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2.18고병수/새사연 이사

 

이번 2012년 12월 7일부터 14일까지 7박 8일 동안 스리랑카를 다녀왔다. 스리랑카는 수단, 소말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지역처럼 세계적인 내전 지역이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전투가 치열했던 지역이었고, 정부군과 싸우는 타밀반군은 용맹하기로 유명해서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였다.

내전은 2009년에 종식되어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타밀 반군의 점령지는 황폐화되어서 복구가 되지 않고 있고, 난민들은 세계 각국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스리랑카 영부인이 운영하는 복지재단의 요청으로 긴급 의료지원을 가게 되었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간의 기록을 연재한다.
 


“고병수 선생, 일정을 바꿔서 스리랑카로 가야겠어요.”

 어느 날 갑자기 걸려온 봉사단체 단장의 전화였다.

“어, 며칠 후면 필리핀 갈 예정인데요.”
“거기보다 스리랑카 취약지구에서 의료진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와서 급한 대로 팀을 꾸려  가기로 했으니 그 쪽으로 합류하세요.”  

아니, 이게 웬 날벼락인가? 지금 일하고 있는 병원 진료 시간표에서 겨우 날짜 조정을 하고 이미 경비까지 냈는데… 거기에 내심 필리핀의 파란 해변을 머릿속에 그리며 흐뭇해하고 있었는데… 원래 가기로 한 곳은 유명한 관광지 근처여서 일이 끝나면 하루 정도 즐겁게 쉬고 올 생각에 들떠 있었다.


지구 한 바퀴만큼 걸린 스리랑카  

그렇게 우리는 다급히 꾸려진 팀으로 스리랑카행 비행기에 올랐다. 아직 그곳까지 직행 항공이 없어서 경유를 해야 하는데, 일정을 보니 비행기를 세 번이나 타야했다. 인천에서 출발하여 홍콩, 인도 첸나이를 거쳐 스리랑카의 콜롬보.

인원 점검과 약품 및 의료장비 등을 모두 확인하고 비행기를 타려고 하는데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전날 서울에 내린 폭설로 인해 서울과 연결된 모든 비행기들이 지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유지마다 3시간에서 10시간씩 공항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대기하다가 결국 예상보다 하루가 늦어져서 스리랑카 콜롬보에 내렸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8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 스리랑카 북부 지역으로 얼마 전까지 반군의 거점지역이었던 킬리노치(Killinochchi)였다.  

인천공항을 떠나 비행기로 28시간, 버스로 8시간을 달려 왔으니 인천 공항을 떠나 꼬박 36시간 걸린 것이다. 요즘은 지구 한 바퀴를 돌아도 하루가 안 걸릴 텐데.

 
군 막사에서의 첫날밤  

한 밤중 절인 배추처럼 피곤에 지쳐서 도착한 곳은 군부대 입구였다. 정문에서는 군인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고, 그곳을 통과하자 어둠 속 여기저기 막사들이 보인다. 조느라고 잘 보지 못했지만 콜롬보를 벗어나 북부 지역으로 오면서 점점 검문이 많아져 매번 멈춰야했다고 한다. 스리랑카 북부 지역은 아직까지도 치안이 불안하고 곳곳에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다.

스리랑카 북부 지역 중요 도로에는 항상 이러한 검문소들이 있어서
모든 차량들이 멈춰서 검문을 받아야 한다.

 우리가 묵은 부대 내의 숙소 전경

숙소로 안내받은 곳은 장교들이 묵던 막사 중 한 곳으로 몇 개의 방과 부엌, 간단한 야외 식당까지 갖추고 있었다. 서둘러 가지고 온 약품과 의료장비들을 풀어서 정리하고, 방마다 개인 짐을 풀고 나니 밤 10시가 되었다. 우리는 내일부터 있을 진료를 위해 간단히 회의를 하고 잠자리에 누웠다. 긴 이동의 피로를 안고 오랜만에 등을 붙이게 되자 모두들 몇 분 지나지 않아 잠에 빠져버렸다.

 
 

침대에 누우니 숙소 천장에 도마뱀 한 마리가 스윽 나타나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어둠 속에서 나무에 매달려 깩깩대는 원숭이들, 기다렸다는 듯이 날카로운 키스를 퍼부어대는 모기떼들. 창밖으로는 짙고도 하얀 별빛이 쏟아질 듯 불안하게 하늘에 흩뿌려져있다. 그 별빛들 사이로 곡선을 그리며 날아다니는 것은 별똥별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반딧불이였다. 낯설면서도 아름다운 스리랑카에서의 첫날밤이었다.

 


 스리랑카의 현황 Ⅰ (스리랑카의 역사)

전설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인 기원전 6세기경, 인도의 싱할라족 위자야 왕자가 스리랑카로 넘어와서 용맹스러운 사자의 도움을 받아 나라를 세웠다고 한다. 실제 역사 기록에도 기원전 540년경에 아리안족의 한 부류인 싱할라족 700여명이 인도에서 지금의 섬으로 넘어와 위자야를 왕으로 세우고 싱할라 왕국을 건설하였다고 하니 비슷해 보인다. 싱할라 왕국은 약 1,500년 동안 왕조를 이어가면서 찬란한 불교 문화를 꽃피웠고, 건축을 비롯한 여러 문화를 만들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아누라다푸라’ 사원이다.

스리랑카의 국기에 오른 발에 칼을 쥐고 있는 사자의 모습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싱할라족의 건국 역사를 상징하는 것이다. 싱할라 왕국은 또한 땅이나 섬을 뜻하는 랑카(Lanka)로 불렸으나,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는 Taprobane, 이슬람 무역상들은 아랍어로 ‘보석의 나라’라는 뜻의 세렌디브(Serendib)로 부르기도 하였다. 이는 영어권으로 넘어가서 Serendipity의 어원이 되어 ‘우연하고도 기분 좋은 발견’이라는 뜻이 되기도 하였다.

왕국에서는 랑카, 외국에서는 주로 세렌디브로 불리던 스리랑카는 1505년에서 1658까지 포르투갈의 식민지로 있으면서 Ceilao라는 이름이 되었고, 1658년에서 1796년까지 네덜란드 식민지였을 때는 Ceylan, 1796년에서 1948년까지 식민 지배를 했던 영국은 Ceylon으로 바꿔 불렀다. 1948년 2월에 독립하였지만, 영연방의 자치국으로 남았고, 1972년 본격적으로 독립국가가 되면서 랑카(Lanka)라는 고대의 이름을 복원하였다. 이때부터 ‘찬란한’ 또는 ‘빛나는’의 뜻을 지니면서 존경의 의미를 나타내는 Sri를 붙여 현재의 스리랑카(Sri Lanka)라는 국명이 되었다.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싱할라족은 원래 토착세력이었던 반면, 내전의 한 축이었던 타밀족은 과거 영국 지배 시절, 차 농사를 위해 인도에서 유입된 농업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의 대부분은 타밀족이었고, 그들은 스리랑카의 북부나 동부 해안을 따라 분포하면서 살게 되었다.

 

* 스리랑카 의료봉사  체험기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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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0고병수/새사연 이사

 

대통령 선거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각 후보들이 내놓는 여러 공약 중에 내가 제일 관심 가지고 보는 것은 보건의료 공약이고, 그 중에서도 의료전달체계와 일차의료에 관한 것이다.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하는 사람으로서 관심이 크게 가는 분야이고, 또한 우리나라 의료의 근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네의원 수입 늘어나는 게 일차의료 활성화?

3년마다 돌아오는 의사협회장 선거 때 보면 일차의료 강화니, 일차의료 활성화니 얘기가 꼭 나온다. 그만큼 동네의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많은 의사들이 사용하는 말에서나 의사협회 회장, 혹은 임원들 중에서도 일차의료란 의미를 잘못 사용하고 있어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많다. 흔히 일차의료 활성화를 얘기할 때는 동네의원의 수입을 적절히 보상하도록 하는 것과 소신 진료를 하게끔 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사실 일차의료란 개념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다.

미국이나 유럽 쪽, 그리고 우리나라 관련 학자들이 내린 개념은 “지역사회에서 친밀한 관계에 있는 의사가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 및 건강증진을 위해 건강상의 대부분의 문제를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 말들은 ‘지역사회’, ‘친밀성’, ‘건강상의 대부분의 문제’, ‘포괄적’, ‘지속적’이라는 것들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일차의료를 말할 때 이러한 중요 내용들에 대한 개선책이나 정책 방향들을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수가 정상화가 중요하다거나 진료에 간섭받는 것을 무엇보다도 싫어하는 의사들의 속성이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의료 문제 중 심각한 것이 수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해결된다고 의료 환경이 나아질까? 불어나는 의료재정에 대한 압박과 경쟁의 심화 속에서 계속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우리나라 의사들의 모습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수가가 많이 오른다고 해도 한계가 있고, 동네의원들은 끝없는 경쟁으로 살벌해질 것이 뻔하다. 재정 문제의 해결 방법과 효율적인 의료 환경, 진료에 매진할 수 있는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가 문제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된 일차의료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의원, 동네의원, 일차의료기관? 

일차의료를 생각하면서 또 하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동네의원들이 모두 일차의료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올바른 정의로 볼 때 일차의료기관이라고 하면 동네의원 중에서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리고 질병의 구분 없이 진료를 하면서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곳을 말한다. 그러자면 내과 일부, 소아과 일부, 가정의학과 정도밖에 없게 된다. 동네에 있는 안과나 피부과, 성형외과는 일차의료기관이 아니다. 동네에 있는 정형외과나 이비인후과도 일차의료기관이 아니다. (사실 제대로라면 그들은 전문의로서 개원하는 것이 아니라 종합병원에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면허 의사 수는 10만 명이 넘어가지만 실제 활동의사는 8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엄밀한 의미의 일차의료 종사 의사는 2만 명도 안 될 것이고, 동네의원에서 일하는 수는 더 적어서 1만 명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은 일차의료 전담의가 있어서 나라별로 GP(General physician)나 Family doctor로 불리고 있고, 수도 많으면서 그들의 역할과 활동이 정형화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일차의료에 맞는 표준이 없기 때문에 그 수를 헤아리는 방법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아 추정할 수박에 없다.

 
의료기관 구분에서 의원이란 소규모 의료기관을 말하며, 동네의원은 그러한 의료기관의 통칭이지만, 그들이 곧 일차의료기관은 아니다. 그래서 긴 안목이 의료정책을 수립할 때도 분명히 일차의료기관과 그 외 전문의료기관을 구분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일차의료 공약에 바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일차의료에 대한 몰이해로 인력 부분이나 의료서비스 부분에 대한 정책 수립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보면 단순히 동네의원의 진료 환경 개선과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올바른 일차의료를 수립하겠다는 말은 없다. 그것은 또한 수가를 조금 올려주겠다는 당근만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기적으로 일차의료 전담 의사를 늘려나가고, 그들이 지역에서 안정되게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핵심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이다. 그만큼 각 캠프에서 의료정책을 만드는 전문가들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선 공약이라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 쉽게 만들어서 내놔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누가 당선 되더라도 정책 수립 단계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잘 살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점차적으로 일차의료의 구조를 정착시켜주기 바란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전문 진료 영역도 있지만 그것들에 앞서 흔히 가지고 있는 질환들에 대해 동네의원에서 설명 잘해주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살펴 주면서 가족들의 건강까지 책임져 주는 의사를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러한 의료서비스들이 잘 수행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의료 재정의 급속한 상승을 막으면서도 국민들의 효율적인 건강관리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의료기관 구분에서 의원이란 소규모 의료기관을 말하며, 동네의원은 그러한 의료기관의 통칭이지만, 그들이 곧 일차의료기관은 아니다. 그래서 긴 안목이 의료정책을 수립할 때도 분명히 일차의료기관과 그 외 전문의료기관을 구분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일차의료 공약에 바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일차의료에 대한 몰이해로 인력 부분이나 의료서비스 부분에 대한 정책 수립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보면 단순히 동네의원의 진료 환경 개선과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올바른 일차의료를 수립하겠다는 말은 없다. 그것은 또한 수가를 조금 올려주겠다는 당근만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기적으로 일차의료 전담 의사를 늘려나가고, 그들이 지역에서 안정되게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핵심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이다. 그만큼 각 캠프에서 의료정책을 만드는 전문가들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선 공약이라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 쉽게 만들어서 내놔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누가 당선 되더라도 정책 수립 단계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잘 살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점차적으로 일차의료의 구조를 정착시켜주기 바란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전문 진료 영역도 있지만 그것들에 앞서 흔히 가지고 있는 질환들에 대해 동네의원에서 설명 잘해주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살펴 주면서 가족들의 건강까지 책임져 주는 의사를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러한 의료서비스들이 잘 수행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의료 재정의 급속한 상승을 막으면서도 국민들의 효율적인 건강관리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의료기관 구분에서 의원이란 소규모 의료기관을 말하며, 동네의원은 그러한 의료기관의 통칭이지만, 그들이 곧 일차의료기관은 아니다. 그래서 긴 안목이 의료정책을 수립할 때도 분명히 일차의료기관과 그 외 전문의료기관을 구분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의 일차의료 공약에 바람

위에서 말한 것처럼 많은 이들이 일차의료에 대한 몰이해로 인력 부분이나 의료서비스 부분에 대한 정책 수립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박근혜 후보나 문재인 후보의 정책을 보면 단순히 동네의원의 진료 환경 개선과 소신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올바른 일차의료를 수립하겠다는 말은 없다. 그것은 또한 수가를 조금 올려주겠다는 당근만 제시하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 장기적으로 일차의료 전담 의사를 늘려나가고, 그들이 지역에서 안정되게 지역사회 보건의료의 핵심이 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없는 것이다. 그만큼 각 캠프에서 의료정책을 만드는 전문가들도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대선 공약이라는 것이 국민들이 보기 쉽게 만들어서 내놔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누가 당선 되더라도 정책 수립 단계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잘 살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점차적으로 일차의료의 구조를 정착시켜주기 바란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전문 진료 영역도 있지만 그것들에 앞서 흔히 가지고 있는 질환들에 대해 동네의원에서 설명 잘해주고,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함께 살펴 주면서 가족들의 건강까지 책임져 주는 의사를 원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가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러한 의료서비스들이 잘 수행되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의료 재정의 급속한 상승을 막으면서도 국민들의 효율적인 건강관리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이다.

바람 ① 일차의료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함

바람 ② 일차의료는 전문 의료와 독립적으로 수행되어야 함

바람 ③ 지역사회의 중심이 일차의료가 되게끔 유도함

바람 ④ 일차의료 전담 의사를 점차적으로 늘려야 함

바람 ⑤ 일차의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원뿐만 아니라 재정 지원도 확보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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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2고병수/새사연 이사

 

사례 1.
민들레씨는 갓 돌을 넘긴 아기가 며칠 열이 지속되다가 기침이 심해지자 혹시 폐렴이 아닐까 덜컥 겁이 나서 대학병원 소아과 외래로 직접 가서 진료를 받았다. 다행히 폐렴은 아니고 기침만 심하게 하는 정도의 감기라고해서 안심이 됐지만, 동네의원을 거치지 않고 왔으니 진료비가 비싸다고 하는 게 문제였다. 다니던 동네의원에 전화해서 팩스로 진료의뢰서를 보내달라고 했고, 단골의원은 진료를 하지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의뢰서를 대충 써서 보내줘야 했다. 

사례 2.
민들레씨 시아버지는 동네의원에서 가끔 혈압을 쟀는데, 혈압이 높게 나와 자주 다니던 동네의원 의사로부터 적절한 건강관리를 하도록 교육받고, 혈압강하제 복용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아직 약을 복용하기는 싫어서 거부하고 있다가 어느 날 가슴이 답답해지고 가슴이 뛰는 증상을 느끼자 걱정이 되어 의뢰서를 써달라고 강요하다시피 하여 유명하다는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몇 가지 검사를 하게 됐고, 아직 심장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지만 고혈압 때문에 혈압강하제를 처방받고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 고혈압 관리를 위해 두 달에 한 번씩 대학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로도 가슴이 답답해지는 현상은 가끔씩 지속되고 불안한 마음까지 생겨나서 다니는 심장 내과 교수의 권유로 같은 병원 소화기 내과를 가서 위내시경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서도 가벼운 위염 외에는 특별한 소견이 보이지 않아 나중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되었다. 몇 가지 설문과 상담을 받은 후 그 분은 내과적 문제가 아니라 불안증의 일종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고, 간단한 약을 투여 받으면서 다소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였다.

사례 3.
동네의원 의사 K씨는 얼마 전 직장암이 의심되는 50대 환자를 진료하고, 진료의뢰서를 작성해서 종합병원에 보낸 적이 있다. 그 후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였지만, 회신서가 오지 않아 알 도리가 없었다. 침울해 있을 환자에게 물어보는 것도 도리가 아니겠고, 그 환자는 서로 협력이 잘 되는 줄 알았을 것인데, 의사들끼리 아무런 소통도 없이 환자에게 물어보는 것도 겸연쩍은 일이었다.

사례 4.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소화기내과 전문의 J씨는 동네의원에서 의뢰받은 환자를 진료하다가 환자와 마찰을 빚었다. 간 쪽의 문제로 의뢰를 받았는데, 혈액검사를 비롯한 몇 가지 필요한 검사를 하려고 하자, 환자가 동네의원에서 이미 다 받은 것을 왜 또 하려고 하느냐고 따졌기 때문이다. 겨우 설득해 검사를 마쳤지만 기분은 좋지 않았다. 환자를 통해 보내온 의뢰서에는 환자정보 외에 ‘간질환 의심’이라는 내용밖에 없었고, 검사 기록은 일체 없어서  더 이상의 정보를 알지 못했는데, 환자들은 마치 기록들이 공유되는 줄 알았던 것이다.


협력하지 않는 종합병원과 동네의원

위의 사례들은 동네의원 의사들이나 종합병원 의사들이 흔히 겪는 일들이다. 점점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포함)과의 협력 관계가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 있는 의사들은 부실한 의료전달체계의 현실 속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불필요한 상황임에도 진료의뢰서를 써 달라 우기는 환자들, 단골 동네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종합병원에서 검사를 받으면 효율적인데도 기어코 종합병원부터 가려는 환자들은 그래도 봐줄만 하다. 대학병원의 유명한 교수를 찾아가서 먼저 진료를 받고 난 후, 의뢰서를 팩스로 보내달라는 요구를 할 때는 도대체 진료의뢰서는 왜 써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가끔 있다. 

환자들만 체계를 무시하고 진료를 받는 게 아니라, 동네의원 의사들도 성실히 의뢰서를 작성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환자 인적사항 외에 의심되는 진단명과 함께 간단한 진찰 상황에 ‘고진선처 바랍니다.’라고 쓰면 그만이다. 나머지는 그곳에서 알아서 하시라는 표시이다. 진료의뢰서를 받은 종합병원의 의사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재차 환자로부터 들어야 하고, 검사 내용도 첨부되지 않아 다시 검사를 하다보면 환자들과 다툼이 생기기도 한다. 의뢰를 받은 종합병원들도 성실히 회신을 해서 원래 다니던 동네의원이 진행상황을 알 수 있게 해야 하고, 웬만한 만성질환들은 그곳에서 해결하도록 돌려보내 줘야 하는데, 그 또한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는 회신율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은데, 몇 곳의 조사를 통해 짐작해본다면 50~60% 정도 되지 않을까 한다.

 
의료의 혁신은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립에서부터

‘의료전달체계(Health care delivery system 혹은 Medical delivery system)’란 제한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서 국민들이 필요한 때, 필요한 만큼의 의료서비스를 적절한 장소에서 제공하게 하여 국민 건강을 증진시키려는 노력이라고 정의된다. 여기에는 단순히 환자의뢰체계(Patient referral system)로서만이 아니라 의료자원을 누가, 무엇을, 어떻게, 어디서 제공할 것인지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정의를 보면 의료전달체계가 적절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의료 인력의 개발과 교육 및 재정 문제까지 포괄하는 넓은 범위의 개념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것이다. 간혹 의료전달체계를 단순 환자의뢰체계로만 협소하게 의미를 규정함으로써 올바른 정책 목표를 설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행 과정에서 혼란을 겪거나 난관에 부딪히게 되기도 한다. 

외국에서는 동네의원과 종합병원의 관계, 일차의료전담의와 단과전문의의 역할 분담의 문제가 1920년대부터 연구되다가 현재의 복지국가의 틀이 잡히는 1940년대를 지나면서 정립되기 시작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예방의학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기되었고, 대형병원과 동네의원의 경쟁이 심화되는 시기에 전국민건강보험의 확대 시행과 더불어 1989년에 제도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동일 지역에서 종합병원을 이용하거나 타지역으로 가려고 할 때는 반드시 진료의뢰서나 타진료권 진료확인서를 지참해야 가능했다.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고, 그다지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성급한 판단으로 1998년, 10년 만에 정부는 보건복지부 고시(제1998-56호)를 통해 서둘러 제도 완화를 단행했다. 그 이후 한국의 의료전달체계는 지금처럼 지역 구분도 없고, 종합병원 문턱은 약간 높이는 정도로 의료 기관들 간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후 우리나라의 병원, 의원들은 만족하게 되었을까? 우리 국민들은 편해졌고, 행복해졌을까? 

[1989년 시행됐던 진료권역과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진료 절차]


(자료 출처 : ‘한국일차의료의 발전방향 모색 2012’ 자료 그림)

이후에도 계속해서 대형병원들은 아무런 규제 없이 세계 최고의 거대병원(Mega-hospitals)으로 하늘 높이 빌딩을 증축하고 있으며, 서울-경기 지역 중심의 의료기관 집중과 지역 의료기관 재정난, 의료비용 증가, 동네의원 위기들이 만성화되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의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속속 드러나면서도 정부도 손을 못 대고 있다. 2011년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이전부터 해오던 만성질환관리제도를 확대한 일차의료전담의제를 포함해서 ‘의료기관 기능재정립 기본계획’이 큰 관심 속에 준비되었지만, 아무런 재정 마련 없이 이전처럼 생색내기로 진행하려다보니 해보지도 못하고 끝나버린 것은 코미디라고 봐야 하나? 정부나 정치인들이 한 나라의 의료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이 없는지를 단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예이다.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들은 보건의료 공약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러한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 놓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이전처럼 국민들의 표를 구걸하기 위한 선심성 정책들이 많다. 다만 일부 후보들이 지역 종합병원의 특성화 정책이라든지, 지역에 좋은 공공병원을 확충한다든지 하는 정책들을 내어놓은 것도 아주 일부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고, 진정한 대책이 아니어서 아쉽다. 각 후보 캠프의 보건의료 담당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국민들 눈높이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국민들 입맛에 맞게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체계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믿는다.

나라의 보건의료의 성공 여부는 체계(system)에 달려있다. 그래서 ‘보건의료시스템(Health care system)’이라고 하는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지 않으면 보배가 될 수 없듯이 많은 보건의료 공약들도 체계적으로 잘 엮어서 국민들이 더 건강하고, 의료제공자들도 만족하는 좋은 정책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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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15고병수/새사연 이사

 

유럽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오래 살다가 온 사람들이면 병원 관련해서 흔히 하는 얘기가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왜 이렇게 불친절해?”
“내가 어디가 불편한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금방 약을 처방하고 말더라니까.”
“약에 대한 부작용이나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는 걸 못 봤어.”

모두 맞는 얘기다. 그렇지 않은 의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환자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친절히 이것저것 살피면서 진찰을 하는 의사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외국에는 친절한 의사들만 있고 한국에는 못 되먹은 의사들만 있는 걸까?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나 자신만이라도 친절한 의사라는 소리를 들어야지 하면서 노력을 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볼 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스님, 약 좀 제대로 드십시오

내가 일하는 진료실에는 고혈압 때문에 오시는 50대 중반의 스님이 한 분 계신다. 얼굴이 까맣고 주름도 많아서 나이보다도 늙어 보인다. 말씀도 없으시고 순하게만 보이는 이 스님은 딱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혈압강하제(고혈압약)는 빠트리지 않고 잘 먹는 게 가장 중요한데, 스님은 가끔씩 정해진 날보다 10여일 이상 지나서 내게 오곤 했다. 분명 중간중간 약 먹는 것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혈압을 재보고 상태에 대해서 몇 마디 나눈 다음 이번에도 나는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스님, 이렇게 약을 잘 안 드시면 어떡합니까? 바빠도 꼭 드시라고 몇 번을 말했어요?”
“어휴, 절에 있다 보니 잘 안되네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잘 먹고 오겠습니다.”
“아니, 그건 전부터 여러 번 말했던 거고요, 이렇게 자꾸 안 드시면 언제 쓰러질지 모른단 말입니다.”

나는 화를 내면서 숫제 반 협박까지 하였다. 혈압강하제를 잘 먹으라는 다그치는 마음도 있었지만, 말을 잘 안 듣는 것에 대해 은근히 화도 났었다. 스님은 온 김에 기침이 오래도록 안 떨어지니 봐달라고 해서 진찰을 하려고 등을 걷어 청진기를 대려는 순간 침을 꼴딱 삼켜야 했다. 하늘로 날아오를 듯 등짝 가득 그려져 있는 용문신!

문신 동호회 자료에서 인용한 사진

갑자기 이건 뭐예요 하면서 물어볼 수는 없고, 시치미를 뚝 떼고 진찰을 마친 후 혈압강하제와 함께 감기약 처방을 하고 스님을 보냈다. 그날 하루 종일 스님과 문신에 대해 온갖 상상을 하게 되었다. 어쨌든지 출가하기 전에 그려진 것이 분명하고, 그렇다면 속세에 있을 때 좀 놀았다는 뜻...? 그 순해 보이는 얼굴 뒤에는 조직 폭력배의 그림자가...? 한 주먹에 날아갈 수도 있었을 내가 뭘 믿고 큰 소리를 냈으며, 본인의 사정을 잘 들어보려고 하지도 않고 짜증을 부렸던지.

얼마 지나서 다시 스님이 왔을 때 나는 결코 화를 낼 수가 없었다. 다만 무슨 사정이 있어서 약을 빠트리는지 공손히, 아주 공손히 물어보았을 뿐이다.

“허허, 제가 게으른 게 가장 문제죠. 핑계라면 산 속에 절이 있다 보니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 없을 때가 많아서 자꾸 늦게 됩니다.”

마땅한 차량이 없을 수도 있고, 폭설이라도 내리면 시내로 나오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 것도 나중에 알았다. 나는 그 동안 스님이 어느 절에서 기거하는지, 가족력이 있는지, 식생활은 어떤지 등 제대로 물어 본 적도 없었다. 약을 잘 안 먹는 것에 대해서 화낼 줄만 알았지 그 연유를 묻고 대책을 마련해보려는 노력은 더욱이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스님의 사정을 이해한다는 표정도 지어보고, 그래서 약을 넉넉히 처방해 드릴 테니 약이 남았어도 미리 오시면 좋겠다고 친절히 말씀을 드렸다. 좀 더 이야기하다 “내가 약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라고까지 말할 뻔 했다.

 

친절할 수 없는 동네의원의 현실

친절하다는 것이 그 사람의 기질적인 면에서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회로 치면 구조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친절하려고 해도 바쁘게 일을 처리해야 하고, 그 와중에도 친절하려고 노력해도 내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다면 친절이 지속되기 어렵다. 비록 의료라는 과업이 아무리 숭고하고 고귀한 것이라 할지라도.

환자가 많아서 잘 되는 병원이라면 빨리빨리 증상을 듣고 약을 처방해서 보내는 식으로 상품을 찍어내듯이 진료를 하게 된다. 한번에 환자 3명씩 진료실로 들여보내서 약속된 처방을 모니터로 출력해 버리는 식으로 많은 환자를 본다는 병원 얘기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반대의 경우 환자가 없더라도 그 의사는 환자에게 2~3분 이상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진료해도 돌아오는 것이 없기도 하고, 이미 몸에 밴 진료 습관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어느 독일 의사는 동네의원을 운영하면서 보통 하루에 30~40명의 환자를 본다고 했다. 자기는 환자가 많아서 그 정도이지만 주변의 동네의원에서는 20~30명을 진료하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진료에 들이는 시간도 환자 1명 당 10분은 넘는 게 일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도로 의원 재정을 유지하려면 하루에 100명 가까이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그러면 한 명의 환자를 보는데 3분 이상 할애할 수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그만큼 환자를 많이 진료해야 수입이 유지되도록 만든 수가 문제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사들도 하루에 10분 이상 찬찬히 환자를 진찰하고, 상담도 하고 싶다. 하지만 우리의 일차의료 체계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이것은 비단 의사들의 욕심이나 친절에 대한 교육을 못 받아서가 아니다. 건강보험이 보편화되면서 생긴 병적인 현상이다. 결코 건강보험을 폄훼하는 게 아니라 저수가 정책으로 저급한 진료 현실을 만들어 낸 현실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러한 사실은 객관적인 자료를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OECD 회원국을 보면 동네의원 의사들(GPs)은 우리보다 보통 1/3 정도 적은 수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주민들도 동네의원을 찾는 방문 횟수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이다. 우리나라 의사는 그만큼 많은 환자를 보는 구조이며, 환자들도 쉽게 동네의원을 방문하도록 되어 있다는 뜻이다.

자료 출처 : OECD Health Data 2010 (2009년 수치, 단위 : 방문 건수/연)

어느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나는 이러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가 문제가 해결되면서 넉넉한 시간을 들여서 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그러면 의사들이 적은 수의 환자를 성의있게 진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환자 수를 늘리려 수입만 늘리려고 할 거라며 반대 견해를 내놓았다. 사실 이런 생각도 맞는 것일 수 있으나, 그것은 어떠한 보완 노력을 기울이거나 다소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는 것을 놓치고 있고, 의사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생각이다.

이런 상상을 해본다. 차기 정부는 의사협회와 시민단체 등과 오랜 협상을 한 끝에 드디어 의사들의 오랜 숙원인 수가 문제를 해결했다. 대신 동네의원은 환자관리에 충실하기로 약속을 했다. 처음에는 환자들이 예전 습관대로 동네의원을 찾다보니 의사들의 진료 수입이 많이 늘었으나, 예방 교육이 잘 되고 불필요한 진료가 없어져서 해마다 환자가 줄어들었다. 시행 5년쯤 되자 보통 동네의원들은 30~40명 정도의 환자 수를 유지하게 되었다. 그만큼 한 명 한 명 환자에 들어가는 의사들의 시간도 늘어났고, 주민들은 의사들로부터 더 많은 상담과 예방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정부는 환자가 줄어든 만큼 또 적절한 진료 수가를 책정해서 동네의원들이 재정이 어렵지 않고 지역 의료를 위해서 충실히 일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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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odong

    수가 조정은 언발에 오줌누기로 밖에 보이지 않고 공공의료로 가야 진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의사협회는 절대 그렇다 하지 않겠죠..

    2012.11.17 18:35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병수

      nodong님글 고맙습니다.
      공공의료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할 게 참 많습니다.
      이미 사적 영역이 90%가 넘는 의료 상황에서 공공의료를 확충한다는 게 얼마나 가능한 건지가 가장 걱정되는 바이고...
      그래서 저는 이전부터 공공의료는 차근차근 조금씩 확충해 나가되 무리하지는 말자, 그리고 대신 민간의료를 네트워크를 만들어서 공적 영역의 일을 하게 하자 이런 거죠.
      의사들이 받지 않을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도 않습니다.
      정책적으로 고려할 부분입니다.

      2012.11.22 11:04 [ ADDR : EDIT/ DEL ]
  2. 점프

    글을 찬찬히 잘 써서 끝까지 봤습니다만 중간에 납득이 안가는 논지로 결론을 내리셔서 한글자 적습니다.
    수가를 올린다는 것은 개인부담수가를 올린다는 건가요 보험지급 수가를 올린다는 건가요?
    개인 부담을 늘려서 감기같은거 좀 부담좀 올려서 의료남용을 막자는 건 '어느정도'는 공감할 수도 있고 분명히 남용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다만 현재 줄여야할 의료남용의 정도가 어느정도라고 보시는지요? 저는 현재의 의료방문횟수보다 평균 10% 넘게 떨어뜨리게 되면 공감할 수 없습니다.
    더욱이 수가가 올라가면 예방이 잘돼서 환자수가 줄 것이다...는 것은 전혀 납득이 안가네요. 왜 예방이 되죠? 근거가 있나요? 수가가 올라가면 환자수 덜받아도 되니 덜받고 더 찬찬히 설명해줘서 예방이 되나요? 전혀 믿음이 안가는군요.
    글쓴분이 현재 의료계에 존재하기 때문에, 개인이 느끼는 적절한 수입과 이에 해당하는 환자수에 의해 그런 논지가 말이 된다고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전체 시스템은 절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겁니다.
    냉정하게 가장 큰 요인은 수급 불균형입니다. 아닌가요?
    차라리 냉정하게 수가 올리면 공급(의료인 확대) 풀겠다고 빅딜을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지지할 수 있습니다만, 이건 도저히 수긍이 가지 않는 논리입니다.

    2012.11.18 02:50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병수

      짧게 얘기하기 곤란합니다만...
      우선 "수가=의사의 수입"이라는 생각을 조금 떨구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1989년 전국민 건강보험이 되면서 병원 접근성이 높아지니 국민들의 의료기관 방문이 외국의 2-3배 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적는 진료비에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고착된 겁니다. 이것을 풀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수가를 올리면 환자 부담이 느는 게 아니라 공단에서 지급하는 진료수가를 얘기하는 거고, 그 수입으로 간호사 급여, 시설 확충 등에도 들어갑니다.
      점프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수가를 올리게 되면 분명히 의사들에게 그에 합당한 요구가 있어야 겠죠.
      그것은 환자 관리에 대한 것들인데, 예를 들면 충분한 설명의 시간, 만성환자 관리, 전화 상담, 지역 의료사업 참여 등입니다.
      이러한 것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수가 문제는 협상할 수 없겠죠.

      2012.11.22 11:10 [ ADDR : EDIT/ DEL ]
  3. 티팬티

    앞쪽은 훈훈한 분위기다가 뜬금없이 이야기가 새네요. 나는 친절한 사람이지만 의료 수가때문에 친절할 수가 없다고 어필하시나요?
    친절할 수가 없는 현실이라...진료 환자가 많다는 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니 당연히 공급을 늘려야 겠다는 것이 정상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서 의사 돈을 더 많이 주면 된다는 생각이 연결될 수가 있습니까?
    의사들은 항상 의대 정원이 너무 많다면서 환자가 너무 많아서 친절하지가 않다니요.
    동네 병원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과잉 진료를 하게 되는 건가요?
    의료 수가는 의약분업 후 계속 인상되었고, 그 인상률은 물가상승률보다 항상 높았습니다.
    자유직업인 가운데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직업은 의사로 평균소득이 2억원을 웃돌았고, 보험설계사 3800만원으로 뒤를 이었습니다.(http://media.daum.net/economic/view.html?cateid=1041&newsid=20110104185906207&p=sbscnbc&RIGHT_ECO=R7)
    '동네의원'들이 건강보험으로 처리되는 진료비로만 지난 한해동안 평균 2억8,000만원을 벌어들였으며, 이중 안과(眼科)가 연평균 4억6,000만원의 수입을 올려 건보수입(공단부담금+환자본인부담금)만으로 볼 때 최고소득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http://www.bosa.co.kr/umap/sub.asp?news_pk=37919)
    여기에 리베이트, 탈세수입까지 합치면 어마어마 하군요. 의료 수가를 얼마나 높여줘야 되나요?
    환자의 건강을 인질로 잡고 소득협상을 하려 하니 이건 깡패보다 더하네요.
    의사 입장으로만 세상을 보지 마세요.

    2012.11.18 23:30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병수

      표현력이 약한 저의 불찰이라고 여겨주십시오.

      일단 하나하나 대답을 해보겠습니다.
      1. 진료 환자가 많으니, 즉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늘리라는 발상은 잘못된 겁니다. 결국 의료비 증가를 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2. 대부분의 환자 진료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환자가 많아서라기 보다는 많든, 적든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풍토 때문입니다. 그것은 적은 수가의 문제가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 얘기를 곡해해서 보지 말아주세요. 유럽의 의사들은 30명 이하로 환자를 보는데, 우리는 그 수입에 맞추려면 70-100명을 봐야 합니다. 어찌 우리 의사들이 친절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일 수 있겠습니까? 단순히 돈 많이 주면 된다는 게 아니라 적정 수가를 보전하면서 환자 관리를 잘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3. 의료수가가 물가상승률 보다 높았다는 얘기는 잘못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지난 10여년 수치를 보면 초진 수가는 1500원 정도 올랐고, 물가 상승률이나 타 임금 상승률 보다 못합니다.
      4. 잘 알아두셔야 할 부분이...
      동네의원 수입통계가 자주 나옵니다. 하지만 동네의원=일차의료 의원이 아닙니다. 거기에는 안과, 피부과 등 수입이 좋은 병원들이 들어있죠. 그들이 일차의료기관의 수입 평균을 올리고 있습니다. 수가를 올린다는 말은 전체를 올린다기 보다는 적절한 진료 부분에 대해서 올려야 한다는 겁니다. 산부인과, 흉부외과, 그리고 일차의료기관 등....

      의료기관 분석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의원, 동네의원은 모든 전문과를 합친 겁니다.
      우리나라는 일차의료기관이 따로 구분되지 않아서 문제인데, 대게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과 정도를 말할 수 있습니다. 거기는 진료 수입이 적다보니 환자 수를 많이 늘려야ㅐ 하는 상황인 거죠.

      마지막으로 의사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지 말라는 말씀은 지나치십니다. 내가 의사의 입장에서만 바라봤다면 이런 글 안 씁니다. 그리고 절대 국민의 건강을 인질로 잡고 수가 얘기하는 게 아니라는 점 알아주세요.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수가 인상이 곧 의사만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2012.11.22 11:50 [ ADDR : EDIT/ DEL ]
  4. 에릭

    태터앤미디어 파트너의 글에 이런 글이 올라오다니 실망이 큽니다.
    윗분들의 지적이 틀린 내용이 하나도 없네요.
    잘 못된 상상을 하신것 같습니다.

    2012.11.19 10:21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병수

      다시 한번 제 댓글까지 찬찬히 읽어부시기를 바랍니다.

      2012.11.22 11:51 [ ADDR : EDIT/ DEL ]
  5. 점프

    의외로 답글을 다셔서 저도 다시 답글 답니다.
    적은 수가가 해결되면 어떤 흐름으로 30명 이하의 환자에게 좋은 의료를 제공하게 될까요? 님의 글에는 중간에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저는 한가지 중간 단계를 얘기했습니다.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어야 하며, 수요가 주는 것은 아주 제한적으로 동의, 공급을 늘려야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님의 글을 보면 적정수가->환자관리->수요감소 정도의 논리가 그나마 살짝 보입니다만 본인 스스로도 이것에 동의하시나요?
    의사 1인만 놓고 보면 높은 수가 -> 적절한 환자수의 인과관계가 적절할 것으로 보이겠지만 거시적으로도 이것이 성립할까요? 아닙니다.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공급을 늘리라는 발상은 잘못된 겁니다. 결국 의료비 증가를 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런 논리가 나오죠? 논거가 뭔가요? 의료비가 증가하면 안되는 것인가요? '수가를 높이자는 발상은 잘못된 겁니다. 결국 의료비 증가를 부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꼬집자면 '잘 알아두셔야 한다는' 둥 계몽적 어휘선정도 많이 하시는데요, 최소한 논리적인 인과관계라도 만들고 이런 글 쓰시면 좋겠습니다.

    2012.11.22 13:31 [ ADDR : EDIT/ DEL : REPLY ]
    • 고병수

      의료분야는 경제적 논리로 해결이 잘 안 됩니다. 더우기 수요, 공급의 원칙에도 안 맞는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30년 넘게 해보려고 해도 한 발자국도 못나간 게 우리나라의 의료정책입니다.

      이 짧은 글로 설명하기 힘들어서 설명은 안 드리겠습니다.
      제 얘기는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수가 하나만 보자면 적절 수가를 보장해 주면서 그에 따른 환자 관리나 진료 시간 등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질 높은 서비스를 갖추도록 할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진료수가가 적어서 많이 환자를 보게 만드는 우리 의료의 시스템이 문제이고, 이것을 조정하자는 겁니다. 정히 그에 대한 설명을 알고 싶거나 토론을 원하신다면 새사연 사무실로 전화 해서 저랑 연결해주십시오.

      2012.11.27 13:07 [ ADDR : EDIT/ DEL ]

2012.09.04고병수/ 새사연 이사

 

오늘은 몽골에서 마지막 진료를 하게 된다. 항상 그렇듯이 떠날 때가 제일 서운한 법이다. 그런 만큼 오늘은 진료실에 앉아서 조금이라도 더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하며 주민들을 맞았다.

우리가 진료실 일부를 빌려서 활동하게 된 헨티 아이막(도)의 중심도시인

운드르항에 있는 종합병원 모습. 건물이 낡고 여기저기 파손된 흔적들이 보이지만

재원 부족으로 손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몽골에서 떠올리는 기생충의 추억

이번 몽골진료에서는 다행히 피부연고를 비롯해서 알러지 분야나 위장약 계통은 많이 준비해서 끝까지 모자라지 않았지만, 기생충약은 오전 진료 하자마자부터 5상자에 담아온 것이 바닥을 드러냈다.

진료 첫날부터 주민들에게 요충증의 전형적인 증상인 밤중에 항문이 가려워하는 아이들이 없는지, 혹시 대변을 보면 변에 간혹 회충과 같은 기생충이 보이지 않는지 꼭 물어보았다. 설사 내가 묻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도 교육을 잘 받아서 그러한 것들이 기생충 질환을 의미하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먼저 얘기를 해줬다. 가족 중에 아이들이 있으면 예방적으로라도 기생충약을 주고, 기생충 질환이 의심되면 가족 모두가 두 번에 걸쳐 먹어야 한다고 설명하면서 약을 건네다 보니 진료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동이 나 버렸던 것이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가까이 살던 아이들. 해가 저물어가는 중에도

누나(왼쪽)의 설명을 들으며 공부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득 어린시절 생각이 난다. 이도 많고, 기생충도 몸 속 가득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아버지가 내 별명을 ‘동물원’이라고 했었다.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었거나 오염된 식수를 먹다보니 기생충 감염은 일반사였고, 냇물이나 강물에서 놀다보니 전염되기도 쉬웠다. 그 당시 우리가 가졌던 기생충도 대부분 요충과 회충이었다.

그 때를 살던 사람들이라면 기억할 것이다. 학교에서 해마다 기생충 검사를 한다며 대변 봉투를 줬던 것을. 나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약을 먹었던 것 같다. 기생충약을 먹는 게 질리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어느 날은 씹던 껌을 집어넣었는데도 유소견자라고 해서 약을 먹어야 했다. 그건 분명 검사하는 사람이 혼나보라고 일부러 양성이라 진단 했을 것이다. 우리가 집에 가져가서는 약을 안 먹을까봐 담임선생님은 주전자와 컵을 교탁에 두시고 본인이 보는 앞에서 일일이 먹는 것을 확인하셨다.

3-40년 전 서양에서는 심근경색, 뇌경색과 같은 질환들이 흔했고, 기생충 질환들은 실제 예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드물었지만 우리의 경우에는 그 반대였다. 몽골은 아직도 물이 깨끗하지 않은 곳이 많고, 초원에서는 고인 물을 걸러서 먹어야 하기 때문에 기생충 질환에 걸리기 쉽다. 위생 관리뿐만 아니라 식수에 대한 관리가 보건 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수줍어하며 구경하던 몽골 의과대학생

진료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내가 사용하는 진료실에서 이것저것 지켜보던 젊은 아가씨가 있었다. 강바트 어융 에르딘(r. Oyun-Erdene)이라는 스물 한 살의 의대생이다. 몽골 국립대학교 의과대학(Health Science University of Mongolia)에 다닌다는 어융 에르딘은 의과대학 3학년(한국에서 의예과 2년을 마치고 본과 1학년인 셈)인데, 지방 병원인 운드르항 종합병원에서 2주일간 실습을 나오게 됐다고 했다.

환자들을 진찰할 때는 아예 내 옆에서 환자의 목구멍까지 같이 들여다보려고 어깨를 부딪히곤 했는데,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녀석이 기특해서 시간이 지나면서부터는 일일이 환자를 볼 때마다 상태를 얘기하고 필요한 진단 내용들을 설명해주었다. 어려운 질환들을 보는 것도 아닌데 몽골말로 공책에 적어가면서 내 설명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예뻤다.

통역사(왼쪽), 의과대학생 어융 에르딘(가운데)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어융 에르딘 덕택에 나는 알기 힘든 몽골의 의과대학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몽골에는 10개의 의과대학이 있는데, 2개의 국립대학과 8개의 사립대학이 있다고 한다. 의과대학 과정은 예과 2년과 본과 4년으로 한국과 같은 6년제를 택하고 있으며, 의과대학 등록금은 다른 일반 대학 등록금 보다 비싸서 한 학기에 100만 투그릭이라고 했다. 다행히 각 학기마다 절반은 국가에서 보조해 주기 때문에 실제로 의과대학생들이 부담하는 금액은 50만 투그릭(한국 돈으로 45만 원 정도)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몽골 처자 어융 에르딘이 다니는 몽골 국립대학교 의과대학의 경우에 자기와 같은 3학년의 학생 수가 400명이라고 말해서 나는 깜짝 놀라 여러 번 물어봐야 했다. 나중에 자료를 찾아서 보니 2009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의사 수가 한의사 포함하여 인구 1,000명당 1.94명이고, 영국이 2.71명으로 통계에 나오는데, 몽골은 훨씬 그 이전인 2003년 통계로 인구 1,000명당 약 2.7명의 의사를 배출하고 있었다. 몽골 전체 인구가 280만 명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많은 의사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어서 의과대학생 수가 많은 것도 이해가 갔다.

문제는 그들이 의사가 되고 나서 취직자리가 없어서 힘들어 한다는 것과 의사들 중 대부분이 수도인 울란바타르에 있다 보니(2003년 기준으로 인구 1,000명당 울란바타르 4.4명, 아이막 1.7명 분포) 의사의 지역적 불균형 분포가 또 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2005년 자료에는 323개의 솜(한국의 ‘군’에 해당)지역에 우리의 보건소와 같은 병원들이 있고, 다행히 의사들이 어느 정도 근무하고 있지만, 15개 솜에는 의사가 없이 간호사들이 지역의료를 담당하고 있을 정도로 지방에는 의사들의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역적 의사 수 불균형 분포를 해결하고자 몽골에서는 2006년 이후로 의과대학 졸업을 앞둔 2년 동안 지방 병원에서 전문 의사의 지도 아래 근무하게 하는 정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의사들의 보편적인 수입은 30만 투그릭 정도로 보통 직장인보다 조금 많은 수준으로 한국의 의사들에 비해 적은 편이고, 경력 많은 의사는 60만 투그릭(한국 돈으로 50만 원 안팎)을 버는데 몽골에서 의사들은 그다지 인기 있는 직업은 아니라고 한다. 그나마 수련을 마친 의사들도 직장에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마치 1950-70년대 당시, 한국의 의사들이 병원 취직이 어려워서 미국으로 대거 이민을 갔던 것과 지역마다 의료시설 부족을 겪었던 것 등 비슷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몽골을 떠나면서...

서둘러 출발을 해야 겨우 한밤중이라도 울란바타르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오전 진료만 하고 일정을 마치기로 했다. 이미 마을 전체에 공지를 한 영향인지 주민들도 오전이 지나자 더 오지를 않았다.

진료실의 짐을 정리하면서 어융 에르딘 학생과는 통역사를 통해서 인사를 나눴다. 열심히 배워서 몽골의 훌륭한 의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아쉬워서 한국에서부터 사용하던 청진기와 몇 가지 기구들을 선물로 주었다. 진료실에 함께 있으면서 눈여겨보니까 그 친구의 실습 가운에는 청진기나 펜 라이트 등 지금쯤이면 필요할 실습 도구들이 보이지 않았던 기억이 나서 기념으로 주었던 것이다.

몽골 사람들은 손님이 올 때 마을 어귀에서 맞이하고, 갈 때는 다시 마을 어귀에 먼저 기다리면서 배웅을 하는 풍습이 있다. 우리 일행들도 아쉬움을 마지막으로 전하며 주민들과 인사를 나눈 후 버스를 타고 다시 오던 길을 돌아가게 되었다.

6박 7일 중 오가는 시간을 빼면 며칠 안 되는 진료였지만, 올해와 같은 경우에는 몽골의 의료 현황에 대해서 진지하게 알고 싶었는데, 여러 가지로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서 보람이 더 컸다. 내년에는 아이들의 A형간염 예방접종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해보려고 한다. 필요한 약품들을 더 챙겨서 오는 것도 잊지 말자.

이것저것 1년 후의 계획을 하면서 차창 밖을 보니 돌아가는 길의 절반도 안 왔는데, 해가 지고 억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몽고에서 비는 좋은 징조로 여기지만, 빗물에 길이 여기저기 파손되어 또 가는 여정이 평탄치 않겠구나 하는 걱정에 졸음이 싹 가신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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