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1정태인/새사연 원장

 

요즘 어느 주제든지 내 강연은 만화 하나로 시작한다. 가운데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 있다. “1%”라는 글씨가 박힌 모자를 쓴, 뱃살 두둑한 부자가 그에게 묻는다. “낙수경제학(trickle-down economics)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어떤 마르크시스트, 공산주의자, 리버럴이 당신한테 그런 생각을 심어줬지?” 낙수경제학이란 부자들의 물그릇이 가득 차면 이윽고 그 물이 넘쳐 흘러 가난한 사람들도 잘살게 될 거라는 얘기다. 한마디로 “우선 파이를 키우자”는 성장론자들의 주장이다. 미소를 머금은 교황은 왼손 엄지로 뒷사람을 가리킨다. 거기 후광이 빛나는 한 사람이 서 있다. 바로 예수다. 실제로 교황은 작년 11월에 발표한 <복음의 기쁨>, 2장에서 낙수경제학을 강하게 비판했다. “규제 없는 자본주의는 독재”라고 단언했다. 

 

지난 24일 최 부총리는 새 경제정책팀의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거시정책을 확장적으로 운용하겠다”고 공언했다. 기금에서 대출을 일으켜 8조5000억원을 공급하고 정책금융을 10조원 늘리는 등 부채로 총 41조원에 이르는 돈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나도 확대정책에 찬성한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6% 증가했을 뿐이다. 소비가 0.3% 감소한 탓이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도 6월에 비해 2포인트 하락했다. 

문제는 어떻게 돈을 모아 어디에 쓰는가이다. 언론이 특히 주목한 것은 “가처분소득의 증대”를 위해 기업의 이익을 가계로 흘려보내는 ‘패키지 정책’이다. 첫째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로 최근 3년 평균임금 상승률을 초과하는 임금을 올린 기업에 초과분의 10%(대기업은 5%)를 세액공제해주겠다는 것이다. 기업의 임금 인상분 중 일부를 국민의 세금으로 보조하겠다는 얘기다. 대체로 노조가 강한 대기업의 노동자가 대상이 될 텐데 그 액수도 기껏 1000억원에 머무를 것이란다. 두 번째는 기업 이익을 일정 수준 이상 인건비나 투자에 사용하지 않는 경우 기업소득 환류세를 물리기로 했다. 기업의 반발에 대해 최 부총리는 그동안 내려준 법인세 이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세 번째는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기 위한 배당소득 증대세제이다. 이 돈은 물론 금융 자산가들에게 돌아가는 몫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지원과 비정규직 관련 대책도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의 발표는 10월로 미뤄졌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완화, 그리고 주택공급 규칙 전면 재검토, 재건축·재개발 규제 개선 등이다. 주택의 수요와 공급을 동시에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규제완화의 시범을 주택부문에서 먼저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5조7000억원에 이르는 평택~부여고속도로,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도 덧붙었다.

 

즉 그의 내수 확대란 건설붐을 일으키겠다는 것이고 소득의 증대는 주로 상층의 호주머니로 향한다. 기업이건 가계건 빚이 늘어날 것이다. 과거의 수출주도에 부채주도 성장정책을 덧붙였을 뿐, 그는 낙수경제학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교황의 말이라고 모두 옳은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세계를 풍미했던 낙수경제학은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면서 성장은커녕 현재의 장기 침체를 초래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가 그랬듯이 최경환의 ‘가계소득 증대’도 “줄푸세”=“규제 없는 자본주의” 위에 발라놓은 설탕옷일 뿐이다. 8월에 한국에 오는 교황이 이 내용을 안다면 대통령에게 여러 의미로 “독재”를 언급하지 않을까?

 


 

 * 본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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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4정태인/새사연 원장
안녕하세요? 경제의 맥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각 언론은 실세 부총리가 박근혜 정부 제2기 정책기조를 어떻게 세울지에 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경환 부총리의 '킹핀'?

7월 10일 자 <주간프레시안뷰>에서 짚어 드린 대로 최경환 부총리의 경제정책 기조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의한 내수 확대입니다. 두 번째로 추가된 것이 기업의 현금유보를 시장으로 끌어내겠다는 것이죠. 가장 획기적인 것은 스스로 '정책 대전환'이라고 부른 일견 '소득 주도 성장'으로 보이는 정책이었습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등 가계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거죠.   



 

 

우선, 부동산 경기활성화에 관한 최경환 신임 부총리의 일성은 "LTV·DTI의 업권·지역별 차등을 조정하겠다"는 것입니다. 지역과 금융업권에 따라 다르게 책정돼온 LTV를 일괄적으로 70퍼센트(%)로 늘려주고 DTI도 서울지역을 60%로 상향 조정하는 정책이 곧 나올 겁니다.  

"빚내서 집 사라"는 이 정책이 가계부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즉, 최경환 팀은 가계부채라는 '거시건전성' 문제를 무시하고 있는 겁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경향신문>의 보도가 눈길을 끕니다. LTV·DTI 규제 완화 때문에 전세금 회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규제완화를 해도 집값이 계속 하락한다면 집주인들은 집을 팔아서 은행 빚을 갚을 수밖에 없는데, 전세값이 워낙 오른 상태라서 빚을 갚고 난 뒤 전세 보증금을 온전히 돌려줄 수 없는 '깡통 전세'가 속출할 수 있다는 거죠. 

즉, 금융 규제완화에 대해서 일반 시민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해도 집주인들의 행동에 따라 전세보증금을 떼일 수 있는 처지로 몰릴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기사에는 생략되어 있습니다만, 금융 규제완화는 전셋값이 오르는 걸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빚내서 전세금 내라"라는 얘기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도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결국 전세보증금을 떼이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전세를 들 때는 집주인의 재무 상태도 확인해 봐야 하는 시절이 된 겁니다.  


두 번째, 기업의 현금유보와 관련해서는 아직 최 부총리가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만 <조선일보> 17일 자 1면 '10大기업 곳간에 104兆 쌓여있다'라는 기사가 눈길을 끕니다. 두 번째라면 서러워 할 만한 친재벌 성향의 언론으로선 파격이 아닐 수 없으니까요.  


이 신문의 기획 시리즈 '한국경제, 골든타임이 지나간다'를 살펴보면 최경환 팀의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상·중·하 세 번으로 예정되어 있는 이 시리즈의 첫 번째 기사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였습니다. 그런데 16일 자 두 번째 기사는 '킹핀(kingpin 핵심 목표, 원래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등장인물이죠^^)'이라면서 첫째 "부동산을 살려라", 둘째 "기업이 쌓아 둔 자금을 투자·배당으로 끌어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획 중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경제전문가의 면면을 보면, 전 부총리(강만수·강봉균·권오규) 등 전직 경제관료들, 그리고 관변 경제학자들 간에 일정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 내용에서 사내유보금을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금 중 정부에 낸 세금과 주주에게 돌아가는 배당을 제외하고 기업 안에 쌓아두는 돈"이라고 규정해서 그 규모를 지난해 6월 말 기준 477조 원이라고 주장한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사내유보금에는 설비투자에 쓰인 돈도 포함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최근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0'에 가까운 걸 보면, 사내유보금 대부분이 현금으로 쌓여 있으리라 짐작할 수 있겠죠. 

이 돈을 어떻게 투자로 이어지게 할까요?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전 기재부 차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서울 시내에 호텔이 들어오도록 해 주든지, 영종도에 카지노를 제대로 되게 해 주든지, 제주도에 중국인 병원이 들어오게 하든지, 케이블카를 설악산에 놓도록 해 주든지 뭐라도 하나 해야 한다." 즉, 온갖 규제완화를 통해서 대기업들이 가지고 있는 돈이 풀려 나오게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최경환 부총리가 청문회에서는 기업의 현금 유보를 임금 인상에 사용할 수 있다고도 말했습니다만, 신문은 배당으로 끌어내는 것만 언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이 배당에 인색한 건 사실입니다. 해서 우리의 전문가들은 배당수익률을 높여서 기업이 가진 돈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기사에 따르면, 배당수익률을 1%포인트 높이면 외국인 주주들이 가져가는 몫(34%)를 빼고도 약 8조 원이 국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고 합니다. 물론 일반 시민의 몫은 극히 미미할 것이고 자산가들의 수입이 늘어나겠죠.  

즉, 최경환 부총리의 두 번째 무기인 '기업 자금 끌어내기'도 결국 '규제완화=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일환인 셈이고, 이에 덧붙여 배당을 늘려서 자산가들의 소비를 유도하자는 얘깁니다. 

여기에는 최 부총리가 '정책 대전환'이라고 부른 세 번째의 무기, 임금인상과 사회적 대타협에 관해서는 한 마디도 없습니다. 지난주에 말씀드린 대로, 이 세 번째 무기는 '소득주도 성장'이라고 할 만합니다만, 최 부총리는 아직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폐기한 '경제민주화'를 과연 실세 부총리가 되살릴까요? 이명박 정부 시절에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이 '거시건전성 규제 3종 세트'를 도입한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질까요? 

경제학자들의 불길한 예언 

제가 누누이 말씀드린 대로,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장기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가계의 부채가 누적되면 언제든 이 침체는 위기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한 톨의 모래에 의해서도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경향신문>에 '재벌개혁론자'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나란히 경제위기론을 실었습니다. 


전성인 교수는 '제2의 IMF 외환위기'라는 자극적인 용어까지 사용해서 1997년 상황과 지금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화 절상이 일어나고 있는 사실, 두 번째, 삼성·현대를 뺀 나머지 기업들이 부도 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사실, 세 번째, 1997년 위기 때와 달리 가계부채와 공공부문 부채가 쌓이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따라서 기업과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부실을 은행으로 모은 뒤 통화증발(즉, 인플레이션)과 세금을 투입하는 방안(즉, 공적자금 투입)을 제시했습니다. 

김상조 교수의 글 제목은 '재벌도 양극화되고 있다'입니다. 범 4대 재벌을 제외한 나머지 그룹의 절반 정도가 부실(징후) 상태에 있다는 겁니다. "이미 5개 그룹은 워크아웃·법정관리 등의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또한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수익성이 저조한 부실징후 그룹이 10개나 된다. 더구나 (5개 구조조정 그룹을 제외한) 부실징후 그룹의 숫자가 2010년 2개 → 2011년 5개 → 2012년 10개로 빠르게 늘어났다"는 겁니다. 

따라서 정부는 4대 재벌로의 경제력집중을 막는 동시에 부실(징후)그룹의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하는데, 이는 공정거래법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김 교수는 상법을 개정해서 기업 구조조정의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시점이 언제일지, 외환위기로까지 발전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침체 속에서 언제 위기가 터질지 모른다는 점에 관해서는 저도 두 교수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두 교수는 미시적인 기업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더불어서 거시적인 정책도 필요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돈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돈이 흘러야만(당연히 정부가 해야 합니다), 경제가 급전직하(急轉直下)하는 걸 조금이라도 막을 수 있을 테니까요. 

바로 '소득 주도 성장', 최경환 부총리의 세 번째 무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최 부총리는 과연 그런 정책을 구체화할 수 있을까요? 예상 적중률에 신경을 쓰는 '예언가'라면 당연히 '아니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지만, 서민들이 겪어야 할 고통을 생각한다면 억지로라도 '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본 글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칼럼지인 <프레시안 뷰>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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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1정태인/새사연 원장
안녕하세요? 경제의 흐름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요즘 정치 돌아가는 꼴은 박근혜 대통령의 삶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구중궁궐에 살다가 스스로 택한 오랜 유배를 거쳐서 그런가요? 어쩌면 이런 사람들만 골라내서 국민들을 고문하는 걸까요? 

박 대통령은 인격적으로는 문제가 많아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능력이 더 문제가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입니다. 우선 우리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부터 짚어 볼까요? 

최 후보자는 7월 8일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경기에 대해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는다"고 진단했습니다. 한 마디로 안 좋다는 거죠.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3년 내내 사용하던 '완만한 경기 개선' 대신 '경기 회복세 부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기존 4.1%(신 기준, 연구개발투자도 한은 국민계정 투자항목에 새롭게 집어넣어 3.9% 전망에서 0.2%p 올라갔죠)에서 3.5∼3.7% 정도로 상당 폭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 후보자는 '세월호 사고 여파와 세계경기침체'를 이유로 들었지만, <프레시안>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듯 전망 자체가 그릇된 것이었습니다.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가계의 소비 증가율 전망이 과장되어 있었던 겁니다. 1분기 경제성장율(GDP 증가율)은 0.9%지만 국민소득(GNI) 증가율은 0.5%에 머물렀고 가계부채는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니 소비가 증가할 리 만무합니다. 
 
그런데 새삼 경기회복 대신 침체를 들고 나온 이유는 뭘까요? 최경환 후보자가 대한민국 경제호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진보 성향으로 볼 수 있는 세 신문의 보도는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한겨레>는 최경환 후보자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사회적 대타협'과 '가계소득 증대'에 나설 방침임을 밝히면서, 정부 경제정책이 기존의 '수출·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썼는데요. 

그 동안 경제정책의 기조에 비춰 보면 이 정도만 돼도 획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최 후보자 스스로도 "향후 경제정책의 방점을 가처분소득 증대에 두겠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지금까지 소위 보수 정당에서 추진해온 정책의 변화를 제가 시사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지금까지 대기업의 수출과 투자에만 목을 매단 것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투자와 배당, 임금 분배 등을 통해서 가계소득으로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지 않고는 구조적인 내수 부진이나 축소지향적인 성장 프로세스를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구체적으로 사내유보에 대해 벌금을 물린다든가,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겠죠.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기존 기구는 물론 박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한 '국민대타협 위원회'를 새로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고 철도 파업 때 민주노총에 경찰을 투입하고, 최저임금을 찔끔 올리는 등 '줄푸세'의 '세'를 군대처럼 밀어붙이는 이 정부가 대타협에 나선다는 걸 믿을 수 있을까요?

<경향신문>은 정반대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부총리를 지낸 강만수 장관과 꼭 닮은꼴이라는 거죠. 최 후보자는 "어느 나라든지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종)을 다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을 포기한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는 또 "한국은행 총재와 끊임없이 만나 경제 인식의 간극을 좁혀 나가겠다"며 사실상 금리 인하를 시사했는데 이는 "한은이 반대하면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한 현오석 경제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정부의 적극적 경기 진작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최 후보자는 "지금 경제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내년 다소간 적자예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는데요. 금년 추경은 불가능하더라도 내년에 적자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얘기죠. 하지만 '줄푸세'의 '줄'은 세금을 줄인다는 것이니 증세를 하지는 못할 겁니다. 

읽기에 따라 사뭇 달라 보이는 두 신문의 논조를 종합하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모든 수를 다 동원해서라도 성장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겁니다. 수출은 수출대로, 내수는 내수대로 진작하겠다는 거죠. 하지만 수출은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미국이 절상을 요구하고 있고 경상수지도 계속 흑자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내수 쪽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그가 과연 임금을 올리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 그리고 사회적 경제를 키우는 것, 즉 경제민주화를 시행할까요? 불행하게도 그의 사전에는 '경제민주화' 대신 '줄푸세'가 있을 뿐입니다. 

그럼 내수에 무엇이 남을까요? 바로 부동산입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최 후보자는 한국의 부동산 값이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용한 통계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 자체가 속마음을 제대로 보여 주는 것이죠. 

대표적인 시장론자인 서승환 국토부 장관과 최경환 부총리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직도 남아 있는 마지막 규제인 LTV와 DTI를 풀겠죠. '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겁니다. 이제 증세 없이 재정적자를 메꾸는 방법도 여기서 나옵니다. '푸=민영화'죠. 공기업 자산을 팔면 되는 겁니다. 

<한겨레>의 은근한 기대와는 달리 최 후보자는 '줄푸세'의 화신이라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겁니다. 다만 소비 진작을 위해 대기업의 배당을 늘리겠다는 것만 추가된 것이고(이 또한 자산가들을 위한 정책이죠), 어디까지나 초점은 부동산 투기에 있는 거죠. 

OECD는 2010년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회원국 중 4위이고 2050년에는 3위로 올라설 전망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최 후보자의 경제정책은 이 순위를 훨씬 빨리 끌어올릴 겁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제시하긴 했지만, 실은 모든 정책이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까요. 최경환 선장이 모는 '대한민국 호'는 '분배'라는 평형수를 모두 빼 버렸으니, 이제 곧 '세월호' 신세가 될 겁니다. 

<매경이코노미>가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부의 불평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85%가 "우리나라 부의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92.4%의 국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의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최 후보자와 정부는 '줄푸세'를 통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 주위에는 시장만능론자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들이 모여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대해 퍼부은 헛소리는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단 노약자나 고혈압이 있으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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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8정태인/새사연 원장

 

일본의 집단 자위권과 TPP(환태평양 협력협정)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긴 하지만, 동아시아가 또 격랑에 흔들리고 있습니다. 7월 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각에서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결정, 즉 '해석 개헌'을 단행했기 때문이죠. 이는 일본이 패전 후 69년 동안 지켜온 '전수방위 원칙'(공격은 하지 않고 방어만 한다는 원칙)을 포기하고 외국의 무력 분쟁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실상 '해석 개헌'(일본의 참전을 금지한 현행 '평화 헌법'의 재해석을 통한 사실상의 개헌)을 통해 '금단의 선'을 넘었기 때문에 앞으로 일본 정부의 판단에 따라 얼마든지 군사적 역할을 확대할 수 있게 된 거죠. 

문제는 미국이 쌍수를 들어 환영을 표했다는 점입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1일(현지시각) 별도 성명까지 내어 "집단 자위권과 관련한 일본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한다"며 "이는 일본 자위대의 보다 광범위한 작전 참가를 가능하게 하고 미·일 동맹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전향적인 결정을 매우 환영한다"며 "미·일 동맹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추가 협력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죠.

미국의 '아시아로의 귀환'(pivot to Asia) 전략과 일본의 '집단 자위권'이 만난 겁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미국으로선 일본이야말로 대신 돈 내주겠다는 든든한 '동맹'인 셈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얻은 것은 과연 이뿐이었을까요? 제가 보기엔 아닙니다. 미국이 얻을 가장 큰 과실은 TPP 체결입니다.  

그동안 미국의 대(代) 통상전략은 일관되게 미국이 배제된 지역협정에 대한 반대였습니다. 이를 위해 미국이 포함되지 않은 지역협정, 즉 중국이 제안한 ASEAN+3(한·중·일), 일본이 제안한 ASEAN+6에 반대하고, 대신 2006년에 당시 부시 대통령 FTAAP(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를 제안했죠. 물론 이 제안은 당시로선 맞불의 성격이었지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태평양 연안의 작은 나라들의 통상협정이었던 TPP(초기에는 P4로 불리는 칠레·브루나이·싱가포르·뉴질랜드가 추진)에 2008년 미국이 참여를 선언하면서 TPP는 FTAAP로 이행하는 통로로 인식됩니다. 이 협상이 결정적인 추동력을 얻은 것은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이어 일본이 TPP 참여를 선언하면서부터입니다. 이제 한국과 중국도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게 된 거죠. 

농업이나 서비스업계의 반대로 아시아 FTA에 대해서 소극적이었던 일본이 전격적으로 참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보기엔 두 가지 동력이 작용했습니다. 첫 번째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로의 귀환' 선언이고, 두 번째는 중국의 외교군사적 오류였습니다. 중국은 2010년 들면서 베트남·일본·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 연이어서 영토 분쟁을 일으킵니다. 

2008년 이후 과거의 외교전략이었던 '도광양회'(韜光養晦, 몸을 낮추고 실력을 기른다)를 완전히 던져버린 중국의 패권주의에 위협을 느낀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으로 달려갔죠. 일본만 끌어들이면 미국의 경제적 '대중봉쇄(또는 중국의 편입)'은 성공 일보 직전까지 온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이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개혁의 세 번째 화살로 '개방과 자유화'를 들고 나온 겁니다. 이번 집단 자위권 행사 결정, 그리고 미국의 도를 넘어선 환영이 TPP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을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미국의 TPP는 한미 FTA의 '황금 표준'을 넘어선 '플래티넘 표준'으로 알려져 아시아 국가들이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한미 FTA의 지적재산권·서비스·투자 분야가 더 강화된 협정을 의미하니까요. 문제의 투자자국가제소권도 더 강한 형태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플래티넘 표준'이 관철되지 않은 채 미국의 제조업에 조금이라도 해가 될 것 같으면, 미국 의회 또한 비준을 하지 않겠다고 위협할 것이기 때문에 이 협상은 앞으로도 난항을 거듭할 겁니다.  


TPP와 한중 FTA, 그리고 우리의 전략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번 시진핑의 방한에서 한중 FTA가 급진전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중국의 외교 전략, 특히 FTA 전략은 실용주의, 점진주의, 다양성으로 특징지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국은 FTA에서 '조기 성과 프로그램'(Early Harvest Program, EHP)'을 설정합니다. 즉, 양국이 즉각 이익을 볼 수 있는 분야부터 먼저 협약을 체결하고 이후 새로운 이슈나 갈등 이슈로 확대해 나가는 방식이죠. 

이런 전략으로 인해 중국의 FTA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홍콩이나 마카오 등 중국 체제 내에 있는 국가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개방했고 싱가포르 등 선진경제권이 FTA를 요구한 경우에는 미래의 최혜국대우(MFN). 투자자국가제소권(ISD), 지적재산권 분야가 포함된 높은 수준의 FTA를 체결했습니다. 따라서 한국이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에는 미국식 FTA의 일부가 포함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싱가포르와 달리, 한국이나 일본처럼 경제규모가 큰 나라에도 싱가포르 방식을 적용할지는 의문입니다. 


일본이 미국의 동맹으로서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이 한국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한국이 지적재산권·서비스·투자 부문의 강한 개방과 독조조항을 요구하지만 않는다면, 중국의 제조업과 한국의 농업을 동시에 보호하는 FTA에 합의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나아가서 미국식 FTA, TPP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홍콩, 마카오와 맺은 FTA처럼 상대 국가의 시장 공략보다 각국 국민의 이익이 되는 협력 프로그램 위주로 틀을 짜야 한다고 중국을 설득해야 합니다. 실로 동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죠. 

우선 현재의 FTA 의제 외에 동아시아 공동의 금융과 거시정책, 역내 수요 확대 등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통화협력, 에너지-환경-식량 협력, IT 협력, 철도-가스파이프 협력 등 다양한 동아시아 협력 의제를 중국·북한·아세안·일본 등에 제시해 포괄적인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다듬어 나가야 합니다. 물론 각국은 이 구상이 구체화함에 따라 FTA를 개정하거나 폐기하여야 하겠죠. 특히 한국이 중국, 일본과 동일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한·중 FTA / 한·중·일 FTA는 이런 새로운 전략적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현재 각국의 외교부나 경제부처들이 자연스럽게 이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해 보입니다. 한국과 일본 정부는 지나치게 시장만능의 사고에 물들어 있고, 중국 정부는 미국을 견제한다는 명복으로 패권을 지향하고 있죠. 결국은 세 나라의 시민사회가 나서서 동아시아 공동체로 나아가는 협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겠죠.  

국회와 시민사회는 장기적 전망에서 과연 현재 박근혜 정부의 외교통상전략 전체가 과연 올바른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한·중 FTA 협상, 한·중·일 FTA 협상, 또는 TPP 참여는 외교안보전략까지 포괄하는 동아시아 전략이 국회에서 수립되고 국민들의 동의를 얻은 뒤 추진하는 것이 옳습니다. 시민사회는 조속한 시일 내에 중국의 지식인(시민단체) 그룹과 함께 동아시아 공동체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겁니다. 이를 통해 한국과 중국 정부, 나아가서 일본 정부에 공통의 압력을 가하지 않고서는 동아시아가 군사적·경제적 분쟁의 장으로 갈 가능성이 너무나 높아졌습니다. 우리가 무능한 정부를 뽑았으니,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은 한층 무거워졌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불행하게도 0%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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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6.30정태인/새사연 원장

 

 

피케티 열풍은 한국에도 상륙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16일 피케티 비율 중 하나인 β(=W/Y, 민간 순자산의 가치를 국민소득으로 나눈 값) 자료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부의 불평등과 관련한) 논의가 합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숫자를 만드는 우리가 시계열 자료를 만들어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은 그 얼마나 반가운가? 모름지기 통계기관이란 이래야 한다. 한은과 통계청이 5월14일에 발표한 ‘국민대차대조표 공동개발 결과(잠정)’의 부록을 이용하면 2000년에서 2012년까지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한국의 β값을 계산할 수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2000년에 5.8(또는 580%)이었던 β는 2012년 7.5까지 치솟았다. 2000년에 5.8을 넘은 선진국은 일본밖에 없었고 2008년경부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가 되었다. 즉 자산의 수익률(r)이 비슷하다면(우리의 계산에 따르면 한국의 수익률은 선진국 평균보다 더 높다) 국민소득에서 자산가가 가져가는 몫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얘기다. 피케티의 300년에 이르는 장기 통계에서도 β가 7을 넘긴 것은 프랑스의 벨에이포크 시대(19세기 중후반, 즉 ‘레미제라블’의 시대)가 유일하다. 

피케티에 따르면 세계(유럽과 미국)의 β는 191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만 2와 3 사이에 있었고 그 이후에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즉 두 번의 전쟁과 대공황, 그리고 강력한 재분배정책이 시행되는 동안만 자산의 몫이 줄어들었던 것이다. 한국은 어땠을까? 

한국 역시 해방 후 일본인 재산(적산)의 몰수, 뒤이은 농지개혁과 6·25전쟁으로 1950년대엔 β가 대단히 낮았을 것이다. 최근 발표된 우대형 교수의 연구(‘한국 경제성장의 역사적 기원’)에 따르면 1960년대 초 한국의 토지지니계수는 식민지에서 해방된 42개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또 중위소득(즉 제일 가난한 사람부터 부자까지 일렬로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소득) 비중은 47개국 중 가장 높았다. 즉 자산으로 보나 소득으로 보나 우리나라는 구식민지 국가 중 가장 평등했다(선진국들을 포함해도 가장 평등했을 것이다). 

나는 196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 한국의 고도성장에 지주계급의 소멸과 교육이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한다. 1950년대 우리보다 훨씬 잘살았던 동남아와 중남미에선 대지주계급이 산업자본과 금융자본까지 모두 장악했지만 한국은 신흥 자본가계급이 생겨났고 금융은 국가가 오랫동안 통제했다. 이런 요인은 이후 이들 나라의 경제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니계수로 보나 우리의 β로 보나 1990년대 중반 이래 한국은 급속하게 불평등한 나라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제 교육은 사회적 이동 통로가 아니라 벽이라는 걸 우리 모두 안다. 이는 곧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훨씬 풍요로워졌는데도 아이들의 미래를 옛날보다 훨씬 더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산과 소득 분배의 개선이다. 나아가 부자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내 아이만은 상위 10%, 나아가서 1%로 올라갈 수 있을 것처럼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면 그럴수록 부자들이 더욱 유리해지는데도 말이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갈수록, 그리고 사교육비가 올라갈수록 피케티가 이름 붙인 ‘세습자본주의’는 더 강화될 것이다. 신분사회가 되면 물론 성장도 문화도 없다.

평등이 장기성장을 추동한다는 것, 현재와 같이 분배가 더 악화되면 아예 성장동력이 꺼져버린다는 게 피케티의 장기통계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다.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그리고 사회적 경제가 바로 그런 개선책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에선 ‘경제혁신’이건 ‘국가개조’건 새로 내거는 슬로건마다 모조리 더 강한 ‘줄푸세’로 귀결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의 경제관이 이를 또 한번 실증한다. “시장에 맡기자”며 현재보다 더 분배를 더 악화시키면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없다. 대한민국 전체를 세월호로 만들 셈인가?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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