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7.11.20 20:11
 

한미 FTA 협상 타결로 한껏 고무되었던 정부가 미국의 재협상 요구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재협상은 절대 없다”던 정부와 협상단의 도도한 자세는 사실상 대국민용이었을 뿐, 미국의 요구에 단 한 번의 이의 제기도 없이 그대로 수용하는 양상이다.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꺼낸 이유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내부 사정’에 기인한다. 지난 선거를 통해 의회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에 신속무역협상권을 연장해 주는 조건으로 통상 상대국에 국제노동기구의 5개 기준과 7개 국제환경협약 이행을 요구하는 새 통상정책을 요구하여 의회와 행정부간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은 한미 FTA 협상 결과 가운데 자동차 시장과 쇠고기 시장 개방 폭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어 재협상을 명분으로 이들 부문의 개방 압력을 더욱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가 우리측의 주도적 결단에 의한 것이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협상을 이끌어 간다고 선전했지만, 협상 타결 시한 연장이나 재협상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과 의제는 전적으로 미국의 입김에 좌우되었을 뿐이다. 현 정부는 이라크 파병에서부터 북핵 문제를 다룬 6자회담, 한미 FTA까지 철저히 부시와 코드 맞추기를 해온 덕분에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내 친구 노 대통령에게 감사한다’(4월 24일 미PBS 방송과 인터뷰)는 칭찬까지 받기도 했다. 대다수 시민단체와 민중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시 코드를 가지고 신속하게 밀어붙이던 한미 FTA가 재협상 국면에 들어간 것은 이 협상이 얼마나 근시안적이고 미국 위주의 협상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동시에 국민에게 오만하고 미국 앞에 한없이 초라한 정부의 ‘굴욕’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재협상 역시 미국이 자체의 목적을 위해 제기한 만큼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는 거의 없다. 한미 FTA는 모든 면에서 미국이 나프타(NAFTA, 북미자유무역협정)를 통해 15년간 실험한 미국식 자유무역협정을 한층 정교하고 미국에 유리하게 업그레이드시킨 버전이다. 나프타는 미 민주당 클린턴 정권 때 체결되었음을 상기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미 원칙도 없이 미국이 하자는 대로 코드를 맞추고 있는 정부에게는 재협상이 있을지 모르나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한미 FTA의 완전 철회뿐이다.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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