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9.09 10:32

돌아온 MB맨 리만브라더스 강만수 전 국가경쟁위위원장의 컴백이 화려하다. 대통령 경제특보로 임명된 지 5일 만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저출산 대책을 비판하며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저출산문제는 심각하다. 돈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해외 우수 인재를 받아들이는 이민정책도 검토해야 한다. 세계에 국경이 없어지고 있다. 나도 백인 조카 며느리가 둘이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교수도 이민정책의 검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한국경제신문, 2009.9.6).

기사를 본 많은 사람들이 과연 이중국적 문제가 저출산 문제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기존 저출산 대책은 과연 의미가 없는지를 궁금해 하고 있다. 과연 이중국적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 줄까?

일단,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과 이중국적 문제는 아무 연관이 없다.
우리나라 국적법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엄격한 수준이다. 국적 취득 및 유지, 연관된 의무와 권리 또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실제 그로 인해 나타나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원인과는 연관이 없다. 원정출산으로 이중국적이 증가하고, 많은 경우 외국국적을 선택하고 있으나 이는 병역 문제 때문이다. 즉, 이중국적 허용이 부유층의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고, 그런 탓에 정부도 병역 문제를 해결한 사람 위주로 이중국적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원정출산의 규모

원정출산의 규모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는 원정출산과 관련, 한해 국내 임산부들이 얼마나 외국으로 나가고 들어오는지, 비용을 얼마나 쓰고 오는지도 파악이 안 돼 대책 또한 전무한 실정이다. 아래 기사에서 밝히고 있는 수를 대략 추정하면 약 5,000~7,000명으로 추정할 수 있다.

원정출산으로 미국에서 태어나는 한국 아기들은 연간 5,000여 명. 이 수치는 괌, LA, 뉴욕, 하와이, 보스턴 등지의 병원을 이용한 원정출산 산모들을 합친 결과로 친척이나 친구 집 등에서 출산하거나 유학, 연수, 해외 지점 발령 기간에 맞춰 출산하는 한국인 산모를 포함하면, 실제 원정출산의 숫자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LA Times, 2002.5.26).
2001년 3,000여 명 수준이던 한국 산모의 원정출산이 2004년 현재 7,000여 명 수준으로 급증. 9.11 이후 미국 입국이 까다로워지면서 캐나다로 향하는 산모도 늘고 있는 추세(The Asian Pacific Post, 2004.6.3).


강만수 경제특보가 이야기한 것도 저출산ㆍ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는 방편으로 적극적 이민정책을 고민해보자는 이야기인 듯하다. 하지만 기존의 저출산 대책에 한계가 있다고 규정하고 이민정책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저출산 대책은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추진되어야 한다.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출산 및 육아에 긍정적인 사회경제적 분위기를 갖추지 않으면 출산율은 올라갈 수 없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예산지출과 정책추진은 오히려 너무 미약한 수준이다. 노동환경, 보육 및 교육 환경, 가정문화, 가치관 등 전반적 영역을 개선하기 위한 통일적 정책이 부족하다. 기업들에게 일-가정의 조화를 위한 고용, 보육, 노동환경 제공을 강제하지도 못하고 있다. 여전히 약간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정책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수준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산 장려책을 통한 출산율 제고는 한계가 있으니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청와대의 핵심 관료로서 취할 올바른 입장이 아니다.

출산력 제고방안으로서의 대체이민정책은 인구성장, 생산가능 인구증가 및 부양비 변화 등의 효과는 있으나 제한적 효과에 그친다는 것이 정설이다(UN, 2000). 특히 젊은층 이민을 통해 일시적 고령화를 완화하는 효과는 있으나 이민정책 효과의 한계는 명확하다. 즉 이민이 노동력 감소를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는 있으나 사회ㆍ정치적 환경에 따라 이민이 특수하게 작용하는 특징이 있고 실제 고령화를 억제하느냐에 대한 이견도 존재하기 때문에 저출산 문제의 핵심 대안으로 고려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민정책을 적극 추진했던 나라들도 최근에는 사회적 통합을 고려해 대규모 이민보다는 자국민의 부분적 출산력 회복정책 추구로 정책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결국 이민정책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적 충격을 완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 여타의 출산율 제고 정책을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을 제고하는 정책은 오히려 강조되어야 한다. 사실 여성의 출산 및 양육권을 보장하는 차원의 사회 구조조정을 통해 출산율을 제고하는 방식보다 대규모 이민정책이 경제적으로는 더 이득인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중국적 논란과 진행과정

현재 우리나라의 이민 상황은 외국인노동자의 유입과 결혼이민자의 증가, 그로 인한 다문화가정 자녀의 증가, 해외국적 선택자 증가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강만수 경제특보는 이 중국적 이탈자의 문제를 가장 심각한 문제로 보고 이중국적이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법무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은 17만 명에 달하고, 반면 같은 기간 한국 국적 취득자는 5만 명이라고 한다. 이것이 정확한 수치인지도 불명확하지만, 국적포기의 이유도 설명돼있지 않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국적을 택하는 사람보다 외국국적을 택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 이민문제에서 국적이탈자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국적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어떤 이유로 국적을 포기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미흡하다. 단지 우리나라가 우수 인력을 유입하기 위한 적극적 정책을 추진해오지 않았다는 부분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해외유학생 및 이중국적자들이 해외생활을 선택하는 데는 병역문제와 고용조건 등의 처우문제가 본질적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는 이중국적 논란이 병역문제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병역의무를 마친 사람에 한해 이중국적 허용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 병역혜택 없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것이 실제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해외거주를 선택하는 이유는 그 곳에서의 생활조건이 더 낫기 때문이다. 해외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인센티브와 보다 나은 지원체계를 보장해 주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인력유출을 핑계로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것은 부유층의 병역문제 등을 에둘러 해결하기 위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이중국적 추진 진행과정

현행 국적법은 만 20세 이전에 이중 국적을 갖게 된 사람은 만 22세 이전까지, 만 20세 이후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는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면 6개월 안에 원래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규정이 해외우수인력 유치에 장애가 되고 국적이탈자가 국적취득자를 크게 웃도는 원인이라는 주장 하에 이중국적 허용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
3) 국적ㆍ영주제도 개선을 통한 정주 유도
○ 영주비자 발급 대상 확대
- 전문인력에 대한 영주비자 발급 요건 중 학력기준 완화(박사 → 석사) 및 투자자에 대한 발급 요건 중 투자금액 기준 완화
○ 고급기술인력에 대한 일반귀화요건 완화(법무부)
- 필기시험 면제 및 귀화심사기간 단축
○ 우수 외국인에 대해 제한적 복수국적 허용(법무, 외교)
-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사실이 없는 외국인 중 우수 외국인에 대해 일정기간 국내 체류 후 복수국적 허용 검토

강만수전장관이 취임한 뒤 가진 첫 회의인 제11회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2009.3.26)에서 우수 외국인재 이중국적 허용을 검토했다. 법무부는 이날 회의에서 우수 외국 인력을 유치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아온 단일국적주의 하의 현행 국적제도를 조건부로 완화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에 따라 과학ㆍ경제ㆍ문화ㆍ체육 등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이 있는 외국인으로서 우리나라 국익에 이바지할 것으로 인정되면 특별귀화 대상자로 분류, 귀화에 필요한 국내 의무거주기간(5년) 체류 조건과 귀화시험이 면제된다. 이들에 대해선 그간 관련법에 따라 반드시 제출해야 했던 외국적 포기증명 대신 한국에서 외국인으로서 권리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외국적 행사 포기각서’만 내면 된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이 한국으로 귀화해 한국국적을 취득하더라도 자신의 원국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우수 외국인재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공청회 등 여론수렴을 통해 국적법 시행령에 명시키로 했으며 선거권과 피선거권 부여 여부는 추후 검토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국제결혼이나 부모의 외국체류 중 외국국적 취득 등의 이유로 이중국적을 갖게 된 한국인에게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나이가 지나면 이 사실을 통보하고 1년 내 국적을 선택하지 않으면 한국국적을 박탈하는 ‘국적선택 최고(催告)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또한 강만수경제특보는 지난 7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 이상의 사실을 통해 강만수 경제특보를 비롯한 정부는 이민문제를 해결하는 핵심과제로 이중국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정책추진 시도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많은 사안을 이렇듯 설익은 논리로 추진하는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적극적 이민정책은 필요하다

UN은 “1년 이상의 의도적 체류를 동반한 국제적 이주”를 이민(移民:migration)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일시적으로 취업하기 위하여 외국으로 이주한 이주근로자도 이민자의 범주에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UN의 정의에 의하면 2008년 말 현재 57만여 명의 외국인이 취업하고 있는 한국도 이민국가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이민 상황을 보면 체류외국인이 110만 명이 넘고 결혼이민자 등으로 인한 다문화 사회로 본격 진입하고 있다. 세계화 추세에 따라 인구이동은 본격화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이민관련 정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이민정책을 개괄하면 인구가 과밀하다는 판단 하에 1980년대까지는 적극적 이출정책(국민을 해외로 이주시키는 정책)을 펴왔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경제성장과 더불어 노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외국 이주노동자의 입국이 폭증하자 이주노동자 대책이 요구되었다. 그 결과 많은 문제를 안고 있던 산업연수원제도를 거쳐 2004년 현재 외국인고용허가제도가 유일한 이민정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근래 들어 고급 인력의 국내 유치와 제조업 중심의 인력난, 결혼이민자의 증가, 해외유학생의 증가 등 이민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2008년 제1차 외국인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으나 구체적 입법화나 추진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09년 지방자치단체 외국인주민현황’을 보면 금년 5월 말 현재 외국인주민은 110만 6,884명으로 2008년 89만 1,341명보다 21만 5,543명(24.2퍼센트) 증가했다. 이들 중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주민은 6.7퍼센트인 7만 3,725명에 불과하고, 외국인근로자가 52퍼센트를 차지한 57만 6,557명이다. 이 중 불법체류가가 20만 명이 넘고 결혼이민자의 수는 14만 4,385명, 다문화가정 자녀수도 6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인 이민대책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저출산고령화로 야기된 노동력감소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우선순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여성 및 고령자의 경제활동 참가율 제고
- 출산장려 정책을 통한 인구증가율의 적성 수준 유지
- 국내 인력의 해외 유출 최소화
- 재외동포의 활용
- 외국인력 도입 및 이민을 통한 노동력 확충

즉 현재 보유하고 있는 인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질을 높이고 생산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해외 우수 인력들이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유입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안착해 다문화 사회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는 적극적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외국의 경우도 유입된 이민자 사회의 확산과 그로 인한 사회문화적 갈등, 일자리를 둘러싼 갈등 등 이민의 증가로 인한 사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고 이민자 사회를 기존 사회에 편입시키고 정주시키려는 노력들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있다.

이처럼 저출산 문제를 둘러싼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영역이 함께 해결되어 나가야 한다. 여성의 사회활동과 출산ㆍ양육이 양립할 수 없고, 이주노동자가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 인권도 보장받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현실에서 이국국적 허용을 통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자고 하는 경제수장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가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은경/새사연 비상임연구원, 청년한의사회 정책국장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