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11.20 20:59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란이 우라늄농축과정 중단을 받아들이지 않자 무력제재의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란은 미국과도 극한 대립으로까지 가고 있어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6일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제2회 카스피해 연안 국가정상회담이 열려 천연자원을 둘러싼 강대국들의 패권 싸움이 가열되고 있다.

카스피해 연안 정상회담이 갖는 의미

이번 회담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구소련 붕괴 이후 20년 가까이 지속돼온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를 깨려는 새로운 국제적인 흐름을 제시했다. 특히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이란의 원자력 발전 등 핵의 평화적인 이용을 지지하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핵개발의 야망을 버리지 않는 이란을 설득하고, 석유가 풍부한 중동지역에서 미국에 대항할 러시아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언론들이 평가할 만큼 강한 지도자로 부각되었다.
 
동시에 석유 490억 배럴(쿠웨이트 산유량의 약 반 정도)과 가스 230조 입방피트를 저장하는 천연자원의 보고이자 중동 다음의 세계 에너지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는 카스피해가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의 국익이 충돌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카스피해 연안 5개국(러시아, 이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제르바이잔)은 ‘테헤란 선언’을 채택했다. 이들은 카스피해에 관계된 모든 문제는 연안 국가에 의해 평화적으로 해결되며, 어떤 경우라도 해당 국가에 대한 침략 및 기타 군사행위를 위해 타국에 자국의 영토를 사용하게 하지 않을 것을 합의했다. 이 선언은 아제르바이잔에서 이란을 공격하려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외부로부터의 개입을 차단한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사건이다.
 

천연자원을 노린 에너지 전쟁


현재 세계는 석유와 천연가스 획득을 위한 강대국들의 치열한 경쟁 구도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석유 고갈 시대의 도래와 함께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를 계기로 투기 자본이 금융시장에서 원유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제원유가는 계속 올라 국제유가 사상 최초로 90달러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제 세계 판도는 천연자원을 지배할 수 있는 국가가 패권을 잡는 정세로 돌아가고 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석유 생산 국가이자,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산출국으로 자원 대국이다. 이에 러시아는 카스피해의 천연자원을 관리하고 비싼 가격에 파는 방식으로 세계 에너지의 시장을 독점하려고 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카스피해의 석유나 가스 등 자원을 5개국이 어떻게 분할할 것인가는 합의하지 못했지만, 자원을 통해 국력을 강화하려는 러시아에게는 이번 테헤란 선언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시점에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의 국유가스 회사인 가스프롬에 몇 년간 독점적으로 가스를 공급하기로 약속했다.


중국이나 인도 등도 고속 성장에 따라 석유 소비량도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어 문제다. 중국은 세계 제일의 외환 보유국으로 전 세계의 석유를 사 모으고 있으며, 중국 국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는 세계 에너지 회사 중 엑슨모빌 다음 가는 회사로 성장했다. 중국은 카자흐스탄과 자원 공급을 협상하고 있고, 인도는 이란에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경유해 인도로 잇는 파이프라인 건설에 나서고 있다. 또한 중국과 인도는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중앙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며 이 지역의 자원 획득에 혈안이 되어있다.


때문에 세계 제일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은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에서의 에너지 획득 전략에서는 러시아나 중국보다는 뒤쳐져있다. 반면 이 지역은 테러와 민족분쟁 등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아 미국의 주도적인 영향력이 약화되는 게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자원 수입국 동아시아가 가야할 길은?


누가 자원을 많이 갖느냐에 따라 패권을 장악하게 될 현 구도에서 동아시아 국가들도 고민이 크다. 동아시아 국가 대다수는 순수한 자원 수입국이기 때문에 석유 확보는 매우 절실한 문제이다. 한국이나 일본 등도 자원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으려고 중앙아시아의 석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 경쟁에 뛰어들면서 야기될 수 있는 동아시아의 안보 질서에 대한 영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석유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도 감히 부정하지 못한다. 석유의 공동개발이나 국경을 잇는 석유 파이프라인 건설은 지역 간 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석유가 국가 패권의 증대와 지역적 불안을 일으키는 요인이 되는 현실에서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런 계산을 떠나 지금 무엇보다도 동아시아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오히려 자원 획득 전쟁에 나서기보다는 동아시아 지역의 지속가능한 재생에너지 등을 위한 대안적 협력 체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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