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11.20 20:42
 

1,500만 노동자 가운데 비정규직이 850만 명을 넘어 880만 명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보고서가 최근 발표되었다. 비정규직법이 발효되고 곧이어 터진 홈에버 노동자들의 싸움이 시작 된지도 두 달이 넘어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대로 비정규직 입법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하나는 직접 고용 비정규직 대신 파견이나 용역 등 간접고용으로 대치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차별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방식이다.


영원한 2등 직원, 중규직

특히 일부 은행권과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대신 차별을 온존시키는 각종 신종 고용기법들이 도입되고 그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분리직군제(정규직으로 고용하되 별도 직군을 신설해서 비정규직 수준의 임금과 복지로 묶어 둔다), 무기계약제(고용계약을 정규직처럼 무기한으로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비정규직과 다르지 않다), 하위직제(정규직 최하위 직급보다 한 단계 낮은 하위직을 신설해서 정규직화 한다) 등이 그것이다. 언론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했다고 보도한 내용들은 모두 위의 사례 중의 하나에 해당한다.


본래 비정규직은 고용불안과, 고용조건 격차(차별)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이른바 ‘고용불안’을 일정하게 해소하는 대신 임금차별 등 고용 조건 격차를 그대로 온존시킴으로써 비정규직의 생활상 개선을 전혀 기대할 수 없게 하고 있다.


무기계약 등으로 편입되는 비정규직의 업무분야가 임시적 일자리가 아니라 보통 2년 이상 지속적인 업무를 해야 하는 업무특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온존시키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정확히 ‘동일가치 노동 동일임금’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수호 전 민주노총위원장 표현대로 “현대자동차도 오른쪽 문짝을 만드는 사람은 연봉 5,000만 원짜리 정규직이고, 왼쪽 문짝은 2,000만 원도 안 되는 비정규직”이라는 현실이 바로 ‘차별’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정규직화’ 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도 아닌 ‘중규직’, ‘영원한 2등 직원’이라고 자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전환되고 있는 기업들은 은행권과 대형 유통점을 포함하여 대기업에 해당하는 얘기다. 중소기업은 그 조차도 해당되지 않는다. 또한 파견직, 용역직, 특수고용직, 이주노동자들 역시 최악의 고용조건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공공기관에서 장기적으로 일해 온 7만여 계약직도 동일한 방식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비정규직


이런 상황이 구조화되면서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 되고 그 통로는 거의 차단되어 있다.

말하자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분리되고 비정규직이 사회에서 배제되는 구조가 고착되는 것이다.


‘영원한 2등 직원’이 ‘영원한 2등 시민’이 되는 순간이다. 정부와 정치인들이 선거철을 맞이하여 ‘사회통합’을 줄곧 고창하고 있지만,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고용불안과 차별을 없애지 않는 한 사회통합은 불가능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진정 ‘사회통합’을 주장하려면 비정규직 차별부터 해소해야만 그 진실성을 믿게 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