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11.20 20:26
 

7월 12일부터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공적 보증 주택연금(역모기지, Reverse Mortgage) 상품이 은행과 보험사에서 일제히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는 부부 모두가 만 65세 이상인 고령자 가운데 주택을 직접 소유한 경우, 해당 주택을 담보로 평균 6퍼센트 수준의 이자로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고령화 시대에 안전한 노후생활을 보장해줄 상품이라고 홍보가 한창이다.


금융상품으로 사회복지를 대체하겠다는 위험한 발상


주택소유자가 70세이고 3억 원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 월 평균 100만 원정도의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다. 당사자가 사망하고 나면 해당 주택을 경매하여 연금지급액과 이자를 모두 합친 금액만큼을 금융회사가 회수하고, 남은 금액이 있으면 상속인에게 상속한다고 한다.

새 상품 출시를 기념해 권오규 부총리는 주택연금이 퇴직연금이나 국민연금 등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고령화시대 복지정책의 일환인 것으로 설명했다. 분명 주택을 소유한 일부 고령 부부의 경우는 사망 시까지 보장된 주거환경에서 일정한 연금을 받으며 생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의 잠재적 수요를 약 150만 가구로 추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몇 가지 짚어봐야 할 지점이 있다. 우선 주택연금이 복지제도인 것처럼 부총리가 말하고 있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금융회사들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새로운 금융상품에 불과하다. 절대 공짜가 아닐 뿐 아니라 평균 대출이자율을 내야 한다. 가뜩이나 부족한 공적 사회보장 시스템을 보완하고 강화하기는커녕 민간의 금융상품으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주택연금은 자식들의 명의도 아니고 고령자 본인 명의의 주택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부총리가 말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와는 거리가 멀다. 정작 사각지대에 있는 고령자들은 대부분 자기 주택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주택을 담보로 하는 모기지론이든 역모기지론이든 모두가 기본적으로 토지 공개념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과 토지자산에 대한 금융지배를 더욱 강화시킬 위험성이 높다는 점이다. 은행에서 돈 빌려 주택을 구입하고 그 대가로 반평생을 은행에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남은 반평생은 겨우 장만한 집을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다시 은행에 돈을 빌려서 주택 가치를 소진시켜 나가는 시스템인 셈이다. 주택을 매개로 하여 많은 국민들이 은행상품을 구입하고, 대신 평생 은행에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무한질주하는 정부와 금융기관의 신자유주의적 발상 


최근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도 막히고 중소기업 대출도 쉽지 않자 역모기지는 물론이고 하다못해 마이크로 크레딧(서민 소액대출)에도 뛰어들고 있다니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 시대를 대비해 조만간 농촌 고령인구를 대상으로 ‘농지를 담보로 하는 농촌형 역모기지론’을 도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고 보면 이는 결코 기우가 아니다. 농지조차 은행에 담보로 잡고 돈 빌려 이자를 내면서 노후를 보내야한다는 뜻이다. 소규모자영농의 합법적인 붕괴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상업적 목적의 사적 금융상품을 새롭게 개발하여 공적 영역인 복지를 대체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은 금융 중심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형임이 분명하다. 이는 공적인 사회보장 회피정책이며, 경제의 금융화 정책이며, 토지공개념을 영구히 실행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국민이 가진 유일한 자산인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금융회사들의 수익실현 의지가 놀랍기만 하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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