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11.20 20:36
 

하남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0일 주민소환투표 청구인들이 제출한 관련 서류를 심사한 결과 주민소환법 요건을 충족해, 하남시장을 비롯한 시의원 3명에 대한 소환투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2만1,140표로 당선된 김황식 하남시장은 소환청구 서명인수가 3만2,749명에 달해 주민에 의해 소환된 첫 번째 자치단체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번에 소환투표가 확정된 하남시 이외에도 리효선 광명시장, 김현풍 강북구청장 등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주민소환 운동이 추진되고 있어 주민소환을 둘러싼 지방자치정부와 주민간의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주민소환제는 선출직 지방공직자인 지방자치단체의 장 또는 지방의회 의원의 위법.부당행위, 직무유기 또는 직권 남용 등을 통제하고 주민의 직접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로써, 2006년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어 올해 5월 25일부터 시행되었다.


전에는 선출직 대표자가 비리사건에 연루되어도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업무를 지속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이제 법적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유권자의 의사에 따라 위임권력을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주민투표, 주민발안제 등과 함께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적 제도로 꼽히는 주민소환제는 미국과 일본, 독일, 베네수엘라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장과 의원뿐만 아니라 대통령 까지도 소환이 가능하고 실제 추진되기도 했다.


임인배 의원, 소환사유 제한한 주민소환법 개정안 제출


선거를 통해 한번 당선되면 유권자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웠던 과거에 비해, 항상 유권자의 감시를 받게 된 정치 엘리트들이 소환제에 대해 반감을 가질 것이라는 점은 일찌감치 예상할 수 있었다. 이미 국회에는 지난 8월 1일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의 대표발의로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이 제출되었다.


개정안은 그 제안 이유로 ① 정책적 선택에 의견을 달리하는 주민이 주민소환투표청구를 악용할 가능성 ② 이러한 악용이 선출직 지방공직자의 소신 있는 의사결정이나 정책 추진을 현저하게 곤란하게 만들어 포퓰리즘 만연 ③ 사소한 이유로 주민소환투표청구를 악용해 행정을 방해하고 정치적 대결구도에 빠질 가능성 ④ 주민소환이 부결된다 하더라도 주민소환투표대상자의 명예 손상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소환 사유’를 제한할 것을 제안했다. 개정안에 제시된 주민소환 사유는 1.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위법.부당한 행위를 한 경우 2. 지방의회의 비효율적.비합리적인 운영으로 인하여 의회운영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한 경우다. 한마디로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거나 행정능력이 떨어지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이런 제한은 주민소환의 근본취지에 맞지 않는다. 주민소환은 선거 이후에도 유권자의 의사를 선출된 권력에게 강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것이다. 개정안에서 제안된 소환사유는 법적.도덕적 의무에 해당하는 것이지 정책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다. 만일 소환사유를 위와 같이 제한했을 경우, ‘유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정책을 매우 유능하게 집행한’ 선출직 대표에 대해서는 소환할 방법이 없다.


주민소환법의 입법취지는 지방자치에 주민의 직접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자 하는 것이지 유권자를 단순한 ‘감시자’의 역할에 묶어 놓는 것이 아니다. 개정안과 같이 소환사유가 제한될 경우에 유권자는 지방행정에 자신의 견해를 적극 제기하는 존재가 아니라 정치 엘리트들의 활동을 수동적으로 감시하는 존재로 전락해 버릴 가능성이 크다.


지역 이기주의는 더욱 폭넓은 주민 참여로 극복해야


처음 실시되는 소환투표를 앞두고 다양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쓰레기 소각장이나 화장터 반대, 방폐장 건설 등의 문제를 앞두고 소환투표가 지역 이기주의에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더욱 폭넓은 주민참여를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소수 정치엘리트만의 결정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우리는 2003년 부안 방폐장 유치과정에서 정치엘리트들의 일방적인 사업추진이 가져온 병폐를 충분히 확인했다.


부안사례를 계기로 2004년 1월에 도입된 ‘주민투표법’은 사회적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효과적 제도로 이용되어 왔다. 2005년 7월 27일 제주도 행정계층구조 개편과 9월 29일 청주시-청원군 통합 그리고 11월 2일 방폐장 부지선정은 선출된 대표들에게 모든 결정권을 위임하지 않고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물음으로써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했던 사례다.


물론 이런 사례가 주민의 직접참여를 통해 완벽한 의사결정형태를 보여주었다고는 할 수 없다. 이 과정에도 일반 주민보다는 지역 토호 세력이나 관변단체 성격의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더 크게 개입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절대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 아니며, 소수의 정치 엘리트들이 독선적으로 문제를 해결했던 방식보다 더 나쁜 결과를 낳았다고 볼 수도 없다.


우리의 지방자치가 지방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주민이 적극 참여하는 주민자치가 아니라 단순히 중앙의 권력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겨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가 적절하다면, 이번 하남시 주민소환투표를 비롯해 다양한 직접민주주의 시도는 잘 가꾸어 나가야 할 새로운 민주주의 나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주민, 국민의 정치에 대한 직접참여는 국가수준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는 지난 17대 총선에서 대부분의 정당이 공약으로 제시했고, 지난 해 3월에도 여야 의원 21명이 ‘국민소환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아직도 국회통과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지엽적인 문제를 빌미로 과거의 정치행태로 회귀하기 보다는 국가운영에 대한 직접참여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가운데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훨씬 더 건설적인 일이 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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