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 06 / 21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캐나다의 퀘벡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협동조합이 가장 발전한 곳이다. 3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존재하며, 조합원은 880만 명을 넘는다. 퀘벡 전체 인구가 800만 명 정도인데, 협동조합 조합원 수가 이보다 많다.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협동조합에 가입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7만 8000여 개에 이르며, 연간 매출은 180억 달러, 자산은 1000억 달러이다.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는 퀘벡 주 전체 경제의 8~10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퀘벡의 사회적 경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샹티에(Chantier)이다. 샹티에는 퀘벡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의 연합체로 1995년에 설립되었다. 당시 캐나다는 경제위기를 겪고 있었고, 퀘벡 역시 12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실업률로 애를 먹고 있었다. 이에 1996년 샹티에는 퀘벡 주정부와 협력하여 지역경제의 대안을 찾기로 한다. 그리고 이를 논하기 위해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 대학과 연구자들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대표회담을 개최한다.

 

그 결과 <자, 연대로 나아가자>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탄생했고, 여기에는 퀘벡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부터 경제 위기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들까지 담기게 된다. 주정부는 이 보고서를 받아들였고 이후 각종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 설립을 지원하면서 경제위기를 타개했다.

 

연합체에서 출발한 샹티에는 현재 퀘벡의 사회적 경제의 중심축을 이루는 상설기관으로 자리 잡았으며, 퀘벡은 주정부와 협력하면서도 민간이 주도하여 사회적 경제를 통해 지역개발을 이루어낸 대표적 사례로 꼽히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퀘벡은 정책적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고자 하는 서울시나 우리 정부가 배울 점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1996년 대표회담은 퀘벡의 수많은 단체와 조직, 시민들이 모여서 사회적 경제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지역의 발전 방향을 사회적 경제로 합의한 회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그리고 10년 후인 2006년 그동안의 사회적 경제의 성과를 확인하는 대표회담을 가졌다. 그들은 스스로가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자부하고, 앞으로도 사회적 경제를 더욱 강화해나갈 것을 밝히면서, 시야를 퀘벡 내부에서 전 세계로 돌리고 있다. 더불어 소비, 노동, 투자, 생산의 모든 면에서 연대를 강화할 것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

 

2006년의 이 선언 외에도 사회적 경제의 발전 과정에 따라 공공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노동운동과의 연대를 강조하는 등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선언들이 해를 달리하여 발표되고 있다. 앞으로 샹티에의 선언과 보고서들을 차근차근 소개할 것을 약속하며, 오늘은 2006년 대표회담의 선언문을 번역 소개한다.

 

 


퀘벡 사회적 연대 경제 대표회담 2006년 선언
(2006 DECLARATION)


2006년 11월 17일
사회적 연대 경제 대표회담

 

“사회적 연대 경제 대표회담(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Summit)에서 우리 사회적 경제 주체들, 다시 말해 다양한 문화운동, 환경운동, 사회운동, 노동조합, 국제연대단체와 지역개발조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 협동조합, 공제운동, 결사체들은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사회적 연대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 자부심과 결의를 가지고 실천해 나갈 것을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수 십 년 동안 우리는 퀘벡 주 내에서 뿐 아니라 밖에서까지 그 누구도 패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근거하여 사회적 경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사회적 경제의 주체 및 연대체들의 성과와 실적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로 힘을 합쳐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현존하는 사회적 경제 방식을 강화했고, 특히 지난 10년 동안에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내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는 강화되었고, 새로운 부문들이 출현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수 천 개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원했으며, 동시에 사회적 배제의 해소, 대중의 참여 및 사회적 거버넌스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선해나가고 창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의 참가도 높아졌습니다. 경제에서 여성이 지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성과는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저항한 결과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경제적 성장은 너무나도 빈번하게 빈곤과 사회적, 지리적 불평등을 만들어 냈습니다. 사회적 경제는 빈곤이나 사회적 배제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집단기업(협동조합과 같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경영하는 공동체적 기업을 의미, 사주나 주주가 소유하는 일반적인 기업과 구분하기 위한 표현 - 역자 주)만이 경제의 민주화에 공헌한 것은 아닙니다. 책임 있는 투자의 지속적인 증가, 경제발전에서 노동자의 기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공공정책, 책임 있는 소비관행,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확실히 사회적 경제는 만연한 신자유주의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이며, 보다 민주적인 연대를 기반으로 한 경제입니다.

 

사회적 경제는 더 공정하고 평등한 세계를 건설하는데 반드시 필요합니다. 오늘날 사회적 연대 경제는 다양한 부문에서 많이 그리고 튼튼하게 확립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사회적 위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용과 부의 창출은 퀘벡 주의 경제에서 주요 현안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소비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경제적 목적과 과정의 중심이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성공에 더하여 우리는 우리사회가 유통, 제조, 소비에서의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또한 퀘벡 경제가 세계경제와 통합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모든 방면에서 평등과 공정을 추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우리는 퀘벡의 모든 시민들에게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긴급한 문제에 대해 단순히 대응하는 것을 넘어서서 연대에 기반 한 경제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에 함께해 줄 것을 호소합니다. 사회적 연대 경제의 주체이면서 연대체인 우리들은 퀘벡의 지속가능한 발전, 나아가 우리의 연대를 통해 세계 다른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 사회적 경제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을 결의합니다.

 

우리는 또한 경제활동을 평가할 때 재무적 결과만을 고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재무적 결과와 함께 사회적, 환경적 결과를 고려하는 3차원 평가방식으로 이행할 것을 정책결정자들과 정부 대표들에게 요구합니다.

 

현재의 발전 모델은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빈부 간, 지방 간, 국가 간의 격차를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발전 모델을 변혁시켜야 한다는 커다란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지속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합니다. 캐나다 전역과 북미 대륙, 그리고 국제적으로 사회적 연대 경제의 주요한 부문 간의 새로운 연계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는 향후 10년 동안 다양한 과제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의 목표들을 달성하기 위해 에너지를 집중할 것입니다. 동시에 퀘벡 주의 모든 시민들에게 동참을 호소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행동하고자 합니다.

 

? 연대하여 사업한다 :
이를 위해 
- 조직의 사명이 우리 운동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과제에 부합하도록 노력해야 함을 인식하고 그렇게 되도록 유지 발전시킨다. 
- 우리의 네트워크를 통합하고, 네트워크 내부와 외부에서 소통을 강화한다.
-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와 어긋나지 않는 판매 및 관리관행을 지원한다.
- 젊은이, 선주민, 장애자 및 이민자들이 사회에 통합되도록 한다.
- 민주적 운영과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반영한 공공정책을 분명히 제시하는 정부와 연계한다.

 

? 연대하여 노동한다 : 
지속가능하고 질 높은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이를 위해 
- 무엇보다도 사회적 경제 및 공동체 발전을 위한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조건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 조직들에 대한 기금을 늘릴 필요가 있다.
- 노동조건에 관핸 논의할 수 있는 전국적인 태스크포스팀을 만든다.
- 노동자 인식과 능력 향상을 추진한다.
- 사회적 경제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늘린다.

 

? 연대하여 투자한다 :
이를 위해
- 자본 개발과 연대금융에 존재하는 주체들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 사용할 수 있는 연대금융 수단을 서로 연결하여 강화시킨다.
- 사회적으로 유용한 투자를 가능하도록 공공정책을 개혁한다.

 

? 연대의 영역을 확장한다 :
이를 위해
- 퀘벡 주의 전 지역에서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원과 금융수단에 대한 공정한 접근을 제공한다. 
- 지역 네트워크가 필요한 기술적, 재무적 수단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 정치가들에게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위해 일하는 기업과 단체들에게 이용가능한 자원들의 통합과 연결이 중요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시킨다.

 

? 책임감을 가지고 소비한다 :
이를 위해
- 책임 있는 소비 주체들 사이에 상승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한다.
- 사회적, 환경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는 물건이나 서비스가 생산되도록 유도한다. 
- 책임 있는 소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모든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이를 인지하도록 한다.
- 사회적 경제가 책임 있는 소비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알린다.

 

? 국제적으로 연대한다 :
이를 위해
-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연대체들과 함께 대중을 결집한다.
- 우리 정부가 위원회를 꾸리도록 하며, 이를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
- 평등한 위치에서 참가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의 연대체들을 지원한다.
- 패자가 없는 세계체제를 만들어 가는데에 시민사회와 사회적 연대 경제의 완전한 참가가 보장되도록 북미대륙 및 대륙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지난 10년 동안 퀘벡의 사회적 연대 경제는 크게 발전하였지만, 여전히 성과는 미약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수없이 많습니다. 사회적 연대 경제의 발전은 지역 규모의 생산과 소비, 노동자의 기여와 사회적 의식이 있는 투자가의 연대를 끌어내는 전반적 차원의 관점을 갖지 않고는 추진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적 연대 경제는 전 사회가 하나되어 움직이지 않는 한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이번 대표회담의 결론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 하나 소외되지 않는 발전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연대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그것이 퀘벡과 전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2006년 11월 17일  몬트리올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chantier.qc.ca/userImgs/documents/CLevesque/sitechantierdocuments/

declarationsommetang2006.pdf(링크연결x, 전체주소 복사 후 주소창에 붙여넣기)

 

*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PDF 아이콘을 눌러 파일을 다운로드 받으시기 바랍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5.30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이수연 / 새사연 연구원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처럼 협동조합의 기적도 이룰 것입니다.” 협동조합의 권위자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가 한국 방문단에게 한 말이라고 한다. 그의 말대로 지금 우리나라에 부는 협동조합 열풍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도 남을 정도다.


협동조합, 한강의 기적 이룰까?

 

기획재정부에 의하면 현재 설립 신청을 한 협동조합의 수가 850여 개에 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서울에 8000개의 협동조합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지자체나 시민단체, 대학들에서는 다양한 협동조합 강좌들이 열리고 있으며, 강의마다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 2011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2012년 12월 이 법이 발효되었으니 불과 2년 만의 변화이다.

 

협동조합이 대체 뭐길래 그럴까? 협동조합기본법에 의하면 5명 이상이 모여서 출자금을 납부하고 정관을 만들어 신고하면 협동조합이 된다. 기존의 개인사업체나 법인이 아닌 또 다른의 형태의 사업체 설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런데 5명이 주식을 투자해서 만든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협동조합은 일반기업보다 착하고 좋은 일을 하는 것 같은데 그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조합원, 출자금, 정관 등의 형식을 넘어서 협동조합이 가진 근본적 특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일반기업과 협동조합의 근본적 차이는 자본과 노동의 고용관계에 있다. 일반기업의 경우 자본이 노동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사장님이 자기 돈으로 회사를 차리고 직원을 고용한다. 혹은 주주들이 자본을 댄 후 경영자와 직원을 고용한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협동조합의 자본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부터 나온다. 조합원, 바로 노동이자 사람이 자본을 고용하는 것이다. 이는 곧 누가 기업의 주인인가라는 문제로 볼 수 있다. 일반기업에서는 자본이 주인이지만, 협동조합원에서는 조합원이 주인이 된다.

 

협동조합이 '착한 일'을 할 수 있는 이유


기업의 주인이 누구냐에 따라 기업의 수익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할지가 달라진다. 일반기업에서는 수익이 발생하면, 주인인 자본가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매출이 증가하면 주주들의 배당금이 높아지거나 사장님이 부자가 되는 식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생산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생산자들이 납품한 물건을 좋은 가격에 구매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노동자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노동자들의 임금상승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금융협동조합이라면 조합원인 고객들에게 더 낮은 대출금리와 더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기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 공동체 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면 그러한 목표를 위해 수익을 사용한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수익이 아니라 조합원이 필요로 하는 것, 조합원이 합의한 가치를 추구하는 ‘착한’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이 주인인 일반기업에서는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목표는 수익극대화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협동조합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 없다. 노동자가 주인이고, 소비자가 주인이고, 지역 공동체가 주인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의 몬드라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협동조합그룹이다. 1956년 5명의 창립자에 의해 설립된 난로공장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200개가 넘는 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는 거대 그룹이다. 현재 스페인에서 매출 기준으로 7위이며, 9만 명에 가까운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삼성과 같은 재벌인데, 그 재벌이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몬드라곤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가난했던 지역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되었고 지금도 그 목표를 충실히 실현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몬드라곤 역시 위기를 맞았고 약 8000명의 일자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삼성과 같은 일반기업이었다면 8000명의 정리해고가 발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몬드라곤은 8000명의 직원에게 평소 임금의 80%를 지급하며 휴직을 시켰다. 그리고 교육과 훈련, 창업을 통해 그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주었다. 왜냐하면, 몬드라곤의 목표는 수익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기 때문이다. 해고없는 기업이라는 몬드라곤의 신화는 철저히 협동조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합원이 주인이며, 그래서 수익이 아니라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것 자체가 목표라는 점. 이것이 협동조합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내용이다. 이런 근본 특징으로부터 모든 조합원들이 출자금의 규모에 상관없이 1인 1표의 의결권을 갖으며, 조합원의 투표를 통해 이사회나 경영진을 선출하며, 투자배당이 아니라 이용고배당을 실시한다는 협동조합의 운영 원칙들이 나오게 된다. 투자배당이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식에 대한 배당처럼 투자한 자본에 대해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며, 이용고배당이란 협동조합을 이용한 정도에 따라 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협동조합의 경우는 소비를 많이 한 조합원일수록, 생산자 협동조합의 경우는 생산을 많이 한 조합원일수록 높은 배당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특징을 담아 국제협동조합연맹(ICA)에서는 협동조합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협동조합의 7가지 원칙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첫째, 조합원의 참여는 자발적이고 개방적이다. 둘째, 민주적으로 운영된다. 셋째, 경제적으로 공동 소유하고 공동 이용한다. 넷째,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다섯째, 조합원과 일반대중에게 교육과 훈련 및 정보를 제공한다. 여섯째, 협동조합끼리 서로 협동한다. 일곱째,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시장 경제 속에서 협동조합은 어떻게 가능한가?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고, 조합원들끼리 협동하고, 신뢰하고, 연대하다니! 확실히 협동조합은 수익, 효율, 경쟁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경제와 다른 원리를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그게 과연 가능할까?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보이지 않는 손’을 언급하면 말했던 경제는, 모두가 제 이기심을 충실히 따르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가장 이로운 결과가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시장경제라 부른다. 여기에는 가치, 협동, 신뢰, 연대 등의 ‘착한 것’들이 낄 틈이 없다. 아담 스미스의 말대로 인간이 모두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면 협동조합은 불가능하다. 필연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인간은 이기적일까? 여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이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이제 A에게 1만 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한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든 상관없다.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제시할 수 있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할 수 있다. 단, B가 A의 제안을 거절하면 두 사람은 모두 한 푼도 갖지 못한다.

 

당신이 A라면 얼마를 제시하겠는가? 당신이 B라면 A가 얼마를 제시했을 때 제안을 수용하겠는가? 만약 시장경제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라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A는 1원을 제시하고,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A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소한의 금액인 1원만 주는 게 이기적인 행위이다. B의 입장에서는 A의 제안을 거부해서 한 푼도 못받는 것보다는 1원이라도 받는 게 이익이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면...

 

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이 위 실험을 수도 없이 반복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체로 A는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하고, B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만약 A가 욕심을 부려 2000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하면, B는 이를 거절하고 차라리 한 푼도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인간은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남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발한다. 협력과 응징을 통해 남이 나에게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것이다.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를 상호적 인간이라 한다. 생각해보면 이미 인류의 오랜 고전인 성경과 논어에서도 이를 황금률이라 하여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 <성경> 마태복음 7장 12절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 내가 원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하지 마라” - <논어> 12편

 

특히 최근에는 생물학이나 진화학에서도 이런 상호성이 인간의 유전자에 박혀있다고 설명한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상호적이고 따라서 협동은 진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몇 백만 년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의 역사 대부분을 인간은 상호적으로 행동했다. 다만 최근 300년 동안, 그리고 신자유주의가 압도했던 특히 지난 30년 동안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주장이 득세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반론을 제시했다. A가 4000원이 5000원이라는 높은 금액을 제시한 까닭은 혹시 B가 그 제안을 거절해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A의 결정은 이기적이며, 시장경제가 상정하는 이기적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 또 하나의 실험을 했다.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이다. 앞서 진행한 최후통첩게임과 똑같이 진행하되, 다만 B에게서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했다. 즉, A가 어떤 금액을 제시하더라도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건 너무나 쉽다. 만약 A가 이기적인 인간이라면 B에게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왔다. 역시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여러 차례의 실험 결과를 종합해보면 대체로 A는 2000원에서 3000원을 B에게 나눠 주었다. 앞의 최후통첩게임 결과와 비교 해보면 나눠 주는 금액이 2000원 정도 줄기는 했다. 줄어든 2000원은 경제학자들의 반론처럼 자신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마음의 크기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2000원에서 3000원의 금액을 결정권이 없는 사람에게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행동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다. 인간에게 이기적인 면이 분명 있지만,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오히려 대체로 이기적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학이 아담 스미스 이후 300년 역사 동안 절대적인 가정으로 삼은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명제는 절대적이지 않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으며 상호적이라는 사실에서 경제는 착해질 수 있고, 협동조합과 같은 기업이 존재할 수 있게 된다. 이 ‘착한 경제’를 사회적 경제(시장경제를 시장적경제라고 하지 않는 것처럼 사회적 경제보다는 사회경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나, 국내에서 이미 많이 사용되어 읽는 이에게 익숙한 용어라는 점을 고려하여 사회적 경제라 표기한다)라 한다.

 

인간의 상호성을 전제로 한 사회적 경제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경제는 개인의 상호성을 전제로 협력을 통해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사실 사회적 경제는 시장경제보다 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왔다. 원시부족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식량 공유의 습관이 대표적이다. 시장경제는 19세기에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야 우리 곁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제라고 하면 시장경제가 전부이며, 경제활동은 당연히 이기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경제가 장기침체에 빠져들고, 소득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욕심과 경쟁을 강요하는 시장경제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동시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회적 경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협동조합에 대한 사람들의 놀라운 관심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 이해할 수 있다.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해서 조금 더 정리해보자. 학문적이고 정책적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은 프랑스였다. 1800년대 후반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대규모 도시노동자가 양산되었고, 이들의 삶은 매우 열악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의 집단 대응이 필요하다고 믿었던 경제사상가 샤를 지드(Charels Gide)는 ‘시장경제를 더 사회적이고, 공평한 체제로 전환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제시했다. 이런 실용주의적 입장과 함께 생시몽(Saint Simon)이나 푸리에(Fourier)와 같은 사회주의자들은 ‘사회, 경제적 목적을 지닌 협동조합을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901년에는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등이 프랑스에서 법적 인정을 받았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기침체와 실업으로 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위기에 처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가 유럽 전체에 퍼져나갔다. 시장과 국가가 해결하지 못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들의 자발적 공동체가 나서게 된 것이다. 1989년에는 유럽위원회 차원에서 사회적 경제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 몇 가지를 꼽자면 다음과 같다. 공통적으로 시장과 국가의 바깥에 존재하며, 자발적이고 민주적이며, 전체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지향하는 경제라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가 만족시킬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사회적 경제 안에는 어떤 기구들이 포함될까? 대체로 경제적 목적(수익 창출)과 사회적 목적(구성원이 합의하는 공동체의 보편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기구로서 협동조합, 상호공제조합, 사회적 기업 등이 포함된다. 나라에 따라 경제적 목적은 전혀 추구하지 않은 채 사회적 목적만을 추구하는 자선단체나 비영리 단체까지도 사회적 경제 안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앞서 우리가 살펴본 협동조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등장하는 사회적 경제 조직의 대표 사례이다.


사회적 경제가 가져올 수 있는 미래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 경제는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우리가 사회적 경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논리만을 강요해서 생겨나는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나아가 우리의 사고방식과 사회운영원리를 좀 더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요즘은 주춤하지만 지난 대선을 최고점으로 하여 경제민주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을 개혁하고 규제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제까지 재벌이 차지해왔던 자리를 새로운 경제주체가 메워주어야 한다. 재벌을 규제할 수 있는 대안세력이 등장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가 그것을 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벌기업이 독과점하고 있는 시장을 중소상인과 중소기업에 돌려주는 경제민주화 역시 협동조합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골목까지 들어오는 재벌들의 빵집이나 대형마트에 대항하기 위해 동네 슈퍼 협동조합이나 동네 빵집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협동조합은 그 자체로 소유와 경영에 있어서 민주적이며, 지역과 공동체를 고려하는 공동선을 추구한다. 협동조합이 확산될수록 우리는 그러한 기업을 더 많이 갖게 되는 것이다.

 

복지국가 건설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시장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복지를 수익성만 추구하는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정부의 복지체계를 지역 구석구석까지 잘 전달해줄 수 있는 조직은 지역에 뿌리박은 민간 조직이면서, 수익성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의 건강보험시스템에서 마지막 의료서비스 전달(1차 진료)을 의료생협이 맡는 것이다. 지역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키기에는 국가의 관료조직을 타고 내려오는 의료서비스보다 지역 주민들이 만든 의료생협을 통한 의료서비스가 훨씬 더 적절하다.

 

꼭 이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좋다. 지금 우리 동네에서, 지금 나에게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다면 협동조합으로 해결할 수 있다. 동네에 마을버스가 필요하다면 마을버스 협동조합을 만들자. 지역신문이 필요하다면 지역신문 협동조합을 만들자. 어린이집이나 대안학교를 만들 수도 있다.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적 경제가 많이 생길수록 우리사회 전반에 깔리는 운영원리 또한 경쟁이 아니라 협동으로 변화할 수 있다.

 

서두에 소개했던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는 “협동조합은 상상의 산물”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며,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이룰 수 있다는 뜻이다. 막연하게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 경제는 원래 그런 거야 라고 생각해왔다면 이제 그 벽을 깨고 새로운 사회를 그려보자. 우리에게는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물감이 주어졌다. 


* 이 글은 가톨릭대학교 교지 '성심'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5 / 24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최근 조세피난처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한국 대기업들이 적발되고 있어 경제민주화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과연 외국의 대기업들은 어떨까. 신자유주의 탐욕의 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새사연은 2012년 1월부터 '경제를 보는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에 관해 눈여겨 볼만한 관점이나 주장을 담은 해외 기사, 칼럼, 논문 등을 요약 정리하여 소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2013 세계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경제 외에 사회 분야까지  확장하여 해외의 좋은 주장과 의견들을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국제적인 조세 피난처 버진 아일랜드에 재산을 숨겨둔 부자들의 명단이 공개되면서 사회적 여론이 뜨겁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어렵고 갈수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재정마저 빡빡하여 긴축이 세계적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우리도 뒤늦게 사회 안전망을 늘리기 위한 복지지출 규모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부자들이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안내면서 조세 피난처에 재산을 은닉해두고 있으니 국민적 분노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런 상황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규제완화가 확대된 이래 더 심화되었다. 특히 ‘사악하지 말라’는 사훈으로 유명한 세계적 IT기업 구글, 그리고 애플과 아마존 등도 여기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이미 2011년 세전 수익의 80%에 해당하는 98억 달러를 법인세가 전혀 없는 버뮤다로 옮겨 세율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는 것이 밝혀져 세계적인 논란거리가 되었다. 또한 영국에서 32억 파운드(2011년)의 돈을 벌었으나 법인세는 600만 파운드만 냈다는 사실이 최근에 밝혀지기도 했다.

 

또한 아이폰 제조사 애플 역시 2012년 아일랜드 자회사를 이용하여 미국에서 얻은 수익에 대한 세금납부를 지난해 90억 달러 정도 덜 냈다고 알려져 미국 의회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2012년 현재 미국계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들이 해외 취득 소득을 본국에 돌려보내지 않아 1조 7천억 달러의 현금이 해외에서 보관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때마침 미국 진보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회피와 법인세 감세 주장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 소개한다. 그는 일관되게 미국 공화당의 긴축 주장에 반대하면서 부자 증세를 적극 주장해온 학자다. 라이시는 글로벌 대기업들의 조세 회피와 감세가 결국 평범한 국민들의 세금으로 매워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대 자본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주요 선진국들이 서로 협조해야 할 중요한 시기에, 오히려 반대로 극우 국수주의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는 최근 경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세계화가 글로벌 자본에게만 특히 어떤 이익을 주고 있는지, 이들이 ‘국가 경쟁력’ 운운하며 애국적인 발언을 하고 있지만, 실은 어떻게 세계적으로 임금을 깎는 경쟁을 부추기고 세금을 회피하여 이익을 확장하는지에 대해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짧은 블로그 글에 압축적으로 담아놓고 있다. 결국 애플과 구글, 아마존처럼 선할 것만 같은 글로벌 첨단 기업도 제대로 규제를 하지 않으면 절대 선한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글로벌 자본과 국민국가(Global Capital and the Nation State)

 

2013년 5월 20일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

로버트 라이시 블로그(http://robertreich.org/)

 

 

글로벌 자본이 그 어느 시기보다도 막강해짐에 따라, 거대 기업들은 국가 ‘경쟁력’을 올려야 한다면서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타내고 세금을 깎아서 몸집을 유지하려고 정부와 시민들을 협박하고 있다. 동시에 찾아낼 수 있는 가장 낮은 조세 피난처에 이윤을 숨겨두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과 시민들은 이제 이들 글로벌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포괄적인 조세 협약을 맺을 필요가 있다.

 

구글, 아마존, 스타벅스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 그리고 모든 월가의 거대은행들은 가능한 많은 이익을 해외에 숨겨두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낮은 법인세가 필요하다고 워싱턴을 압박한다.

 

물론 헛소리다. 사실은, 글로벌 기업들은 (자신의 국가의 국가 경쟁력 운운하면서 자국에 대한 애국적인 표현을 쓰지만 - 역자)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아무런 충성심도 갖지 않는다. 그들의 목적은 오직 가능한 돈을 많이 버는 것이며 세금을 낮추고 보조금을 늘리기 위해 국가 사이의 경쟁을 조장하는데 불과하다. 그리고 결국은 자신들이 내야 할 세금을 평범한 국민들에게 떠넘기려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낮은 임금을 찾아 해외공장을 이전하는 등 각 국가의 노동자들에게 저임금 경쟁을 조장한 탓에 그 평범한 국민들은 이미 월급이 쪼그라들어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며칠 런던에 있었는데, 영국에서는 골드만삭스가 영국정부와 세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담합을 하는지에 관한 얘기뿐이다. 구글은 세금이 낮은 아일랜드 자회사를 이용해서 영국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기 위해 영국매출을 조작했다.(이 문제를 조사한 영국 의회 위원회 의장은 ‘사악하지 말라’는 사훈을 가진 구글에게 ‘기만적이고, 계산적이며,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했다.) 아마존은 세금이 낮은 룩셈부르크의 자회사로 영국 매출을 돌리는 방법을 찾아냈다. 때문에 영국에 내는 세금보다도 더 많은 보조금을 영국 정부로부터 받게 되었다. 스타벅스의 세금회피 전략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영국 소비자들은 문제가 시정될 때까지 스타벅스 보이콧을 시작했다.


* 골드만삭스 영국 법인이 2013년 연초로 예정됐던 2010~2012년분의 보너스 지급 시기를 오는 4월 초로 연기하는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다. 4월 6일부터 시작하는 2013회계연도부터 영국 소득세의 최고 세율이 45%로 기존보다 5%포인트 낮아지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처럼 지급을 연기하면 골드만삭스 임직원들은 수천만 파운드의 세금을 덜 내게 된다. 머빈 킹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이날 하원 재무위원회에 출석해서 "이렇게 많이 버는 사람들이 지급 시기를 조정, 세율에서 이득을 취하는 데 골몰한다는 것은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한 바가 있다.

 

* 아마존은 2012년 영국에서 43억 파운드 매출을 올렸는데 법인세는 매출의 0.1%만 낸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아마존은 지난해 영국에서 법인세로 240만 파운드를 냈지만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이보다 많은 250만 파운드의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도덕성 논란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2013.5.22)

 

* 스타벅스는 영국에 진출한 1998년부터 총 30억 파운드의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는 860만 파운드만 낸 사실이 드러나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을 벌이는 등 홍역을 치렀다. 스타벅스는 결국 2013∼2014년 1천만 파운드의 세금을 더 내기로 했다. (연합뉴스 2013.5.22)

 

 그러는 사이, 각 국가들이 함께 뭉쳐서 글로벌 자본에 대항하여 협상력을 높이기를 기대할 시점에서, 정 반대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외국인 혐오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UKIP)이 점점 더 강력해지면서 영국에서 세 번째로 대중적인 정당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영국 유권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다음 총선에서 독립당에 투표할 생각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 탈퇴 논쟁에 대한 데이빗 캐머런 영국 총리의 수습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독립당 지지율은 4% 포인트가 상승하여 19%가 되었던 것이다.

 

우익 국수주의 정당들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세를 확장시키고 있다. 미국 보수주의자들도 이민 반대나 보호주의 뿐 아니라 기업들에게 낮은 세금 많은 보조금을 주도록 국가 간 경쟁을 부추기는 압박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같은 분열 양상은 글로벌 자본의 힘만 강화시켜줄 뿐이다


* 원문 게재 사이트:

http://www.social-europe.eu/2013/05/global-capital-and-the-nation-st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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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 / 05 / 22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목  차]

 

1. 국회 앞에서 멈춘 경제 민주화
2. 다시 던지는 질문, “경제 민주화는 무엇인가”
3. 경제 개혁 없이 경제 민주화 없다.
4. 복지국가 대신 창업국가가 대안이 될 수 있나.
5. 한국경제 구조개혁 비전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


 

[요 약 문]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까지 경쟁적인 정책 좌클릭’ 시기였다고 한다면 2012년 양대 선거가 끝나자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국민에게서 표를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좌 클릭했던 정책들을 하나둘씩 버리기 시작하더니이제 여당은 최악의 보수 정책인 ..에 근접해가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도 중도라는 이름아래 실질적으로 2010년 지방선거 이전 버전의 정책으로 되돌아가려는 조짐인 것이다그리고 그 결과가 4월 임시국회가 만들어낸 초라한 경제 민주화 입법 실적이다.

 

물론 6월 임시국회가 남아있다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6월 국회는 모든 을()들을 위한 국회가 되어야한다고 강조했던 만큼 4월 국회에서 미처리된 프랜차이즈법전속고발권 완화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포함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처리되어야 한다더 나아가 순환출자 금지지주회사법 개정집단소송제 도입사면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과 노동 관련법 개정을 최대한 포괄해야 한다그런데 6월 임시국회에서도 실적이 초라하면?

 

앞서 확인한 것처럼 경제 민주화는 지금까지 우리 경제구조와 성장의 동인이 되었던 신자유주의적 경제재벌독식 경제를 구조 개혁하고 새로운 경제체제와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일부 국회의원들의 헌신적인 경제 민주화 관련한 입법 활동이나 상황 대응적 정치행위 만으로는 달성되지 못한다시민사회와 정당이 조직적 차원에서 비전과 제도설계정책기획을 수행하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제는 경제 민주화가 경제적 불평등 해소 차원을 넘어 모든 국민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지킨다는 인권문제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중요한 지적이다하지만 불평등을 넘어 국민의 기본권과 사회권을 지키는 차원으로 확장하려면 게임의 룰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사고를 해야 한다더 나아가 새로운 게임의 룰을 받아들일 우리사회의 가치를 완전히 바꾸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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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2013.05.15이수연/새사연 연구원






"밑으로부터의 자생력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협동조합 도시를 만들겠다는 발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반 시장적 성향을 드러내는 사회주의적 조직에 협동조합의 외피만을 두루면 좌편향적 의식과 사고가 걷잡을 수없이 빠르게 퍼져나간다."  

 

-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

 

"좌파는 20여년 전부터 생활협동조합 운동을 시작으로 풀뿌리 지역사회 공동체 활동의 경험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 결국 좌파 지역사회 운동가들이 마을활동가가 될 수밖에 없다. ... 지금까지 국내에서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지 않은 것도 시장에서 경쟁을 거쳐 도태됐기 때문이다. ... 협동조합을 활성화시키려면 나랏돈을 넣어야 하는데, 그럴 거면 차라리 그 돈을 복지에 쓰는 것이 낫다. ... 서울시 돈은 집어넣지 마라."    

 

-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동조합에 관해 한 인터넷 언론에 실린 인터뷰 중 일부이다. 밑에서부터의 자생력이 중요하다는 점, 관주도의 협동조합 육성이 부작용을 갖고 올 수 있다는 점 등의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이 간다. 하지만 ‘반 시장적’, ‘사회주의적’, ‘좌파 지역사회 운동가’ 등을 들먹이며 불필요한 색채를 덧씌우고, 협동조합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서울시의 지원 자체를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는 태도에는 공감하기 어렵다.

 

리의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손을 잡아 줄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언제나 자유방임의 경쟁으로 굴러가는 것처럼 보여도, 역사를 돌아보면 유치산업에 대한 보호정책은 언제 어느 곳에서든 존재했다. 우리의 대기업들도 전후 초기에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정부 차원에 막대한 차관지원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 관계에서도 자국의 주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들은 존재한다. 또한 전략적으로 산업정책을 세우고 추진해나가는 일은 국가의 중요한 경제정책이기도 하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라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추진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일이다. (그 목표와 세부정책이 올바른지는 여기서는 제쳐두자.)

 

히 현재의 사회 제도는 일반 기업을 중심으로 설계되고 운영되고 있다. 일반 기업과 다른 소유구조와 분배구조, 그리고 가치지향을 갖는 협동조합으로서는 모든 것이 불리한 상황이다.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 문제, 경영성과 측정지표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실무적인 문제를 떠나서, 우리에게는 협동이라는 가치나 협동조합이라는 조직에 대한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 협동조합이야말로 매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선수이다.

 

런데 협동조합은 공동소유와 민주적 운영이라는 특징으로 인해 소득불평등이나 경제민주화, 지역사회 발전과 같은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된다. 나아가 사회적 경제는 수익추구라는 경제논리로 모든 것이 잠식당했던 우리 사회에 공동체적 가치를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들의 호응도 뜨겁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더욱 협동조합이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는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동조합의 성공사례로 유명한 캐나다 퀘벡은 1960년대부터 주정부가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본격적인 지원 정책을 펼쳐왔다. 경제침체 해소와 사회개혁을 위해서는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판단했고, 협동조합이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1963년 주정부 내에 협동조합국을 세우고, 1977년에는 협동조합촉진기관을, 1985년에는 협동조합투자제도와 지역개발협동조합지원제도를 도입했다. 2000년에는 노동조합과 연대하여 사회적 경제를 지원하는 기금을 만들었다.

 

2001년에는 협동조합추진정책을 발표했는데, 협동조합이 퀘벡주 경제에 공헌한 점을 인정하고 주 정부의 모든 기관과 부처가 협동조합의 창업과 성장을 돕도록 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세부적으로는 향후 5년 동안 협동조합 신설수를 50% 증가시키고, 10년 간 순고용 2만 명을 창출하며, 신흥업종에서 향후 5년 동안 협동조합 투자를 25% 끌어올려 협동조합을 다양화한다는 등의 목표를 세웠다. 이후 협동조합들이 서로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장려하고, 외부투자를 통해 자금공급을 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했고, 협동조합에 대한 컨설턴트 기능도 개선했다.

 

분에 퀘벡은 건강한 지역경제와 지역 공동체를 얻었고, 성공한 협동조합 사례를 배우기 위한 방문자들을 얻었다. 그렇다고 어떤 분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좌파적이거나 반시장적이 된 것은 아니며, 세금을 낭비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우리 서울도 퀘벡 주정부 만큼은 해보고 걱정할 일 아닐까? 물론 그 과정에서 일회성의 직접 자금 지원이 아니라 생태계를 조성하고 인력을 육성하는 장기적 지원이 될 수 있도록 경계하는 자세 또한 잊지 말아야겠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