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9.22 09:58

세계 경제가 붕괴를 멈췄다. 아니, 멈춘 것으로 보인다.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은 최근 “적어도 기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 시점에서 경기 침체가 끝났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선언하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런 가운데 우리 경제에는 생각지도 못한 ‘풍년 소식’이 날아들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풍성한 수확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올해 들어 성장세로 돌아선 데 이어 2분기에는 무려 2.3퍼센트(전분기 대비)나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여전히 마이너스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미국과 일본, 유럽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미국 -1.0%, 영국 -0.8%, 일본 0.9%).

그렇다면 이처럼 한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또 제비가 물어온 뜻밖의 풍년 소식은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 ‘수확의 계절’을 맞은 한국 경제의 곳곳을 뜯어보고자 한다. 우선 이번 글에서는 극적인 성장률 반전을 원동력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정부의 무리한 재정지출로 반등에 성공한 한국경제

최근 한국 경제 회복의 원동력을 꼽으라면 다음의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 정부의 조기 재정 집행 ▶ 환율 효과를 업은 수출 대기업의 호조  ▶ 외국인 자금 유입과 자산시장 호조  ▶ 가계 부채의 확대 등이다.

이 가운데 우선 정부의 재정 지출과 관련해서 몇 가지 짚어볼 대목들이 있다. 우선 아래 그림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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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9월 이후 급기야 마이너스로 돌아서 올해 2월 -6.1퍼센트까지 떨어졌던 우리나라 소비재 판매가 다시 플러스(2009년 5월)로 돌아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보다시피 국내 승용차 판매의 폭발적 증가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의 기대를 뛰어넘는 2분기 2.3퍼센트 성장률 가운데 약 1/3정도는 ‘자동차 내수 폭발’이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셈이다.
자동차 판매가 이렇듯 크게 늘어난 이유는 물론 정부의 세제 감면 조치 덕분이다. 작년 말부터 올해 6월까지 정부가 자동차에 대한 개별 소비세를 30퍼센트 감면해준 데 이어 다시 올해 5월부터는 노후차를 팔거나 폐차하고 신차를 살 경우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등록세를 70퍼센트 인하해 주기로 했던 것이다.

정부의 재정 지출은 단지 세제 감면에 그치지 않았다. 설비투자의 핵심 영역으로서 경기회복의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는 기계 수주 부문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는가 하면, 이명박정부의 주종목인 토목ㆍ건설 분야에도 막대한 예산을 투여했다. 그 결과 작년 8월 이후 줄곧 -20퍼센트 이상의 낮은 증가율을 보이며 침체에 빠져있던 국내설비투자 증가율이 올해 6월 2.1퍼센트의 상승세로 돌아선 뒤 7월에는 무려 7.3퍼센트로 뛰어올랐다(민간부문은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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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산업생산에 이어 고용지표마저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정부

고용 분야의 정부 실적도 눈부시다. 예상대로 작년 말부터 취업자 증가율은 마이너스로 돌아서 올해 5월에는 무려 22만 명(전년동기대비)이나 줄어들었다. 그러던 것이 한 달만인 6월에는 4,000명으로 잠깐 돌아서더니 7월에는 다시 줄어들긴 했지만 -7만 5,000명 선에서 나름대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심지어 경기에 후행하는 것으로 알려진 고용 지표마저 이처럼 빠른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었던 힘은 역시 정부가 시행한 ‘청년 인턴제’와 ‘희망근로제’였다. 그 덕에 올해 1월에는 3,000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던 공공부문의 일자리 증가가 정부의 정책 시행 이후인 7월에는 무려 32만 명으로 늘어났다(민간 제조업 -17만 3000명, 건설업 -12만 7,000명, 도소매 음식 숙박업은 -16만 5,000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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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소비와 산업생산 그리고 고용 분야에 이르기까지 경제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며 경제지표들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물론 모든 것이 정부의 뜻대로 된 것은 아니다. 가령,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을 통해 성장률은 물론 고용에서도 빛을 보길 바랐으나 건설 부문의 고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무리한 감세 정책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민간투자의 활성화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해명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면 올해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의 60퍼센트가 넘는 161조 원의 재정을 투여하며 어렵게 이뤄낸 현재의 회복세는 앞으로도 순풍을 탈 수 있을까.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의 무리한 재정 정책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OECD 국가 가운데 부채 증가율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통합재정수지 28조 원 적자). 하반기 지출 여력도 100조 원 남짓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마르지 않는 샘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민간이 바통을 이어받지 않는 한 더 이상의 기적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가계는 줄어든 소득만큼을 빚으로 채우며 버티고 있고, 기업들 역시 투자ㆍ고용 확대로 바통을 이어받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아직 때 이른 잔치 분위기... 다가올 ‘경제의 겨울’을 대비해야 할 때

굳이 더블 딥과 같은 위협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경기회복이 대단히 더디게 진행될 것이란 점만은 분명한 상황에서 멀리 내다보지 못한 응급 처방은 자칫 중장기 대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는 오히려 한국 경제에 ‘독’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짚어볼 것이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 위기는 지난 30년 간 무섭게 성장해온 신자유주의 체제의 ‘구조 결함’으로 발생한 것이며, 따라서 근본적인 구조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위기는 언제까지고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리한 재정 지출로 경제지표를 끌어 올리는 데 있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30년 간 신자유주의를 불안하게 지탱해온 두 축이자 이번 위기의 근원이었던 ‘금융시장’과 ‘고용시장(노동유연화 전략)’에 대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세계적인 흐름을 거슬러 금융규제 완화에 집착하거나 여전히 ‘노동유연화’를 핵심 고용정책이라고 말하는 이명박정부의 모습은 그래서 바닥난 국가 재정 이상으로 불안하기 그지없다.
정부는 회복된 경제지표와 높아진 지지율에 취해 잔치 준비를 서두르기 보다는 앞으로 닥칠지 모를 한국 경제의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