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사교육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입시 사교육, 영어 사교육, 특기적성 사교육이 그것이다. 영어 사교육은 입시 사교육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지만 전체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커 따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 사교육은 그 유형에 맞는 각각의 대안을 세워야 한다.
이에 새사연에서는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세가지 사교육 유형의 틀에서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개선해야 할지 <사교육비 경감 대책> 기획연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국내 최대 온라인 사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일선 교사가 시험 당일 넘긴 문제로 메가스터디 측이 문제풀이 동영상을 제작했다는 진술 확보에 따른 것이다. ‘학파라치’ 2명에 대한 첫 포상금 지급도 확정됐다. 수험생과 일반인에게 미술/실용음악을 가르치던 무등록 학원을 신고한 데 대한 보상이다. 정부는 늘어난 개인 과외교습자의 자진신고와 학원 불법영업 신고를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성과로 대대적으로 유포하는 중이다.

실제 지난 15일 교과부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일주일 동안 교과부와 전국 시도교육청에 접수된 개인 과외교습자의 자진신고 건수는 모두 1884건, 학원 불법영업 관련 신고 건수는 292건이었다. 이 중 개인과외 교습자의 자진신고가 유별나게 많은 이유는 포상금 지급이 200 만 원으로 가장 많고, 위반 사항 적발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등 제재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학원 불법영업의 경우 신고 건수가 적은 이유는 단속인력 부족과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학원의 운영행태 때문으로 분석된다. 각 학원들은 현재 줄어든 수업시간 만큼의 수업일수를 늘리거나 주말반을 편성하는 식의 운영으로 수강료 수익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고 있다. 또한 불안한 학부모와 강사들은 오피스텔을 빌려 과외방을 만들고, 인기강사의 경우 학원을 떠나 고액의 개인과외를 전문으로 할 조짐도 보인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각 지역의 소규모 보습학원들은 교육청에 수강료 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이 제시한 수강료 기준액이 턱없이 낮아 편법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학원 수강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전국보습학원협의회 회원 1만여 명이 “학원의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며 집회를 여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정부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내놓은 ‘학파라치’ 제도는 개인 과외교습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정작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거나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데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학파라치’ 제도는 정부가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을 강행해 불거진 사교육 문제를 국민이 이웃을 서로 감시하는 식의 비교육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 원인과 대책이 따로 노는 격이다.

전 국민이 ‘학파라치’ 돼도 사교육 해결 어려운 이유

사교육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대책 외에도 지난 5월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한나라당, 미래기획위원회가 쏟아내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은 하나같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대책이 근본적이지 않은 이유는 먼저, 정부가 우리나라의 사교육이 무엇 때문에 번식해가고 있는지 그 뿌리를 살피지 않는다는 데 있다. 단순히 말해 우리 사회의 사교육은 남들보다 더 높은 순위의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에서 비롯된다. 대학서열 피라미드의 높은 곳을 차지하는 대학을 나와야 높은 임금이 보장되는 곳에 취업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차별이 존재하고 그것을 결정하는 근거가 학벌이 되는 사회 속에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것은 공염불과 같다.

전 국민이 ‘학파라치’가 돼 학원이나 과외의 불법운영을 감시한다고 해도 사교육비를 경감시키기에 한계가 분명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학벌로 인한 임금차별과 불안정한 일자리, 청년실업에 대한 대안을 만들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모색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의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정부의 대책이 근본적이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학교교육 부실을 사교육 팽창의 주범으로 보고 학교교육을 입시경쟁에 맞게 체질개선을 하면 문제없다는 식의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텔레비전을 통해 볼 수 있는 교과부의 공익광고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을 보여준다. “올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고, 꼭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며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학교. 학교가 책임지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교장선생님, 애절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믿습니다”라고 말하는 학부모를 앞세워 학교교육 체질개선의 초점을 교사의 변화에 놓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교육이 팽창한 원인이 과연 학교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일까. 만일 사실이라면 입시교육의 강자인 특목고, 자사고를 다니는 학생의 경우 사교육을 덜 받거나 아예 안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 반대다. 일반고교에 비해 특목고,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더 많이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최근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원인은 정부의 경쟁 위주의 교육정책에 있다.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경쟁과 자율’을 기조로 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으로부터 출발했다. 시장이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질과 가격을 조정하듯, 교육도 시장에 맡기는 민영화와 동시에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학교나 교원들 간의 경쟁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가격은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교육의 질이나 가격 면에서의 조절에 실패했다. 질적으로는 입시경쟁을 더욱 부추겨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가격적으로는 사교육비도 상승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기조는 그대로 둔 채 학교교육만 정상화되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정부의 주장은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생각해보자. 정부가 말하듯 학교교육 내에서 모든 학생이 동일하게 사교육에서 가르치는 ‘입시에서의 승리 비법’을 전수받으면 사교육은 사라질까. 경쟁은 반드시 누군가보다 우위에 서야 결판이 난다. 모든 학생이 가지고 있는 비법은 이미 비법이 아니다. 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내용과 방법의 그것을 찾기 위한 또 다른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게다가 학교교육은 공익광고에서 뭉뚱그려 ‘부족한 것’이라 지칭한 입시 뿐 아니라 인성과 창의성, 리더쉽과 같은 교육 본연의 목표도 실현시켜야 하는 책무를 가진다.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 교과교실제, 학력향상 중점학교와 같은 정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학교의 학원화, 우열반 편성으로 인한 위화감 조성 등의 부작용은 사교육을 통한 입시경쟁을 초등학교부터 학내로 끌어들여 학교교육이 정상화되기는커녕 방향을 잃고 초토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식 맞춤형 사교육

학벌로 인한 임금차별이 이뤄지는 우리 사회에서 입시경쟁을 해소하기보다 오히려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지속되는 한 제대로 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란 있을 수가 없다. 지난 3일 교과부가 그간의 산발적으로 터져나온 안들을 정리해 보고한 대책도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교과부의 대책은 ▲내신절대평가 도입, ▲고1 내신반영 배제, ▲입학사정관제 내실화,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이행, ▲초중등 교육을 미래형 교육과정으로 개편 등이다. 이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단연 대입전형에 관한 내용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대입전형이 바뀌고 그에 따라 사교육이 급속히 몸집을 불렸던 과거의 경험은 학부모, 학생들의 입시방안에 대한 민감도를 측정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대한 사교육계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3월 가수 신해철 씨가 출연해 논란이 됐던 특목고 전문학원 광고를 보자.

“공부라는 게 말야.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일단 니 목표에 따르는 맞춤 전략이 필요한 거라고. 제발 다른 애들에게 신경쓰지 말고. 너에게 딱 맞는 방법을 찾으면…”
“아저씨, 저 ○○학원 다니거든요!”
‘특목고에서 명문대까지 맞춤전형으로 승부한다.’

다른 친구들보다 뒤쳐질까 불안한 학부모와 학생을 붙들기 위한 그들의 모티브는 ‘맞춤형 입시교육’이다. 입시전형에 맞게 각자의 목표를 정하고 그에 따른 비법을 전수해주겠다는 사교육의 전략은 소비자의 요구에 정확히 와닿는다. 소비자는 어쨌든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대입제도는 사교육 업계에 이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랜 기간 노하우가 쌓인 사교육계는 내신, 수능, 본고사, 논술 등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며 자신감을 표한다.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세 가지 원칙

이런 현실에서 정부가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데에는 어떤 원칙이 필요할까.

먼저, 사교육 대책은 입시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전국의 학생들에게 일제고사를 보고 그 결과를 공개한 후 학부모/학생에게 진학할 고등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학생 간, 학교 간 경쟁을 심화시킨다.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로 자사고와 같은 학교를 대거 설립해 초등학생 때부터 시작되는 특목고 진학을 위한 과열 경쟁의 폭을 확장시킨다. 이러한 학생과 학교를 점수로 서열화 하는 입시경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현재의 사교육 팽창을 막을 수 없다.

둘째, 사교육 대책은 학교교육 정상화로 귀결되어야 한다. 이는 학교교육의 부실이 사교육 팽창의 원인이어서 학교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다른 의미다.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차별화된 교육을 받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수요가 높아 확장되기도 하지만, 공급의 규모 자체가 커져 일종의 가상 수요를 창출하기도 한다. 다시 말해 사교육 시장의 덩치가 커지면서 사실상 불필요하지만 촘촘한 시장망에 걸려든 소비자들에게 마치 사교육이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여기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곧 학교교육이 부실하기 때문에 사교육 시장이 커진 것이 아니라 이미 사교육 시장의 규모가 커질대로 커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학교교육이 부실하다고 느끼는 본말이 전도된 상황임을 뜻한다.

이런 상황이지만 학생들에게 발등에 떨어진 불과 같은 입시대비에 학교 교사가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고 학교가 입시전문학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학생 개개인이 입시과목의 성적이 낮더라도 자신이 가진 다양한 능력과 소질을 개발해 나가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학원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학교에서 ‘맞춤형 입시교육’을 전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사교육 대책을 내놓았다. 대입전형이나 교육과정 개편과 같은 모든 사교육 대책은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교육 대책은 교육의 공공성을 견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사교육은 대학이나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위한 ‘입시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발달해 왔다. 입시전형이 바뀌면 사교육도 카멜레온처럼 그에 알맞은 모습으로 재편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학교에 교육의 내용과 방법에 대한 자율성이 아닌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성을 준다면 그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선발기준 만큼 다양한 사교육이 난립할 것이다.

또한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선호하는 상위권 대학과 특목고/자사고 등은 학생 선발의 변별력을 높인다는 빌미로 학생들을 사교육에 의존하게 만드는 전형요소를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가령 ‘3불 정책’ 중 하나인 본고사는 학교 교육과정 외의 내용에서 난이도가 높게 출제돼 학생들의 학습부담이 커지고 고교교육이 파행적으로 운영된다는 여론에 몇 차례의 시행과 금지를 반복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현 정부가 대입자율화를 추진하자 대학 총장들은 ‘3불 정책’ 폐지를 다시 주장했다.

따라서 현재의 학벌구조와 입시경쟁의 구도가 깨지지 않는 한, 각 학교가 학생을 선발할 때에는 국민 대다수가 공정성과 형평성에 동의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부 차원에서 관리를 해 교육의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

유형별 사교육비 경감 대안을 찾아서

그렇다면 이러한 세 가지의 원칙을 견지했을 때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사교육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입시 사교육, 영어 사교육, 특기적성 사교육이 그것이다. 영어 사교육은 입시 사교육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지만 전체 사교육비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매우 커 따로 구분할 수 있다.

세 가지 사교육은 그 유형에 맞는 각각의 대안을 세워야 한다. 이에 새사연에서는 최근 정부에서 내놓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세가지 사교육 유형의 틀에서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개선해야 할지 알아보고자 한다. 고등교육 개혁이나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의 대안은 이후 과제로 남겨두고 대입제도 개선 등 현실적인 차원에서 논의가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사교육 시장의 고용자가 100만 명이 훌쩍 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앞세워 학원의 불법영업에 대한 단속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어려워지는 건 서민들이 이용하는 동네의 소규모 보습학원 뿐이고, 공룡처럼 거대해진 사교육 업계들은 여전히 꿈쩍 없이 정부 대책의 ‘틈새 시장’을 노린다.

근본적인 처방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정부의 요란한 사교육 소탕작전은 추락한 정부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쇼로 끝날 것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견지하는 태도로 입시경쟁을 완화하는 동시에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사교육 대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학벌로 인한 임금차별을 없애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이 각계에서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최민선/새사연 연구원

Posted by 새사연 미디어센터