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9정태인/새사연 원장

 

안녕하세요? 경제 기사를 읽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일주일에 한번 경제의 흐름을 짚어 드리겠다고 했지만, 바다 물길처럼 경제 흐름도 큰 흐름과 작은 흐름이 겹쳐져 있습니다. 커다란 흐름은 보통 저 밑에서 조용히 흐르기 마련이지만, 때론 겉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거꾸로 어떤 흐름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 세상만사가 그 흐름의 반영으로 보일 지도 모릅니다. 해서 아주 엉터리 진단을 할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럴 경우를 경계하면서도 큰 흐름을 짚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합니다.

들롱 교수도 장기침체 선언

"역사로서의 현재"(마르크스 경제학자 폴 스위지(Paul Sweezy)가 한 말)를 구성하는 큰 흐름 중 "장기침체"와 "패권교체"가 요즘 물 위로 떠오르는 일이 유난히 잦습니다. 버클리 대학의 브래드포드 들롱(Bradford DeLong) 교수도 장기침체론의 반열에 이름을 올렸네요.
 

[관련 글] (☞ The Long Short Run)


들롱은 2008년 이전에 대체로 0~2년의 기간에는 케인즈적 단기가, 3~7년이면 고전파적 균형이 들어맞고, 그 이상은 경제성장과 제도의 영역이라고 가르쳤답니다. 그러니까 3년이면 위기로 인한 실업문제는 대충 해결된다는 거죠.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모든 게 달라졌고, 이젠 일본의 상황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즉 지난주에 본 것처럼 현재의 마이너스 이자율 상황이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는 겁니다. 이런 장기침체에 대한 진단과 처방으로 1) 글로벌 저축 과잉(버냉키), 2) 글로벌 투자 부족(삭스, 스티글리츠), 3) 5% 인플레이션 타겟(크루그먼), 4)안전자산의 전 세계적 부족(카발레로)을 들고 있습니다. (괄호 안의 대표적 인물은 제가 추가한 겁니다.)

하지만 모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경제학자들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는 얘깁니다. 귀 기울여 들을 만한 저명한 거시경제학자들이 모두 "장기침체"를 선언한 셈입니다.

중국의 새로운 전환?

지난주에 중국의 '3중전회' 결과에 대해 '뜨뜻미지근하다'고 표현했는데요. 뭔가 새로운 사회체제, 국제관계의 방향을 읽어 내기에 그렇다는 얘기였습니다. 하지만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 스티븐 로치(Stephen Roach)의 눈에는 이번 대회가 중요한 전기로 보이는 모양입니다. 주요 자원 배분에서 가격이 "결정적" 역할을 하게 한다는 3중전회의 선언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는 거죠.


[관련 글] (☞ Bringing the Chinese Consumer to Life) 


예컨대 국유기업 이익의 30%(연 4000억 달러!)를 사회안전망으로 돌리겠다는 것은 빈약한 건강보험, 퇴직연금을 보충해서 중국인의 소비-저축 패턴을 바꿀 겁니다. 과거에는 사회복지가 부족해서 중국인들이 '과도한' 저축을 했지만 이제 소비를 늘릴 수 있게 되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서서히 투자-생산 주도 경제에서 소비주도 경제로 바뀔 것이고 중국의 거대한 경상수지 흑자도 줄어들겠죠.

리더십에 대해서도 낙관적인데요. 1) 지도부에서 테크노크라트의 약화(이공계 출신이 2002년 72%에서 현재 15%로), 2) 개혁중앙지도집단(소위)의 창설, 3) 시진핑의 신속한 당 장악을 들고 있습니다.

중국이 내수주도경제로 전환하는 것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를 위해서도 올바른 방향입니다. 이런 전환이 세계의 미래 모델, 동아시아 세력균형, 동아시아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좀 더 들여다봐야겠습니다.

TPP는 동아시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은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경쟁, 특히 동아시아의 세력균형을 뒤흔들만한 사건입니다. 이미 2006년에 조지프 나이(Joseph Nye)는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으로 군사동맹과 함께 FTA에 의한 미국적 가치의 확산을 든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 [기로에 선 한국 통상]TPP는 미국 주도 '중국 고립' 전략… 한국,   관심 표명으로 중국 자극 우려)



그런 의미에서 위 기사의 지적대로, TPP는 미국의 "아시아 선회(Pivot to Asia)", 중국 포위 전략의 경제판이라고 할 만합니다. 원래 TPP는 2005년 뉴질랜드,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 태평양 연안 네 개의 작은 나라들이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2008년 미국이 이 협정을 아시아태평양 거대 FTA의 장으로 삼으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죠. 그 해에 호주와 페루가 협상에 합류했고, 2010년에는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그리고 2012년에 일본과 멕시코·캐나다가 참여하면서 12개국이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미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으로선 먼 산 바라보듯 하고 있었지만, 일본이 참여하면서 그림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은 일본과 10년 이상 FTA 협상을 하고 있지만, 현대·기아 등 자동차 산업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지금 한국이 TPP에 들어가는 건 경제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FTA가 무역이나 투자에 대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다만 미국식 FTA는 지적재산권, 서비스, 투자 등 국내 제도를 바꾸고 국가의 규제나 소유를 강화하는 쪽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FTA가 발효되면서 우리 국내 법은 이미 미국식 지적재산권이나 서비스 산업규제, 그리고 투자규범에 맞춰서 변경되었습니다. 해서 '이미 버린 몸'이라고나 할까요? 이 점에선 TPP에 들어간다 해도 큰 변화는 없겠죠. 다만 자동차 업계의 두려움, 그리고 쌀 등 농산물 추가 개방이 문제가 됩니다.



▲ 지난 15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TPP 공청회에서 TPP 반대 시위를 벌이는 농민들. '대통령 외교놀음에 농민들은 죽어간다'는 문구를 한 농민이 들고 있다. ⓒ한농연

 


문제는 TPP의 외교·안보적 측면입니다. 세계의 세력판도를 뒤흔드는 중미 관계에선 다음 두 가지 상황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1) 중국이 두려워하는 건 미국에 의한 군사-경제 봉쇄다.
2) 미국이 두려워하는 건 중국 주도의 대미 배타적 블록이다.

그런데 지금 TPP와 군사적 힘겨루기가 동시에 동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죠. TPP는 명백하게 1)을 건드립니다. 중국이 할 수 있는 건 2)의 경제블록을 만드는 건데, 일본이 빠진 FTA나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RECEP)'은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 내에서도 TPP에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중국 정부도 강한 반대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거죠.

하지만 중화권 전문가들은 중국이 단기간에 TPP 참여를 선언할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국유기업 제도 개선, 지적재산권, 투자 조항 등 한미 FTA의 독소조항은 중국 경제에 더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죠.

한중 FTA가 타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이 TPP에 들어가는 것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겁니다. 해서 한국 정부는 서둘러 한중 FTA를 맺으려 할 겁니다. 이쪽에 내줬으니, 그 경쟁자에게도 내줘야 한다는 심리죠.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과 함께 TPP에 가입하는 것을 조건으로, 현재의 한중 FTA를 그 플랫폼(기본 틀)로 만들자고 제안하면 어떨까요? 만일 현재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그리고 협력 프로그램이 한껏 포함된 동아시아판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 경제와 사회에 대한 타격도 한결 줄어들고, 무엇보다도 1)과 2)라는 국제적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러시아도 포함시키면 금상첨화일 테죠.

TPP에 관해선 할 말이 많지만, 앞으로도 몇 개월은 중요한 이슈일 테니 차근차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3분기 경제성장율 3%, 그러나 연간 소비는 1.9% 증가

12월 2일 한국은행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3분기 전년 동기대비(작년 3분기에 비해서) 경제성장률이 3.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분기 1.5%, 2분기 2.3%였으니까 분명히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거죠. 문제는 소비입니다. 대표적인 소비동향 지표인 전국 소매판매지수의 실질 상승률(불변지수 기준)은 2012년 4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2.5%에서 올해 1분기 0.2%로 뚝 떨어졌다가 2분기에 1.1%로 회복되는 듯하더니, 3분기에는 다시 0.7%로 뒷걸음질쳤습니다.

한은이 제시한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는 1.9%로, 성장률 전망치 2.8%보다 0.9%포인트 낮습니다. 내년 전망치에서도 소비는 3% 가까이 증가하는 걸로 상정되어 있습니다만, 소비가 살아날 전망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민간소비 증가율이 성장률을 밑도는 국면은 2008년부터 6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가계부채와 사교육비, 의료비, 집 관련 비용 등 불필요한 지출이 중간층의 소비를 억누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GDP의 50%가량을 차지하는 소비가 계속 줄어든다면 앞으로 수출 증가율이 더 떨어져서 투자가 감소하는 경우, 2~3%의 성장률도 달성하기 힘들어집니다. 다행히 중국이 옆에 있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세계의 거시 경제학자들이 일제히 장기침체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의 반짝 경기도 주식시장의 거품에 이끌린 거라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의 얘기도 흘려들으면 안 되겠죠.

'줄푸세'에 목매는 무능한 정부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에서 우리는 적어도 방향을 제대로 잡은 중국 정부의 모습을 봤는데요. 우리의 박근혜 정부는 어떨까요? 이미 복지 정책을 대폭 후퇴시킨 이 정부는 야심 차게 추진했던 부동산 정책도 철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엉뚱하게 부동산 경기를 일으키겠다고 세워진 정책인 만큼 이런 정책 변화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안도를 해야 할까요?


[관련 기사] (☞ 철저한 시장 외면에 백기 든 '박근혜 부동산 정책')


박근혜 정부의 모든 정책에는 '행복'이라는 낱말이 붙어 있는데요. 원래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던 '행복주택'은 애초에 '철도 유휴부지 등 국공유지에 짓는 임대주택'으로 규정됐었죠. 하지만 철도 유휴부지와 역 근처 공영주차장 및 유수지 등을 모두 긁어모아도 3만 8000가구 공급에 그쳤고, 정부는 아예 행복주택 개념을 바꿔버렸습니다. 행복주택이란 '직장과 주거지역이 가까운 곳에 젊은 층이 사는 저렴한 임대주택'이라고….

출시 이후 단 2건만 판매된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I'도 사실상 폐지되고 은행이 자율적으로 취급하는 틈새상품으로만 명맥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의 1998년 교수 시절 논문을 정책으로 만들었지만, 무능만 증명한 셈이죠. 하지만 집값을 올려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 이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는 정책은 바로 '민영화'입니다. '줄푸세'의 가운데 '푸'에 해당하는 정책입니다. 지난주에는 의료, 철도 민영화에 관한 말씀을 드렸는데 이번엔 가스입니다. 가스 역시 네트워크 산업(전기, 가스, 철도, 우편, 수도 등)에 속합니다.

정부가 민간사업자의 액화천연가스(LNG) 직도입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가스 수급 안정성이 악화되고, 요금도 인상될 거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지부는 12월 2일 국회 앞에서 '실질임금 쟁취 및 가스 민영화 저지를 위한 경고파업' 기자회견을 열고, '도시가스법 개정안'이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할 경우 필수인원을 제외한 모든 인원이 파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낸 '천연가스 직도입 확대가 가스 및 전력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는 "직도입 사업자는 천연가스 가격이 낮은 시기에는 값싼 연료를 도입하겠지만 가격이 오를 때에는 직수입 대신 가스공사를 통해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나는 하층, 신분상승 기대 없다

이런 상황에서 희망을 품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죠. 12월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3년 사회조사'에서 1년 전보다 소득이 '증가했다'는 응답은 16.6%, '동일하다'는 응답은 57.2%, '감소했다'는 응답은 26.1%였습니다. 2011년 조사 때는 '증가했다'는 응답이 18.1%, '동일하다'는 응답이 56.7%, '감소했다'는 응답이 25.2%였으니까 2년 새 상황이 더 나빠진 겁니다.

국민 절반(46.7%)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1988년 처음 조사를 실시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죠. 나아가서 일생 동안 노력하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8.2%로 '없다'는 비율(57.9%)의 절반에 불과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그리도 강조하는 행복은커녕 희망마저 잃은 거죠.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공 비결은 '신분상승의 희망'이었습니다. 해방 이래, 지주(地主)가 없어지고 교육열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거대 지주계급이 생겨나서 평생 일해도 내 집을 가질 희망이 없어지고 교육은 이제 신분상승의 통로가 아니라 벽이 되었으니, 희망을 가질 수 없겠죠. 우리 사회는 정말 위험한 상황에 빠지고 있습니다. 키르케고르(Kierkegaard, 덴마크 철학자)의 말대로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입니다. 그런데도 더 많은 경쟁과 시장을 외치고 있는 이 정부, 나아가서 언론과 지식인들이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겨울 아침입니다.

 


 

*본 글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칼럼지인 <프레시안 뷰>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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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2정태인/새사연 원장

규제 완화와 개방, 그리고 민영화


안녕하세요. 경제기사를 읽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이번 주(11월 마지막 주)는 박근혜 정부의 '줄푸세' 정책이 유독 많네요. 시끄러운 정치에 대해서는 입을 꼭 다물고, 자신의 원래 신념인 줄푸세를 조용히 실천하는 중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달 27일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신제윤 위원장은 이 방안이 박근혜 정부의 금융 청사진이라면서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가장 큰 주제는 새로운 시장과 역할을 찾아 나서는 금융회사에 '무한한 기회'를 열어주고 그렇지 않은 회사들은 '경쟁의 압력'을 통해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며 "(금융사 간) 경쟁을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고 금융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히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심지어 "세계적인 추세가 재규제에서 약간씩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체적으로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는데요. 제대로 거시 건전성 규제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만, 규제 강화가 제대로 안 돼서 새로운 금융위기를 맞을 거라고 경고한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앨런은 과연 금융을 제대로 몰라서 그러는 걸까요? 이미 소개해 드렸던 거지만 스티글리츠의 글을 다시 한번 읽어 보시죠.


[관련 글] (☞ Five Years in Limbo) 


박근혜 대통령의 본령이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한 셈입니다. 박 대통령은 11월 18일의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조업, 입지, 환경 분야 중심으로 추진돼 온 규제완화를 전 산업 분야로 확산해 투자 활성화의 폭을 넓혀가고자 의료, 교육, 금융, 관광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나갈 것이다"고 발언한 바 있죠.


특히 원격진료는 의료민영화의 일환으로 삼성 등 재벌이 강력하게 주장해온 것이어서 더욱 염려스럽습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원격의료' 10문 10답"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 정부가 말해주지 않는,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원격의료' 10문 10답) 


철도의 개방과 민영화도 문제입니다. 박 대통령이 11월 4일 프랑스 방문 때 현지 기업인들에게 "도시철도 시장 개방과 관련해 정부조달협정 비준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서 우리 국민은 비로소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 개정 의정서가 국무회의에서 통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리고 15일 박 대통령이 비준을 재가했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확인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재가한 개정 의정서는 도시철도(지하철) 운영, 지하철과 일반철도의 설계·건설·감독을 비롯해 시설의 유지·보수 등과 관련된 정부조달사업에 세계무역기구 가입 국가가 국내 기업과 똑같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개정 의정서가 국내 법률의 제·개정을 동반하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비준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그렇게 할 경우 헌법 위반이라며 맞서고 있습니다. 헌법 제60조 1항을 보면, "국회는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등에 대한 체결·비준동의권을 가진다"고 돼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수서발 KTX'를 운영할 주식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드렸는데요, 12월에 이 방침을 실행에 옮길 예정입니다. 물론 정부는, 새로운 수서 발 KTX 주식회사가 "철도공사 지분이 30%, 연기금 등 공적 자금 70%"로 해서 정부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죠. 그러나 국회 국정감사에서 연기금은 그런 결정을 한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설령 대통령의 지시로 연기금 지분이 들어간다 하더라도 한국철도공사와 분리된 주식회사는 연기금이 지분을 매각하면 민영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 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발적 민영화'와 '개방'(한미 FTA나 WTO 정부조달협정)이 연결되면 우리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예컨대 영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형 사고가 빈발해도 다시 공기업체제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에 대응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 922개 단체와 야4당이 철도산업 민영화 저지 공동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지난 달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원탁회의를 열고 철도산업 민영화 저지와 관련한 입장과 이후 사업계획을 확정 지었습니다.


[관련 기사] (☞ 922개 정당사회단체, '철도민영화 저지' 공동행동 나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는 "철도 민영화,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경제민주화, 복지 공약 등에서의 후퇴에 이어, 철도 민영화 추진 중단 공약도 파기하고 있는 거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는 아직도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바로 위기를 촉발했던 시장만능주의 정책, 그 한국식 번역인 '줄푸세'를 빠른 속도로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 정치와 함께 경제에서도 시대착오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1인당 GDP 2만 4000달러, 그러나 가계부채는 1000조 원

11월 25일 한국은행은 올해 국민총소득(GNI) 추계치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4044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해(2만 2700달러, 세계 49위)보다 5.9% 증가한 수치죠.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 1632달러로 '2만 달러 시대'를 열었지만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2만 달러 아래로 주저앉았고, 2010년 다시 2만 달러를 회복했지만 2011~2012년 2만 2000달러에서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올해 1인당 소득이 비교적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은 경제성장률이 2.8%로 예상되는 등 경기회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도 있지만 원화가치가 절상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1102원에서 올해 10월까지 1095원으로 하락하면서 달러로 환산한 국민총소득이 늘었기 때문이죠.

'노동3권'을 부정하는 국회의원


국회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문제가 됐습니다. 11월 26일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2014년도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비정규직인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비판했죠. "무기계약직이 되면 이 사람들 '노동3권'이 보장된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며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과 (임금·단체협약)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이 고개 숙인 국회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를 매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툭하면 파업에 들어가면 어떻게 관리하겠느냐"라는 김 의원의 발언은 정부여당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연합뉴스


은수미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을 "심각한 위헌적 발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노동연구원 출신 전문가로서 당연한 발언입니다. 은 의원은 "비정규직도 '노동3권' 보장된다. 헌법에 보장된 일하는 시민의 '노동3권' 모두를 부정했다"고 비판했는데요. 김 의원은 오히려 이를 문제 삼아서 사과를 요구했군요.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이 이런 김 의원에 대해서 침묵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김 의원은 고개를 숙인 청소 노동자 앞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게 '줄푸세'의 세(勢), 즉 법을 세우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겠죠.


청와대와 정부에는 개방과 규제 완화가 살 길이라고 굳게 믿는 분들로 가득 차 있고 국회에는 '노동3권'조차 무시하는 국회의원들이 절반 이상이라면 통계적으로 1인당 GDP가 늘어난다 해도 서민들은 빚만 잔뜩 지는 상황은 바뀔 수가 없겠죠.


*본 글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칼럼지인 <프레시안 뷰>에 기고되었습니다.

 <프레시안 뷰>는 조합원만 볼 수 있으나 일부 칼럼을 선별해 전체 공개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글을 보고싶으신 분들은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되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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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6정태인/새사연 원장

 

“마치 영국 날씨 같다.” 아내와 함께 아버지의 병문안을 가는 길, 차창 밖으로 내다본 풍경은 스산했다. 우리는 1996~1997년 겨울을 영국에서 보냈다. 외환위기는 외국에 있는 사람에게 훨씬 더 절박하다. 한국에서 똑같은 돈을 부쳐도 파운드화로 바꿀 때마다 형편없이 줄어드는 상황을 매달 겪었다. 소문처럼 모라토리엄이라도 선언하는 날에는 우리 가족은 영락없이 국제 거지가 될 판이었다. 설령 한국에 수십억원의 재산이 있다 하더라도 단 1원도 달러나 파운드로 바꿀 수 없을 테니…. 


 

물론 지금 한국 경제는 그때보다 낫고 나는 한국에 있다. 하지만 이번엔 세계 전체가 2008년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지난 30년간의 ‘금융화’가 원인이다. 오랫동안 낮은 이자율과 부동산과 금융시장의 버블 속에서 나라, 기업, 가계 모두 빚의 무서움을 잊어버렸다. 미국이 주도해서 전 세계가 빚을 “레버리지”라고 부르면 최신 경영기법쯤으로 여겼다. 다행히 한국 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건전성 규제 때문에 조금 낫지만 가계 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의 소득은 불투명한데 빚이 많다면 소비를 줄이는 건 당연한 처사다. 기업의 ‘야성적 본능’은 자중할 때라고 소리친다. 2008년 가을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매년 이때쯤이면 국내외의 ‘믿을 만한’ 경제예측기구들이 내년엔 서서히 회복될 거라고 5년이나 외쳤지만 아직 아무도 “이젠 회복 국면”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주로 중앙은행의 장기 국채와 부실채권의 직접 매입)에 따라 어마어마한 양의 돈이 마치 모르핀처럼 미래의 공포를 누그러뜨리고 있을 뿐이다.

급기야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라는 음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1980년대 말부터 미국의 3대 천재로 일컬어졌던 로렌스 서머스, 폴 크루그먼, 제프리 삭스가 11월 들어 일제히 장기침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단순화하자면 이제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이자율을 0으로 만들어도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하여 크루그먼은 인플레이션을 일으켜서 억지로라도 소비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삭스는 에너지와 생태 인프라, 교육과 보건에 대한 장기투자가 더 낫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는 결코 삭스의 제안을 실천할 수 없다. 공화당과 다수의 경제학자들이 당장 빚이 문제니까 정부 빚부터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태에서 정부 지출까지 줄어든다면? 당연히 총수요는 더 줄어들 것이고 양적완화가 계속되더라도 미국은 침체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이 이렇게 딱 들어맞는 경우를 또 찾기란 쉽지 않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도 무릎을 칠 것이다. 아니 한국이 더 맞는 사례라고 생각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이미 박 대통령은 국회가 10개월이나 지난 ‘과거사’에 얽매여서 민생을 살리는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는다고 국회에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경제의 발목을 잡는 정치”는 바로 대통령 자신이 하고 있다. 지난 50년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 왔던 수출은 세계적 장기침체 상황에서는 미덥지 못한 존재다. 하지만 중산층의 소득은 옆으로 걷고 저소득층의 수입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나마 형편이 좋은 상류층의 돈은 또다시 거품을 일으키는 쪽으로 몰리고 있다. 현금을 쟁여 놓은 최상위 재벌들도 세계적 ‘장기침체’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는 없다.

결국 경제의 발목을 잡지 않으려면 정부가 증세를 해서, 서민들의 소비가 늘어나도록 해야 하고 환경과 교육, 보건에 장기투자를 해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엉뚱하게도 경기침체를 빌미로 지난 대선 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생애 맞춤형 복지’를 내팽개쳤다. 지금이라도 아래로 돈이 흐르도록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리고 경제민주화를 약속한다면 한국의 야당은 틀림없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것이다. 지금 한국의 대통령은 경제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 서민들이 지난 6년간의 음울한 날씨를 벗어나 따뜻한 봄을 맞을 때도 이젠 되지 않았는가?



 

*본 글은 경향신문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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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5정태인/새사연 원장

 

'천재들'의 개과천선?

안녕하세요? 경제 기사를 읽어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제가 대학원 다니던 1980년대 후반, 한국에서는 사회 구성체 논쟁이 한창이었죠. 그때 저는 구체적 현상분석과 정책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조지프 스티글리츠나 로버트 라이시의 글을 읽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떠오르는 3대 천재로 일컬어지던 사람들이 래리 서머스(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물망에 올랐던 그 사람입니다), 제프리 삭스, 폴 크루그먼이었습니다. 스티글리츠나 라이시는 이들보다 한 세대 위의 학자죠.

이 중 가장 시장 근본주의자에 가까웠던 서머스가 11월 8일 국제통화기금(IMF) 연례연구자총회에서 한 연설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크루그먼은 16일 "저주받을 서머스"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격찬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18일에는 삭스가 이 둘을 비판하는 글을 <허핑턴포스트>에 실었죠. 3대 천재가 다 등장한 셈입니다.

(☞ 래리 서머스 : IMF Annual Research Conference)
(☞ 폴 크루그먼 : Secular Stagnation, Coalmines, Bubbles, and Larry Summers) 
(☞ 제프리 삭스 : Why We Need a New Macroeconomics)

서머스와 크루그먼의 기본 논지는, 일단 인구 감소(또는 노동 공급의 감소)라는 장기적 경향이 '자연이자율'을 마이너스(-)로 만드는 세상이 되었다는 겁니다. 서머스의 외삼촌인 폴 새뮤얼슨의 주장, '자연 이자율'은 인구 증가율로 수렴한다는 얘기를 끄집어낸 겁니다. 즉, 앞으로도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가 계속될 것이고 이것이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라는 거죠.

그러므로 양적 완화 정책에 의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또다시 거품이 일어난다고 해도 무서워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가 이 지면에서 소개한 대로, 연준 이사장을 놓고 자넷 옐렌과 경쟁할 때 서머스는 양적 완화 축소를 주장했던 매파였는데 개과천선(改過遷善)을 한 셈인가요?

양적 완화 축소를 반대하고 10년 전부터 일본은 인플레이션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크루그먼이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합니다. 그는 현재 상황을 케인스의 '유동성 함정'으로 설명합니다. 즉, 돈을 풀어도 기업은 투자하지 않고 개인은 소비를 하지 않은 채 돈을 움켜쥐고 있는 상황, '돈이 밑 빠진 독(함정)'으로 흡수되는 상황이라는 거죠.

이에 대해 삭스는 현재 상황에서 소비 촉진보다는 장기 투자가 더 유효하다는 얘기를 한 정도입니다. 특히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지능형 전력망)를 건설한다든가, 재생 가능 에너지를 개발하고 교육과 의료에 대한 장기 계획과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국가가 최소한 1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가 처방전입니다.

거시적으로 보면 간단한데, 저축과 투자의 균형 방정식 S(저축)=I(투자)가 깨져서 S>I 상황이라면 소비 증가에 의해서 S를 줄여도 되지만 I를 늘려도 되니까요. 즉, 삭스는 과장하자면 '계획 경제'를 주장하는 것이고 경제학계에서 금기어나 다름없는 '산업 정책'을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1980년대 말 러시아에서 쇼크 요법을 사용하도록 부추겨서 대혼란을 일으킨 사람이 정말 개과천선한 셈입니다.

지금까지 저와 함께 경제 기사를 읽어온 분들이라면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호들갑 떤다"라고 할 수준의 얘깁니다. 어쨌든 여전히 미국의 경제학계를(그러므로 한국의 경제학계도) 지배하고 있는 시카고학파 유의 시장 만능론자들은 일제히 반대하겠지만, 이들의 얘기는 '장기 침체기에 국가가 나서서 재정 정책을 써야 한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죠.

ⓒ연합뉴스


뜨뜻미지근한 중국의 '3중전회'

중국 정부는 이례적으로, 지난주에 간단하게 소개한 중국 공산당의 3중전회 발표문을 좀 더 자세하게 밝혔습니다.

이 발표문 자체는 중국 내의 좌파와 우파, 또 해외 투자자들 어느 쪽도 환성을 올릴 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뜨뜻미지근하다고나 할까요? 예컨대 국유 기업 개혁 분야에서는 '비(非)국유 자본', 즉 민간 자본의 참여를 허용하고 2020년까지 국유 기업의 수익 중 30%를 '사회적 배당(정부 재정 귀속분으로 과거에는 15%였다)'으로 돌린다는 정도죠.

물과 에너지·교통 등 과거에 필수적 사회 서비스 부문이라고 분류했던 국유 부문의 독점을 완화하고, 금융의 대외 개방·위안화 시장의 형성·금리 자유화·민간 자본의 중소 은행 설립 자유화를 명시한 것은 시장과 경쟁의 강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3중전회 이전에 상하이를 자유무역지대로 선포한 것도 개방과 규제 완화의 가속화라고 평할 수 있겠죠. 또한 집체 토지를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농민의 재산권을 강화해서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정책입니다. 이른바 "비공유 경제의 활력과 창조력을 이용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거죠. 물론 국유 경제의 통제력과 영향력을 강화시켜 '사회주의적 시장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얘기는 거듭 반복했습니다.

사회 분야에서는 33년 만에 두 자녀를 가질 수 있도록 했고, 호적(후커우) 제도를 개혁하며 사형 기준의 엄격화, 노동교화소의 폐지 등 사법 제도의 중앙 집권화를 통한 인권 및 노동권의 개선도 약속했습니다.

이 두 기사를 연결해 사고하면, 세계 경제의 흐름을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곧 연준 의장이 될 옐렌은 서머스나 크루그먼의 주장대로 양적 완화 정책의 축소를 단행하지 않을 겁니다. 아직도 중국 제품이 싸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보다는 버블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미국의 주가는 2009년 이전보다 훨씬 더 올랐고 주택 경기도 꿈틀거리고 있죠. 그러니 빈부격차는 더 심해질 겁니다. 이 부분이 서머스와 크루그먼이 빠뜨리고 있는 얘깁니다.

미국이야말로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나라입니다. '장기 침체'의 상황에서 경제학자들과 공화당은 재정 긴축을 요구하고 있으니까요. 중국 역시 이번 3중전회를 보면 정치적 한계에 부딪혀서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은 넓고 아직도 1인당 GDP가 6000달러인 나라죠. 크루그먼이나 서머스의 논지를 따르자면, 중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5~6%의 경제 성장을 할 것이고, 현재의 예측보다 더 일찍 중국과 미국의 GDP는 역전될 겁니다.

어느 나라가 더 빨리 증세를 통해서 장기 투자와 서민의 소비를 늘리느냐가 관건입니다. 즉 어느 나라의 정치가 더 현명한 판단을 내리느냐, 또 가난한 많은 사람들의 표를 얻느냐에 미래가 달려 있는 셈입니다. 삭스의 주장대로, 미국이 투자 주도형으로 그리고 중국이 소비 주도형으로 갈 때 어느 정도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될 될 것입니다.

"협동조합은 건재할 것이다"

세계가 침체에 빠지면 언제나 사회적 경제의 규모가 커졌습니다. 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자조적(self-help) 대응이죠. 하지만 지난주에 알려 드린 대로 세계의 칭송을 받던 몬드라곤집단의 '파고르전자'가 파산 보호를 신청했습니다. 다음의 링크는 10월 30일에 발표된 몬드라곤 조합원 총회의 발표문입니다.

(☞ MONDRAGON's General Council reaches unanimous agreement on the future of Fagor Electrodom?sticos

파고르전자의 전신인 '울고'는 몬드라곤 최초의 기업입니다. 당시에 난로를 생산했던 울고는 냉장고 등 백색가전을 주로 생산하는 전자기업 집단으로 발전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파고르전자는 2006년부터 시작된 스페인의 부동산 거품 붕괴, 미국의 금융 위기, 그리고 곧 이은 유럽연합(EU)의 재정 위기에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지난 5년간 몬드라곤 내의 협동조합들은 약 4억 달러 규모의 '협동조합 간의 협동(ICA 제6원칙)'을 실천했습니다. 하지만 발표문에서 보듯이 "밑 빠진 독의 물붓기"를 계속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만장일치로 내린 모양입니다. 파고르 사례의 철저한 분석은 협동조합의 취약성이 어디에 있는지, 네트워크화와 기금, 그리고 노동금고나 보험과 같은 협동조합 금융으로도 막을 수 없는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보여 줄 겁니다.

한국의 지니계수

장기적이고 큰 얘기를 하다 보니 너무 긴 얘기가 되어 버렸네요. 한국 상황은 일지로 대체하고 최근에 발표된 통계 얘기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한때 한국은 '공평한 성장(equitable growth)'을 이룬 나라로 칭송받았습니다. 실제로 1080년대 말~1990년대 초에는 분배 상태가 개선되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소득 분배는 악화되고 경쟁은 더욱 심해져서 사는 게 팍팍해졌다는 걸 우리는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로 보면, 여전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더 나은 사회였습니다. 그런데 19일 통계청에서 새로운 지니계수를 선보였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지니계수가 0.311로 알려졌습니다만 부자들의 소득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결과 0.357이 된 거죠. 지니계수는 완전한 평등이 0으로, 그리고 완전한 불평등(한 사람이 우리나라 부를 전부 가지고 있는 경우)이 1로 표현되는 지수입니다.

ⓒILO 이상헌 박사 페이스북.


위 그림에서 보듯이 0.311이면 뉴질랜드나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입니다만 0.357이면 미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 됩니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들에 속하게 되는 거죠.

결국 한국에 대한 처방전도 같습니다. 얼마나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하느냐가 경제 성장률도 좌우하게 될 겁니다. 즉, 지난 대선에서 국민들이 요구한 경제 민주화와 보편 복지가 답입니다. 지금처럼 온갖 수단을 다해서 상위 몇몇 재벌의 세금을 깎아 준다고 경제가 회복되지는 않는다는 얘깁니다.

 


 

*본 글은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의 칼럼지인 <프레시안 뷰>에 기고되었습니다.

 프레시안의 조합원이 되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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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2정태인/새사연 원장

자신의 얘기, 그것도 은근슬쩍 자화자찬이 들어간 얘기를 쓰는 건 영 낯간지러운 일이다. 마치 아버지한테 받은 선물을 자랑하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아이를 본다거나, 어떻게든 자식 자랑을 이야기 속에 슬그머니 끼워넣으려 머리 굴리는 게 뻔한 엄마를 보는 것 같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지난 11월5일부터 7일까지 서울시가 주최해 열린 ‘국제사회적경제포럼(Global Social Economy Forum 2013)’은 여러 모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사실 한국에서 ‘사회적 경제’는 야릇한 존재였다. 학자들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동시에, 작금의 협동조합 붐에서 보이듯 현실에서는 열광의 대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은 사회적 경제의 정의와 의미, 각 주체가 해야 할 일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사회적 경제 운동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웠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해서 퀘벡(캐나다), 에밀리아로마냐와 볼로냐(이탈리아), 교토와 요코하마(일본), 퀘존(필리핀), 전북 완주 등 지방자치단체의 대표와 샹티에(캐나다), 레가코프(이탈리아),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한국) 등 주요 단체의 지도자 및 풀뿌리 활동가 100여 명이 함께 모인 자리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 경제란 지역공동체와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이 함께 만들어가는 경제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경제 활성화 필수 


‘서울선언(Seoul Declaration)’은 이렇게 30여 나라 사람들이 모인 포럼에서 합의한 공식 문건이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포럼마다 각종 ‘서울선언’을 채택할 테고, 또 사회적 경제 쪽은 전 세계에서 다양한 차원의 심포지엄이나 포럼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중 하나에 불과한 이 포럼에 언론이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 것을 야속해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초의 초안을 만든 나로선 서울선언이 가지는 의미가 더 각별할 수밖에 없다. 8월28일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몇몇 전문가가 한글본 초안을 검토한 뒤, 11월7일 포럼에서 공식 채택되기까지 고작 두 달여 동안이지만, 수많은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세계적 이론가나 활동가들과 의견을 나눈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실무자들이 정말 애썼다).

서울선언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사회적 경제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사회적으로 배제된 사람들의 일자리와 존엄성을 회복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통해 생태 문제를 해결하며, 무엇보다도 참여민주주의에 의한 경제를 이룬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는 새로운 시대, 사회혁신의 요람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선언에서는 경제의 다원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나는 2007년께부터 시장경제, 공공경제(정부), 그리고 사회적 경제(공동체 또는 시민사회)가 박자를 맞춰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세 박자 경제론), 이 얘기를 국제 선언문에 넣을 만큼 용감하지 않았다. 그런데 캐나다의 칼폴라니 연구소(소장 마거릿 멘델)가 초안에 대한 코멘트에서 ‘다원적 경제(plural economy)’를 명시하자고 제안했다. 불감청 고소원!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1944)에서 역사적으로 인간들의 교류는 시장교환·선물(공동체)·재분배(국가)라는 세 형태로 이뤄져 왔는데 19세기에 이런 다양성을 시장교환으로 단순화한 결과가 1929년의 대공황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그 폴라니의 딸이 설립한 연구소에서 새로운 사회의 원리로 ‘다원적 경제’를 강조한 건 당연한 귀결이다. 

또한 이들 세 경제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공공정책 연구가 절실하다는 점도 10개의 행동지침 중 하나로 제시했다. 실로 어떤 사회경제 정책을 만들면서 정부·시장·시민사회(지역 공동체)가 할 일을 동시에 고려한다는 것은 정책의 혁신이라 할 만하다. 예컨대 신자유주의 시대에 사실상 민영화(privatization)를 의미했던 ‘민관 합작(public private partnership)’을, 서울선언은 공공·기업·공동체 3자 연합의 공동정책 수립과 실천으로 대체했다.

폴라니의 사상은 이제 70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구체적인 사회운동으로, 그리고 정부의 구체적 정책으로 부활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이 서울선언에 기초해서 더 많은 토론과 실천을 하게 된다면 ‘더 나은 세계’ ‘더 나은 삶’이라는 폴라니의 꿈이 비로소 실현될 것이다.

 

 

 

 

*본 글은 시사IN에 기고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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