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1 / 10 최정은/새사연 연구원

 

새사연 2013년 회원 캠페인- “새사연과 함께하는 희망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집권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진보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힘들어 하는 다수 국민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진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노력을 기울여온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일자리를 의제로 하여 치러진 18대 대선임에도 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수가 손쉽게 의제를 차용해도 아무런 차별화가 되지 않을 만큼 진보 정책의 폭과 깊이가 짧기 때문이라 생각 됩니다. 또한 진정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평범한 생활인들과 손잡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추구해온 새사연은 현 시점에 꼭 필요한 고민이 담긴 책들을 함께 읽는 것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것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새사연 연구원들이 각자 회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씩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진보의 깊이를 위한 물음을 던지겠습니다.

아울러 이후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책, 새사연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저자와의 대화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새사연 희망 북클럽②>『대한민국 부모』
-대한민국 부모, 욕망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라-

『대한민국 부모

(이승욱 신희경 김은산, 문학동네, 2012)

자식을 명문대에 넣기 위해 오늘도 기를 쓰는 엄마들, 학원비 대느라 자식과 말 한 번 제대로 섞지 못하는 아빠들에게 일침을 놓는 우리 십대와 부모들의 실태보고서이다.

『대한민국 부모』는 교육의 탈을 쓴 텅 빈 교육 때문에 아이들만 멍들어 버린 것이 아니라 부모역시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이들과 부모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를 리셋 해야 한다고 진단한다.

대한민국 교육을 단 한번이라도 고민해본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한다.

 

 

 

 

 

 

 

 

 

 

부모노릇 해보려고 좌충우돌 양육 앞에서 머리를 싸매며 한 두 권의 책은 잡아봤을 것이다. 차고 넘치는 정보들 가운데 유용한 보조제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 자식을 최고로 키우려는 부모의 욕망을 자극하기도 한다.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명문대 들어가 대기업에 취직하는 자식의 미래를 포기 못하는 부모가 대한민국의 현실이지 않은가. 

『대한민국 부모』(문학동네, 2012)는 살벌하게 묻는다. 당신과 당신의 아이는 정말 살아있냐고? 그럼 우리가 죽어있단 말인가? 놀랍게도 그렇단다. 심리치료와 교육을 본업으로 하는 세 명의 전문가들이 수많은 십대들과 부모를 상담하면서 내린 진단이다.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심각하게 망가져있었고, 부모들은 더 암담해보였다고 한다. 도대체 왜? 우리가 늘 입에 거품 물고 말하는 대한민국 교육 때문에? 

문제는 ‘교육’만이 아니었다. 세 필자는 교육과 얽힌 가정, 사회 전체의 문제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교육은 교육의 외피를 썼을 뿐 텅 빈 공간이고, 가정은 안식을 얻지 못하는 빈 공간이다. 그 안에서 교육과 사교육에 발목 잡힌 자식, 부모, 부부는 악순환을 겪으며 병들어 가고 있었다.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상담 사례들은 거침이 없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미친년, 찌질이’로 불릴 수 있다니,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 어쩌다?

무수한 사례들은 아이들이 교육이라는 야만의 정글 안에서 ‘죽거나, 죽이거나 미치거나’한 상태를 담담히 증언한다. 아직도 고3 학생이 성적 때문에 매를 맞고 엄마를 죽인 사건은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아이도 부모도 과해 생겨난 예외적인 비극이 아니었다. 자식과 부모의 갈등이 극에 달한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영재교육 학원에 다니면서 틱장애를 보인 초등3학년 민희, 과학자가 꿈이었지만 창의력 수업 숙제로 꿈마저 잃은 초등5학년 세환이, 대학입시를 앞두고 외상없이 아픈 고3 민선이, 성적이 크게 떨어진 후 망상에 시달리는 고2 재혁이는 병들어 있었다. 또 다른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일탈을 일삼거나 무기력증에 빠져있기도 한다. 흔히들 상위권에 있다고 하는 아이들 역시 안으로 곪은 병이 크다. 일찌감치 미국 아이비리그에 진출한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학동안 상담실을 찾는가하면, 일류대를 나와 대기업에 다녀도 타인과의 관계에 익숙하지 못해 ‘정서적 발달지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자신들을 내버려 두지 않는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분노도 극에 달해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아이들은 엄마를 ‘미친년’, 아빠를 ‘찌질이’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칭한다. 부모가 주도하는 학습에 아이들은 주도력을 잃고, 자신의 삶을 상상하는 힘마저 잃어 산 채로 죽어지낸다는 소름끼치는 진단이다.  성공까지 기다렸다가 매몰차게 부모와 연을 끊는 자식마저 생겨난다.

우리 가정이라고 다를까? 

흔히 자녀의 입시성공은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할아버지의 재력에 의해 좌우된다는 우스갯소리를 나눈다. 하지만 이는 기막힌 대한민국 가정의 한 단면을 대변해주고 있다.  

가정 안에서 부모는 희생하고 있다. 엄마는 아이의 공부를 자신의 과업으로 여기고, 아버지는 학원비 대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게 정말 옳은 희생인가 돌이켜보지 않을 수 없다. 바쁘다, 피곤하다 입에 달고 사는 아버지와 자식은 어느새 멀어져있고, 성적 떨어지면 가족의 원망에 전전긍긍하는 엄마는 아이 공부에 집착하면서 급기야 남편과도 멀어진다. 애정 없이 살아도 자식만은 포기 못하는 엄마, 육아에 한번 참여하지 않은 아버지가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라니 서글프다.  

이 책의 저자들은 가혹하리만큼 대한민국의 엄마를 질타한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속물근성을 꼬집는다. 부모들이 희생하면서 자식을 통해 그만큼 보상받으려 한다는 점이 예전의 부모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오늘날 부모는 물질적으로 희생했다고 당당히 말하면서, 정작 마음으로 희생하는 부모노릇은 놓치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희생이야말로 부모가 아이들로부터 독립하고, 아이들도 부모에게서 자립하는 옳은 길이었다. 

주류사회의 허상 깨야 답이 보인다 

해마다 대학진학률이 올라 10명 중 8명이 대학을 가는 사회가 되었다. 그야말로 대졸자 주류사회다. 그러나 이 사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류와 비주류, 정상과 비정상을 편가르고, 그 안에서 또 서열도 매긴다. 남들 다 가는 대학, 남들 다 사는 아파트, 남들 다 타는 차... 왜곡된 주류에 속하려고 끊임없이 바드득거리며 경쟁하는 꼴이다. 이들 부모 세대가 다름 아닌 486세대다(이제는 40대가 되어버린 386세대). 이들은 민주화운동의 주역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동시에 아파트와 재테크, 주식투자, 사교육 열풍을 이끈 주역이라는 비난도 듣는다. 

자본에 포획된 사회에서 교육, 가정, 사회 그리고 그 안의 주체들은 허하고 불안하기만 하다. 늘 불안감에 시달리는 부모는 자식들에게도 똑같은 불안을 물려주었다. 대학을 나와도 끝 모를 경쟁에서 이겨야하니 십대와 청년들은 자기 삶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여전히 명문대에 집착하는 부모들 때문에 오늘도 등 떠밀려 학원으로 돌고 도는 아이들이 있다. 가정 생활비의 대부분이 학원비이고, 생활비는 빚을 내 충당하는 ‘교육 빈곤층’도 생겨나고 있다. 단순히 부모의 욕망과 잘못된 선택만 탓하기 어려운 문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다. 최근 혁신학교의 열풍도 이런 기형적 교육과 사회를 바꿔보려는 부모의 열망을 반영하고 있다. 서열경쟁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고, 교사와 아이 모두 자율적으로 학습하는 분위기에서 사교육비도 줄고 학습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부모라면 애면글면 아이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시하지 말고 독립하자. 그리고 함께 협력하며 공부하는 교육제도를 요구하자. 이 두 가지만 시작해도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들이 살만한 대한민국을 위한 22가지 과제도 고심해 내놓았으니, 우리 자신과 아이들의 모습부터 들여다보자.

1. 먼저 자기만의 삶의 기준을 갖자, 그것이 삶의 감각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다
2. 좀 깐깐하게 살자, 삶의 품위를 지키자
3. 생각을 하고 살자, 공부다운 공부를 하자
4. 혼자만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다 외롭게 무너지지 말고 함께 살길을 찾자
5. 제도와 시스템이 인간의 삶을 위해 기능하게 하자
6. 정치가 우리의 삶이 되게 하자
7. 더 많은 세금을 내자, 부자들은 더 더 더 많이 내라
8. 국민의 건강과 교육, 양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9. 아이들의 ‘살아 있음’을 인정하자
10. 교육 본래의 의미를 복원하자
11. 공교육을 포기한 학교에 문제를 제기하고 항의하자
12. 작은 학교를 더 많이 만들고 교사 수를 대폭 늘리자
13. 누구나 ‘본부장님’이 될 수 없다, 아이들은 노동의 가치를 배워야 한다
14. 대학을 국립화하고 스무 개만 놓아두고 다 없애자
15. 학생의 학력 평가 방법을 개혁하자
16. 부모 자신이 먼저 독립하자
17. 엄마는 자식과 남편에게 자신의 욕망을 투사하지 말자
18. 아내는 남편의 건강한 남성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지지하자
19. 아버지는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좀더 당당해지자
20. 아버지가 어른이 되어야 한다
21.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다, 부모가 문제가 아니다, 부부가 문제다
22. 가족이 함께 책임을 나누고 일하는 시간을 갖자

저자 소개

-이승욱-

뉴질랜드에서 정신분석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다시 실존적 현상학 전공으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뉴질랜드 국립 정신병원에서 심리치료실장으로 약 10년 가까이 일하며 심리치료(정신분석)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마쳤다. 이민 국가인 뉴질랜드에서 문화적 배경과 인종적 출신이 다른 사람들, 아시안 이민자들, 또 한국인들과 정신분석작업을 했다. 지금은 서울에서 닛부타의숲(회복의 숲) 상담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1년 정도 MBC <생방송 오늘아침-사랑더하기>의 고정패널로 출연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랑에 서툰 아빠들에게》 등이 있다.

-신희경-

대학에서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교육심리학, 발달심리학을 공부했다. 그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고, 현재 ‘한 정신건강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청소년, 부부, 가족 상담을 하고 있다. 청소년 문제, 부모 노릇, 공교육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학습자의 동기유발을 위한 교육심리학』(공저)이 있다.

-김은산-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출판사와 언론사에서 일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이미지 비평과 문화연구로 대학원 과정을 마쳤고 대안적인 삶과 문화를 모색하며 하자작업장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청소년 예술 교육과 생태적 삶에 관심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 『비밀 많은 디자인씨』가 있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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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 01 / 08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새사연 2013년 회원 캠페인- “새사연과 함께하는 희망 북클럽”을 시작하면서


우려했던 신자유주의 보수정권의 집권 연장이 현실화되면서 우리 사회가 진보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을 힘들어 하는 다수 국민이 존재하는 한 변화에 대한 모색은 멈출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진보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전통적으로 진보가 노력을 기울여온 보편 복지와 경제 민주화, 그리고 일자리를 의제로 하여 치러진 18대 대선임에도 진보가 패배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보수가 손쉽게 의제를 차용해도 아무런 차별화가 되지 않을 만큼 진보 정책의 폭과 깊이가 짧기 때문이라 생각 됩니다. 또한 진정 현실에서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의 삶과 생각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살아있는 진보 정책’을 모아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평범한 생활인들과 손잡고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화를 추구해온 새사연은 현 시점에 꼭 필요한 고민이 담긴 책들을 함께 읽는 것으로 새로운 시작을 함께 할 것을 회원들과 시민들에게 제안합니다. 그 첫 출발점으로 새사연 연구원들이 각자 회원님들께 꼭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씩을 선정하여 소개하고, 진보의 깊이를 위한 물음을 던지겠습니다.  

아울러 이후에 회원님들이 추천하는 책, 새사연과 함께하는 독서 토론, 저자와의 대화 등을 다양하게 시도할 생각입니다. 회원님들의 관심과 참여 기대하겠습니다.

 

<새사연 희망 북클럽①>『날아라. 노동』
-‘재산권’을 규제하고 ‘노동권’을 되살려야 대안사회가 열린다-

날아라. 노동(은수미, 2012, 부키)

미래지향적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바로 주변이 중심이 되어버린 노동시장의 현실위에서, ‘노동권의 회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날아라. 노동은 이를 깨닫게 해주고 확인시켜주는 최고의 책이 아닐까. 새로운 노동운동의 교과서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다는 생각에 새해, 새 회원 캠페인의 첫 번째 책으로 자신 있게 추천한다.


18대 대통령 선거 공약, ‘노동’ 아닌 ‘일자리’였지만

“새로운 시대로 가는 다섯 개의 문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그것은 일자리 혁명의 문입니다. 복지국가의 문입니다. 경제민주화의 문입니다. 새로운 정치의 문입니다. 그리고 평화와 공존의 문입니다.” 야당 단일후보였던 문재인 후보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문에서 밝힌 내용이다. 가장 중요한 공약이 바로 일자리 혁명이었다. 그리고 일자리 혁명의 방안으로 ‘만.나.바(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고, 기존의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꾼다.)’를 제안했다.

“저는 ‘경제민주화 실현’, ‘일자리 창출’, 그리고 ‘한국형 복지의 확립’을 국민행복을 위한 3대 핵심과제로 삼겠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가 2012년 7월 새누리당 경선에서 승리한 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말한 대목이다. 경제 민주화, 복지와 함께 일자리 문제가 역시 공약의 최상단에 자리 잡고 있다. 박근혜 당선자의 일자리 공약은 ‘늘.지.오(일자리를 늘리고, 지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올린다.)’이다. 틀 자체에서는 야당의 문재인 후보와 다를 것이 없다.

물론 두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노동’이 아니라 ‘고용(일자리)’을 기본 주제로 했다는 점에서 기본적인 개념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양적으로 일자리 몇 개를 늘리겠다는 숫자 논쟁(예를 들어 이명박 대통령은 5년 동안 일자리 300만개 늘리겠다는 것이 공약이었다. 실제로는 절반도 늘지 않았지만.)을 했던 과거와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일자리의 ‘질’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과 격차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일자리 질의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지 해소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차별과 격차의 해소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해고요건 강화 등을 포함하여 ‘노동시장 유연화’에 대한 최소한의 일련의 규제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단초이지만 ‘노동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점 최고의 책 한권, ‘노동권’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금 일자리, 고용불안, 비정규직, 고용 차별, 노동시장 유연화, 각종 불법적 고용행태, 정리해고와 직장폐쇄 등 정말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는 고용과 노동문제의 중심부에는 다름 아닌 ‘노동권’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 논리에 따라 노동에 대한 자본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압박이 진행되었다. 그에 따라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무너져갔으며 노동자들의 협상력은 극도로 약화되었다. 그 결과,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협상력이 상실된 노동자들에게 자본이 대대적으로 강요한 정리해고와 임금압박, 수많은 유형의 비정규직, 아웃소싱과 파견, 근로 빈곤, 저임금 노동은 노동시장을 교란시켰고 1700만 노동자 내부를 차별과 격차로 가득 차게 했다. 이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노동권’의 와해가 있다.

‘노동권이 비용 앞에서 맥을 못 추는’ 현실을 통렬히 비판하면서 ‘노동권’이 지금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화두라고 주장한 책이 2012년에 출간되었다. 19대 국회의원이 된 은수미 박사의 『날아라. 노동』이 바로 그 책이다. “노동권은 헌법상의 자유권이고 사회권이라는 점에서 생존권을 넘어선다. 절대로 침해해서는 안되는 게 자유권이고, 정부가 존중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사회권이며, 노동권은 그 두 영역에 걸쳐 있는 권리다.”(65쪽)

신자유주의는 ‘재산권’ 특히 ‘주주권’을 마치 ‘자연권’의 범주인 것처럼 끝없이 신성 불가침한 것으로 확장해왔다. 반면에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노동권을 체계적으로 무너뜨려왔다. 이제는 헌법 23조에 따라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다시 자기 자리를 찾게 해야 한다. 반면 헌법 32조~35조에 명시된 바에 따라 노동권을 복원하고 확장시켜야 한다. 이런 맥락을 가장 정확히 짚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스스로를 노동자로 인식하고 노동권에 민감해져야 한다. 노동권이 시민권의 일부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함께 지켜야”한다고 호소한다.

 

주변이 중심을 압도하는 현실, 지금 우리의 일터다.

일자리 문제, 비정규직 문제, 차별 문제, 저임금과 근로 빈곤 문제의 해결의 근저를 이루는 것이 바로 ‘노동권’ 회복임을 가장 정확히 짚어낸 저자의 통찰력은 정확한 현실 이해에서 비롯된다. 저자는 “1997년을 전후하여 중심 - 주변 노동시장으로의 분리는 더욱 뚜렷해져 전체 노동자의 20퍼센트 정도만 중심부 노동시장에서 일하고 나머지 80퍼센트는 주변부에서 일한다.”(184 쪽)고 진단한다. 그리고 저자는 20퍼센트 속에서가 아니라 80퍼센트의 현실에 더 많은 주목을 하면서, 주변이 중심을 압도하게 된 이유를 ‘노동권 붕괴’로부터 찾는 것이다. 이미 비정규직이 절반이 된 노동시장 현실이나, 이를 ‘이중 노동시장’으로 표현했던 사례들이 있지만, 오랜 기간 실제 주변노동에 대한 면담과 사례조사를 통해 주변이 중심이 된 현실을 설명해준 글들은 없다.

이러한 현실인식에 기초하여 저자는 ‘가장 최신의 현실 모습으로 노동의 개념’을 부활시켜내고 있다. 사실 지금 진보 안에서는 전통적인 노동해방이나 노동계급 지도성 등의 개념을 다소 바꿔서 노동존중, 노동중심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고 이것이 진보의 기준점인 것처럼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노동존중과 노동중심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는 설득력 있게 말해주지 않는다. 추상적인 당위이거나 아니면 현실 형태로서 ‘민주노총 주도’와 등치시키는 정도다.

그러나 저자는 전체 취업자의 70%가 생활하는 현장, 다시 그 중 80%가 생활하는 현장에서 ‘노동권의 와해’를 목도하고, 그곳에서 인권과 시민권, 사회권을 되살리는 것, 바로 ‘노동권의 회복’이 사회개혁의 최고 과제임을 강조한다. 그것이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길이며, 경제 민주화의 시작점이며, 사회통합의 기반임을 확인해준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직접 고용이든 간접고용이든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3권을 부여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또한 원청이든 하청이든, 작은 기업이든 큰 기업이든 동일 지역이나 업종에 종사할 경우 하나의 노동조합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186 쪽)

미래지향적 사회운동으로서 노동운동이 새로운 길을 열어가자면 바로 ‘주변이 중심이 된 노동시장 현실’위에서 ‘노동권 회복’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를 깨닫게 해주고, 확인해주는 최고의 책이 바로 『날아라. 노동』이다. 새로운 노동운동의 교과서로 삼아도 부족하지 않을 듯싶어 추천한다.

저자 은수미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대학에서 제적된 1984년부터 현재까지 '노동'을 화두처럼 붙들고 있다. 6년간 옥고를 치른 뒤 1998년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단독 저서나 공저, 수많은 논문을 통해 노동문제와 노동 정책을 제기해 왔으며 2012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에도 불합리한 노동 현안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면서 그녀의 화두인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28년간 노동문제에 천착해 온 그녀는 특히 지난 10년 가까이 현장 인터뷰를 하면서 수많은 노동자를 만났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는데 왜 열심히 일해도 봄을 맞을 수 없을까, 회사에서 성실한 근무자라는 평가를 받아도 1년이나 2년 후에 해고되어야 한다면 도대체 그 원인은 무엇이고 대안은 없을까.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과 고민을 한번쯤 매듭짓고 싶었으며 노동자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간다운 존엄성과 권리를 찾는 실마리로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 출처: 알라딘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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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여 년간 한국사회는 그 이전 30년간의 압축성장에 비견될 만큼의 급속한 양극화를 경험했다. 그 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빈곤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같은 전통적 개념을 넘어 ‘워킹푸어’, 즉 ‘일하는 빈곤층’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하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지만 양극화와 불안정노동, 저임금노동에 갇혀 빈곤을 탈출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에는 워킹푸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권의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아직 이렇다 할만한 국내 저작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일본의 과거는 이미 거스르기 힘든 한국의 현실이다


<워킹푸어 - 빈곤의 덫, 열심히 일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시대>
가도쿠라 다카시 지음 | 상상예찬 | 2008-02-28
 

<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NHK ‘워킹푸어’ 촬영팀 지음 | 열음사 | 2010-04-05

 
한때 누구도 넘보기 힘든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일본이었지만 90년대 이후 끝모를 장기불황을 거치는 사이 빈곤의 골도 그만큼 깊어져 갔다. 1억 중산층을 자랑하던 일본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워킹푸어>라는 같은 제목을 가진 이 두 권의 책들은 우리보다 조금 앞서 ‘일하는 빈곤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겪으며 그 심각성을 깨달은 이웃나라 일본에서 출간된 것들이다. 굳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주제를 다룬 두 권의 책 모두를 소개하는 이유는 각각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씌어져 모두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선, BRICs경제연구소 대표인 가도쿠라 다카시가 쓴 <워킹푸어 - 열심히 일해도 보상받지 못하는 시대>는 전문 연구자의 시각에서 일본 내 워킹푸어라는 사회 문제를 폭넓게 조망한 책이다. ‘일하는 빈곤층’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중장년층의 대규모 정리해고, 종신고용의 붕괴와 비정규직의 확산, 청년층 일자리의 감소 등 여러 측면에서 분석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다. 180여 쪽에 불과하지만 ‘워킹푸어’ 분야의 고전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다.

두 번째 책 <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는 일본 NHK방송국이 두 차례에 걸쳐 제작한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일본 사회 전체를 조망하기보다는 다큐멘터리 카메라가 초점을 맞췄을 ‘일하는 빈곤층’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노숙자 신세가 된 청년들, 생계와 양육까지를 짊어진 여성들, 하루하루 죽음을 떠올리는 노인들, 꿈 꿀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아이들 그리고 절망적인 지방과 중소기업의 상황 등 경제대국의 짙은 그늘을 고스란히 책으로 옮겼다. 엄마와 아이가 유일하게 함께 보낼 수 있는 하루 3시간의 풍경을 묘사한 대목에서는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감히 오늘 한국의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워킹푸어의 최종도달점, “가난을 엄벌하다”

<가난을 엄벌하다>
로익 바캉 지음 | 시사IN북 | 2010-05-20

“경제 규제 완화와 형벌 규제 강화는 한 쌍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저자인 로익 바캉이 1980년대 이래 20여 년간 신자유주의와 빈곤의 문제를 끈질기게 파고든 끝에 얻은 결론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빈곤의 문제를 아주 독특한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우리보다 앞서 불안정노동의 확대와 사회양극화, 여기에 전통적인 사회복지의 축소를 경험했던 유럽과 미국의 사례는 우리의 미래가 일본보다 훨씬 더 암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어쩌면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 바로 이 책 <가난을 엄벌하다>에서 말하고 있는 “빈곤을 처벌”하는 현실일지 모른다. ‘빈곤을 처벌한다’는 것은 상시적인 실업과 저임금,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근로빈곤층을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규정하고 극소수의 부자들의 안전과 부의 안정적 재생산을 위해 이들을 철저히 격리ㆍ엄벌함으로써 기득권을 유지하는 행태를 가리킨다. 책에서 잘 설명하듯이 “톨레랑스 제로” 정책은 미국의 뉴욕에서 출발해 이미 유럽, 중남미 등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불편한 현실이 한국에서는 먼 이야기일까? 이미 한국의 불안정노동 증가와 사회양극화는 유럽이나 미국의 수준을 능가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는 복지제도조차 미약하다. 이런 상황에서 ‘법치국가’, ‘불법에 대한 엄정 대처’ 따위의 말을 들먹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해서는 물론, 심지어 용산참사 농성자들에게까지 엄벌을 내리는 현 정부와 체제를 보고 있으면 이미 우리도 빈곤을 처벌하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밖에 없다.

참고로 이 책은 1999년 프랑스에서 첫 출간된 이후 무려 19개 언어로 번역ㆍ출간되었다.

* 윤찬영 조성주 연구원이 함께 작성했습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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