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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재협상 거부, 전면 무효화가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

미국이 자동차와 농산물 등의 개방을 확대하기 위해 준비된 수순을 진행시키는 가운데 국내의 반대여론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0일 미국 의회가 신통상정책을 채택하면서 노동과 환경 기준을 FTA 체결의 중요한 선결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노동과 환경의 개선에 있다기보다는 재협상의 명분 내지는 자동차 비관세장벽 철폐의 지렛대였음도 밝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미 FTA 협정문이 공개되면서 지적재산권-의약품의 대미 종속 강화 문제도 한층 불거지고 있다.

지적재산권-의약품 관련 조항은 신통상정책에서 노동과 환경 기준 다음의 세 번째 중요 사항이기도 하다. 상품과 서비스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철폐에 비해 덜 알려져 있던 지적재산권 문제의 중요성과 함의에 대해 간략히 짚어보기로 하자.


‘지적재산권’ 무방비에 대미 종속화 가속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정부의 의약품-특허 연계에 대한 무지와 복제약 시판자에 대한 법률적 제재의 문제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문의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적되고 있는 의약품-특허 연계 조항은 의약품 규제 기관(한국의 식약청)은 복제약이 기존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확정되기 전까지는 시판승인을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의 지적재산권은 다른 특허와 달리 취급해야 한다. 먼저, 의약품은 사적 소유를 핵심으로 하는 다른 특허와 달리 보다 많은 사람의 접근권을 보장해야 하는 복지의 성격을 갖고 있다(06년 제57차 WHO 총회 결의사항). 또한 일반적으로 특허청의 승인은 신규성 등의 기준으로 이루어지지만, 의약품에 대한 허가는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제조 절차와 자국의 독특한 관행에 대한 조사를 필요로 한다.

이런 이유로 WTO 협정에서도 의약품-특허 연계 관련 조항이 없으며, 미국의 신통상정책까지 의약품 규제 기관(한국의 식약청)과 특허 승인 사이의 연계가 불필요함을 언급하고 있다.


의약품과 지적재산권의 공공성을 지켜내야


미국과 유럽 등 지적재산권의 강자들은 언제나 특허에 대한 사적 소유의 배타적 권리를 확장하기 위해 후발국들을 압박해왔다. 이번 한미 FTA 협정에서 의약품-특허 연계 조항과 함께 저작권의 기한 연장(현행 50년에서 70년으로), ‘일시적 복제(RAM에서의 복제, 스트리밍 서비스 까지도 여기에 해당됨)’의 개념 도입 등도 이러한 맥락 속에 있다.

특허와 지적재산권은 새로운 창작의 동기를 부여함과 동시에 더 많은 공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지만 이제 공공성은 사라져 복지 확장과 기술 발전의 장애물이 되고 있을 뿐이다. 한미 FTA 협정은 지적재산권에 관한한 미국의 기대 이상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앞으로 복제약과 복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행정적, 형사적 조치를 압박하는 방향에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의약품과 지적재산권의 공공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천편일률적인 ‘지식의 사적 소유 우선’ 논리에 대항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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