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시 무디스인가?
출처 http://www.ibtimes.co.kr/article/news/20090209/5693797.htm
지난 14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소식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최고치인 1735.33까지 뛰어올랐고, 원화 가치도 2008년 9월 이후 최고로 올랐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이 세계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잘 억제하면서도 다른 나라와 차별적인 경제 회복력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무디스를 비롯한 이른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무디스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금융 연금술’이란 말을 낳을 정도로 경이로운 금융 기법으로 평가 받던 ‘증권화(securitization)’(또는 자산유동화)의 과정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은 컸다. 나중에야 밝혀진 일이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유동화 증권에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도록 한 것이 바로 이들 신용평가사들이기 때문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심에는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몇몇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대 투자은행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산유동화를 위해 앞다퉈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MBS(주택담보증권), CDO(부채담보증권)라는 이름의 금융 파생상품들을 만들어냈다. 복잡한 수학과 물리학 수식 안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들 증권 안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숨어 있었다. 훗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금융 빅뱅의 뇌관이었던 셈이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파생상품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고 그 덕에 높은 수익률에 눈이 먼 헤지펀드들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여와 기꺼이 투자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한때 무디스 이사를 지냈던 제롬 폰스는 지난해 3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가 이미 정점을 넘어선 시점에서도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 등급을 유지했으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도산하기 불과 1개월 전에도 A등급을 유지했다. 대규모 손실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던 AIG에게는 이보다 높은 AA등급이 주어지기도 했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무디스는 2001년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사에 대해 나흘 전까지도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친 일이 있었다. 당시 무디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들은 바로 이듬해에 역시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월드컴사를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미국 의회에 이들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 법안이 제출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방법과 절차에 대한 규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더불어 신용평가 대상 기업으로부터는 어떠한 서비스 비용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G20 정상회의에서도 추상적이나마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평가 대상 기업들에게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평가의 방법과 근거도 불투명할 뿐이다.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무디스의 이번 조치로 한국의 신용등급은 33개월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과연 33개월 전 한국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등급까지 끌어내린 신용평가사들의 조치는 정당했을까.
지난 14일 무디스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는 소식에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코스피지수는 올해 최고치인 1735.33까지 뛰어올랐고, 원화 가치도 2008년 9월 이후 최고로 올랐다. 무디스는 이번 조치에 대해 “한국이 세계 위기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잘 억제하면서도 다른 나라와 차별적인 경제 회복력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기뻐해야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가 않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무디스를 비롯한 이른바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의 신용과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결국 다시 무디스인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때 ‘금융 연금술’이란 말을 낳을 정도로 경이로운 금융 기법으로 평가 받던 ‘증권화(securitization)’(또는 자산유동화)의 과정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역할은 컸다. 나중에야 밝혀진 일이지만 위험하기 짝이 없는 유동화 증권에 높은 신용 등급을 매겨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가도록 한 것이 바로 이들 신용평가사들이기 때문이다.
잠시 기억을 더듬어보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심에는 리먼브라더스, 베어스턴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몇몇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진 거대 투자은행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산유동화를 위해 앞다퉈 특수목적회사를 세우고 MBS(주택담보증권), CDO(부채담보증권)라는 이름의 금융 파생상품들을 만들어냈다. 복잡한 수학과 물리학 수식 안에 가려지긴 했지만 이들 증권 안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숨어 있었다. 훗날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금융 빅뱅의 뇌관이었던 셈이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러한 파생상품에 높은 신용등급을 부여했고 그 덕에 높은 수익률에 눈이 먼 헤지펀드들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여와 기꺼이 투자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한때 무디스 이사를 지냈던 제롬 폰스는 지난해 3월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이들 신용평가사들의 문제를 날카롭게 비판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위기가 이미 정점을 넘어선 시점에서도 서브프라임 관련 증권에 대해 최고 등급인 AA 등급을 유지했으며, 2008년 리먼브라더스가 도산하기 불과 1개월 전에도 A등급을 유지했다. 대규모 손실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아야 했던 AIG에게는 이보다 높은 AA등급이 주어지기도 했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무디스는 2001년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세계 최대 에너지 기업 엔론사에 대해 나흘 전까지도 ‘투자적격’ 등급을 부여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친 일이 있었다. 당시 무디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들은 바로 이듬해에 역시 회계 부정으로 파산을 맞은 월드컴사를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똑같은 행태를 되풀이했다.
결국 지난해 9월 미국 의회에 이들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 법안이 제출되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방법과 절차에 대한 규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과 더불어 신용평가 대상 기업으로부터는 어떠한 서비스 비용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비슷한 시기 G20 정상회의에서도 추상적이나마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규제와 관리 감독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평가 대상 기업들에게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고, 평가의 방법과 근거도 불투명할 뿐이다.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무디스의 이번 조치로 한국의 신용등급은 33개월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렇다면 과연 33개월 전 한국의 신용등급을 무려 10등급까지 끌어내린 신용평가사들의 조치는 정당했을까.
1997년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직전 한국의 신용등급은 무디스 A1, S&P AA-, 피치 AA-로 선진국과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던 것이 외환위기가 일어난 지 두 달 사이에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6등급 아래로, S&P는 10등급 아래로 끌어내렸다. 한국의 국채가 두 달 만에 ‘정크 본드(jung bond, 투자 가치가 없는 쓰레기 채권)’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뒤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외국 자본은 순식간에 빠져나갔고,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우리 앞에는 엄청난 빚 독촉장이 쌓여있었다. 결국 그해 12월 3일 한국은 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 경제와 우리의 삶으로 신자유주의의 거대한 파도가 밀려드는 순간이었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나라의 신용등급이 이렇듯 짧은 시간에 내려앉는 일은 적어도 당시까지만 해도 유례가 없었을 뿐 아니라, 같은 시기에 외환위기를 겪은 태국과 인도네시아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였다는 사실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내리는 신용평가의 공정성, 나아가 정치적 의도까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들이 수많은 기업들에 컨설팅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국가 기관이 아니라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 기업들일 뿐이다. 30여 년 전인 1975년 미국증권거래소가 무디스, S&P, 피치 등 3개 신용평가사를 공식 평가사로 지정한 것이 이들이 성장할 수 있던 배경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이들의 역할과 권한은 어디까지나 미국 안에 머물렀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금융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전 세계의 기업으로, 또 국가들로 평가의 대상을 늘려갔고 그에 따라 이들의 힘도 자연스럽게 커져갔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엄청난 힘에 걸맞는 책임은 뒤따르지 않고 있다.
먼 곳에서 우리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던 날, 정작 나라 살림을 책임지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빚이 1년 사이 32조 8000억 원이나 늘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국회 정무위 보고). 이번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그밖에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의문이 그들이 내뱉는 ‘신용 평가’ 안에 머물러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힘겹게 지나온 오늘, 우리는 그들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지난 30여 년 간 확장돼온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패러다임에 대한 근본적 성찰과 더불어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실효성있는 공공의 감독과 규제, 과점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경쟁 구도의 보장, 나아가 공공 신용평가기관의 설립 등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 필요하다. 그것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남긴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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