 년에 걸친 시장개방과 구조조정의 결과는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나듯이 농업과 농촌 그리고 농민의 급격한 몰락이다. 1990년대 초반 약 7백만 명이 넘던 농가인구가 최근 약 26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얘기하듯이 경제성장에 따른 농가인구의 감소효과를 고려하더라도 20년 사이에 농가인구의 60%가 줄어드는 급격한 몰락은 다른 나라에서도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연착륙을 위한 보완대책이 다소 강화되면서 몰락의 속도가 조금 늦추어졌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다시금 그 몰락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

농가인구의 양적인 몰락과 더불어 60대 이상 농민이 전체 농민의 약 절반 가까이 되는 농가의 노령화는 농업노동력의 질적인 붕괴마저도 초래하고 있다. 최근 농업노동력에서 이주 노동자 및 이주 여성농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 정도까지 빠르게 늘어난 현상은 농업노동력의 양적·질적 붕괴가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것은 경제성장에 따른 자연적인 결과가 아니라 시장개방 및 구조조정을 강압적으로 추진한 농업정책이 초래한 인위적인 참사로 보아야 한다. 특히 수입 농산물에 대응하여 경쟁력을 키운다는 명목하에 소수 정예농가 육성에 자원과 예산 및 제도를 집중적으로 지원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농업정책에서 소외된 대다수의 중소 가족농은 빠르게 몰락할 수밖에 없었는데, 최근 도시 보다 훨씬 더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농촌의 빈곤화 및 양극화는 그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농민층 가운데 절대빈곤층에 해당하는 빈곤농가의 비율이 약 24% 수준으로 도시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에 비해 약 5배 정도 높은데 비해, 농가소득은 상위 20% 소득이 하위 20% 소득에 비해 약 11배 정도 더 높을 만큼 양극화의 진전도 훨씬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은 소수의 전업농과 기업농을 중심으로 형성된 상위 농민층 가운데 억대 농부로 대표되는 부자 농민들도 약간 증가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다수 농가의 퇴출 및 빈곤화라는 희생위에 얻어진 성과에 불과하다. 게다가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한 전업농 및 기업농이라 할지라도 수입 농산물에 대응하여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농가는 극소수에 불과할 정도이다. 그나마 이와 같은 극소수의 농가들이 갖는 경쟁력이란 것도 한편으로는 이주 노동자에 의한 저임금과 일반화되지 않은 틈새시장에서의 한시적인 비교우위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의 토대 자체가 매우 취약한 상태이다.

시장개방 및 구조조정에 따른 농업과 농민의 급격한 몰락은 당연하게도 식량자급률의 급속한 하락으로 이어졌다. 1990년대 초반 약 45% 수준이었던 식량자급률이 최근 약 22∼23% 수준으로 반 토막이 났다. 정부가 아무리 식량자급률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라도 시장개방 및 구조조정의 농업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 한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왔듯이 식량자급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식량자급률의 하락은 또한 우리 밥상에서 소위 ‘글로벌푸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으며, 글로벌푸드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비례하여 밥상의 먹거리에 대한 불안과 위험도 높아졌다. 유전자조작농산물(GMO), 대규모 화학농업과 공장식 축산, 장기간·장거리 유통에 따른 수확후처리에 투입되는 다양한 종류의 화학적 처리기술, 패스트푸드 및 인스턴트 식품에 투입되는 각종의 합성화학 첨가물 등은 먹거리 위험을 초래하는 모든 요소들을 포괄하고 있는 글로벌푸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푸드의 확대가 먹거리의 위험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품안전에 대한 규제 장치만으로 먹거리 안전을 보장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식품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수록, 까다로운 안전 기준에 적합할수록 해당 먹거리의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친환경농산물을 비롯한 안전한 먹거리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현실은 이와 같은 구조를 반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소득수준에 따라 먹는 것이 사람을 차별하는 먹거리 양극화 현상이 확대되고, 이는 건강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가난한 계층일수록 아토피, 비만, 당뇨, 고혈압 등과 같은 식원성(食原性) 질병이 높게 나타난다는 국내외 수많은 보고서들이 그것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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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18                                                                                          손우정_성공회대 교수 / 새사연 회원


새사연_전망보고서야당은왜존재하는가_손우정20160118.pdf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들어가며

정치세력의 현황과 전망

1) 정부와 여당: 근본주의 정치의 지속성

박근혜 정부의 적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이다. 이 ‘외부의 적’은 국내정치적 필요성에 의해 내부로 호출된다. 이른바 ‘내부의 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 내부의 적이 누구인지를 맞추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배제하고 섬멸해야할 내부의 적으로 호명된 이른바 ‘종북세력’은 명확한 경계를 갖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확장되고 축소되는 ‘구성된 적’이다. 종북세력에 대한 적대를 매개로 이질적인 것들을 묶어낸 박근혜 정부의 동일성의 정치, 동일시 전략을 제외하고서는 지난 3년 간의 정치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

이 전략은 이명박 정부의 통치전략과 차별화된 요소이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거대한 촛불항쟁에 부딪히면서 급하게 적대전략을 구성했으나 그 표적은 모호했다. 이명박 정부는 예상치 못한 촛불항쟁 앞에 ‘준비되지 않은 적대 전략’으로 급선회했던 것이다. 형식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겨냥했지만, 화살은 이명박 정권, 혹은 친이(親李)세력의 반대파 모두에게 향했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집권 직후부터 논란이 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문제를 소수세력을 대상으로 한 ‘내부의 적’을 구성함으로써 야권의 분열과 내적 갈등을 촉진하는 동시에 자기 진영을 견고히 단결시켜 나가는 동일시 전략을 구사했다. 2014년 통합진보당의 해산 이후에는 적대 대상의 범위를 점차 넓히면서 집권 초기의 불완전한 정치상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돌파했다. 박근혜 정부의 적대는 통합진보당 등 진보진영의 일부세력에서 전교조와 민주노총 등 급진세력으로 확대되었으며, 2015년에 접어들면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 보듯이 두 개의 진영으로 구성된 적대 전략을 더욱 공고화했다. 재벌 친화적 경제정책, 노동개악, 각종 공안 사건 등은 ‘적의 섬멸’이라는 목표 하에 합리화, 정당화되고 있고, 이런 정치 경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런 정치논리가 파시즘의 논리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을 것이다. 다원성과 이질성을 허용하지 않는 근본주의적 동일성의 정치, 그리고 이를 위해 내·외부의 적을 만들어 내는 방식은 파시즘과 유사하다. 파시즘이 허구적 애국주의와 아래로부터의 강제적·자발적 동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것은 오늘날 한국정치의 흐름을 평가하는 데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물론 ‘적’과 이들을 배제하고 섬멸해야할 주체로서의 자신을 대립시키는 전략은 양날의 칼이다. 이 전략은 자기 진영의 단결과 공고화를 추구할 수 있지만, 상대 진영도 마찬가지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러나 상대 진영의 일부세력에 대한 적대의 강도를 높여 내적 갈등과 이질성을 유발하는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통치 기반이 매우 안정화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림1. 역대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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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1988년 이후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 조사 결과 추이를 살펴보면, 견고한 듯 보이는 지지율도 역대 정권과 비교해볼 때 크게 차별화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기반은 그토록 견고한 것처럼 보일까? 다양한 이유들을 거론할 수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존재감 없는 야권의 모호한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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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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