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권은 비판적인 언론을 껄끄러워한다. 다만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절차와 방법을 통해 정권에 대한 지지와 우호적인 보도를 기대하는 권력과 그렇지 않은 권력의 차이가 민주적 권력과 독재권력을 가른다. 지난해 이명박정권은 정치권력과 그들의 엄호세력인 이른바 조ㆍ중ㆍ동을 앞세워 방송을 손아귀에 넣으려했다. 정치적 독립을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정치적 멘토라는 사람을 앉히더니 온갖 편법과 무리수를 동원해가며 KBS, YTN 등에 낙하산인사를 내려 보내고 이에 비판하는 사람들을 대거 거리로 내쫓았다.

방통위ㆍKBS 등 장악한 데 이어 본격 구조개편에 나선 MB정권

연초에도 그러한 칼바람이 이어져 권력의 방송장악에 저항했던 KBS사원행동 사람들을 파면하는 등 중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심의위원회 그리고 KBS와 YTN 등을 대상으로 현 체제와 구조에서 할 수 있는 언론장악을 어느 정도 일단락 지은 정권은 올해부터 방송 등을 구조적으로 완전히 개편하여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거세하려하고 있다. 언론을 자본이 각축하는 시장의 싸움판으로 몰아넣어 공공적 역할의 근본을 허물어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오로지 산업의 관점으로만 언론을 보면서 온갖 희한한 논리와 과대포장, 불확실한 근거를 내세워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와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하여 사람들이 경제문제에 관심이 높아지자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내세우며 사회적 감시와 비판 그리고 건강한 민주적 여론 형성이라는 언론의 본질적 기능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정부ㆍ여당의 언론 정책에 대한 큰 틀은 재벌과 조ㆍ중ㆍ동에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등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송법과 신문법 등 언론 관계법의 개정이다. 여기에 더하여 공영방송법안 등을 통해 MBC 등을 민영화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미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방송의 공공성을 지켜주던 현 방송광고판매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경쟁체제로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과 정책 추진이 방송과 언론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토대를 허무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애초에 지난 연말까지 법 개정을 마치기 위해 이른바 입법전쟁, 전광석화, 질풍노도 등의 용어를 써가며 군사작전처럼 밀어붙이려했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야당 그리고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법안 통과를 하지 못하자 일단 멈추고 다시 전열을 다듬으며 전방위적인 압박을 해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선 반드시 법개정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고 청와대가 나서서 독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미디어가 최대 산업이고 성장동력”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한나라당 정병국 미디어발전특위 위원장은 16일 “공영방송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다른 미디어 관련 법안들과 함께 처리하겠다”고 했다. 공영방송법을 통해 KBS1·2와 EBS는 공영으로 묶겠다는 것이다.

언론관계법안의 핵심은 대기업과 부자신문사의 방송시장 장악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최소 두 개 이상의 종합편성채널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방통위의 한 간부는 지난 20일 “지상파방송과 경쟁을 붙여 지상파의 영향력을 줄이는 게 종편채널 도입의 목표 중 하나”라며 “경쟁이 되려면 복수 이상의 채널은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전국을 돌며 당원이나 지지자를 대상으로 여론 홍보전을 하면서 2월 입법전쟁 준비에 분주하다.

정부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언론 관계법안의 핵심 내용은 방송시장에 대기업과 신문사가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의 설명은 대기업과 신문사가 방송시장에 진출하도록 함으로써 글로벌 미디어그룹을 육성하고 방송산업을 활성화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기르도록 한다는 것이다. 지난 19일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방송규제 완화를 통해 방송산업이 활성화 될 경우 최대 2조 9,000억 원의 생산유발효과와 2만 1,000명의 취업유발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내어 방송법개정의 필요성을 정당화하려고도 했다. 규제를 완화하여 방송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은 그 연구내용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혀 현실성이 없으며 정치적 의도로 왜곡된 보고서라는 것이다.

공영방송법안이 의도하는 대로라면 KBS2와 MBC는 민영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높다. 공영방송법안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는 공영방송의 광고 수입을 전체 재원의 20퍼센트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기존 한나라당이 발의한 방송법 등 언론 관계법과 맞물릴 경우 필연적으로 방송의 민영화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재원의 대부분을 광고에 의존하는 MBC, 재원의 50퍼센트 이상을 광고에 의존하는 KBS는 민영화나 구조적 재편이 불가피해진다. 공영방송의 전체 재원 중 광고의 비중을 20퍼센트 이하로 제한하면 MBC는 민영방송으로 규정될 것이고 이는 정체성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면서 민영화로 갈 것이 뻔하다. KBS도 사회적 합의가 어려울 정도로 수신료를 대폭 인상하지 않는 한 재원의 20퍼센트 이하로 광고수입의 비중을 낮추기 어렵다. 따라서 KBS2를 민영화하여 광고재원의 비중을 낮추려는 주장에 휘말릴 개연성이 높다. MBC가 민영화되면 방송시장은 상업적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그 경쟁으로 KBS도 경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지상파방송과 맞먹는 영향력을 가진 종편채널이 두 개 이상 허용될 경우, 기존 매체의 광고 수익을 크게 떨어뜨리는 등 언론환경의 일대 교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종편채널은 케이블방송이지만 지상파방송처럼 보도ㆍ교양ㆍ드라마ㆍ오락 프로그램 등을 종합 편성할 수 있다. 종편 개념은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때 등장했지만, 지금까지 허가받은 사업자는 한 곳도 없다.

미디어렙 도입은 시청률 지상주의로 이어질 것

방송광고판매시장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시도 역시 방송의 구조개편을 가져올 또 하나의 큰 분수령이다. 이미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는 한국방송광고공사가 지상파 방송광고를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현 제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올 연말까지 새로운 경쟁체제를 도입하도록 했다. 정부여당이나 대자본 광고주들은 이를 자신들이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방송광고판매시장의 경쟁체제는 자칫 방송사를 시청률 중심의 이윤논리에 함몰되게 하고 상업주의화를 부추겨서 방송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 방송프로그램은 광고주의 영향과 압력을 받을 것이며 언론매체의 다양성과 균형발전을 훼손하고 여론의 독과점을 야기하며, 대기업과 초국적 기업 및 대기업 계열 대행사와 외국계 대행사의 시장지배 확대를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미디어렙을 통해 방송사 간에 전면적인 가격ㆍ비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며 공공성의 논리보다는 산업적 논리로 방송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방송사들은 인기프로그램 위주로 방송을 제작ㆍ편성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은 점차 위축 될 것이다.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방송은 사라질 것이며 방송의 다양성은 크게 감소할 우려가 있다. 자극적 내용이나 소재를 중심으로 한 선정성이 강화될 수도 있다. 시청률의 논리가 지배하게 되면 방송사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의 편성은 크게 제약된다. 광고판매가능성이 낮은 프로그램은 페지되거나 줄어들 것이며 변두리 시간대로 밀려나게 된다. 오락프로그램은 늘어나는 반면에 사사 토론 프로그램이나 사회적 소수자 프로그램은 줄어들 것이다.

MB정권이 꿈꾸는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는

백번 양보하여 이러한 방송정책과 법안 제정 추진이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정부 여당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이번 언론관계법 개악은 심각한 문제를 기본적으로 안고 있다. 전반적인 기조와 관점은 한마디로 언론의 산업화이다. 대자본과 조ㆍ중ㆍ동 등에 방송산업을 넘겨주고 시장의 논리에 따라 방송을 다루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방송은 상업적 논리에 휘둘릴 것이며 방송인들의 자율성과 창의성 등은 철저하게 무시될 것이다. 오로지 돈이 되느냐 따라 프로그램제작은 기획되고 만들어지며 편성될 것이다. 경영의 논리에 의해 제작비는 깎이고 또 깎여서 마른 수건 짜듯이 될 것이다. 시사보도, 다큐멘터리, 예술과 문화 등이 숨 쉴 공간도 사라진다. 방송의 공공성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방송인들의 건강한 의식과 자율성, 창의적 재능은 오로지 상업적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소모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재벌이 장악한 방송에서 재벌에 대한 비판과 감시기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벌에 유리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추진되도록 하기 위해 여론을 왜곡하는 보도와 논평만이 범람할 것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등에 대한 폭로나 보도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재벌 2세에 대한 경영권 승계, 출자총액제한 및 금산분리 완화, 세제 완화, 공적 규제 철폐 등 그들이 바라는 정책은 방송을 앞세운 여론 몰이를 통해 별 어려움 없이 추진 될 것이며 방송을 매개로 한 권력과 자본의 유착은 더욱 단단해질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 여론 권력을 지배하고 있는 조ㆍ중ㆍ동이 방송마저 진출한다면 그들의 여론 장악력이 방송까지 옮겨 붙어 오로지 수구적 보수 언론의 목소리만 전달될 것이다. 여론의 왜곡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여론 독과점이 우리의 민주적 여론 형성을 가로막을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보수세력이 그토록 좋아하는 OECD 국가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여론 독과점을 막을 제도를 두고 있다.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추세라는 주장은 거짓이다. 신문ㆍ방송의 겸영 허용과 민영화 정책이 80년대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때에 추진되다가 요즘은 이들 정책의 부작용을 깨닫고 오히려 규제로 돌아서고 있는 추세다.

언론의 공공성은 우리사회가 지켜야 할 공공성의 보루다. 현실성도 없는 산업경쟁력 강화를 빌미로 방송을 자본의 손에 넘겨주는 것은 더 이상 방송이 방송의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만든다.
한국사회의 여론 형성 공간은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형성되어가고 있다. 한 축은 기존대중매체이며 다른 축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참여형 매체공간, 그리고 마지막 축은 집회를 통한 직접적 토론과 정보 교환이다. 이들 공간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대중매체가 보도하고 만들어 낸 정보 등이 인터넷 공간을 통해 토론되고 증폭 되며 이것이 다시 집회를 통해 확인되고 진화한다. 또 집회에서 논의 된 내용이 대중매체를 통해 전달되고 대중매체의 보도 내용에 영향을 미쳐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이 세 축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면서 사회적 여론을 만들어 가는 공간인 것이다.

한 축의 공간이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전체 여론 형성과정이 왜곡되고 붕괴 된다. 우리 사회의 소통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는 있지만 그 세 축 가운데 여전히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가장 크다. 특히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 내는 역할에서는 대중매체, 그 가운데서도 방송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여론 형성을 위한 단초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일단 의제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면 인터넷 토론 공간 그리고 집회 등을 통해 진화하지만 불을 붙이는 데는 여전히 대중매체가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고 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신문과 방송 지형에서 어떻게 민주적 매체 지형을 만들어 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매체 지형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여당이 그토록 이 문제에 집착하며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거세하려는 것도 여론형성과정에서 언론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매체 지형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과제들

대중매체 지형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신문 시장에서 조ㆍ중ㆍ동을 비롯한 보수언론의 점유율을 낮추고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등 민주적 독립언론의 비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선진국의 경우 진보적 신문이 주요한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진보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하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적 논조를 유지하는 신문들이 균형을 이루어 사회적 여론 형성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보수언론들만이 대표적 언론으로 자리 잡은 한국은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현재 한국의 신문 지형은 진보와 보수 신문의 지형이 일방적으로 한쪽에 치우쳐 있다. 여론 지형이 왜곡되는 이유다. 따라서 신문 지형을 바꾸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인터넷 토론 공간이 권력에 의해 지배되거나 장악되지 않고 자유로운 논의의 공간으로 남도록 지켜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인터넷을 통제하기 위해 검찰과 방송 통신위원회 등을 앞세우고 통제를 강화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미네르바를 구속하고 사이버 모욕죄 등을 도입하여 인터넷 언론의 숨통을 죄고 있는 것이다. 이는 조ㆍ중ㆍ동 등 그동안 여론 권력을 휘둘러온 집단이 다시 여론과 의제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기도로 보인다.

한국사회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미디어 공공성의 훼손으로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미디어 공공성은 한국 사회가 수호해야 할 소중한 가치임에도 지난 20년 동안 신자유주의 이념이 확산되면서 그 가치가 지속적으로 위협을 받아왔다. 역대 정권은 신성장 산업 활성화니 효율성 제고니 하는 시장주의를 잣대로 미디어 정책을 집행해왔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 모두 신자유주의 미디어 정책을 지지해서 유료 채널의 무한 증대, 미디어 시장의 개방으로 미디어 공공성을 현저하게 위축시켰다.
특히 이명박 정권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과 실업난으로 시대적 화두가 된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 거짓 논리를 만들며 여론을 속이고 있다. 방송은 산업으로 성장할 수도 없으며 재벌이나 조ㆍ중ㆍ동이 진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철폐해도 산업으로서 새로운 투자나 성장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은 숱한 경험적 사례가 보여준다. 이에 근거하여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도 허구임을 웬만한 사람들은 안다.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가 언론에 달렸다

시장논리가 강조되면서 미디어도 일반 상품과 같이 시장에 맡겨놓으면 수용자가 좋은 것을 선택하게 된다는 시장중심의 논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주의에 내몰린 언론은 의견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보다는, 집중화로 인한 의견의 독점과 여론의 왜곡을 심화시킬 뿐이다. 또한 시장만능주의나 신자유주의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실패한 이론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사회적 개입이 2009년 오늘의 세계적 흐름이다. 오로지 사적이익을 앞세우고 시장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방송마저 시장의 영역으로 내몰려는 논리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모든 규제가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시장 논리가 아니라 공공적 규제가 필요한 영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론화를 거치고 규제의 틀을 어떻게 바꾸거나 재구조화할 것인지를 사회적으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오로지 정치적 목적으로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한 결과는 건강한 여론과 다양한 의견표명이라는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들뿐이다.

정부와 여당은 권력과 입법부를 지배하고 있으니 언론관계법 개악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맞서는 방송인들이 있는 한 우리 방송의 미래는 희망적이다. YTN 노조, KBS의 사원행동은 방송인들이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시적인 시련은 있겠지만 국민에 맞서서 방송을 장악하려고 하는 편이 이길 수는 없다. 우리는 군사정권시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민주주의의 실질적 진전과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라는 소중한 성과를 거두어 왔다. 이 성과를 지키는 싸움에 우리의 삶과 우리사회의 미래가 걸려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더 이상 민주주의의 미래는 없다. 건강한 여론이 형성되지 못하는 곳에서는 민주주의가 숨 쉴 수 없다. 언론의 공공성을 지키느냐 못 지키느냐가 곧 민주주의를 지키느냐 후퇴시키느냐를 가름할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정연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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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문용어와 너무 긴문장에 약하다보니 다 읽지 못하점 미안하구요

    간단히 요점만 봤는데요 미래는 있을거라고 좀 위험하게 보이지만 쉽게 단정해봅니당

    2009.01.24 04:32 [ ADDR : EDIT/ DEL : REPLY ]

‘죄수의 딜레마’. 이 유명한 게임이론은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모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경우, 그 결과가 사회 전체적으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귀결됨을 설명한다. 가령, 현장에서 함께 잡힌 두 명의 죄수가 있다. 경찰은 사건에 대한 확신만 있을 뿐 물증이나 증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두 죄수에게 말한다. “자백하라. 만약 너 혼자 자백하면 수사에 협조한 것을 정상 참작해서 3년형을 살게 해 주겠다. 하지만 넌 입을 다물고 상대방이 모두 자백한다면 너 혼자 20년형을 살게 될 것이다.” 그간의 판례상, 두 죄인이 모두 입을 다문다면 증거불충분으로 각각 5년형을 살고, 둘 다 자백을 하면 10년형을 살게 된다.

죄수는 고민에 빠진다. 상대방이 자백을 안 할 것이라고 믿을 수 없기에 둘 다 5년형을 받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최악의 상황은 자신만 자백을 하지 않아 20년형을 살게 되는 것, 그 다음이 둘 다 자백을 해서 10년형을 사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먼저 자백해서 3년형을 사는 것이다. 어쨌거나 자신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자백’인 것이다. 그리하여 결국 두 죄수는 자백을 해 10년형을 받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빠진 한국교육

현재 우리의 교육은 이러한 ‘딜레마’에 처해있다. 모두가 경쟁하지 않고 진정한 교육을 추구하면 행복하겠지만,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상대방보다 순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경쟁’을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남과 똑같이 받는 공교육으로는 승자가 될 수 없기에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비용에 따라 질의 차이가 현격해지는 사교육이 순위를 결정하기에 이제는 학력이 아닌 재력의 싸움이다.

그렇다면 승자는 진정 행복한가.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에 취직해 경제적으로 남부럽지 않게 먹고 사는 것이 행복이라 정의한다면, 그렇다. 하지만 교육적 관점으로도 과연 그러할까. ‘나보다 순위가 높은 사람이 몇 명인가’에 주목해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며 억압과 불안,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하는 교육시스템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교육’이 아닌 ‘경쟁으로 사람을 줄 세우는 교육’은 창의적 사고는 물론 전인적 성장까지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MB, 국민적 반대여론 무시한 교육정책 강행

이러한 현실에서 경쟁을 교육문제 해소의 유일한 해법으로 생각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한국교육은 ‘딜레마’를 넘어 ‘위기’에 봉착했다. ‘학교 만족 두 배, 사교육 절반’의 공약을 내걸어 당선됐건만 오히려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현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은 점차 높아졌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부터 지금까지 발표하는 정책마다 많은 반발을 불러왔다. 영어몰입교육 실시 발표는 ‘오륀쥐 파동’을 일으켰고, 0교시, 우열반, 야간자율학습 등에 대한 규제를 푸는 학교자율화 조치는 ‘미친 교육’으로 불리며 촛불정국을 만들었으며, 이는 해방 후 최초로 교육학자 110명이 “교육철학이 부재한 이명박 정부의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이 국가 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내용의 집단 성명을 내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정부의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행보는 계속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초등학생 입시 부활’을 우려한 지역주민과 교육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 개의 국제중 설립을 강행했고, 정부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숙형공립고 82개, 마이스터고 9개를 지정ㆍ고시했다.

또한 정부는 일제고사, 학교정보 공개, 학교선택제 등 학생들을 성적으로 한 줄 세우고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들을 일사천리로 발표했다. 특히 지난해 처음 실시한 일제고사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시험을 거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 7명에게 파면ㆍ해임이라는 중징계를 내려 아직도 교육청 앞에는 촛불이 사그라들 줄 모른다.

극심한 경기 불황 속 유일한 상승세, 사교육비

이와 같은 이명박 정부의 경쟁 위주의 시장주의적 교육정책은 사교육비 급증으로 귀결됐다. 통계청의 가계조사 결과에 의하면,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보충교육비 지출액이 2007년에는 평균 17만 원을 웃돌았던 것에 비해 2008년에는 1, 2분기 각각 19만 원, 20만 원 선을 넘겨 3분기에는 약 22만 원 고지마저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3분기와 비교해보면 23퍼센트나 늘어난 수치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던 지난해, 각 가계의 소비지출은 4.7퍼센트에 그쳤지만 사교육비 지출은 예년보다 월등히 늘어난 이 기이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새 정부의 달라진 교육정책이 학부모와 학생의 생존본능을 자극한 탓이다. 강화된 경쟁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더 많은 사교육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사교육비에 대한 학부모들의 부담 정도는 서울지방통계청의 서울사회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5~7월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학생이 있는 30대 이상 가구 가운데 80.4퍼센트가 “교육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으며, 교육비 중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는 부분은 ‘사교육비’라는 답이 77.5퍼센트로 가장 많았다. 사교육비가 부담스럽다는 응답은 지난 2000년, 2004년에는 60퍼센트대였으나 2008년에는 77.5퍼센트로 대폭 늘어나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에 의한 고통이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는 형국을 잘 보여준다.

2009년 예정된 것들

그렇다면 올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려는 교육정책은 무엇일까. 지난 촛불정국에서 유명세를 탄 ‘MB, 제발 아무 것도 하지마!’라는 피켓 문구처럼 앞으로 펼쳐질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진 상태다.

▶ 자사고 등 ‘입시명문고’ 설립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
우선, 올해 가장 큰 이슈가 될 사안은 다양한 ‘입시명문고’ 설립으로 인한 사교육비 급증과 학교서열화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2009년에는 자율형 사립고 30곳을 신규 지정하고, 기숙형 고교는 142교, 마이스터고는 20교로 각각 늘리는 방안 등 고교체제 개편의 본격화를 예고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해부터 고교의 유형을 다양화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함으로써 현행 평준화 체제의 단점을 보완하겠다며 추진해 온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올해 말 첫 신입생을 선발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교육과정, 교원인사, 학사관리 등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해 학교장이 건학 이념에 맞게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한 학교를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형 사립고는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자사고)를 통해 알 수 있듯 실험적이고 특색있는 교육과정 개편의 노력보다는 ‘입시명문고’로서의 자리매김에 집중할 우려가 크다.

이 와중에 서울시교육청은 ‘2009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자율형 사립고를 25개의 자치구별로 1곳씩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에서는 그동안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너무 높아 자사고 설립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그러나 2006년 주민 반대로 무산됐던 국제중 설립 계획을 지난해에 재추진해 결국 개교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형 사립고 역시 이명박 정부의 힘을 등에 업고 대거 설립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또한 교과부는 자율형 사립고 지정을 위한 최소 법인 전입금 부담 기준을 등록금 총액의 3~5퍼센트 이상으로 대폭 낮추고(기존의 자사고는 25퍼센트), 학생 납입금은 시도교육청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는 2011년까지 100개의 자사고를 설립한다는 목표에만 경도돼 학교 설립 요건을 완화하려는 것으로 부실 사학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또한 등록금을 사학들의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 있는 시도교육감의 소관으로 처리하려는 당국의 계획 역시 학비가 비싼 ‘귀족학교’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자, 여기서 잠시 상상을 해보자. 현재 우리나라의 자사고, 특목고 등 특수학교는 100개가 훌쩍 넘는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는 2011년까지 300개의 특수학교를 더 만들겠다고 한다. 400개가 넘는 입시명문고가 생기는 것이다. 이들 각 학교의 한해 졸업생 수를 평균 150명이라고 하면 모두 합쳐 약 6만 명. 그런데 우리가 말하는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대의 입학정원은 1만 1,256명(2006년)이다. 그나마 정원이 줄어드는 추세로 치면 앞으로도 그 이상이 되긴 어렵다.

결국 특수학교의 졸업생 수는 ‘SKY’대 입학정원의 6배에 가깝다. 어렵사리 특수학교에 들어가서 사교육비를 충분히 지불하고 청춘을 저당 잡혔지만, 그 안에서도 상위 6분의 1 안에 들기 위한 치열한 전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2011년도부터는 ‘특수학교를 나오지 않으면 명문대는 꿈도 못 꾼다’는 위기감이 사회적으로 만연해지면서, 고교 입시를 위한 경쟁으로 초중학교 입시경쟁의 과열이 심각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앞으로 3년 뒤에나 닥칠 일이니 아직 한숨 돌릴 여유가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결코 그렇지 않다. 자녀교육에 온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는 학부모들과 이들을 부추기는 사교육계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이미 이에 대한 준비를 시작했고, 자율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 설립이 현실로 드러나는 올해에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곧 다가올 2월에는 지난해 실시한 일제고사 결과가 지역교육청 단위까지 공개된다. 그러면 시도별, 군구별 학력격차가 확연히 드러나고 여기에 언론매체가 결합되면 각 학교의 서열화는 시간문제다. 게다가 올해 말에는 학교선택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학부모들은 이미 알고 있는 각 학교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명문학교를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이에 물 위에 오른 기피학군과 기피학교는 학생 수 감소, 정부지원 축소의 악순환을 겪게 되고 학군ㆍ학교 간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촉진되므로, 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앞으로 우리는 초중학생 입시 경쟁 과열과 사교육비 팽창 등으로 인한 교육 양극화의 비극을 체감하게 될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서울지역에서부터 시작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뜨거운 감자, 3불 정책 폐지 논란
다음으로 올해 예상되는 쟁점 중 하나는 대입자율화로 인한 ‘3불 정책(고교등급제, 본고사, 기여입학제)’ 폐지의 논란이다. 이는 자율형 사립고 등 특수학교 설립으로 고교등급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예상과 더불어 지난해 대교협 관계자들의 ‘3불 폐지’ 발언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가 평준화 해체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각계의 분석은 이에 근거한다.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시절 대입 3단계 자율화 방안을 발표했다. 1단계로 대입전형기본계획 수립 기능을 교육부에서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로 이양하고, 2단계로 수능 응시과목을 최대 4개로 줄이며, 3단계로 2012년 이후 대학 입시를 완전히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대입전형을 대학 간 협의로 결정할 수 있도록 조치했고, 수능 응시과목은 2012학년도부터 선택과목수를 1개 줄였다.

대입전형에 대한 권한이 대학으로 이양되자마자, 한동안 잠잠했던 3불 정책 폐지 주장이 물위로 떠올랐다. 대교협은 지난해 8월 2010학년도 대입전형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혼란을 줄이기 위해 2010학년도 입시까지는 3불 정책을 유지하겠지만 2011학년도 이후에는 3불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1월 말에는 대교협 박종렬 사무총장이 “고교등급제, 본고사를 실시해도 큰 혼란이 없을 것”이라며 3불 정책 무력화를 시사했다. 올해는 1월에 있을 대교협 정기 총회에서 3불 정책 폐지 여부에 대한 대학들의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이제 3불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은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율화’라는 그럴듯한 명목 하에 교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들을 없애기 위한 방안임을 알 수 있다. 3불 정책 폐지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출신 학교를 따져 입시에 적용하는 고교등급제가 실시되면, 곧 실시될 학교정보 공개, 학교선택제 등과 맞물려 지역과 학교 간 학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고교서열화가 촉진된다. 특정교과의 고교 교육과정 외의 지식을 묻는 본고사 역시, 80년대 실시됐다가 사교육 급증과 학생들의 과도한 학습부담, 학교 교육과정 파행 운영 등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폐지된 바 있으며 이로 인해 본고사가 부활하면 사교육이 광범위하게 활성화 된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진 바다.

                          [그림 1] 1985~2005년 GDP 대비 유사 사교육비 추계치의 비중

                                출처 : 송경원(2008), <지난 20여년 간 사교육비 추이>


그럼에도 수도권의 몇몇 상위 대학들은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일념 하에 교육의 공공성은 뒤로 한 채 3불 정책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이명박 정부는 그러한 몇몇 대학들을 대변하는 대교협에 대입전형 권한을 넘겨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고려대는 입시에서 일반고 학생보다 성적이 낮은 특목고 학생을 우선 선발했고 일부 대학들은 논술시험을 은근슬쩍 본고사 유형으로 바꿔 출제했으나 대교협은 이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학자율화에 따른 입시정책의 변화는 ‘인재 양성’의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공평하고 타당한 방법으로 인재를 선발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은 ‘입시의 자율화’만 외치고 영재를 둔재로 만드는 대학교육의 현실을 개편하는 것은 등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에서 불거진 3불 정책 폐지는 지금까지 35년간 유지해온 평준화를 해체시키고 대학서열화를 극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 전교조 죽이기, 보수화의 맥락
마지막으로 올해 쟁점이 될 이슈로는 교원평가와 ‘전교조 죽이기’를 둘러싼 논란이 있다. 2005년 이래 정부에서 줄기차게 주장하고 있는 교원평가제는 교사들의 반대여론이 거세 계속 유보됐으나, 올해 정부가 예정대로 2010년 시행을 목표로 교원평가 법제화를 마무리하고 평가 결과를 교원의 인사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교사들이 교원평가를 반대하는 이유는 교육의 질이 아닌 학생들의 성적 순위를 중심으로 평가하게 될 것이고, 더욱이 학부모와 학생의 평가보다 교장ㆍ교감 등 상급자들이 매기는 점수에 의해 좌우되는 평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쟁이 교육의 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교사들을 학생 성적으로 한줄 세우는 경쟁이 아닌 교사 간 협력적 경쟁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질 높은 교원 양성을 최상위 목표로 두지 않는다면 현재의 교원평가안은 또다시 교사들의 반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해 일방적 단체협약 해지, 보수단체의 이적단체 시비,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 허락한 교사 중징계 등 일련의 ‘전교조 죽이기’ 공세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원평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교육개악 드라이브에 제동을 거는 전교조에 지속적으로 흠집을 냄으로써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다.

그 근거로는 ‘2009년 교과부 업무보고’에서 밝힌 ‘교원노조법 및 교원노조 전임자 허가지침을 개정해 법ㆍ제도 및 관행을 바로잡고, 근로조건에 한정한 단체협약을 체결하겠다’는 계획을 들 수 있다. 교섭사항을 축소시키고 특히, 노조 전임자마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사람만을 인정하겠다는 이 방안은 노동조합에 대한 일반적으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부당한 처사다. 새해를 맞이하며 각 보수단체들이 신년인사에서 2009년 공격 대상으로 전교조를 1순위에 올린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전교조는 이에 대해 “보수의 전교조 공격은 미래 비판세력을 죽이기 위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중학생들의 적극적인 정부 비판 행동에 놀란 정부가 이후 선거를 대비해 그 싹을 자르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교과부가 각계의 반대여론 속에서도 근현대사 교과서를 수정하고 서울시교육청이 보수인사들을 비싼 강사료를 지불해가며 각 학교에 모셔 현대사 특강을 진행한 것과 같은 정부의 ‘우향우’ 정책의 일환이다. 보수 이데올로기를 학생들에게 주입해 현 정부에 대한 비판세력을 제거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교사들 특히, 전교조부터 무너뜨려야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전반적인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반대하며 그에 대한 비판과 대안 만들기에 주력하는 전교조는 정부의 눈에 가시같은 존재다. 게다가 일제고사 사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정부는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면 교사의 파면ㆍ해임도 불사하지 않는 일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여러모로 정부와 교사들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대란’이 불러올 국민적 저항 예고

새로 당선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교육이 처해있는 위기를 실감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무너진 공교육의 부활이 절실하다”며 부시 행정부가 추구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잘못됐음을 시인했다. 그리고 아동낙오방지법(NCLB)을 수정해 일제고사를 없애고 교장 및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커리큘럼과 평가과정을 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Zero to five’ 계획을 통해 0~5세 동안의 조기교육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학력 격차를 줄이겠다고 선포했다. 대대적인 교육개혁이 시작된 것이다.

신자유주의를 가장 앞장서 이끌어가던 미국이 교육정책에 있어 이와 같이 방향전환을 한 것은 신자유주의는 이제 경제 뿐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도 낙후된 사조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교육개혁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2009년 신년연설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로써 2009년 올해는 교육대란의 본격화가 예고된다. 성적으로 한줄 세우기 정책과 학교서열화에 고통 받는 학생, 사교육 팽창과 교육 양극화에 자녀교육을 포기하기에 이르는 학부모, 본말이 전도된 교육현실에 정체성마저 혼란스러운 교사,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죄수의 딜레마’ 이론에서 두 죄수는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백을 선택해 10년형을 살게 된다. 개개인의 최선의 선택이 결국 최악의 결과를 낳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교육에 대한 개개인의 최선의 선택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다양한 양질의 사교육에 의한 학벌 상승이라는 현실적 선택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 뻔하며, 돌아보면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에 의해 강요된 선택일 뿐이다.

지난해 여중생들이 ‘미친 교육’을 반대하며 일어난 촛불정국으로 정부는 영어몰입교육 계획을 일부 철회했고 0교시, 야간자율학습 실시에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교육대란이 예고되는 2009년 올해, 정부가 이 미친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면 거리는 또다시 학부모와 학생들의 촛불로 가득 메워지지 않을까.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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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민주화 이후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완만하게 진행된 민주주의 공고화가 2008년 이명박 정권 집권 1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후퇴하는 적신호가 어려 방면에서 감지되고 있다. 물론 노무현 정권 하에서도 한미자유무역협정 추진방식의 절차적 정당성이 문제가 되면서 국민적 저항이 발발하기도 했으나, 2008년 촛불집회로 나타난 민심의 이반 현상만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에 대한 반대로 시작된 2008년 촛불정국에서 확인된 한국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는 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규모의 국민적 저항으로 분출되었다. 대통령과 의회를 중심으로 정책결정이 이루어지는 한국의 대의제 민주주의가 국민의 직접행동 민주주의와 다방면에서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주권자인 국민의 민주적 의지가 현재의 대의정치 시스템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후다.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거치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시대정신은 신자유주의 보수 혁명으로 귀결되는 듯했다.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범보수세력이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그리고 의회의석 200석을 장악하면서 제도정치적 수준에서 범보수세력의 각종 정책들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민주화 이후 반복된 여소야대 분점정부 상황은 통치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비판되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특정 세력의 독주를 막는 안전판이라는 긍정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제18대 총선 결과 범보수세력에 의한 무소불위의 권력행사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총선 이후 제도정치의 지형에서 한미자유무역협정 비준,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공역방송 장악, 학원 자율화, 노동유연화의 지속적 추진, 공공부문 사유화, 대운하 추진, 의료보험 민영화와 같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정책들이 발 빠르게, 그러나 어떠한 제약도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였다.

신자유주의 보수혁명을 막아낸 촛불혁명

그러나 제도정치 수준에서 통제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은 집권 극초반부에 추진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대한 전국민적 저항에 부딪히면서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중학교 여학생들로부터 촉발된 촛불집회가 단기간에 87년 6월항쟁의 동력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상승하게 된 일련의 사건들은 어느 누구도 감히 짐작할 수도 예측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2008년은 죽지 못해 사는 절망의 시간이었으나 촛불은 그나마 삶의 빛을 뿌려주는 희망의 아이콘이었다. 만약 2008년 5~7월 동안 지속되었던 촛불집회가 없었다면 2008년 연말부터 2009년 연초까지 진행되었던 국회 입법전쟁에서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절대 다수의 한나라당에 맞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강한 민주적 의식으로 무장한 국민들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큼 대의 민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자 했던 이명박 정권이 2008년에 보수혁명을 성공시키지 못한 가장 직접적 원인은 집권세력의 무능함 때문이다. 만약 이명박 정권이 선거에서의 승리를 주권자가 위임한 권한의 한계까지 벗어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지 않았다면, 만약 이명박 정권이 집권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과 정책 실현 과정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혼동하지 않았다면, 만약 이명박 정권이 일거에 총체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하지 않고 협상과 타협의 기술을 발휘했더라면, 만약 이명박 정권이 외형적으로나마 민주적 가치를 존중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했더라면, 만약 이명박 정권이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니라 노무현 정권 수준의 좀 더 부드러운(?) 신자유주의 정책을 느긋하게 추진했더라면 한국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재편은 보다 용이했을 것이다. 단언컨대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통치 엘리트 집단과 현재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정운영의 기술이나 정치적 기예라는 측면에서 수권 능력을 전혀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집권 초반기를 허송세월로 보냈다. 이들이 사실 얼마나 무능한 집단인지는 미네르바 현상이 잘 보여주고 있다. 준비 되지 않은 대통령과 무능한 집권여당이 선거 승리에 도취되어 그 동안 크게 성숙한 국민의 민주적 의식을 전략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고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판 것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의 향후 정국 운영 스타일에 근본적인 수정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한번 잘못 끼워진 단추를 다시 풀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경로의존성이 작용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구속, 반(反)이명박 연대의 핵심축이 될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대한 선별적 공격, 입법전쟁 이후 동등한 헌법기관인 국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 발언 등과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2009년이 2008년의 암울한 연장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2009년 정국의 핵으로 등장할 재보권 선거

2009년 정치 일정 중 가장 중요한 것은 4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다. 수도권을 비롯하여 대략 8곳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재보궐 선거는 향후 정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독립변수이자, 선행변수에 영향을 받는 종속변수다. 4월 재보궐 선거에 영향을 미칠 선행변수는 지난 1년 간 이명박 정권의 실정, 연초연말에 진행되었던 1차 입법전쟁과 2월에 재연될 것으로 보이는 2차 입법전쟁, 2008년 촛불집회와 2009년 2월 임시국회 결과에 따라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는 촛불집회 및 시민사회단체의 행보 그리고 경제상황 등이다. 어느 변수 하나도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재보궐 선거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역시 소수파로서 어렵게 우위를 지켜온 잠재적인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면 이명박 정권의 정국 장악력은 급속도로 약화될 것이고, 이어질 2차 촛불집회를 비롯한 국민적 저항운동도 탄력을 받게 된다. 나아가 2009년 후반기 재보궐 선거와 2010년 지방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제는 실제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패배하느냐에 달려 있다. 국회의원 선거제도가 단순다수대표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호남을 제외한 지역에서 야당이 한나라당 후보에게 승리하기 위해서는 후보 단일화가 필수적이다.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율은 여전히 30퍼센트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일정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을 잠식할 경우 민주당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높고, 민주당 후보가 출마하는 한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후보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매우 어렵다. 근래에 반이명박 전선을 주장하는 이들은 단순히 사회운동적 수준의 논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4월 재보궐 선거, 나아가 2010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이러한 주장은 단순다수대표제를 채택하는 선거제도의 특성상 타당한 측면이 있다.

수평적 반이명박 연대가 관건이다

진보세력은 매우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진보세력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과 그들이 속한 정당을 한나라당과 다를 바 없는 신자유주의 세력이라면서 비판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조건에서는 보다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고 무능력하며 파시즘적 행태마저 보이는 한나라당과 대적하기 위해 개혁적 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를 암묵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더욱이 여기에서 연대는 사회운동적 수준에서의 연대가 아니라 ‘비판적 지지론’을 연상시키는 당면한 선거 국면에서의 연대를 말한다. 과거 비판적 지지론을 둘러싼 진보세력 내의 첨예한 갈등이 재생산되고 자칫 두 동강 난 진보세력의 역량이 더욱 축소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후보단일화를 비롯한 다양한 수준의 반이명박 연대를 구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과거의 비판적 지지론은 진보세력의 역량이 절대적으로 열세인 상황에서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일방적인 지지에 불과한 것이었다면, 지금의 연대는 동등한 정당 간의 수평적 연대이기 때문이다. 각 지역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가 있고, 그 후보에게 결정적인 결격사유가 없다면 그가 민주당이든, 민주노동당이든, 진보신당이든 단일 후보를 출마시켜 양강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주객관적인 조건상 선거 패배가 확실한 한나라당이 선거제도의 약점을 이용하여 부활하는 것을 막아 내야 한다. 이는 무원칙한 선거연합이 아니라 각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며, 지난 1년 동안 지속된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다.

적어도 선거정치를 둘러싼 반이명박 연대는 2010년 지방선거까지 지속될 필요가 있고, 그 연대가 잠정 중단되는 시점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각종 악법과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을 민주적 압력에 밀려 포기할 때다. 나아가 그럴 가능성은 낮지만, 민주당이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 자신들이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정책의 근본적 오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대안적인 사회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면, 반이명박 연대는 반신자유주의 연대로 확장·강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민의 저항에 대해 제도정치가 답해야 할 때

반이명박 연대를 구축하는데 있어 핵심 열쇠는 민주당이 쥐고 있다. 적어도 이명박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추진한 민주당인 한 그 책임의 깊이는 두말할 나위 없다. 거두절미하고 민주당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역구를 먼저 양보하고, 적극적인 연대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의지를 갖추어야 한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의석 1~2석을 추가로 욕심낼 경우에는 한나라당에게 부활의 기회를 주는 것이 될 것이고, 1~2석을 과감히 포기할 경우에는 그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정국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다. 민주당은 단기적이고 편협한 이해관계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보다 넓은 안목을 갖추어야 한다.

이와 같이 2009년의 정치 일정에서 4월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한편으로 4월 재보궐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을 거치면서 만연된 선거정치에 대한 불안감과 냉소를 극복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촛불집회를 비롯한 국민들과 시민사회세력의 운동에 민주적 정당성이라는 탄탄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다. 2008년 제도정치의 암울한 상황을 국민들의 민주적 역량이 투입되어 구원해 줬으니, 이제 제도정치가 다소 잠잠해진 국민들에게 보답해야 할 때이다. 제도의 정치가 운동의 정치와 선순환 관계를 맺을 때 2009년 한국정치는 2008년의 암울한 연장에 단절선을 그을 수 있다.

엄관용/새사연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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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vo

    좋은 내용이네요.

    2009.01.14 13:29 [ ADDR : EDIT/ DEL : REPLY ]
  2. 촛불은 30대중반인 저도 참가했는데 여중생들이 주축이 되었다는 얘기는 좀 어패가 있네요. 그리고 경제칼럼 중에 신자유주의를 자꾸 언급하며 칼럼을 쓰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 신자유주의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라고 봅니다. 경제정책을 만드는데 있어, 경제주체들 서로간에 피해를 받지 않고 최대한의 경제활동을 보장하는 쪽으로 정책을 다듬는 것이 중요한게 아닐까요? 그게 꼭 단순히 신자유주의냐 아니냐로 구분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잖아요.

    2009.01.14 21:40 [ ADDR : EDIT/ DEL : REPLY ]

미국경제 회복의 장애요인과 향후 세 가지 시나리오
도표가 포함된 보고서 원문을 보시려면 새사연 사이트에서 PDF파일 다운로드

1. 부동산 및 고용 상황

부동산, 고용시장 갈수록 침체


주지하듯, 금융위기를 촉발한 계기는 부동산시장의 버블 붕괴다. 부동산은 주택담보대출, 이를 담보로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 그리고 이를 또 다시 파생시킨 여러 파생채권(CDO, ABCP, CDS 등)의 기초자산이 된다. 또한 부동산은 가계 자산의 32퍼센트를 차지하며 부동산을 담보로 여러 형태의 소비대출이 발생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가계의 소비 회복을 위해서는 기초자산인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극복해야 한다.

현재 주택가격은 20개 대도시를 기준으로 고점대비 23.7퍼센트(25.3퍼센트, 10개 대도시) 하락한 상태로, 작년에만 18퍼센트(19퍼센트, 10개) 하락하였다. 분기별로 보면, 2008년 1분기 6.2퍼센트, 2분기 3.8퍼센트로 하락세가 줄어드는 듯 했으나, 3분기 4퍼센트로 하락세가 확대되었다. 특히 10월에만 2퍼센트 폭락하였고, 이후 경기침체가 깊어짐에 따라 4분기는 3분기보다 하락폭이 더욱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급 측면을 보면, 연평균 13~4퍼센트(2002~2006년) 수준으로 상승하던 주택담보대출은 3사분기 -2.4퍼센트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주택 재고 또한 420만 채(11.2개월 분)로 시장 안정에 필요한 7~8개월보다 상당히 높은 상태다. 현재 부동산 시장의 여러 지표를 종합해 보건대 아직까지 회복 기미는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

12월 실업률 7.2퍼센트... 대공황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
경기침체가 심화됨에 따라 고용시장의 상황 또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비경제활동인구가 8,0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취업자는 지난 1년 동안 295만 명이 감소해 고용률은 61퍼센트까지 떨어졌다.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도 무려 260만 개가 줄어들었다. 매년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력을 고려하면 연간 150만 개의 추가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 최근에 일자리가 증가한 경험(2006년 230만↑, 2007년 130만↑)에 비추어 지난해 260만 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은 고용시장 침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특히 지난 3개월 동안, 전체 감소분의 60퍼센트인 160만 개가 감소해 고용시장 악화를 주도했고 하락폭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분기별 일자리 감소 추세를 보면, 상반기에는 월평균 7만 6,000개가 감소했으나, 3분기에는 20만 개, 그리고 4분기에는 51만 개가 줄어들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용 사정이 악화되고 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적으로 진행됨에 따라 실업자는 올해 357만 명이 증가하여 1,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실업률은 1년 전보다 2.3퍼센트 상승하여 7.2퍼센트까지 치솟았다. 이는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기침체라고 하는 80년대 초반(10.8퍼센트)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는 1년 동안 130만 명이 늘어 260만 명에 이르렀다. 또한 고용시장 악화에 따라 구직을 포기하여 비경제활동인구에 편입된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13.5퍼센트까지 상승하였다. 일자리가 필요한 2,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경기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말이다. 시간제취업자가 2,600만 명까지 증가했으며 해고가 늘어남에 따라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이러한 고용시장 악화와 함께 주목해야 할 것은 디플레이션 우려다. 2008년 10월 소비자물가가 대공황이후 최대 폭인 전월대비 1퍼센트 하락했다. 11월에는 이보다 더 큰 폭인 1.7퍼센트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소비자 입장에서 물가의 안정적 하락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자산디플레와 유효수요 침체로 발생한 급격한 물가하락은 구조적인 악순환을 초래한다. 즉 물가하락은 명목부채의 실질가치가 상승하고 기업의 가격 결정 능력이 줄어들어 투자의 실질비용이 증가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비와 투자의 하락을 초래하여 소득과 일자리가 줄어들고, 또 다시 유효수요와 물가하락을 유발하는 구조적인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당분간 전쟁과 투기 등의 요인으로 유가폭등이 재현되지 않는 한, 실업률은 상승하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경기침체는 구조적으로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2. 경기회복의 장애 요인들

새로운 수익 모델의 부재
미국 경기회복에 가장 큰 장애는 경기침체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금융업에 새로운 수익모델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미국경제에서 금융업이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퍼센트로 다른 국가에 비해 높은 편이며, 성장률 기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5~30퍼센트로 매우 높다. 또한 금융은 투자와 소비의 매개가 되는 신용창출의 기능을 담당하는 경제의 중추적인 부분이다.
현재 우량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서브프라임과 Alt-A 시장은 거래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이를 담보로 발행한 MBS, CDO, ABCP 등 부동산 파생시장 또한 사실상 폐쇄되었다. 이들을 발행하고 판매하여 이득을 챙겼던 구조화투자회사(SIV), 투자은행의 각종 유동화전문회사(Conduit) 등은 파산하거나 모회사에 통합되는 등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아울러 채권거래의 보증에 이용된 CDS 거래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채권보증업체, 보험회사, 그리고 파생상품을 최종적으로 구매했던 헤지펀드, 연기금 등 수많은 금융기관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월스트리트의 부동산 ‘증권화’ 과정에는 거의 모든 금융기관이 개입되어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겼다.

신용과 자본 손실은 기업이 파산하거나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여 일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경제를 지배하는 금융기관의 새로운 수익모델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경기회복의 근본적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2000년대 초 나스닥 버블이 발생하기 전,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하였고, MBS, CDO, CDS 등은 8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각각 개발되기 시작했다. 유동화 전문기관 또한 80년대 중반부터 개발되기 시작하여 90년대 후반 부동산 호황으로 급성장했다. 요약하면 과거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직접 위험을 관리하던 금융 중개 모형에서, 위험을 순차적으로 이전하고 수수료를 챙겨먹는 증권화 모형으로 전환하는 과정의 정점에서 부동산 버블은 터졌다.

금융기관이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실물경기의 회복,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위험관리 개발, 그리고 제도적 규제와 감독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그 어느 것 하나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전쟁이나 신성장산업을 육성하지 않으면 새로운 버블을 만들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금융 이외 다른 부문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가 구조적 문제를 경험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시장, 산업, 상품이 끊임없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미국경제는 그 어느 것 하나 준비되어 있지 않다.

결국 경기침체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을 비롯한 산업부문이 다른 새로운 수익모델을 얼마나 빨리 찾고 개발하느냐가 회복속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다.

세계경제의 구조적 불균형
세계적 금융위기의 이면에는 세계경제의 최종소비처로서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을 비롯한 수출주도 국가들의 달러 축적 심화가 놓여있다. 다시 말해 수출주도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달러를 축적하였고, 미 국채 매입을 통해 달러 가치를 유지하여 미국경제의 소비-버블성장을 지탱해주었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는 더욱 확대되는데 여기에는 달러가치 상승이 큰 몫을 담당했다. 개별국가의 환율이 평가 절하되고, 외환위기 방지를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은 수출주도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불공평한 국제금융질서 속에서 금융 불안정성과 위기가 재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정책적 고려 속에 고환율 정책을 추진하거나 고정환율제를 유지하였다. 비록 달러가치가 2001년 이후 하락했지만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에 연동되는 탓에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해소되지 않았고 오히려 유럽의 대중 무역적자도 더욱 확대되었다. 독일과 일본 또한 침체된 경기회복을 위해 수출에 집중하여, 독일은 2007년 GDP의 6퍼센트인 1980억 달러, 일본은 GDP의 4.7퍼센트인 2,070억 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였다.

2000년대 초, 나스닥 버블이 붕괴되어 세계경제는 일시적으로 침체를 겪지만, 2003년 이후 다시 호황을 맞이한다. 세계경제 호황은 미국의 재정지출 확대, 금리를 1퍼센트까지 낮춘 통화정책, 이에 따른 부동산 버블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와 외자유치를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미 국채를 비롯한 금융자산에 투자했고, 미국의 금융기관은 이를 다시 신흥국가들에 직접투자와 포트폴리오 투자에 이용하였다. 미국의 다국적기업 또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굳이 달러 평가절하가 필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이전이나 직접투자를 통해 저가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모든 불균형은 미국의 가계가 소득을 초과하는 소비지출, 즉 차입을 통한 적자지출로 가능했다.

따라서 글로벌 불균형을 극복하고 미국경제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가계가 부채조정을 겪는 동안 재정지출과 수출수요가 대규모로 늘어나야만 한다. 그러나 미국의 소비수요 침체는 글로벌 수출수요를 하락시키고, 이는 다시 전 세계 나머지 국가의 국내 수요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또 다시 미국 경제 회복에 필요한 수출수요를 하락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적 장애, 재정 및 통화정책
현재 미국의 금리는 제로까지 낮춘 상태로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정책을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즉 단기 국공채 매입에 그치지 않고 회사채, 주택저당증권(MBS)조차 매입할 계획을 발표하였다. 심지어 최근에는 장기 국채까지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9,200억 달러에서 최근 2.26조 달러로, 1년 사이 무려 1.34조의 자산이 늘어났다. 자본금 420억 달러의 53배나 되는 엄청난 규모다. 재정과 경상수지 적자를 무한대로 늘릴 수 없는 것처럼 중앙은행의 자산 또한 무한대로 늘릴 수는 없다. 결국에는 달러가치 폭락과 부실 위험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출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의 평가절하나 세계경제가 회복되어야 하는데, 이는 중국을 비롯하여 고정환율제를 취하고 있는 국가들 때문에 용이하지가 없다. 그렇다고 불공평한 세계 금융질서 아래에서 중국이 환율 및 수출주도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도 별로 없다. 중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수출이 GDP의 40퍼센트를 차지할 만큼 대외비중이 높다. 따라서 미국의 유효수요가 살아나지 않으면 독자적으로 세계경제를 추동할 수 없다.
무엇보다 재정지출과 수출확대 정책 사이에는 환율을 매개로 미국경제의 딜레마가 놓여 있다.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가치 유지가 필요하고,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달러의 평가절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재정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의회 통과에서 집행까지가 신속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금융권 및 자동차 산업의 구제 금융에서 보았듯이, 공화당은 새로운 행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종 집행까지 사사건건 방해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공화당은 시장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재정지출 확대를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기침체기에 등장한 정부가 경기침체를 조기에 극복하면 재선에 어김없이 성공하는 미국의 정치현실과도 관련된다.

최근 보도는 이러한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즉 공화당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3,000억 달러 규모의 감세정책을 추진한다면 의도한 재정정책의 효과 또한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감세는 경기침체기에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감세는 경기호황기에 경기를 더욱 자극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감세란 노동과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고의 효과를 기대하는 것인데, 경기침체기에 불확실성 해소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정지출은 민간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정부가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환경과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효과를 기대한다. 또한 실업보험, 사회복지지출 확대 등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을 목표로 직접 지출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지난 해 GDP의 1퍼센트에 달하는 감세정책을 실시했지만, 실제 감세의 2~30퍼센트만이 소비로 지출되고 대부분 저축 혹은 부채상환에 사용된 점도 감세정책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부동산 및 금융시장 회복
앞서 말했듯이 미국경제 회복의 바로미터는 부동산시장이다. 부동산은 금융기관의 건전성 회복 및 가계 소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2006년 중반부터 떨어져 고점대비 23.7퍼센트 하락했다. 2004년 3월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버블 이전 2000년 초에 비해 여전히 57퍼센트 높은 수준이며 90년대 후반에도 높은 가격 상승률을 보였다.

2000~2008년, 소비자물가는 누적으로 28퍼센트 상승하였다. 통상 주택가격은 소비자물가보다 1퍼센트 정도 더 상승하는 것이 역사적 추세다. 따라서 앞으로도 최소한 20퍼센트 정도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RM 금리 조정기간이 올해에도 지속되고, 전체 주택대출 중 연체율은 7퍼센트, 압류과정에 있는 부동산은 2.97퍼센트에 달한다. 전체 모기지의 10퍼센트 가량이 연체 혹은 압류과정에 있다는 말이다. 매일 3,100건의 주택이 신규로 압류절차를 밟고 있으며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25퍼센트 정도 할인되므로 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또한 복잡한 증권화 과정과 재고누적으로 인해 압류자산의 처분에 시간이 소요되며, 고정자산이라는 특성상 상당한 재고조정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부동산시장의 조기회복은 어려울 것이다.

금융시장을 보면 최근 TED 스프레드(유러달러금리-국채금리)가 2퍼센트p 이하로 떨어지는 등 신용경색은 상당히 완화된 상태다. 그러나 유동성 공급이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기관 내부에서만 유동성이 움직이고 있다.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에서 예금취급기관의 예금이 8,200억 달러나 증가한 점은 이를 잘 보여준다. 중앙은행의 민간 금융기관에 대한 채권을 담보로 한 유동성 공급이 다시 중앙은행 장부로 예치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새로운 수익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파생상품의 규모, 주체 및 거래상대방의 복잡성, 불투명성도 한몫하고 있다. 따라서 금융시장은 여전히 언제, 어디서, 무엇이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 상태이며, 한 쪽에서 지뢰가 터지면 사방에서 연쇄적으로 터질 수밖에 없다.

3. 미국경제 전망

회복해도 기술적 반등 수준
다음 그림은 1980년 이후 미국경제의 3대 축인, 해외, 정부, 민간지출의 GDP대비 장기 추세를 나타낸 것이다. 90년 이후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주요 성장 동력은 민간지출이었으며, 2000년 경기침체는 재정지출 확대로 극복되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2007년 기준, 미국의 가계부채(14.38조 달러)는 연간 GDP의 100퍼센트, 가처분소득(10.35조 달러)의 139퍼센트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또한 1990년 가처분소득대비 58퍼센트 수준이던 가계의 주택대출 잔액은 2007년 말 103퍼센트 수준으로 증가했고, 1990년 7퍼센트 수준이던 민간저축률은 2007년 0.4퍼센트로 거의 제로 상태로 떨어졌다. 그리고 지금 미국의 가계가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지난 12월에 발표된 중앙은행의 자금순환표(Flow of fund account)를 살펴보면, 가계의 순자산(자산-부채)은 지난 3분기에만 전체 순자산의 5퍼센트인 2.8조 달러가 감소했다. 지난 1년 동안 순자산의 11퍼센트인 무려 7조 달러가 금융위기로 사라져 버렸다. 부동산 가치가 2조 달러 하락했고, 금융자산 가치가 4.8조 달러 하락하여 자산 부문에서 6.67조 달러가 사라지고 부채가 0.4조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가계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금융기관 또한 3,600억 달러의 순자산 가치 하락을 보였다.

이에 따라 가계의 모기지 차입이 2사분기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서, 3분기에는 2.4퍼센트의 하락세를 보였다. 소비자신용 또한 1.2퍼센트 증가하는데 그쳐 가계차입은 전체적으로 0.8퍼센트 하락하였다. 이러한 가계의 부채조정은 버블이 발생하기 전인 2000년 수준(가계부채/가처분소득, 95퍼센트)에 근접하는, 상당한 기간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아래 표에서 보는 것처럼, 민간소비가 성장률에 공헌하는 비중은 7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3사분기에 민간소비가 3.8퍼센트 하락했는데, 이는 198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소비침체는 고용 사정 악화, 차입 축소, 자산 가치 하락 등의 요인으로 지속적인 하락을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출과 정부지출 확대가 이를 대체해야만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경제는 통상적인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비상국면이다. 따라서 미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얼마만큼 확대하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출하느냐에 따라 향후 경제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GDP의 4.5~5.5퍼센트인 6~8,000억 달러 규모(감세 3,000억 포함)의 추가적인 재정지출을 2년에 걸쳐 단행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GDP의 10퍼센트에 달하는 적자재정을 의미하며, 균형예산을 강조하는 정치적 이유로 쉽게 수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재정지출 자체로는 현재의 금융위기를 타개할 수도 없다. 재정 및 통화정책을 통한 국내수요 창출은 오히려 일시적 반등에 머물고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수가 있기 때문이다.

종합하면, 향후 미국경제는 다음의 세 가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를 따라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국경제가 2010년 중반부터 서서히 회복되는 경우다.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통상 고용시장이 회복되기 위해서는 경기침체가 공식 종결되더라도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므로, 내년 중반에 실업률은 10%까지 오르고, 고용시장은 최소 2011년까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달러자산의 수익률 기대가 급격히 붕괴되어 달러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거나 구조적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어 장기침체로 들어서는 경우다. 이 경우 실업률은 대공황 이후 최대인 1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세계적인 협조와 신정부의 적극적 재정정책 등으로 올 하반기에 기술적으로 반등하는 경우다. 새로운 행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신뢰’를 심어주면, 케인즈가 말한 경제의 3대 ‘심리법칙’이 살아날 수도 있다. 즉 가계의 ‘소비성향’이 회복되고, ‘기업가정신(동물적 본능)’이 살아나 투자가 회복되고, ‘유동성선호’가 줄어들어 금융기관의 중개기능이 회복되면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는 구조적 불균형을 해소하고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여야만 지속적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각국은 수출주도 정책에서 국내 유효수요 확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금융 불안정성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현재의 국제 금융, 무역 질서와 제도들을 전면 개편하지 않고서는 단기간에 쉽게 조정되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불균형 지속의 근원인 ‘달러체제’는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헤게모니를 지탱하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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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경기가 언제쯤 회복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오랫동안 생활고를 감내해야 하는지, 기업의 처지에서도 경기 숨통이 언제 트일지가 향후 명운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를 포함한 상당수 기관과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에 최악의 상황을 맞을 것이고, 하반기부터 서서히 세계 경제 회복 추세에 따라 우리 경제가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른바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하반기부터는 증시가 호전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는다.

한마디로 미국 오바마 새 행정부를 포함해 각국 정부가 연초부터 적극 나서서 유동성을 공급해 부실자산을 인수하고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금융위기는 진정될 것이고 경기 부양 효과도 먹혀 들어 실물경제 역시 살아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 정부의 생각도 마찬가지이다. 정부는 지난 연말 "정부가 유동성 공급, 감세, 재정지출 확대 등 과감한 위기극복 노력을 계속하면 조기에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2010년부터는 정상적인 성장 궤도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심지어 '외환위기 걱정은 없어졌다'거나 금리가 안정화 추세로 접어들었다고 장담하기조차 한다. 연초에 주가가 1200선을 회복하고 환율도 달러당 1200원선으로 내려앉으면서 이런 기대를 부풀리고 있다. 궁금한 것은 그런 주장을 하면서도, 한편에서 '비상경제정부' 체제로 가겠다며 지하 벙커에 '비상경제상황실'까지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반기부터 회복된다고? 꿈 깨는 것이 좋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쉽게 낙관을 해도 되는 걸까. 이 시점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단순히 경기순환상의 하강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30년간 구축되어온 신자유주의, 신종 금융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결함이 폭발하면서 발생한 시스템의 위기이며, 길게 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성장세를 이어온 자본주의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로부터 발생한 위기다. 이런 상황이 정부의 유동성 공급정책이나 재정확대정책으로 극복되리라 보는 것 자체가 대단히 안이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위기의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는 주장들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2006년에 미국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하고 12단계 위기 시나리오까지 내놓았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비관적으로 세계 경제를 전망하고 있다.

"2009년에는 영국, 캐나다, 일본, 뉴질랜드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경기침체가 이어질 것이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도 심각한 경기침체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전 세계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가 예상된다. 전 세계 경제는 경착륙할 것이다."

한술 더 떠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였던 폴 크루그먼은 오바마 신 행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조기에 충분히 실시하지 않으면, 1929년에 이은 두 번째 대공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실정이다.

사실 현재 세계경제가 장기불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거의 유일한 근거는, 과거 1929년 대공황이나 1990년대의 일본의 경우와 달리,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위기를 수습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미 상당한 정도로 '작은 정부'라는 구호 아래 시장에서 발을 빼왔던 정부들이, 통화나 재정수단만 가지고 다시 경제에 개입한다고 그 효과가 즉시 발휘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학적인 분석이기 보다는 단순한 기대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앞으로 어떤 추가적인 돌발변수 없이 현재의 경기침체 흐름이 완만하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조차 아직은 이르다. 여전히 신용카드 부실이나 상업은행 부실 등 제2의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완전히 제거된 것도 아니고, 덩치 큰 대기업들 파산 위험도 상존하고 있음에도 이런 점들이 조기 경기회복론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들을 검토해 볼 때,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결에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 확실하다. 그런 측면에서 연내 경기회복보다는 글로벌 장기 불황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특히 경제회복의 근원적 동력이어야 할 각국 국민의 소비여력과 구매력이 확대되기보다는 반대로 부채상환에 급급한 실정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소비보다는 점점 저축을 늘리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 경기회복을 쉽게 낙관하지 못하는 강한 근거가 된다. 민간 소비 축소는 기업들의 투자위축과 함께 경기침체의 악순환을 장기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국민이 저축을 늘리면 장기불황이 온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퍼센트를 미국 국민의 소비가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경제뿐만이 아니다. 미국 수출에 의존해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포함해 세계의 상당수 나라들이 미국 국민의 소비에 기대고 있다. 때문에 세계 경제 불황의 장기화 여부 가운데 상당 부분은 미국 민간의 소비가 언제 살아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간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미국 국민의 실질적인 소득이 늘어서 소비가 증대된 것은 아니었다. 평균적인 미국 국민의 소득은 사실상 정체되었다. 증가된 실질소득으로 소비를 팽창시킨 것이 아니라 빚을 얻어서 씀씀이를 키워온 것이다. 실제 미국 가계 부채는 미국 GDP 13조 9,000만 달러와 맞먹는다. 1980년에 비해 미국 국민의 빚은 두 배나 늘었다. 이 가운데 모기지 대출이 11조 달러였고, 이는 서브프라임 부실을 초래하게 되었다. 

부채로 떠받쳐 온 미국 국민의 소비지출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갑작스럽게 신용이 얼어붙고 부동산과 금융 자산이 축소되자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미국 국민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더해져, 아예 소비하던 돈마저 저축으로 돌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가 시작된 1980년만 해도 미국 국민들은 수입의 9퍼센트를 저축할 만큼 저축률이 낮지 않았다. 그러나 10년 후인 1990년에는 5퍼센트 수준으로, 그리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거품이 정점이었던 2005년 이후에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저축률을 보였다. 저축을 하지 않으면서 그 돈을 모두 소비했을 뿐 아니라, 추가로 신용에 의한 부채를 끌어들여 대규모로 소비한 셈이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정점을 달리던 2008년 하반기부터는 저축률이 2.5퍼센트 수준으로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했다. 만약 올해에 저축률이 5퍼센트까지 높아지게 된다면 미국 국민의 소비자 지출은 연간 약 5000억 달러가 감소한다고 한다. 5000억 달러면 현재 오바마 정부가 경기부양책으로 준비하고 있는 7000억 달러 가운데 감세 금액 3000억 달러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이고, 중국경제의 1/8에 해당하는 규모다.

0퍼센트의 저축률을 유지하던 미국 국민이 과연 단기간에 5퍼센트까지 저축을 늘리면서 지갑을 닫을 것인가.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2009년 저축률이 3~5퍼센트, 또는 그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골드만삭스는 6~10퍼센트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률이다. 미국 국민들이 지갑을 닫으면 중국의 장난감 제조업체부터 카리브해의 의류 봉제공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의 기업들이 고통 받을 것이라는 주장은 빈말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한 부시 행정부의 세금 환급조치가 한창이던 2008년 5월에 일시적으로 저축률이 5퍼센트까지 올라간 경우에 비추어볼 때, 오바마 정부가 3000억 달러 감세조치를 실행하더라도 이것이 소비를 촉진시켜 경기부양으로 가기보다는 저축으로 전환될 가능성마저 높다.

미국 국민이 착실히 저축하고 절약하는 생활로 돌아오는 것이 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이 아니라, 반대로 장기불황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경기가 상승하면 저축을 늘려서 과열을 조정하고, 경기가 후퇴하면 소비를 늘려서 경기회복을 도모한 것이 맞지만, 사실상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여왔다. 2000년대 모기지 담보대출로 주택시장이 과열되었을 때 미국 국민은 저축을 거의 제로 수준까지 떨어뜨려 오히려 소비를 확대해 거품을 부추겼다. 이제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저축을 늘려 소비위축을 극도로 심화시키고 있다.

우리의 민간소비 회복을 절대 낙관할 수 없는 이유

그렇다면 한국은 다를 것인가. 물론 한국은 미국과 달리 민간소비로 지탱되는 경제가 아니라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더 심해져 민간소비는 언제나 경제 성장률을 밑도는 3~4퍼센트 수준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2008년 3분기에는 1.1퍼센트로 추락했고, 4분기는 마이너스 0.8퍼센트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09년에는 어떤가. 한국은행은 올해 상반기 민간소비가 -0.5퍼센트로 내려간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당시에 -15퍼센트로 추락했고, 2003년 카드 대란 시기에도 -2퍼센트까지 민간소비가 떨어진 바 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현재의 경제위기가 외환위기에 준하는 정도로 심각한데도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한국은행 전망치를 넘는 민간 소비 추락과 그에 따른 성장률 하락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소비 위축과 반대로 저축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 카드 대란이 마무리되고 저금리 기조아래 주택담보 대출이 풀려나가기 시작한 2004년과 2005년에는 저축률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우리 국민들도 상당히 오랜 기간 저축을 기피해 왔다. 은행들이 저축보다는 수수료 수익을 좇아 펀드 판매에 열중한 것도 여기에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저축 증가율이 5퍼센트를 넘기 시작했고, 금융위기가 정점을 지나던 작년 10월에는 전년 대비 무려 17퍼센트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한국도 예외 없이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저축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들의 지갑은 공권력을 동원한다고 해서 열 수 있는 게 아니다. 민간소비는 기업의 투자와 함께 내수기반 회복의 핵심적인 동력이다. 세계적인 소비위축으로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 행진을 하고 있는 마당에 내수회복도 쉽지 않게 되었다.

부채에 의해 소비를 팽창시켜온 경제는 분명히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다. 그런 뜻에서 각국 국민들이 저축으로 되돌아오는 움직임을 보이고, 이에 따라 불황이 장기화되는 것은 어쩌면 정상 구조로 되돌아가기 위해 불가피한 과정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국민의 소득을 안정화시켜 미래 불안감을 없앨 수 있도록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나아가 민간소비지출을 보완할 정부의 공공지출을 확대하여 장기불황 국면에서 국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하벙커 깊숙이 비상경제 상황실을 만들 것이 아니라 정부는 국민들의 생활현장으로 나와야 한다.

바야흐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고, 1990년대 사회주의를 붕괴시키면서 번영해왔던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주의가 30년 역사의 막을 내리고 '위기의 시대'를 맞았다. 길고 긴 위기의 터널을 통과해갈 우리 경제가 어떤 변화된 모습으로 세계경제 무대에 복귀할지는 오직 경제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려 있다. 그 무엇보다도 올해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김병권/새사연 연구센터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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