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1년 ②] 금융위기의 교훈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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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 9.7퍼센트 실업률의 의미

지난 해 세계 금융시장을 공황으로 몰고 갔던 리먼 사태가 발생한지 정확하게 1년이 되는 날이다. 미국의 제로금리와 12조 달러가 넘는 유동성 공급, 그리고 800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의 재정지출은 다행히도 극단으로 치닫던 시장의 패닉을 차단하였다.

그러나 시장에 내재한 호황-불황(boom-bust) 동학은 또 다시 버블을 우려할 정도로 자산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 한국의 경우 900p까지 떨어진 주가는 1600p를 훌쩍 넘어서고, 부동산시장은 2006년 버블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갔으니 말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에 잠재되어 있는 수많은 위기 요인들, 부동산, 가계, 기업, 정부 부채, 취약한 외환시장, 자본시장의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한국경제는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미국경제의 침체는 그림1에서 보는 것처럼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8월, 미국의 공식 실업률은 9.7퍼센트로 1493만 명이 실업상태에 놓여 있다. 2007년 12월 경기침체가 시작되었으니, 이번 금융위기로 740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한 셈이다. 게다가 구직을 포기했거나, 현재 시간제로 일하고 있지만 전일제 근무를 원하는 노동자를 포함한 실질실업률은 16.8퍼센트에 이른다. 경제활동인구 여섯 명 중 한 명꼴로, 대략 2600만 명이 사실상 실업의 고통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위의 그림은 경기침체 기간, 고용시장의 정점에서 감소, 그리고 회복까지의 추세를 연결한 것이다. 1950~70년대까지만 해도 경기침체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대략 1년 정도 지나면 바닥을 확인했고, 다시 1년이 지나면 침체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부터 회복기간이 점차 길어졌으며, 2000년대 초반의 침체기에는, 고용상태가 회복되기까지 무려 48개월의 시간이 필요하였다. 최근의 경기하강 추세를 나타낸 것이 위의 검은 화살표다. 비록 연초 70만 명에 달하던 일자리 감소가 최근 22만 명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바닥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시장의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내년 2~3사분기에 즈음하여 바닥을 확인할 것으로 보이는데,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GDP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의 구매력이 고용상태에 주로 의존하고 취약한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주어진 조건에서,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나 금융시장의 충격은 언제든지 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한다.

2. 금융위기를 초래한 99년 이후의 규제완화 조치들

6월 17일, 미 재무부는 1930년대 뉴딜 금융체제 이후 80여 년 만에 대대적인 금융 감독구조 개편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하였다. 미국의 금융규제와 감독의 역사를 보면, 공황에 버금가는 심각한 위기가 발생하고 나서야 금융시스템의 의미 있는 개혁을 구축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금융위기는 여러 각도에서 검토해 볼 수 있다. 달러체제가 초래한 글로벌 불균형, 그림자 금융체제, 신자유주의 금융축적체제, 증권화로 특징짓는 금융산업 수익의 구조적 변화, 공포와 탐욕, 그리고 인센티브 구조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탈규제’ 정책과 이데올로기, 그리고 이것이 금융시장에서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밝히는 작업일 것이다. 이는 금융시장의 새로운 규제와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데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정부 개입은 ‘문제’이며 시장의 자기규제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성행하였다. 이러한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1980년부터 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규제완화 조치가 실시되었다. 그러나 2004년을 기점으로 서브프라임과 증권화(securitization) 시장의 급팽창했음을 고려할 때, 20세기 말에 일어났던 일련의 조치들을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닷컴버블 붕괴 이후 금리를 1퍼센트까지 내린 이후, 2004년부터 금리를 인상했음에도 이 기간 폭발적으로 부동산 파생상품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첫째, 1999년 금융현대화 법안(Financial Modernization of 1999)은 금융기업의 다각화를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따라서 단기 수익률 및 시장 점유율 경쟁에 몰입한 금융기업들은 핵심사업과 무관한 비전문 사업 부문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하게 되었다. 이른바 금융빅뱅의 신천지가 열린 셈이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의 대표적 피해자가 AIG라고 할 수 있다. AIG는 전 세계 130개 국가에서 11만 6000명을 고용한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였다. 그러나 AIG의 몰락은 AIG Financial Products라고 알려진 소규모 런던 지사의 부실에서 비롯되었다. 직원이 400명도 채 되지 않은 이 조그만(?) 회사는 엄청난 규모의 신용부도스왑(CDS)을 거래하였다. 회사채(2,940억 달러), 유럽의 주택담보대출(1,410억 달러), 서브프라임 CDO(780억 달러) 등 5,130억 달러에 달하는 CDS를 거래하다 그룹 전체를 몰락하게 만들었다.

둘째, 2000년의 상품현대화 법안(Commodity Futures Modernization Act of 2000)의 도입이다. 이 조치로 SEC(증권선물거래소)와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지니고 있었던 스왑 거래에 대한 규제 권한이 사실상 폐지되었다. SEC의 경우, 모든 증권 관련 스왑 거래(any security-based swap agreement)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금지되었다. 또한 CFTC는 ‘농업 상품’에 대한 규제만을 책임지도록 ‘현대화’되었다. 따라서 신용부도스왑(CDS)이나 주식부도스왑(EDS) 등은 이 조항에 따라 아무런 규제나 감독 없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CDS가 기초자산의 디폴트에 대비한 파생상품인데 비해, EDS는 기업의 주가하락에 대비한 파생상품이다. 새로운 금융환경의 변화로 CDS 시장은 2001년부터 2007년까지 62조 달러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세 번째로 주목되는 법안이 2000년 11월 수정된 ‘피고용자 은퇴소득 보장 법안(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이다. 이 법안은 1999년 10월, 모건스탠리가 노동부에 보낸 요구에 기초하여 수정된 것으로, 연기금이 투자등급 특수목적법인(SPE) 증권을 구입할 수 있도록 허가하였다. 이 법안이 도입됨에 따라 기초자산이 투자등급 이하일지라도, 증권화 과정에 따라 MBS, ABS, CDO2 등으로 각색된 BBB 이상 증권을 연기금이 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부동산 파생상품의 투자수요를 증가시켜, 주택담보대출과 부동산 버블을 유지시킨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물론 앞서 언급한 CDS 시장의 활성화가 CDS 거래로 위험을 회피하는 새로운 CDO(예를 들어 합성 CDO) 개발의 요인으로도 작용하였다.

넷째, 2004년을 기점으로 한 일련의 규제완화 및 정책변화 조치들이다. 이는 2004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서브프라임 대출 및 부동산 파생상품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미국주택담보대출(Mortgages)은 GDP의 20퍼센트(04년 1월)에서 26퍼센트(08년 3월)까지 증가하였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증권화한 RMBS는 GDP의 7퍼센트(04년 3월)에서 18퍼센트(07년 6월)까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3. 2004년 신바젤협약 체제와 금융환경의 변화

우선, 2004년 6월에 최종 확정되어 공표된 바젤2 ‘권고안(revised framework)’, 즉 신바젤협약 체제로 전환되는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바젤 체제에서는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되는 위험 가중치가 50퍼센트였는데, 바젤2 협약에 따르면 35퍼센트로 줄어들게 되었다. 즉 기존의 자본금을 가지고도 주택담보대출을 상대적으로 늘리면 BIS 기준을 충족시키고도 자산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감독당국의 승인만 받으면, 은행 자체적으로 내부 신용평가모형(Internal ratings-based; IRB)을 도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미국의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조사에 따르면, 신바젤협약 체제에서는 내부평가모형을 도입하면 65퍼센트 정도의 위험가중치를 줄일 수 있다. 즉 주택담보대출에 50퍼센트가 적용되던 위험가중치가 15~20퍼센트로 줄어든다는 말이다.

또한 MBS나 CDO와 같은 자산유동화 증권은 바젤2 체제에서는 신용등급별로 가중치가 매겨지는데, AAA 등급인 경우 가중치가 7퍼센트로 줄어들 수 있다. 상업은행의 입장에서, 대출채권을 매각하여 위험이전요건을 충족하면 기초자산에 대한 자기자본규제가 면제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종합하면, 은행은 신바젤협약 체제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35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으며, 내부평가모형을 도입하면 최대 15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위험이전요건을 충족하거나, 높은 신용등급을 통해 부동산 파생상품에 더 낮은 위험가중치를 적용받을 수 있다. 따라서 금융기업은 변화된 금융환경에 맞게 BIS 비율을 충족하면서도 최적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도록 장부상의 조정을 2004년부터 미리 진행하였다. 전직 투자은행 고위 임원의 증언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해준다.

“우리는 2004년에 공표된 바젤2의 의미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비즈니스 환경에 실로 엄청난 변화를 의미하므로, 시행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었다. 내부 세미나와 미팅은 2004년 공표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는 적어도 4~5년 동안 검토하고 예상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이것은 정확히 세제 변화와 동일하다.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새로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은 더 넓어진다!…내부 비즈니스에 어떠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내부자도 완전히 알기 어려운데, 외부자(감독기관)가 알기란 불가능하다. 어떻게 측정하고 보고해야 하는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은 무한하다. 우리의 내부 과정과 자원은 막대하므로, 이 세상에서 제아무리 최대의 능력을 지닌 감독기관도 우리를 따라 갈 수는 없다.”(Blundell-Wignall, 2008)

바젤2는 유럽에서 2007년부터 시행되었는데, 예를 들어 파산한 영국의 노던록 은행을 보면 이는 더욱 명백해진다. 노던록은 2년 반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7년 6월부터 바젤2를 적용하였다. 연평균 25퍼센트의 자산 증가율, 75퍼센트에 달하는 주택담보대출로 자산을 집중하였는데, 바젤2가 제공한 규제차익의 독약을 마신 셈이다.

금융위기가 폭발하기 직전인 2007년 6월, 노던록의 핵심자기자본(Tier 1)은 22억 파운드에 불과했다. 총자산(1130억 파운드)의 1.9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여 위험가중자산이 190억 파운드로 대폭 줄어들었다. 따라서 총자산의 1.9퍼센트로 위험가중자산의 11.3퍼센트에 달하는 높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자산유동화시장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정부보증업체(GSE)에 대한 규제 강화와 월가의 시장점유율 증가다. 이른바 규제의 비대칭성에 따른 규제차익, 시장 편향의 규제가 초래한 문제점이다. GSE는 주택담보대출을 보증하고 유동성을 증가시켜, 미국의 일관된 주택정책인 자가 소유 확대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도입된 공적 기관이다. 이에 비해 월가는 주택담보대출채권을 GSE에 매각하고 수수료를 받음으로써 수익을 창출하였다.

아래 그림4에서 보는 것처럼, 주택담보대출이 증권화 되는 비중은 90년대 초반 40퍼센트에서 2000년대에는 60퍼센트까지 상승하였다. 특히 2004년을 전후로 GSE의 점유율은 하락하는데 비해, 월가의 MBS 점유율은 급격히 늘어난다.

증권화 시장이 황금알 거위로 부상하자, 월가는 시시탐탐 GSE가 누리고 있던 시장에 진출하기를 희망하였다. 민영화라는 것이 사실, 대부분 정부나 공기업이 공급하는 시장에 사기업이 진출하기 위한 시장의 이데올로기다. 정부가 ‘문제’고 시장이 ‘해법’이라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더구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겸업할 수 있게 되면서 대출채권을 굳이 GSE에 매각하지 않고 자회사인 투자은행에 매각하여 자체적으로 증권화 시킬 수 있는 기반 또한 구축되었다. 이에 따라 끊임없이 회계 부정 의혹을 거론하고, 시장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여론을 부추겨 GSE는 2004년부터 규제를 받게 된다.

따라서 2004년 초에 GSE에 대해서 최소 자본금의 30퍼센트 이상의 자본금을 확충할 것을 요구하고, 2006년부터는 자산 수준을 동결시키는 조치를 취하게 된다. 예를 들어 프레디맥(Freddie Mac) 경우 매 분기 자산이 0.5퍼센트 이상 증가시킬 수 없도록 규제되었다.

더군다나 2004년부터 SEC는 투자은행이 자체적으로 자본을 계산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통합감독프로그램’(consolidated supervised entities program) 제도를 도입하였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순자본의 15배에 해당하는 부채만을 허용한 이른바 15:1 레버리지 규칙을 적용했지만, 새로운 제도 하에서 40:1까지 레버리지 비율을 확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금융 감독과 규제가 시장 편향적으로 변함에 따라 월가는 시장점유율을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금융공학을 통해서 파생상품을 쏟아내었다. 결국 닷컴버블 붕괴 이후 금리를 1퍼센트까지 내리던 2001~2003 시기 리파이낸싱 대출이 주로 증가하였다면, 2004년부터 금리가 상승하던 시기에는 금융기업의 ‘혁신’을 통해 부동산 파생상품이 증가하였다. 따라서 금리가 상승한 금융환경의 변화에도 부동산시장의 버블은 유지되고 확대될 수 있었다.

4. 금융위기의 교훈과 과제

1970년대부터 부동산 자산에 도입된 증권화 기법은 현재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도입되고 있다. 80년대 중반 설비리스의 증권화를 시작으로, 자동차대출, 신용카드, 학자금대출 등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이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탄소배출권, 인프라 대출 등 현금흐름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담보에 대해서 증권화 기법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생명보험을 증권화 시키는 기법을 고안중이라 한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권화시장이 9410억 달러(2007)에서 최근 1690억 달러까지 축소되어,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월가는 또 다시 현란한 금융 ‘혁신’을 도입하고 있다. 생명보험시장이 26조 달러에 달한다고 하니 월가가 군침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의 파산에 베팅을 할 수 있는 CDS를 도입하여 금융공황의 주범으로 몰린 것이 엊그제인데, 인간의 생명에 베팅을 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더군다나, 기업과 달리 사람이 빨리 죽는 것은 주가나 다른 경제변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을 회피하고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키지 않는 최적의 상품이라 극찬까지 하고 있다. 월가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음을 생생히 알려주고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자신의 이기적 행위가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까지 인간은 헤아릴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이기적 행위를 탐욕과 비합리성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오히려 모든 시장의 참여자는 ‘합리적으로’ 행동하였다. 금융빅뱅에 따른 경쟁의 격화, 자기자본수익률 목표를 맞추기 위한 금융기관의 인센티브, 천문학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개인의 단기 인센티브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개별 금융기관의 축적에 대한 배타적 동기는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피드백 효과를 통해 금융의 취약성과 시스템 리스크를 증폭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장기적, 간접적 효과는 너무도 복잡하여 개인의 의사결정에 포함되어 계산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대마불사’의 논리로 이러한 효과를 제거하려고 노력하였다. 위험은 체계적으로 증폭되는 기제를 구축하고 있다.

금융부문의 관리와 조정을 경쟁과 이윤동기에 전적으로 내맡기면 필연적으로 단기주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모든 수단의 동원, 사회적 이익을 침해하는 이익의 사유화 경향이 발생한다. 그리고 시장기제는 내재적으로 “안정성이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금융위기의 가장 큰 교훈은 금융시장은 주의 깊게 감독하고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이익(시스템 안정성)은 사적 금융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사적 이익보다 항상 우선해야 한다. 따라서 규제를 설계할 때 개인의 단기 이익을 침해하더라도 체제의 이익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이익은 건전하고 안전한 금융체제가 구축되지 않고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에 따라 ‘금융혁신’은 다른 경제적 혁신보다 더욱 주의 깊게 감독되어야 한다. 시장주의자들은 규제가 혁신을 질식시키는 장애물이라 간주하는데 이는 편향적으로 지식을 섭취한 결과다.

예를 들어 식약청이 새로운 상품과 운영기법이 도입될 때 사전에 감독한다고 해서 시장의 경쟁이 위축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식약청은 감독과 승인 과정을 통해 신상품 개발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도록 인증을 부여하며, 임상실험을 통해 부작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시간 또한 제공한다. 이러한 감독기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단기 이윤과 시장점유율을 추구하는 기제에 따라, 우리의 건강에 해롭지만 이윤이 쏟아지는 식품과 의약품이 쏟아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동일한 원리가 금융상품에도 적용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특히 금융시장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짐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갈수록 완화되고 있다. 새로운 금융상품이 안전한지도 모른 채, 잠재적으로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 채, 대량실업, 경제위기가 발생할 미래의 어느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파생금융상품의 감독은 ‘어렵다’는 푸념만 내던질 것이 아니라, 파생상품은 사전에 반드시 감독되고 안전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의 금융위기는 80년대 이후 진행된 장기적인 규제완화와 시장메커니즘에 내재적인 파괴적인 금융혁신의 결과임을 똑똑히 인지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부분적으로는 시장기제와 이윤 동기는 항상 사회적으로 최적 결과를 양산하고 정부는 최소화되어야 한다는 잘못된 ‘신념’의 결과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위기의 원인으로 서브프라임 대출, 투기, 탐욕 등을 지적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 요인에 불과하다.

특히 작년부터 뉴타운 공약을 통해 거대집권여당이 탄생함에 따라 ‘욕망의 정치’를 거론하며 대중의 탐욕에 비판을 집중함에도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현상을 설명하는데서 인간의 탐욕적 본성도 하나의 설명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탐욕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인센티브와 추동력에 집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기제는 아무리 훌륭한 도덕성과 양심을 지니고 있는 인간도 탐욕적으로 행동하도록 강제한다. 왜냐하면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 탐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불안한 노후, 고용, 소득이 주어진 조건에서 투기에 편승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지고 이는 사회적 규범으로 작용하였다.

게다가 인간은 모든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나 또한 문제없다고 ‘위안’을 삼는 경향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는 도덕성이나 ‘나쁜’ 행위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시스템 실패의 전형적인 사례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시스템 자체가 불법이건 합법이건 위험한 금융 행위를 장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개별적 기준으로 금융기업의 ‘나쁜’ 행위를 감독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따라서 모든 개인과 금융기업은 사회가 강제하는 행위의 규범에 따라 합리적이고 현명하게 행동했지만, 시스템 불안정성을 점점 증폭시켰다고 말할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 개인의 금융축적 동기를 추구함에 있어서 준거로서 활용할 사회적 규범에 영향력을 미쳐야 한다. 경제 주체가 사회 전체적으로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규제와 감독을 재설계하는 작업도 필수적이지만, 고용과 사회보장 등 사회경제적 안정을 구축하는 개혁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여경훈/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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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금융위기와는 상관없지만 요새 TV를 보며 생각나는게 있는데요 쉬도 때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보험광고를 보면서 정말 눈살을 찌푸릴 때가 많습니다. 한두번도 아니구 무슨 보험이 현대인의 필수항목인 것처럼 TV를 통해 세뇌시키는 현실을 볼 때면 이런 것들을 좀 규제할 필요성도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됩니다. 정말 문제입니다.

    2009.09.21 09:01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