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11김병권/새사연 부원장

 

“올해 들어 임금상승률이 빠른 속도로 높아져 4개월째 안정 기조를 보인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연합뉴스 7월10일자) 최근 언론보도 한 구절이다.

실로 오랜만이다. 월급이 너무 올라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걱정을 들어본 지가 너무 오래 됐기 때문이다. 임금이 실제로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가는 차치하고, 기본적으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임금상승은 그 동안 미미했다.

그러면 얼마나 올랐기에 그런가. 올해 1~4월까지 명목기준으로 6.85%, 실질기준으로는 3.83%가 올랐던 것이 근거다. 물가를 걱정할 정도로 보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인상률 규모는 대단하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 같은 기간 실질임금이 2.73%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2년 동안 임금인상은 사실상 제 자리 걸음이 아닌가. 미세한 임금인상에 왜 그리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가 없다.

더욱이 지금이 물가를 걱정할 시점인가. 경기가 침체국면으로 가면서 물가는 떨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이런 국면에서는 물가가 더 추락하거나, 석유나 곡물 같은 수입 필수재의 투기적 움직임 때문에 해당 상품가격이 일시적으로 급등하는 정도가 당장의 움직임일 것이다.

사실 길게 보면 물가를 뛰게 할 요인은 따로 있다.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오랜 기간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사용하면서 풀려나간 유동성이 미래 어느 시점에서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인상이 물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도 사실 따져 봐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금상승이 원가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물가상승을 견인하고 물가 불안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주장이 많다. 그런데 실제 자료를 보자. 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전 산업 기준으로 2010년 10.26%고 제조업은 8.48%에 불과하다.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여 년 동안 지속적으로 떨어진 결과다.

20년 전인 92년 제조업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3.91%였고, 2002년에는 10.08%, 그리고 2010년에는 8.48%까지 떨어졌다는 소리다. 그 동안 임금인상이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상황에서 임금을 10%인상시켜 주고 기업이 이윤삭감 없이 이를 그대로 매출에 반영했다고 가정해도 원가상승에 0.8%정도 밖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임금인상이 물가를 자극한다는 주장이 생각보다 과장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임금이 물가를 상승시키는 것을 근심해야 할 시점이 아니다. 오히려 임금을 상승시켜 부진한 민간소비가 회복되고 내수경기가 활성화되는 측면을 주목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최근 ILO와 유엔 등에서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제시하는 임금주도 성장(Wage-led growth), 우리 연구원이 이를 수용해 제시하는 소득주도 성장(Income-led growth)도 바로 임금의 이런 측면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유엔의 2010년 보고서는 임금하락이 오히려 고용상황을 악화시킴을 확인하고, 임금상승을 통한 노동소득 분배율을 개선해야 지속가능한 회복이 가능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상품에서 가격 유연성이 공급에 대응하는 수요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달리, 임금 유연성은 실업 증가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 실제로 결과는 정반대다. 임금하락은 실업자 수를 증가시키고 고용을 하락시킨다. 생산적인 역량에 투자할 인센티브를 감소시킨다. 그리고 사회의 전체적 삶의 수준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는 워싱턴 컨센서스 시대 동안에 선진국에서 이미 경험한 것이다. 노동자의 임금을 생산성 향상에 비례해 올려주지 않는다고 자본의 이윤이 자동으로 늘어나지도 않는다. 이윤은 잔여소득(residual income)이므로 오직 수요가 충분히 확대돼야만 늘어나는 것이며, 노동자의 소득이 생산성 향상만큼 오르지 않을 때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만 더 확인해 두자. 임금을 깎아 늘리는 기업이윤인 자본소득 증대는 임금소득의 증대 보다 고용창출에 덜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자본소득자는 임금소득자보다 평균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저축하려는 성향이 더 강하며 소비를 하더라도 수입산 사치품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이익은 노동소득으로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적어도 생산성 향상과 같은 속도로 노동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제대로 오르지도 않은 임금을 물가상승의 볼모로 잡아서는 안 될 시점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임금인상과 물가상승의 연관 관계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누가 먼저 올리느냐 하는 원리입니다. 누가 자신들의 과욕 때문에 임금이나 물건 가격을 올려서 물가안정이란 국민들의 바램에 찬물을 끼얹는지 그걸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업자들인지 근로자들인지 아님 대중교통비인지 공공요금인지 그걸 알아차려 응징을 해야 합니다. 생활 물가는 누군가가 먼저 물건이나 임금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그것이 관철된 후 다른 이들에게 그게 전파되어 너도나도 물건이나 임금을 올리게 되면서 생활물가 상승으로 바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런 원리만 깨달으면 누구든지 물건 가격이나 쉽게 임금 인상 요구를 할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봇물처럼 다른 생산 주체들에게 전파되어 물가 상승을 불러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수입이 일정한 저소득 계층입니다. 안 그렇겠습니까?

    2012.09.26 19:0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