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수렁 속에 있는 세계경제

안녕하세요? 경제기사를 읽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오늘은 좀 긴 숨부터 쉬어 볼까요? 2008년 리만브라더스 사태로 세계금융위기가 드러난지 5년이 지났습니다. 인생에서 5년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역사로 따지자면 찰나에 불과하지만 요즘처럼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선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우리도 이듬해, 또 외환위기가 닥치는 거 아닌가 하는 공포에 떨었고, 끝을 모르고 치솟기만 할 것 같던 집값도 수그러들었지만 그 여파로 이젠 빚이 삶을 억누르는 묵지근한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설상가상으로 EU의 재정위기(이것도 사실은 수출주도와 부채주도의 결합이라는 정책기조가 문제였고 금융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다 터진 사태였습니다만)가 터졌죠. 10%의 성장을 거듭하던 중국경제도 이젠 8%를 달성하느냐 마느냐를 넘어서, 뭔가 잘 못되면(이 역시 부동산과 연관된 지방정부의 빚 문제입니다) 세계 경제가 곤두박질 칠지도 모르는 상황이죠. 당연히 우리 수출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요? 스티글리츠가 이 문제에 대해 오랜 만에 입을 열었네요. 1) 미국과 유럽의 어느 누구도 지금 세계가 다시 번영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 나라의 GDP는 위기 전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각각 2500만명 이상으로 실업자가 늘어났다. 2) (국제결제은행 등의) 은행 자본확보율(capital requriement) 요구가 조금 늘어났고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가 일부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거대한 금융기관의 위험 노출에 대해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한다. 3) 약탈적이고 차별적인 대출, 낭비적인 신용카드 사업은 여전하고 은행의 거래수수료는 턱없이 높다, 쉽게 말해서 금융기관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과중한 세금을 매기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4) 금융기관은 여전히 실패하기엔 너무 크고 상호 연관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관리할 수도 없고 그들이 책임질 수도 없다. 5) 은행들은 정부의 공적 자금을 다 갚았다고 자랑하지만 실은 정부로부터 무이자로 대출을 받아 돈놀이한 결과다. 6) 미국과 EU를 합쳐서 이들이 세계에 끼친 손해는 5조 달러가 넘을 텐데 이런 결과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7) 더구나 미국과 EU는 이런 상황에서 경제를 악화시키는 긴축정책을 사용하고 있다. 8) 부자들은 몰라도 보통 사람에게는 물잔이 3/4이나 비어 있는 상태, 즉 여전히 위기이다. 문제를 해결할 정책 전환을 하지 못했으니 앞으로 위기가 다시 닥칠 수 있다는 거죠.

옐렌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 이사장으로 재닛 옐렌이 지명됐습니다. 이미 두 번에 걸쳐 소개해 드렸듯이 오바마 대통령은 내심 로렌스 서머스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학계와, 심지어 월스트리트까지 반대에 나서자 옐렌으로 선회한 겁니다. 옐렌이 지명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연준이 실업 등 전반적인 경제 상황을 고려해서 통화금융정책을 결정하리라는 걸 의미하죠. 따라서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양적 완화 축소정책은 조금 더 뒤로 미뤄지고 강도도 약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앞으로 5년 안에 세계경제 위기가 재발했을 때 이를 해결할 책임을 맡고 있는 5개 자리 중 4개를 여성이 차지할지 모른다고 전망했습니다. 세계경제의 중책 5개 자리는 미국 대통령과 연준 의장,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독일 총리입니다.

2011년부터 IMF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 지난달 총선에서 승리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그리고 재닛 옐렌까지(물론 의회 인준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만) 세 자리는 이미 여성으로 채워졌죠. 여기에 만일 힐러리 클린턴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네 자리를 여성이 차지하게 됩니다. 여성 지도자가 이끄는 세계 경제는 조금 나아질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이들이 극심한 전 세계적 빈부격차에 남성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그리 될 겁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은 여성이 더 뛰어나니까 단순한 희망 사항은 아니죠. 물론 이들이 여성이라고 해도 80년대의 마거릿 대처처럼 행동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교착 국면의 미국, 소비세를 인상한 일본

경제의 흐름을 짚다 보면 경제가 결코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됩니다. 미국 경제는 여전히 의회에 발목 잡혀 있죠. 공화당의 초강경 보수 정파인 티파티 계열의 소장 하원의원 20~40명이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당내 지도부까지 밀어붙여 오바마 의료정책의 무력화를 요구하며 내년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다음 주로 잡혀 있는 정부부채 상한선 인상까지 막는다면 세계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수도 있습니다.

한겨레 정의길 기자의 해설을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merica/605843.html?_fr=mt3

한편 일본에서는 101, 내년 회계 연도(4)부터 소비세를 현재의 5%에서 8%로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소비세 인상은 가장 확실하게 세수를 늘리는 정책이지만, 소비가 줄어들어서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기 때문에 정치적 부담이 아주 큰 정책이기도 하죠. 전 세계에서 소비세(우리로 치면 부가가치세)를 인상하고 살아남은 정권은 없다고 할 정도입니다.

실제로 1997년 하시모토 정부가 당시 3%에서 5%로 소비세를 끌어올린 후 경기는 나빠졌었고 정권을 잃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바 있죠. 그런데도 소비세를 인상한 건 경제와 정치, 양 쪽에 대해서 모두 아베총리의 자신이 넘쳐흐른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실 이미 GDP200%를 넘어선 일본의 국가채무는 장기 금리를 끌어올릴 테고 여차하면 일본의 국가 신인도마저 곤두박질 칠 수 있기 때문에 세수를 늘리든, 아니면 재정지출을 줄이든 어떻게든 채무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경기 위축 가능성에 대한 대응으로 일본 정부가 선택한 것은 늘어난 세금을 저소득층에게 다시 돌려주는 정책입니다. 증액분 약 5조원 중 3조엔은 기초연금 국고부담재원으로 쓰고 나머지 2조엔 정도의 1/4에 해당하는 5,000억엔은 저소득층 보험료 경감 등에 쓸 방침인 거죠. 즉 전 국민 대상으로 간접세인 소비세를 일괄 징수해서 사회복지와 저소득층 보조에 사용하겠다는 거죠.

이런 미일의 상황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단기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미국이 채무상한 인상에 실패한다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더구나 일본의 소비마저 줄어들어 일본 경제가 다시 나빠진다면 우리나라 경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리 없겠죠. 요즘 우리 경기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중국경젠데요. 다음 주에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박대통령의 균형외교?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 박대통령은 TPP 참가에 대해 명시적으로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해서 언론은 이를 균형외교라고 평가합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일단 현명한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TPP는 미국의 아시아 귀환”(Povot to Asia), 즉 중국 봉쇄의 일환입니다. TPP 협상 국가 중 큰 나라와 이미 FTA를 맺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경제적 이익이 별로 없는 우리가 미국의 전략에 적극 동조할 이유는 없겠죠. 우리의 앞날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장 좋은 전략은 양국 사이에서 캐스팅 보우터가 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을 규합하는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박대통령의 이번 행보는 옳은 방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TPP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외신(니혼 게이자이, 유에스 인사이드 트레이드 등)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정부와 청와대는 즉각 부정했지만, 통상법에 규정된 공개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밀실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리 정부의 전통이 된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TPP 참가는 우리의 대동아시아 전략을 내비치는 시금석 역할을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의 뜻을 묻고 이에 따르는 것이 현명할 겁니다.

사기로 판명 난 기초연금 공약

모든 어르신들께 20만원을 드리겠다고 광고했던 박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세계경제의 침체, 재정상의 곤란을 이유로 해서 하위 70%의 노인을 대상으로,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약 포기는 세수부족에 따른 축소가 아니라 처음부터 기획된 사기로 확인되었습니다. 노인 연금을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선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공약이 처음부터 사기였다면,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는 신뢰의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건호 박사의 말을 들어 보시죠.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06164.html


 

*본글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에 기고된 글입니다.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되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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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경제 뉴스를 읽어 드릴 정태인입니다. 지난 달 19일,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든 '버냉키 쇼크'부터 얘기해야겠군요. 미국이 앞으로 양적 완화를 축소할 것이란 발표에 전 세계 주가는 일제히 추락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버냉키가 왜 이런 얘길 발표했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양적 완화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죠. 실업률 6.5% 하한, 인플레이션율 2.5% 상한에 이르기까지는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되풀이했습니다. 지금 미국의 실업률은 7.8% 정도이고, 청년 실업률은 두 배에 이르며 더구나 정규직의 증감으로 본다면 위기 이후 별로 나아진 게 없으니 이런 기조로 봐서 단기간에 위에서 말한 두 목표를 달성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얼마간 회복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UN desa(UN의 경제부서인데 세계금융위기 이후 OECD나 IMF보다 더 나은 예측을 해왔습니다)의 금년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은 1.9%입니다. 작년의 2.2%에도 미치지 못하는 거죠. 더구나 세계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중국의 경제성장률마저 잘해야 7%대에 머물 것이 거의 확실한 지금 미국이 경기회복을 자신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걱정한다는 건 과도한 낙관입니다.

물론 정통 경제학자 버냉키는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 금융정책을 쓰는 게 꺼림칙했겠죠. 더구나 이 정책은 일단 제로금리에 도달한 뒤에는 경제가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바로 케인즈가 말한 유동성 함정의 상황입니다. 우리가 그 옛날 거시경제학적 책에서 봤던 평평한 LM곡선(통화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 주는 이자율과 산출의 조합)의 상황입니다(아래 그림 참조).

이 상황에서 양적완화는 LM곡선을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하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그림에서 수평의 LM 곡선을 아무리 옮겨봐도 균형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 IS곡선(실물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켜 주는 이자율과 산출의 조합)을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면 위 그림이 보여 주듯 바로 GDP가 증가하겠죠. IS-LM 분석을 굳이 여러분께 보여 드리는 이유는 이 그림이 이제 표준 거시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크루그만은 2008년 위기 이후 경제학자들이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이런 분석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탄에 한탄을 거듭한 바 있죠).

물론 시중에 미국 달러가 넘쳐나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고 수출에는 유리하겠죠. 전형적인 '이웃 거지 만들기'(Beggar thy neighbor, 흔히 "근린 궁핍화"라고 번역하죠) 정책입니다. 일본의 아베노믹스 역시 마찬가지인데 이래저래 우리의 수출은 더 어려워질 겁니다.

대외적인 측면을 빼면 지금 미국에 필요한 정책은, 금융시장 안에서 이리 저리 배회하거나 대기업이 투자는 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는 돈(사내 유보)에 세금을 매겨서 가난한 사람이나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하는 일입니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인데 마침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사내유보에 세금을 매기든가 법인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올바른 소리를 했네요. (바로가기 ☞ : 박승 "대기업 유보금 별도 과세해야")

하지만 미국, 그리고 유럽의 보수주의 경제학자와 정치가들은 재정적자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당장 미국 정부는 의회의 결정에 따라 자동 지출삭감(sequestration)에 들어가야 합니다. 금년 나머지 기간만 무려 850억 달러를 줄여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시기에 효과적인 재정지출은 이미 물 건너간 겁니다. 실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죠.

버냉키는 내년 1월에 교체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그런데 이제 내년 1월이면 교체될 게 거의 확실한 그가 세계 경제에 왜 이런 충격을 준 걸까요?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원래 호들갑스럽기 마련인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건 그렇다 쳐도 우리의 언론이 몇 면을 할애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버냉키의 발표를 호의적으로 본다면 자산가격이 부풀어 오르는 데 데 대한 경고겠죠. 반면 한껏 악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임기 내에 자신의 힘을 한번 과시한 데 불과한 걸로도 보입니다. 하여 현재까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 벤 버냉키 Fed 의장. 그는 경제학자로서 '디플레 공황' 전문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폴 크루그먼 교수 등 진보 진영 학자들로부터 Fed 의장의 리더십을 상실햇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버냉키는 어쩌면 커다란 실수로 판명 날, 시답지 않은 짓을 했으며 우리 경제에도 별 영향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일과성 해프닝과 상관없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계속 수렁 속에서 헤맬 것이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중국이 경착륙할 가능성은 계속 점검해야 할 겁니다.

벌써 저한테 허락된 분량이 다 됐지만 한국 얘길 건너뛸 수는 없겠죠? 경기부터 살펴보면 정부가 금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7%로 끌어 올렸다는 게 눈에 띄네요. 작년 9월에 올해 예산 수립의 근거인 2013년 전망치를 4.0%라고 했다가 정부가 출범하면서 반으로 확 내렸다가 또다시 늘리고 가관입니다. 물론 금리를 떨어뜨리고 예산을 대폭 늘렸으니 이 정도 성장률은 달성할 수 있습니다만 2003년에서 2005년 초까지 제가 청와대에 있을 때 경제성장률은 5% 정도였는데 <조선>·<중앙>·<동아>가 나서서 '경포대'(경제를 포기한 대통령)니 뭐니 난리를 쳤던 기억이 떠올라서 씁쓸할 따름입니다.

한편 정부가 야금야금 민영화를 진행하는 데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아니, 당장 나서서 막지 않으면 안 됩니다. 금융위원회가 민영 보험사를 통해서 '노후 의료비 보장보험'이라는 새 상품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는데요. 건강보험이라는 훌륭한 공적 보험을 놔두고 민간보험을 늘리는 건 돈 많은 사람들의 노후만 보장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의사인 김종명 '내가 만든 복지국가' 건강보험하나로 팀장의 글을 보시죠. (바로가기 ☞ : (박근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포기하나)

한편, 내년도 건강보험료는 겨우 1.7% 올렸는데요. 우리 모두 안심하고 노후를 맞으려면 건강보험료를 더 내서라도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길입니다. (바로가기 ☞ : [정동칼럼]건보료를 올려라, 가입자 단체여!)

박근혜 대통령의 '줄푸세'(잊어버리셨나요?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죠?)는 철도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습니다. 26일 국토부는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의 자회사로 운영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KTX 노선을 쪼개서 경쟁체제로 만들면 소비자에게 적자를 줄일 수 있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도 개선될 거라는 얘깁니다. 전형적인 민영화 논리죠. 정부는 이런 비판에 대해서 "민간매각 제한에 동의하는 자금만을 유치하고 이런 내용을 투자약정 및 정관에 명시하는 등 방지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과연 믿을 수 있을까요?

개방, 규제완화, 민영화는 지난 30년간 세계를 풍미했던 철 지난 유행가입니다. 지금 버냉키 쇼크까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를 낳은 원흉이기도 하지요. 박근혜 대통령은 정말 옛날을 사랑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이 취향은 우리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겁니다. 더구나 한미 FTA가 발효된 상태에서 '노후 의료비 보장보험'이나 '수서발 KTX 노선'에 미국 투자가 들어간다면 그다음엔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투자자 국가 제소권을 발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들이 첫발을 내딛기 전에 국민들이 막는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첫 조합원 대상 서비스 <주간 프레시안 뷰> 준비호 1호에 실린 글입니다. 정치, 경제, 국제, 생태, 한반도 등 각 분야의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직접 전하는 뉴스를 보고 싶다면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되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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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2정태인/새사연 원장

나이 들어 그리 된 건지, 아니면 세월이 하수상해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되도록 날을 세우지 않고 살아가기로 한 지 꽤 됐다. 그 결과도 나름대로 괜찮았다. 예를 들어 대선 직전 TV 토론에서 혹시 내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누가 될까, 날을 거두고 공손한 태도로 일관했더니 내가 한 토론 중에는 그나마 나았다는 평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적이지만 훌륭하다”고 감탄하며 더욱 정교하게 반박 논리를 세워야 하는 상황은 이 땅에 좀처럼 없다. 작금의 NLL 논란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국가 기밀을 공개한 것도 문제려니와 문서 어디를 봐도 NLL을 포기한다는 얘긴 나오지 않는다. NLL 논란을 묻어두고 서해에 평화구역을 만들자는 계획에 양 정상이 합의한 것뿐이다. 대선 때 한껏 이용해 먹은 거짓말이 여지없이 탄로났는데도 새누리당과 정부는 후안무치, 요지부동, 적반하장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이다지도 어려운가, 한탄해야 할 일은 또 있다. 국토교통부가 26일 발표한 ‘철도산업 발전방안’이 그것이다. 2015년 개통 예정인 수서발 KTX를 철도공사 출자회사에서 운영하되 철도공사는 30%의 지분을 확보하고 나머지는 연기금 등 공공자금에서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2017년까지 개통할 신규 노선과 적자노선에는 새로운 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2012년 한바탕 논란이 있었던지라 정부는 “공공자금 지분에 대해서는 민간 매각이 되지 않도록… 정관이나 주주협약 등에서 안전장치를 둘 예정”(여형구 국토부 차관)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 말을 100% 존중한다 해도 앞으로 대주주인 연기금이 어떤 이유로든 정관을 개정해서 민간 매각을 하겠다면 무슨 수로 막을 것인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과반수를 국토부가 장악하겠다는 이야기일까? 결국 이번 방안은 황금알을 낳는 흑자노선(철도공사의 노선 중 KTX만 흑자가 난다)과 지방의 적자노선을 모두 민영화하겠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지난 30년 시장 만능주의가 판을 치기 전의 경제학 교과서에는 철도는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돼 있었고 이를 뒤집어 철도 민영화를 행했던 나라들의 결과는 별로 신통치 않다. 정부가 규제하는 기본 요금 외의 이용료가 폭등하고 돈 안되는 지방 노선이 없어졌으며 심지어 철도사고까지 빈번해졌다. 왜 정부는 이제 소음이 돼 버린 철 지난 유행가를 트는 것일까?

 

정부 말대로 철도공사(코레일)가 적자투성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적자노선에 대한 교차보조(시골에도 기차가 하루 한번은 다녀야 할 것 아닌가?), 노선 건설비용의 부담, 낮은 요금 때문이다. 말 그대로 네트워크산업의 공공성 때문에 생긴 적자일 뿐이다. 만일 이 적자가 국토부의 주장대로 공사 운영의 비효율성 때문이라면 그건 전적으로 자기 책임이 아닌가?


이런 공공성 비용을 치르지 않는 민간 자회사는 흑자를 볼 수 있고 정부 주장대로 수서발 KTX 기본 요금은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물론 엉터리 예측으로 악명 높은 교통연구원의 발표대로 20%나 내려가진 않을 것이고 초호화 노선을 만드는 등 부가 요금을 올릴 테지만). 그렇다고 서울발 KTX 기본 요금을 경쟁적으로 따라 내린다면 철도공사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 또다시 민영화 확대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도대체 대기업의 횡재와 국토부 퇴직 공무원들의 일자리 외에 어떤 이익이 있다는 건가?

 

더구나 이 땅에는 한·미 FTA가 발효돼 있다. 수서발 KTX 운영회사의 70% 지분 중 일부를 미국인 투자자가 사들인다면 그 때부터 투자자·국가제소가 가능해진다. 손실은 사회화하고 이익은 사유화하는, 이 엉터리 정책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 NLL과 KTX 논란이 쌍끌이로 이 여름의 수은주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나아가 ‘노후 의료보장 보험’이라는 의료 민영화까지, 도대체 ‘줄푸세’가 아닌 얘기를 이 정부에 기대할 수는 없는 걸까?

 

* 이 글은 경향 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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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6정태인/새사연 원장

지난 주 “버냉키 쇼크”가 전 세계의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앞으로 양적 완화를 축소할 것이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장의 발표에 전 세계 주가는 일제히 추락했다. 하지만 그가 왜 이런 얘길 발표했는지, 그 이유를 찾을수는 없었다. 실제로 19일 미연방준비제도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양적 완화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실업율 6.5% 하한, 인플레이션율 2.5% 상한에 이르기까지는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말도 되풀이했다. 미국의 실업율은 현재 7.8% 정도이고, 단기간에 나아지기는 어렵다.


물론 미국의 경제성장율이 얼마간 회복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UNdesa(세계금융위기 이후 OECD나 IMF보다 더 나은 예측을 해왔다)의 금년 미국 경제성장율 전망은 1.9%로 작년의 2.2%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세계경제의 마지막 버팀목 중국의 경제성장율마저 잘해야 7%대에 머물 것이 거의 확실한 지금 미국 경기회복에 대해 자신하거나 인플레이션을 걱정한다는 건 과도한 낙관이다. 사방이 온통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다.


물론 정통 경제학자 버냉키는 양적 완화라는 비전통적 금융정책을 쓰는 게 꺼림칙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 정책은 일단 제로금리에 도달한 뒤에는 경제가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는 있을지언정 경기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로 유동성 함정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돈을 많이 풀어도 경제주체들이 돈을 쌓아놓고 투자나 소비를 늘리지 않아서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재정정책의 효과가 커진다. 즉, 지금 미국에 필요한 정책은, 금융시장 안에서 이리 저리 배회하거나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돈에 세금을 매겨서 가난한 사람이나 중소기업에 돌아가도록 하는 일이다. 이 점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미국 의회의 결정에 따라 정부 재정은 자동 지출삭감(sequestration)에 들어가며 당장 금년 나머지 기간 동안 무려 850억 달러를 줄여야 한다. 현재와 같은 시기에 효과적인 재정지출은 이미 물 건너 간 것이다. 실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이다.


버냉키는 내년 1월에 교체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 임기 말에 세계 경제에 왜 이런 충격을 준 것일까? 더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원래 호들갑스럽기 마련인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건 그렇다 쳐도 우리의 언론이 몇 면을 할애하면서도 그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버냉키의 발표를 호의적으로 본다면 자산가격이 부풀어 오르는 데 데 대한 경고이며, 한껏 악의적으로 해석한다면 임기 내에 자신의 힘을 한번 과시한 데 불과하다.


하여 결론은 이렇다. 버냉키는 어쩌면 커다란 실수로 판명날, 시덥지 않은 짓을 했으며 우리 경제에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또 이런 일과성 해프닝과 상관없이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가 계속 수렁 속에서 헤맬 것이라는 사실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양적완화 :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시중에 통화를 직접 공급하는 정책, 중앙은행이 직접 돈을 풀어 국채를 발행하거나 자산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양적완화가 시행되면 그 국가의 통화가치는 하락하게 되어 수출경쟁력은 올라가지만 원재 가격이 상승해 물가가 상승한다. 양적 완화는 다른 나라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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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27정태인/새사연 원장

태어난 지 1년 남짓한 그야말로 갓난쟁이와 어른 원숭이 중 어느 쪽이 더 남을 잘 도울까? 어쩌면 둘 다 ‘유인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 두 개체 앞에서 한 어른이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종이 더미를 스테이플러로 묶는 단조로운 작업이다. 방에서 나갔던 어른이 종이 뭉치를 들고 다시 돌아와서 스테이플러를 찾으려 두리번거린다. 두 ‘유인원’은 스테이플러가 탁자 밑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안다. 누가 어른에게 스테이플러 위치를 더 잘 알려줄까? 놀랍게도 우리 아가들이다.

 

저명한 심리학자 토마셀로 등이 2006년에 한 이 실험에서 한살 아가 24명 중 22명이 손가락으로 어른들에게 위치를 알려주었다. 원숭이도 그런 행동을 하기는 하지만 그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때만(자기에게 이익이 되거나 당위적인 이유가 있을 때) 그랬다. 돕기, 알려주기, 공유 등 이타적 행위에 관한 각종 실험에서 우리의 아가들은 침팬지나 원숭이보다 훨씬 뛰어났다. 이런 행위에 보상을 한다고 해서 아가들이 더 열심히 남을 돕는 것도 아니고 때로는 역효과를 낳았다.

 

교육과 같은 사회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은 아가들도 협동할 줄 안다. 말하자면 인간은 협동의 유전자를 타고 태어난 것이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아니다. 생존경쟁의 운명을 인간이라고 해서 어찌 벗어날 것인가? 하지만 생물학적으로 봐서 어디 하나 잘난 것이 없는 인간은 무려 100만년 동안의 수렵채취 시대에 맹수들의 습격, 혹독한 기후변화, 굶주림을 이겨냈다. 오로지 인간만이 수십명에서 수백명 단위의 집단을 이뤄 성공적으로 협동을 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위대한 성공이었는지 이제 인간 스스로 기후변화를 만들어내 지구를 위협하기에 이르렀을 정도다. 이런 진화의 역사가 인간 유전자에 알알이 박혀 있다고 추론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뇌경제학(neuroeconomics) 실험은 인간이 서로 돕거나 불공정한 인간을 응징할 때 쾌락(비물질적 효용)을 느낀다는 것을 밝혔다. 인간은 생물학자 노바크(Nowak)의 표현대로 가히 ‘초협력자’이다.

 

낮에는 보육원 아이를 돌보고 밤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털모자를 짜는 우리 아내 ‘차 여사’가 느끼는 행복은 어쩌면 인간의 이런 본성을 되찾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렇다면 끝없는 경쟁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절망은 그 본성을 거스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오죽하면 자살률 세계 1위일까? 만일 경쟁의 장으로 느껴지는 직장에서 거꾸로 협동의 기쁨을 매 순간 누릴 수 있다면 어떨까? 사회적 경제가 바로 그곳이다.

 

사회적 경제는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인류 집단 생존의 터전이었다. 농경시대에는 두레나 품앗이, 계가 있었고 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사회적 경제 형태가 협동조합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의 구성원들이 협동의 규범, 상호성의 규범을 잘 지킬 때만, 즉 진정한 협동을 이룰 때만 효율성(경제적 목표)과 연대(사회적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

 

협동의 규범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그걸 지키고 북돋울 수 있을까? 4주 뒤의 다음 칼럼을 기대하시라.

 

 

* 이 글은 한겨레 신문에 기고된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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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런데

    갓난아이와 아이 원숭이를 비교해서 실험하는 게 맞지 않나요. 글의 요지로 이어지는 부분이고, 정확히 연구를 못봐서 판단은 유보지만 적절한 설명은 있어야 될 것 같은데...

    2013.07.02 17:3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