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12.02 12:00
11월 26일자로 날아든 중동의 두바이 충격이 잠잠해졌던 글로벌 금융시장을 다시 한 번 흔들어 놓았다. 두바이 총 외채 800억 달러 가운데 600억 달러 가량을 차지하고 국영회사 두바이 월드가 채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미국 증시를 폭락시켰고 금융시장 위험도를 급격히 상승시켰다.

물론 연쇄적인 파장을 일으키며 확산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세계 도처에 여전히 얼마나 많은 금융부실 폭탄이 깔려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또한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주식시장도 지난 11월 27일에 무려 70포인트 이상이 빠지면서 한때 심각한 혼란에 빠졌으며, 이명박 대통령은 11월 30일, "두바이에서 터진 문제가 유럽과 아시아로 옮겨갈 수 있어 불안하다"면서 "세계 경제에 불안요소는 여전하다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고백해야 했다. 취임 초만 해도 전라북도를 방문해서 새만금을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자며 두바이 모델을 치켜세웠던 당사자가 이명박 대통령이었던 것을 상기하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 하다.

사실 두바이의 부도 위기는 이미 올해 2월 23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United Arab Emirates)의 중앙은행, 실질적으로는 아부다비(Abu Dhabi)로부터 100억 달러 구제 금융을 받으면서 표면화된 바 있다. 당시에도 두바이 국내총생산(GDP) 720억 달러의 110퍼센트에 이르는 800억 달러의 국가채무와 올해 갚아야 할 150억 달러 채무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제 금융으로 약 9개월을 버텨오다가 다시금 2차 부도위기가 터진 것이다.

그러면 ‘중동의 진주’로 불리며 고속성장을 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고 한국 대통령까지 모델로 삼고자 했던 두바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인가. “금융, 부동산, 관광으로 급성장해온 두바이가 글로벌 경기침체로 세 분야 모두 몰락하면서 위기로 치닫고 있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지가 압축적으로 표현한 두바이 위기의 실체다.

두바이는 석유자원의 90퍼센트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아부다비를 핵심 국가로 하여 7개 부족국가 연합으로 구성된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소속된 나라다. 그런데 막상 두바이는 석유 비중이 3퍼센트 남짓 밖에 되지 않으며 유통 35퍼센트, 제조 15퍼센트 그리고 부동산 15퍼센트, 금융이 9퍼센트를 차지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융과 부동산, 관광으로 움직이는 경제가 두바이 경제라는 이야기다.

이런 두바이 경제의 고속성장 비결은 자유화, 개방화에 있었다. 성장의 핵심동력인 자본과 인력을 대부분 외국에서 끌어왔다는 것이다. 한쪽에서는 엄청난 금융자본주의 팽창에 따라 넘쳐나는 자본을 서구 선진국들에게서 끌어오고, 다른 한쪽에서는 쏟아지는 아시아 시장의 값싼 노동인력(인도, 파키스탄, 필리핀 등)을 대규모로 수입하여 인위적인 대규모 부동산 건설을 추진해온 것이 2000년대의 두바이 경제다.

특히 두바이 인구 약 160만 가운데 80퍼센트가 넘는 120만 이상이 두바이 국적 없이 단지 ‘돈벌이’를 위해 두바이로 몰려들어온 외국인이었다. 애초 두바이 국민은 아이슬란드와 다름없는 30만을 조금 넘는 규모였다. 여기에 OPEC 4위 석유생산을 하는 아부다비를 핵심으로 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탄탄한 자금지원이 아이슬란드와는 다른 강력한 배후 지원기지가 되었다.

그런데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되고 석유가격마저 40달러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두바이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 외국자본의 대규모 이탈 → 노동자의 이탈 → 부동산 가격 폭락 → 두바이 건설경기 침체 → 심각한 유동성 부족으로 연결되면서 두바이 경제는 빠르게 침체로 돌입했고 국가적인 자금난에 빠지게 된다. 그 동안 개방화된 두바이로 몰려들었던 자본과 인력이 금융위기가 발발하자 자본 엑소더스와 인력 엑소더스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개방화, 자유화로 외국 금융자본이 들어오기 쉽게 만들어 놓았다면 그 만큼 나가기도 쉬울 수밖에 없다. 밀물처럼 외국자본이 밀려들면서 유구하게 고속성장을 누릴 것처럼 보였던 개방형 국가들에게, 아무런 제동장치 없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외국 금융자본의 탈출은 곧 경제기반의 붕괴를 의미한다. 아이슬란드가 그렇고, 동유럽이 그러하며 두바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개방과 자유화로 호황을 누렸던 이들 나라들은 글로벌 금융자본주의가 성장기를 누리는 동안에만 한시적으로 생존할 운명이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두바이 사태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우선 한 가지 지적해야 할 것은 개방의 나라 두바이가 알려진 것과는 달리 우리보다도 오히려 덜 개방적이라는 사실이다. 두바이의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두바이 월드를 포함하여 국영회사이며 두바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소유할 수 있는 지분은 최대 49퍼센트까지 밖에 허용되어 있지 않다. 한국에는 외국인 주식소유제한의 거의 철폐되었다. 지금도 유가증권 전체 시가 총액의 32퍼센트가 외국인 소유다. 그런데도 한국은 여전히 자본시장 자유화와 개방화 기조를 확대해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세계는 브라질을 필두로 해서 대만 등 상당히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외국자본의 증권 매입 제한이나 거래세 부과 등 이른바 ‘자본 통제’조치를 시행하거나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제로 금리와 달러 약세를 배경으로 전 세계에서 달러를 빌려다 신흥국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dollar carry trade)'가 대폭 늘어나 신흥국 자산시장 거품을 일으키고 있고 통화가치를 절상시켜 수출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두바이 충격이 유럽 국가들에서는 유럽 은행들 보유한 중동채권 부실 위험이 불안 요소였지만, 아시아는 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에 대한 우려가 심각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사실은 국가의 적극적인 구제 금융과 지원으로 금융위기가 표면화 되는 것을 막을 수는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금융위기 원인 자체를 제거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두바이는 2월 부도위기 이후 총 200억 달러 가량을 아부다비로부터 지원받았지만 결국 해외 금융 차입과 해외 인력 차입에 의한 건설 부양이라는 성장 동력은 이미 정지된 상태였고 시간이 흐르면서 재차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이는 당장 두바이보다 훨씬 큰 부채 규모를 가지고 있는 동유럽 국가들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이며,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이나 유럽에서 국가로부터 구제 금융을 받아 살아남은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나 기업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강력한 금융규제와 자본 통제를 통해 문제의 뿌리를 구조개혁하지 않는 한 위기는 끝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제’의 시기 이후 ‘규제’의 시기가 와야 했건만 어느덧 정부 덕분으로 살아나게 된 금융회사들이 다시 규제를 ‘망각’의 늪으로 빠뜨리고 있다. 그러나 두바이 충격에 이은 또 다른 금융 충격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들의 ‘망각’의 잠을 깨우게 될 것이다.

김병권/새사연 부원장

* <민중의소리>에 기고한 글입니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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