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11.03 10:55
얼마 전 국감에서 이정희 의원(민주노동당)이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양극화가 소득양극화의 2배에 달하는 등 가계 불평등이 심각하다는 조사를 발표하여 화제가 되었다. 상위 20퍼센트의 자산 소유액은 7억 원을 넘었지만, 하위 20퍼센트는 57만 원에 불과했다.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를 살펴보면 소득은 0.357, 자산은 0.706를 기록했다.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하다.

소득과 자산에 이어 소비도 불평등

가계 경제를 이야기할 때 소득, 자산과 함께 살펴봐야 할 측면이 소비이다. 소비를 함께 보아야 가계의 재정상태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하위 20퍼센트의 경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적자 상태에 빠져있다. 빚으로 생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수준에 내몰린 것이다.

2007년 기준 1인 인상 전국 가구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199만 3000원이다. 소비 항목별로는 식료품이 50.3만 원(25.2퍼센트), 기타소비지출이 36.5만 원(18.3퍼센트), 교통 및 통신이 35.0만 원(17.6퍼센트), 교육이 21.8만 원(11.0퍼센트)을 차지하여 상대적으로 규모가 컸다.


당신은 어떤 분위의 소득 계층에 속하는가? 사실상 소득에 의해 소비할 수 있는 항목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 만약 당신의 가계가 하위 10퍼센트(1분위)에 속한다면 매달 11만 원의 적자가 발생하며 식료품과 교통통신비에 대부분의 돈을 지출할 것이다. 상위 10퍼센트(10분위)의 가구라면 매달 250만 원 정도를 저금하면서 교육과 교양오락에 투자할 수 있다. 아래의 조사 결과를 보자.

소득수준이 소비행태를 결정한다

1분위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48만 3000원인데 비해, 소비는 59만 4000원이다. 10분위 가계의 소득은 633만 4000원이며, 그 중 374만 1000원을 소비한다. 소득에 따라 소비 항목에 있어서도 명확한 차이가 나타났다. 하위 10퍼센트의 경우 보건의료비(12퍼센트), 광열수도(8.4퍼센트), 주거비(6.3퍼센트) 등 기본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들에 지출하는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교육(1.9퍼센트), 피복 및 신발(2.7퍼센트), 교양오락(3.3퍼센트) 등에 지출하는 비중은 낮았다.

반면 소득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비중은 역전되어서 상위 10퍼센트의 경우 교육(12.1퍼센트), 교양오락(6.5퍼센트), 피복 및 신발(6.1퍼센트)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주거비(2.4퍼센트), 광열수도(3.6퍼센트), 보건의료(4.4퍼센트)는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비 항목별 비중이 명확하게 반대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소비 양극화, 소비 불평등을 보여준다.


저소득층 지원이 경기회복의 지름길

올해 3월 국회예산정책처가 가계소비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기준 소비 지니계수는 0.340이다(1인 이상 전국가구). 소비 지니계수는 1982년 이후 1985년까지 상승하다가 이후에는 추세적으로 감소하지만, 2003년 이후 다시 상승추세로 돌아섰다(2인 이상 도시근로자가구). 소득과 자산에 비해서는 덜하지만 소비 역시 양극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러한 소비의 양극화를 바라보며 정부가 각성해야 할 부분은 첫째는 저소득층에 대한 생계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며, 둘째는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 역시 고소득층이나 기업 중심이 아니라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 보았듯이 저소득층의 경우 생활에 꼭 필요한 지출만을 하는 상황임에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지원을 한다면 그것은 즉각 소비로 이어지면서 경기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고소득층에 대한 재정지원은 소비가 아닌 저축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비 지출이 소비 불평등에 가장 큰 영향 끼쳐

그렇다면 소비 불평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항목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이었다. 교육의 전체 소비 불평등도에 대한 상대적 기여도는 152.9퍼센트로 가장 높았다. 이는 교육비 지출이 1단위 증가할 때 전체 소비불평등도가 약 1.529단위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소비에 있어서 가장 차이를 보이는 항목이 교육비 지출이란 뜻이다. 게다가 위에서 계산된 교육비에는 해외에서 유학 중인 자녀에게 보내는 돈은 제외하고 있다. 이를 포함한다면 소득 간 교육비 지출 차이는 더 커질 것이다.


특히 교육비는 경제위기를 거칠 때마다 소비 불평등에 대한 상대적 기여도가 큰 폭으로 커졌다. 위 그림을 보면 80년대 후반 이후 감소 추세를 보이던 것이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이라는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경기가 어려워지면 생계가 어려운 저소득층에서는 교육비를 줄일 수밖에 없고, 고소득층과의 교육비 격차가 더욱 큰 폭으로 벌어진다는 뜻이다.

가계 소득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10년새 2배 이상 올랐다는 뉴스와 올해 신규 임용된 판사의 3분의 1 이상이 특목고와 강남 출신이라는 뉴스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중위층 가계들은 사교육비에 짓눌리고, 하위층 가계들은 아예 교육비를 감당할 수 없어 줄이는 상황에서 점점 증가하는 교육비 지출은 결국 고소득층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 그 결과로 특목고와 강남 출신들은 사회 고위층이 된다는 말이다.

경기회복 소식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


이 외에도 교양오락(131.1퍼센트), 가구집기 및 가사용품(129.9퍼센트), 피복 및 신발(116.6퍼센트), 교통 및 통신(109.7퍼센트), 기타 소비지출(105.7퍼센트) 등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소비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항목으로 꼽혔다. 교육비를 비롯한 위의 항목들은 경제적 양극화가 소비를 통해 사회적, 문화적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계 경제를 지탱해주는 두 축인 소득과 자산의 양극화, 그리고 소비의 양극화는 심각한 문제이다. 단지 상위 계층과 하위 계층의 차이가 커진다는 것 뿐 아니라, 결국 생계를 위협받고 사회문화적으로 밀려나는 하위 계층이 늘어난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수출이 늘고, 기업들의 실적이 최고치를 쳤다는 경기회복의 소식을 전혀 체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