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 11. 20. 20:52
 

10월 4일 남북정상이 8개항에 달하는 장문의 ‘2007 남북정상선언’에 서명했다. 7년 만에 통일을 향해 남북관계를 한 단계 도약시킬 전환점이 마련되었다.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던 10월 3일, 북한의 핵불능화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를 연말까지 맞바꾸는 6자회담 합의문도 채택되었다. 북미수교를 향한 북미관계 정상화의 발걸음도 가시권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대선은 경제대통령에서 평화대통령 경쟁으로 가나


6자회담 합의와 남북정상선언으로 대선 화두는 다시금 경제대통령에서 평화대통령의 경쟁 국면으로 넘어갔다. 예상대로 대통합 민주신당의 세 후보들은 일제히 자신이 평화대통령이 될 적임자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9.19 합의를 이끌어 내고 개성공단을 만들었던 당사자로서 가슴 벅차다”(정동영) “내가 지난 5월 북측에 제안한 주요 내용과 취지들이 정상선언에 모두 들어있어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손학규) “(총리시절 6자회담 성사에 노력한 것이) 오늘과 같은 결과로 나왔다”(이해찬) 등 경쟁적으로 자화자찬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도 공식적으로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대놓고 정상선언을 비판하지는 않는다.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도 정상선언을 높이 평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대선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정략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대선 국면에서 공개적으로 남북한의 대결과 불신을 더 이상 조장하는 정치인이 없을 만큼 화해와 협력방향으로 확고히 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북풍’이라는 유행어가 항상 나오곤 했던 역대 대선과 많이 달라진 풍경이다.


평화와 경제는 선택의 문제 아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짚어볼 대목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남북한 평화’의 문제가 ‘남한 경제’의 문제를 덮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신자유주의 양극화와 고용불안은 지금 당장 풀어야할 매우 절박한 과제다. 이는 정쟁의 수준에서 이슈를 띄웠다 접었다 할 사안이 아니라 나라의 지도자를 자처하는 정치인이라면 피할 수 없는 숙제다.

비록 이명박 후보가 자신 을 선전하기 위한 구호로 ‘경제대통령’을 들고 나왔다 하더라도, 경제는 지금 국민의 가장 중요한 선택사항 중 하나이다. ‘경제’와 ‘평화’는 어느 하나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모두 핵심 과제이다. 혹시 자신의 시장지상주의 경제정책과 한미FTA 정책을 위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화대통령이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다면 국민은 그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평화’가 진보개혁의 코드인 시대는 지났다


둘째로 ‘평화’를 강조하더라도 어떤 평화를 말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지금 평화를 말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지난 20년을 거치면서 남북관계는 불신과 대결에서 화해와 협력의 평화공존단계로 바뀌었다. 북미 간에도 관계 정상화를 위해 빠르게 움직일 것이다. 수구정당이라고 비난받는 한나라당조차 과거식의 반공간판을 내거는 것을 꺼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마당에 상당수 범여권에서 마치 ‘평화’라는 코드가 진보개혁의 상징인 것처럼 대선 출마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통일문제에 있어 공인된 전문가 임동원 전통일부장관은 얼마 전 남북정상회담을 전망하면서 향후 10년간은 ‘통일지향형 평화체제’와 ‘현상유지형 평화체제’가 충돌하게 될 것이고 우리사회는 통일지향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 정착에 기여할 남북경협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다. 남북 경제협력을 국가 사이의 무역거래나 대외투자로 인식한다거나, 한발 더 나아가서 남쪽의 시장주의를 북쪽지역까지 확산하는 방식의 정책은 결코 통일지향적인 경제협력이라고 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쪽이 ‘북한 개혁, 개방’이라는 용어에 대해 심한 불쾌감을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진정 대선에서 ‘평화’를 진보 개혁코드로 내걸고 싶다면, 자신의 정책이 ‘현상유지형 평화’가 아니라 ‘통일지향형 평화’임을 국민에게 전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정상선언은 평화와 번영을 강조하면서도 ‘통일’에 대한 강조가 부족해 아쉽다. 올해 대선에서 우리 국민은 경제와 통일 대통령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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