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10.12 10:51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은 가장 빠르게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나라로 한국을 주목했었다. 한국의 재정지출 규모가 GDP 대비 3.6퍼센트로 G20 국가들의 평균인 2퍼센트보다 크게 상회했으며, 그 결과 올해 1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OECD 회원국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덕분에 위기극복의 사례로서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체적인 평가를 잠시 미루어 둔다면, 정부의 발빠르고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는 분명 위기진화의 일등 공신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과감한 재정지출로 인한 국가채무의 급속한 증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국가채무가 사실상 1439조 원에 이른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논란이 증대되고 있다. 국가채무의 개념과 규모, 그리고 현재 우리 국가채무의 문제는 무엇인지 정리해보자.

국가채무 400조 원? 1400조 원?

국가채무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모두 포함하여 국가가 중앙은행이나 민간으로부터 빌려 쓴 돈을 말한다. 현재 ‘국가재정법’에 의해 정의된 국가채무는 국채와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만을 포함한다. 국채는 세입부족액을 보전하기 위해 국가가 발행하는 채권으로 국고채권, 국민주택채권, 외화표시 외국환평형채권(외평채)이 있다. 차입금은 정부가 한국은행, 민간기금 또는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법정 유가증권의 발행없이 직접 차입한 금액이다. 국고채무부담행위는 예산에 포함되어 있지 않던 지출이 발생할 경우 이를 국가의 채무로 부담하고 다음 년도 예산안에 포함시켜 국회 의결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국가채무의 개념이며, IMF의 기준이기도 하다. 이에 따르면 2008년 국가채무는 308조 원으로 GDP 대비 30.1퍼센트에 이른다. 올해에는 366조 원, 내년에는 407조 원을 넘어 GDP 대비 36.9퍼센트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협소한 개념으로 국가가 직접적으로 채무자가 된 경우만을 계산한 것이며, 지방자치단체의 빚은 제외한 것이다.

                                     그림1. 2007년 결산기준 국가채무 구성
* * 출처: 국회예산정책처 ‘2009년도 예산안 국가채무관리계획 분석’

따라서 실질적인 국가채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범위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즉, 정부가 발표하는 400조 원의 공식적인 국가채무보다 더 많은 빚들이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일단 국가 보증채무라는 것이 추가되는데, 이는 민간 금융기관 등이 해외로부터 돈을 빌릴 때 국가가 상환보증을 서는 경우에 발생한다. 공기업과 공단의 채무 역시 국가채무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도 포함시켜야 하지만, 일단은 중앙정부만을 고려하기로 하자.

공기업 채무와 민자사업 손실 지원 보조금도 포함해야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한구 의원(한나라당)이 이런 식으로 계산된 광의의 국가채무를 공개했는데 2008년의 경우 무려 1439조 원에 이르렀다. 공식적인 국가채무에 비해 5배 정도 많다. 앞서 말한 국가직접채무에 보증채무와 부실채권정리기금부채, 예금보험공사 및 예금보험기금관련부채, 4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한국은행 외화부채, 통화안정증권 잔액, 준정부기관 및 공기업 부채 등을 합친 결과이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되어야 할 중요한 요인이 민자사업이다. 민자사업은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을 줄인다는 의도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민자사업에 따라붙는 ‘최소운영수입보장제’로 인해 오히려 정부재정을 축내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공항철도이다. 민자사업이었지만 운영수입 보장을 위해 정부는 2007년 1040억 원, 2008년 1666억 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이렇게 공기업과 민자사업이 공식 국가채무에서 제외되어 있는 까닭에, 정부가 이들에게 채무를 이월시키는 모습이 최근 눈에 띈다. 얼마 전 국토해양부는 4대강 사업비 15조 3000억 원 중 8조 원과 경인운하 사업비 2조 2000억 원 중 1조 8000억 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겼다. 참고로 수자원공사의 2008년 매출액은 2조 4000억 원이었다. 앞서 언급되었던 부실 민자사업의 대표 인천공항철도 역시 철도공사가 되사기로 하였다.

OECD 평균의 10배 이상 속도로 증가

그렇다면 우리의 국가채무는 많은 것일까, 적은 것일까? ‘2009~2013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의하면 2008년 300조 원을 돌파한 국가채무는 내년에 400조 원을 돌파하고, 2013년에는 500조 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5년 사이에 200조 원의 국가채무가 늘어난 셈이다.

                                           그림2. 10년간 국가채무 증가 추이

정부는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75.7퍼센트인 반면 우리는 35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2007년 기준 미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가 62.4퍼센트 일본이 179.0퍼센트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국가채무 규모는 양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3. 10년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증감 현황

하지만 증가 속도를 보자면, 현재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다. 이한구 의원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 동안 우리의 국가채무는 80.7퍼센트가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8.3퍼센트, 일본은 16.5퍼센트 증가에 그쳤다. OECD 평균 증가율은 7.0퍼센트로 우리는 이보다 10배 이상의 속도로 국가채무가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국이 아니라 신흥국과 비교해야

한편 OECD 국가들과 국가채무를 비교하는 것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선진국들이 사용하는 개념은 일반정부 총금융부채(General Government Gross Financial Liabilities)로 우리의 국가채무와 다르다. 우선 대상범위가 국가에서 정부로 확대된 개념이다. 국가가 중앙정부의 행정조직만을 의미한다면 정부는 정책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 모두를 의미한다. 대상항목 또한 채무에서 부채로 확대되었는데, 부채는 대차대조표상의 부채항목 모두를 의미하며 채무 부채의 일부 항목이다. 만약 우리가 선진국과 같은 기준으로 정부부채를 계산할 경우 688조 원에 이른다는 국회예결위의 보고서가 올해 초 발표된 바 있다. 이를 계산하면 GDP 대비 약 70퍼센트로 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OECD 선진국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자국 통화가 국제시장에서 통용되는 기축통화이다. 하지만 경제위기의 국제시장에서 원화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며, 환율이 출렁이면 우리는 외평채를 발행하는 등의 재정확대를 통해서 국내 경제를 안정시켜야 한다. 때문에 국가채무 비교에서 있어서 적절한 대상은 마찬가지로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신흥국들이 되어야 한다.

신흥국 중 가장 큰 폭으로 국가채무 증가

이와 관련해서 지난달 IMF가 낸 보고서에 의하면, 2007년 국가채무비율과 2010년 전망치를 비교했을 때 11개 신흥국 중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한 나라가 한국이다. IMF는 한국의 2010년 국가채무가 42.0퍼센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2007년 29.6퍼센트와 비교했을 때 12.4퍼센트 포인트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G20 국가 중에서 선진국 G7과 호주 등을 제외한 신흥국 중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 다음으로는 터키가 12.3퍼센트 포인트, 멕시코가 12.1퍼센트 포인트로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오히려 17.3퍼센트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인도네시아도 각각 5.9퍼센트 포인트와 4.1퍼센트 포인트 감소해 재정건전성이 호전될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비교대상을 신흥국으로 바꾸고 나니 우리 국가채무의 심각성이 느껴진다.

재정확대로 금융위기의 급한 불을 껐다면, 이제 국가채무 증가로 인한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때이다. 특히 무리한 감세정책과 4대강 사업 등으로 인해 앞으로 들어오는 조세수입은 줄어들고 나가는 재정지출은 늘어나는 상황이 국가채무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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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2009.10.12 18:53 [ ADDR : EDIT/ DEL : REPLY ]
  2. 집에가라

    국채가 늘어나고 재정이 좋지 않으면 나라가 흐트러지고 국민의 근심걱정도 한없습니다.
    4대강 살리는데 몇조가 들어가죠?? 1조라는 돈은 엄청 나게 크나큰 돈입니다. 헌데 몇조라구요??ㅡㅡ; 환장할 노릇입니다. 무분별하게 생태계손대면 재앙으로 돌아 옵니다. 왜 그것을 모르고 손을대는것이지 . . . ㅡㅡ; 계발이 그렇게나 좋으면 ~ 딴나라로 가시오~

    2009.10.12 21:29 [ ADDR : EDIT/ DEL : REPLY ]
  3.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현상은 정말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점점 노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상황에서 국가 채무마저 많아져 버리면 그 많은 빛은 누가 갚나요? 에휴~ㅠ_ㅠ

    2009.10.12 23: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경제주체(가계/기업/정부)에 있어 어느 계층이든 마이너스 계정, 즉 빚을 진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일입니다. 이런 걸 가지고 비정상적인 다른 나라의 예와 비교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 다른 나라가 돈을 마구 찍어 인플레가 생기고 물가가 오르는데 우리가 그걸 따라해도 된다는 논리와 비슷한 거겠죠. 무조건 하고 차입재정은 나쁜 것입니다. 정직한 세수입 안에서 돈이 돌 때만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돈을 찍어서 그걸 회계상 채무로만 남겨둘 수 있을진 몰라도 그런 도둑질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엔 좋지 못한 결과가 생깁니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의 재정부담과 물가/가격경쟁력만 보아도 잘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더이상 남들의 나쁜 타산지석을 본보지 말아야 합니다. 마이너스 통장은 그 가계/그 기업/그 정부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확실한 단면입니다.

    2009.10.13 15:34 [ ADDR : EDIT/ DEL : REPLY ]
  5. 글 너무 잘읽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네요....

    2009.10.14 00: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