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 11. 20. 21:09



 <금융의 세계화, 금융 오류의 세계화>

80년대부터 신자유주의화를 선두에서 설파하고 금융대출을 볼모로 자유화, 개방화 압력을 넣어왔던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최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빈부격차 확대 등 세계화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할 만큼 신자유주의의 폐해에 대한 공감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배후에 국제적 금융자본과 금융세계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도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지난 7, 8월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전 세계에 확산되고 한국도 이 영향을 받아 주가가 하루 만에 무려 126포인트가 폭락(8월 16일)하는 기록을 세웠던 데에서도 이는 입증된다.


최근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데릭 로르동은 프랑스 월간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10월호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금융자본의 인질극(페이지 6-15)’이라는 글을 통해,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는지를 명쾌하게 짚어내고 있다. 프레데릭 로르동이 전개하고 있는 논지를 압축하여 소개한다. (소개 글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10월호의 번역 글을 참고했음을 밝혀둔다.)


금융자유화 이후 끊임없는 혼란 이어져


저자는 금융자유화가 전면화된 80년대 이후 금융 불안 없이 3년을 보낸 적이 없다고 지적한다. “87년 주식시장 대폭락, 90년 정크본드 사태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위기, 94년 미국채권시장 폭락, 97년 태국, 한국, 홍콩을 강타한 1차 국제금융위기, 98년 러시아, 브라질을 덮친 2차 국제금융위기, 2001-2003년 인터넷 버블 붕괴”가 그것이다. 이 사건들은 “거의 매번 경제사책에 기록될 만큼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올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대출시장 위기 역시 “제한 없는 투기거래의 불가피한 연쇄효과”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평가하면서 여기서 나타난 7가지 특성을 잘 짚어주고 있다.


미국 부동산 구매자 -은행의 부동산 담보대출 - 1차 파생상품: 부동산담보대출채권 - 2차파생상품: 부채담보부채권 - 헤지펀드로 이어지는 금융버블의 형성과 붕괴과정, 그리고 다시 사모펀드위기 - 재차 은행신용경색 - 중앙은행개입 - 금리인하의 연쇄과정을 매우 잘 설명해주고 있다. 이 글은 현대의 복잡한 금융시스템의 사슬 구조와 그 취약성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한다.


1. 금융버블의 구조 - ‘펀지’게임

 

저자는 1920년대 엄청난 수익을 미끼로 순진한 사람들을 끌어들여 그들의 저축을 거덜 낸 투기꾼 찰스 펀지의 실패담을 사례로 든 경제학자 민스키를 인용하면서 금융버블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를 분석한다. “찰스 펀지는 투자가들에게 약속한 수익을 제공할 실제 자산이 전무했고, 있지도 않은 배당금을 고객에게 지급할 수는 없으니 최초 고객들의 투자금에 대한 이자를 나중에 투자한 고객들의 자금으로 지불했고, 또 이를 지탱하기 위해 새로운 자금을 계속 유입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국 부동산담보 대출 버블들도 찰스 펀지가 한 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점점 더 많은 가계가 담보대출 시장으로 몰려야했고, 건전한 채무자 부대가 더 이상 없을 경우에도 시장이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했기 때문에, 부동산 대출 중개인들은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대출시장에 끌어들인다는 것이다.


“시장의 끝없는 성장에 대한 믿음을 기초로, 이제 모든 참여자들이 적격 판정을 받은 이상, 대출의 수문이 대대적으로 개방되고, 이렇게 지탱된 투기적 상승은 모두가 옳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런 식으로 후세에 전해질 서브프라임모기지 카테고리가 출현한 것이다”


2. 위험도는 파생상품으로 전이


그런데 버블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른바 파생상품의 출현은 버블의 층위와 단계를 한층 증폭시키게 된다.


“90년대 초에 놀라운 발상이 등장했으니 바로 다수의 대출을 하나로 묶어 양도 가능한 채권의 형태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자산 유동화’라고 불리는 이 거래의 이점은, 그렇게 제작된 유가증권(주택담보대출채권)들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시장에서 다양한 (기관) 투자가들에게 매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대출이 은행의 회계장부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즉 은행은 신용이 낮거나 상환능력이 부족한 고객에게까지 주택담보 대출을 확대하고, 이에 대한 부실을 피하고자 주택담보대출을 채권(RMBS)으로 잘게 나누어 팔고, 이를 구매한 투자가들에게 위험을 넘기며 자신은 빠져나온다. 투자가들이 구입한 대출증권은 여러 보유자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위험도는 낮은 것처럼 보이는 반면, 고위험에 따른 고수익을 보장하는 경향이 있어 헤지펀드 등이 이를 적극적으로 구입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자산유동화와 파생상품 탄생이 또한 끝이 아니다. “주택담보대출채권을 기반으로 새로운 종류의 유가 증권을 발행하는데 이것이 바로 CDO(부채 담보부채권)”이며, 파생상품의 파생상품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에 따라 금융자본은 끊임없이 시장에 몰려들게 되며 최초 위험성은 전이되고 분산된다는 점이다.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성할 수 있는 헤지펀드들은 고위험 유가증권에 투자한다. 이 유가증권들은 시장의 유동성이 보장되는 한 임의로 되팔 수 있는 자산으로, 따라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수익 마진은 엄청나며, ‘유동성 폐기물’이 황금으로 간주되고, 골든 보이들은 축제를 연다. 어마어마한 이윤이 객관적 위험을 은폐한다. 누구도 위험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가능한 최대한 오랫동안 시장의 상승세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는 동안에도 부동산 중개인들은 계속 새로운 시장 참여자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한다”


3. 구조적 취약성에서 파산까지


이런 메커니즘에 따라 “부동산 대출 제공자인 은행은, 심지어 가장 위험한 대출채권도 유동화가 가능하다면 대출을 제공하면 제공할수록 유리하다고 생각할 것이며, 헤지펀드는 시장 유동성이 보장되는 한 가장 위험도가 높은 CDO를 매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이러한 위험성 전이 구조는 매우 사소한 환경변수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을 때 그 인상폭은 그야말로 작아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곡선의 다른 쪽 끝에 있는 가계에서는 부동산 대출금리가 6.3퍼센트에서 11.25퍼센트로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급기야 원리금 상환을 할 수 없어 올해 1사분기에 미국 서브프라임 채무자들의 14퍼센트가 파산하게 된다.


이는 곧 부동산 시장 참여자가 증가세에서 일시에 감소세로 반전하게 되는 결과를 낳고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서브프라임 부실사태는 베어스턴스 은행과 아메리칸 홈 모기지 인베스트먼트라는 두 금융기관의 부실과 파산으로 이어졌고 “바로 이 순간 이 기관의 실패를 목도한 시장 참여자들은 깊은 충격을 받게 되고 상황이 역전되게 된다”는 것이다.


4. 위험평가의 갑작스런 반전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유동화채권 가운데 심지어 AAA 나 AA 등급을 받은 우량채권 조차도 위험하지 않을까 의심하는 상황까지 간다. 더욱이 이들 채권을 평가하는 신용평가 기관들이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신용평가기관들은 바로 이들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금융기관들을 주 고객으로 수입을 얻기 때문이다. 세계적 신용평가 회사인 무디스 2006년 수입의 40퍼센트는 주택담보대출 채권이나 부채 담보부 채권과 같은 상품을 평가하는 업무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때문에 신용평가기관들이 자신의 고객을 잃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정확한 평가를 할 리가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오히려 위험의 막바지에서도 신용평가기관들이 ‘투자적격’ 판정을 한 사례들은 최근 역사에서도 수없이 많다.


저자는 또한 “금융의 세계화와 함께 금융부문 오류도 세계화된다”고 지적한다.

“담보시장이 붕괴한 곳은 분명히 미국이다. 그러나 미국 담보대출의 유동화 증권들은 전 세계의 투기펀드에게 매도되었다. 심지어 지루하고 엄격하며 투자은행보다는 상업은행을 선호하는 독일인들조차도 21세기를 맞아 ‘모던’해지기로 결심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시장 활동에 뛰어들었다.”


5. 전 금융시장으로의 금융경색의 확산


이렇게 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서로 연쇄작용을 일으킨다.

“파생상품의 불안한 균형은 아무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는 한, 즉 모두가 시장의 유동성이 보장되고 있다고 믿는 한 유지된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 중 한명이 큰 손해를 보고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CDO를 매도하여 시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잠재되어 있었던 두려움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구매자들이 모두 사라진다. 유동성은 증발하고 ‘공식적으로’ 양도 가능한 자산들은 ‘실제로는’ 전혀 거래가 되지 않는다”


8월 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여파로 유럽대륙인 프랑스 BNP-파리바 은행이 급히 세 개의 펀드를 폐쇄했던 이유가 여기에서 설명된다.


주택담보대출 관련 유동화 증권시장의 위기는 겉으로는 이와 전혀 관련이 없는 자산시장으로까지 확산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사모펀드라는 것이다.


최근 금융부문의 수퍼스타로 떠오른 사모펀드는 “거래 자금을 주로 대출을 통해 조달한다. 자기 자본은 극히 일부만 투자될 뿐이다. 더구나 사모펀드의 대출 원리금은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이 지불한다. 따라서 이런 방식의 거래를 통해 사모펀드는 그야말로 엄청난 수익을 얻는데, 수익이 너무도 어마어마한 나머지 은행들은 너도나도 사모펀드에게 자금을 조달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제의 동지였던 은행들이 갑자기 신중해 지면서 사모펀드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자는 이것을 “금융의 어떤 부문에서의 위험의 갑작스런 출현이 다른 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전형적인 금융혼돈 효과”라고 지적한다.


6. 은행으로 되돌아오는 금융위기


최초에 부실 고객에 대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위험성을 전이하기 위해 시작한 자산유동화 게임, 즉 파생상품의 출현이 만든 위기는 결국 여러 루트를 통해 부메랑이 되어 은행 자신에게 돌아온다.

“은행은 은행이 운영하고 있는 펀드를 통해 파생상품을 취급한다. 따라서 정문으로 내보냈던 담보대출 위험이 창문으로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은행은 이 같은 금융 불안 국면에서 손실이 발생할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손실 예상분에 해당하는 준비금을 확충해야 하는데 이는 다시 신용경색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은행의 신용 수축은 특정 분야 대출자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대출자들에게 공히 해당되기 때문에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결국 언제나처럼 그로 인한 피해는 이 모든 투기거래와는 전혀 상관없는 실물경제의 행위주체들인 기업과 임금 노동자가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7. 중앙은행에 대한 구조 요청


시장이 상승국면일 때는 그렇게 오만했던 금융플레이어들이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모두들 ‘엄마’를 외치며 중앙은행이라는 ‘국가적 어머니’의 품으로 뛰어든다는 것이다.  ‘시장 외부’에 존재하는 공적 기관인 중앙은행은 이윤이 폭포수처럼 쏟아질 때는 증오의 대상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는 순간 그 중앙은행에게 애타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것이 지난 9월 미국연방준비은행이 결국 최종적으로 금리인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한 이유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만약 여러 금융기관의 실패가 응축되어 도미노 효과를 통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경우, 즉 시스템 전체가 붕괴할 경우 중앙은행이 대대적으로 개입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결론 내린다. 

“이것이야 말로 금융의 폐해 중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앙은행이 내버려 둘 수 없는 수준까지 금융의 규모가 커지면서 결국 중앙은행이 어쩔 수 없이 개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금융은 인질극을 벌리고 있는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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