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 11. 20. 20:16

미국은 16일 이미 합의한 한미 FTA 협정문안을 수정한 뒤 한국 정부에 보내왔다.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수정된 협정 문안은 노동, 환경, 의약품, 필수적 안보, 정부조달(노동 관련), 항만 안전 및 투자의 총 7개 분야에서 미국의 ‘신통상정책’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전반적으로 의회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들어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보다 중요한 것은 본질적 내용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한국에 강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대통령 판단에 따라 피해 보상 없는 무역제한도 가능


먼저 이번 재협상 과정 자체에서 드러난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협상이 타결되어 양 당사국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행정부와 의회가 수개월에 걸쳐 정치적으로 타협한 ‘신통상정책’에 따라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다. 신통상 정책이 정치적 협의 산물이라는 것은 ‘자유무역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공화당 행정부가 중간 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다수당 민주당의 ‘보호무역주의’를 받아들이는 대신, 오는 6월 30일로 만료되는 ‘무역촉진권한(TPA)’의 연장(혹은 재개시)을 얻어낼 것이라는 측면 때문이다.


수정된 협정문안의 내용 자체에도 일방적인 패권주의가 드러난다. 노동과 환경의 기준을 위반할 경우에 ‘일반 분쟁해결 절차’를 적용하자는 것은 기존에 합의한 ‘특별 분쟁 절차’의 벌과금 규정 대신에 무역보복이나 (상한이 없는) 피해 보상금 지급을 하자는 것이다.

국제법 분쟁에서 열위 상태에 있는 한국은 무역보복 등이 발생했을 경우 초강대국 미국에 일방적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또한 ‘필수적 안보(essential security) 예외’조치는 당사국 대통령이 자의적으로 판단한 사안에 대해 어떠한 피해 보상 없이 무역제한을 가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미국은 지난 2003년 ‘필수적 안보’를 내세워 이라크 재건 사업 과정에서 무역 제한 조치를 취한 바 있으며 이 때 세계무역기구(WTO)는 이것을 이슈화하였다.


이런 사안들은 타결된 협정문에 추가적으로 문구를 더하는 차원이 아니라 기존 협정문안 자체를 수정해야 할 사항들이다. 아무리 한국 정부가 추가협의(추가협상도 아니고)라고 우기고는 있지만 명백히 ‘재협상’이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경제적 득실 떠나 국민 아닌 미국의 뜻에 따라 진행되는 게 문제


한국 정부는 미국 내부의 정책 전환에 맞춰 국가간 협정을 재논의 해야 할 아무런 법적인 의무가 없다. 오히려 타결된 협정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행위 자체가 국제법상 상식 밖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미국의 일정에 끌려 다닐 것이 분명하다. 불평등한 한미 관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는커녕 스스로 한미 FTA 타결이 정치적 업적이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TPA 기간 만료일인 6월 30일, 워싱턴에서 추가협의와는 상관없이 한미 FTA 협정 문안에 공식 서명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예상대로 미 의회가 행정부의 TPA를 연장시켜 줄 경우 한국 정부는 서명 이후 또 다시 미국이 하자는 대로 재협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한미 FTA를 반대하는 근본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득실의 차원에서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한국의 정치경제가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불평등한 관계에서 미국이 하자는 대로 진행되며 그 정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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