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11.20 20:55
 

시범적으로 군포에 분양을 시작한 ‘토지임대부. 환매조건부 주택’, 이른바 ‘반값아파트’의 청약률이 10퍼센트에도 못 미치자 다들 나서서 한 마디씩 한다.

정부는 ‘그것 봐라. 내가 반값아파트는 문제가 많다고 했잖아’라고 은근히 고소해 하고, 정치권은 정부가 아파트 분양가 인하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다고 비난한다. 여기에 보수 언론들과 경제 신문들은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선심성 정책’이 빚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비판한다.


반값아파트’가 ‘반쪽’된 사연


정부는 국정브리핑 등을 통해 이번 군포지역의 시범사업이 처음부터 ‘반값아파트’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말해 왔다. ‘사과 반쪽’을 ‘반값’에 파는 것 뿐이라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건물은 ‘제값에’ 사고 토지는 ‘싸게’ 임대하는 주택을 말한다. 당장 토지비용을 내지 않아 분양가가 떨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임대료를 내야하므로 실비용은 오히려 주변 아파트보다 더 비싸질 수 있다. 경실련은 이번 분양의 경우 84m2(약 25평) 기준으로 분양가는 1억 1,000만원이지만, 임대료는 1억 4,000만원을 초과한다고 말한다.


환매조건부 주택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싸게 주택을 분양하는 대신 일정 기간(20년) 환매를 제한하는 것, 곧 정부에만 팔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그런데 90퍼센트 가격으로 분양받아 재산세, 보유세 등을 다 물고 20년 이내에 팔려면 공시지가 이하로 팔아야 하는데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결국 임대료(토지임대부)와 초기 분양가(환매조건부)를 얼마나 낮추느냐가 핵심으로, 모두 토지 비용, 혹은 토지 조성 원가에 관계된다. 사회단체들이 지속적으로 토지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집 마련의 꿈’ 진보적인 대안은?


택지 조성 사업에 얽힌 복마전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어디에 무슨 단지를 조성한다고 하면 언제나 불법정치자금의 구린내가 풍겨나곤 한다. 고(高) 분양가라는 악마는 이미 잉태되어 있었던 셈이다.

따라서 먼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이익’이 아니라 ‘공공성’을 제일 가치로 여기는 조직으로 바꾸어야 한다.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허울 좋은 공사들의 뒤에는 ‘건설 경기’와 ‘180만 고용’을 무기로 하는 ‘건설 카르텔’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고민해야겠다. 이미 많은 가계들이 막대한 대출을 받고 있다. 가계부채의 GDP대비 비중이 2006년도에 이미 65퍼센트에까지 도달했다.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정부의 주택 매수 부추김에 국민들이 생존을 위해(!) ‘투기적 습성’을 익혀 버렸다. 저소득층의 ‘내 집 마련의 꿈’과 함께 중위소득층의 ‘투기적 주택 수요’가 공존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만약 주택 가격이 급락하면 일순간에 이들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다.


이 지점에 이르게 되면 우리의 대안은 결국 ‘투기적 수요’를 잠재우되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방향일 것이다. 다행인 것은 1990년의 ‘분양가 상한제’와 2007년의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라는 세심한 정책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말이다.


공급 중심 주택 정책의 한계


현재 주택정책의 뿌리는 노태우 정권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택 가격의 상승과 전세값 불안에 따른 도시 중산층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당시 정권은 주택 200만호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토지공개념 3법을 추진해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주택 가격은 안정되고 만성적인 주택 부족 현상을 해소할 수 있었다. 이때가 90년대 초반이다. 주류 학계는 이에 근거해서 ‘충분한 공급이 보장될 때에만 가격이 안정된다’고 줄곧 주장하면서, ’공급 확대를 통해 수요에 부응하고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왔다.


여기에 대한 반론은 90년대 후반부터 나오게 된다. 주택의 공급량이 초과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 급등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이전 시기에도 가격이 급등한 적이 종종 있었으나 이때는 주택의 절대량이 부족했으므로 논외로 하자) 심지어 IMF 사태가 벌어져 경기가 하강할 때도 주택 가격은 상승한 바 있다. 반론은 ‘주택에 대한 투기적 수요’를 잡지 않고서는 가격 안정화란 있을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소수의 투기자들이 다수의 주택을 투기적 이유에 의해 과다하게 소유한 것이 가격 상승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대한 재반론도 있다. 재반론의 요지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중산층의 가계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더 고급화된 주택 수요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공급위주의 정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없는 자들은 고려하지 않는다. 당연히 저소득층에게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또한 이 정책은 (근로)소득의 증가 수준에 맞게 주택의 고급화가 뒤따른다는 ‘건강한 시장’을 가정하고 있다. 소득 증가를 뛰어 넘어 주택 가격이 증가하는 사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알려 준 교훈은 주택 구입 자금이 부족하면 할수록 금융자본의 거품이 파생상품이라는 이름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 재생산된다는 것이다. 최근의 DTI 규제가 거둔 성공적 경험은 주택 마련을 위한 대출을 줄임으로, 즉 투기적 수요를 제한해 얻은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공주택 확대 포함한 큰 그림 구상 필요해


한국은 턱없이 적은 공공임대주택을 제외하고는 서민 주택의 공급이 거의 완전히 민간 자본의 손에 쥐어져 있다. 주류 학자들은 분양가를 정부가 실질적으로 결정해 왔다는 점에서 (98년에 이마저도 자율화) 정부의 과도한 개입만을 비판해 왔을 뿐이다.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했을 뿐이지 이 글에서 언급해 온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시장만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그러하다.


공공임대주택의 부족, 토지 조성 과정에 숨어 있는 이권과 쓰레기 냄새들, 신자유주의 금융자본이 판치는 세상에서 주택 대출과 국민경제 순환과정의 왜곡은 언급이 없다. 주택은 노동자 서민의 기본적인 생계의 근거이다. 또한 주택 가격에 연동되는 각종 건물과 토지의 가격은 산업 활동의 투자 행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진보적인 주택정책은 이 모든 것들을 포괄한 큰 그림으로 제시될 때 무엇보다도 훌륭하고 확실한 해답이 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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