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11.20 20:15

드라마 ‘쩐의 전쟁’이 장안의 화제가 되면서 ‘대부업체’의 불법적 행위가 새삼스럽게 주목을 받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이들의 광고를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하고, 유명 연예인들은 CF 참여를 거절하는가 하면, 세무당국은 100여 개 대부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사채업자’로 알려진 이들 대부업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은행의 공공성 상실이 대부업 호황 불러와


현재 우리 경제의 돈줄을 쥐고 있는 곳은 은행, 주식시장, 사채시장 등이다. 이들의 구조는 외환위기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과거 공적인 금융기관이었던 은행은 오늘날 철저히 수익을 쫓는 금융그룹으로 성장하여, 지난 해에만 13조5,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서민과 중소기업인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1천조 원 시대로 접어들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회사는 코스닥 등록 기업을 포함해도 1,700여 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30만 개에 달하는 대부분의 중소기업에게 주가폭등은 여전히 남의 일이다. 때문에 신자유주의로 현대화(?)되고 첨단화되었다는 금융시스템이 존재함에도 사채시장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합법적 외피를 쓴 세련된 모습으로 더 활개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당국과 금융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18조 원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는 국내 대부업계에는 1만7,000개의 업체가 영업 중이며 이들 가운데 법인으로 공식 등록한 곳은 겨우 300개에 불과하다. 최소 100억 원대 이상의 자금을 지원하는 전주(錢主)는 최소 2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나머지 1만 여개의 대부업을 직, 간접적으로 관리하면서 온갖 불법행위를 일삼는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일본계 대부업체 24개가 국내에 진출하여 대형 대부업체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지난 해 2천억 원대의 당기순익을 올렸다. 업체당 수익률이 무려 37.8퍼센트나 되는 셈이다.


현재 시행령에는 대부업체의 이자율을 연 66퍼센트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지키는 업체는 많지 않다.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고율의 이자를 챙기고,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채권을 회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는 매우 허술하다는 게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 본부 조사결과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길은 은행의 공공성 회복


정부의 대처방식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 수준이다. 재경부는 5월 23일 “대부업법 상 이자율을 급격히 낮추면 오히려 서민의 돈줄을 막을 수 있다”면서 중소대부업자들이 파산 직전인 한계상황에 있다고 강변했다. 그렇다면 서민들에게 연리 60퍼센트 이상의 이자를 내면서 사채를 빌리라는 것인가? 그것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란 말인가?


이처럼 대부업이 성행하는 이면에는 서민과 자영업자, 중소기업인들을 위해 자금을 중개해야 할 은행의 잘못된 구조가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은 주주의 수익 실현을 위해 자금 중개기능을 포기한 채 무리한 담보를 요구하는가 하면 고율의 이자와 수수료 정책, 그리고 가혹한 신용제한 조치 등을 남발하며 공적 기능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이런 구조가 지속되는 한 대부업은 앞으로도 성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의 터무니없는 이자와 불법 추심행위도 계속될 것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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