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11이상동/새사연 연구센터장

일본의 원자력 발전 사고가 점점 수습 불능의 상황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일본 정부가 몰래(!) 태평양에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고 원전 불안감 확산에 놀란 한국 정부는 연일 ‘우리는 문제 없다.’를 외치고 있다.

문제의 본질로 거슬러 올라가 원자력 발전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가 왜 여전히 원자력 발전을 늘리려고 하는지, 전력 체제 전환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일인지를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전력의 50%는 산업계가 사용

 

우리나라의 에너지 소비효율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국민경제의 에너지 소비효율을 평가하는 데 가장 널리 사용되는 ‘에너지원단위’를 기준으로 할 때, 2005년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7위이다. 우리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6개국은 우크라이나, 러시아, 중국, 쿠웨이트, 터키이다. 이른바 선진 자본주의 국가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와 비교할 만한 경제는 없어 보인다. 에너지원단위는 부가가치, 즉 GDP를 생산하는 데 있어 사용되는 에너지의 규모를 측정하는 수치이다. 세계 4위의 에너지수입국인 한국은 역시 에너지수입의존도가 높은 일본보다 약 3배가 높은 에너지원단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에너지 효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들이 에너지 절약을 솔선수범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꼭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최종에너지의 83%가 수송과 난방에너지인데 이는 가계의 에너지 소비행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전력을 놓고 보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전력소비의 50%는 산업계이다. 특히 제조업이 압도적인 비율의 전력을 소비한다. 우리나라의 제조업은 에너지집적도가 매우 높은 중화학공업 중심이기 때문이다. 수출의존형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한국 정부는 산업계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에너지정책의 최고 목표로 삼아 왔는데 원자력 발전이 급속히 확대된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08년에 나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안도 이런 구조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원전을 2030년까지 추가로 10기 건설하고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36%에서 59%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값싼 산업용 전력 요금

 

전력 수급정책이 산업계에 대한 안정적인 공급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은 가격 체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먼저, 전기에너지의 가격 자체가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 가운데 전기의 가격이 가장 낮은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과 비교해 달러 기준 가격이 약 1/2에 불과하며, 반대로 (난방용) 등유는 약 2배에 이른다. 등유와는 달리 전기생산을 위한 에너지는 고도로 중앙집중화되어 소비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논리적으로 필연이라 할 수는 없겠으나, 자본이 고도로 집중되는 중화학공업의 발전을 위해 한국의 에너지 종류별 가격이 설정되었다는 것은 현실에서 필연으로 보인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산업용 전기 요금을 낮게 설정하여 2차적인 혜택을 부여한다. 현재 산업용전력 요금은 주택용전력 요금의 약 70%에 불과하다. 값싼 경부하 요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산업계가 애써서 에너지 효율을 높일 필요가 별로 없다. 여기서 하나 더 기억해야 할 점은 한국의 전기 요금은 정부가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휘발유, 가스 등과는 달리 사실상 동결되어 왔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전력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전기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산업계에 먼저 적용되어야 한다.

 

원자력 발전,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린다.

 

다시 원자력 발전으로 돌아가자. 원자력 발전 중심의 전력 체계는 에너지 효율을 떨어뜨린다. 그 이유는 첫째, 발전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최초 투입된 에너지 대비 최종 소비된 에너지의 비율이 약 75% 정도이다. 나머지 25%는 어떤 형태로든 손실된 것이다. 이 비율은 지난 1970년대에 90% 수준이었는데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런데 손실되는 에너지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와 전력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가 일치하고 있다. 전력 발생 과정에서의 에너지 손실이 막대하고 특히 원자력 발전에서 그러하다.

 

둘째, 심야전력의 과잉소비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은 그 특성상 한번 발전을 시작하면 중간에 멈추기가 대단히 어렵다. 하루 24시간 가동되어야만 하고 따라서 심야 또는 저소비 계절의 전력 과잉을 발생시킨다. 정부는 이 때문에 심야전력 요금의 할인을 수차례 반복해 왔다. 그 결과 발전의 효율이 높아졌을까? 그렇지 않다. 심야전력 요금의 할인은 심야전력 소비를 늘리고, 이는 다시 원자력 발전 설비 증설의 근거가 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어느새 ‘녹색 성장의 에너지’로 둔갑해 있다. 그러나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소비를 더욱 늘리게 할 것이고 현재의 중앙집중식 산업구조에 더욱 의존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화석연료로부터 탈피하는 것의 답이 원자력에 있지 않은 이유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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