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별 이슈 2009.08.07 13:30

수능이 100일도 채 안 남았다. 해마다 10명 중 8명이 넘는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는 우리나라에서 수능은 국가 제일의 행사 중 하나다. 고교 3학년 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의 한숨이 커지는 시점이다. 사립대 평균 742만원, 국·공립대 419만원에 이르는 대학등록금 때문이다.

때마침 정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내놓았다. 일명 ‘학자금 안심 대출’이다. ‘친 서민’을 표방하며 떡볶이집이나 농촌 등을 방문하던 대통령 행보를 잇는 징검다리다. 대학등록금 부담을 해소하는 ‘획기적’ 방안이라며 떠들썩하게 내놓은 이번 학자금 대출제도 개선안은 각계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미디어법이나 쌍용차 사태 등의 굵직한 현안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시점에서 정부의 정치적 속셈이 빤히 보인다는 비판을 사기도 한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가 과연 “이제 자녀 등록금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라는 교과부의 호언장담처럼 학부모·학생들을 등록금 부담에서 해방시켜 줄 방안이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계소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값비싼 대학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방안 모색이 시급하다.

‘등록금 후불제’와 유사한 정부의 학자금 대출제도

사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교수노조나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새사연에서도 등록금 대안으로 내놓은 ‘등록금 후불제’와 유사하다. 기존의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와 등록금 후불제의 가장 큰 차이는 원금 상환을 언제 하는가에 있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는 학생이 졸업하면 소득이 없어도 바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해야 하지만, 등록금 후불제는 졸업 후 일정 기준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소득수준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도록 한다.

통계청이 지난 5월에 실시한 ‘경제활동인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의 평균 졸업소요기간은 5년 3개월로 늘어났다. 대학 재학 중 39.3%가 휴학경험이 있으며 휴학사유는 취업 및 자격시험준비(17.2%)가 가장 많았고, 학비·생활비 마련이 12.6%로 나타났다.

기존의 학자금 제도에서는 재학 중 휴학을 한 학생은 졸업 후 1년의 유예기간이 지나면 원금 상환을 해야 한다. 그러나 청년 실업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와중에 대출을 받은 학생은 돈을 갚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보다 월급봉투에 따라 다급히 직업을 택해야 하고, 그나마 취업이 안 된 학생은 원금 상환을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다.

이렇게 학자금 대출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은 06년 670명, 07년 3,726명, 08년 10,118명, 09년 13,804명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등록금 후불제는 학생이 돈을 벌어 원금을 갚을 수 있을 때 국세청이 소득상황을 파악해 원천징수하는 방식으로 상환이 이뤄지므로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학자금 제도를 개선하면서 기초수급자 및 소득 1~7분위 가정의 학생을 대상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기존 총 4000만원)를 없애고 생활비는 현행대로 연 2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도록 했다. 학자금 대출 즉시 매달 이자를 납부해야 하는 이자상환의 부담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학생을 위해 재학 중 발생한 이자도 취업 후 원금 상환과 함께 낼 수 있도록 조치했다.

상환기간은 소득 발생 후 최장 25년까지 장기상환이 가능하고 대출 금리는 재원조달 금리를 감안해 매년 결정한다. 이로 인해 교과부는 수혜대상이 현행 40만 명(20%)에서 100만 명(50%)으로 확대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대학생들의 재학 중 이자부담을 없애고 졸업하자마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며 학자금 대출의 혜택을 더 많은 학생들이 누리게 하는 등 지금까지의 학자금 대출제도보다 진일보한 제도다.

학자금 진짜 ‘안심’하고 대출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학부모·학생, 시민사회단체 등이 올해 초 거리로 나서 등록금 문제를 해소하라 요구한 이유는 신용불량자가 될까봐 겁이 나거나 재학 중의 아르바이트가 힘들기 때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등록금이 너무 비싸 각 가계에 커다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등록금 자체를 인하해야 하는 것이다.

2008년 OECD가 발표한 ‘2008년 교육지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공립대 연평균 등록금은 OECD 30개 회원국 중 미국,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높고 사립대 등록금도 미국, 호주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국·공립대학이나 정부 의존형 사립대에 다니는 학생 비중이 22%로 가장 낮고, 정부 지원금이 대학 재정의 50% 미만인 독립형 사립대에 재학하는 학생 비중이 78%로 가장 높아 전체 고등교육에서 학생들의 실질적인 등록금 부담액이 가장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안민석, 2008 국정감사 정책자료집 <‘대학 등록금 경감 방안’에 대한 정책 연구>)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이렇듯 값비싼 등록금을 수십 년에 걸쳐 갚아야 하는 대학생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는다. 당장의 신용불량자 수는 줄일 수 있겠지만, 해마다 100만 명의 ‘빚쟁이’를 양산하는 꼴이다.

따라서 그동안 등록금 후불제를 주장하던 각계 단체는 해마다 치솟는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인하하는 방안을 동시에 마련하는 것이 필수임을 강조해 왔다. 매년 등록금 상한액을 정하는 ‘등록금 상한제’나 학생의 가구소득을 고려해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도록 하는 ‘등록금 차등책정제’ 등이 그것이다.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하고 있는 외국의 경우에도 상대적으로 등록금이 비싼 미국과 호주 등을 제외하고는 등록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장치를 함께 제도화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영국의 경우에는 ‘등록금 후불제+상한제+차등책정제’를 모두 이용한다. 국립대의 등록금 수준은 의회가 결정하고 학비는 모든 학생의 수업료의 75%를 정부에서 보조해주고 나머지 25%에 대한 보조 여부만 학생과 부모 소득에 의해 결정한다. 생활비는 학자금 대출을 통해 졸업 후 소득이 1만5000 파운드 이상이 되면 상환을 시작하며, 대출자의 전체 소득에서 1만5000 파운드를 제외한 소득의 9%로 분할 상환한다. 이자율은 인플레이션에 연동되며 01/02학년도의 경우 2.3%였다.

등록금 후불제만 시행하는 미국의 경우에도 대학생의 76% 이상이 다니는 주립대학은 대학 자체적으로 등록금 액수를 결정하지 못하도록 주 입법부나 주 정부가 등록금 책정의 헌법적 혹은 법률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각 주마다 등록금 수준을 결정하는데 대부분의 주립대학은 소득차를 감안하면 한국의 절반 수준의 등록금을 책정한다. 고액의 등록금으로 유명한 명문사립대인 하버드대, 예일대, 듀크대 등도 저소득층 자녀에게는 학비를 감면해주는 등 대학 자체적인 보조장치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이렇듯 등록금 정책은 등록금 후불제와 같이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태를 미리 예방하는 제도 외에도 등록금을 대학이 마음대로 올리지 못하도록 학비 수준을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규제하는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 대학의 등록금 부담비율 높여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를 실시함에 앞서 가계소비에서 과도하게 차지하고 있는 교육비의 비율을 낮춰 각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없애기 위한 방안을 살펴보자.

학생이 내는 등록금을 낮추기 위해서는 우선 대학재정과 관련해 정부, 대학, 학생 각각의 부담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 정부의 부담비율은 현재 수준보다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예산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OECD 회원국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 정부가 고등교육에 부담하는 평균 비용은 GDP 대비 0.6퍼센트로 OECD 평균 1.1퍼센트의 절반밖에 못 미치는 꼴찌 수준이다. 따라서 대학 예산에서 정부지원금의 비율은 10.4퍼센트(2007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당장 선진국처럼 70퍼센트 이상 지원하기는 힘들겠지만 20퍼센트 이상 정부가 지원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예산을 적어도 GDP 대비 1.1퍼센트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대학의 부담비율 역시 높여야 한다. 정부보조금 외에 대학 재정의 항목은 등록금, 재단전입금, 기부금, 대학 자체 수익(자산 및 부채수입)이 있는데 이 중 등록금의 비중을 낮추고 재단전입금, 기부금 등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재정 수입의 3분의 2 를 등록금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사립대의 경우 운영수입 대비 법인전입금은 4.5%, 기부금은 3.9%에 불과했다(2007년).

이런 상황에서 각 사립대들은 예산을 부풀려 지출과의 차액을 적립금으로 누적시키고 있다. 예산을 ‘뻥튀기’ 시켜 70퍼센트 가량을 학생 등록금으로 채운 후 적게 지출해 적립금을 쌓는 식이다. 2006년의 경우 등록금을 6.6퍼센트 인상해 7000억 원 정도 늘렸는데 사립대가 예결산 차이로 그 해에 확보한 적립금은 1조 2000억 원으로, 등록금 인상은커녕 인하도 가능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축적한 누적적립금은 현재 우리나라 대학등록금 총액의 절반이 넘는 7조 2,996억 원이다.

따라서 대학은 사립대 재정 운영의 실질적인 책임자인 사학법인의 책임을 다해 법인전입금을 확충하고 민간재원을 활용해 기부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의 예산 부풀리기 관행을 없애고 적립금을 연구기금, 장학기금 등으로 올바르게 활용해 적정 수준의 등록금을 책정해야 한다. 이를 규제하기 위해 정부는 대학이 적립금의 사용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립금을 과도하게 누적시키는 것을 규제하기 위한 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대학 스스로의 재정부담 비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국회가 올해 의결한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은 등록금 및 학생 1인당 교육비 산정근거를 공개하도록 해 등록금 책정과정을 투명하게 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공개내역에 대한 감사나 적절치 않은 산정근거에 대한 규제, 그리고 등록금 책정과정에서 대학별로 구성된 위원회와 학생대표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하는 시스템 등이 부재해 실질적인 등록금 인상 규제나 인하 방안으로는 허점이 많다.

등록금 후불제, 이렇게 시행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와 대학의 재정 부담비율이 높아지면 동시에 학생이 부담해야 하는 등록금 의존률은 낮아지게 된다. 정부, 대학, 학생 각각의 부담비율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정부와 대학이 80~90퍼센트를 책임지고 학생이 나머지 10퍼센트만 부담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등록금 덩치를 줄이는 과정에서 현재 학생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등록금 후불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내놓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을 살펴보자.

우선, 원금 상환을 시작할 때의 소득인 기준소득과 상환율을 어느 수준으로 할 것인가의 문제다. 정부는 기준소득을 대졸초임, 최저생계비 수준, 외국사례 등을 고려해 9월 말에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대출자가 원금을 상환할 때 부담을 느끼는 정도는 이 기준소득에 좌우된다.

가령 연간 등록금 800만원을 4년간 빌렸을 때, 7년 후에 취직을 해 연봉 2500만원을 받는다고 가정하자. 정부의 대략적 계획에 의하면 대출자는 연봉에서 기준소득 1500만원을 뺀 나머지 1000만원의 20퍼센트를 상환해야 한다. 대출 이자율 5퍼센트, 연봉인상률 7퍼센트로 가정하면 총 상환액은 3920만원이다. 산술적으로는 연평균 300만원씩 13년 동안 갚으면 된다. (090731 중앙일보 기사 참고)

정부가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한 최저생계비인 연 1,596만원으로 기준소득을 1500만원, 상환율을 20%로 잡았다면, 위 예에서는 네 식구가 한 달에 200만원의 소득으로 생활하는데 매달 25만원을 13년간 상환해야 한다.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국 사례를 봐도 정부의 예상 기준소득은 너무 낮고 상환율은 너무 높다. 영국은 기준소득이 3000만 원, 호주는 3700만 원 정도이며, 상환율은 영국이 기준소득 초과분의 9퍼센트, 뉴질랜드가 기준소득 초과분의 10퍼센트다. 따라서 기준소득은 높이고 상환율은 낮춰야 한다.

둘째, 재정조달에 대한 계획이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에 의한 추가 예산소요를 2010~14년에는 연평균 0.8조, 2015~19년에는 2.0조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출재원은 한국장학재단이 자체적으로 발행한 국채와 유사한 채권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여전히 고등교육 비용에 대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는 정부는 학자금 대출이 적자경영 상태에 빠지면 그 몫은 고스란히 수익자인 대출자에게 전가될 것이다. 따라서 앞서 밝힌 바대로 정부는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하고 대학은 재정부담 비율을 높이면서 등록금을 인하하는 동시에 대출금리는 낮춰야 한다.

현재 정부가 예상하는 학자금 대출금리는 5퍼센트대로 서민들이 부담하기에는 높다. 게다가 취업 후 원금 상환 시 내는 이자는 당시의 시장금리에 따른다. 그러나 등록금 후불제를 시행하는 외국의 경우, 호주는 무이자이고 영국은 물가상승률만 반영하는 제로금리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의 대출금리도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의 학자금 대출금리나 타 부처에서 시행하는 시책사업의 대출금리 등과 같이 2퍼센트대의 낮은 금리를 적용해야 한다.

셋째,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지원이나 이자지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기존의 학자금 대출제도 하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450만원의 무상보조를 하던 것을 없애고 200만원의 생활비만 지원하게 됐고, 1~3분위 계층에 대한 무이자 지원과 4~5분위 4퍼센트 이자지원, 6~7분위 1.5퍼센트 이자지원도 중단됐다. 결국 소득과 상관없이 원금과 이자 모두를 학생이 갚도록 하게 한 새로운 학자금 제도는 저소득층 자녀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후퇴한 정책이다.

2009년 2학기의 이자지원 대상자의 소득분포를 보면 3분위는 2489만원, 5분위는 3571만원, 7분위는 4839만원 내로 정해져 있다. 이는 보통 대학생 자녀를 둔 가구의 구성원수가 4~5명 정도 임을 고려했을 때 이자지원을 받던 모든 계층에게 현재의 값비싼 등록금은 부담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다가 경제위기로 실질소득이 최악의 수치를 기록하고 소득분위별로 저소득층 가구의 절반 이상이 적자가 나는 최근의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학생에게 학비를 감면해 주는 비율은 등록금 대비 13.6퍼센트이며 장학금은 4.6퍼센트 밖에 되지 않는다(2007년).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금까지 시행해 온 무상지원과 이자지원을 없애서는 안 된다. 오히려 새사연에서 제안했듯 소득 2분위 이하까지 무상장학금을 확대하고 소득 3~5분위는 전액후불제, 소득 6~7분위는 반액후불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모든 대출자에게 무이자나 제로금리로 대출을 해줘야 한다. 현재의 높은 자금조달 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예산을 확보해 한국장학재단이 직접 대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090429 새사연 보고서, <신용불량자 양산하는 학자금 대출> 참고)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리콜운동 벌여야

정부는 오는 9월에 있을 정기국회에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의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한나라당 간사인 임해규 의원이 ‘소득연계 학자금융자특별법’을 발의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는 경제위기 속에서 나날이 치솟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희소식이다. 당장 등록금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거나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우려를 없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등록금 인하나 억제에 대한 대책 없이 새로운 학자금 제도만 시행된다면 현재의 고통을 미래로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대학이 당장 내년부터 등록금을 대폭 올릴지 모른다고 비판한다. 실제로 경제사정이 안 좋았던 1998년과 1999년 2년간 등록금을 동결했던 대학들이 2000년에는 무려 10퍼센트 가까이 등록금을 인상시킨 바 있다. 거기에 재학 중에는 고액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못 느끼는 새로운 학자금 제도가 실시되면 각 대학이 등록금 인상에 보다 쉽게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등록금 후불제, 청년고용할당제 쟁취를 위한 청년행동’은 온·오프라인을 이용해 ‘하자투성이 불량 MB_loan 리콜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새로운 학자금 제도의 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9월 국회를 압박하고 새 제도를 개선시킨 후 돌려받자는 것이다.

등록금보다 정부와 대학의 지원이 더 많아지고 학생들은 대학재정의 10퍼센트만 등록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목표를 점진적으로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 확충과 대학의 투명한 교육비 산정근거 공개, 그리고 등록금액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한 위원회 구성 등 등록금을 인하할 수 있는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

당장의 고액등록금에 대한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등록금 후불제를 실시해야 한다. 기준소득은 높이고 상환율은 낮추며, 2퍼센트대의 저리로 대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소득양극화와 청년 실업이 갈수록 악화되는 시점에서 저소득층에 대한 무상지원과 이자지원은 더 늘리는 것이 마땅하다. 100일도 채 안 남은 수능을 치른 학생들이 대학등록금 때문에 한숨짓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